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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설계하는 법] 리모델링
  • 환경과조경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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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진행 중인 기념공원 프로젝트. 두 개의 대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이 프로젝트 역시 재생, 재현, 복원과 같은 관점보다 리모델링의 관점으로 볼 때땅의 쓰임새를 해석하기 더 편리했다. ⓒ김호윤

 

설계 대상을 대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행위는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과 부딪친다. 나 또한 새로운 것을 찾고자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 다른 분야의 설계 대상과 조경 설계의 대상인 ‘대지’는 너무나 다르지 않은가. 조경의 설계 대상은 오래전부터 있던, 있었으나 조금은 변화된 모습으로 존재하는 환경의 산물이다. 그렇기에 어떤 단편적인 목적만으로 설계를 진행했을 때 결과물에 대한 해석의 스펙트럼이 아주 넓을 수 있다. 물론 택지 개발이나 공동 주택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많은 부분이 구획되고 제한되어 본래의 풍경을 찾는 일이 무의미할 수 있으나, 그런 대지도 본래의 모습을 간직한 환경의 산물인 경우가 많다. 무조건 보존하자는 것은 아니다. 재현과 재생이라는 설계 용어를 가져다 쓰는 것과도 조금 다르다.

 

조경의 설계 대상으로 주어진 환경의 산물은 그 자체를 콘텍스트로 보아야 한다. 그 위에 새로운 기능적 해법을 제시하고 합리적 시스템을 안착시켜야 한다. 존재하지 않았던 게 아니다. 죽어 있는 것도 아니 다. 다 허물고 다시 만들기에는 그간의 시간이 만들어 놓은 게 너무나 많다. 고도 성장기에 진행된 프로젝트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재생이라는 사회·정치적 이슈가 모든 설계 분야에 가이드라인 없는 방향성을 강제하고 있다. 조경 설계에서 재생이라는 관점은 무엇인가? 무엇을 재생하라는 것인가? 재생과 관련된 학문적 이론에 무게를 둔질문은 아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에 바탕을 둔, 재생이라는 용어 자체에 대한 반감이다. 재생, 재현, 복원, 보존 같은 다양한 설계 용어가 있지만, 내가 대지를 설계 대상으로 다루는 태도를 설명하기에 이 용어 들은 뭔가 단편적으로 치우친 느낌이다. 오히려 리모델링(remodeling) 이 내 태도를 잘 표현해 주는 것 같다. 리모델링의 관점이 내가 설계 대상을 대하고 설계하는 방법에 더 부합한다. 나는 모든 작업을 진행할 때 대지 고유의 독자성과 공간 규모에 접합되는 콘텍스트를 중요시 여기며, 설계 대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려 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2호(2018년 6월호) 수록본 일부


김호윤은 기술사사무소 아텍과 삼성에버랜드 디자인 그룹에서 조경가 로서 영업, 설계, 공사의 관계를 조율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현재는 조경설계 호원(Landscape Design Office HOWON)을 설립·운영하고 있으며, 바른 설계 집단을 구성하고자 기본을 중시한 설계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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