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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은 웃어도 소리는 들리지 않고, 새는 울어도 눈물을 보기 어렵네’. 원작자가 분명치 않지만 고려시대 시인 이규보가 여섯 살 때 쓴 시로 추정된다. 어린 나이에 함축된 의미를 느낀 것인지 단순히 현상을 바라본 것인지 알 길은 없다. 그렇지만 한 사람이 어떤 공간에서 자연과 교감한 경험을 표현한 것은 분명하다. 자연은 우리에게 심미적이고 철학적인 관념을 준다. 살아있는 동물과 식물을 통해 각자의 삶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우리 환경과 조경의 영역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생명에 대한 어떤 공통된 심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경분야는 1972년 한국조경학회 창립과 함께 50년 동안 여러 공간을 조성하면서 환경적 의미를 고취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2015년에는 「조경진흥법」이 제정돼 ‘조경’을 폭넓게 정의하고, 국민의 생활환경 개선과 삶의 질 향상에 적극 기여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건설업의 측면에서는 1970년대 국토개발의 시대에 발맞춰 「건설업법」에 ‘조경공사’가 포함되면서 태동했다. 이후 「국토계획법」에 나오는 ‘조경’은 개발행위의 허가에 대응하는 환경보완의 개념으로 정의되어 있고, 「건축법」에 나오는 ‘조경’도 건축물에 부속하는 행위로써 대지환경과의 조화를 위해 언급되고 있다. 조경 그 자체를 규정하기보다 개발의 반대급부적 성격으로써 최소한의 제어장치의 지위로 법률에 포함된 것이다. 도시와 공원, 개발과 보전이라는 이분법으로 통용되었던 시대에 조경은 일종의 ‘환경적’ 편에 서서 분명히 그 역할을 해온 것이다. 그런데 왜 최근의 기후환경 문제와 함께 조경분야는 거듭날 것을 요구받는 것일까. 그 어디에 있든 공원녹지는 바람직하고 환영받을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공간을 ‘생명’으로 느끼기보다 개발의 보완재인 ‘시설’로 인식하는 듯하다. 요즘 공원을 반려동물과 함께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 손에는 반려견의 목줄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아메리카노를 들고 산책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마시다 남은 뜨거운 커피를 어린나무에 쏟아부었다. 둘 다 같은 생명체인데 하나는 웃는 듯하고 다른 하나의 울음은 보이지 않는 풍경이었다. 아직까지도 녹지를 살아있는 대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한 ‘시설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조경은 법적으로 여러 시설을 만드는 일이지만 살아있는 대상을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시설과 생명의 어중간한 지점에 위치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추진한 ‘세종대로 사람숲길’ 사업에서도 이런 모호함이 드러났다. 세종대로 보행로를 넓혀 걷기 좋은 숲길을 만드는 사업추진 중 덕수궁 돌담을 따라 자라고 있던 가로수 플라타너스를 베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단적으로 정리하면 가로수는 단순 시설인가, 생명인가의 논란이었다. 크게 자란 나무의 뿌리가 덕수궁 돌담 균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제거하려던 것이 시민 수백 명의 반대 청원으로 이어진 것이다.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면서 수목(식물)을 정리하는 일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리고 가로수의 경우 개발사업을 비롯해 주차장 진입로 도로점용이나 하수도관 파열 등 각종 시설공사로 인해 숱하게 잘려 나간다. 게다가 단순 시설이라면 새로운 사업 추진 중에 더 좋은 시설로 바꾸려는 관행이 만연한데, 가로수는 죽일 수 없는 생명이라는 문제 제기였다. 이번에 공개된 송현동은 어떨까.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를 지나 현재까지 토지소유자와 이용자가 바뀌었고, 최근에는 사유지로 20년간 방치된 땅이었다. 의도와 달리 ‘환경적’ 편에 속해있던 공간이다. 그리고 100년 만에 열렸다. 그런데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간을 차지했던 나무들은 그 사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넓은 잔디밭(유휴부지)으로 공개됐다. 사유지였고 방치된 땅에 존재했던 우거진 녹음들은 시설인가, 생명인가, 아니면 사유재산인가. 법적으로 걸리는 바가 없으니 20년 이상 된 장소가 완전히 갈아엎어진 것인가, 아니면 철저한 건축·조경·환경계획에 의해 의도된 단계적 조성인가. 방치된 경관을 보존할 필요는 없겠지만 공원화의 긴 호흡을 시작하면서 땅의 생명을 존중하는 기획과 전략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조경공간은 기후변화와 환경위기 속에서 일상적이고 친밀한 공간으로써 더 많은 삶의 효용을 요구받고 있다. 개발의 이면에서 나름의 보완재 역할을 해온 조경이 이제는 단순한 시설이 아닌, ‘생명을 다루는 일’로부터 ‘인간 생명에 필요한 요소’로써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작게는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장소들이 모이고 쌓여서, 크게는 도시와 전 지구적 가치로 확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제는 생명을 창출하는 독립된 주체가 되어야 한다.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이 105만평 공원으로 탄생한 지 올해로 20년 되었다. 다양한 기후환경 문제를 환경설계로 해결해왔던 조경분야다. 최근에는 광역자원회수시설이 이슈다. 지하에 소각장을 건설하고 상부는 공원화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이 지역민의 반발에 부딪혔다. 다양한 환경문제 앞에서 사람과 환경 모두를 되살리는 해법을 모색해나가면 좋겠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몇 년간 정원사업이 많아지면서 도시와 조경공간의 더 내밀한 곳에서 환경·생태와 교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밀도 깊게 공간을 느끼고, 장소감을 통해 공간과 교감하고 그곳을 차지한 동식물의 생태적 성질에도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으로 보았다. 