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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가의 일과 일상 사이
박승진 디자인 스튜디오 로사이 소장
  • 환경과조경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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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진 디자인 스튜디오 로사이 소장(사진=김모아)

 

2007년, 신사동에 조경설계사무소 ‘디자인 스튜디오 로사이(design studio loci)’(이하 로사이)가 문을 열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뭇 사람이 그렇듯 박승진 소장도 “가슴 뛰는 흥분과 엄습하는 두려움”에 가슴이 울렁였다. 그런 그의 눈에 사무소가 자리 잡은 건물의 텅 빈 옥상이 들어왔다. 이 옥상에 직원들과 함께 무언가를 해보면 어떨까. 마침 따뜻한 3월의 봄이었다. 그렇게 콘크리트 옥상에 텃밭이 만들어졌다. 아무것도 없는 시멘트 바닥에 직원들과 함께 플랜터를 놓고, 흙을 채우고, 물을 주어 수확한 ‘첫’ 작물이 고추였다. 어떤 건 덜 익고, 어떤 건 볕에 타서 마른, 완벽하지 않아 아름다운 고추의 사진은 고스란히 『DOCUMENTATION(도큐멘테이션)』의 표지가 되었다.

 

『도큐멘테이션』은 로사이의 10년간 작업 기록을 담은 책이다. 작업 기록이라 하면 흔히 작품집을 떠올리기 쉽지만, 『도큐멘테이션』에서는 설계 철학이나 에세이, 작품 설명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간단한 아이디어 스케치, 좀 더 공력을 들인 드로잉, 캐드 도면, 스터디 모형, 어떤 날의 작업 테이블, 공사 현장, 출장과 휴식을 겸한 소소한 여행의 기록 등 500여 장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책 말미의 ‘찾아보기’에 적힌 날짜나 장소 외에는 사진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다. 박 소장은 이처럼 사진을 따로 구분하여 정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삶이란 흐르는 시간 속에서 일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교차되고 그렇게 반복되는 것”이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과연 박 소장의, 또 조경가의 일과 일상은 어떻게 뒤섞이게 되는 것일까. 보통 사람의 일이 마무리되어 가는 오후 다섯 시, 그의 사무실을 방문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0호(2018년 4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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