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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 전부터 살던 것처럼 칠엽수는 낙엽 활엽 교목으로 넓은 잎이 무성하게 달리며 우리나라 전역에 심을 수 있는 조경수이다. 키가 20~30m 이상 자랄 만큼 수형이 웅장해서 넓은 녹지에 심으며 가로수와 녹음수로 이용한다. 작은 잎 7장의 가운데가 제일 크고 길며 양옆으로 갈수록 작아져 전체가 둥근 모양을 이룬다. 실제로는 5장이나 8장도 있을 정도로 변이가 많고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5월 말에 피는 꽃은 꽃대 하나에 백 개가 넘는 작은 유백색 꽃이 모여 피는데 초록색 잎을 배경으로 등불을 걸어놓은 듯한 모습이다. 흰색 바탕에 붉은 무늬 꽃이 가지 끝에 원추형으로 촘촘하게 핀다. 향기가 좋고 꿀이 많아 밀원식물로도 좋다. 외래종이지만 우리나라 기후에 잘 맞아 생육이 좋은 편이다. 한여름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 주는데 탁월하다. 꽃이 떨어지고 나서 8월이 되면 갈색의 탁구공 크기의 열매가 익기 시작하고 초가을에 세 갈래로 갈라지면서 땅에 떨어진다. 밤보다 조금 더 큰 열매는 반질거리며 먹음직스러워 보이지만 타닌 성분과 마취 성분이 있어 사람이 먹으면 배탈이 심하게 난다. 늦가을에는 노랗게 단풍이 들긴 하는데 이내 낙엽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겨울눈은 큰 편이며 끈적거리는 나무진으로 덮혀 겨울을 견딘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칠엽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주 드물게 볼 수 있는 가시칠엽수(Aesculus hippocastanum)는 유럽산으로 흔히 마로니에라고 부른다. 이 두 종류 나무를 구별하기 쉽지 않은데, 열매를 싸고 있는 껍질이 매끈하면 칠엽수, 가시가 있으면 가시칠엽수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7장으로 갈라진 작은 잎이 길쭉한 타원이면 칠엽수,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면 가시칠엽수이다. 두 종류가 같이 있으면 구분하기 쉽지만 잎의 모양으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 언덕과 샹젤리제 거리에 가로수로 심은 가시칠엽수인 마로니에는 파리를 상징하는 나무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독과 약의 경계 가을이 오면 가로수 관리기관마다 은행나무나 칠엽수 등 가로수 열매로 인한 민원 때문에 바빠진다.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은행 열매와 밤같이 생겨서 호기심에 먹다가 배탈이 나는 칠엽수 열매를 치우느라 고생한다. 9월 중순부터 칠엽수 열매가 땅에 떨어져 껍질이 벌어지면 밤처럼 생긴 종자가 나온다. 칠엽수 열매를 먹지 말라는 안내문을 여기저기 붙인다. 열매 속 다양한 성분이 사람에게 독성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먹지 말라고 하면 꼭 한 번 깨물어 보는 사람 있겠지만, 자연에서 채취하는 모든 동식물은 다소간의 독성물질이 있기 마련이다. 꽃무릇 잎을 부추로 알고 먹거나 칠엽수 열매를 날 것으로 먹으면 구토와 설사를 일으키게 되고 심하면 응급실로 가야 한다. 칠엽수 열매에 이처럼 독이 있는데도 말은 몸이 안 좋을 때 스스로 이 열매를 찾아서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영어로는 ‘Horse chestnut’으로 부른다. 열매의 성분은 독이 되기도 하지만 약이 되기도 한다. 초식동물들이 자기 잎이나 열매를 지나치게 많이 먹지 못하게 식물은 적당한 독성을 만들도록 진화했다고 한다. 자연계에 있는 대부분의 독성 물질은 적정량을 사용하면 약이 될 수도 있지만, 약과 독의 경계는 아슬아슬하다. 원산지인 일본에서는 이같은 독성을 제거하여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참나무 도토리를 흔하게 구할수 있어서 굳이 일제 강점기에 들어온 칠엽수 열매 가공법이 발달하지 않았다. 마로니에공원에는 마로니에가 없다 우리 주변에서 보이는 칠엽수는 일제 강점기에 경성제국대학 동숭동 캠퍼스에 처음 심었다고 한다. 지금도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서 있는 커다란 나무인데 당연히 일본 원산의 칠엽수이다. 근거를 알 수 없는 마로니에 예찬 세태에 기대어 오랫동안 마로니에로 알려졌다. 이 칠엽수는 소설이나 대중가요에 마로니에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멋진 나무의 상징으로 오랫동안 대중들에게 각인 되어 왔다. 마로니에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조성하면서 뒤늦게 일본칠엽수 7주와 더불어 마로니에 2주를 추가로 식재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칠엽수를 마로니에로 부르듯이 동백을 ‘까멜리아’, 붓꽃을 ‘아이리스’라고 이름지어야 고급지게 보이는 사대주의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마로니에라고 부르는 가시칠엽수는 서울 덕수궁에 아름드리 거목으로 성장해 살고 있다. 대한제국 시기에 네덜란드 공사가 1912년 회갑을 맞은 고종에게 선물로 심은 것이라고 하니 최소 120살은 넘는다. 가시칠엽수는 열매에 가시가 있어 쉽게 구별할 수 있는데 꽃잎 안쪽에 붉은색 무늬가 있고 칠엽수보다 조금 더 하얗다. 19세기 유럽의 문화 수도인 파리는 예술가들의 천국이었다. 전세계에서 모인 예술가들은 몽마르트르 언덕 마로니에 그늘 아래에서 철학과 시와 그림으로 교감하고 예술혼을 꽃피웠다고 한다. 빈센트 반 고흐의 ‘꽃이 핀 마로니에 나무’와 철학자 장 폴 샤르트르의 소설 ‘구토’에서 마로니에는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안네의 일기에 나오는 ‘안네프랑크나무는 이웃한 암스테르담에 있던 마로니에다. 우리나라 시인 이성복은 파리에 머물면서 ‘높은 나무 흰 꽃들은 등을 세우고’라는 연작시에 파리의 풍광을 마로니에로 노래했다. 이처럼 마로니에는 예술 장르에 영감을 주는 나무였고 지금은 가로수로 줄지어 심어 도시경관에 활력을 주고 있다. 나무가 아닌 장소가 중요 열매가 벌어지는 시기에 곧바로 파종하여 묘목을 생산한다. 원예품종의 경우에는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늦겨울에 접목하거나 이른 여름에 눈접을 하는 것이 좋다. 봄에 연두색 잎이 나올 때 마치 어린 아이가 손바닥을 아래를 향해 펴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화려한 꽃이나 잎의 색상이 다양한 원예종이 개발되어 식물원에 가면 볼 수 있다. 유리알락하늘소 피해가 자주 발생하므로 발견 즉시 방제를 해야한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가로수로 식재하고 있다.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기 때문에 플라타너스, 히말라야시다, 은행나무 등과 함께 세계적으로 많이 심는 가로수 수종으로 꼽힌다. 가지가 넓게 퍼지면서도 수형을 스스로 잡으며 그늘을 만들어 공원 녹음수로도 이용된다. 공해나 추위에 강하고 양지나 반그늘에서 잘 자라는데 적당한 습도가 있으면 더욱 잘 자랄 수 있다. 배수가 불량한 토양조건에서도 잘 견딘다. 지난 10여년 동안 혁신도시나 신도시에 가로수로 많이 심었다. 차도와 인접해 있어 항상 건조한 환경으로 수분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여 고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생육 환경이 극도로 나쁜 곳에 식재한 후 가뭄이 지속되어 꾸준한 물주기 작업을 해도 많이 죽었다. 그나마 건조에 강한 다른 수종은 살아 남을 수 있었지만, 칠엽수는 90% 이상 죽어서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되었다. 가로수로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을 감안하지 않고 가로수 수종을 선정한 결과였다. 여름철 수분 공급이 부족하면 스스로 잎을 떨어트려 죽은 것처럼 보이나, 이듬해 새 잎이 나면서 회복한다. 건조 피해를 즉시 알려주는 잎의 특성을 이용하면 도시 환경에서 가뭄이나 도시열섬 현상을 알려주는 지표종으로 활용할 수 있다. 홍태식 / 한국정원협회 부회장
  • 슈트핏(Suit fit)이 좋다 도시녹지나 아파트에서 드물게 볼 수 있는 훤칠한 키에 매끈한 수형을 자랑하는 백합나무는 잎이 무성하게 달리고 녹황색 꽃이 피는 나무다. 미국 중북부 지방이 고향인데 1900년대 초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비교적 전국에 널리 퍼져 잘 자라고 있다. 잎자루가 길어 포플러를 닮았으며 속성수로서 나무높이 최고 60m, 둘레가 10m까지 자랄 수 있다. 미국에서는 ‘yellow poplar’라고도 한다. 백합나무 잎은 군더더기가 없이 깨끗하고 넓으며 기하학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갖는다. 공해에 강하고 병충해가 거의 없어, 잎과 줄기 모두가 깔끔한 모습을 유지한다. 백합나무는 무성한 잎 사이에 멋진 꽃을 숨겨 놓는다. 세 장의 꽃받침과 오렌지색 반점이 있는 여섯 장의 긴 타원형 꽃잎이 어우러져 와인 잔처럼 위를 향하여 피어난다. 하지만 큰 키를 자랑하다 보니 꽃이 높다란 가지에 있어 눈여겨 찾아보지 않으면 꽃을 못 보고 지나치기 쉽다. 꽃 모양이 튤립 같다고 해서 일명 ‘튤립나무’라고도 한다. 백합나무속에는 미국산 백합나무와 중국산 중국백합나무 두 종류만 있다. 중국백합나무는 거위 발바닥을 닮은 잎 때문에 ‘아장추’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에 튤립나무에서 백합나무로 국명을 변경했다. 2019년도에는 속명까지 백합나무로 바꿔서 백합나무속 백합나무종이 되었다. 속명 ‘Liriodendron’은 백합나무라는 의미이고, 종소명 ‘tulipifera’은 ‘튤립이 핀’이라는 뜻이다. 학명을 감안하면 백합나무속 튜립나무종이 적당한데 이상하게 바뀌었다. 백합과 튤립은 식물을 잘 모르는 사람도 구별할 수 있는데, 백합나무 꽃을 보여주면 대부분 사람들은 튤립 꽃과 비슷하다고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튤립나무라고 부른다. 일본에서 백합목(白合木)으로 부른다는데 일본식 이름을 따른 것 같아서 씁쓸하다. 팔방미인 백합나무는 성장속도가 무척 빠르고 탄소흡수량이 참나무류와 비교해도 2배나 높아서 기후변화시대의 탄소저장용 수종으로 각광받고 있다. 25년생 백합나무의 연간 탄소흡수량은 1㏊당 10.8 CO2톤으로 소나무, 잣나무 등 다른 수종에 비해 1.2∼1.7배가 높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따라 산림청에서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탄소 저장 및 생장이 우수한 나무의 육성 및 보급이 필요하며 백합나무 같은 유망수종의 지속적 육성과 체계적 보급기준 마련을 통해 우리 산림의 탄소흡수능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기업들의 핫이슈인 ESG에서도 ‘도시 내 탄소흡수원 조성’이 녹색산업 활동에 포함되어 앞으로 백합나무를 이용한 대규모 탄소중립숲 조성이 예상된다. 백합나무로 만든 목재는 밝은 노란색에서 노란빛이 감도는 녹색을 띤다. 결이 부드럽고 뜨거운 증기 속에 넣어도 물기를 흡수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가구재, 합판, 목공제품 및 나무상자 등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된다. 생장속도가 빨라 강도가 약해 건축재로 사용하지 못하지만 펄프용재로 널리 사용하고 있다. 백합나무는 아까시나무 벌꿀 생산이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림청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든 아까시나무의 대체 수종으로 백합나무를 추천했다. 개화 기간이 아까시나무보다 두 배가량 길어 생산량이 비슷하고 꿀의 품질도 우수하기 때문이다. 백합나무는 아까시나무보다 다양한 토양에서 생육할 수 있고 수명도 200년에 달해 70년인 아까시나무보다 3배나 길다. 병충해에 강해 한 번 조성해 놓으면 밀원자원으로 오래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백합나무는 고품질의 목재와 영양 만점인 꿀을 얻을 수 있는데다가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까지 뛰어난 팔방미인인 셈이다. 복불복 인천시와 대전시의 시목(市木)은 백합나무이다. 수형이 아름답고 내한성과 병충해에 강하고 성장이 빨라 도시 내 가로수로 대량으로 식재했다. 대기오염물질을 정화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여름엔 그늘을 만들어 도시 열섬현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가로수로 식재 한 일부 백합나무의 경우 애물단지로 취급되고 있다. 성장이 빨라 비좁은 보도를 훼손하고 전깃줄을 끊게 되어 줄기와 가지가 수시로 잘려 나갔다. 백합나무의 수형은 보잘것없게 되고 줄기가 썩어 강풍에 쓰러지는 재해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소나무나 산딸나무로 수종 변경하겠다고 백합나무를 잘라내다가 시민들의 항의로 중단하기도 했다. 오래된 가로수 수종 교체는 어쩔 수 없더라도 생육조건을 개선하는 것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백합나무 재배가 활발하지 않던 시절에는 정성스레 식재해도 하자가 많이 발생했다. 성장이 빠르다 보니 잔뿌리 발달이 빈약하여 뿌리분을 크게 만들어 이식해도 잘 죽어 조경업체들을 많이 울렸다. 결국 백합나무가 설계되어 있으면 다른 수종으로 변경하여 백합나무 가로수가 드물게 보이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하자 원인을 따져보니 도시 가로수 식재 장소의 토양과 습도가 불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의 진입로 2km 구간에 가로수로 심은 백합나무 430그루는 잘 살고 있다. 또한 1985년에 조성한 잠실 아시아공원 녹지에 심은 백합나무는 커다랗게 성장한 걸 보면, 비좁은 도로변에 가로수로 식재한 백합나무는 운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사라진 숲 백합나무는 종자 파종보다는 삽목으로 재배하고 있다. 식재 지역에 따라 생장 차이가 많이 나는데 습윤지나 하천 유역에서 잘 자라는 편이다. 급경사 지역은 피하는 것이 좋다. 양지에서 잘 자라며 건조에 견디는 힘이 강하다. 도시 공해물질에 잘 견디지만 염분에는 약한 편이다. 병충해가 거의 없고 수명이 긴 편이며 추위에도 잘 견디므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키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후가 비슷한 나라에서 400여 종이 넘는 외래종을 도입하여 시험한 결과, 자생종 이상으로 생장과 적응력이 좋은 나무로 백합나무가 손꼽힌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생장이 빠르므로 용재수로 쓰나 한국에서는 조경용으로 식재한다. 가을에는 푸른 잎이 병아리색으로 단풍 들어가는 모습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다. 기하학적인 잎과 샛노란 단풍이 아름다워 조경수로 인기가 좋다. 거대하게 자라는 속성수라서 정원보다는 공원에 심는 것이 좋다. 플라타너스와 비슷한 수형을 보여주고 잎의 크기와 모양도 비슷한 편이다. 식재 후 15년 정도는 지나야 첫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원산지인 북미대륙에서는 백합나무 대형목이 많은데 뒤늦게 백합나무의 가치를 알아본 우리나라에서는 커다랗게 자란 나무를 찾아보기 어렵다. 도로변에 커다란 백합나무 군락이 서 있는 대학 캠퍼스가 있었다. 2021년에 태풍으로 8주 가운데 3주가 강풍에 쓰러졌다. 옆에 있는 나무들이 넓게 퍼진 가지로 빈틈을 어느 정도 메우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한여름이 지난 어느 날 자세히 보니 남아있던 백합나무가 모두 벌목되어 사라졌다. 공공재인 큰 나무숲이 사라진 것도 문제인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대학 측은 캠퍼스를 상징하던 백합나무숲을 하루아침에 없애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사라진 백합나무 숲을 다시 키우려면 40년은 걸릴텐데 아무런 생각없이 잘라낸 의사 결정과정이 궁금하다.
  • 공원은 여전히 이슈다. 먼저 황톳길이다. 맨발 걷기가 유행하고 있다.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공원이 건강도시의 역할을 하는 모양새다. 너무나 쉽게 ‘공원 명소화’가 이뤄지는 것은 덤일까? 또 하나는 동물놀이터다. 반려견이 목줄 없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요청이다. 이어서 동물대기소, 수영장 등의 설치도 추진되는 상황이다. 자연스레 공원은 동물복지를 위한 역할도 수행하는 듯하다. 기본적으로 ‘모두의 공원’은 올바르다. 되도록 많은 행위를 담아낸다면 보다 많은 다양성을 충족시킬 수 있다. 막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좋은 게 좋은 것이고, 생겨나면 또 좋은 것이다. 그렇게 공원이 만물상자처럼 모든 게 가능한 공간이 되어간다. 마침내 공원의 효용성은 더 높아진다. 이용하는 시민들은 오늘도 새로운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다수가 원하는 변화는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무엇을 채워 넣는 요구가 많고 그것이 만들어지면 해결이 된다. 반면 무엇을 특별히 없애달라는 요구는 많지 않은 듯하다. 없던 것을 만들기는 쉬운데, 있던 것을 없애기는 쉽지 않다. 이용자의 반발이 있기 때문이다. 공원에는 시설률 제한이 있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법”) 시행규칙 제11조 및 [별표 4]에서 이를 규정한다. 근린공원은 공원면적의 40%만 시설이 허용된다. 이 공간에는 각기 각종의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조경시설, 운동시설, 교양시설, 공원관리시설 등이다. 동물놀이터는 ‘그 밖의 시설’ 다목에 포함돼 있고 황톳길은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기반시설로 분류될 수 있을 듯하다. 이용자가 원하는 공원여가 행위는 대부분 ‘40%’ 시설 안에 있다. 많은 사람들은 산책길과 둘레길을 선호한다. 연령별로 요구사항이 조금 다른데 노년층은 황톳길과 파크골프장을 비롯한 운동시설(체육시설)에 대한 요구사항이 많다. 중년층은 가족 단위로 방문이 가능한 캠핑장, 책쉼터(도서관), 공연장 설치를 요청한다. 그 밖에 지역별 동네에서는 주차장 조성을 요구하기도 한다. 현재 서울숲, 보라매공원 등 도심권 근린공원 일부는 이 숫자에 갇혀있다. 포화상태다. 따라서 관리청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를 효율적으로 채워넣기 위해 퍼즐처럼 갖은 전략을 세우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그런데 구체적인 조사에 따른 정책 방향은 설정되지 않은 듯하다. 현재는 새로운 시설이 들어서면서 다른 시설이 철거되기도 하고, 공원 재조성 및 시설 재정비 시기에 뒤바뀌는 경우가 많다. 관리청은 공원운영·관리 측면에서 시설물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포화상태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공간배분 기획을 잘할 필요가 있는데 쉽지는 않다. 길을 예로 들어보자. 보행길이 있고 자전거 길이 있다. 서로 자기의 길을 넓혀 주라고 요청한다. 서두에 말했지만, 상대의 길을 좁히라 요청하지는 않는다. 대단히 신사적이다. 윈윈의 전략이다. ‘더하기+더하기’로 ‘40’을 채워가지만, 한계도 있다. 결국 관리청은 보행자와 자전거 그림을 길바닥에 같이 그려 넣는다. 이어폰을 끼고 걷는 사람과 자전거가 부딪친다. 운동시설은 더 조밀하게 들어간다. 자연스레 옆 코트로 공이 흘러 들어간다. 양보와 이해는 오래가지 못한다. 공간성격 구분도 쉽지는 않다. 서울시 도시정책지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반려동물 보유가구율이 2022년 기준 22.2%라고 한다. 매헌시민의숲에 반려견놀이터를 조성할 때 개와 사람의 공원출입구 동선분리를 요구하는 민원이 있었다. 인접한 주택지역에서는 소음과 위생 문제를 거론했다. 2022년 한국관광공사 ‘반려동물 동반여행 실태’ 분석에 따르면 비반려인 약 70%가 반려인의 소유자 준수사항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여전히 불편함과 위협을 느끼는 시민이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도 반려견놀이터 또는 쉼터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황톳길이 유행이라지만 여전히 지압길을 걷는 사람이 있고, 일반 길에서 조깅, 산책, 사색하는 이용자는 더 많다. 유행이라며 모든 근린공원에 맨발길을 조성할 수는 없다. 전략이 필요하다. 그 이전에 도시공원 정책의 방향과 기준이 필요하다. 현재는 공원관리와 여가 측면에서 정책이 구체화되지 않고 있으며 관련 조사도 많지 않다. 각기 다른 기관에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는 흩어져있고 어떤 기준을 정하기에는 모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공원관리 전문가의 부재는 운영관리 측면에서 갈등관리가 다뤄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형식적인 주민설명회를 거치거나 개별 민원이 있을 뿐이고, 설득하거나 설득하지 못하는 방향이 있을 뿐이다. 서로 하소연만 가득하다. 법에는 도시공원의 유형을 분명히 나누어 놓았다. 역사공원, 문화공원, 체육공원, 근린공원 등의 구분은 다양성을 구축하면서 개별 고유성을 유지해 모두의 공공성을 충족하려는 목적으로 이해된다. 시설의 구분과 시설률의 제한도 마찬가지다. 공원녹지의 비율을 유지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도시환경을 지켜나가려는 목적이다. 우후죽순으로부터 퍼즐 조각에 실패한 공원에서 언젠가 시설률의 제한을 문제로 거론할 수 있다. 그 역시 생각해 볼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정책의 부재와 운영관리 실패에서 다뤄질 사안은 아니다. 어떤 공원을 어디에 만들 것인지 정하고 공원 내에 시설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그리고 운영·관리의 방향까지는 오롯이 공원관리청의 역할이다. 유행과 민원을 따라가기보다 공간을 고려하는 공원계획·설계부터 전문가의 의중을 충실히 반영하고 이를 유지하는 전문성이 보장된 운영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고민은 케케묵은 60%를 지키기 위한 노파심에서 나온다. 고정관념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도시공원과 시설의 중복결정은 늘어나고 있다. 각각의 공원이 가진 고유성을 규정한 법의 취지는 지켜져야 한다. 근린공원을 문화공원으로 바꾸고 시설률의 제한을 받지 않도록 하는 편법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공원의 녹지율이 보장하는 공간은 환경, 조경, 녹지, 생태와 같은 고정불변의 필수 기능과 탄소중립, 리질리언스, 재해 예방과 같은 환경위기 시대가 요구하는 기능을 아우르고 있다. 공원녹지의 시대적 사명은 전 지구적 관점에서 쉽게 양보할 사안은 아니다. 그런데도 공원 이용자는 선언적인 기능보다 개인적인 이용과 체험에 근거하여 개선을 요구할 것이다. 이를 조율할 수 있는 근간이 되는 정책과 제도를 구축하는 조경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공원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요즘 시대, 모두의 공원이다. 유시범 /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입법조사관
    • 유시범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입법조사관
    • 2023-09-23
  • 울긋불긋 가을에 단풍 드는 나무 가운데 으뜸이라서 단풍나무라고 부른다. 햇볕이 강한 곳보다는 큰 나무 밑이나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잘 자란다. 단풍나무는 잎이 손바닥을 펼친 모양으로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V자 모양 날개 속에 열매가 달린다. 잎이 피면서 붉은 꽃봉오리를 가진 꽃이 핀다. 꽃은 수꽃과 양성화가 한 그루에 피는데 안개꽃보다 작아서 여러 꽃이 다발로 모여서 피어난다. 나무 자체의 수액에 설탕 성분이 많아서 진딧물이 엄청나게 달려든다. 가을이 깊어지면 일교차가 커지면서 설악산같이 높은 산부터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단풍나무의 잎은 새빨갛게 물들어 수많은 가을 단풍 종류 가운데 가장 맑고 아름다운 색깔을 띤다. 우리 궁궐에서 단풍나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창덕궁 후원에는 참나무와 때죽나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나무가 단풍나무다. 후원에서는 키 큰 활엽수가 그늘을 만들어 단풍나무가 자라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단풍나무가 자생하고, 추가로 심기도 하여 단풍나무가 더욱 많아졌다고 한다. 정조대왕의 기록을 보면 후원 춘당대 옆에 있는 ‘단풍정’에서 활쏘기 등 여러 행사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자연 천이에 따라 지금은 창덕궁 후원 부용지 주변에 단풍나무는 거의 사라졌다. 단풍나무속에 포함되는 식물은 우리나라에 30여 종류가 있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풍나무’ 외에 여러 가지 단풍나무가 있다. 중부지방의 산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빨갛게 단풍 든 나무는 대부분 ‘당단풍나무(Acer pseudosieboldianum)’이다. 열매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잎이 8~9개로 갈라져서 5~6개로 갈라지는 단풍나무와 구별할 수 있다. 잎이 7~9개로 갈라지고 뒷면 잎맥 위에 갈색 털이 있으며 열매가 수평으로 벌어지는 것을 ‘내장단풍’, 잎 표면에는 털이 있으나 뒷면에는 없고 열매가 좁은 단풍의 반 정도로 큰 것을 ‘아기단풍’이라고 한다. 진한 주홍색으로 물드는 ‘중국단풍(Acer buergerianum)’은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산다. ‘복자기(Acer triflorum)’는 단풍나무 가운데 가장 색이 곱고 진하여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조경수로 도시지역에 많이 심는 나무이다. 봄에 수액을 채취하는 ‘고로쇠나무’도 단풍나무속에 포함되지만 단풍은 그리 화려하지 못하다. 잎이 세갈래로 갈라진 ‘신나무’는 붉은 단풍이 아름답고 열매가 많이 달린다. 잎이 봄부터 가을까지 붉은 ‘홍단풍’이나 잎이 잘게 갈라져 있는 ‘공작단풍’은 일본에서 건너온 원예종이다. 잎을 국기에 넣을 정도로 캐나다의 단풍나무는 유명하다. 잎이 세 갈래로 갈라진 캐나다 단풍나무의 학명은 ‘Acer saccharum’으로 종명에서 보듯이 설탕과 관련이 있어 ‘설탕단풍’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단풍나무에서 추출 가공한 것이 그 유명한 캐나다산 메이플 시럽이다. 단풍 든다는 것 나뭇잎에는 광합성을 하는 초록색 엽록소와 더불어 노란색 카로티노이드와 붉은색 안토시아닌 등의 색소가 숨어 있다. 엽록소는 햇빛과 물로 탄수화물을 만드는 광합성을 하는데 식물이 한창 성장할 때는 왕성한 활동을 하여 나뭇잎이 녹색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을로 접어들면 변화가 일어난다. 기온이 떨어지면 잎자루에 떨켜가 생겨 잎에서 만든 탄수화물이 줄기로 가지 못하고 탄수화물이 쌓여 산성화되면서 엽록소가 파괴된다. 녹색의 색소가 없어지고 노란색 또는 빨간색 색소가 만들어져 서로 어울려 여러 가지 빛깔의 단풍을 만들게 된다. 같은 나무에서도 카로틴이나 크산토필, 타닌 같은 색소와 안토시아닌, 탄수화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특유의 단풍색이 만들어진다. 대서양을 마주하고 유럽의 단풍은 노란색이 대부분이고, 북미대륙은 거의 다 붉은색 단풍이다. 