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 [밀레니얼의 도시공원 이야기] 공원의 주인이 누구요?
    에피소드 1. 주인 의식 “토크쇼의 주인이 누구요?!” 2007년 무한도전 멤버였던 개그맨 박명수가 ‘거성쇼’를 진행하며 카메라를 향해 삿대질과 함께 던진 명언(?)이다. 이 정도만 설명해도 머릿속에 다음 대사가 떠오른다면 당신은 바로 GOAT(Greatest of All Times). (한국에서 밀레니얼을 정의한다면 아마도 ‘MBC 무한도전과 청춘을 함께한 사람들’이지 않을까? 미국에서 밀레니얼을 이야기할 때 포켓몬스터(각주 1)나 서브컬처계에서 특히 유명한 프릭스 앤 긱스(Freaks and Geeks)(각주 2)를 언급하는 것과 비슷할 것 같다) 박명수의 그 발언 직후 MC 역할을 맡았던 개그맨 유재석이 말한다. “시청자 여러분들 아닙니까, 시청자 여러분들.” 당시에는 ‘역시 국민 MC 유재석. 그래, 무한도전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필자가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는지 박명수의 발언이 신경 쓰인다. 학부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며 수없이 들었던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하라는 잔소리가 떠오른다. 하지만 어디 ‘남의 업장’을 내 것처럼 생각하기 쉬운가. 필자가 기억하는 첫 ‘주인 의식’은 손안의 작은 세계. 게임보이 ‘포켓몬스터 블루’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가지고 놀던 다마고치와 비교는 어불성설. 포켓몬스터(이하 포켓몬)는 가상의 ‘세계’를 여행하며 포켓몬을 키우는 방식인데, 그뿐 아니라 대전을 통해 내 포켓몬의 우월함을 스스로 증명하고 결국 나 자신이 위대한 트레이너임을 확인하는, 일종의 안전지대 내 자아실현의 일환이었다. 유치원 시절 공룡 이름을 외우고 다니 듯 초기 150종의 포켓몬 이름과 특징을 외우는 것으로 필자의 미국 현지화가 진행됐다.(각주 3) 비록 가상일지라도 내가 가장 좋은 트레이너,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관리자가 되겠다는 일종의 사명감 아니었을까. 공원의 주인을 찾아 공원의 주인은 누구일까. 공원 조성을 공공 예산으로 했다고 가정할 때, 세금을 낸 시민 전체, 향유의 주체가 될 주변 거주민, 점유하는 노숙자들, 번식과 생식하는 다양한 비인간 생물체와 시야에 포착되지 않는 미생물 등등. 조성부터 이용, 점유에 이르기까지 한 공원의 삶(life of a park)에서공원의 이해 당사자는 수없이 많을 것이며 그중 많은 이가 공원의 주인 노릇을 자처한다. 비록 원래의 의도와 다르다고 해도 말이다. 최근 들어 공원 조성부터 관리까지 빼놓을 수 없는 안건이 ‘공원 거버넌스’다. 조성 단계의 시민 참여부터 지속적인 공론화, 주민 참여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공원에서 주민과 시민, 더 넓게는 국민까지 아우르려는 노력은 결국 공원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노력의 한 축을 이룬다. 공공 공간의 지속가능성은 공공의 관심에 달려있다고 전제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많은 이해관계자가 얼마나 개인적 이득을 넘어 공원 자체를 가장 아름답게 키우고 싶어 하는지다. 즉 사명감이다. 비록 간접적일지라도 공원에 대해 주인 의식을 지닌 사람들, 사명을 가지고 참여하고자 사방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을 ‘발굴’하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환경과조경432호(2024년 4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케이블 채널 카툰 네트워크(Cartoon Network)에서 1997년 4월 포켓몬의 미국 더빙판을 방영하기 시작했다. 2. 처음 들어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한 시즌만 하고 사라졌는데, 1990년대 미국의 평범한 인물들의 일상을 드라마화했다. 3. 현재 9세대까지 나와 총 1,024종으로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젠 더 이상 외우지 못한다.
