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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탄생, 1968~2018] 한국 도시화의 거시적 현황, 쏠림 현상
  • 환경과조경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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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마을과 헬리오시티 배치도 양동마을의 배치도는 자유롭고 유기적으로 보이지만, 실제 집들의 위치와 공간 구성은 등고선과 긴밀하게 조응하고 있다. 반면 헬리오시티의 배치도는 전자 회로나 반도체처럼 보이며, 무한히 반복, 확장되어 나가는 도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 같은 반복과 확장으로 인해, 술이라도 마시면 내 집을 찾을 수 있을까, 초등학교 1학년 딸은 방과 후에 길을 잃지 않을까 하는 걱정마저 들게 한다. 한편 양동마을에는 주거 공간인 삶터와 생산 공간인 일터 역시 함께 존재하지만, 헬리오시티에는 삶터만이 존재하며 일터는 기본적으로 없다고 볼 수 있다. 농촌이나 도시에 거주하는 데는 단순히 지리적이거나 공간적인 차이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방식의 본질적 차이도 내재한다(전봉희, 『조선시대 씨족마을의 내재적 질서와 건축적 특성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 박사 논문, 1992, p.219 참조).


도시화는 인간 세계의 특이한 현상이다

한국 도시화의 거시적 현황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선 우리의 기억 속 어딘가에 남아 있을 중고등학교의 과학 시간으로 되돌아가 보자. 혹시 확산이라는 개념이 떠오르는가? 확산은 방 한구석에서 향수병을 열어 놓으면, 얼마 후에 방안 전체에서 향수 냄새가 나는 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해, 확산은 어떤 물질이 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여, 그 농도가 균일하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1이와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다른 용어로 엔트로피(entropy)(무질서도)라는 개념도 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에너지는 고립계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 열은 뜨거운 물체에서 차가운 물체로 흐르며, 나아가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에는 비가역적인 방향성이 있다는 것이다.2

 

이와 같은 관점에서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을 바라보면 어떠한가? 지난 연재( 환경과조경20191월호, “한국의 도시화 50, 그 공간 문화 비평에 들어가며”, pp.86~95 참조)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오늘날 전 세계 인구의 65%, 대한민국 인구의 80~90%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다. 도시는 물리적으로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사람과 건물이 많이 모여 있는 공간을 말한다. 이것은 결국 밀도의 개념과 관련되며, 앞서 이야기한 농도 그리고 엔트로피와도 연관된다. 하지만 자연계의 현상과는 반대로 우리 인간 세계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인구 밀도와 건물 밀도 등이 점점 높아지는 도시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마치 방 전체에 퍼져 있는 향수 분자가 방 한구석에 있는 향수병 안으로 급격하게 모여드는 것과 유사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하기에 도시화는 본질적으로 상당히 인위적일 뿐만 아니라, 많은 에너지가 동반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연재에서는 한국 도시화의 거시적 현황을 보다 큰 시공간적 맥락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600년의 변화? 100년의 변화! 50년의 변화

한국 도시화의 거시적 현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도시화의 개념적 정의와 함께 한국 도시화 현상을 시간과 공간이라는 두 차원에서 규명할 필요가 있다. 우선 도시화의 개념은 물리적, 지리적, 사회적 관점 등으로 다양하게 정의 내릴 수 있지만, 도시화에 대한 가장 기본적 정의는 인구 통계적 관점을 따른다. 전 세계 인구 관련 통계의 핵심 기관이자 권위적 기구인 UN 통계국(United Nations Statistics Division)은 도시화를 “1. 도시 지역에 사는 인구 비율이 증가하는 현상, 2. 많은 사람이 비교적 좁은 지역에 도시를 형성하면서 집중하는 과정으로 정의 내리고 있다.3다시 말해, 도시화는 본질적으로 인구, 시간, 공간의 문제이며 도시화 현상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빠른 시간에’, ‘얼마나 좁은 공간으로집중하고 있는가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도시화 현상은 도시 형태 및 공간 변화와 관련된 물리적 현상,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가 이동하는 지리적 현상, 인구 집중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생활 방식의 변화가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 등으로 확장되어 다루어진다. 이 같은 다양한 관점으로 인해 도시화의 역사에는 물리적 공간을 중심으로 기술하는 건조 환경의 역사(건축사, 조경사, 도시사 등)와는 다른 인구 통계적, 지리적, 사회적 측면 등이 존재하며, 특히 집합적 인간으로서 인구, 통합적 공간으로서 마을이나 도시, 나아가 지역 또는 국토 등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지게 된다...(중략)...


환경과조경 370(2019년 2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확산”, Basic 고교생을 위한 생물 용어사전, 2019110일접속(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41889&cid=47338&categoryId=47338).

2. “열역학 제2법칙”, 두산백과, 2019110일 접속(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26837&cid=40942&categoryId=32233).

3. United Nations, Glossary of Environment Statistics, Studies in Methods, Series F No. 67, United Nations: New York, 1997, pp.74~75.

 

김충호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도시설계 전공 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워싱턴 대학교 도시설계·계획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우설계와 해안건축에서 실무 건축가로 일했으며,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워싱턴 대학교, 중국의 쓰촨 대학교, 한국의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했다.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건축, 도시, 디자인의 새로운 해석과 현실적 대안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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