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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과 현실의 교차점에서 설계를 묻다
제16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귀국전: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 2019. 3. 27. ~ 5. 26.
  • 환경과조경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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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의 아카이브’ 섹션에는 실현되지 못했으나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의 건축가들이 꿈꾸었던 프로젝트의 기록이 담겼다. ⓒ김경태 (사진제공= 아르코미술관)

 

 

16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귀국전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Spectres of the State Avant-garde)’1이 지난 327일부터 526일까지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이번 귀국전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이 선보인 기본 전시 구성에 참여 작가의 신작을 더하고, 미술관의 공간 구조를 반영해 재구성한 연출을 통해 보다 풍부한 내용과 관점을 담고자 했다.

 

서울은 수차례에 걸쳐 다시 만들어진 도시다. 한국전쟁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 한강의 기적이라 불렸던 모습조차 재건축, 재개발에 덮여 이제 낡은 영상과 사진으로만 남았다. 하지만 보존형 도시재생의 아이콘이된 세운상가도 처음에는 국가의 현대성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아방가르드적 도상이자 문화적 혁신을 추구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1960년대에 막 문화를 논하기 시작한 한국 사회에서 도시의 아방가르드를 실현하고자 했던 집단인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이하 기공)는 세운상가, 구로 한국무역박람회장, 여의도 마스터플랜(1969)등을 통해 국가 중심의 도시 개발에서 설계의 가능성을 탐구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의 현대성 구성에서 기공의 역할을 되짚고 미래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데 대한 설계의 역할을 묻는다.

 

1960년대 한국의 국가관과 기공

국가로 대변되는 권력과 설계 분야의 대립과 타협을 다루는 만큼, 전시 소개문은 서두부터 기획 의도와 전시 관점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1960년대 말은 국가의 계획 이데올로기와 건축가의 비전이 뒤엉켜 있던 시대였다. 역설적으로 억압적인 발전 국가건축가들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냉전 시대 특유의 국가적 이미지 고취에 대한 필요성과 아방가르드에 대한 건축적 이상이 조우한 시대적 상황, 이로 인한 아방가르드 건축의 비상은 비단 국내의 유물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분단 상황과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반영한 건축적 경쟁 구도, 그 결과물인 한스 샤로운(Hans Scharoun)의 샛노란색 베를린 필하모니(Philharmonie)건물이나 1987년 베를린 국제건축전IBA을 떠올려보자. 1960년대 한국에 존재한 국가적 아방가르드라는 모순은 세계적 상황이 압축된 형태였다. 기공은 한국적 상황 또는 한국 근대성의 조건을 비판적으로 독해하는 하나의 틀이다. 전시는 기공의 2대 사장이었던 김수근의 지휘 아래 진행된 네 개의 프로젝트세운상가, 구로 한국무역박람회장, 여의도 마스터플랜, 엑스포70 한국관를 중심으로 1960년대 한국의 설계의 환상과 현실을 엮으며 오늘과 미래에 대한 고찰을 이끌어 낸다. 1층의 서현석의 환상도시’, 김경태(EH)참조점’, 정지돈의 빛은 어디에서나 온다1960년대 기공 프로젝트에 내재한 모순과 역설을 다룬다. 2층에 위치한 김성우의 급진적 변화의 도시’, 설계회사의 빌딩 스테이트’, 바래BARE꿈세포’, 최춘웅의 미래의 부검’, 로랑 페레이라(Laurent Pereira)밤섬, 변화의 씨앗은 한국의 근대 아방가르드가 외면한 공간 또는 의도치 않게 만들어진 공간을 조명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3(20195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 1.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는 근대 한국의 도시계획을 주도했으나 그 실체가 남아 있지 않고, 아카이브도 거의 구축되어 있지 않다. 이에 착안해 전시는 국가적 목표와 개인의 이상향 사이에서 표류한 당대의 건축가와 그들의 유산을 유령으로 설정했다.

 

신명진은 뉴욕 대학교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후 경관에 이끌려 조경학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 서울대학교 통합설계·미학연구실에서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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