지난 2009년 이스라엘과 핀란드 공동 연구진은 그 원인을 서로 다른 지질 변동에서 찾았다. 3,500만 년 전 지구가 빙하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산맥이 남북 방향으로 발달한 아시아와 북미에선 기온 변화에 따라 나무들이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해충도 따라갔기 때문에 해충 퇴치를 위해 계속 빨강 색소인 안토시아닌을 만들도록 진화했지만, 산맥이 동서 방향으로 발달한 유럽에서는 나무와 해충이 남쪽으로 내려갈 수 없어서 모두 멸종했기 때문에 그 뒤에 생긴 나무들이 굳이 안토시아닌을 만들 필요가 없어져서 노란색 단풍이 우세해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단풍 색깔은 보통 붉은색, 노란색, 갈색의 3가지가 많다. 붉은색은 단풍나무, 신나무, 옻나무, 붉나무, 화살나무, 복자기, 담쟁이덩굴 등이 손꼽히고, 노란색은 은행나무를 비롯해 아까시나무, 피나무, 호도나무, 튜립나무, 생강나무, 자작나무, 물푸레나무 등이다. 노란색이나 붉은색에 뒤질세라 늦가을에 절정을 보여주는 참나무류나 느티나무의 황갈색은 가을을 더욱 화려하게 수놓는다.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요인은 온도, 햇빛, 그리고 수분의 공급이다. 우선 낮과 밤의 온도차가 커야 하지만 영하로 내려가지 않아야 하고 일사량이 많아야 한다. 특히 붉은색을 나타내는 안토시아닌은 기온이 서서히 내려가면서 햇빛이 좋을 때 가장 색깔이 좋다. 적당한 습도를 유지해야 하지만, 춥고 비가 오면 충분히 단풍 들기 전에 잎이 떨어지거나, 너무 건조하면 단풍을 보기 전에 잎이 타버려서 산뜻한 단풍을 보기 어렵다. 만산홍엽(滿山紅葉) 가을 단풍의 상징은 붉은색이라고 할 수 있다. 당나라 시인 두보는 산행(山行)이란 시에서 ‘서리 맞은 단풍잎이 이월 봄꽃보다 더 붉다’라고 했다. 그러나 아름다움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숨겨져 있다. 붉은색 단풍잎에는 해충은 물론 주변에 살고 있는 다른 식물의 생장을 억제하는 비밀이 숨어있다. 봄철의 벚꽃 구경과 함께 가을의 단풍은 그 자체로 화려한 구경거리이기도 하다. 일주일이면 절정기가 끝나는 벚꽃과 달리 단풍 시즌은 좀 더 오래가는 편이다. 남쪽에서 올라가는 벚꽃과 반대로 북쪽이나 고도가 높을수록 단풍이 먼저 물든다. 봄에는 하루에 20 ㎞속도로 북쪽으로 올라오고 가을에는 30 ㎞속도로 남녘으로 내려간다.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는 아름다운 단풍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한다. 한반도처럼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는 지역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아름다운 단풍을 만들기에 적당한 기상환경을 가진 지역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가을 단풍철이 되면 온 나라가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물들어 어디를 가도 단풍을 즐길 수 있다. 설악산이나 내장산을 비롯한 유명한 산은 말할 것도 없고, 오래된 사찰 주변은 다양한 나무들이 일제히 단풍이 들어 황홀한 경관을 펼쳐 보여준다. 경주 힐튼호텔 진입로에 조성한 단풍나무 터널은 일부러 다간형 단풍나무로 식재하여 울창한 단풍 숲을 보여주고, 천안 독립기념관이나 인천대공원의 단풍숲길도 유명하다. 도시민에게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다 단풍나무 생산은 주로 종자로 번식하는데 씨앗이 여문 후 직파하거나, 저온저장 또는 노천에 매장했다가 이듬해 봄에 파종하는 것이 좋다. 씨앗이 건조하거나 숙성되면 발아율이 떨어지므로 채종 후 약 48시간 정도 물에 담가 놓은 후에 저장하거나 파종을 하는 것이 좋다. 원예종의 경우 대부분 접목하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일부 종은 꺾꽂이나 휘묻이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배수가 잘되고 거름기가 풍부한 토양에서 잘 자란다. 양지나 약간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란다. 가지치기는 꼭 해야 할 필요는 없으나 생육이 불량하거나 나무 모양을 망치는 가지가 생길 경우 휴면기인 겨울철에 하는 것이 좋다. 조경수로 느티나무와 쌍벽을 이루고 수요가 많은 편이다. 1987년 여름 6·29선언을 이끌어 낸 화이트칼라 데모 행렬이 한 달 내내 종로에서 벌어졌다. 당시 종각 사거리에서 제일은행본점 건설현장에서 조경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매일같이 데모군중을 향해 쏜 최루탄 가스에 고통을 받곤 했다. 6·29선언으로 데모가 사라진 다음 종각역 지하1층에서 건물로 이어지는 선큰가든에 나무 3주를 심을 공간이 생겨났다. 감독은 상록수인 소나무를 심으라고 지시했지만, 낙엽수인 단풍나무를 고집하여 식재하게 되었다.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내려 건물로 들어서는 직장인들에게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하였다. 앙상한 가지에서 아기 주먹같은 새잎을 보고 봄을 느끼고 빨갛게 드는 단풍을 보고 가을을 느끼도록 하자고 설득했다. 종각 가로변 3열 느티나무 숲과 선큰가든의 단풍나무 3주를 지켜낸 일은 아직도 조경기술자의 자부심으로 남아있다.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기후위기와 팬데믹 상황에서 도시 녹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연구나 설계과정에서 빈번하게 언급되는 그린인프라, 자연기반해법 뿐 아니라, 지자체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녹지 생태도심, 정원도시 등의 단어들을 보면, 위기에 봉착한 도시를 구원할 녹색 시스템에 대한 다수의 기대와 욕망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공원 녹지 시스템을 살펴보면,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에는 크게 부족해 보인다. 대표적으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공원의 유형은 크게 주제공원(역사공원, 문화공원, 수변공원, 체육공원 등)과 생활권 공원 (소공원, 근린공원, 어린이 공원)들로 나뉜다. 그리고 세부규정으로 공원규모, 설치거리, 시설율 등을 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 근거해 조성된 공원들이 도시기반시설로 어느 정도의 역할을 수행해 온 것은 맞지만, 지금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안이 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공원의 시스템과 이를 위한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도시, 토목, 건축구조와 연계한 새로운 유형의 입체공원 도시가 점점 고밀화 되면서 녹지 조성을 위한 땅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도심 내 교량, 건축물, 철도시설 등 인공 구조물과 연계해, 공원을 입체화 하는 것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인공구조물을 활용한 녹화 방식 및 공간 활용에 주목하고, 이를 유형화하여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본 도쿄 시부야에 조성된 미야시타 공원(Miyashita Park)의 사례를 보면, Yamanote 철로변을 따라 길게 조성된 복합시설 상부에 약 330미터 길이, 10,000 제곱미터 면적에 이르는 옥상공원 및 공공보행통로를 조성하고 있다. 저층부에는 상업시설, 호텔, 주차장을 배치하고, 옥상공원에는 잔디마당, 보행로, 클라이밍 월, 스케이트 파크를 조성했다. 이 곳은 1930년대에 평범한 지상부 공원이었다가 1964년에 주차장이 들어서면서 공원의 레벨이 올려졌고, 2020년에 복합상업시설이 개발되면서 현재 레벨에 공원이 위치하게 되었다. 옥상공원으로의 접근을 위해 24대의 에스컬레이터와 7개의 엘리베이터가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지진에 취약한 조건을 반영해 최소한의 수목과 경량녹화방식으로 안전하면서도 다양한 식재공간을 조성했다. 미야시타 공원은 고밀화 된 도심 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합하면서, 동시에 녹지를 확보한 현명한 계획이다. 인구변화를 고려한 적극적 공공영역으로서의 공원 노령화, 고독감 등의 사회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노령 인구와 같은 소외된 계층을 포용하는 적극적 공공영역으로서 공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공원에서의 기본 활동인 산책과 운동을 통해 건강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자연경관과의 접촉이 주는 치유와 회복력 효과 등은 많은 사례 연구를 통해 밝혀져 왔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풀어간다면, 그동안 소외되어왔던 노인 세대의 소통, 놀이문화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과거 생활권 공원 유형의 하나로, 어린이 놀이터가 지정되고, 아이들의 특별한 경험과 다양한 놀이를 이끌어내기 위한 아이디어 공모와 특화 계획 등이 지속되어 왔다. 세대의 융합도 중요하지만, 노인들의 생활 특성과 놀이 문화를 반영한 보다 적극적인 노인공원 정책과 계획이 필요하다. 기후완화와 적응을 돕는 기능을 갖춘 건강한 공원 기후변화가 현실화 됨에 따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적합한 공원의 유형이 필요하다. 전세계적으로 폭염은 실제로 시민 건강을 위협하며, 뇌질환, 탈수, 열병 등을 일으키고, 사망으로 이어지게 하거나 만성적 질환을 일으키는 등 문제가 되고 있다. 열섬취약지역 분석을 통해 공원녹지계획과 연계하고, 기존 근린공원 내 적절한 숲 조성을 통해 쾌적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기존 도시녹지의 유형 중 경관녹지와 완충녹지대는 일반적으로 마운딩을 만들어 주변과 완충시켜 주는 역할을 해왔다. 이런 녹지들이 이제는 물순환 시스템과 연계(Green-Blue system)해 침수에 대비하거나, 바람길을 만들어 열섬을 완화(Park cooling service) 하는 등 기후위기대응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를 위한 새로운 기준들이 필요하다. 조용하던 녹지에 더 많은 역할이 주어지고 있다. 도시문제를 풀 자연적 해법으로서 수목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광장과 공개공지에 도시숲이 들어오고 있다. 몇 가지 아이디어를 통해 공원 내부를 개조하는 것을 넘어, 좀 더 큰 틀에서 새로운 차원의 공원이 만들어질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조용준 /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 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 2023-09-15
  • 흰 꽃과 빨간 열매 우리나라에서는 남쪽을 제외한 모든 지방에서 볼 수 있는 나무이며, 토질을 크게 가리지 않고 잘 자라나 병충해 피해가 많이 생기는 편이다. 추운 지방에서 잘 자라 화력이 좋아 장작으로 많이 쓰이며 목재에 탄력이 있어 다양한 가구의 목재로 사용한다. 한국의 평안도 지방이나 중국에서는 산사나무 가시가 귀신을 쫓아낸다는 민속신앙이 있어서 울타리로 많이 심었다고 한다. 산사나무는 일조량이 풍부해야 잘 자란다. 음지에서는 성장이 더디다. 햇빛을 좋아해 능선이나 숲 가장자리의 양지바른 곳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소교목이며 나무껍질은 회색이고 가지에 가시가 난다. 잎은 어긋나고 가장자리가 깃처럼 갈라지고 밑 부분은 더욱 깊게 갈라진다. 장미과인 산사나무는 5월에 흰색 꽃이 산방꽃차례로 탐스럽게 피어난다. 순백색의 꽃이 눈송이처럼 봄에 피어나고 가을에는 빨간 열매가 많이 달리는데 흰색 반점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산사나무는 약 1천여 종에 있다. 미국산사나무(Crataegus scabrida)는 미국에서 들어온 낙엽관목으로서 산사나무와 비슷하지만 잎에 결각이 없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며 열매는 매끈하며 줄기에 길고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양산사나무(Crataegus monogyna)는 가시가 드물게 나고 열매 표면이 매끄럽고 광택이 난다. 오랫동안 유럽에서 식용과 의약용으로 사용한 나무이다. 우리나라 산사나무와 마찬가지로 서양산사나무는 잎가장자리가 들쑥날쑥한 모양인 결각이 뚜렷하다. 가시나무 나무는 스스로를 잘 지키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는데 줄기에 가시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식이다. 가시가 있는 식물은 약용식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줄기에 돋는 가시의 종류는 경침(thorn), 엽침(spine), 피침(cortical spine)으로 구분할 수 있다. 경침은 줄기가 변하여 가시가 생기는데 탱자나무, 주엽나무, 석류 그리고 산사나무가 있다. 줄기에 붙어있는 가시는 줄기의 역할을 하기에 길이가 자라거나 잎이 자라기도 한다. 경침은 줄기와 한 몸이라 나무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엽침은 탁엽이 가시로 발달하는데 초피나무, 대추나무, 산초나무나 아까시나무가 이에 속한다. 엽침은 규칙적으로 가시가 달리는데 줄기나 곁가지가 굵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가시는 작아진다. 엽침은 잎이 나무에서 떨어지듯 나무에서 잘 분리된다. 어린이들은 아까시나무 가시를 떼어 손 등에 붙여 장난 치곤했다. 피침은 나무껍질 층이 가시로 변한 경우인데 장미과 식물에 많다. 장미, 해당화, 두릅나무, 음나무 등이 있다. 가시는 불규칙하게 돋아난다. 나무껍질이 가시로 변한 것이어서 경침보다는 잘 떨어지고 엽침보다는 안 떨어진다. 산이나 들로 다니다 보면 식물 가시에 찔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가시에 찔리거나 긁히면 상처가 나고 쓰리다. 가시는 수분을 조절하거나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역할을 한다. 가시가 달린 식물은 독은 없다고 하여 초봄에 나는 새순을 따서 나물로 먹기도 한다. 겨울이 되어 무성한 잎들이 모두 떨어지면 억센 가시가 달린 나무가 더 눈에 띈다. 아이러니하게도 남부지방에서 살고 있는 참나무과의 ‘가시나무(Quercus myrsinaefolia)’ 줄기에는 가시가 없다. 탕후루와 산사춘 중국요리 가운데 꿀이나 설탕에 절인 산사나무 열매를 후식으로 먹는데, 이를 ‘탕후루’라고 하는데 주로 고기를 먹고 난 다음 먹는다. 탕후루는 산사나무 열매뿐만 아니라 다양한 과일을 잘게 만들어 꼬치에 꿴 뒤 설탕과 물엿을 입혀 만드는 중국식 과자이다. 말리지 않고 얼려서 만드는 빙탕후루 방식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산사나무 열매로 산사주를 담그고, 차로 마시기도 한다. 전통적인 약재로 써서 위를 튼튼히 하고 소화를 도우며 장의 기능을 바르게 한다고 한다. 겨울철 들판에 먹을 게 부족할 때는 새들이 즐겨 먹는다. 한때 산사나무 열매로 만든 전통주가 옅은 분홍색 과일주로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겨우 산사나무 열매 0.85%를 함유한 제품이지만 톡톡 튀는 광고 카피로 젊은 사람들이 즐겨 찾았다. 담금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각종 나무 열매로 과일주를 직접 만들어 마신다. 매실, 오미자, 마가목 그리고 산사나무 열매인 산사자가 발효주로 많이 쓰인다. May flower 또는 Winter King ‘산사나무’의 영어 이름은 5월의 시작과 함께 꽃이 피기 때문에 ‘May Flower’로 부른다. 20세기 프랑스 노동절 시위 현장에서 18살의 여성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당시 그녀는 산사나무 꽃을 안고 걸었다고 한다. 이후로 산사나무는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기념하는 노동절인 May Day를 상징하게 되었다. 또한 17세기 유럽의 청교도들이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건너갈 때 타고 갔던 배의 이름을 ‘메이플라워호’로 지었다. 재난을 막아주는 신성한 나무인 메이플라워(산사나무)가 희망의 땅으로 가는 험난한 여정을 보호해 줄 거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산사나무는 희망을 상징하는 나무였다. 지금도 5월 1일이면 산사나무 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어 문에 매달아 두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로마에서는 산사나무 가지가 마귀를 쫓아낸다고 생각하여 아기 요람에 얹어두기도 했다. 기독교에서는 예수의 가시면류관은 산사나무로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전설이 전해지고, 성모마리아에게도 봉헌된 이 나무는 결코 번개를 맞는 일이 없었다고 믿었다. 예수의 머리에 닿았던 나무이기 때문에 사탄이 벼락으로도 건드릴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2017년 방미한 문재인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산사나무를 기념 식수했다. 문 대통령은 산사나무가 ‘겨울의 왕(Winter King)’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며 6·25전쟁 당시 매서운 혹한을 이겨낸 장진호 참전용사들의 투혼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 봉은사에는 다양한 수종의 고목 가운데 산사나무가 있다. 봉은사 자문위원회 공식 명칭을 ‘산사나무 아래서’로 지었다. 봉은사를 상징하는 산사나무처럼 세상에 맑은 향기를 퍼트리고 이로운 열매를 매달아 나눠주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처럼 흰색 꽃, 억센 가시 그리고 빨간 열매까지 산사나무는 버릴 게 하나 없는 나무이다.
  • 버드나무과(Salicaceae)에 속하는 사시나무속(poplus)에는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네가지 수종이 있다. 전부터 우리 땅에 살고 있던 사시나무와 근현대에 외국에서 들여온 세 종류 즉 양버들, 미루나무, 이태리포플러는 서로 비슷하여 구분하기 어렵고 이름을 지을 때 ‘버들’이 들어가서 사람들의 의문을 자아낸다. 이들 모두 잎자루가 길고 잎은 얇고 가벼워 끊임없이 흔들리는 잎사귀가 눈부신 햇살을 반사하여 윤슬처럼 반짝거린다. 양버들(Populus nigra var. italica) 양버들은 유럽 원산지인 포플러나무(Populus nigra)의 돌연변이인데 서양에서 이태리포플러라고 부른다. 원종과 다르게 줄기와 가지가 좁게 하늘로만 치솟아 피라밋 포플러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는데, 무덥고 건조한 지역에서도 잘 적응하지만 수명이 짧고 뿌리를 얕게 자라며 습윤한 기후에서는 병충해가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전세계적으로 가로나 공원에 많이 심다가, 수명이 짧고 뿌리가 깊지 않아 강풍에 쓰러지는 경우가 많아 제거하는 나라도 많아졌다. 우리나라도 처음에는 가로수나 하천변에 많이 심었으나 나중에는 미루나무와 이태리포플러 등으로 바꿔 심게 되었다. 성장이 빠르고 수관폭이 좁아 가로수로는 적당하므로 일제 강점기 시절 새로운 도로(新作路)를 건설할 때 도로변에 심었다. 이는 일본이 양버들을 식재한 유럽 가로수 문화를 도입한 것에서 비롯한다. 시골 신작로에 가로수로 심었던 나무는 거의 모두 양버들이었다. 미류나무 또는 포플러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제 와서 수형이나 줄기에서 나오는 곁가지로 따져보니 양버들이 틀림없다. 다만 그때는 양버들이라는 명칭이 없어 ‘미국에서 들어온 버드나무’라는 의미로 미류나무 또는 영어 이름인 포플러라고 알고 있었다. 신작로의 가로수를 일반인들이 그냥 포플러라고 워낙 많이 불렀기 때문에 좁은 의미의 포플러는 양버들을 가리킨다. 처음부터 수나무만 발견되어 삽목으로 무성생식만 한 것이므로, 우리나라에 심은 양버들은 전부다 수나무라고 할 수 있다. 한자명(钻天杨, 첩천양)의 의미처럼 양버들은 줄기 아랫부분에서부터 생겨난 가지들이 모두 원줄기를 따라 하늘로 향한다. 그렇게 하늘로 치솟은 빗자루 모습으로 다른 사시나무속 식물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양지를 좋아하며 추위나 가뭄에 강하여 최근 들어 한강 변이나 공원에 가로수로 많이 식재하고 있다. 이름을 지을 때 무신경하게 일본명 세이요우하꼬야나기(西洋箱柳)를 힌트삼아 ‘양(洋)버들’로 지었다. 마치 서양의 버드나무 종류로 들려서 많은 이들이 어리둥절하고 있다. 미루나무(Populus deltoides) 미루나무는 북미지역이 원산지로 높이 30m까지 자란다. 양버들에 비해 수명이 길어 100년 정도까지 산다. 양버들과 비슷하지만 잎의 길이가 폭보다 길고 곁가지는 사방으로 더 넓게 벌어진다. 잎자루가 길고 편평하여 바람이 없어도 잘 흔들린다. 종소명 deltoides는 삼각형이라는 뜻으로 잎 모양을 말한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을 통하여 들어왔으며 그 후 한국전쟁 중에 미군에 의하여 전국각지에 널리 식재하기 시작하였다. 생장이 빠르고 이식이 잘 되기 때문에 가로수로 많이 심었으나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양버들만이 남아 있다. 특히 미루나무와 양버들의 잡종인 이태리포플러가 장려되어 생장이 느린 미루나무는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선유도공원같이 오래된 시설물에 일부 남아 있다. 미루나무는 성장이 매우 빠른 속성수로서 환경이 좋으면 1년에 5m만큼 자라기도 한다. 그래서 헐벗은 산림에 홍수 피해가 심하여 속성수가 필요하던 치산녹화 시절에 산림청에서 앞장서 도입하여 하천변이나 저지대 계곡 등지에 많이 심었다. 그러나 목재로서 별 쓰임새가 없고 솜털 씨앗이 날리고 뿌리가 너무 넓게 퍼져 주변을 침해하고 태풍에 약하여 잘 넘어져 쇠퇴하기 시작했다. 하천변이나 비옥한 계곡지역이 식재하기 적당한 곳이다. 내습성, 내한성이 강해서 전국 어디에서나 잘 자라며 햇빛에 대한 요구량이 크고 습기, 바닷바람, 대기오염에 견디는 힘이 강하다. 순우리말처럼 보이는 미루나무도 이름의 변천이 재미있다. 1937년에 ‘모니리페라포풀라’로 이름 지었다가 1942년에 미국에서 온 버들이라는 뜻으로 미류(美柳)나무로 변경했다. 일본 이름 히로하하꼬야나기(廣葉箱柳)의 영향을 받아 지은 것이라고 한다. 양버들처럼 버들이 아닌데 버들이라는 이름을 붙여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다가 미류나무가 ‘미루’나무로 발음되는 바람에 2002년 미루나무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어차피 버들도 아닌데 류(柳)를 고수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이태리포플러(Populus canadensis) 이탈리아 원산으로 미국산 미루나무와 유럽산 포플러의 잡종 가운데 품종 ‘I-214’를 도입하여 전국에 엄청나게 심었다. 미루나무보다 더 빨리 커서 한국전쟁 이후 황폐한 지역을 녹화하기에 적당한 수종이었을 것이다. 미루나무보다 키가 커지고 가지가 넓게 벌어진다. 그러나 50년 자라면 30m까지 자라서 태풍에 쉽게 넘어진다. 매년 태풍이 지나가는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 하천이나 습지 주변에 포플러 종류가 자생하지 않는 이유이다. 빠르게 자라 1년에 2m는 거뜬히 자란다고 한다. 잎은 삼각형이고 어린잎은 붉은색으로 돋아나다가 녹색으로 바뀐다. 더위나 가뭄에 강하고 산기슭 아래 또는 강변에서 잘 자란다. 잎의 길이가 너비보다 긴 것이 미루나무나 양버들과의 차이점이다. 나무껍질은 은빛을 띤 흰색이다. 키가 크고 수관폭이 크다 보니 강풍에 잘 넘어진다. 목동신시가지 완충녹지에 여러 그루가 있었는데 태풍이 지나가며 전부 다 뽑혀 치우느라고 고생한 기억이 난다. 이태리포플러는 5월에 버드나무처럼 하얀 솜털을 날리는데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가 아니라, 씨앗을 담은 솜뭉치이다. 그런데도 도시민의 민원 때문에 대부분 베어버린다. 1980년대부터 홍수시 하천 범람을 일으킨다고 하천변의 나무 식재를 법령으로 아예 금지하여 물가에서 잘 사는 이태리포플러나 미루나무 등은 그 터전을 완전하게 잃게 된다. 지금도 농촌에 가면 군데군데 키 큰 이태리포플러나 미루나무가 강가나 들판에 우뚝 솟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이태리포플러를 땔감으로 사용할 경우 화력이 다른 나무와 비교하여 떨어지는 편이라, 제지용 펄프로 대부분 사용한다. 과거에는 성냥개비나 나무도시락으로 사용했지만 이제는 수요가 거의 없다. 그러나 카드뮴, 수은, 아연 같은 중금속으로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에 발표되어 큰 기대를 걸게 된다. 또한 신재생 바이오에너지 자원이나 탄소흡수원으로 포플러가 주목받게 되어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고 하니, 이태리포플러의 이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시나무 떨듯이 사시나무속 나무는 수피가 하얀색인 사시나무와 이태리포플러와 검은색인 양버들, 미루나무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 자생종인 사시나무(Populus davidiana)는 미세하게 떠는 모습이 심하다고 한다. 부채모양의 잎은 길이가 4cm 내외인데 탄력이 좋은 잎자루가 3cm 가량으로 떨기에 적당한 조건이다. 식물생리학으로 봐도 뿌리에서 끌어올린 물을 중력을 거슬러 잎사귀로 보내는 과정에서 잎이 파르르 떤다고 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사시나무 떨 듯한다’라는 속담을 지어낸 듯하다. 사시나무속 교잡종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외국에서 도입할 때 이름을 잘 못 지어 사람들이 헷갈리는 편이다. 양버들이나 미루나무는 앞에서 쓴 바와 같이 일본어에 버들(柳) 글자가 있다고 해서 버드나무를 이름에 넣었다. 지금도 한강변을 걷는 사람들에게 ‘양버들’ 이름표를 붙여놓은 나무가 버드나무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나무를 다시 쳐다보게 된다. 서양에서는 이 양버들을 이탈리아에서 발견된 변종이라고 해서 ‘이태리포플러’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이태리포플러를 서양에서는 캐나다가 원산지라고 해서 ‘캐나다포플러’로 부른다는 것이다. 이미 널리 통용되는 나무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아카시아’나무 사례에서처럼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홍태식 / 한국정원협회 부회장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지난 3년 동안 지구촌 사람들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났더니 이제는 하와이, 캐나다, 호주, 그리스 등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동시다발적 대규모 지구촌 재난은 이제 뉴노멀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봄에 홍수와 가뭄으로 인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이러한 전지구적 재난은 지구촌 인구의 팽창에 따른 과도한 도시화 및 생산 소비로 인해 지구의 기후변화를 초래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적 재난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작금 발생하는 재난이 초래된 원인부터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 지구온난화, COVID-19재난들은 지구상에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발생한 무분별한 자연의 파괴 및 오염이 주요 원인임은 우리가 잘 아는 사실이다. 