  • 수성국제비엔날레 국제지명 설계공모 당선작 수성못 수상공연장·수성못 브리지(스카이워크) 조성 국제지명 설계공모
    올해 10월 수성국제비엔날레가 ‘관계성의 들판–자연을 담고 문화를 누리다’를 주제로 열린다. 가상의 전시 주제가 아닌 구체적인 실천의 판으로서 들판에 주목하고, 영역의 경계선을 지운 채 인간과 비인간의 간격을 넘어서는 다원적인 관계를 구축한다. 그 관계의 첫 맺음으로서 건축과 조경의 결합을 통해 영역 간의 경계를 허물고 진정한 공간이 가진 예술성을 찾고자 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건축·조경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위원회(위원장 권종욱), 예술감독(건축감독 최춘웅, 조경감독 김영민)과 신창훈 수성구 총괄건축가 등이 참여해 실제 장소에 구현될 참여 작품 전시와 공공 건축물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안한다. 대구시 수성구 일대에서 열리는 첫 비엔날레로 단순히 아이디어 전시에 그치지 않고, 국내외 건축가와 조경가를 초청한 국제지명 설계공모의 당선작을 통해 실제로 구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구 조경, 건축의 완성도를 높여 인구 감소와도시 소멸에 대응하고, 나아가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지난 3월 25일 수성국제비엔날레의 다양한 대상지 중 하나인 수성못을 중심으로 한 두 곳(수성못 수상공연장, 수성못 브리지)의 국제지명 설계공모 당선작을 선정했다. 수성못 수상공연장에는 페르난도 메니스(Fernando Menis), 오피스박김, 매스스터디스(Mass Studies), JCDA(James Carpenter Design Associates)가 참여했다. 수성못 브리지(스카이워크)는 West 8, 준야 이시가미 어소시에이츠(junya. ishigami+associates), 디림건축사사무소가 참여했다. 국내외 유명 건축가와 교수 7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오피스박김과 준야 이시가미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환경과조경432호(2024년 4월호)수록본 일부
  • 38살 가락시장 정수탑의 재탄생 2023 가락시장 정수탑 공공미술 작품공모 당선작
    지은 지 38년, 작동을 멈춘 지 20년이 된 가락시장 사거리의 깔대기 모양 정수탑이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서울 5대 생활권역에 예술 명소를 만드는 ‘디자인서울 2.0–권역별 공공미술’ 사업의 첫 사례다. 1986년 축조된 가락시장 정수탑은 높이 32m 규모의 거대 구조체로 가락시장에 물을 공급하던 지하수 저장용 고가 수조였다. 하지만 2004년 물 공급 방식이 바뀌면서 폐쇄돼 20여 년 동안 가동을 멈춘 상태다. 현재 서울에 남은 유일한 급수탑으로 2009년 디자인 개선 뒤 보존되어 왔다. 2022년 10월 서울시는 2023 가락시장 정수탑 공공미술 작품공모를 개최했다. 공모는 ‘물의 생명력’을 주제로, 정수탑의 본래 기능에 착안해 예술을 통해 물의 생명력을 일깨우는 동시에 30년 이상 한 자리를 지켜 온 정수탑을 다시금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는 예술 통로로 구현하고자 했다. 여섯 개 출품작 중 네드 칸(Ned Kahn)의 ‘비의 장막(Rain Veil)’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환경과조경432호(2024년 4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반복되는 일상 벗어나기
    한 해의 계획을 세우는 기간이 3번 있다는 속설이 있다. 신정, 구정 그리고 새 학기. 신정은 1이라는 숫자가 말해주듯 새로운 한 해가 시작하는 날로 앞으로의 1년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세울 수 있고, 구정은 음력 1월 1일이니 어찌 보면 진짜 새해가 시작되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설 연휴 동안 게으름을 피운 며칠은 없던 셈 치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리고 학기가 시작하는 3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는 날이니 학생들은 이때야말로 제대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해 카운트다운을 한 뒤 메모장을 열어 올해 목표를 적어 내려갔다. 