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예술이 도시와 관계하는 열한 가지 방식] 도시의 잠복자들
  • 환경과조경 2017년 9월
진나래 썸네일.jpg
복숭아꽃, ‘코스모스 다방’, 경기창작센터, 2017. 코스모스 다방(CODA)은 다방에서 현대적 의미를 포착하고, 일상에서 발견하는 예술적 방법론을 차용해 예술의 가능성을 실험하고자 마련된 현대판 예술 다방이다(사진 제공: 코스모스 다방).

 

“난 우리가 좀 더 청춘에 집중했으면 좋겠어.”

 

최근 이 한 문구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원작자 김정민 씨가 과거 자신이 속한 인디밴드 앨범 표지에 썼던 이 문구가 점점 퍼지면서 유사 문구로 패러디되기 시작했고, 이어 현대백화점 유플렉스가 이를 홍보 문구로 사용한 것이다. 상업적 목적으로 해당 문구를 사용하면서도 어느 누구도 원작자에게 사용 문의를 하거나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았다. 소규모 자영업자의 경우 그러려니 했지만, 대기업조차 출처도 밝히지 않고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해당 문구를 홍보와 매장 인테리어에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원작자는 문제를 제기하기로 결심했다.

 

이는 자주 회자되는 어떤 무형의 것을 속담이나 출처가 불분명한 유행어와 같은 공공재로 인지하고, 그것을 창작자의 입장에 대한 고려 없이 얼마든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가져다 쓸 수 있다고 생각한 데에서 비롯한 일이다. 어쩌면 누구든지 누군가의 창작물을 끊임없이 쉽게 퍼다 나를 수 있는 인터넷 문화가 한몫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최근에는 인터넷 게시물조차 원작자의 의지에 따라 배포 가부 여부가 결정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중략)...

 

진나래는 미술과 사회학의 겉을 핥으며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게으르게 활동하고 있다. 진실과 허구, 기억과 상상, 존재와 (비)존재 사이를 흐리고 편집과 쓰기를 통해 실재와 허상 사이 ‘이야기-네트워크-존재’를 형성하는 일을 하고자 하며, 사회와 예술, 도시와 판타지 등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기술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지점에 매료되어 엿보기를 하고 있다. 2012년 ‘일시 합의 기업 ETC(Enterprise of Temporary Consensus)’를 공동 설립해 활동했으며, 2015년 ‘잠복자들’로 인천 동구의 공폐가 밀집 지역을 조사한 바 있다. 

www.jinnarae.com

 

환경과조경 353(2017년 9월호수록본 일부

월간 환경과조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