즉 이들 재난은 야생동물 서식지파괴, 비위생적 대량 가축생산 등 자연과 동물을 배려하지 않는 인간의 이기적 활동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즉 인간의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다. 과도한 생산과 소비로 이산화탄소가 과다 배출되어 지구온난화를 초래하였으며, 지구생태계를 교란시켰다. 이를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으며, 지구생태계 회복을 위해 전 인류가 함께 힘을 합쳐 최악의 사태를 지연시키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조경분야에서는 맥하그 교수가 일찍이 1960년대부터 생태적 계획을 주장했고, 그의 책 『Desigh with Nature』에서는 도시와 주거의 계획 시 지구상 생태계 건강을 최우선적 가치로 하는 계획방법과 사례를 제시한 바 있다. 이 책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건설 분야에서 생태적 세계관을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확산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이제 60여 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차원에서 생태계획의 부활이 요구되고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인간정주환경 조성’의 정신을 되살려 지구적 재난에 대처할 때이다. 지구적 재난 극복을 위하여는 산업화 이전 본래의 생태적 자연으로 회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즉 사람과 동식물, 그리고 공기, 물, 흙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와 지구가 답이다. 일찍이 60여 년 전부터 생태계획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생태적 고려를 정주환경계획에 도입한 조경가들이 주도적으로 인공화 및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난극복에도 앞장서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전통적으로 지수화풍을 주요 관점으로 하는 정주환경 조성을 위한 풍수원리가 내려오고 있다. 땅의 모양, 물의 흐름, 태양의 향, 공기의 흐름을 주로 고려하는 양택과 음택의 배치에 기초하는 정주공간 조성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을 구사할 때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고 있다. 인간은 태초에 자연에서 태어나고 자연에서 살아왔으나, 지금은 극도로 인공화된 콘크리트 정글의 도시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많은 재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재난에서 벗어나기 위하여는 극도로 인공화된 도시를 산업화 이전의 자연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다. 그러나 도시의 인공물들을 일시에 제거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차선책은 기존 도시를 친환경적으로 개조하고 녹화하여 도시 속에 자연을 최대한 도입하는 것이다. 더욱 이상적인 방법은 도시를 최대한 비우고 건강한 흙, 물, 태양, 바람으로 채워서 사람과 동식물, 그리고 흙, 물, 공기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지구를 만드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작업은 조경가들이 추구하는 기본적 목표이며, 따라서 조경가들은 사명감을 갖고 주도적 역할을 함으로써 전지구적 재난극복에 앞장서야 한다. 미국의 철학자 켄 윌버는 그의 저서 『무경계』에서 많은 종교와 철학의 관점을 섭렵한 후 인간의 자아의식 단계에는 개인에서 초개아/인류로, 더나아가서 만물과의 합일의식까지의 스펙트럼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즉 개인, 자신만의 행복과 안녕을 추구하는 표층종교로부터 개인을 포함한 인류/우주만물을 고려하는 심층종교까지 다양한 단계의 자아의식과 종교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조경가들은 개인에 머무르지 않고, 인류와 우주만물을 배려하는 만물과의 합일의식을 지니고 살기 좋은 지구환경 만들기에 매진하여야 한다. 임승빈 /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환경조경나눔연구원 이사장
  • 국가대표 조경수 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조경수를 대표하는 나무이다. 낙엽활엽교목으로 경관을 형성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나무로 병해충이 별로 없고 스스로 모양을 잡으며 빠르게 성장한다. 꽃과 열매가 풍성한 잎사귀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걸 빼고는 조경수가 가져야 할 장점을 다 갖춘 나무이다. 유전적으로 가지를 넓게 펴는 속성이 있어서 여러 조경수 가운데 가장 넓은 그늘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베푼다. 매년 새로 잔가지들이 나와 수많은 잎을 달기 때문이다. 잎이 다 떨어진 겨울철에 느티나무 밑에서 위를 쳐다보면 수많은 나뭇가지가 질서정연하게 균형 잡힌 모습을 볼 수 있어 멋진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람이 간섭만 안 한다면 높이가 5~20m까지 성장한다. 느티나무는 내건성과 내습성이 강하고 공해물질에 대한 적응력이 높다. 도시공원이나 아파트에 많이 식재하는 수종이다. 일설에 의하면 느티나무의 이름은 줄기의 오래된 수피가 양버즘나무처럼 떨어져 나가서 ‘늙은 티를 낸다’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열매는 핵과로 지름 4mm 정도의 납작한 콩알 모양 열매가 갈색으로 10월에 여문다. 2년 주기로 열매가 많이 달렸다 조금 달렸다 한다. 서양에서는 ‘Elm-like Tree’라고 부른다. elm(느릅나무)과 비슷하게 생긴 나무로 여겨지는 걸로 보아서 서양에서는 느릅나무가 많이 있고, 느티나무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된다. 유럽 사람들은 보기 어려운 느티나무가 우리나라에서는 도시 녹지에 흔하게 볼 수 있어서 매우 부러워한다고 한다. 느릅나무과에는 아주 크게 자라는 나무로 느티나무와 함께 느릅나무, 비술나무가 있다. 느릅나무는 느티나무보다 곁가지의 발달이 약하고 잎의 밀도가 낮다. 서울숲 산책로에 느티나무, 팽나무 그리고 느릅나무를 나란히 심어 놓아서 서로 비교하며 구별할 수 있다. 비술나무는 추운지방에 주로 자생하는데 느릅나무과 식물 가운데 잎 크기가 가장 작고, 잎 뒷면에 털이 없다. 어린 가지가 아주 많은데 경복궁 동쪽에 있는 현대미술관 앞에서 볼 수 있다. 마을 지킴이 별다른 병충해 피해가 없어서 오래 사는 나무이다. 국가에서 관리하고 있는 보호수란 역사적·학술적 가치 등이 있는 노목(老木), 거목(巨木), 희귀목(稀貴木)으로서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나무를 말하는데, 전국에 13,000주 정도 분포하고 있다. 그 가운데 느티나무가 7,100그루로 가장 많다. 전국 각지에서 커다란 정자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4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이는 은행나무 19그루와 소나무 19그루 다음으로 많은 나무이다. 오래전부터 느티나무를 신성시해 벌채를 금지해서 노거수로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마을 어귀에 있는 느티나무를 마을을 지켜주는 상징으로 여겼다. 신록과 녹음 그리고 단풍으로 일 년 내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마을을 지켜주는 정자목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용비어천가에 나오는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가 많이 열린다’ 말처럼 느티나무는 대지에 뿌리를 깊게 내려야 높이 자랄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아파트는 대부분 지하 주차장을 만들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녹지는 대부분이 흙 깊이가 1m 내외에 불과하다. 이처럼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심은 나무는 뿌리가 옆으로 길게 뻗어 겨우 큰 덩치를 지탱하고 있다. 14년 전에 분양 홍보 수단으로 천 년생 느티나무를 간판으로 내세워 고층 아파트에 둘러싸인 인공지반에 식재했다. 식재 직후부터 가지가 마르고 잎이 떨어지더니 결국 나무전문가가 조사한 결과 사실상 고사했다고 진단했다. 키 4m에 밑동 지름이 1.6m에 달하는 천 년생 느티나무는 경북 군위에서 살았다. 고려·조선시대를 거쳐 살아왔는데 2004년부터 군위댐을 건설하면서 이웃 고장인 고령으로 옮겨졌다. 운반하는 화물차에 실을 수 있게 큰 가지가 여러개가 잘려 나가 볼품은 없어지고 커다란 밑둥만 남게 되었다. 몇 년 후에는 장수와 건강을 상징한다는 모델로 선택되어 무려 10억 원을 들여서 서울 부자 동네로 다시 옮겨졌다. 이사하자마자 서울의 혹독한 추위와 배수가 안되는 흙 위에서 힘든 나날을 보냈다. 결국 뿌리 일부분은 살아 있지만 몸통에 붙어있던 가지들은 죽었다. 영리한 기술자가 어린 나무 몇 개를 밑둥 주변에 심어서 마치 건강하게 살아있는 것 처럼 가꿔 놓았다. 느티나무 30대 조상과 30세 후손의 어색한 공생을 하고 있어, 형식은 ‘천년생 밑둥’이고 내용은 ‘십년생 가지’인 셈이다. 아파트 녹지에 대형목을 옮겨심어 오래전부터 살아온 나무처럼 보이는 방식은 아파트가 고층화하면서 생긴 유행이다. 하지만 토심이 1m 남짓한 인공지반에 대형목을 심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예전에 갯벌인 곳에 만든 공원에서는 흙을 충분히 성토하고 심은 대형목도 살아남기 어렵다. 도시 개발로 인한 바람길 변경 때문에 잘 살고 있던 보호수도 태풍에 쉽게 부러진다. 솜씨 좋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1984년 광화문 교보생명사옥 파사드에 커다란 느티나무 6주를 심고 나서야 전국의 건축소장들이 내가 짓는 건물 앞에 키 큰 나무 심는 걸 허락했다고 한다. 그제야 “멋진 건물 앞을 가리는 나무를 심지 마라”라는 근시안에서 해방된 것이다. 후진국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도시에 마구 건축물을 짓던 시절에는 나무가 도시경관을 방해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난 뒤에야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메이크업하는 아티스트는 나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잘 살고 있던 광화문 은행나무 가로수를 다 치우고 나서 다시 상수리나무를 심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1987년 종각사거리 신신백화점 터에 제일은행 본점 조경공사를 할 때 에피소드이다. 가로수는 서울시에서 심어놓은 못생긴 은행나무였는데 건물 앞에 3줄로 큰 느티나무를 심어 녹지를 만들었다. 출근길에 그 모습을 본 시장은 가로수와 같이 수종인 은행나무로 교체하라고 무리한 지시가 전달되었다. 발주처 감독을 설득하여 느티나무를 고수하며 차라리 가로수마저도 느티나무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결국은 느티나무숲은 살아남았고 길 건너 편 영풍빌딩 앞에도 느티나무를 심게 되었다. 화신백화점 자리에 빌딩이 들어설 때 당연히 느티나무를 심을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메타세쿼이아를 심어버려서 종각사거리의 메이크업은 미완으로 끝났다. 보신각에서 바라보면 풍성한 느티나무 숲과 비교하면 앙상한 메타세쿼이아가 고달프게 서있다. 가을철 느티나무 단풍을 보면 노란색과 붉은색이 뒤섞여 있다. 단풍색상이 다른 품종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나무 개체에 따라 색소의 합성 능력 차이 때문이다. 엽록소와 함께 봄부터 잎 속에 합성되는 노란 색소인 카로티노이드와는 달리 붉은 색소인 안토시안은 그 성분이 세포액에 녹아 있다가 늦여름부터 새롭게 생성되어 잎에 축적된다. 식물은 해가 짧아지고 기온이 낮아지면 잎자루에 코르크처럼 단단한 떨켜를 만들어 월동 준비를 한다. 떨켜가 만들어지면 잎으로 드나들던 영양분과 수분이 더 이상 공급되지 않고, 그 결과 엽록소의 합성도 멈춘다. 잎 속에 남아 있던 엽록소는 햇빛에 분해되어 점차 그 양이 줄어들어 녹색은 서서히 사라진다. 그에 반비례해서 분해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카로티노이드와 안토시안은 일시적으로 제 색인 노란색과 붉은색을 내기 시작한다. 결국 우리 눈에 보이는 현란한 단풍은 나뭇잎 속에 함유된 이들 색소가 각기 다른 분해 순서에 따라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 셈이다. 노랗고 붉은 단풍이 들게 만든 카로티노이드와 안토시안마저 분해되면 쉽게 분해되지 않는 탄닌 색소로 인해 나뭇잎은 갈색으로 변하여 낙엽이 되어 바람결에 땅으로 떨어진다. 뛰어난 회복탄력성(resilience) 속성수이다 보니 거칠게 전정을 해도 자연스러운 수형을 회복할 수 있지만, 줄기의 절단면은 썩어들어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느티나무는 자라면서 불필요한 속가지를 스스로 정리하면서 수형을 만들어가는 특성이 있다. 도시지역에서 비교적 잘 적응하여 빌딩 속에서 녹색숲을 형성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개발부터 간선도로변 가로수로 식재하여 지금은 아름다운 가로경관을 이루고 있다. 자연 상태에서는 산기슭이나 골짜기 또는 마을 부근의 흙이 깊고 진 조건에서 잘 자란다. 조경 현장의 거친 흙에서도 웬만하면 적응하지만 배수가 안되는 곳에서는 고사하고 만다. 배수가 불량하면 어쩔 수 없이 뿌리 분을 주변보다 들어 올려 심는 수밖에 없다. 쓰임새가 여러가지인 느티나무는 베어진 후에도 목재의 최상품으로 쳐준다. 썩거나 벌레가 먹는 일이 드문 데다 나뭇결과 무늬가 곱고 황갈색으로 윤택이 난다. 건조 시 갈라짐과 비틀림이 적고 마찰이나 충격에 강하며 단단하다. 좋은 목재가 갖추어야 할 모든 장점을 다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무의 황제’라는 별명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많은 왕의 관으로 사용하였고, 건축 구조재로 최상품이라서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의 기둥으로 선택되었다. 서민은 소나무, 양반은 느티나무와 함께 일생을 살아간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홍태식 / 한국정원협회 부회장
  • 상혁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놀이터에서 누군가 미끄럼을 타고 있으면 재빨리 쫓아가 바로 뒤에서 미끄럼을 탔다. 그러고는 ‘꽝’하고 앞의 친구와 부딪쳤다. 친구한테 장난을 걸거나 괴롭히려는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 감각을 즐겨서였다. 그럴 때마다 매번 미연 씨는 아들 상혁이에게 주의를 시켰지만, 모든 아이가 그러듯이 상혁이도 잊을 때가 잦았다. 서로서로 잘 아는 동네 놀이터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동네를 벗어난 놀이터에서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화를 크게 내는 상대 어린이의 부모에게 미연 씨는 사과하고 열심히 설명했지만 그들의 이해를 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과 부닥치고 싶지 않은 연희 씨는 초등 1학년인 해빈과 함께 가능한 한 넓으면서도 한적한 놀이터를 찾는다. 그녀는 해빈이 같은 또래의 친구들로 북적이는 놀이터를 좋아하는 걸 알지만, 해빈의 행동에 보내지는 눈빛이 불편해 어쩔 수 없다. 가끔은 발달장애 아동만을 위한 놀이터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당장 불편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한적한 놀이터를 찾지만, 놀이터에서 친구들을 사귀고 어울려 놀았으면 하는 바람이 없는 건 아니다. 더 욕심을 내자면 많은 어린이가 놀이터에서라도 장애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다름의 하나라는 것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영 씨는 이러한 바람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고 있다. 특수학교와 작업치료실 등에서 만난 다른 엄마 네 명과 함께 2018년 4월부터 동네 놀이터 범어3호 어린이공원 ’슬기로운 놀이터 생활’을 시작했다. 담배꽁초와 소주병, 쓰레기만 있던 어린이공원이었지만 놀만했다. 쓰레기를 줍는 것도, 돌멩이를 쌓는 것도 놀이가 되었다. 제대로 된 시설이 없다 보니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 비석치기, 고무줄놀이, 술래잡기 등 늘 새로운 놀이를 시도했고 늘 즐거웠다. 놀이는 갈수록 규모가 커졌다. 낮 동안 혼자 있어야 하는, 돌봄에서 벗어난 어린이들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놀이터는 그야말로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함께 노는 통합놀이터가 되었고 돌봄의 공간이 되었다. 어린이들의 수만 늘어난 건 아니다. 활동도 확장되었다. 지영 씨를 비롯한 부모들은 놀이터에서 놀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통합마을’의 가능성을 보았고, 자신감도 얻었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뭐든 학교’를 시작했다. 뭐든 학교는 통합 교육을 목적으로 한다. 학교라고 하지만 뭐 그리 거창한 건 아니다. 함께 빵을 굽고, 바느질하고, 밀랍초를 만든다. 뭐든 학교는 2023년 2월 사회적 협동조합의 형태로 공식화했다. 이들의 활동은 미래로도 뻗어 나갔다. 지영 씨는 다른 발달장애아 부모들과 함께 베이킹과 바리스타에 한정된 발달장애인의 직업의 폭을 넓히고자 ‘비컴프렌즈’(BEECOMM FRIENDS)’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발달장애인들이 도시양봉을 업으로 삼아 꿀을 생산하고, 그 꿀을 이용한 가공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도시 양봉을 배우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게 주 사업내용이다. 또 자신이 짓고 있던 집의 설계를 변경해 마을 사람들이 모여 교류하고 ’뭐든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오봉 살롱’이라는 커뮤니티 공간과 도시 양봉 체험을 위해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독채의 오봉 스테이를 건물에 끼워 넣었다. ‘슬기로운 놀이터 생활’부터 모든 활동을 함께 해왔던 유미 씨는 ‘호호가’라는 이름으로 커뮤니티 공간, 문화공간, 뭐든 학교 선생님 입주공간으로 채워질 건물을 근처에 짓고 있다. 지영 씨와 유미 씨는 오봉 살롱과 호호가를 통해서 그들의 활동이 마을에 스며들기를, 마을은 카페를 통해서 그들의 활동에 스며들기를 기대해본다. 그 기대가 기대로 끝날지 현실화될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지만, 조용히 지켜보던 마을 주민들은 아이들의 안부를 물어보기 시작했고 전직 과학 선생님이었던 분은 수업을 해주겠다고 나셔주셨다. 오봉초등학교는 양봉할 수 있도록 옥상을 내주었다. ‘아이들은 함께 어울려 놀면서 서로를 배우고 자라야 한다.’는 당위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은 아이러니하게도 고유한 이름 없이 ‘범어3호 어린이공원’이라 불리는 동네 놀이터에서 시작되었다. 공원의 풍경도 이름만큼 특별할 게 없었다. 그러나 지영 씨와 그녀의 동료들은 깔깔 웃음을 나누면서 세 그루 아름드리 느티나무 그늘이 주는 매력을 찾아냈다. 관계 속에서 자신의 고유함을 인정받고, 고유함이 다시 관계를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그들의 바람이 공원에도 적용된 셈이다. 김연금 / 조경작업소 울 대표
    •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대표
    • 2023-08-20
  • 오늘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환 기술의 한 가운데 있는 전기자동차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전기자동차 기술은 석유 에너지를 사용하는 자동차 기술보다도 먼저 개발된 기술이라는 사실이다. 1832년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앤더슨이 발명한 전기마차가 최초라니, 그 역사가 두 세기에 가깝다. 심지어 전기자동차가 상품화 되어 판매된 시기는 1886년으로 이는 가솔린 엔진 자동차보다 5년이나 앞섰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세월 개발을 거듭해 온 전기차는 왜 아직도 상용화되지 못한 걸까? 이는 대량 생산 단계에서 석유 엔진에 패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과학자의 연구와 엔지니어의 기술력일지라도 그것을 성공시키는 것은 그들의 몫이 아니라 그 기술을 지원해주는 정책, 제품화하는 기업, 활용해주는 사용자의 몫이다. 다시 말해 사회적 함의를 형성하는 것이 성패를 좌우한다. 지금 우리는 지구촌에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인 기후변화 문제, 삶의 질의 문제, 물 문제, 생물다양성의 문제 등과 이를 포괄하는 지속 가능한 개발의 문제 등을 계획을 통해서 해결점을 제시하고, 설계를 통해서 실체화해나가고 있다. 이 중에서 기후변화 문제는 국제 사회, 국가, 기업, 시민 사회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표준화된 프로토콜 즉, 사회적 함의를 체계화한 규약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대응은 관련 활동의 감시, 보고 및 검증(MRV)이 있어야 다양한 주체의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기업은 자연 자본을 많이 활용하고, 기후 문제를 많이 야기하는 주체이면서, ESG(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의 약자로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 등 다양한 공시제도에서 관련 노력을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문제 해결을 위한 투자를 적극 수행할 수 있는 주체이기 때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노력을 효과적으로 추적, 평가, 인증체계를 표준화하기 위해 국제적으로는 “Extents,” “Tier,” “Approach,” 그리고 “Scope”가 논의되고 있다. Extents는 보통 공간적 범위를 규정하는 용어로 많이 사용된다. 탄소저감, 기후적응 관련된 활동이 어디서 발생했는지를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관련 공간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 산림지, 정주지, 초지, 농경지, 습지 등을 구분하고, 관련 범주를 구체적으로 구분해주는 행위가 Extents를 규정하는 행위가 된다.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에 있어서는 산림지에서 정주지로의 토지이용에 대한 변화가 만들어지게 되면, 해당 면적에 따른 원단위를 고려하여 배출량을 산정하게 된다. “Tier”는 데이터 수집과 보고의 수준을 나타낸다. 온실가스 배출, 흡수 관련된 특성이 지역마다 많이 차이나고, 국가별로 데이터 수집의 수준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분류한 체계이다. 일반적으로 “Tier 1,” “Tier 2,” “Tier 3”와 같은 수준이 사용되고, 보다 정교하고 상세한 데이터 수집이 요구될수록 높은 tier로 분류된다. “Approach”는 어떤 방법론과 기술을 사용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지를 나타낼지는 의미한다. 산림지의 온실가스 흡수, 배출량을 모두 추적하지 못할 경우에는 샘플링 기법을 활용하여 조사하고, 통계적 추정을 통해서 총 흡수, 배출량을 작성하여 보고할 수도 있고, 우리나라처럼 토지피복지도, 지적도 등의 공간정보가 잘 갖춰진 나라의 경우에는 경계를 기준으로 기준면적을 산정하고 흡수량, 배출량을 산출하여 보고할 수도 있다. “Scope”는 어떤 기후변화 관련 변수나 활동을 포함하는지를 정의하는 데 사용된다. 도시에서의 Scope 1은 직접 배출량으로 도시 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포함하고, 주로 도시 시설이나 교통 등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이 포함된다. Scope 2는 간접적 배출량으로 도시에서 사용한 전력 및 에너지 소비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포함한다. Scope 3은 그 외 간접적인 배출량으로 도시와 관련된 활동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포함하며, 주로 공급망, 물품 및 서비스의 생산과 이용 등이 포함되는 전과정평가의 개념이 포함된다. 우리가 사는 공간과 사회로 시선을 옮겨보자. 기후변화 대응의 문제는 도시 계획 단계에서 탄소 관리 및 저탄소 도시화, 기후위기 안전도시를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며,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고, 기후위기로 인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도시 인프라와 건축물의 배치, 교통 체계, 녹지 등을 계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논의에서 계획가는 각 공간별 기후변화 관련 대응 문제를 명확히하고, 문제해결 목표를 잘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설계에서는 계획에서 목표로 잡은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공간설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응 목표에 대한 정량화가 필요한데, 정량화는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취약성 분석, 대응 전략 개발, 목표 설정, 성과 측정 지표 정의, 시뮬레이션 및 모델링, 비용-효율성 분석, 모니터링과 평가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량적 분석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진 기후변화 대응관련 계획목표가 설계를 통해서 구체화될때는 위에서 논의한 “Extents,” “Tier,” “Approach,” 그리고 “Scope”의 개념적 논의체계 속에서 탄소 흡수, 배출, 기후변화 적응효과 등이 산출될 수 있어야 향후 인증체계와 함께 논의될 수 있고, 다양한 주체의 참여가 유도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사회를 이루는 모든 주체의 협력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전기자동차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더 있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1913년에 개발한 전기차 초기모델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 한 대 남아있다니 놀랍다. 그런데 에디슨이 전기차를 개발하게 된 배경에는 당시 증기자동차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있었다. 증기자동차의 굉음으로 인한 소음 문제, 매연 문제, 수동으로 회전시켜 시동을 거는 문제 때문이다. 그러나 에디슨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증기자동차는 전기자동차보다 먼저 대량생산에 성공하고 텍사스의 유전개발까지 이어져 전기자동차는 주류가 되지 못했다. 그렇게 긴 세월을 돌아 인류는 전기자동차의 보급이 늦어진 것을 후회하고 있다. 다소 늦었지만 이제는 사회적 함의가 형성되었다. 