출근길 엘리베이터가 층마다 서는 걸 보니 주변 학교들이 개학했다. 2월까지만 해도 1층까지 바로 내려왔는데, 자기 몸보다 큰 가방을 멘 학생부터 교복을 입은 학생까지 동행자가 많아졌다. 책가방을 멘 지가 까마득해 개학은 잊은 존재였는데,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니 나에게도 새 학기 바람이 불어온다. 1월 1일에 정한 목표를 더 열심히 실행할 수 있는 힘이 생긴 듯하다. 계획은 참 얄미운 마법사(?) 같다. “갓생(신을 의미하는 ‘갓(god)’과 삶을 의미하는 ‘생(生)’을 조합한 단어로 부지런한 삶을 뜻한다)을 살려면 어서 계획을 세워야지”라고 속삭이며 수첩을 열게 만들어놓고 정작 실행하려면 왜 꾸준하게 하지 못하게 막는 거냐고. 결국 지우지 못한 리스트를 보며 나를 채찍질할 게 뻔한데. 올해는 마법사의 꼬임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여러 방식을 찾아봤다. 새로 발견한 방식은 ‘만다라트 기법’으로, 세계적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자신의 만다라트 표를 공개한 후 유명해졌다. 만다라트(mandalart)는 본질의 깨달음(manda)+성취(la)+기술(art)의 합성어로 목적을 달성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가장 큰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을 확산해 나가는 형태다. 작성법은 9칸의 사각형을 가로 3개, 세로 3개로 배치해 아홉개를 만든다. 중앙의 가장 큰 사각형에는 핵심이자 최종 목표를 적는다. 그 주변에 세부 목표 8개를 적는데, 다음으로 뻗어나가는 칸에는 구체적인 실천 과제를 쓰면 된다. 목표를 이뤄나가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쉽게 정리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오타니가 작성한 만다라트 표를 보면 왜 성공했는지 알 수 있다(오타니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간략히 설명하자면, 오타니는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겸한다. 세계적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가 축구 경기에 나와 전반전에 미친 듯 골을 넣고, 후반전에는 골키퍼로 나와 모든 공을 다 막아내는 것보다 더 대단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각주 1)). 오타니의 세부 목표 중 이것도 목표가 될 수 있구나라며 신기해했던 게 있다. 바로 ‘운’이다. 운을 가지기 위해 세부 사항으로 쓰레기 줍기, 물건 소중히 쓰기, 긍정적 사고, 책 읽기, 심판을 대하는 태도 등을 적었다. 운칠기삼(일의 성패는 70%의 운과 30%의 재주 혹은 노력에 좌우된다는 뜻이다)이란 단어가 있듯 이 세상일에는 노력과 함께 운도 보태져야 한다. 오타니는 자서전(각주 2)에서 “쓰레기를 줍는 일은 지나간 사람이 떨어트린 행운을 줍는 일이다”라며 성공엔 실력뿐 아니라 운이 더해져야 하고, 운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타고난 재능뿐 아니라 피땀이 담긴 훈련과 연습 그리고 자신이 만든 운까지 더해져 지금의 오타니가 탄생한 것이 아닐까. 오타니처럼 8가지 목표와 그에 대한 56가지 세부 사항을 세우는 건 나를 압박하는 것 같아서 반을 나눠서(정확한 반은 아니지만) 4가지 핵심 목표와 그에 대한 16가지 세부 사항을 적었다. 나의 만다라트 표 정중앙에 적은 목표는 ‘반복되는 일상 벗어나기’다. 직장인들에겐 3, 6, 9 법칙이 있는데, 3개월, 6개월, 9개월 혹은 3년, 6년, 9년마다 직장 생활에 위기가 찾아온다는 의미다. 3년 차가 된 요즘 매일 똑같은 일상에 노잼 시기가 찾아온 듯하다. 그래서 소소하지만 색다른 이벤트를 만들어 현생(현재의 생활)을 번아웃 없이 잘 살아보자는 의미로 목표를 정했다. 2024년 1분기가 지나고 있는 지금까지의 달성정도를 보면 나쁘지 않다. 구체적이면서 세부적인 실행 방법까지 적어서 그런지 잘 진행 중이다. 