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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땅을 상상하다
‘DMZ’ 전, 3. 21. ~ 5. 6.
  • 환경과조경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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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찬숙, ‘양지리’, 2018. ⓒ김태동

 

남과 북이 휴전 협정을 맺으며 한반도 허리를 길게 가로지르는 철책이 놓였다. 두 개의 철책이 만든 너비 4km의 선형 공간은 비무장 지대DMZ(demilitarized zone). 말 그대로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군사 시설이나 군대를 주둔할 수 없는 구역이지만, 이름과 달리 DMZ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도는 모순적 공간으로 자리 잡아왔다. 그간 남북이 경쟁하듯 DMZ 내에 감시 초소 GP를 세워 왔기 때문이다. GP40~80여 명의 병력이 주둔한다고 하니, DMZ를 한반도에서 가장 무장된 지역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지난해 DMZ에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9 · 19 군사 합의의 일환으로 남북 GP 20여 개가 철수된 것. 강원도 고성 DMZ 평화 둘레길의 민간인 통행이 승인되고, DMZ국제다큐영화제 수상작 앵콜 상영회가 열리는 등 DMZ와 관련된 여러 소식도 들려온다. 이러한 변화를 시작으로 DMZ는 진정한 평화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앞으로 DMZ는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가게 될까? 321일부터 56일까지 문화역서울 284에서 선보이는 ‘DMZ’ 전은 DMZ와 접경 지역을 정치·사회 적, 문화·예술적, 일상적 측면에서 살피며 이러한 궁금증에 답한다.


전시의 틀은 민간인 통제선에서 시작해 DMZGP로 이어지는 공간의 축, DMZ가 형성된 시점부터 GP가 사라지는 미래까지의 시간의 축에 의해 형성됐다. 전시장 곳곳으로 뻗어 나가는 두 개의 축은 서로 교차하고 헤어지며 다섯 개 섹션을 만들어냈다

 

3등 대합실에 마련된 ‘DMZ, 미래에 대한 제안들(섹션 A)은 예술가와 건축가, 디자이너, 철학자 등이 제안한 DMZ의 미래를 보여준다. 최재은은 대합실 입구에 증오는 눈처럼 사라진다를 발판처럼 설치해 관람객들이 무의식적으로 밟고 지나게 했다. 이 작품은 DMZ의 철조망을 녹여 만들어졌는데, 철조망은 서로에게 무기를 겨누게 된 두 진영 사이의 증오를 상징한다. 즉 남북을 갈라놓았던 구조물이 분리된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새들의 수도원은 새와 사람이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승효상의 고찰이 담긴 작품이다. 그는 DMZ가 인공 시설이 들어서기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라는 점을 고려해,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대나무와 마 끈을 재료로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허물어질 수 있는 느슨한 구조물을 제안했다. 너른 자연 위에 고요히 서서 주변을 지나는 새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모습은 승효상의 건축 철학 빈자의 미학을 떠올리게 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3(20195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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