과학자의 연구, 계획가의 구상, 그것을 지원하는 정책, 공간화하는 설계가, 성공률을 높여주는 분석가, 그리고 이용자. 모두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사회적 함의에 동감하고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조경 분야가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기여가 제대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계획과정, 설계과정, 조성 후 모니터링과정에서 동일한 개념적 전제조건 속에서 공간의 미래 모습에 대한 논의가 발전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찬 /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콩과 집안의 어르신 8월 초순 꽃이 피어난 도시 가로수를 얼핏 보면 아까시나무처럼 보인다. 그런데 가로수의 정체는 회화나무다. 잎 모양과 줄기가 비슷하다 보니 오해를 많이 받는다. 아까시나무는 잎끝이 둥그스름하지만, 회화나무 잎은 끝이 점점 좁아져서 뾰쪽하고 줄기나 가지에 가시가 전혀 없다. 꽃은 가지의 끝에 여러 개의 원뿔 모양 꽃대에 복합하여 달리며 여름에 연한 황백색의 꽃이 나무 전체를 하얗게 뒤덮어 가지 끝이 늘어질 정도로 많이 핀다. 자랄수록 나무껍질은 세로로 깊게 갈라지며 검은색이 진해진다. 어린 가지일수록 초록색이 진하며 열매는 콩과 식물을 나타내는 모습인 콩깍지 형태로 달린다. 콩과 식물은 뿌리혹 박테리아와 공생하여 대기 중의 질소를 고정한다. 이렇게 생산된 질소는 모든 식물의 성장에 필수적인 영양소로 사용되고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 준다. 식물생태계에 큰 역할을 하는 콩과 식물은 콩이나 토끼풀부터 아까시나무나 회화나무 같은 큰 키 나무까지 다양하다. 회화나무는 낙엽활엽수로 나무 높이가 30m, 직경이 2m까지 크게 자라는 편이라 은행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왕버들과 함께 우리나라 5대 거목 중의 하나이며, 500~1,000년 된 나무 10여 그루가 노거수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문헌을 찾아보니 중국에서 괴화(槐花) 또는 회화목(懷花木)이라고 해서 회화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림을 뜻하는 ‘회화(繪畵)’가 아닌 것이다. 회화나무를 사람이 사는 집에 많이 심은 것은 못된 귀신을 물리치는 나무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시대 궁궐에 많이 심었다. 또한 서원이나 향교 등 학문을 연구하는 장소에도 회화나무를 심어 면학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왕과 사대부의 상징 회화나무는 오래전부터 한반도에 살고 있어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 궁궐에서 왕이 신하들을 만나는 장소를 외조라고 하는데, 이 가운데 삼정승 자리에는 별도로 회화나무를 심어 표지로 삼았다고 한다. 창덕궁의 돈화문 안에 있는 세 그루의 회화나무는 외조에 해당하는 곳으로 지금도 우람하게 살아있다. 동궐도에도 보이듯이 왕권을 표현하기 위하여 창덕궁을 비롯한 여러 궁궐에 심어 관리하였다. 고관대작을 상징하는 나무로 벼슬을 그만두고 낙향하여 만년을 보내는 곳에도 회화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현대그룹 사옥은 예전 휘문고등학교 자리에 세워졌다. 창덕궁 쪽 일부 토지에 원서공원을 만들어 구청에 기부하게 되었는데, 그곳에 노거수인 회화나무가 있어서 살리느라 큰 공사를 하게 되어 필자가 참여하게 되었다. 이웃한 창덕궁 회화나무와 비슷한 나이를 가진 노거수가 잘 살 수 있도록 다양한 지혜를 동원하여 작업하였다. 어느 날 인부 한 명이 높은 분이 근무하는 4층 쪽으로 소변을 누다가 걸려서, 신입사원인데도 불려가서 야단맞은 추억이 떠오른다. 중국에서 회화나무는 학문을 상징하는 나무로 여겨 공자를 모시는 대성전 앞에 측백나무와 은행나무와 함께 심어 놓았다. 유교는 조선시대 사회의 기본 사상이자 사회 윤리로 자리 잡고 있어서 중국처럼 회화나무에 대한 대우는 높았다. 대부분의 유교 관련 사적지에서는 오래된 회화나무를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유생들이 과거시험을 보러 가거나 합격했을 경우 집에 회화나무를 심곤 했다. 그래서 회화나무는 예전부터 ‘학자수(學者樹)’라고 불렀다. 곧게 자라는 대나무와 달리 회화나무 가지들은 자라면서 제멋대로 뻗는 특징이 있어서 옛사람들은 이를 두고 자유롭고 유연한 학자의 기질로 여겼다. 회화나무 잎은 다른 나무가 모두 새 잎을 피운 다음에 학자수라는 이름에 걸맞게 거드름을 피우며 5월 초가 되어야 느지막이 피어나고, 꽃도 한여름인 8월이 되어서야 수수한 모습으로 황백색의 꽃을 피운다.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자라면서 단정한 수형을 스스로 만든다. 요즘에는 공부를 잘하게 한다는 속설 때문에 정원에 심기도 한다. 가로수의 원탑 한강변에 올림픽대로를 건설할 때 녹지에 많이 심었다. 함께 심은 양버즘나무는 강변 모래땅에서 여름 가뭄을 이기지 못하고 대부분 말라 죽었다. 하지만 함께 식재한 회화나무는 가혹한 조건에서도 살아 남아 지금도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차량 운전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그 뒤로 서울시내 간선도로에 가로수 수종으로 채택되어 많이 식재하였다. 대표적으로 압구정역에서 갤러리아백화점 구간에 식재하여 지금도 울창한 가로수 대열을 이루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에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가로수로 심어놓은 키 큰 회화나무 숲을 즐길 수 있다. 대기질이 나쁜 도시에서 가로수의 조건을 따져 보자면 추위, 공해, 병충해에 강하고 보행자 키보다 높은 곳에 가지가 있는 기본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여름철에 그늘을 만들고 겨울에는 잎이 떨어져 햇볕을 인도에 비추게 하는 낙엽활엽수 가운데서 선정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에 맞는 나무가 회화나무라고 할 수 있다. 빨리 자라며 사람이 다듬어주지 않아도 스스로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는 나무인 회화나무는 가로수로 선정되는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는 회화나무 가로수가 많아 세계적으로도 유명세를 치르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가로수로 많이 심는다고 한다. 장마가 끝날 무렵 서서히 꽃송이가 달리면서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꽃이 피어난다. 꽃은 1주일 정도 지나면 가벼운 튀밥처럼 금세 낙화한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우수수 떨어진다. 콩알만 한 작은 꽃잎이 포장도로를 하얗게 물들인다. 깨끗이 쓸어도 하룻밤 지나면 또 한 무더기 쌓여있다. 여름의 끝과 가을이 시작을 알리는 현상이다. 가을이 깊어가서 은행잎이 샛노랗게 물들어도 초록색 잎을 달고 있다가 첫 추위가 오면 그제야 노란색 단풍이 들며 낙엽이 진다. 기후변화를 늦추는 나무 활엽수 가운데 도시 공해에 강한 나무로 토심이 깊고 비옥한 사질양토에서 잘 자란다. 그러나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고 특히 내한성이 강해 우리나라 어디에든지 자라는 나무이다. 종자 번식이 가능하나 대부분 삽목으로 생산하고 있다. 봄에 전년도에 자란 가지를 잘라 묘목을 만들어 이듬해에 옮겨 심는다. 성장은 빠른 편이며 양수이므로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식재한다. 회화나무는 콩과 식물로 질소 고정을 하는 뿌리혹박테리아가 공생하여 질소 비료를 제공해 주므로 아주 척박지가 아닌 한 시비의 필요성이 거의 없다. 과도한 시비는 병충해 발생을 일으킬 수 있다. 잔뿌리가 적고 뿌리가 거친 편으로 큰 규격의 이식성은 보통인데, 가을 낙엽이 진 후부터 봄 싹트기 전이 이식하기 좋은 기간이다. 잎과 줄기가 황금색이 특징인 황금회화나무 원예종이 유통되고 있다. 줄기도 황금색이지만 봄철 나오는 새 잎도 황금색으로 금세 변해서 특이한 모습을 자랑한다. 녹지에 한 주 식재하면 시선을 한몸에 받을 수 있다. 꽃이 귀한 여름에 꽃이 피어 여름철 꽃나무로 이용 가치가 높다. 넓고 크게 자라므로 공원이나 학교원 등의 여름 꽃나무 겸 녹음수로 적당하며 가로수로 심어도 좋다. 대기 오염 환경에서도 강한 내성이 있어 도시환경에 잘 적응한 나무로 가로수, 공원수, 학교, 사적지 등에 즐겨 심는다. 회화나무는 전체적인 모습이 우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초록이 섞인 황백색 꽃과 한여름철 따가운 햇볕을 가리는 시원한 그늘 그리고 가벼운 바람결에도 흔들리는 얇은 잎을 더위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제공한다. 거칠고 어두운 수피에서 해마다 돋아나는 잎과 새 가지 끝에 달리는 꽃들은 언제나 공부하는 학자의 치열함과 깨달음을 보는 듯하다. 홍태식 / 한국정원협회 부회장
  • 왕과 pin ‘참나무’란 참나무속에 속하는 여러 나무를 공통으로 부르는 말이다. 다양한 쓰임새가 있어서 진짜 나무라는 뜻이며, 이 참나무속 나무는 모두 도토리라고 불리는 단단한 열매를 생산해서 ‘도토리나무’라고도 부른다. 겨울에 낙엽지는 낙엽활엽수와 일 년 내내 상록인 상록활엽수가 있으며, 북반구의 온대와 열대지방에 200~250종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참나무 6형제라고 부르는 상수리나무·굴참나무·떡갈나무·신갈나무·갈참나무·졸참나무가 있다. 남부지방에는 상록활엽수인 가시나무·종가시나무·붉가시나무·졸가시나무 등이 살고 있다. 목재는 매우 단단하여 쓰이는 곳이 많으며, 열매는 물에 불려 도토리묵을 만들어 먹는다. 굴참나무 껍질은 코르크층이 발달해 지붕재로 쓴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연 상태의 산에서 산림식생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이들 토종 참나무 종류들은 제멋대로 자라 조경수가 갖춰야 할 수형을 가지지 못하여 조경공사에 쓰이질 않았다. 조경 현장에 식재하는 경우 독립수 보다는 여러 나무를 모아 심는 편이다. 그나마 상수리나무는 수요가 있어 최근 들어 농장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대부분 수량은 산에서 굴취하여 조경 현장으로 반입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하자가 많이 발생하는 편이라 조경공사 관계자들이 기피하는 수종이기도 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경관을 만들기 위하여 1990년쯤 외국 참나무를 들여오기 시작하는데 대표적인 수종이 북미대륙 동부가 고향인 대왕참나무이다. 기하학적으로 독특하게 생기고 잎 가장자리에 뾰족한 침이 달린 ‘pin oak’를 수입하면서 ‘대왕참나무’로 이름 지은 데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대왕’이라는 회사 이름을 가진 수입업자가 자기 회사 이름을 넣었다는 설도 있고, 여러 참나무 중 키가 가장 크게 자란다거나 잎의 모양이 임금 王자를 닮았다는 설 등이 있다. 그러나 ‘대왕’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우리나라 참나무들은 신하가 되는 셈이니 차라리 원어 그대로 ‘핀오크’나 ‘침참나무’로 부르는 게 적당하지 않을까 한다. 잎이 비슷하게 생긴 red oak인 루브라참나무도 수입해서 심고 있다. 대왕참나무와 루브라참나무는 생김새가 일정하고 비교적 건조한 환경에 잘 적응하여 하자가 적은 편이라 많이 심고 있다. 베를린올림픽, 손기정, 월계관 1936년 독일 베를린에서 제11회 올림픽이 열렸다. 2차대전을 일으키기 전에 히틀러 총통이 독일민족의 우월성을 세계에 자랑하고자 온갖 심혈을 기울여 대회를 개최했다. 8월 9일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24살의 식민지 청년 손기정 선수가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베를린올림픽에서는 고대 그리스 올림피아 월계관의 상징적 의미를 계승하여 우승자에게 나뭇잎 관을 머리에 씌워 주었다. 특별히 올리브나무나 월계수가 아니라 독일 사람들이 신성하게 여기던 ‘로부르참나무(Quercus robur)’로 관을 만들어 손기정 선수에게 수여했다. 또한 부상으로 꽃다발 대신 로부르참나무 묘목을 받았는데, 이 나무로 가슴에 있는 일장기를 가렸다고 한다. 서울시 만리동 손기정기념관에는 당시 받았던 나뭇잎관, 금메달 그리고 청동투구가 문화재청 등록문화재로 지정 보관되어 있고, 참나무 묘목은 현재 손기정 기념관 앞에 높게 자라서 잘 살고 있다. 이 참나무는 오랫동안 ‘월계관 나무’로 부르면서 한때 상록수인 월계수(Laurus nobilis)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이 나무가 월계수가 아닌 참나무 일종으로 확인된 건 1982년 서울시 기념물로 제정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분명히 시상식에서 받은 로브루참나무 묘목을 40여 일이나 걸리는 귀국길에 잘 간수하여 이듬해 손기정선수 모교인 양정고등학교에 심었다. 그런데 몇 십 년이 지난 후에 대왕참나무로 바뀐 데에는 여러가지 가설이 등장한다. 겨울을 지나면서 묘목이 고사해 나중에 대왕참나무로 식재했다는 주장은 당시 한국에는 대왕참나무가 수입되지 않아서 틀린 주장이라고 한다. 그래서 시상품으로 로부르참나무를 준비했지만 대왕참나무가 섞여 있었을 가능성을 주장하는 이도 등장한다. 당시 독일에도 대왕참나무가 유통되고 있었고, 묘목일 때는 두 참나무의 잎이 비슷하다는 근거로 주장한다. 필자는 2009년 서울 역삼동에 있는 대학산악연맹 사무실에 업무차 방문했다가 고 손기정 선생님을 뵌 적이 있다. 당시 78세인데도 꼿꼿한 자세와 반짝거리는 눈빛이 기억난다. 그때 선생님한테 로부르참나무 사태를 물어볼 걸 그랬다. 반전에 반전에 반전 대왕참나무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한국전통대학교 이선 교수는 논문을 발표해서 손기정선수가 받아와 심은 참나무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을 하였다. 1936년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은 일제강점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던 우리 민족에게 커다란 자부심과 민족정기를 북돋아 주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손기정 선수가 부상으로 받은 묘목은 현재 서울역 서쪽 만리동 언덕의 손기정 체육공원에 자라고 있으며, 미국산 대왕참나무(Quercus palustris)로 밝혀졌다. 베를린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는 130명의 올림픽 금메달 수상자 모두에게 로부르참나무 월계관과 월계수 화분을 선물하였는데, 이는 독일의 힘과 환대를 표현하고자 했던 의도였다. 당시의 금메달리스트들은 본국으로 귀국하여 부상으로 받은 참나무를 심어 현재 소위 ‘히틀러 참나무’라고 불리는 로부르참나무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자라고 있다. 손기정 선수는 올림픽이 끝난 후, 독일에서 출발하여 배와 비행기를 갈아타며 10월 17일 고국에 도착했다. 손기정 선수가 받은 로부르참나무로 만든 월계관은 현재까지 그대로 보관되어 있지만, 문제는 교정에 심은 대왕참나무이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첫째로 당시 우승자에게 수여한 로부르참나무가 전 세계에 퍼져 자라고 있는데, 유독 손기정 선수에게만 대왕참나무를 수여했을 리가 없다. 게다가 손기정 기념관에 보관되어 있는 월계관도 로부르참나무로 제작된 것이다. 둘째는 귀국 후 겨울을 지나면서 겨우 뿌리만 살아 있는 월계수를 이듬해 봄에 교정에 심어 살린 것이라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교정에는 로부르참나무가 자라야 하겠지만, 어찌 된 일인지 대왕참나무로 자라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무가 뒤바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추정해볼 수 있지만, 결정적 실마리를 찾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현재 손기정 기념관에 있는 대왕참나무는 여러 우여곡절과 역사적 사실과 관계없이 그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음으로 지속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또한 당시에 올림픽 우승자가 부상으로 받은 월계관과 월계수는 모두 독일의 대표 수종인 로부르참나무였으므로 지금이라도 관련된 로부르참나무의 열매나 묘목을 구해 손기정 기념공원에 심는 것도 의미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차도남 대왕참나무는 가로수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열식을 하거나. 비교적 넓은 녹지에 3m 간격으로 바둑판 모양으로 식재하는 게 좋다. 느티나무처럼 잎이 무성하게 자라지는 않지만 곧게 솟은 줄기와 수평으로 뻗는 곁가지가 균형이 잘 잡혀 있다. 현대 도시의 엄격한 직선 풍경을 완화해주는 수형을 가지고 있어, 도시의 공개공지에 많이 심겨 있다. 어릴 때부터 인위적으로 전정하여 그늘막이나 미세먼지를 잡겠다며 파리채 모양으로 만들기도 하는데 나무를 학대하는 것에 불과하다. 지엽이 치밀하지 않아 효과도 없는 편이다. 지하주차장 위에 성토한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적응한다. 여름철에 반질거리는 잎은 가을철 새빨간 단풍으로 눈길을 끈다. 겨울내내 갈색으로 변한 잎이 매달려 있어 색다른 경관을 만든다. 독특한 수형을 가진 수입종으로 인기가 좋은 편이다.
  • 100일 동안 꽃이 핀다 무궁화, 자귀나무와 함께 우리나라 여름에 피는 중요한 꽃나무라고 할 수 있다.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중부지방에서는 동절기 대비를 해야 겨울 추위를 이겨낼 수 있다. 백일동안 꽃이 계속 핀다고 하여 과거에는 ‘백일홍’으로 부르기도 했는데, 빠르게 발음하면 ‘배롱’으로 들려 ‘배롱나무’로 이름이 굳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해살이 초본 백일홍과 구분하기 위하여 ‘목백일홍’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초본 백일홍 꽃은 한번 피면 백일동안 유지하니 진짜 백일홍이기는 하다. 그 외에도 배롱나무는 재미난 이름이 많다. 매끈한 가지를 슬슬 간질이면 가지 끝에 달린 잎과 꽃이 간지럼 타듯 가볍게 흔들린다고 ‘간지럼나무’라고도 부른다. 일본에서는 수피가 매끄러워서 나무를 잘 타는 원숭이도 미끄러지는 나무라는 의미의 ’사루스베리(猿滑)’라고 부르고 배롱나무 원산지인 중국에서는 꽃 색깔을 보고 ‘자미화(紫薇花)’라 이름 지었다. 그런데 송나라 시대부터 자미(紫薇)보다는 붉은색인 홍미(红薇) 품종이 많아졌다. 홍미는 백일 동안 붉은 꽃을 피워 ‘백일홍’으로 불리며 이웃 나라인 조선과 일본으로 전파되었다. 배롱나무는 한 송이 꽃이 피어나서 백일동안 있는 것이 아니라 꽃대에 줄줄이 달린 꽃망울이 차례대로 피고 지며 여름철 내내 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꽃 색깔은 흰색, 분홍색, 보라색 그리고 선홍색이 있는데, 선홍색이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아름다움도 으뜸이다. 수피는 독특하다. 갈색과 흰색으로 얼룩무늬가 있기도 하고 지난해의 수피가 떨어져 나간 부분은 매끄럽다. 잎은 마주나기를 하며 두툼한 편이다. 학명 ‘Lagerstroemia indica’는 린네가 명명했는데, 배롱나무를 유럽에 소개한 친구 이름과 동인도제도를 말한다. 배롱나무를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매우 널리 알려진 인기 높은 정원수이며 내한성이 약하여 중부지방에 심기에 부적당하다. 여름철 남부지방으로 여행을 가면 명소마다 꽃이 피어 있는 오래된 배롱나무를 볼 수 있다. 향교, 서원, 사찰, 공원, 길가 그리고 묘소에서도 볼 수가 있다. 역대급 셀럽이다 강희안(1417~1465)이 쓴 우리나라 최초의 원예조경서인 양화소록(養花小錄)에 16종의 식물 중에 배롱나무가 포함되어 있다. ‘자미화’ 편에서 중국은 성안에 많이 심지만, 우리나라 성안에서는 본 적이 없고 영호남 여러 고을에서 많이 심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 지방 지체 높은 양반집에서 많이 심었지만 대부분 얼어 죽었다고 언급한다. 또한 형상을 표현하기를 “비단 같은 꽃이 노을빛처럼 고운데 뜰을 비추면 사람들의 시선을 어지럽게 빼앗으니, 풍격이 가장 유려하다.”라고 쓰여 있다. 배롱나무의 특징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내한성이 약해 서울 경기 지방에서 심을 수는 있어도 얼어 죽을 위험성이 높다는 점까지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조선시대 문인화에 배롱나무에 대한 글이나 그림이 자주 등장한다. 제주지방에서는 묘소에 심는 나무로 여겨서 집안에 심지 않는다고 한다. 옛 풍습에 무덤 주위를 직사각형으로 둘러쌓은 돌담인 산담을 만들고 그 안에 배롱나무를 심었다. 제주 어르신들은 “별다른 이유는 없고 단지 무덤이 보기 좋아지라고 화려한 꽃나무인 배롱나무를 심는다”라고 말한다. 배롱나무의 꽃이 곱고 오래 피니 어두운 무덤을 환하게 밝혀 조상을 즐겁게 하려는 후손들의 효성으로 무덤에 심은 거라고 한다. 역사가 깊은 서원이나 고택, 정자 그리고 오래된 산사에 가야 붉은 꽃으로 뒤덮인 배롱나무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오래전에 심은 배롱나무는 커다랗게 벌어진 가지에서 여름철 내내 붉은 꽃을 풍성하게 피워내어 강렬한 아름다움으로 보는 사람들을 감탄하게 한다. 오랜 시간 동안 붉은 꽃이 화려하게 피어 있어 소원성취나 가족의 화목을 바라며 집안에 심기도 했다. 그래서 유서 깊은 고택이나 사찰에 가면 고결한 기품이 풍기는 굵직한 배롱나무를 볼 수 있다. 유명한 사찰이나 누각과 정자, 서원 등에는 거의 대부분 고풍스러운 배롱나무가 심어져 있다. 고려시대 명문가 후손인 모은공 이오는 고려가 망하자 충절을 지키기 위하여 가솔들을 이끌고 남부지방으로 내려가 산간벽지에 배롱나무가 활짝 핀 것을 보고 살만한 곳이라 정착한 곳이 지금의 함안군 모곡리이다. 주변에 담을 쌓아 고려동(高麗洞)이라 이름 짓고 배롱나무를 가꾸었으니 오늘날 자미단(紫微壇)이다. 배롱나무꽃을 보며 망국의 슬픔을 달래고 한편으로는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낙으로 삼았다고 한다. 배롱나무는 특히 여름철에 푸르름으로 가득한 사찰에 붉은 꽃을 가득 피운 채, 스님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에게 보기 드문 아름다움과 속 깊은 가르침을 주는 존재로 서 있다. 배롱나무를 절에 심는 뜻은 출가한 수행자들이 해마다 껍질을 벗는 배롱나무처럼 속세의 욕망과 번뇌를 벗어버리고 수행에 전념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스스로 투박한 껍질을 해마다 벗겨내고 깨끗한 수피를 유지하고 있는 배롱나무를 보면서 몸과 마음을 갈고닦아 높은 경지로 끌어올리라는 것이다. 미인은 피부가 얇은 편이다 배롱나무는 남부수종이라서 추위에 약하다. 추운 겨울나무의 줄기가 얼어 죽어서 뿌리만 살아 있다가 뿌리에서 또 다른 줄기가 나와 굵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여러 그루를 모아 심은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더러 있다. 특히 남부와 중부 경계에 있는 곳에서 배롱나무에서 마치 여러 그루를 심은 듯이 자란 모습을 많이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중부 이북에서 햇볕이 잘 드는 남향이나 북쪽에 찬바람을 막아 주는 시설이 있는 경우 겨울을 날 수도 있고, 더 확실한 방법으로 겨울에 나무 전체를 볏짚 등으로 두껍게 감싸주고 4월 중순경까지 해체하지 않으면 살릴 수 있다. 남부지방에서 생산하는 어린 묘목은 추위에 더욱 약해서 중부지방에서 동절기 보호조치를 하지 않으면 거의 다 죽게 된다. 동백, 석류, 감나무나 배롱나무 등 중부지방에서 노지 월동이 어려운 나무를 심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80년대 중반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을 때였다. 논현동 사장 주택 정원공사를 회사 일을 하청 받아 일하는 조경회사에 시켰다. 특별히 배롱나무를 심으라는 지시를 받아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식재했다. 늦가을에 볏짚으로 단단히 싸주었는데, 그해 겨울 강추위가 10일 이상 계속되었다. 이듬해 4월 중순에 볏짚을 풀고 나서 보니 줄기가 동해를 입어 고사했다. 다만 뿌리에서 새 가지가 몇 개 올라오는 것을 가리키며 조경회사 대표는 죽은 게 아니라며 보수공사를 거부하였다. 사장의 분노에 찬 표정과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몇 년 후에 조경회사 대표에게 그때 왜 그랬냐고 물어봤더니, 값싸게 공사시킨 사장에게 뻗대면 공사비를 더 받을 수 있을 거 같아 일부러 그랬다고 했다. 화유백일홍(花有百日紅) 15여년 전부터 호남지방에서는 논에다가 배롱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벼농사를 지어봐야 손해 보는 경우가 많아 대체 작물을 찾다가 마침 배롱나무 수요가 일어나서 발 빠른 농가에서는 속성수인 배롱나무를 생산하고 있다. 예전에는 농지에 농산물만 심을 수 있었다. 식량 자급률이 부족하여 논밭에 조경수를 심어 키우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었다. 1994년에 WTO 출범에 따라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하여 ‘조경 또는 관상용 수목과 그 묘목’을 심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 다양한 조경수 묘목을 논과 밭에 합법적으로 심는 것이 허용되었다. 관리를 잘 해주면 서울·경기 중부지방에서도 살릴 수 있다. 아주 메마른 땅이나 음지 이외에서는 잘 자란다. 유기질이 풍부하고 비옥한 습윤지가 생육에 적당하다. 나무껍질은 노각나무를 닮았고 꽃차례는 불두화처럼 수북하여 꽃뭉치가 상당히 큰 편이다. 흰가루병은 배롱나무의 성장을 저해하고 미관을 해치는 대표적인 병해로 방제를 하면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수관폭이 넓게 퍼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좁은 공간보다는 넓은 녹지에 식재하는 것이 좋다. 적정한 관리비가 확보되지 않는 공간에 심어봐야 한 해 겨울을 못 넘기니 주의해야 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격언이 있다. 권력이나 부귀영화는 물론이고 영원히 시들지 않을 것 같은 화려함도 짧다는 말이다. 보통의 꽃은 멋있게 피어나도 열흘을 못가고 지고 만다. 그러나 온갖 화려한 봄꽃들이 모두 지고 난 다음에 홀로 피어 가을 이슬이 내릴 때까지 끊임없이 피어나, 짧게 피고 쉽게 져버린 봄꽃들을 비웃는 배롱나무는 화유백일홍(花有百日紅)이라고 할 수 있다. 홍태식 / 한국정원협회 부회장