꽤 많은 세부 사항을 지울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안고 오늘도 운동 센터로 퇴근한다. **각주 정리 1. 권윤택, “한국 야구에서 ‘오타니 쇼헤이’같은 선수가 나올 수 없는 이유 (Part-1)”, 「더케이경제」 2024년 1월 22일. 2. 오타니 쇼헤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오타니 쇼헤이의 120가지 사고(不可能を可能にする大谷翔平の120の思考)』, 피아(ぴあ), 2017.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우리가 외로움을 느낄지라도,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셜 네트워크가 세상과 연결은커녕 나를 외딴섬으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압박감에 짓눌려 생각했다. 자기 PR의 시대 SNS는 필수입니다 같은 말들이 여기저기 떠다니는 세상, 이력서에 블로그 주소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계정을 적는 칸이 생기기까지 한다. 이제 SNS는 단순히 일상을 공유하는 매체라기보다는, 내가 얼마나 멋진 관점과 좋은 취향을 가지고 있으며 닮고 싶은 삶을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수단이 되어가고 있다. 썩 전시할 만한 거리가 없는 난 그렇게 점점 섬이 되어 간다. 인스타그램을 좀 굴려볼까 했었다. 페이스북은 글을 많이 써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 손가락을 가볍게 밀고 누르며 볼 수 있는 만큼, 내 서투른 글이 공유되어 이리저리 떠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겁이 났다. 글 대신 이미지가 피드를 장악하는 인스타그램은 보잘것없는 내 글 솜씨와 얕은 생각을 잘 가려줄 것 같다는 건방진 생각도 있었더랬다. 매달 누구보다 빨리 좋은 조경을 찾는 게 내 일인 만큼 취재 간 김에 사진 한두 장 찍으면 될 일 아닌가. 촬영 실력은 없지만 공간 자체의 가치가 사진을 치장해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솟았다. 하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은 쉽게 무너지기 마련, 난 번번이 패배했다. 그것도 내 두 눈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도저히 사진으로 옮겨올 수 없었다. 가장 막막해지는 순간은 내 몸보다 훨씬 큰 스케일의 장소를 마주할 때였다. 세종중앙공원(2020년 12월호)의 장남들광장 한복판에 섰을 때의 감각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떤 수직적 요소도 없이 전월산까지 펼쳐지는 낮은 경관은 꼭 땅과 숲이 산을 향해 빠르게 내달리는 것 같은 속도감마저 느끼게 했지만, 내 카메라 프레임에 담기는 순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잔디밭이 되어버렸다.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에서 끝나는지 알 수 없어 그 크기를 실감할 수도 없는 초록 네모. 높은 건물에 올라 내려다보듯 찍으면 공간감을 전할 수야 있겠지만, 낮고 넓게 펼쳐진 긴 땅이 주는 강렬함과 일탈이라도 저지른 것 같은 해방감은 알려줄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유청오를 인터뷰할 때 그 방법부터 묻고 싶었다. 보이지 않는 감각을 찍는 방법 말이다. 유청오가 선택한 방법은 사람을 함께 담는 거였다. 결국 조경이란 사람의 이용을 염두에 둔 공간이기에. 여의치 않을 땐 사람이 있다고 상상하며 찍는다. 아직도 알 듯 말 듯 아리송하지만, 이 말은 즉 비어있더라도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게 만든다는 게 아닐까. 딱 떠오르는 사진이 있었다. 그리스의 비주얼 아티스트인 아리스토텔레스 루파니스(Aristotle Roufanis)는 밤중의 도심 풍경을 통해서 도시 거주자의 삶과 외로움을 찍는다. 어론 투게더(Alone Together) 작업을 위해 그는 고층 건물이나 언덕에 장비를 설치한 뒤 한순간을 포착하기 위한 기다림을 시작한다. 거대한 도심에 작은 불빛들이 별처럼 남기를, 익명의 아파트 커튼 뒤 비치는 인영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인내하다 셔터를 누른다. 