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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시공과정과 묻혀지지 않은 이야기들

<환경과조경> 2005년 9월호에 소개된 서울의 센트럴파크라고 하는 서울숲의 특집기사, 그것도 장장 60쪽을 차지한 기사에는 실제 공사에 참여한 전문건설업체의 소감이나 의견은 전혀 찾아 볼수 없었다. 대형 건설회사의 조경기술자와 전문조경회사의 대표로서 조경 현장에서 일한지 22년째…… 최근 들어 대규모로 발주되는 조경공사의 문제점들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서울숲 조경공사에 참여했던 전문조경건설업체의 책임자로서 결코 가슴 속에 묻어둘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늦게나마 하고자 한다.
<환경과조경> 9월호 특집기사에서는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관리 및 이용자 등 각자의 시각과 입장에서 훌륭한 분석과 비평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 어느 컬럼에서도 시공과정에서의 수많은 힘겨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반복되어서는 안될 문제점 등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경분야 종사자들이 다 같이 반성하고 그 해결 방안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여야 할 때이므로…… 실제 공사 일선에서 일하는 전문조경업체의 시각에서 시공과정에서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제기하고 그 불합리성을 꺼내보이고자 한다. 조경분야에 애정을 가진 독자들의 혜안을 기대하면서, 서울숲 조경공사에 참여한 각 분야의 종사자에게 묻혀지지 않는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설계자
<환경과조경> 2005년 9월호 서울숲 특집기사에는 설계 기본개념이 상세히 나와 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철학과 이론이라 할지라도 현재의 조경시공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면, 그 설계도면은 단지 만화에 불과한 것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공사비의 산출을 위하여 작성하는 수량산출서, 단가산출근거, 일위대가표, 설계내역서 등의 기초 자료에서 허술함과 부주의함이 발생되면,  곧바로 도급공사비의 부당한 감액과 저가하도급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처음부터 잘못된 설계도면과 설계내역서는 공사과정 내내 합리적 조정이나 개선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고 보면, 설계용역 종사자의 책임감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잘못된 설계에 대한 제재가 전혀 없는 현행 설계용역 발주제도는 시공기간동안 모든 작업과 하자책임에 대한 철저한 감독을 받는 공사발주제도에 비해서 너무나 불공평하다. 설계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설계부실의 수정이 ‘설계의 내실화’라는 미명으로 포장된다면, 촉박한 공기로 인한 시공 상의 부실은 무슨 말로 포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감독자
초기 설계 도서의 부실한 검토와 관행이라는 핑계로 반영되지 않은 연못의 벤토나이트 방수에 필요한 좋은 흙 반입 비용, 터널 상부에 대한 객토 비용 등에 대한 공사비 누락은 여전하였고, 도면과 상이한 현장조건에 대한 보완 공사비, 지장물에 대한 조속한 이설 및 해소에 대한 적극적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책임감리 현장임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결정에 대한 지나친 간섭과 개입은 여전하였다.

-감리자
책임 감리원은 의무나 책임만을 의식한 채 불합리한 도면의 합리적 해석과 개선 의지, 도면과 현장조건의 상이함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려는 용기를 기대하기엔 너무 이른 감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국가를 당사자로 한 계약법 조항을 내세워 도급자나 하도급자의 정당한 변경 요청을 일신상의 안위만을 생각해 무시하지나 않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도급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하도급업체의 과당경쟁을 통한 저가하도급, 불분명한 부분에 대해 부담 떠넘기기를 시도하였으며, 기본적인 측량작업과 도면의 내실화 작업은 전부 하도급업체가 해야 했으며, 불합리하게 누락된 공사비의 적극적 청구 등 하도급업체를 보호하고 이끌어 줄 수 있는 역량이 있었느냐에 대한 의문이 든다. ‘협력업체’라는 이름으로 양보와 희생을 강요하고, 그에 따르지 않으면 ‘작업반이 책임 시공의식도 부족하다’라고 비판을 하고 있었다. 시대의 흐름은 모든 사회의 구성원이 수직적 상하관계에서 수평적 평등관계로 나아가고 있다.그러나 유난히 건설 분야에서만 기존의 잘못된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히 건축이나 토목분야에 비해서 공사물량이나 기술축적에서 열세에 있는 우리 조경 분야에서만이라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이끌어 줄 수 있는 풍토가 새로이 생겼으면 한다. 개장 기념행사일인 2005년 6월 18일 새벽 3시에 현장 한 구석에서 빗자루로 청소를 하던 밤이 생각난다. 도대체 조경시공 현장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답답함 그리고 절망감은 언제쯤 사라질까? 스스로 ‘조경인’으로 큰 부끄럼이 없이 살아왔다고 자부하는데도 불구하고……


※ 키워드 : 서울숲, 청산조경, 홍태식
※ 페이지 : 8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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