  • 살아있는 모든 것을 품는다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가 원산지이다. 키는 20m 높이까지 자라며 다 자란 나무의 지름은 1m까지 커진다.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 우산처럼 넓게 자란다. 팽나무라는 이름은 대나무 통에 팽나무 열매를 넣어 쏠 때 나는 소리가 “팽~” 하고 난다고 해서 불러졌다고 한다.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다음으로 오래 살아서 마을 정자나무로 많이 심었다. 팽나무는 꽃이나 열매를 즐기는 나무는 아니고 가지와 잎이 무성하고 크게 자라 대부분 녹음수로 이용한다. 수꽃과 양성화 한 그루 나무이다. 반질거리는 잎은 가을에 샛노란 색으로 단풍이 들어 눈에 잘 띈다. 추위에 강하여 우리나라 전역에서 살 수 있다. 햇빛을 좋아하는 양수이지만 어린 나무는 내음성이 강하여 그늘에서도 잘 자란다. 팽나무 새순과 열매는 사람이 먹을 수 있고 다양한 나비가 서식처로 이용한다. 식물분류학자에 따르면 왕오색나비와 멸종위기종인 비단벌레가 팽나무와 공생하는 관계로 진화했다고 한다. 홍점알락나비를 비롯한 다양한 나비 애벌레가 팽나무의 잎을 먹고 자라며 여름이 되면 성충이 되어 늦여름에 알을 낳는다. 팽나무 껍질은 회색인데 오래 살수록 많이 생기는 이끼 틈 사이로 팽이버섯이 자란다. 팽나무에서 나는 버섯은 독이 없다고 한다. 역사를 기록하다 2022년 여름 창원 동부마을에 있는 팽나무 노거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라는 드라마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졌다. 500살로 추정되는 이 팽나무는 극중에서 ‘소덕동 팽나무’로 불리며 천연기념물 지정과 관련한 마을 사람들의 갈등을 지켜본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개발이 불가능해져서 땅값이 내린다며 반대하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로 개발과 보전에 대한 가치를 깊이 생각하게 하였다. 방영 중에는 전국에서 구경하러 몰려든 방문객들로 인하여 팽나무와 마을 사람들이 곤욕을 치렀다. 드라마 방영 후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 지정조사에 착수했고, 결국 2022년 10월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였다. 사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던 나무인데도 불구하고, 드라마 한 편으로 팽나무를 모든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남부지방에서는 팽나무를 어선이 드나드는 포구에 큰 나무로 서 있다고 해서 ‘포구나무’로 부른다. 해송처럼 소금물과 해풍을 버틸 수 있는 팽나무는 포구 앞에 많이 살고 있다. 해풍이 실어 나른 소금기를 맞아 잎이 모조리 떨어졌다가도 조금 지나면 다시 잎이 무성하게 난다. 바닷가에선 팽나무를 계선주(배를 묶는 기둥)로 많이 활용했다고 한다. 배를 묶은 밧줄에 팽나무 밑동이 오랫동안 시달리면서 상처가 생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특이한 모습을 보인다. 제주도 해발 600m 아래에 자생하고 있는 제주지역 팽나무는 ‘폭낭’ 또는 ‘퐁낭’으로 부르는데 육지에서 매끈하게 자란 것과 비교하면 모습이 매우 다르다. 세찬 바닷바람과 매년 찾아오는 태풍을 견디며 자라기 때문에 줄기가 거칠고 잔 가지가 무성하게 자란다. 바람 부는 방향으로 뻗은 가지가 만든 수형은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모양이다. 척박한 환경을 극복한 제주 사람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듯하여 제주지방의 자연환경과 역사를 상징한다고 평가받는다. 제주 사람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한 나무이고, 높게 자란 팽나무숲이 있는 마을이 많이 있다. 제주산 팽나무 뭍으로 귀양오다 2000년경 정부는 IMF 사태 이후 부동산 경기를 일으키기 위해 아파트 분양가 완전 자율화 정책을 추진하였다. 이 시기부터 지상의 주차장을 지하로 전부 내리고 지상부에는 녹지를 대규모로 조성하기 시작하여 아파트 조경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 잠실 주공아파트 단지를 재건축하면서 제주산 팽나무를 본격적으로 식재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하던 넓은 녹지공간을 채우기 위하여 10m가 넘는 대형목을 많이 식재하면서 초기 식재 효과가 제일 좋은 제주산 팽나무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태풍과 바닷바람을 견뎌내며 수십 년 자란 제주산 팽나무는 수간이 구불구불하고 잔가지가 발달하여 육지에서는 보기 드문 수형을 가지고 있어 오래된 숲처럼 보이게 꾸미는 데는 효과가 좋은 조경수로 인기를 끌었다. 모든 건설회사는 제주산 팽나무를 심으려고 다들 제주도에 몰려가서 물량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했다. 때마침 제주도에서 관광지나 골프장을 개발하면서 제주산 팽나무를 많이 캐어 뭍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 뒤로 계속 조경수로 큰 인기를 얻어 멀쩡히 살고 있는 팽나무를 팔아 큰돈을 만진 사람도 생겨났다고 한다. 지금도 수요는 이어져 제주산 팽나무를 훔치다가 적발되는 뉴스도 자주 등장한다. 이처럼 뭍으로 나가 조경용으로 대량으로 팔리다 보니 이제는 제주 시골 마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최근에는 팽나무 구하기가 힘들었는지 농촌 마을 곳곳에는 ‘팽나무 삽니다’라는 팻말까지 붙여져 있다고 한다.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오랜 역사를 담고 있는 팽나무는 마을의 전통 경관의 상징으로 있었는데 이제는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경관마저 파괴되고 있다. 애써 옮겨 심은 제주산 팽나무는 겨울철에 저온저습한 기후인 수도권의 아파트 건물 속에서 제대로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세찬 바람과 저온다습한 겨울철 기후에 적응한 제주산 팽나무는 제주지역이 아닌 곳에서 제대로 적응할지 의문이다. 고향을 떠난 나무는 생기를 잃게 된다 흉고직경이 6cm 굵기로 성장할 때까지 정말 더디게 자란다. 끈기를 가지고 재배하다 보면 키가 3m까지 자란 후에는 성장속도가 빠르며 뿌리가 잘 발달한다. 추위나 해풍에 잘 견디어 내륙과 해안 어디서든 잘 자란다. 경사진 장소보다는 평탄하고 토심이 깊은 곳을 좋아한다. 강전정을 해도 새 가지가 잘 나오며 옮겨 심기를 해도 잘 산다. 큰 규격의 나무 이식도 가능한데 가을에 낙엽이 진 후부터 봄 싹트기 전에 이식하는 것이 좋다. 묘목 생산은 주로 실생으로 하는데, 가을에 익은 종자를 채취하여 직파하거나 노천 매장하였다가 이듬해 봄에 파종한다. 파종 후에는 포장이 마르지 않도록 짚이나 거적 등으로 덮어 관리한다. 팽나무는 크게 자라는 나무로 잎이 무성하고 수형과 단풍이 좋아 넓은 녹지에 심는 녹음수로 적당하다. 독립수로 자랄 경우 수형은 넓은 우산형이 되며 바닷가처럼 바람이 강한 곳에서 자란 나무는 가지가 더욱 치밀하고 마디 사이가 짧아 더욱 아름다운 수형을 이룬다. 정자목이나 공원의 가로수로 적당하고, 바닷가에 있는 주택정원에 적응할 수 있는 나무로 손꼽힌다. 그러나 그늘에서는 병해충이 많이 발생하고 지나치게 크게 자라 정원수로 심기에는 부담스럽다. 2005년 6월에 성수동 서울숲 현장에서 수고 4m 팽나무 50주를 심은 적이 있다. 그 당시만 해도 팽나무는 쉽게 구할 수 없었는데, 뿌리 분이 나쁜 상태로 심어서인지 1주만 살아남고 전부 죽었다. 그 해 10월에 하자보수를 하는데도 전부 활착이 안되어 결국 일부는 느티나무로 바꿔 심었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라는 격언이 사라진 시대가 되어버렸다. 육지의 부자 동네 정원 조경수로 제주도를 대표하는 팽나무가 팔려나가는 것은 졸부 문화의 극치라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서울 아파트 단지에 경쟁하듯이 심어놓은 제주산 팽나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제주도의 저온 다습한 겨울철에 익숙한 ‘퐁낭’이 서울의 저온 건조한 겨울철 기후조건에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나무 생리상 당초 모습을 유지하긴 어려울 텐데, 도시에 조성하는 인공지반 위 녹지에는 그 지역에서 키운 조경수를 심는 것이 맞다. 홍태식 / 한국정원협회 부회장
  • 소크라테스와 플라타너스 그늘 낙엽활엽교목으로 성장속도가 빠르고 큰 나무로 자란다. 자라면서 수피가 비늘처럼 벗겨지고 열매가 탁구공 크기의 방울 모양으로 달린다. 가지와 잎이 무성하고 이식이 잘 되므로 가로수로 널리 심고 있다. 양버즘나무는 가로수로 선정될만한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나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후와 풍토에 적당하고 커다란 잎은 도로변 소음과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기능이 뛰어나다. 여름철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가을 낙엽은 치우기 힘들지 않다. 도시의 건조, 열기, 대기오염과 같은 온갖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으며 강한 전정을 하더라도 생육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양버즘나무(Platanus occidentalis)가 대부분이고 그밖에 버즘나무(Platanus orientalis)나 단풍버즘나무(Platanus acerifolia) 등이 보기 드물게 있다. 북미대륙 동부가 원산지인 양버즘나무는 잎의 넓이가 길이보다 길고 열매는 한 줄에 한 개만 달린다. 서아시아에서 지중해에 이르는 지역이 원산지인 버즘나무는 잎의 넓이가 길이보다 짧아 잎이 날씬하게 보이는데 한 줄에 열매가 3개 이상 달리고, 원예종인 단풍버즘나무는 잎 길이와 넓이가 비슷하고 열매는 한 줄에 여러 개 매달고 단풍잎 모습을 많이 닮았다. 기원전 5세기경 고대 그리스에서는 버즘나무를 가로수로 심었다고 한다. 고대 기록에 따르면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버즘나무 아래서 제자들에게 의술을 가르쳤다고 한다. 그리스 코스섬에는 이 버즘나무 후계목이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다른 나라 유명 의과대학에선 이 후계목의 후계목을 분양받아 귀하게 키우고 있다는데 동숭동 서울 의대 앞의 히포크라테스 동상을 아무 관련도 없는 느티나무 아래 세워 놓았다. 플라톤이 쓴 ‘파이드로스’에는 도심을 벗어난 강가에서 제자와 대화를 나누는 소크라테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평소 아테네의 시장통을 떠돌던 소크라테스가 여름날 강변에 있는 버즘나무 그늘에 앉아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는 모습이 나온다. 지중해성 기후에서 버즘나무는 커다랗게 자라서 그늘을 만들어 교육이나 행사 장소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콩나물 시루같은 가로 양버즘나무는 서울시 가로수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18%를 차지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가로수로 많이 심은 이유는 대기오염 물질을 잘 흡수하고 토양을 정화시키는 나무로 도시의 각종 공해물질에 잘 견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십여 년 전부터 어린잎의 뒷면에 나는 털이 기관지 알레르기를 일으켜 인체에 유해하다고 알려져 가로수에서 퇴출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해도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 때문에 일어난 일을 가로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잘 못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가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무가 양버즘나무이다. 잎과 잎자루에 빽빽한 흰색털은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잘 흡착하여 공기정화 능력이 뛰어나다. 수분 증산을 활발하게 하여 도시의 열섬현상을 누그러뜨린다. 왕성하게 자라 이산화탄소 저장 능력이 뛰어나고 큰 잎은 여름철에 넓은 그늘을 제공한다. 또한 건조한 도시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이런 장점으로 가로수로 많이 심었지만 거대 수목으로 자라게 되면 열악한 가로환경 때문에 단점으로 둔갑한다. 가로수 아래 불량한 토양 때문에 뿌리가 얕게 자라고 빠른 성장으로 아름드리나무가 되면서 주변 아스팔트포장, 경계석 및 보도블록을 들고일어난다. 양버즘나무는 제대로 성장하려면 넓은 공간이 필요한 수목이다. 그런 나무를 좁은 인도에 심어놓으니 뿌리도 제대로 자라지 못한 채 성장하여 강풍에 쓰러지거나 뿌리에 주변 시설이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도시경관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가로수 전정을 자주 하긴 하는데, 아무런 학술적 근거도 없이 가지를 잘라 수세를 아담하게 가꾸곤 하지만 원래 양버즘나무는 자연스럽게 거대 수목으로 자라는 나무이다. 높게 자라면서 건물을 가린다던가 전깃줄에 영향을 주는 일이 발생하여 가지치기를 자주 한다. 예전에는 예산 부족으로 ‘닭발’ 가지치기라는 비아냥을 받은 적이 있었다. 지금은 가지치기할 때 어느 정도 가지 생육을 감안하여 균형을 잡으며 하고 있다. 그러나 양버즘나무의 장점인 커다란 수형을 줄이는 방식으로 하는 것은 여전하다. 아무런 이익도 없는 가지치기를 지방정부마다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 한 술 더 떠서 파리 가로수 형태를 흉내 내어 깍두기 모양으로 매년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가로수의 존재 이유를 잊어버리고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것 같다. 오래된 미래의 가로수 충북 청주의 가로수길은 높이 10m가 넘는 양버즘나무 1천여 그루가 서로 가지를 맞닿어 긴 나무 터널을 이루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커다란 잎사귀들이 그늘을 만들어 밝은 대낮에도 어둑어둑해질 정도였다고 한다. 이 길은 1952년에 황량한 비포장길에 키 1m가량의 어린 플라타너스 묘목 1600여 그루를 심어 만들어졌다. 1970년대 초반 4차로로 늘리는 도로확장공사가 진행되면서 가로수가 모조리 잘려나갈 위기에 처했다. 벌목 대신 이식으로 공사 계획이 변경되었지만 공사 과정에서 수백 그루가 죽었다. 오래된 가로수를 생명체가 아닌 도로시설물로 여기는 근시안적 사고방식 때문이다. 이제는 가로수길의 멋진 모습은 영화 ‘만추’나 드라마 ‘모래시계’의 한 장면에서 볼 수밖에 없다.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플라타너스/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란 하늘에 젖어 있다’라고 시작하는 ‘플라타너스’라는 시를 쓴 김현승 시인이 오래 살았던 광주 양림동의 가로수는 양버즘나무였다. 시 속에 등장하는 나이 든 플라타너스 가로수는 도시재개발이라는 시장논리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렇게 김현승의 시 ‘플라타너스’가 탄생한 무대는 사라졌다. 예향의 도시 광주에서도 무신경하게 이럴지는 데 다른 도시에서 심어놓은 플라타너스는 파리 목숨이나 마찬가지이다.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 도시에 가로수를 식재하는 경우 특별한 관리를 하여 가로수용 수목으로 재배한다. 줄기가 곧고 수관이 균일한 형태로 치밀하게 키운다. 묘목 시절부터 지주대에 묶어 곧게 자라게 하고 아래쪽 잔가지들은 전정하여 지하고 2.2m 내지는 4.5m의 나무를 길러낸다. 보행로나 도로변에 적당한 규격을 심고 최소한 3회 이상 뿌리돌림 한 나무를 식재하여 즉시 가로 경관을 좋게 하는 방식으로 한다. 예산을 많이 써서라도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키가 낮아도 일정한 수형을 가진 나무를 도로변에 심어야 가로 경관이 바로 완성된다고 설명한다. 그에 반해 우리는 어떤가? 대부분 관청에서 조경업체에게 도급계약을 체결해서 가로수를 구해 식재하도록 하는데, 수형이 들쑥날쑥하여 식재한 직후 볼품없는 결과가 나오는 게 현실이다. 가로수만큼은 외국처럼 수형을 잘 가꾼 나무로 심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인정받지 못하는 운 나쁜 사람 6.25 전쟁이 끝난 후 도시 재건을 할 때 가로수로 양버즘나무나 미루나무를 많이 심었다. 묘목을 심어도 잘 적응하고 빨리 크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들여온 양버즘나무는 나무껍질이 비늘처럼 떨어지면서 만들어지는 무늬가 애들 얼굴에 버즘(버짐의 옛말)이 핀 것 같다고 해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지금 시대에 버즘이 핀 얼굴을 하고 있는 어린이도 없는데 여전히 양버즘나무로 부르는 게 영 마뜩잖다. 이제는 ‘방울나무’로 바꾸는 게 좋겠다. 암수 한 그루이며 수꽃은 연초록색, 암꽃은 가지 끝에 자주색으로 피는데 강전정을 해놓은 가로수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열매 모양은 처음에는 단단한 방울이지만 나중에 겉에 붙은 씨앗들과 안쪽을 채우고 있는 털로 분해된다. 씨앗은 가벼운 털 때문에 바람에 실려 멀리 날아갈 수 있다. 씨앗은 껍질이 단단해서 발아시키기 어렵다. 대부분 봄철에 삽목을 하여 묘목을 생산한다. 크게 자란 나무를 이식하는 경우에 뿌리 분을 만들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나무이다. 저렇게 이식해도 살까 할 정도로 굵은 뿌리를 대충 잘라서 심어도 잘 산다. 남에게 은덕을 베풀면서도 쓸모 있다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운 나쁜 사람 이야기가 이솝 우화에 나온다. 덕을 베푸는 양버즘나무보다 그늘 아래 쉬는 나그네의 모습을 보고 나 자신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덕을 받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알지 못하고 오히려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모습이 혹시 나그네와 같지 않은가를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나그네이기도 하고 때로는 양버즘나무일 수도 있는 것이다. 홍태식 / 한정원협회 부회장
  •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참나무’가 없듯이 ‘대나무’는 없다. 대나무는 여러 대나무 종류를 전부를 부르는 단어이다. 대숲에 세찬 바람이 불어오면 숲 전체가 한 몸이 되어 바람결에 따라 휜다. 촘촘한 그물망처럼 빽빽하게 들어선 대나무들은 한 몸이 되어 다 같이 버티며 살아간다. 대나무는 오래전 고대시대부터 전쟁 무기인 화살을 비롯하여 피리 등의 악기, 건축자재, 농사도구, 낚싯대 그리고 죽세공 제품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에 이바지해왔다. 특히 고대 아시아에서는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 대나무를 일정한 크기로 엮은 죽간에 글을 기록하여 문서로 사용했다. 우리 조상들은 ‘대나무는 나무일까 풀일까?’ 하는 의문을 가진 듯하다. 고산 윤선도는 오우가라는 시조에서 대나무를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대나무는 식물분류학으로 따지면 풀에 속한다. 벼과 집안으로 ‘키가 큰 초본’으로 분류할 수 있다. 풀과 나무를 구분하는 기준은 딱딱한 목질부와 부피 생장을 하는 형성층의 존재 여부이다. 대나무는 목질부가 있어서 표면이 딱딱해지지만 형성층이 없어서 일정한 크기 이상으로 부피 생장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풀로 분류한다. 대나무는 생장하기 시작하여 20일에서 50일 만에 키가 다 자라고, 그 뒤로는 더 이상 굵어지지 않고 굳어지기만 한다. 대나무는 매화·난초·국화와 함께 사군자로 대접받았다. 대나무는 겨울에도 푸르러 절개가 굳세고, 속이 비어있어 마음을 비우니 군자가 본받을 품성을 모두 지녔다 하여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대나무를 좋아하였다. 오늘날에는 사이버 세계 속 익명의 고발 공간인 ‘대나무숲’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있다. 대나무숲이라는 이름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대나무숲에서 외친 설화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이는 특정 업무에 일하는 사람들이 한풀이를 위해 만들어진 SNS의 공동 계정을 말한다. 철저히 익명성을 보장하며 험담화를 하거나 부조리한 업계의 현실을 폭로하는 공론의 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대나무는 고온다습한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 대나무가 자생하는 지역은 양양에서부터 동해안을 따라 내려와 안동과 김천, 영동, 무주, 부여로 연결되는 선의 남쪽 지방으로 한정된다. 대나무숲을 대규모 경제림으로 조성할 수 있는 곳은 경상남도와 전라남도가 적당한 지역이다. 대나무는 난대성 식물이라 겨울 추위가 혹독한 수도권 지역에서는 실외공간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기후변화로 인한 한반도 온난화 현상 때문에 생육한계선이 북상했다고 하지만 단 한 해의 강추위에 말라죽을 수 있다. 대나무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꽃을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나무는 씨앗보다는 땅속줄기로 번식을 한다. 당연히 꽃의 역할은 축소되어 매년 피지 않는다. 땅 위에서 보이는 많은 대나무들은 알고보면 땅속줄기로 연결된 단 몇 개의 대나무 개체에 불과한 것이다. 대나무 5형제 전 세계에 1200여 종이나 분포하는데 우리나라 주요 대나무는 왕대, 맹종죽, 오죽, 이대, 그리고 조릿대 등이 있다. 왕대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대나무다. 기후가 좋으면 높이 20m까지 자라지만 추운 지방에서는 키가 4m 정도로 낮게 자란다. 옆으로 뻗는 땅속줄기로 번식한다. 잎은 좁고 길고 습기가 많은 땅을 좋아하고 생장이 빠르다. 맹종죽은 대나무 중에서 가장 굵은데 직경 20cm까지 큰다. 높이는 약 10m까지 자라는데 하루에 1m까지 자랄 정도로 생장속도가 빠른 편이다. 어린 죽순은 요리 재료로 인기가 많다. 줄기가 검은색인 오죽은 줄기가 처음에는 녹색으로 자라다가 차츰 성장하면서 검은색으로 변한다. 강릉 오죽헌의 오죽이 유명하다. 이대는 화살대를 만들던 대나무로 키는 3m까지 자라고 줄기가 곧고 마디 사이가 길다. 줄기 두께가 가늘고 아래와 윗부분이 같은 굵기를 가지고 있다. 조릿대는 키작은 대나무로 우리나라의 어느 숲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어 산죽이라고도 한다. ‘곡식에 들어 있는 이물질을 걸러내는 조리’를 만드는 대나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땅속으로 뿌리줄기가 뻗어 새로운 개체가 발생하는 영양번식과 씨앗을 통해 번식하는 종자번식을 함께 하여 군락을 쉽게 이룬다. 음지에서도 잘 자라고 추위에 강하며, 수분이 적당하고 비옥한 토양을 좋아한다. 제주도에 자생하는 제주조릿대는 잎에 두꺼운 금색 테두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강한 번식력으로 한라산 고지대까지 잠식하여 시로미와 털진달래 등 한라산 자생식물에 피해를 주는 식생교란종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제주조릿대는 한라산에서 소와 말의 방목이 금지된 1980년대부터 퍼지기 시작해 지금은 한라산 국립공원 전역에 퍼져 있다. 대나무의 가치와 위협 관광형 대나무숲으로 조성한 담양 죽녹원은 볼거리로 유명하다. 대나무 특유의 차가운 기운으로 태양열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풍광은 여름철의 피서지로도 손색이 없다. 공휴일에는 평균 5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온다는 통계 숫자로 대나무숲의 관광자원 가치를 알 수 있다. 강변의 대나무 숲 중에서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숲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있는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은 4km 정도 이어진 대나무숲이다. 울산의 중심부를 지나는 태화강 강변에 있는데 지금은 142,000㎡ 규모가 남아 있다. 예전부터 태화강변에 대나무가 자생해왔는데, 일제강점기에 태화강 범람 피해를 막고자 주민들이 백사장에 대나무를 추가로 더 심어 지금의 커다란 대밭이 되었다고 한다. 강한 태풍 때문에 수차례 피해를 입었지만, 평소에 대나무숲 관리를 잘하고 있어 태화강 국가정원의 핵심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탄소저감이 시급한 숙제로 닥친 요즘 탄소 흡수원으로 대나무숲이 평가받고 있다. 대나무는 온실가스 흡수능력이 매우 뛰어난 식물로 대나무숲 1ha당 연간 이산화탄소 약 30톤을 흡수할 수 있다 한다. 일반 나무의 4배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하니 앞으로 재배면적을 더욱 넓혀 나가야 하겠다. 최근 들어 도시녹지에 지피식물로 널리 식재 한 사사조릿대(Pleioblastus속)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사사조릿대 특성은 상록성으로 광택이 있는 잎이 조밀하게 발달하고 지표면에 붙어 키가 낮은 군락을 이룬다. 생육이 왕성한 지하경은 토양의 유실을 막아주고 교목층의 하부에 군락으로 자라 독특한 경관을 연출한다. 겨울철이 긴 우리나라에서 내한성이 강한 상록관목으로 많은 녹지에 식재하였다. 몇십 년 전부터 일본에서 수입하여 대량으로 식재하였는데, 마치 환삼덩굴처럼 주변 관목이나 초화류를 뒤덮어 주변 식물을 고사시키고 있다. 슬기로운 대나무 식재방법 돌아가신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은 대나무를 무척 좋아했다. 공장은 대부분 울산지역에 있었는데 공장 조경 시 대나무숲을 많이 조성했다. 담장을 비롯하여 호텔이나 영빈관 등에는 반드시 왕대를 심어놓고 방문할 때마다 왕대숲을 거닐곤 했다고 한다. 어느 해 태풍에 훼손된 대나무를 살리라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공장 책임자는 만사를 제쳐놓고 대나무 전문가를 찾아 나섰고, 마침 대나무 생리를 잘 아는 조경기술자를 데리고 와서 대나무숲 관리를 맡겼다. 관리의 핵심 내용은 습도조절이라서 조경기술자는 새벽 4시부터 대나무숲에 물을 충분히 주어 습도를 유지하기 시작했다. 물주는 소리에 새벽잠을 설친 왕 회장은 불같이 화를 낼 지경인데도 대나무 살리기 위한 직원의 노력에 감동을 했다고 한다. 왕 회장의 대나무 사랑은 고향인 북한 원산지방의 대나무숲을 그리워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대나무를 심을 때는 식재 위치를 잘 잡아야 한다. 옛날에는 집 뒤에 심어 풍치림으로 이용했지만 뿌리줄기가 끝없이 뻗어 나가는 특성을 감안하여 이웃 식물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실내조경 시 대나무를 식재하는 경우 공기 순환을 검토해야 한다. 열풍과 냉풍을 견디기 어려운 대나무는 실내공간에서 살아가기가 곤란하다. 수도권에서 대나무 식재 적기는 추위가 물러간 4월 경이 좋다. 오랜 경험으로 가을에 심으면 거의 다 죽는다는 게 정설이다. 관리를 잘하고 있는 서울로나 강남 빌딩 등에서도 대나무를 상록으로 유지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겨울철 영하 10도가 넘는 날씨가 일주일 계속되면 대나무는 죽게 된다. 대나무는 풀에 가깝기 때문이다. 홍태식 / 한국정원협회 부회장