그렇게 사진이 멈춰놓은 장면은 내가 모르는 이들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들며 움직이는 영상으로 변모한다. 모든 불이 다 꺼진 밤, 고요한 도시에서 저 사람은 왜 잠들지 못했을까, 무슨 일 때문에 이른 시간에 깨어났을까. 궁금해하다보면 자연스레 나의 기억을 소환하게 된다. 그 순간 사진 속 도시와 인물은 내가 사는 동네의 어둠 속에서 홀로 잠들지 못하고 있는 내가 되고, 밤하늘에 홀로 남겨진 별처럼 흠뻑 외로워진다. 어론 투게더는 런던에서 외국인으로 살았던 루파니스의 경험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그는 사진에서 외로움을 크게 증폭시켜 다루지만 결코 그 외로움을 부정하지 않는다. “도시가 커질수록, 사람들은 더 외롭다고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외로움을 느낄지라도,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각주 1) 그래서 루파니스는 창문 하나가 아닌 도심 전체의 풍경을 담아 거대한 사진으로 뽑는 것일 테다. 밤에 잠 못 들고 있는 이가 나혼자만이 아님을, 멀리서 바라보면 오히려 난 하늘을 밝히는 새벽별 중 하나이며, 그 별을 향해 셔터를 누르고 있는 이가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한동안 들고 다니지 않은 미러리스 카메라를 다시 꺼내고 싶어졌다. 아직 발견되지 않아 외로워하는 조경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날도 따뜻해졌으니 설레는 마음으로 카메라 먼지를 훌훌 털어내야지. **각주 정리 1. 어반 스페이스: 도시를 만드는 풍경들, 『보스토크』 40호, 2023, p.3.
  • [PRODUCT] 모험심을 키우는 서핑고래 조합놀이대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물놀이터
    시원한 여름뿐 아니라 사계절 내내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물놀이터가 있다면 어떨까. 비엔지BnG의 서핑고래 조합놀이대는 어린이들이 물놀이 등 다양한 형태의 놀이를 통해 모험심을 키울 수 있는 복합 놀이 시설이다. 더운 여름에 버킷과 분수 등을 활용해 물놀이를 하고, 나머지 계절에는 일반 놀이터처럼 놀이를 즐길 수 있다. 바다에서 서핑하는 고래를 연상시키는 놀이터를 만들었다. 외부 패널 등은 고래의 묵직한 무게감을 드러내며, 전체적으로 물결을 힘차게 가르며 나아가는 고래 형태를 직관적으로 표현해 아이들의 흥미를 유도한다. 또한 바다의 색을 상징하는 파란색을 주요 색상으로 사용했다. 물결을 표현한 하늘색과 회색이 더해져 시원한 느낌을 연출한다. 외부적 요인으로부터 안전한 놀이 시설을 만들고자 했다. 내부 공간 데크의 단차를 최소화한 넓은 동선과 그늘을 제공하는 돔 형태의 지붕 구조로 우천 등 날씨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게 했다. 또한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을 쉽게 지켜볼 수 있도록 개방감 있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친환경 자재와 도료를 사용하고,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 스틸을 구조물의 주요 재료로 활용해 부식으로 인한 사고나 유지·관리 비용을 줄였다. 또한 패널의 곡선 처리와 볼트 캡 마감 처리는 아이들이 안심하고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형성한다. TEL. 031-708-0693 WEB. www.toryi.com
