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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와룡산 훼손생태계 복원사업
  • 김미후
  • 에코스케이프 2016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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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후 전경

 

오늘날 가치 있는 땅의 활용은 어떤 형태일까? 아파트, 상가, 공장, 학교, 도로 등의 고밀도 개발일까? 곡식이나 과수, 작물들을 재배하는 농지일까? 아니면 개발 압력을 조절하기 위한 관리지역 내지는 산림과 녹지를 보호하기 위한 자연녹지일까?

 

인간 위주의 개발은 자연의 모든 균형을 깨트리고 조각내기 일쑤다. 조각난 자연에서 후퇴하던 야생동물들은 둥지를 떠나 갈 곳을 잃고 있다. 갈 곳 잃은 야생동물들은 점점 멸종에 이르러 종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다. 지역적으로 낮은 생물다양성은 미래 세대의 균형된 생태계 기반을 흔들어 종국에는 인간마저 이 땅에서 살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개발에서 위협받는 야생동물들에게 서식처를 마련해 주고 훼손된 땅을 복원하는 반환사업은 이 시대의 가장 가치 있는 땅의 활용이 아닐까 싶다.

 

반환사업은 개발자들이 지불한 훼손부담금인 생태계 보전협력금을 활용해 방치되고 훼손된 국유지에 자연 상태를 회복하는 환경부의 복원사업이다. 자연환경보전법 제50조에 따르면 복원의 주체는 생태계보전협력금의 납부자와 자연환경보전사업대행자라 명시해 놓고 있다. 동법 제46조에는 반환사업이 가능한 대상사업에 소생태계 조성, 생태통로, 대체자연 조성자연환경보전·이용시설의 설치, 기타 훼손된 생태계의 복원을 위한 사업이 가능하다고 규정해 놓았다.

 

대상지와의 첫 만남

가을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구로구 궁동 일대로 처음들어섰다. 입구에 아까시나무, 환삼덩굴 등 외래종이 가득했지만 주변 와룡산이 병풍처럼 감싼 작지만 아늑한 땅이었다.

 

이곳은 6·25 낙동강전투에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백승엽 장군의 땅이었다가, 인천시 교육청 소유의 땅으로 이전되었고 2013년에 서울특별시 구로구로 무상 기부체납된 군유지였다.

 

이후 토지소유 변경 과정에서 무단 경작지와 불법 쓰레기장으로 방치되기 시작했다. 무단 경작을 하며 쓰이던 폐비닐이 배수구를 막아 도심지를 자주 침수시켰다. 자연계류도 인공수로로 바뀌었다. 무단 경작과 쓰레기 투기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구로구에서는 이곳을 가식장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복원의 필요성

인구 42만 명, 면적 20.12km2의 구로구는 서울시에서 다섯 번째로 인구밀도가 높고 학생 수가 많은 학교밀집지역으로 인구밀도당 녹지율이 낮아 녹지의 확충이 필요한 지역이었다. 사업지구는 구로구 와룡산(높이 114m, 온수도시자연공원구역)의 남쪽 자락이 무단 경작지와 쓰레기, 인공수로로 서식처 기능은 상실된 상태였다.

 

사업지구에 접한 와룡산은 오염원이 없어 생물 서식처의 수원으로 높은 가치가 있었지만 인공수로에 의해 전면 유출되고 있었다.

 

이처럼 사업부지는 홍수 재해에 안전하면서 지표수를 활용하는 생태수로와 습지 등 서식처 조성이 가능했으며, 도심 내 자연접촉 기회 제공을 통해 생태교육과 복원 홍보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곳으로 변모할 잠재력을 지닌 공간이었다.

 

복원을 위한 조사와 기본구상

사업부지 주변의 식물상 조사 결과 38종의 식물이 발견됐다. 상수리나무와 참나무림이 우점했으며 미국자리공, 환삼덩굴, 가시박 등 외래종이 분포하고 있어, 이를 제거하거나 수종을 갱신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현지 조사와 자료 조사를 통해 대상지 반경 2km 내 서식하는 동물종으로 포유류 1, 조류 16, 양서파충류 5, 곤충류 13, 유폐류 1종 등 총 36종이 확인됐다. 문헌 조사 결과 서울시 보호종인 박새, 오색딱다구리, 맹꽁이, 도롱뇽 등도 발견됐다. 수리수문 분석 결과 대상지는 산림지역으로 집수면적이 5014m2, 100년 빈도별 강우강도 257.4mm, 최대유입량 0.286m3/sec의 지표수가 기존 인공수로를 통해 유입됐다. 하지만 이 수원은 기존 배수시설에 의해 전면 외부로 유하되고 있었다. 생태수로 조성시 기존 인공수로의 통과유량을 충족하는 안전한 계획수로의 단면까지 고려해야 했다.