  • 나무의사는 나무의 병과 해충으로부터의 피해를 예방하고, 진단, 처방, 치료하는 사람으로 2018년 6월 28일부터 시행된 산림보호법 제21조의6에 따른 나무의사 자격증을 받은 사람을 말한다. 이전 나무의사의 자격요건은 조경기술사, 산림기술사, 문화재수리기술자(식물보호분야)나 관련 경험자 등이 있었으나, 관련법 시행 이후에는 다음의 4가지 요인을 모두 만족하여야 나무의사 자격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첫째, 수목진료 관련 학과 석사이상, 수목치료기술자 보유, 산림·조경분야 자격 소지자 등에서 1개 이상 만족하며 둘째, 국가 지정 12개 양성기관에서 150시간 이상 교육을 이수하고 셋째, 한국임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나무의사 자격시험 1차 시험(객관식), 2차 시험(서술형, 실기)에 합격하고 넷째, 나무병원 취업 또는 개원하여야 한다. 개정된 나무의사 제도 시행 이후 합격자는 2022년 12월 기준 888명이다. 나무의사 자격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은 현재의 나무의사 자격시험제도에 많은 문제점이 있어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임업진흥원 홈페이지와 다음 카페, 네이버 블로그 등의 온라인 게시판에 등록된 수험생들의 질의내용, 그리고 나무의사 자격시험에 응시했던 수험생들, 양성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예비수험생들에 대한 설문결과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현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 첫째, 나무의사 자격시험은 관련 학과를 졸업하거나 자격증을 취득하고 실무에 종사한 자 중 산림청이 지정한 양성교육기관에서 150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아야 응시자격이 주어지며, 1차 시험과목은 수목병리학, 수목해충학, 수목생리학, 산림토양학, 수목관리학 등 5개 과목이며, 이 중 수목관리학에 농약학과 정책 및 법규가 포함되어 있어 실제로는 7과목으로 볼 수 있다. 1차 시험의 합격자 결정은 각 과목 100점을 만점으로 하여 각 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인 사람으로 한다. 시험과목과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여 수험생들은 많은 공부 양과 깊이 있는 내용으로 준비해야만 합격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둘째, 나무의사 및 수목치료기술자 양성기관으로 서울대학교 식물병원, 신구대학교, 경상국립대학교 수목진단센터, 경북대학교 수목진단센터,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 충남대학교 수목진단센터, 강원대학교 수목진단센터, 전북대학교 산학협력단, 충청북도 산림환경연구소, 한국수목보호협회, 동아대학교 융합디자인 연구소, 공주대학교 산학협력단 등 총 12곳을 지정하여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사전 교육을 수료해야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제도 하에서는 교육생 수보다 양성기관이 부족하여 혼란을 가져오고 있는 실정이므로, 일정한 자격이 주어지면 선 시험 후 합격자에 한하여 양성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주는 제도로의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수험생들은 양성교육에서 받은 교육이 시험에 도움이 되지 않은 것에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양성기관 교육비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에 양성교육기관도 경쟁을 통해 질 높은 교육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교육비 부담완화를 위해 각 양성기관 별로 고용노동부 교육비 환급과정 등록과 내일 배움카드 지원 혜택 등을 받을 있도록 제도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며, 선 교육 후 시험 응시 자격부여에 대해 법 제도 개선을 통하여 「나무의사 자격시험에 합격한자는 나무의사 양성교육기관에서 양성교육을 이수하여야 한다」로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나무의사 자격시험은 한국임업진흥원에서 시험문제 출제, 자격증 관리를 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국가기술자격시험과 관리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실시하고 있는바,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 위탁해야 한다고 판단되며, 시험문제와 관련하여 과목별 시험문제 출제범위, 시험문제 난이도, 1차 시험 합격률 등에 대한 제도개선도 공청회나 세미나 등을 거쳐 의견을 수렴하여 더 좋은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동물들이 아프면 동물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듯이 이젠 나무의 생육상태가 불량하거나 고사하게 되면 나무병원에서 수목피해의 진단·처방·치유·방제 등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수목관리도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시점에서 나무의사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은 환영하는 바이다. 하지만 나무의사 자격시험 시행 후 수험생들과 예비수험생들이 나무의사 자격시험제도에 대하여 많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되며, 첫걸음을 뛴 나무의사 및 나무병원 제도가 국민들에게 신뢰받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 정용조·김학철(2023) 나무의사 자격시험의 실태분석과 제도개선 방안 –제1차 시험을 중심으로-, 한국환경과학회지, 32(1):11~24. 정용조 / 상명대학교 그린스마트시티학과 교수
    • 정용조 상명대학교 그린스마트시티학과 교수
    • 2023-07-10
  • 올해의 장마예보는 유독 우리를 긴장하게 만든다. 슈퍼 엘리뇨에 역대급 장마가 온다고 하니, 내 주변에는 침수위험 요인이 없는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을지 걱정이 앞선다. 폭우의 가까운 원인은 엘리뇨이지만 모두 인지하고 있듯이 본질은 기후변화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온도 상승과 강수량 변화는 가뭄과 극한 홍수 등 심각한 물 문제를 일으키며, 폭염으로 건강문제를 야기하고, 생태계의 다양성 감소와 많은 종의 멸종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기후위기가 가시화되면서, 기후적응에 대한 대응방안이 많이 논의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 발간과 함께,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서 취약성을 인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투자, 연구 등의 많은 노력을 하였다. 많은 연구에서 1.5도의 기온상승이 더 이상의 과거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로 보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IPCC 6차보고서의 기후변화 전망에서 2030년에서 40년 사이에 1.5도가 넘어갈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우리에게 적응을 본격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시점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적응관련 법체계 정비를 포함하여, 국가 기후위기적응센터를 조직하는 등 적응을 위한 대응 체계를 강화하여, 적응 논의가 좀 더 현실성 있게 진척될 수 있는 상황이다. 법체계 등 제도의 강화속에 기후적응 논의를 위해서 가장 선행되어야 할 작업은 기후변화에 취약한지를 인지하는 일이다. 취약성을 인지하기 위해 기후 모델링 및 기후 정보를 사용하여 생산된 폭염, 홍수, 가뭄 등 미래 기후 조건에서 해당 지역이나 생태계 등이 얼마나 영향을 받을 것인지를 분석하는 과정이 선행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영향과 취약성이 평가되면, 자산 및 위험관리 측면에서 기후변화 관련 위험에 대한 관리전략, 즉 적응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전 세계 연구자들은 적응계획을 통한 효과적인 적응을 위해 공간화된 기후정보의 생산과 전달, 기존 시스템의 적응한계 파악, 필요한 기술과 지식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첫번째로, 기후변화 영향과 리스크, 대응의 효과에 대한 공간상세화 된 정보의 생산과 사용자들에게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기후변화 완화는 온실가스 점 배출원에 대한 관리의 문제이지만, 기후변화 적응은 지역 및 시스템을 대상으로 하는 점, 선, 면에 대한 계획과 관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적응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를 해야 하고, 특정 지역의 맥락에 맞춰 적응방식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지역의 모든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필요하다. 두번째로, 적응논의에서 빠질 수 없는 개념은 적응한계이다. 적응한계는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에 특정 지역이나, 시스템이 어느정도까지 대응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개념이다. 기후변화는 근본적인 변화이고, 점적인 관리가 아니라 면적인 대응 및 관리를 요구하기 때문에 많은 자원과 비용이 필요하다. 금융, 노동력, 인프라 등의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의 한계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적응을 위해서는 적절한 기술과 지식이 필요하다. 현재 기술수준으로는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기후기술에 대한 투자가 계속되어야 하며, 복잡한 시공간 차원에서 다목적의 기후적응 문제를 풀어야만 한다. 만약 적응한계로 인해서 근본적으로 기후적응문제를 풀어낼 수 없다면, 일부지역에 대한 기후적응관 관련된 관리를 하지 않고 대피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의 전환적, 변혁적 적응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적응논의를 위해서는 다양한 기후, 사회적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서 적응한계를 평가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공간 의사결정을 위한 적응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적응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대부분의 정부 부처 사무를 적응의 대상으로 규정하였다. 이러한 광범위한 규정을 통해서 각 부처별로 적응관련 역할을 발굴하고, 국가 기후변화 적응계획과 지자체 기후변화 적응계획에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적응계획은 짧은 기간만을 고려한 일회성의 사업, 실질적으로 기후변화 적응에 기여하는지 효과가 밝혀지지 않은 사업,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을 다루고 있어 우려된다. 좋은 의도의 계획과 투자가 오히려 기후변화 적응에는 부정적인 효과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IPCC는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을 증가시키거나 적응역량과 기회를 약화시키는 과정을 오적응(誤適應, maladaptation)으로 규정하고 있다. 오적응의 한 사례로 가뭄을 겪고 있는 지역에서 농업 생산성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관개망을 구축하는 것이 잠재적인 해결책으로 논의될 수 있지만, 댐 건설이나 보 등의 건설 및 관리 등이 수반되지 않는 상황에서 물에 대한 의존을 장려하면 장기적으로는 물 사용량 및 공급비용의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물과 관련된 종합적인 대책검토를 통해서 기후변화 적응계획이 수반되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른 의미로는 1.5도 이전의 사회에서는 관개수로를 확장해서 물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 좋은 해법으로 인식될 수 있었을 지는 모르지만, 1.5도 이상의 티핑포인트를 지난 시점부터는 최적의 해법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른 오적응 사례로는 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 취약성 전이, 부정적인 외부효과 등이 있을 수 있다. 리바운드 효과는 매우 중요한 환경담론이자, 기후적응에서 잘 살펴봐야 할 문제이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예방하기 위해 침식 지역에 해안 보호벽을 설치하는 조치를 취한다고 가정한 상황에서, 이 조치는 초기에는 해안 침식을 완화하고 해안 생태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해안 보호벽이 해안선의 변화를 막아 다양한 해안 생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거나 접근을 차단해 해안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고 생태계의 안정성이 약화될 수 있다. 이를 기후적응의 리바운드 효과로 이야기할 수 있다. 다른 사례는 취약성의 전이이다. 폭염 등이 심각할 때 건물 등에서의 에어컨 사용은 매우 효과적인 적응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에어컨 실외기에서 발생하는 인공열이 도시열섬을 가중시켜 에어컨을 사용할 수 없는 취약계층의 피해를 더욱 가중시키거나, 혜택을 보는 대상이외에는 모두에게 피해를 전가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부적절한 기후적응 조치는 생산성 저하, 경작물 실패, 재난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등을 초래할 수 있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님이 기후변화관련 논의속에서 “There is no Plan B, because we do not have a Planet B.”을 주장하였는데, 우리에게 두번째 행성이 없듯,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공간계획에 오적응은 힘들다. 조경의 역할과 기능이 보다 더 기후변화 적응에 체계적으로 적응해야 할 때다. 기후변화 적응한계를 인식하면서, 오적응을 피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영향의 종합적 검토, 포용성, 각 부문 이해관계자의 협력, 지속적 모니터링과 평가가 필요하다. IPCC는 다음과 같은 체계를 제안하고 있다. 현재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확인하고, 관측된 영향을 대응하기 위해서 어떤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후 적응은 미래변화에 대한 준비이기 때문에 미래에 가장 우려되는 리스크를 파악하고, 우려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후적응 관련된 공간화된 해법을 제안함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조경학이 중요하게 생각하였던 종합적인 접근, 공평성과 포용성, 협력체계 구축,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평가와 관련된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인지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조치를 수행할 때에는 환경, 사회, 경제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단일적인 해결책이 아닌 종합적인 접근법을 통해 다양한 외부효과를 파악하고, 이를 최소화하면서 적응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UN에서 제안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와 국제생물다양성협약(CBD;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의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 등에서 제안하는 체계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적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기후변화 오적응은 사회적인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취약한 지역, 사회집단 및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우선 고려하고 참여시키는 공평성과 포용성이 필요하다. 오적응을 방지하고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비정부기구, 시민사회 등의 각 이해 관계자들이 협력하여 종합적인 기후변화 적응 전략을 개발하고 실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적응 조치의 효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평가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식별하고 조치를 조정할 수 있고,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축적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시 장마로 돌아가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리는 지난해 폭우 속 의인들을 기억한다. 흙탕물에 뛰어들어 막힌 배수로를 뚫고 반지하에 갇힌 주민을 구한 시민들, 그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감동을 느끼며 동시에 조경학자로서 반성이 일었다. 이제 조경분야에서 기후변화 완화 효과에 대한 논의를 넘어 기후변화 적응과 오적응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와 강건한 계획이 필요한 때이다. 그렇게 우리 조경가들이 기후변화의 숨은 의인이길 바란다. 박찬 /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유일무이(unique)한 꽃 모양 콩과 낙엽활엽교목인 자귀나무는 전국 산야에 자생하는 난대성 수종으로 중부 이남 지역에서 볼 수 있다. 나무의 줄기는 높이 자라지 않고 굽거나 약간 드러눕는다. 키는 5m 정도까지 자라고 큰 가지가 성글게 옆으로 퍼져 넓은 그늘을 만든다. 꽃이 귀한 여름철에 보름 동안 꽃이 계속 피어나서 여름 꽃나무로 많이 심는 나무다. 자귀나무 꽃은 화려하고 특이하게 생겨 보통의 꽃모습과 완전히 다르다. 분홍색 비단실로 만든 화장솔을 벌려놓은 듯한 모습으로 독특하게 핀다. 꽃잎은 퇴화되어 안 보이고 3cm 길이의 가느다란 수술 뭉치가 꽃 모양을 이룬다. 작은 가지 끝에 15∼20개씩 우산형으로 달린다. 아래쪽은 흰색이고 끝이 분홍빛으로 물들어 멀리서 보면 전체가 분홍색으로 보인다. 축제를 하기 위하여 밤하늘을 장엄하게 수놓는 불꽃놀이를 할 때 자귀나무 꽃이 피어난 불꽃 모습이 많이 보인다. 서양에서는 자귀나무를 비단나무(silk tree)라고 부른다. 장마철에 꽃을 피우는 모감주나무나 능소화와 함께 매우 달콤한 향기가 난다. 무더위와 빗속에서 꿀을 찾는 벌과 나비를 부르는 향기는 밤 시간에 더욱 진하게 퍼진다. 주로 목포 지방이나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왕자귀나무(Albizzia coreana)는 자귀나무와 비슷하지만 나뭇 잎이 더 큰 편이다. 꽃을 이루는 수술에 분홍색이 없어서 흰색 꽃으로 보인다. 한국 특산종이며 희귀식물로 평가받고 있어 앞으로 군락지 보전과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 자귀나무 잎과 비슷한 잎을 가진 ‘자귀풀’은 강변이나 습지에서 자란다. 1년생 초본식물인데 줄기는 곧게 서서 높이 80cm까지 자란다. 가지가 갈라지며 윗부분에서는 속이 비어 있다. 잎이 자귀나무처럼 밤중에는 접히기 때문에 자귀풀이라고 한다. 매일 밤 폴더블폰(foldable phone) 자귀나무는 짝수로 마주 보는 작은 잎들이 낮 시간에는 활짝 펴졌다가 밤이 되어 어두워지면 잎들이 서로 마주 붙어서 아침까지 수면운동을 한다. 이것은 잎자루 아랫부분에 있는 엽침이 빛의 강약이나 자극을 받아 수분을 일시적으로 빠지게 하여 잎이 접히고 잎자루가 밑으로 처지는 현상이다. 이는 광합성을 할 수 없는 밤 시간에 물을 소비하는 증산작용을 멈추기 위하여 잎의 표면적을 최소한으로 만드는 것이다. 미모사는 외부 자극이 있어야 잎이 움츠러든다. 그러나 자귀나무는 외부의 자극 없이 해가 지고 나면 저절로 펼쳐진 잎이 서로 마주 보며 접힌다. 예전 사람들은 그러한 모습을 보고 잎이 서로 사이좋게 붙어 잔다고 생각하여 야합수(夜合樹)라고도 불렀다.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모습을 가진 자귀나무 잎을 들여다보면 50~80개 되는 작은 잎들이 둘씩 마주나고 맨 끝에 짝 없이 홀로 남는 잎이 없다. 모든 잎이 제 짝이 있다며 예로부터 사이좋은 부부를 상징하는 나무로 여겨 신혼집에 즐겨 심었다고 한다. 슬기로운 아내는 자귀나무 꽃을 따다 말린 후, 남편이 힘들 때면 조금씩 꺼내 술에 넣어 마시게 하여 남편의 기분을 풀어주었다고 전해진다. 소가 자귀나무잎을 무척 좋아해서 ‘소쌀나무’ 라고 부르기도 했다. 마치 서양에서 들어온 듯한 화려한 꽃을 피우지만 자귀나무라는 이름의 유래는 지극히 촌스럽다. 나무를 깎는 연장인 ‘자귀’의 손잡이로 쓰인다거나, 잠자는 시간을 귀신같이 맞춘다고 하여 자귀나무라고 불렀다고 한다. 가을배추 파종 시 잎이 달린 자귀나무 가지를 꽂아 그늘을 만들어주고, 잎이 진 다음에는 거름 역할을 하여 농사에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호기심이라는 유산(heritage) 자귀나무에 대한 다양한 설화는 나라나 지역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로 전해 온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자귀나무를 뜰에 심으면 남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어진다고 믿었고 오해가 생기면 자귀나무 잎을 따서 보내 풀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자귀나무의 줄기로 절굿공이를 만들어 부엌에 두고 쓰면 집안이 화목해진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제주도에서는 자귀나무를 ‘자구낭’ 이라고 부르는데 여름날 어린아이들이 ‘자귀나무(자구낭)’ 그늘에서 자다가 학질에 걸린다고 생각하여 집안에 심지 않도록 금기시했다. 또한 태풍이 자주 닥치는 제주에서는 약한 나뭇가지가 부러져 다칠 수가 있어서 이 나무를 집안에 심지 않는다고 한다. 그 옛날 아버지는 강원도 동해안에서 작은 규모의 사과 과수원 농사를 하셨다. 부지런하면서도 호기심이 많으신 아버지는 그 지역에서 보기 드문 탱자나무나 참죽나무 등을 어디선가 구해서 심고 가꾸셨다. 다양한 식물을 키우시던 아버지는 내가 국민학교 입학 무렵에 자귀나무 묘목 한 주를 대문 옆에 심었다. 청소년기를 지내며 나는 자귀나무와 함께 성장을 했다. 타지에서 대학 생활을 하다가 여름방학 때 내려가면 고향집을 지키고 있는 키 큰 자귀나무를 멀리서도 볼 수 있었다. 기와 지붕 만큼이나 높게 자라서 분홍색 꽃뭉치로 나를 반기고, 밤에는 그윽한 향기를 은은하게 내뿜던 자귀나무는 고향집을 상징하는 나무로 남아있다. 또한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심어보고 가꾸시던 아버지의 호기심을 물려받은 나에게는 작고하신 아버지를 떠올릴 때 함께 떠오르는 나무이다. 폭이 10m가 넘게 자라며 큰 우산을 펼치며 대문을 지키던 자귀나무는 2002년 어마어마한 피해를 낸 태풍 루사가 지나가며 가지가 부러져 수명을 다하고 말았다. 선산 묘소 주변에 심어놓은 또 다른 자귀나무 3그루는 크게 자라 보기 좋았는데 어느 겨울 강추위에 말라죽었다. 한낮의 불꽃놀이(fireworks) 공원이나 도로변에 식재한 자귀나무는 꽃이나 잎 모습이 특이해서 외래종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예전부터 중부지방 아래에서 자생하며 우리 곁에 살고 있었던 나무이다.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중부지방 북쪽에서는 살기 어렵다. 중부 내륙지방에서는 동해를 받을 수 있으므로 겨울철에 월동 조치를 하는 것이 좋다. 양지바른 곳에 심는데, 토질과 상관없이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란다. 습기가 있으면서 부식질이 많은 토양에 심으면 아주 잘 자란다. 옮겨심기는 주로 3~4월에 하는데 굵은 뿌리에 붙은 잔뿌리를 상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잔가지가 마를 수 있으므로 가을보다는 봄에 옮기는 것이 좋다. 씨앗 파종으로 묘목 생산을 한다. 늦가을에 익은 종자를 채취하여 춥고 어두운 곳에 보관하였다가 이듬해 봄에 파종하는데 발아율은 좋은 편이다. 양수이므로 발아 후에는 햇볕이 잘 들게 키우고, 빨리 자라는 편이라 6년 째부터 꽃이 피기 시작한다. 통풍이 잘 되는 장소에서 재배하며 비료를 많이 줄 필요는 없다. 유기질이 너무 풍부한 곳에서는 진딧물이 많이 발생하여 그을음병이 심하게 들게 된다. 병충해와 공해에 강하기 때문에 도시지역에 적응을 잘 한다. 꽃을 많이 볼 수 없는 여름에 꽃을 무성하게 피우므로 활용도가 높고 녹지에 그늘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잎과 꽃이 모두 아름답고 정갈한 모습을 보여줘 사찰이나 사적지에 많이 심는 편이다. 빨리 자라는 장점을 이용하여 비탈면 녹화 공사할 때 종자를 많이 넣는다. 비탈면같이 토양이 불안정한 곳에서도 발아율이 높다. 생장속도가 빨라 다른 식물에 피압 당하지 않는 편이라 녹화공사시 많이 쓰인다. 고속도로 비탈면에 많이 보이는 이유이다. 홍태식 한국정원협회 부회장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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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사람·자연 연결사’ 정영선 조경가의 궤적을 담다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공간과사람그리고자연을연결하는조경을바탕으로한정영선조경가의궤적을담은다큐멘터리영화가개봉을앞두고있다. ‘영화사진진’은지난2일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오는17일개봉예정인영화‘땅에쓰는시’시사회및기자간담회를개최했다. ‘땅에쓰는시’는선유도공원,여의도샛강생태공원,경춘선숲길,서울아산병원등모두를위한정원을만들어온정영선조경가의땅을향한철학과내일의숲을위해현재까지도활동하고있는정영선조경가의사계절을담은다큐멘터리다. 정영선조경가는한국1호국토개발기술사(조경)획득한최초의여성기술사다.다채로운작업을통해대통령국민포장,세계조경가협회(IFLA)상,미국조경가협회상(ASLA),한국건축가협회상,김수근문화상등유수의상들을수상했으며,지난해에는한국인최초로세계조경가협회(IFLA)가수여하는조경계의최고영예상인‘제프리젤리코상’수상자로선정되며세계적으로인정을받았다. 한국에서조경에대한사회적위상이낮았던시기에,아시아선수아파트단지(1984),예술의전당(1984),올림픽선수아파트단지(1985),희원정원,호암미술관(1997-1998),인천국제공항(1999),서울올림픽미술관과조각공원(1999),청계천복원(2002-2005),광화문광장(2007),경춘선재생공원(2014),서울식물원(2014)과같은주요프로젝트를통해조경의중요성과가치를알리는역할을했다. 영화는모든생명이싹트는봄과생동하는녹음으로가득찬여름,무르익은색채너머휴식을기다리는가을그리고모든아름다움을준비하는겨울까지‘사계절’을중심테마로구성해다채롭고도풍성한볼거리를전한다.5년간야생화가만개한정영선조경가의양평집앞마당부터남녀노소모두가즐기는대규모공원과신비로움을간직한개인정원등다양한장소를누비며각계절이지닌고유한경치를온전히담아냈다. 언제나사람과자연의관점에서치열하게고민해온‘땅의연결사’정영선조경가의궤적을따라가며,관객들에게일상의위로를건네는공원의아름다움은물론,‘조화’를잃지않는삶의태도로써공원의의미에대해생각하게만든다. 특히미나리아재비,개쑥부쟁이등우리국토의매력을즐길수있는각양각색의야생화와제주를비롯한전국의금수강산을포착하며,한국적경관의현대적완성을빚어낸정영선조경가가그려온자연스럽고도감각적인풍경들을담아냈다.땅이간직한고유의맥락을읽어시를그리듯공간에생명력을불어넣는1세대조경가의진심어린철학을전하며새로운배움으로관객들에게다가간다. 이영화는국내작품으로는최초로제20회EBS국제다큐영화제개막작으로선정됐으며,남도영화제시즌1순천개막작선정및제49회서울독립영화제장편쇼케이스부문에공식초청되는등작품성을인정받았다. 이날기자간담회에는정영선조경가,기린그림의정다운감독과김종신피디가참석해영화에담긴메시지와영화가만들어지기까지의자세한뒷이야기를들려줬다. 정다운감독은간담회에서“건축과도시를자연과의관계성안에서탐구하는과정을거치며그사이를연결하는‘조경’의중요성을자연스레인지하게됐다.선유도공원,양재천,예술의전당등내인생속의수많은중요한공간들이정영선조경가의손길에의해만들어졌다는사실은운명과도같았다.오랫동안품고있던질문인자연복원과치유에대한희망을풀어나가고자결심한후자연과공간의관계성안에서가장중요한역할을하는조경가의이야기를전하고싶었다”며영화제작의도에대해말했다. 정영선조경가는“1세대조경가라는자격은나혼자잘해서가아닌내주변모든사람들의도움이있어가능했다.그감사함에보답하려다보니지금의내가있는것같다”며“정원을만드는것은단순히꽃을심고나무를기르는것이아닌치유와회복의장이자자연을보살피고서로소통하는장으로만드는것이다.우리가간직하고있는기존의것을더욱아름답게번영시켜자손에게물려주는것이조경가의역할”이라고강조했다. 한편기린그림은정다운감독과김종신피디가2012년에함께설립한건축전문영화영상제작사다.정감독은케임브리지대학에서‘건축과영상’을공부했고,김피디는골드스미스대학에서영화연출을공부했다.