  • [에디토리얼] 스토스 ×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최전선을 이끌어온 스토스(Stoss)의 최근 작업들로 봄을 여는 3월호 특집을 꾸린다. 세기의 전환기,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은 녹색 장식술을 반복하며 낭만적 복고주의로 회귀하고 있던 조경과 도시설계에 교정의 방향을 제시했다. 21세기의 개막과 함께 문을 연 스토스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실천 가능성을 선보인 일련의 실험을 전개했다. 그리고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가시적 실체에 대한 물음표를 지워냈다. 회사 공식 명칭에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을 붙인 —즉, Stoss Landscape Urbanism— 유일한 설계사무소이기도 했다. 21세기 초, 도시의 탈산업 부지를 회복하고 재생하는 다수의 국제 설계공모를 통해 경관의 잠재력이 재발견됐고, 경관을 매개로 도시의 재구성을 기획하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 부상했다. 제임스 코너와 함께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지평을 연 찰스 왈드하임은 『경관이 만드는 도시(Landscape as Urbanism)』(한숲, 2018)에서 이 새로운 담론에 전문 실무를 처음 결합한 조경가로스토스의 설립자 크리스 리드(Chris Reed)를 꼽는다. 왈드하임은 리드의 초창기―21세기의 첫 10년― 작업들을 생태, 인프라스트럭처, 어바니즘을 병치하고 합성해 경관의 힘을 확장한 시도라고 해석한다. 왈드하임은 포틀랜드 테이버산 저수지(Mt. Tabor Reservoir)(2003), 밀워키 이리 스트리트 광장(Erie Street Plaza)(2006), 토론토 로어 돈 랜드(Lower Don Lands)(2007) 등 설계공모 작품들에 나타난 스토스의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에서 세 가지 특징을 포착한다. 첫째는 스토스가 모든 대상지와 설계 주제에서 물의 잠재력을 극대화한다는 점이다. 스토스의 설계는 물과 관련된 기존 인프라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며, 새로운 수문학적 판(surface)은 다공성, 안정성, 다양한 생물군이 융합해 빚어내는 혼성의 장치로 작동한다. 두 번째 특징은 복잡한 비선형 기하학 구조를 이용해 만든 판이다. 이러한 판은 단순한 형태 요소를 반복시킨 복합적 시스템이며 다중의 공간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가변성을 지닌다. 세 번째 특징은 고유한 것과 외래의 것, 지역적인 것과 이국적인 것 사이의 긴장에 내재된 잠재력을 확장하는 설계다. 이번 특집에서 볼 수 있듯, 2024년의 스토스는 여전히 ‘경관의 힘’에 대한 강한 신념을 실천하고 있다. 경관이 도시, 환경, 지역 사회, 일상생활에 긍정적 변화를 추동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는 스토스의 비전은, 삶의 질과 생물 다양성을 향상시키는 역동적 경관의 설계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관의 형태보다 경관을 대하고 읽는 ‘태도’를 중심에 둔 스토스의 접근 방식은 이제 실험을 넘어 워터프런트, 그린 네트워크, 도시 숲, 공원, 광장 등 다양한 스케일의 장소에서 실현되고 있다. 스토스의 근작들을 통해 동시대 조경의 의제를 공유하고자 열 개의 주제를 세 가지 범주로 나눠 지면을 구성했다. 공간의 성격 대신 프로젝트의 스케일에 따라 구분한 세 범주는 광역적 접근, 지구 단위 계획 단계, 상세와 실행이다. ‘광역적 접근’ 범주에 배치한 주제는 연안 침수 회복탄력성 전략, 형평성과 접근성을 갖춘 수변 계획, 생태 복원과 침식 저감 계획, 다양한 커뮤니티의 재연결이다. 다음으로 계획 스케일의 ‘지구 단위 계획 단계’는 주민 참여 디자인, 디자인과 정책의 상호작용, 역사‧문화적 맥락과 디자인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상세와 실행’ 범주에서는 도시 숲과 장소 만들기, 장소를 만드는 기능적 요소, 디자인 상세의 중요성에 대한 스토스의 실천을 소개한다.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스토스는 침수 워터프런트, 소외 지역, 방치된 구도심, 버려진 탈산업 부지 등 복잡하고 어려운 조건에 놓인 부지에서 경관의 힘을 계속 실험해왔다. 이번 지면이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잠재력을 다시 환기하는, ‘경관이 만드는 도시’의 가능성을 다시 소환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특집 기획부터 구성, 원고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수고를 아끼지 않은 스토스의 김준연 디렉터에게 감사드린다.