 

사업부지 반경 1km 내에는 고등학교 6개교, 중학교 1개교, 초등학교 1개교와 특수학교 1개교, 유치원과 어린이집 9개소가 밀집해 있다. 주변에는 구로구 궁동 생태습지, 궁동 저수지 생태공원, 메뚜기 공원, 정선옹주 묘역 등이 분포하고 있어 구로구 생태문화 탐방루트의 역할이 기대되는 곳이다. 사업부지 남측에는 세종과학고가 인접해 학생들의 이용률이 높을 것을 예상된다.

 

이러한 조사들을 바탕으로 기본구상에 들어간다. 목표종으로는 맹꽁이와 사슴벌레를 선정했다. 맹꽁이는 현지 주민 인터뷰에 의한 발견종이고, 사슴벌레는 현지 출현 조사종으로 실제 도입이 가능한 종으로 도심과 산림의 추이대인 사업부지의 특성상 현실적으로알맞는 종이다.

 

복원을 위한 기본구상은 자원 순환, 생물다양성 실현, 생태공학적 접근, 자연친화와 생태학습의 효과를 복원 목표로 설정했다.

 

먼저 자원 순환을 위해 인공수로 철거 후 견치석을 현장 내 100% 활용(돌무더기, 사면 보강, 경관 연출), 아까시고사목 활용(곤충 서식처, 울타리재 활용, 경관 연출), 빗물의 재순환(인공수로를 걷어내 생태계류화)을 계획했다.

 

두 번째 생물다양성 실현은 주변 생물인입을 위해 새집, 나뭇더미, 참나무군락 모델, 돌무더기, 맹꽁이 서식처 등을 계획했다. 또 인공수원을 설치해 갈수기 시 양서류나 조류를 위한 안정적 수원을 제공하도록 했다. 생태공학적 접근은 현장 유용 재료들을 활용한 토목적 접근을 말한다. 안정된 서식기반 위에 생태적으로 유리한 토목공학적 접근을 시도했다.

 

마지막으로 자연친화와 생태학습을 위해서 생태놀이 학습원, 전망대, 천이관찰원, 종합안내판, 생태해설판, 수목표찰, 자연소재 포장을 계획해 생태교육을 위한구상을 했다.

 

복원 계획 및 설계와 생태공학적 노력

토지 이용 및 동선 계획은 생물 서식처와 생태학습을 위한 공간, 생태놀이를 위한 공간으로 구분하고 생태탐방 동선과 모니터링 동선으로 구분해 계획했다. 식재 계획은 주변 산림의 우점종인 참나무 군락 모델을 조성해 주변 숲의 확장을 유도했다. 식재 수종은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이팝나무, 산수유나무, 산벚나무, 때죽나무, 구상나무 등을 선정했다. 생태수로와 습지 내에는 건조에 강한 수생식물을 식재했고 계절별 다양한 자생초화를 식재했다. 초화로는 범부채, 감국, 관중, 꽃창포, 노루오줌, 큰꿩의비름, 부채붓꽃, 벌개미취, 지리대사초, 붉은인동, 오엽담쟁이, 무늬억새, 무늬줄사철, 머루 등 25종을 식재했다.

 

시설물 계획은 기성품을 배제한 100% 독창적 설계를 시도해 타 현장에서는 볼 수 없는 사업 대상지만의 도면을 그렸다. 생태교육을 위한 안내판과 입구 종합안내판은 대상지의 독창성을 제공한다. 생태도랑을 건너는 고목판재 다리, 석재판재 다리, 거석다리는 사업부지의 경사진 지형을 더욱 흥미롭게 해주는 소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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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계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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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지를 활용한 놀이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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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물놀이장


 

시행자 구로구청

설계자 (주)그린포엘

시공자 (주)그린포엘

위치 서울 특별시 구로구 궁동 산 1-8번지 일원

부지면적 1,980m2

사업비 3억5000만 원(2015년 환경부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으로 시행)

사업기간 2014.10.~2015.10.

주요사업내용

- 인공수로(W2.0m×L60m)를 걷어낸 생태수로 조성(2개소 208m2)

- 생물서식처 조성(생태습지 2개소 98m2, 참나무군락, 돌무더기, 새집, 나뭇더미 등)

- 지형을 활용한 생태놀이시설 및 생태탐방로, 휴게·교육시설 등

 

 

김미후는 현재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에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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