배정한 서울대학교 교수, 차기 한국조경학회장 당선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한국조경학회제27대회장에배정한서울대학교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교수가당선됐다. 한국조경학회는지난29일청주대학교비즈니스대학B동에서‘2024년정기총회및춘계학술대회’를개최하고,제27대회장단선거를진행했다. 차기임원선거는투표를통해진행됐으며선거결과▲회장에배정한서울대학교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교수▲수석부회장에안승홍한경국립대학교교수가당선됐다. 배정한차기회장은“당선된만큼책임감을갖고발표한공약을실천하기위해최선을다하겠다”며“회원개개인의다양한목소리에성실히귀기울이고학회를넘어업계,시민사회,언론,정부·자자체,관련분야등다양한주체와연대하겠다.여러분의많은도움과협조,애정어린질책을많이부탁드린다”는당선소감을밝혔다. 안승홍차기수석부회장은“그동안의경험을바탕으로회원교류증진,학술기능강화,조경교육방향정립,관련학회협력등신임회장님잘도와서회원들의권익신장에노력하겠다.많은협조를부탁드린다”고말했다. 이날정기총회는▲2023년도사업및결산보고▲2024년도사업계획및예산심의▲제27대회장및수석부회장등차기회장단선거▲오웅성홍익대학교건축공학부교수의‘월드스킬&조경가드닝:국력,국격,직업의길’특별강연이진행됐다. 김태경한국조경학회장인사말을통해“청주대학교조경학과창립50주년을기념하는날정기총회및학술대회를개최하게돼뜻깊다.얼마전까지만해도코로나팬데믹속에서벗어나기만기다렸는데,이제는인구절벽을마주하고있다.조경을가르치고,후학을양성하는입장에서가만히있을수는없다.학회를통해보다양질의교육그리고시대에특화된교육을준비하겠다”고약속했다. 홍상표청주대학교공과대학장은축사에서“이번행사를청주대학교에서개최하게돼기쁘게생각한다.우리가살고있는현재는전례없는기후위기와환경문제에직면해있다.해수면상승이상기후,대기오염등이러한문제들에대한해결책을모색하는과정에서조경의역할이어느때보다도중요해졌다”며“도시와자연의조화,지속가능한환경조성을위한혁신적인해결책을찾는것이바로조경분야의과제라고생각된다”고말했다. 조경학회는이날▲서주환경희대학교교수▲이민우공주대학교교수▲이경진공주대학교교수▲박재철우석대학교교수▲조동범전남대학교교수▲변무섭전북대학교교수에게정년퇴임공로상을수여했다. 우수논문상은▲하지아본시구도기업부설연구소장·박재민청주대학교교수의‘탄소저감설계지원을위한수목탄소계산기개발및적용’▲곽윤신가천대학교교수의‘융합도시모델링을통한그린인프라수요예측및지오디자인적용’이수상했다. 우수저술상은▲배정한서울대학교교수의‘공원의위로’▲김순기순천대학교교수·김한배서울시립대학교교수·이상우건국대학교교수·이재호서울시립대학교교수·임의제경상국립대학교교수·최정민순천대학교교수의‘조경개념사전’이받았고,우수번역상은▲황주영서울대학교환경계획연구소박사의‘조경’이선정됐다. 우수졸업생은▲김지연강원대학교▲최수민경북대학교▲민세린경희대학교▲김은주계명대학교▲김유겸고려대학교▲임은혜동국대학교▲권미리동아대학교▲이민서배재대학교▲김소담강릉원주대학교▲이주혁건국대학교▲김하림경남정보대학교▲곽동현경상국립대학교▲이지선공주대학교▲윤영두나주대학교▲김소영단국대학교▲김정재대구가톨릭대학교▲황희진대구대학교▲장지웅상명대학교▲백주희서울여자대학교▲정유진영남대학교▲김태영우석대학교▲송해림전북대학교▲양영백청주대학교▲김지수한국전통문화대학교▲김혜리목포대학교▲이종현서울대학교▲윤예진서울시립대학교▲황서현성균관대학교▲임선영순천대학교▲홍규빈신구대학교▲이현주원광대학교▲김혜교전남대학교▲서현진한경국립대학교▲한승희호남대학교등34명이수상했다. 춘계학술대회는4개분과로▲1분과조경설계·조경이론·조경사▲2분과조경계획·조경시공·조경관리▲3분과경관계획·도시결계▲4분과조경수목·생태계관리순으로진행됐다.
[인사] 이상훈 조경가, 전남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부임
[환경과조경정승환기자]이상훈필드오퍼레이션씨니어어쏘시에이트(FieldOperationsSeniorAssociateDesigner)디자이너가3월부로전남대학교조경학과교수로부임했다. 이상훈교수는서울대학교조경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조경학석사학위를받고,미국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조경디자인석사학위를취득했다.이후미국의필드오퍼레이션에서10년이상재직하면서시애틀센트럴워터프론트,마이애미언더라인,프린스턴대학교캠퍼스조경설계등의프로젝트를주도했다. 이상훈교수는그동안의경험을토대로전남대학교에서조경설계분야과목을담당할예정이며,도시재생,리질리언스조경설계등에대한실천적대안을제시하고자한다. 이상훈교수는“전남대학교조경학과에합류하게돼영광이다”라며“급변하는현대사회에서조경설계의가치와역할에대해고민하고,학생이실천적창의성을가진인재로성장할수있도록노력하겠다”고포부를밝혔다.
조수다, “전국 조경인 청도에 모이다”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조경계최대오픈카카오톡방모임인‘조경을좋아하는사람들의수다방(이하조수다)’이지난23일경북도청도에위치한대영수림원장에서조경인들을위한‘무료전지교육’을실시했다. 조수다의전지교육은조경전지및방제에대해교육을받고싶어하는조경인들을대상으로지난2022년부터매년정기적으로실시되고있다. 이날교육은오전11시부터전국각지에서몰려든70여명의조경인들이참여한가운데▲서광민아름두리조경팀장의‘전지교육’▲조봉균일송농원팀장의‘방제교육’▲유성훈유한조경개발부장의‘입찰노하우’▲대영수림원송동근방장의‘조경인의삶’에대한이야기등다양한주제로진행됐다. 교육에앞서참가자들은자기소개와조경인으로서앞으로의포부에대해서발표하는시간을가졌으며,이어전지교육을맡은서광민팀장이인사말을통해“전국을매년순회하며조경계에서활동하는많은분들과대화를나누고,특히지방권의조경학전공자,취준생,취업취약계층들과소통하기위해이번행사를준비했다”고말했다. 조수다운영진은“청도가접근이쉬운곳이아닌데비행기까지타고온조경취준생,인천에서관리를배우기위해내려오신실무자등전국먼곳에서다양한조경인들이찾아와주셨다”며,이번교육에대해“실무에서는배울수없는내용들이많았고,훌륭한선배들을한자리에서만나볼수있는멋진자리”라고말해줘서보람있었다는뜻을전했다. 또한성공적인행사가되도록찬조해준회원들게도감사의말을빼놓지않았다.송동근방장이교육장소인대영수림원장을제공하고,엄영민이룸건설대표가볼펜을선물했으며,청도한샘조경에서지역먹거리인곶감을제공했다.그외문경삼성종합건설,동산식물원김영민대표,리컴퍼니이철용대표,계림조경자재,천병훈대표,대림원예종묘문현수전무등많은회원들이식사및운영경비에도움을주었다.더불어사전답사를통해70대주차에문제가없도록진행해준유한조경개발과이룸건설에도감사의말을전했다. ‘조경을좋아하는사람들의수다방’은지난2021년5월15일개설된이래입소문으로인기가급상승한모임이다.현재는카톡방최대인원인1500명을모두채우고대기방까지운영하고있을정도로여전히인기를과시하고있다. 송동근조수다방장은앞으로좀더체계적인교육이이뤄질수있도록올해교육일정을미리공개했다. 이에따르면▲4월28일에는시흥농원에서‘수도경기지역전지교육’이▲5월26일에는나린조경에서‘조경사업준비및취업생을위한충청권교육’이▲7월5~7일2박일정으로문경캠핑장모임▲9월28일대규모서울정모▲11월2일일송농원에서호남정모▲12월7일연탄봉사등이진행된다. 송동근방장은“조수다의힘을모아젊은조경인들이사회로나와서겪는현실적인어려움을해결하고조경실무에잘적응할수있도록도움을줄것”이라며“교육행사를준비하는데운영진이힘든점이많았는데,이번에교육시행일을미리공지했으니원활한행사가되도록많은협조를부탁드린다”고말했다. 한편‘조경을좋하는사람들의수다방’에참여하고싶은사람은카카오톡오픈톡방에서‘조경’검색어를통해찾을수있으며,회원수초과로가입이힘든경우가입대기하면추후참여코드를보내주고있다.
‘정원’과 ‘공원’을 나누는 사회적 기준 ‘부재’…역할과 가치 ‘오염’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언론사마저‘정원’과‘공원’에대해애매한정의를사용하면서,이에대한잘못된개념이사회적으로확산될수있다는우려가제기됐다. 울산지역일간지인경상일보가“태화강국가정원은공원이아닙니다”라는고발성영상뉴스를제작하면서‘정원’과‘공원’의차이에대해너무주관적으로정의했다는지적이다. 이언론사는지난18일태화강국가정원에맨발길이나석재벤치등과도한시설물을도입해자연성이훼손되고있는점을안타까워하는내용의고발성영상뉴스를제작해보도했다. 내용의취지는공감하더라도,이러한주장에대한논거로공원과정원을나누는기준이제시됐는데전문분야로서공감하기힘든내용이라는것이다. 영상에서는공원과정원을다음과같이정의하고있다.“정원과공원은개념부터다르다.그중에구성요소로보면정원은식물과꽃,나무등의자연요소와조각품,분수등의예술요소가조화롭게어우러져조성된다고하는반면공원은산책로,운동시설,휴게시설등의시설물과함께자연요소가어우러져조성된다고나와있다” 그러면서태화강국가정원은공원이아니므로과도한시설물을도입하지말라고주장하고있어서자칫시설물도입여부가공원과정원을나누는기준으로해석될여지가크다.공원과정원을가르는공인된기준을통해주장을이어가는신중함이아쉽다는지적이다. 공원과정원을가르는공인된기준 하지만사실공원과정원을가르는명확한기준이없다.우리나라에서공원과정원을학문적으로깊이다루어왔던것은조경학이유일한데,조경학에서전통적으로정의해오던공원과정원에대한구별은산림청이추진한‘정원법’이통과되면서혼란을거듭하고있다. 과거에공원이라고부르던것들이공공정원으로불려지기시작했고,‘공공정원’과‘공원’의차이에대한기준을폭넓게공유하지못한상황이어서“태화강국가정원이공원이아니다”라고단언하는것은논란이있을수있다. 다만법적인정의로보면,“태화강국가정원은공원이아니다”라는말이맞다.공원은법적으로도시계획시설이지만,태화강국가정원은도시계획상공원에해당되지않는다.그렇다고영상뉴스에서제시한공원과정원에대한정의가법적인정의도아니라는점에서문제점은여전히남는다. 울산시담당주문관은“태화강국가정원은도시계획상공원이아닌하천으로지정돼있다”면서도“시설물들을도입하는것은법적인문제는없다”고말했다. 이에대해남수환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정원진흥실실장은“공원과정원의가장큰차이는어떤시설물이나식물에있는게아닌,조성이나관리에참여하는등의행위가중요하다고생각하는데,시설위주로설명을해놓았다”며“완벽하게설명이되지는않더라도법적인개념을갖고설명했으면좋았을걸하는아쉬움이있다”고말했다. 실제법적인개념을비교해보면▲“도시공원이란도시지역에서도시자연경관을보호하고시민의건강․휴양및정서생활을향상시키는데에이바지하기위하여설치또는지정된것”으로정의하고세부항목을정하고있으며▲“정원이란식물,토석,시설물(조형물을포함한다)등을전시·배치하거나재배·가꾸기등을통하여지속적인관리가이루어지는공간(시설과그토지를포함한다)을말한다”고정의하고있다. 태화강,“정원이냐?공원이냐?하천이냐?” 오순환환경조경발전재단본부장은태화강국가정원의성격이다양한측면에서해석될수있다고말하며,우선법적으로는“하천일뿐”이라는점을강조했다.“공원같은경우에는도시계획시설로돼있지만정원은도시계획시설이아니다.이것이산림청에서지정하는국가정원의문제이다.태화강국가정원은하천이지만땅의속성과는상관없이규모가넓게조성되면서도시공원과같은역할을하고있다.그렇다고해서하천에공원까지중복시설로지정된사례는아직없다”며원칙적으로“하천일부를이용하는이수공간일뿐”이라는것이다. 또한오본부장은조경학의전통적인정의를빌어“본래정원은사유의개념이들어간것이고울타리로위요된곳에조성된것을말해왔다”며요즘“공공정원은공원에해당된다”며,법적인정의를벗어나면“태화강국가정원은공원이기도하다”고말했다. 이번사건은조경의정체성을가장잘표현하는단어인‘공원’과‘정원’에대한조경전문가들의최근고민이너무안일하지않은지되돌아보는계기가되었으면한다는제보였다. 아울러“공원”을단순히시설물과식재의형태로정의하는경우,그사회적가치와역할이오염된다는점에서정원법통과이후이어져오는공원과정원에대한혼란스러운정의에대해사회적으로명쾌하게답하고합의해나갈책임이조경학계에던져졌다는지적이다.
[2024 아파트 조경 ③-포스코이앤씨] 심안용·이인효 “백년명원, 백 년을 내다 보는 조경”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자연스럽게만든다고해서진짜자연이될순없지않은가.다만바이오필릭을향한사람의마음을계속적으로불러내서자연에가깝게만들어가고자노력하는것이다” 포스코이앤씨의아파트브랜드더샵에대해사람들에게설문조사를해보면첫번째로꼽는것이‘아파트가튼튼하다’는것이다.그래서인지포스코조경의전략도“백년명원”이다.백년을가는튼튼한조경을말하는것일까. ‘백년명원’에대해백년을내다보고만든조경매뉴얼이라고자평하는포스코이앤씨의심안용,이인효부장은,아파트조경이트렌드에급급하지않고긴호흡을가진전략을가져야한다며“백년명원”은단순히‘튼튼한조경’을말하는것은아니라며인터뷰를시작했다. ‘조경’에서‘정원’으로아파트조경은2000년대초반까지도지상주차장을단순히차폐하는역할을했다.이후신도시를중심으로주차장이지하화하면서각건설사마다‘지상부를어떻게할것인가’가큰화두로떠올랐다. 2010년대초중반에는잔디밭같은넓은녹지를두고큰소나무들을심거나관목을빽빽하게심는것이유행했다.하지만5~6년정도살아보니단지가전체적으로어두워지고유지관리비만많이들어가서아파트단지에큰나무들을심는것이좋지않는다는것을알게됐다. 이후에는지피·초화를활용해아기자기한조경에관심을가지기시작하면서,억새갈대등글라스류를심은지피가든이뜨기시작했다.거기에는지자체중심의정원박람회열풍이한몫했다. “황지해작가가영국첼시플라워쇼에서1등하고지자체마다정원박람회가유행하면서아파트에도정원을조성하는것이큰트렌드가됐다.” 회사마다다르지만보통3년에서5년을주기로트렌드조사를통해조경매뉴얼을만들고있다.새로운매뉴얼이만들어지는것을계기로트렌드가조금씩바뀌는경향을보여왔는데,요즘은해마다달라지는느낌을받는단다.그만큼경쟁이치열해지는것일까. ‘MZ세대’,트렌드를이끌다 최근아파트트렌드가급변하는이유중하나는인구구조변화에있다.집을구매하는소비자층대부분을MZ세대가차지하고있는데,MZ세대들은혼자사는경우도많고,결혼을해도아기를낳지않는경우도많으며,반려동물을키우는등생활트렌드도많이다르다보니공동주택트렌드도달라지고있다.특히1인세대에대한고민이커지고있다. “예전에는결혼해서아이를낳으면집을20평대에서30평대로옮겨가는식의루틴화된것이있었지만요즘은이런공식이깨지고있다.요즘은40~50평대아파트가거의없다.이런추세는2010년대부터나타났는데,최근에는단독거주형의아파트도많이생기고있다.” 하지만MZ세대,독립세대,고령화라는사회적변화속에서포스코만이가진조경콘셉트가무엇인가를생각해보니특별한게없었단다.변화된트렌드에맞는새로운조경전략이필요한시점이었던것이다.하지만모순적이게도최근건설사들이내놓는조경전략변화들이큰의미가없다는데에점점더많은건설사조경인들이공감하고있다. “‘이런시설물이제일이고이런식재방식이유행이야’하면서그동안트렌드를쫓아왔는데지나고보니크게의미가없더라.포스코조경브랜드인‘백년명원’은어떤추세나유행을쫓지않고더먼미래를위해어떤조경을해야하는지를담기위해서론칭됐다.” ‘백년명원’과‘바이오필릭’ 많은건설사들이‘명품조경’을강조했을때,포스코는‘조경’이아닌‘정원’이라는개념을쓰기로했다.정원에서의명품이라고하면명원이아닌가.그래서백년천년된오래된정원들이즐비한유럽,일본,중국을가서사례조사를했다.해외유명정원을찾아보고‘어떤요소와매력들이사람들의관심을끄는것인가’를샘플링을하고시뮬레이션을하여매뉴얼화시키는작업이진행됐다. “지금까지도수백만명의사람들이찾아보는이유를알고싶었다.세계적인명원들을직접찾아가조사를해서사람들이무엇을좋아하는지정리했고,이과정에서트렌드를쫓을필요가없다는확신을했다” ‘백년명원’을구체적으로실현시키는것은바이오필릭디자인(BiophilicDesign)이다.바이오필릭은생명(bio)을사랑(philia)한다는뜻의‘바이오필라’에서확장된말로,인간은본능적으로자연을사랑하게돼있다는의미이다. “본능적이라는것은새소리를들으면좋고,물이흐르는소리를들으면편안해지고,녹색을보면행복감을느끼는데,그이유가다른어딘가에서온것이아니라우리안에내재돼있다는의미이다.” 사실바이오필릭디자인은이미20~30년전미국에서생체모방을의미하는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디자인이나바이오모픽(biomorphic)디자인으로존재한개념이다.수영선수들의수영복을상어의피부처럼만들어물의저항을없앤다든지각종자연이나생물의형태를모방해서만들면형태뿐만아니라기능적으로도적합하게작동할것이라는믿음이다. 지속가능한식재,심플한시설물‘백년명원’이추구하는식재는‘자연과정원본연의모습에집중하는식재’로요약할수있다.기후와토양에맞는식물을적용해지속가능한생육환경을만드는것이다.자연에서자라고있는형태그대로를가지고와서심으면세월이지나면서더자연스럽게성장해갈것이라는생각이고,그것이야말로‘생태적’이라는판단이다.기존에크고조형적가치가높은수목을식재하던것과대비된다. 그래서인지포스코센터에최근심어놓은교목에는다간형이많다.정형적인수목에대한기준을과감하게버리고산나무같은자연적인모습들이오히려호평을받고있다. “자연적인식재가사실은매우어렵다.보통제주도면제주도,강원도면강원도등지역적으로만정립되어있고,실제우리가사는공동주택의환경은너무다양하다.” 아파트와같은인공지반에지속가능성을만든다는것은애초에쉽지않은일이다.포스코는현재많은전문가들가함께다양한실험과실패를거듭하고있다.이를통해‘생태’라는큰지향을내재화시킨고유기술을만들어가고있다. ‘백년명원’이추구하는시설물디자인은단기적으로는단순함과간결함을추구하는것이고,장기적으로는자연형모습을구현하기위해외관과기능,소재에서자연유기체의오가닉바이오미미크리디자인(Organic&BiomimicryDesign)을추구하는것’이다.이를통해단순하지만오래지나도고급스러워보이는시설물을찾아가고있다. 이러한시설물콘셉트를실현하는데에최근주목받고있는것이3D프린팅기술이다.직사각형태의거푸집으로형태를만드는데는디자인적인한계가있고,그렇다고금형을떠서만드는것은비용적으로힘든일이다보니자연의형태를선호하는조경시설물분야에서활용도가더욱높아질것으로보인다. “대형시설물을만들만한3D프린터가보급되지않아서아직은소형구조물제작만가능하다.지금은작은스툴나테이블등에한정해서재활용플라스틱등을활용해서제작하고있다.” 재활용소재를활용한업사이클링․리사이클링은아파트조경에서는최신트렌드이다.폐플라스틱,폐섬유,폐콘크리트를활용한제품들은바닥포장,구조물,시설물등다양한활용이가능하다. “예전같으면‘폐’라는접두사가붙으면입주자들의불만이있을것같아많이걱정을했는데요즘MZ세대들은업사이클링한시설물에대해서거부감이없다.실제적용된현장의입주자들을대상으로설문조사한결과긍정적이었으며,디자인을더발전시키면오히려더좋아할것이라는확신이들었다.” 백년명원,10%의실험 “백년명원”은가까운트렌드가아니라먼미래를내다보고만든조경전략이라니실험적일수밖에없다.나아가선도적인라는느낌도든다.시공을어떻게구현할것인가도궁금하지만입주자들을어떻게설득할것인가가더궁금해지는부분이다.아직도많은입주자들은키큰소나무를원하지않을까.이에대해‘10%의실험’이라는답변을내놓았다. “선도한다는것만큼무섭고정말건방진말이없는것같다.우리가실험적으로할수있는것은많아봤자10%정도이다.” 조경도하나의문화가됐다.국민수준에따라서정치가가고문화가가듯이,조경도입주자라는소비자들에맞춰가야한다.너무빨리가서도안되고너무느리게가서도안되고적절하게템포를가져야한다.약반발자국정도만앞서도성공적이라는생각이다. 다만20대부터40대초반까지의입주자들은어릴때부터교육을많이받아서지구환경에대한관심이윗세대와는남다른면이있다.이들세대는“소나무안심으면조경이아니야”라고말하는세대가아니다.오히려낯설고새로운것이라도좋다고판단되면더열광하는열린세대이다. “조경은사람들의내면욕구를반영하고다시조경이사람들의마음에어떤심상을불러일으킨다.공간과사람이상호선순환하는원리이다.그래서우리는사람들의마음을요구하는것이다.바이오필릭을향한마음을계속적으로불러내서진짜환경을생각하고진짜자연에맞게만들어가자는것이본질이고,이것이포스코조경이가야할방향이라고생각한다.” 변화의세대들을맞아본능적으로좋은조경에대한열망을한껏불어넣을수있는다양한실험들이이어지길기대해본다. <인터뷰> 언제까지흉내내기만할것인가! 최신아파트조경트렌드에있어서포스코조경이관심을가지고있는이슈는무엇인가? 요즘은정원과조경이라는용어를혼용하면서각각정의하기가어려운부분이있다.개인적으로정원은휴먼스케일로지근에서의디테일한경관을만들어내는것으로기술과감각이필요하고,조경은그보다는좀큰스케일로구분하고,그러한구분을서로인정을해주는것같다.플랜테리어산업이커지고있는것도주목하는변화이다.우리가볼때는정원도비전공인자에게열린분야라고생각하는데,플렌테리어는식물전공과전혀상관없는사람들에게도열린영역으로자리잡아가고있다.하지만이모든것이조경의영역이라는점에서업역이넓어지고다양화되고있고,한편으로경계가모호해지기도한다. 조경분야가이런변화를보듬어안을수있어야한다고생각한다.원하든원하지않든시대의변화에따라필요한분야들은새로생기고있고,그런트렌드가고스란히공동주택에도반영되고있다. 최근에는아파트지하주차장이나웰컴존에플랜테리어를적용해달라는요구도있다.그런데그곳에서식물을키우려면빛이나온습도등을제어하는유지관리기법이라든지토양,관수,배수등의문제를해결할줄알아야하는데,그것은플랜테리어의한계를벗어나는일이다.이것이조경이해야될역할이다. 포스코조경이추구하는바이오필릭디자인은실내플랜테리어의기법도적극적으로차용해수용한다.업역이더넓어지고그만큼역량도확장되어야하는데낯설다고배척만할것이아니다.플랜테리어의어떤점이사람들에게매력적으로어필되었으며어떤부분이부족한가를고민하고,관련된모든분야의기술을수용해서실제적용이가능한현장의시공기술로발전시킬필요가있다. 건설사조경인들에게하고싶은이야기는? 사회와기술의변화에따라사람들의요구사항이달라지고있다.하지만조경은새로운것에대해좀배타적이고거부감도많다.기득권적인경향이없지않아있다.좀더넓게수용하며좀더깨어있는생각을가져야오래갈수있다고생각한다. 지난해건설사조경협의회에서여러건설사들이조경정보를공유하는세미나를했는데,예전에는서로공유하는것을다소꺼려했었다.하지만이러한시대적변화와속도도빨라지고젋은직원들의깨어있는생각과다양한의견들이반영되면서예전처럼한번전략을세워서몇년씩우려먹던시대는끝났다.꼭꼭숨기고내것만좋은거야라고고집피우다가는도태되기딱좋은시대가된것이다.정보는교류와오픈을통해보다나은발전된지식자산이된다.그야말로집단지성과풍부한데이터를확보하면저절로좋은결과가도출되는AI시대인것이다.좋은것은공유해서발전시키고안좋은것은빨리배제시켜서같이상생해나가길기대한다. “지금까지흉내내는것은많이해왔지않은가.트렌드를쫓아서급급하게흉내만내는조경이너무지겹고,그과정에서버려지는자원이너무많아서죄스럽다.세상은수준이높아졌는데더이상흉내내기만할것이아니라그안에본질적인걸좀더찾자”
정수탑, 세계적 예술가 ‘네드 칸’ 만나 도심 대표명소로 재탄생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지은지38년이지난가락시장사거리정수탑이세계적인건축가이자설치미술가인네드칸(NedKahn)에의해예술명소로재탄생된다. 서울시는이미20년간가동을멈춰버린높이32m깔때기모양의정수탑일대를물의생명력을주제로한공공미술사업을추진한다고12일밝혔다. 1986년축조된가락시장정수탑은시장에물을공급하던지하수저장용고가수조였으나2004년물공급방식이바뀌면서폐쇄돼20여년동안가동이멈춰있는상태였다.현재서울에남은유일한급수탑으로2009년디자인이개선된후보존돼왔다. 이번사업은‘샘(SAM,SeoulAquaMonument)-932’라는이름으로,네드칸의설치예술작품‘비의장막(RainVeil)’을더해오는6월시민들에게공개할계획이다.‘샘-932’는정수탑의오랜역사와물의소중함과정수탑이위치한도로명지번(932번지)을따서지었다. 정수탑에는비의물성을담아바람에따라움직이는장막이설치되고시민들은바라보는방향과눈높이에따라다채로운광경을감상할수있게된다. 싱가포르마리나베이샌즈의대표조형물인레인오큘러스(RainOculus)작가인네드칸은,서울시가추진한가락시장정수탑국제작품공모에자신의‘베일(Veil)연작’을제안했다.기후의순환으로만들어지는비의물성을담아바람에출렁이고움직이는장막을덧입히는기획으로최종선정됐고서울에서는아직한번도시도된적없는설치미술방식이다. 아울러정수탑내부는시민들이직접만든미술작품으로채워질예정이다.6월함께공개될정수탑내부에는100명의시민들이직접만든‘바다의조각’을하나하나쌓아올려바다단면을형상화한대형공동작품이들어선다. 기후위기로발생하는해수면상승의심각성을알리고30년간상승한바다의수위를표현한작품으로,바다의수위를나타내는6가지색을녹인레진아트블록을시민과함께만들고쌓아올려완성된다. 이와관련해시는오는23일진행될‘바다의조각만들기프로그램’에참여할시민100명을13일부터22일까지모집한다.서울시민누구나참여할수있고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시스템에서“바다조각”으로검색해신청하면된다.선착순마감될예정이다. 이외에도6월개장식과함께진행될‘가락아트마켓’참여작가20팀도4월부터모집할예정이다.‘가락아트마켓’은가락시장유통상인과청년작가가함께만드는상생의장으로물과농수산물등을주제로활동하는예술가및디자이너20팀과해당품목을판매하는입주상인이어울려공동부스를운영한다. 이번사업은서울의5대생활권역에예술명소를만드는‘디자인서울2.0-권역별공공미술’사업첫사례로,송파구가진행중인주변공원화사업과어우러져예술작품과휴식이함께하는동남권의예술쉼터로사랑받을것으로기대하고있다. 2022년10월사업대상지공모에송파구가서울농수산식품공사의정수탑과주변일대를대상지로제안하고공모에선정되면서시작됐다.농수산식품공사가정수탑과녹지의시민환원을결정하였고서울시는정수탑의작품화를,송파구는송파대로명품거리조성과연계한작품주변녹지공원화사업을맡았다. 최인규서울시디자인정책관은“가락시장정수탑프로젝트는오랜도시유산에공공미술을접목해시민들에게예술명소로되돌려주는기념비적사업”이라며“동남권인송파구가락시장정수탑을시작으로서울시내5대권역에시민이함께하는명소를조성해도시곳곳에서공공예술을즐길수있는서울을만들겠다”고말했다.