  • [풍경감각] 꽃 피는 집
    다세대주택이 가득한 골목에 ‘꽃 피는 집’이라고 남몰래 이름을 붙인 곳이 있다. 빨간 담벼락과 검은 쇠창살로 꼭꼭 단속해둔 이웃 건물 사이로 유일하게 울타리를 없앤 집이다. 햇살이 쏟아지는 마당에는 큼직한 화분이 가득하고, 계단과 난간에도 좌르륵 화분을 줄 세워 놓았다. 계절마다 팬지, 백일홍, 코스모스 따위가 빛났고, 스티로폼 박스에 뿌리를 박은 고추와 호박이 열매를 맺고, 고무 통에는 꽤 큰 라일락과 서양측백도 있다. 식물을 키우려고 담장을 허문 걸까. 작고 낡고 오래된 공간을 살뜰히 가꾸는 마음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곳이 재개발조합추진위원회 사무실이라는 걸 알기 전까지. 집을 통째로 갈아엎는 꿈을 꾸면서도 마당에 씨앗을 심고 물을 줄 수 있다는 게 새삼스러웠다. 마당 한 쪽엔 승용차가 서 있는데 담장을 없애 단순히 편하게 주차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면 이전 집 주인이 남긴 흔적이었던 걸까. 며칠 전고도 제한 완화 축하 현수막이 골목 어귀에서 나풀거렸고, 꽃 피는 집에는 수선화 꽃봉오리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 STOSS
    스토스(Stoss)는 조경가 크리스 리드(Chris Reed)를 주축으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모토를 걸고 실험적 디자인을 선보여온 사무소다. 기본적으로 공공의 영역과 관련된 일을 하며, 공원, 캠퍼스, 오픈스페이스, 지역 및 도시 조성 전략, 다양한 스케일의 경관 기반 시설, 개발 및 재개발 등 여러 프로젝트에 관여해왔다. 그들은 “20년 전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스트로서 스토스는 선구자였다. 경관 시스템과 생태적 과정을 중심으로 도시와 공공 장소를 설계하면 더 살기 좋고 건강해질 것이라 믿었고, 이 철학이 도시 성장에 미친 영향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 경관과 공공 장소는 공중 보건, 회복탄력성, 생태학적 요구에 의해 추동되고 반응하며 전 세계 도시재생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번 특집은 스토스의 근작을 통해 조경이 다루어야 할 의제를 공유한다. 열 개의 주제를 ‘광역적 접근’, ‘지구 단위 계획 단계’, ‘상세와 실행’ 세 파트로 나눠 소개한다. 특집을 여는 에세이에서 다양한 작업을 ‘공간의 성격’ 대신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나눠 구성한 연유를 살필 수 있다. 워터프런트, 그린 네트워크, 공원, 도시 숲, 광장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프로젝트는 형태에 집중한 디자인 방식 대신 대상지의 맥락을 읽는 법, 장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는 법, 기반 시설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게 하는 법 등 설계에 접근하는 방식과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스토스는 어떻게 하면 경관이 도시의 일부가 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경관을 활용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경관이 구세주는 아니지만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감소, 형평성, 노숙, 이주, 공중 보건, 기후 변화에 취약한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 긴급한 도시 문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러한 경관의 힘을 기반으로 스토스가 앞으로 해나가려는 설계가 무엇인지를 담은 에세이로 특집을 마무리한다. 이번 특집이 다룬 다양한 주제 중 하나는 기후 위기와 회복탄력성이다. 