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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조경이상
따로 또 같이, 느슨한 연대를 실천하다
  • 환경과조경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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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모임이 만들어진 계기는 2016년 여름 조경디자인캠프 뒤풀이 자리였다. 스튜디오 튜터들이 모여 설계를 하면서 느꼈던 문제를 토로하다 우리끼리의 불만 제기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일을 기획해 보자고 했던 게 발단이었다. 그해 겨울 우연한 기회에 다시 모였고, 관심이 있을 만한 주변의 젊은 조경가들에게도 연락하여 첫 모임이 이루어졌다. 그 자리에서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하나의 지향을 찾지는 못했다. 그러나 공감대는 있었다. 지금이 위기의 상황이라는 불안감과 지금보다 더 나은 조경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라는 양가적 감정이 공감대의 근저에 있었다. 조경의 위기의식과 불안감은 굳이 젊은 조경가들만의 것은 아니며 새로운 것도 아니다. 조경은 늘 위기였고 가장 호황일 때조차도 불안해했다. 불안감은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으로 변이되었다. 그리고 불만과 자부심이 결합되었을 때 상황이 바뀌기를 기다리기보다 우리의 힘으로 상황을 바꿀 수 있고 바꾸어야 한다는 일종의 소명 의식이 생겨났다. 소명 의식은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에 대한 욕구와 맞닿아 있었다. 다만 그 욕구는 배타적인 이익 집단을 만들기 위한 실천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위한 것이어야 했다. 

 

이 그룹은 일종의 인적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그 자체의 목표와 의지를 설정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목표와 의지가 발현되고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플랫폼의 역할이다. 그래서 여기에는 공동의 의지는 존재하나 하나로 규정되지는 않는다. 그룹을 통해서 우리는 의견의 일치를 이루려고 하기보다는 다양성의 공존을 구축하고자 한다. 내부적으로 서로의 공감대를 찾고 함께 할 일을 만들어나가면서도 서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잃지 않고자 한다. 다양한 생각과 지식을 공유하지만, 이를 통해 서로의 다름을 더욱 명확히 하려고 한다. 우리가 진단한 조경의 위기의 근본 원인은 다름의 부재에 있고, 더 나은 조경에 대한 해답 역시 차별화된 다양성의 구축에 있다고 믿고 있다. ‘조경이상’이라는 이름에도 다양성에 대한 믿음이 담겨 있다. 국어사전에서 이상의 뜻을 찾아보면 열여섯 가지의 의미가 있다. 어떠한 이상의 의미를 선택하느냐보다는 그 어떤 의미를 선택해도 된다는 점이 조경이상이라는 이름에 담긴 기본적인 가치이자 태도다. 이상적 조경을 만들어나가려 하는 이들, 조경을 넘어선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 조경 같지 않은 이상한 조경이 좋다고 하는 이들, 저마다 다른 이상을 지닌 이들이 같은 꿈을 꾸게 하는 빈 그릇 같은 것, 그것이 조경이상이다....(중략)...

 

* 환경과조경 361호(2018년 5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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