[미래포럼] 잘 짜여진 각본, 선형공원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미래포럼연재 조경인이그리는미래 경의선공원,경춘선공원,서울로7017...나아가프롬나드플랑테(파리),하이라인(뉴욕),벨트라인(애틀란타)...그렇다.모두도심한복판을가로지르는선호도높은긴선형공원들이다.제주도의올레길이나북한산의둘레길과같이트레일을위한길이아니라,도심한복판을관통하는‘~선(라인)’으로명명되는공원들이다.‘길’과달리‘선’이라는명칭에서오는차이는어떠한가?전자는자연적으로만들어진그리고자연속에위치한순환형동선을갖춘산책로의느낌이다.반면후자는인공적으로만들어진그리고도심속에있는일자형동선을지닌공원이다.도심에자리하고있는면적인공원과는어떠한차이가있을까?얼마전까지만해도선형공원은단순한산책로정도의‘길’적인의미였으나,최근에는면적공원을조성할여유가없는좁은도심공간속에서새롭게등장한대안적형태의공원이되고있다.그린네트워크라는현판아래면적공원을연결하는보조적의미로서의선형공원이아니라,이제는대등한대안이된것이다. 면이주는장점은다양하다.선적으로나타나는이용자들의동선을무한대로조합할수있다.그래서각동선의조합에따른다양한공간활동이가능하다.가벼운혼자만의산책부터축구와같은격렬한단체운동까지,넓은잔디밭에서는시민들의모든여가행태를수용할수있다.다만,갈림길은선택에부담이있는낯선이에게는고민의시작이다.이곳을잘알고자주찾는주민이라면매일의공간체험으로무의식적인공간선택이가능하겠지만,낯선이에게는객관식시험지의보기들과같다.그래서선택(체험)하면항상아쉬움이남는중간고사같은곳이면적공원이다. 선은면과는다른측면에서매력이있다.한국계미국배우스티븐연이주연을맡아,미국에미상에서작품상과남녀주연상을포함해무려8관왕을차지한‘성난사람들(원제BEEF)’이란드라마가있다.매순간잘못된선택으로점철된인생속에서많은스트레스를받는현대인의모습을블랙코미디로실감나게그려냈다.현대인들은무의식적으로매순간선택을강요받고머리가복잡해진다.스트레스로좀쉬고싶고,아무생각없이멍하게걷고싶은마음이들수밖에없다.이런순간이찾아온다면가까운주변의선형공원을찾아서걸어보라고귀띔해주고싶다.코로나를계기로일방향의선형공원은중요한공원의형태로등장했다.강요된선택없이,머리를비운채,아무런간섭없이,짜여진각본대로방향과속도를제어해주는곳이선형공원이다.발을내딛는순간부터공원에대한매뉴얼은단순하다.정해진길을따라걷기만하면된다.잘만들어진영화를보면서머리를비우고심신을단순하게정화하는순간이다.다른점은앉는게아니라걷는다는것이다. 선형공원은이곳을처음찾는관광객들에게는아주유용한형태의공원이다.다음목적지를향해한방향으로계속나아가야하는관광객들에게일방통행의선형공원은오히려유용한관광코스가될수있다.서울을보행친화적인21세기형관광도시로만들고싶다면,선형공원을도심속핵심인프라로조성해보길제안한다.서울이가진잠재적랜드마크를찾아서,각점을연결한선형공원을조성한다면훌륭한관광자원이될수있다.시점에어떠한시설을놓고,종점에어떠한시설이있느냐에따라선형공원의효용과가치그리고이용률에차이가난다.잘짜여진각본으로대박흥행을기록할수도있다. 뉴욕의하이라인은뉴요커들뿐만아니라전세계인이사랑하는전형적인선형공원이다.같은선상을왕복해야만하는선형공원은지루하게마련이다.그래서선형상의진행방향과역방향보행시보이는경관에변화를주어야하는데이를잘해결한선형공원이하이라인이다.풍성한나무와초화들을의도적으로활용해시야를적절히닫아주면서선형을되돌아올때는새로운경관이전개되도록조성했다.만약개방감을위해시야를열어주었다면,오히려지겹고단조로운공원이되었을것이다.더불어토머스헤더윅의베슬이라는명확한시점(혹은종점)과리틀아일랜드라는명확한종점(혹은시점)이있어더욱걷고싶은장소가되었다.센트럴파크가보고싶은공원이라면하이라인이걷고싶은공원인이유이다. 비슷하지만다른사례로애틀란타의벨트라인이있다.둘을비교해보면확실히이용객의차이가있다.하이라인은관광객들이많이찾는공원인데반해,벨트라인은관광객보다는지역주민들의이용빈도가높다.조성당시부터바이커들을고려하여개방감있게공간을조성하였다.산책보다는이동통로의역할에좀더주안점을두고조성하여,바닥포장재역시목재나블록보다는콘크리트나아스팔트와같은재료를주로사용하였다. 다소극명하게대비되는두공원의목적에서선형공원의형태를그려보고결과를가늠해볼수있다.복잡한도심에서면적공원도중요하지만,잘짜여진각본처럼의도된선형공원을목적에맞게잘살릴수있다면,걷고싶고보고싶은도시를만들기위한촉매역할을할뿐아니라관광객유치에도성공할수있을것이다.이제선형공원이더이상조연이아닌당당한주인공으로등장할때가왔다. 변재상/신구대학교환경조경과교수
골프코스 설계, 창작성 없다?!…골프장 설계 저작권 소송 패소 ‘논란’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골프코스설계업체들이스크린골프업체를상대로제기한골프코스설계저작권소송에서“골프코스설계는창작성이없다”며저작권보호대상이아니라고판결해논란이다. 지난달1일서울고법민사5부는골프코스설계업체인오렌지엔지니어링등이스크린골프사업자인골프존을상대로제기한소송에서원고일부승소로판결한1심을파기하고패소판결했다. 골프장소유주vs골프존 이번사건은2000년대말경골프존이라는업체에서스크린골프사업을시작하면서국내골프장을그대로재현한시뮬레이션영상을제작해사용하면서저작권비용을지불하지않은데서시작된다. 당시골프존은몇몇골프장으로부터사용동의를받고위성사진,준공도면을받아사업을추진했으며,이후사업이성장하면서골프장들로부터소송이제기됐다. 골프장소유주들은골프장의자료를이용해스크린골프를만들어서상당한이익을취하니일종의이용료를달라고주장했고,2020년3월대법원에서일부승소판결이나와애초동의서를써준골프장들을제외한나머지골프장들에게이용료를지불하도록했다. 하지만당시소송에서골프장소유주들은“골프장이골프코스설계저작권을갖고있다”고주장을했지만,법원에서는“골프코스는골프장이아닌설계자의저작물에해당한다”는점을분명히했다. 골프코스설계업체vs골프존 대법원의판결이후골프코스설계업체들이골프존을상대로저작권소송을제기했으며,오렌지엔지니어링등이제기한소송에서도1심에서“골프존이손해배상을하라”는판결이내려졌다. 하지만지난달1일열린2심에서는기존1심판결을뒤집고원고패소판정이내려졌다. 이번소송을제기한오렌지엔지니어링등골프코스설계업체는법원에서“골프코스구성요소들의구체적인배치,모양,길이,방향및각도,위치,크기등을그대로사용해저작권을침해했다”며“영상을삭제하라”고주장했다. 이에대해스크린골프업체인골프존은“골프코스설계도면에는창조적개성이드러나지않으므로저작물이라할수없다”,“설계도면과스크린골프영상사이에유사성도없다”고주장했다.시공과정에서설계변경이이뤄지기도하고유지관리를통해실제골프장모습이변화된다는것이다. 하지만법원은골프장은티잉그라운드,페어웨이,러프,벙커,워터해저드,그린등의형태,개별홀들의배치,조합에관한인간의사상이표현되어있는‘건축저작물’에해당한다는점을인정했으며,설계업체들이제시한설계도면과골프장의실제모습을비교해본결과거의동일하다는점에서스크린골프영상이설계도면을‘복제’했다는결론을내렸다.골프코스설계업체들이주장한설계저작권을인정한것이다. 하지만법원은설계업체들이제기한각각의골프코스설계에대해창작성을인정할만한요소가없다며저작물로서인정할수없다는결론을냈다.“골프코스가저작권대상이긴하지만창작성이없으니베껴써도된다”는것이다. 창작성의기준,“재미위한것은창작적요소아니다?!” 법원은저작물에대해독창적이지는않더라도창작적이어야한다며,“남의것을모방하지않을것”,“사상과감정에대한창작자자신의독자적인표현을담고있을것”이라는두가지조건을제시했다. 특히골프코스설계는예술이아닌‘기능적저작물’로서,사상을보호하는것이아니라‘창작성있는표현을보호’하는것이므로,설계에창조적개성이드러나있는지를판단했다고밝히고있다. 쟁점은크게두가지였다.하나는“골프코스구성요소들의형태배치조합에있어서창작적인표현이있는가”이고다른하나는“자연물의조작은창작적인가”이다. 결과적으로법원은창조적개성을찾지못했다고판결했다. 법원판결에의하면,“골프코스는경기장”이다.골프코스요소들은골프경기규칙에적합한규격과방식으로설계될수밖에없고,이들의홀배치순서등은골프경기에서난이도,재미,전략등의기능적목적을달성하기위한경기장조성원칙에해당하므로창작성이인정되지않는다는것이다.이에대한근거로미국골프협회(USGA)와전남도청에서발간한골프장사업길잡이에는골프코스설계에대한기준을제시하고있으며,‘난이도,재미,전략’을추구하라는설계지침이포함되어있다는점을들었다. 또한국내골프장은대부분산악지형에조성되고있어서지형적제약을많이받고있으며,클럽하우스등의시설물배치등도이용객들의안전및효율성에따라배치되므로단순히기능적요소로보아야한다고판단했다. 또한‘자연적요소’에대해서는골프장이위치한부지의경관이거나조망대상이어서골프장자체의미적요소에해당한다고보기어려우며,지형,경관,조경요소,설치물등을결합해조성한골프장이라고하더라도자연물의조경관리가저작권법상미적형상으로서의창작적표현으로보기어렵다고판단했다. 실상창작성이없는산악지형이나자연물과경기요소를제거하고나면창작적인것이무엇이남느냐고묻고있는것이다. 골프장이축구장인가?! 이번판결에대해한국골프설계가협회는“수년간,수많은재판을통해인정받았던골프코스의창작성과저작물성을하루아침에모두부정당했다”며반발했다. 협회는이번판결에대해“골프코스는적합한규격이나국제기준이정해져있지않다”“우리나라산악지형처럼지형의변화가많은공간에서골프코스를배치하는것은오히려고도의설계적상상력과창의성이필요하다”,“골프코스는단순히평면적인홀을기능적으로나열하는것이아니다”라며조목조목판결에대해지적했다. 실제골프경기에서난이도,재미,전략등의기능적목적을달성하기위한골크코스요소들을창작적요소에서배제하겠다는결론이얼마나설득력을가질수있을지논란이일고있다. 또한판결에서는독창성과는다른개념으로창작성을이야기하고있는데,골프장의조경공간을자연물에대한관리일뿐이라는이유를들어일괄적으로창작적요소에도해당되지않는다며배제해버리는것은,조경에서‘주변자연과의조화’가매우중요한창작성의한부분이라는점에서배치된다는지적이다. 이현강오렌지엔지니어링대표는“골프장설계는조경설계의광역적인한분야라고생각을하고있다”며조경과별개의사건이아니라고강조했다.또한“우리나라가세계적으로케이컬처의우수성을말하며문화의중요성을강조면서도정작한전문분야의창작성에대해서는반하는결론이난것같다”고깊은유감을표현했다.
“정원, 삶·문화가 되다”… 서울시, ‘매력·동행가든’ 1007곳 조성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서울시가‘정원’이곧삶이자문화가되는도시로거듭나기위해매력가든·동행가든1000여곳을조성한다. 시는이런내용이담긴‘매력가든·동행가든프로젝트’를추진한다고7일발표했다. 시는일상에녹아드는매력가든897곳,사회적약자를위한동행가든110곳등1007개소다.올해부터매년300여곳을조성하고,2026년까지1007곳으로늘린다는계획이다. 지난해내놓은‘정원도시서울’의기본구상에이어오늘발표한‘매력가든·동행가든프로젝트’에서는정원이일상에스며들고시민이체감할수있는정원도시의구체적인모습을담고있다. ‘정원도시서울’이공간구성의관점에서녹색정책·양적확대방향을제시했다면이번발표는시민이일상생활,출퇴근길,나들이에서체감할수있는정원의‘매력’과‘설렘’통해행복감을높이고라이프스타일의혁신을이루기위한구체적정원조성계획이담겨있다. 시는지난해5월오세훈서울시장의‘정원도시서울’선언으로그시작을알렸으며,울산,순천과환경이크게다른서울은그특성에맞춰산,공원,가로등서울곳곳을수준높은정원으로바꿔갈채비를마쳤다. 이를위해조경전문가기획을바탕으로예술적정원조성에새로이적용할매력가든가이드라인을제시하고,각자치구에서도동일적용하여차별화된식재와수준높은예술정원을서울곳곳에조성할계획이다. 먼저매력가든은주거지인근소규모공원167곳에일상매력정원을조성한다.도로·광장·교통섬등유휴부지를활용한자치구매력정원도종로구~종로타워앞광장,도봉구~창동역고가하부,마포구~홍대레드로드,영등포구~문래동공공공지등25곳에구축한다. 아울러도심내유휴부지를활용해꽃을특화시킨거점형꽃정원4곳,걷거나쉴수있는가로변공유정원10곳,자투리공간을활용한마을정원29곳등을선보일예정이다. 출퇴근길힐링이되는도심매력정원을대로변,건물옥상,고가도로등279곳에조성한다.시설녹지내활용도가낮은공간65곳을사계절꽃길정원으로탈바꿈하고,가로변150곳을가로정원으로바꾼다.옥상정원도33곳을만든다. 올해중으로서울을대표하는거점공원9곳에테마가든을조성한다.재미를선사하는해치가든은어린이대공원·뚝섬한강공원·북서울꿈의숲에,예술작품을전시하는조각가든은열린송현광장·뚝섬한강공원·북서울꿈의숲에서만날수있다.강아지와뛰어놀수있는펫가든은노을캠핑장·난지한강공원등3곳에조성한다. 유아·어르신·장애인등사회적약자를위한동행가든도선보인다.올해상반기노인종합복지관과하반기시립병원을시작으로,시산하의료기관12곳과시립노인복지관91곳으로확대해나간다. 장애인학습지원센터·재활자립작업장등장애인시설에도정원을조성한다.가드닝을통해신체활동을유도하고심리적치유를제공하는프로그램을진행한다.삼청공원유아숲체험원등7곳에는어린이와함께가꾸는정원을만든다. 아울러정원도시서울의미래상을만나볼수있는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올5월부터5개월간뚝섬한강공원에서개최한다.이후뚝섬정원의국가지방정원등록을추진할예정이다. 이수연시푸른도시여가국장은“서울곳곳을다채로운정원으로채워시민에겐일상속행복과치유를,도시를찾는방문객에게는서울만이가진매력을전달할것”이라며“서울이세계적인정원도시로발돋움할수있도록수준높은정원을서울전역에조성하고정원문화를확산해나가겠다”고말했다.
정영선 조경가의 사계절 이야기… ‘땅에 쓰는 시’ 4월 개봉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한국인최초로세계조경계에서가장높은권위를인정받고있는세계조경가협회(IFLA)‘제프리젤리코상’을수상한국내1세대정영선조경가의사계절이야기를담은‘땅에쓰는시’가오는4월정식개봉을확정하며눈길을끌고있다. ‘이타미준의바다’,‘위대한계약:파주,책,도시’등웰메이드건축다큐멘터리를배출해온정다운감독의신작‘땅에쓰는시’가오는4월메가박스,CGV,롯데시네마등에서개봉을확정했다. ‘땅에쓰는시’는1984년아시안게임기념공원과아시아선수촌아파트,예술의전당설계를시작으로현재까지도활동하고있는정영선조경가의사계절을담은작품이다. 선유도공원,여의도샛강생태공원,경춘선숲길등랜드마크라불리는공공공원부터오설록티뮤지엄,북촌설화수의집,성수디올등젊은세대를사로잡은핫플레이스까지정원을만들어온정영선조경가의땅을향한철학과내일의숲을위한진심을담은다큐멘터리다. 정영선조경가는공간과사람을연결하고변화무쌍한자연의모습을존중하는철학으로많은이들에게아름답고편안한공간경험을전해왔다. 다채로운작업을통해대통령국민포장,IFLA상,미국조경가협회상(ASLA),한국건축가협회상,김수근문화상등유수의상들을수상했다.지난해에는한국인최초로IFLA가수여하는조경계의최고영예상인‘제프리젤리코상’수상자로선정되며한국적경관의현대적완성을국제적으로증명했다. ‘땅에쓰는시’는이러한정영선조경가의매일매일이담긴사계절정원은물론,그가소망하는미래의숲등다양한이야기를담아내며,사람과자연을연결하는작업을이어오고있는치열한현역이자미래세대를위한오늘을고찰하는한어른의진심과지혜를전할예정이다. 이와관련한자세한내용은영화사진진으로문의하면된다.
조경지원센터, “조경업계·정부 잇는 소통 창구 역할 다할 것”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조경지원센터가조경산업발전의중추적인역할맡아조경업계와정부가소통할수있도록네트워크를구축할방침이다. 환경조경발전재단은5일역삼동과학기술회관대회의실에서‘제21회조경의날’기념식을개최했다. 온·오프라인으로진행된이날기념식에는이상주국토교통부국토도시실실장,장구중국토교통부녹색도시과과장,김주열산림청도시숲경관과과장,이종희문화재청문화재보존국장,한정훈서울시자연생태과과장,임종국서울시의회의원,정부포상기관별시상자,조경분야단체장,정부기관별대표수상자등이참석했다. 기념식은이형철한국조경협회수석부회장의사회로▲환영사▲축사▲비전발표▲기관별표창수여▲폐회식순으로진행됐다. 심왕섭환경조경발전재단이사장은환영사를통해“지난한해동안조경사업은여러어려움속에서도위기를극복하고발전해나갔다.국토부와협력을통해조경지원센터를지정받고조경수목가격조사공표등조경분야의현안해결을위한정책과사업추진의발판을마련했다”며더불어“앞으로국토부와의협력을더욱강화해조경산업의발전과제도개선에핵심적인역할을수행할것으로기대하고있다”고말했다. 더불어“친환경조경기술개발및교육,해외진출지원,우수인력양성등을통해경쟁력을강화하고,조경관련법·제도및개선을주도해정부의정책지원확대를위해노력하겠다.또한조경의가치와역할을알리고국민들의조경에대한관심과이해를높이기위한다양한사업을추진하도록하겠다”고강조했다. 이상주국토도시실장은축사에서“녹색도시조성은지속가능한발전관점에서볼때선택의문제가아닌생존을위한필수적과제”라며“정부는이러한조경의중요성을새롭게인식하고더나은도시환경조성을위해지난해환경조경발전재단을조경지원센터로지정했다.녹색도시조성뿐만이아닌,조경진흥을목표로정책·제도적지원에최선을다하고있다”고말했다. 이어“올해에는국가도시공원지정요건개선을통해제도기반을마련하고,조경수거래가격고시에대한연구용역을추진해내년에는가격고시를추진할수있도록하겠다”며“이외에도공원녹지평가체계구축,미래형도시공원유형개발등국민의삶의질제고를위해적극추진해나갈것이다.이러한과제해결을위해서는조경인들의적극적인협력이필요하다.조경지원센터가조경업계와정부를잇는소통창구역할을해줄것을믿어의심하지않는다.앞으로도지속가능한발전과녹색도시조성을위해함께힘써주길바란다”고덧붙였다. 고하정조경지원센터본부장은‘탄소중립도시를위한지속가능한국토환경의구현’의내용을담은‘2024비전’을발표했다. 조경지원센터는2024비전을위해▲법제도개정을위한방안연구▲조경산업진흥기반마련▲대외교류및대국민인식제고등3가지목표를설정하고7가지중점과제를선정했다. ‘법제도개정을위한방안연구’를위해서는조경진흥법검토및제·개정연구,조경산업관련법령을검토할방침이다. ‘조경산업진흥기반마련’을위해서는공원녹지통합테이터체계마련,조경수목가격조사및공표,민·관·산·학·연협력문화확산등을추진할예정이다. ‘대외교류및대국민인식제고’를위해서는해외진출추진및교류활성화,대외적인조경인식제고등을계획했다. 한편조경의날기념식에서는조경단체추천을통해선정된조경인이5개기관장으로부터표창을받았으며,조경단체가수여하는자랑스러운조경인상시상식도거행됐다. 국토부장관상수상자는▲배정한서울대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교수▲이주연한국조경협회사무국장▲주은정미르개발이사▲최정우주원조경대표▲정재욱스페이스톡대표등5명이다. 환경부장관상은▲박재민청주대학교조경도시학과교수가받았다. 산림청장상은▲이근형옥담대표▲박종주삼강조경대표▲김상규뉴텍건설대표▲박정훈삼거조경대표에게돌아갔다. 문화재청장상은▲김규연배재대학교조경학과교수▲박준석아세아종합건설대표(박지영대표대리수상)▲김치년한국전통조경학회이사등3명이받았다. 서울특별시장상수상자는▲김지환라디오대표▲유희용미류엘엔씨대표▲김충식한국전통문화대학교교수▲민지호한국조경개발이사▲배석희디자인파크본부장▲유희선데오스웍스이사▲박재희그린유토피아대표▲신경준장원조경대표(이사대리수상)▲남상준현우그린대표▲김도훈조경하다열음소장등10명에게돌아갔다. 자랑스러운조경인상수상자는▲김영민서울시립대학교조경학과교수▲송군호한국조경협회스마트그린연구소장▲옥승엽한설그린대표▲조현재백상엘엔씨대표등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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