본지는 이미 한 차례 회복탄력성에 대한 크리스 리드의 의견을 청취한 바 있다. 2018년 7월호, 김세훈이 진행한 인터뷰 “현대 도시를 재구성하는 법”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진행 김준연, Isabel Verhaeghe, Yang Mateo, 김모아, 금민수,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Stoss ------------- essay - 경관, 긍정적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힘 - 일상을 바꾸는 긍정적 변화 광역적 접근 - 연안 침수 회복탄력성 전략, 다운타운 및 이스트 보스턴, 찰스타운을 위한 연안 회복탄력성 전략과 모클리 공원 - 형평성과 접근성을 갖춘 수변 계획, 비전 갤버스턴과 갤버스턴 부두 비전 계획 - 생태 복원과 침식 저감 계획, 낸터킷 연안 회복탄력성 계획과 마리아미첼과학센터 - 다양한 커뮤니티의 재연결, 브릭라인 그린웨이 기본계획 지구 단위 계획 단계 - 주민 참여 디자인, 모클리 공원 - 디자인과 정책의 상호작용, LA 트리 에쿼티와 터치 더 워터 프롬나드 - 역사·문화적 맥락과 디자인, 딜리 광장과 순교자 공원, 시닉 허드슨 상세와 실행 - 도시 숲과 장소 만들기, 트라이앵글 공원과 트리 사이클스 - 장소를 만드는 기능적 요소, 시티 데크와 서퍽 다운스 야외 원형 극장 - 디자인 상세의 중요성, 하버드 광장과 거스태커 숲
  • [STOSS] 프로필
    "지구, 도시, 사람들의 일상에긍정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명감으로 나아간다.경관은 우리의 도구다." 스토스(Stoss)는 2001년 크리스 리드(Chris Reed)가 설립한 설계사무소다. 보스턴과 로스앤젤레스 스튜디오에서 18명의 직원이 도시와 사회적 공간 조성 과정에서 조경의 생산적 역할을 추구하고 있다. 스토스는 회복탄력성, 사회적 형평성, 환경과 보건, 지역 사회를 개선하는 경관과 사회적 공간을 설계한다. 충분한 정보에 기반을 둔 의도적 설계를 통해 버려지고 방치되거나 노후한 장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이로써 지역, 기관, 도시 전체가 더 안전하고 건강하며 아름다운 곳으로평가되도록 하고 그로부터 영감을 얻으며 지역 사회에 대한 새로운 자부심과 희망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스튜디오 설립 이래, 범람하는 워터프런트부터 소외된 지역, 버려진 원도심, 방치된 산업 부지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고 어려운 조건의 대상지에서 작업해왔다. 복잡한 해안의 회복탄력성 마스터플랜이든 도시 자투리 공원이든 충분한 연구를 기반으로 설계하며, 기술·인프라·생태를 위한 새롭고 하이브리드한 방식을 통해 사람들의 경험을 바꾸고자 한다. 대상지의 역사적 맥락과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 적극적 시민 참여를 통해 고유한 반향을 일으키는 공공 장소를 만들어 새로운 활용과 세심한 관리를 장려한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디자인은 사회적, 환경적 형평성의 격차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또한 사회적 연결을 촉진하고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놓치지 않으면서 도전적 장소에서 가치와 미를 창출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스토스는 쿠퍼 휴잇 내셔널 디자인 어워드(Cooper Hewitt National Design Award), 토포스 인터내셔널 랜드스케이프 어워드(Topos International Landscape Award) 등을 수상했다. 오늘날 도시에서 설계하는 일의 책임에 대한 철학을 담은 세 권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 Stoss
<<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