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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2018년의 『환경과조경』
  • 환경과조경 2018년 12월

잡지의 시계는 한 달 빨리 흐른다. 12월호를 만드는 11월이 되면 한 해를 되돌아보는 차분함과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이 묘한 흥분감을 발산하며 동거한다. 편집실 창밖의 차디찬 겨울 풍경을 배경으로 과월호 열한 권을 쌓아두고 혼자만의 기념사진을 찍었다. 다시 펼쳐보는 잡지 곳곳에서 지난 계절과 시간의 이야기가 다시 고개를 든다. 그러고 보니 이제 리뉴얼 5년이고, 어쩌다 보니 60번째 에디토리얼이다.

 

20181월호는 신생 오피스임에도 저력 있는 작업을 발표해 오고 있는 HLD(소장 이호영·이해인)의 근작 기아 비트 360 가든인 더 포레스트로 문을 열었다. 함께 실은 허대영 소장(조경설계 힘)의 비평은 HLD풍부한 형태 재현의 가능성, 독창적 개념의 도입, 설계/시공 자체의 내러티브 축적, 클라이언트-설계/감리자-시공자를 매개하는 폭넓은 타협의 기술에 주목하며 조경 설계의 최전선에 서 있는그들의 역할을 조명했다.

 

2월호 특집 옥상다반사는 도시의 낭만을 느끼고 자연을 만나는 한 장소로 주목받고 있는 옥상을 탐사했다. 도시의 삶을 직조하는 물리적 토대로서의 옥상, 그리고 옥상을 무대로 펼쳐지는 생활의 풍경에 주목하고 그 가능성을 살펴본 특집 원고 뒤에는 최근의 다양한 옥상 프로젝트를 함께 실었다. 한 권의 잡지를 한 권의 단행본 책처럼 편집하고자 하는 장기 계획을 실험해 본 셈이다. 이 특집에는 명조 계열의 큰 활자를 썼는데, 5년 전 리뉴얼 이후 처음 변화를 시도한 편집 디자인이었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조경가이자 유럽 조경계의 지성으로 이름난 토르비에른 안데르손(Thorbjorn Andersson)의 근작 세 점과 에세이가 3월호의 중심 역할을 했다. 북유럽 디자인 특유의 검박하고 섬세한 디테일, 단순과 절제의 미학, 실용적 기능성을 도시 공간에 구현하는 방식을 만날 수 있었다. 혁신적 그린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도시의 실내외 경관을 바꾸고 있는 아모리 갈롱(Amaury Gallon)의 작품들도 같은 호에 소개되었는데, 이 게재가 인연이 되어 그는 10월에 열린 서울정원박람회에서 설치 작업을 선보이게 되었다.

 

4월호는 전권에 걸쳐 지면을 호주의 조경설계사무소 TCL(Taylor Cullity Lethlean)의 작업, 에세이, 인터뷰에 할애했다. 독일의 토포텍1(Topotek1)(20152월호),프랑스의 아장스 테르(Agence Ter)(201611월호)이후 세 번째 조경가/설계사무소 특집이었다. 대규모 정원과 수목원부터, 습지, 도시 광장, 부두와 항만, 탈산업 경관, 워터프런트, 공항에 이르는 TCL의 다양한 설계 작업에서 조경, 건축, 도시설계를 가로지르는 다층의 지혜와 다각의 디자인 문법을 목격할 수 있었고, 많은 독자의 피드백이 뒤따랐다. 어느 조경가는 너무 질투심이 나서 책장을 끝까지 넘길 수 없었다는 후문을 전하기도 했다.

 

5월호 특집 따로 또 같이, 느슨한 연대를 실천하다는 가장 의미 있는 후속 담론을 생산한 올해의 기획이었다고 편집부는 자평하고 있다. 기존의 회사나 기성의 학/협회와 결을 달리하고 지연이나 학연에 바탕을 둔 집단주의를 경계하며 뭉쳐야 산다는 구호를 불편해하면서 따로 또 같이연대하는 형태를 모색하는 대안 그룹들을 초대한 이 특집에, 꽃길사이, 빅바이스몰, 얼라이브어스, 자연감각, 정원사친구들, 조경이상, 팀 동산바치, 하루·순이 동승해 주었다. 5월호를 끝으로 김정은 편집팀장이 SPACE의 편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따로 또 같이201310월호(306)부터 20185월호(361)까지 총 56권의 잡지를 만들며 환경과조경의 혁신을 이끌고 문화적 지평을 넓혀 온 그의 마지막 작품인 셈이다.

 

6월호부터 김정은 편집팀장의 역할을 김모아 기자가 맡게 되었고, 윤정훈 기자가 편집부에 새로 승선했다. 김 기자는 첫 코다CODA “이사 왔습니다를 통해 이제 보고, 먹고, 듣는 모든 것에서 글감을 찾아야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7월호에는 오랫동안 결과를 기다려 온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Resilient by Design)’ 공모전의 결과를 담았다. 4년 전의 리빌드 바이 디자인과 올해의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을 거치며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이제 생태학 연구의 주제를 넘어 동시대 조경이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본격적인 설계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새 공간으로 편집실을 옮긴 후의 첫 작업인 8월호에서는 올해 수많은 건축상과 조경상을 휩쓴 화제작 아모레퍼시픽 본사 신사옥을 심층적으로 다뤘다. 초고층 거대 건축의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고 속이 텅 빈 건축을 지향한, 개방형 공유 공간을 존중한 소통과 연대의 건축 철학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5, 11, 17층에 과감하게 배치한 세개의 공중 정원은 이 건물의 백미다. 조경가 박승진의 단순하면서도 섬세하고 정갈하면서도 강한 디자인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상상의 한계 그 이상으로 다가오는 서울의 도시 풍경을 맞이한다.


다채로운 행사로 분주했던 가을. 9월호, 10월호, 11월호에는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2018’, ‘한강예술공원프로젝트, ‘2018 서울정원박람회’, ‘15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등이 적지 않은 지면에 배치됐다. 다소 분주해 보이는 이 지면들이 의미 있는 프로젝트들을 혹시 가리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올해 환경과조경지면에서 다시 읽어볼 만한 작품 리스트를 작성한다면, 10월호의 폴드 차일드후드’(Gilles Brusset 설계)에르 강 재자연화’(Atelier Descombes Rampini 설계), 11월호의 서림연가’(안마당더랩 설계)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설계공모가 공고되기 전에 광장 재조성의 부당함을 토론하는 기획을 완성하지 못한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집 기획의 생명은 타이밍이라는 교훈을 잊지 않기로 한다.

 

조경 문화 발전소 환경과조경을 매달 반겨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내년에도 도시·환경·문화 담론과 조경 설계를 가로지르는 건강한 소통의 장으로 여러분 곁에 다가갈 것을 약속드린다. 이렇게 2018년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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