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현장의 선생님 기능공 아저씨

현장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전투에 가깝다. 특히 아파트 현장에서는 말이다.
건축, 설비, 전기, 토목, 조경 등 여러 가지 복합공정들이 얽히고 설켜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하고, 서로의 이해관계로 인해(모두가 그렇듯이 자기 작업들이 우선순위이니까) 공정 자체가 지연되기도 한다. 서로의 일정에 맞춰 공정 협의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은 일단의 계획일 뿐말로서 끝나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맞출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럴 수 없는 게 대부분이니 말이다. 그런 이유로 현장에선 잘 짜여져 있는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서로 부딪치는 복합 공정자체에 대한 이해와 각 공정의 작업들에 대해 양보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더 필요한것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현장은 전투라고나 할까? 현장에 도착하니 현장 입구에서부터 벌써 수목을 실은 차들이 줄을 서있다. 오전 6시 40분, 직영 조경기술공들은 진작부터 장비를 돌리며 나무 하차에 나섰다. 규
격을 재고 수형과 뿌리 분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하절기 조경 식재 공사 시에는 무엇보다 뿌리분의 상태가 중요하다. 아무리 수형이 좋고, 수목의 규격이 도면 규격보다 좀더 나간다고 하더라도, 뿌리분이 털려서 들어오거나 자기 몸에 맞지 않게 왜소한 나무를 그냥식재를 해 버린다면, 나중에 운이 좋아 몇 그루 살아남을지는 모르지만 거의 100% 하자감이다).

현장 대리인으로서 아침에 조금 늦게 도착하거나 식재 아닌 다른 공정들을 살펴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어찌 보면 이렇게 자신들의 할 일을 알아서 척척 해 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분들은 나보다 더 꼼꼼하게 수목을 살피고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일을 하시는 분들이다. 나무를 보고는 “며칠을 말려서 들어온 나무”라거나, “왜 수목을 적재하고 덮개(차광망)를안 씌우고 왔느냐”면서 운전기사의 게으름에 대해 호통을 치기도 한다. 난 그 모습을 보면서 살며시 웃음을 짓는다.
이런 분들과 일을 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복이다. 학교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었던 것들을 이 분들을 통해 배우고 있으니, 내가 얻는 게 과연 얼마인가? 이 분들의 타고난 성실성 때문에 우리 현장에는 다른 현장과 다른 몇 가지 원칙들이있다. 첫 번째로 아침 식사 시간이 다르고, 오전참이 없다는 점이다. 다른 현장에는 대부분 현장에 오면 먼저식사를 하고, 작업복을 갈아입고, 작업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현장의 아침 식사 시간은 8시 30분이다. 자재가들어오면 (시설물이든 수목이든) 무조건 8시 반 안에 받아 놓고, 시간이 조금 남으면 이리 저리 일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하다가 식사를 한다. 그리곤 바로 오전 참이 없이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 분들의 경험상 오후보다는 오전에 일의 양을 더 많이 치고 나갈 수 있어 조금이라도 일을 죽여 보겠다는 고집스러운 이유 때문이고, 남들보다 먼저 자재를 받아 놓으면 아파트 같은 복잡한 곳에서는 좀 더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두 번째로 소나무(대적송) 식재 시에는 조금 일찍 현장을 시작한다.
새벽 4시에 장비를 돌리기 시작하여, 소나무 수량이 2~30주 정도 되는 경우에는 6시정도에 하차를 끝내고, 아침 먹을 시간쯤에는 소나무를 식재하기 시작한다. 이런 원칙이 생긴 이유는 소나무 운반 시 소나무가 워낙 크다보니 한 차에 많아야 2주 정도 적재할 수 있으며, 보통은 1주씩 밖에 실을 수 없는데, 만약 현장을 시작하는 7시에(타 공정들이 작업을 시작하는 시간) 소나무를 적재한 차량 2~30대가 밀고 들어온다면 현장은 아마도 마비 상태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원청에 이야기하여 소나무를 식재하는 날에는 건축이나, 토목, 설비 쪽에 일체 자재를 넣지 말라고 협의할 수도 있으나, 협의를 보았다고 하더라도 들어올 자재는 어떻게든 들어오기 마련이고, 자재가 안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타 공정에서는 여러 가지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남들이 다 일하는 시간에는 소나무 식재 작업을 하기에 어려운점이 많다. 그래서 이런 원칙을 가지게 되었고, 남들 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소나무를 심는 것이다.
새벽의 조용한 현장에서는 거칠것이 없다. 오로지 조경만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듯한 새벽 현장은 그렇게 매력적이다. 그래서인지 아저씨들도 몸은 조금 힘들지라도 소나무를 식재하는 날이면 새벽을 마다않고 나와 주신다(물론 인건비는 0.5일 더 달아 드린다).

마지막은 “방법은 있다”라는 말, 일종의 유행어라고나 할까. 현장을 치고 나가면서 알게 모르게 생기는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다. 가령 경계석을 놓을 때 건축과 토목 레벨이 일정하게 맞지가 않아 생기는 문제점들, 대목이 지나치게 무거워 장비가 들 수 없는 경우, 아니면 장비로 작업을 해야 하는데 장비가 진입 할 수 없는 경우, 구조물이 이상하게 높게 놓여져서 생기는 문제들, 도면과는 다른 현장여건에 의해 발생되는 문제들 등등. 이런 일들에 직면하게 되면, 약간의 진진한 표정을 지으신 뒤 “방법은 있다”라는 말을 하시곤 하는데, 나 자신이나 원청 직원들이 이런 문제들에 닥쳐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웃음 지으면서 들려주는이 말은 가뭄 끝에 내린 단비처럼 느껴지곤 한다.
비록 우리가 잔머리는 100단이야 하면서 비아냥 아닌 비아냥을 하지만, “방법은 있다”라는 말을 실질적으로 피부로 느낀 효과는 매우 크다.“ 이것은 분명히 난공사지만 방법은 있어”하면서 아주 쉽게 풀어 버리는, 좀과장을 보태서 말하면 이런 기적 같은 일들은분명 현장에서 벌어지는 마법과도 같다. 그결과는 뻔히 안 봐도 공기 단축, 비용 절감으로 나타나니까 말이다.


※ 키워드 : 현장, 기능공, 시공현장
※ 페이지 : 108 ~ 109

월간 에코스케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