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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스케이프] 어떤 나라
북한 영화를 본다는 것
  • 환경과조경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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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에서 주최한 영화로 보는 북한 도시와 경관’ 심포지엄을 기획하며 북한 영화를 두루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북한이 해외 영화사와 공동 제작한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2012)가 2018년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어 대중적 관심도 높아진 터였다유튜브 검색만 하더라도 북한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고북한을 방문한 사람들이 올린 영상을 통해 변모한 평양의 최근 풍경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한국영상자료원이 소장하고 있는 북한 콘텐츠도 예상보다 많았다보유 리스트를 검색해서 사전에 신청하면 자료를 볼 수 있었다하지만 그중 심포지엄에 적합한 영화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매끈한 상업 영화에 길들여진 눈높이로는 전형적 인물 유형작위적 서사,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옥희의 대사 같은 톤을 인내하기 쉽지 않았다무엇보다 모든 영화에는 공통적으로 체제 선전 메시지가 깔리고 위대한 ..” 투의 표현이 빈번히 등장했다여성 건축가가 재취업하며 자아를 찾는 과정을 담은 행복의 수레바퀴(2000)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일상을 그린 우리집 이야기(2016)평양의 도시계획을 수립한 김정희에 대한 한 건축가에 대한 이야기(1987) 모두 공공장소에서 풀 버전으로 상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판단했다결국 북한의 문화 유적과 도시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와 해외에서 제작한 북한 영화를 대안으로 선정했다.


선택한 영화 중 하나인 어떤 나라(2004)는 2003년 평양에 사는 두 소녀가 매스 게임(mass game)(집단 체조)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모란봉 제1중학교에 다니는 열세 살 현순과 열한 살 송연이 주인공이다현순은 노동 계급인 할아버지와 아버지전업 주부인 할머니와 어머니와 함께 사는 외동딸이다송연은 김일성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는 지식 계급 아버지와 전업주부 어머니 사이의 세 자매 중 막내딸로 반려견과 함께 산다승연의 집 베란다에서 대동강이 좀 더 가깝게 보이고 아파트 평수가 조금 더 넓다는 점을 제외하면 두 집의 계급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현순이네 가족은 소파와 텔레비전이 있는 방에서 대부분의 여가 시간을 보낸다이 방에 상을 펴고 밥을 먹는다조부모가 지내는 방인데 일종의 가족실 기능도 한다등교와 식사 준비로 분주한 아침일과를 마치고 텔레비전 앞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저녁강변에서 여가를 보내는 휴일 풍경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족의 일상이다끄고 켤 수 없고 볼륨 조절만 가능한 라디오를 통해 매일 아침 7시에 기상 사이렌이 울린다거나단 하나의 국영 채널을 통해 하루 다섯 시간 동안 선전 뉴스와 드라마를 방영하는 방송 시스템이나정전이 될 때마다 익숙하게 초를 켜는 모습이 이곳이 평양임을 상기시킨다. ...(중략)...

 

환경과조경 373(2019년 5월호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북한의 조경가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하다. 어떤 개념과 이론을 바탕으로 설계를 할까. 시공하는 데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 그들은 어떤 교육을 받았고, 권한과 지위는 어느 정도일까. 영화의 배경에 등장하는 강변의 풍경과 광장 디자인, 녹지 패턴과 식재 수종이 눈에 들어오는 직업병을 어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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