서울시에서는 2015년부터 노후된 공원과 쇠퇴 지역에서 환경정비·재생의 개념으로 정원박람회가 개최되었고, 정원문화를 확산시키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전국단위에서 개최하는 수많은 정원박람회의 사례로 볼 때 정원사업이 긍정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뚝딱 하나의 작은 시설물을 만드는 것에 머물러있는 모습이다. 공간에 대한 개념과 식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땅과 토질 등 환경적 조건을 고려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정원관리 방법에 대한 해설은 전무하다. 이렇게 전시성 공간이 만들어지고 또 철거되기도 한다. 좋은 작가는 많지만, 좋은 발주처가 없기 때문일까. 지난 3~4년간 전국에 몰아닥친 핑크뮬리 일변도의 풍경이 올가을에도 반복되고 있다. 정원은 조성하는 사람의 철학과 그 사람의 행위로 인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땅의 주체인 정원가를 통해 가꾸는 행위인 정원일(가드닝)이 가미될 때 공간은 지속해서 살아 숨쉰다. 보통의 (민간)정원은 직간접적으로 그곳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철학으로 공간이 만들어지고, 공간은 사람과 교감하며 생동감을 준다. 반면 공공에서 발주한 박람회를 비롯한 여러 (공공)정원에서는 이 부분이 생략될 수밖에 없다. 정원의 필요성과 생겨난 계기, 공간과 정원가 사이의 심미적 교감이 없는 것이다. 우리에게 파급력 있는 어떤 철학이 존재하지 않고, 공간이 지속해서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행위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일시적 뽐내기에 머물러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좋은 기회조차도 살아있는 공간의 증거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이는 그동안 개발중심으로 식물을 도구로 이용해온 우리의 양태로 이해될 수 있겠지만 이제는 체질을 바꿀 때이다. ‘한국 조경 50년을 읽는 열다섯 가지 시선’에서 고정희는 “한국 조경에서 부실한 갑옷에 해당하는 것을 찾는다면 바로 식물과의 소원한 관계일 것이다.”라고 말했고, 김아연은 “왜 우리에게는 위대한 생태공원이 없을까”라고 지적한다. 식물과의 관계 형성에 긴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과 진정한 생태공원으로 첫발을 떼야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자연과 생명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개발의 시대를 지나 환경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살아있음’을 공간에 기록하는 조경은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꽃과 수목의 생명을 다루는 일뿐만 아니라, 생태 시스템에서, 자연 에너지에서, 또는 녹이 슬어가는 구조물에서 그리고 아이가 노인이 되기까지 함께한 공원의 모든 풍경 속에서 생명의 변화를 담아내길 원한다. 조경공간은 조성된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제야 새롭게 시작하는 창조적 장소이다. 공간의 변화를 지켜보고, 식물의 성장을 기록하고, 사람들과의 교감을 관찰하면서 공간의 진화를 기록해나가야 한다.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완성된 조경공간을 주려만 하지 않고, 같이 완성해 가야 할 생명의 공간을 여지로 남겨 주길 바란다.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환경적’, ‘심미적’ 교감을 계속해서 일으키는 것이 ‘살아있음’을 다루는 조경이 해야 할 특수성이라 생각한다. 유시범 /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입법조사관
    • 유시범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입법조사관
    • 2022-11-08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환경과조경 신유정 기자] 올해는 한국조경 50주년을 맞아하는 해이다. 조경이라는 전문분야가 제도적으로 우리나라에 정착하고 대학에 학과가 설립된 지 반세기가 되는 뜻깊은 해이다. 이런 해를 맞이하여 여러 행사들이 기획되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말에는 광주에서 세계조경가대회가 열려 한국조경의 현재를 알리고 미래의 조경을 세계 조경가들과 함께 모색하는 자리를 가지게 된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오는 12월에는 환경조경발전재단을 중심으로 50주년 기념식이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조경은 그 안팎에서 큰 발전을 이루었다. 내적으로는 학과 업의 폭과 깊이를 더하여 왔고 외적으로는 영역을 확대하고, 이웃 분야와 교류하였으며 주요 사회이슈들에 대해 의미 있는 대안을 꾸준히 제시하였다. 특히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요즈음 일반인들의 조경분야에 대한 기대가 우리 스스로의 평가보다도 훨씬 더 높은 점이 50주년을 맞이하여 실시된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한층 노력을 경주하면 다가올 50년 역시 조경은 더욱 발전하고 사회적 기대에 충실히 부응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조경분야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할 부분이 적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중에 하나가 지방조경의 발전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기는 하지만 조경학과 업의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발전은 그동안 적지 않게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오늘의 상황에 비추어 본다면 지방조경의 발전은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절대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역에서의 몇몇 활동들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부산과 울산에서의 활동은 주목할 만한데 이 자리를 빌려 소개함으로써 관련자들을 격려하고 그 성과를 전국의 조경인들과 나누고자 한다. 부산의 조경분야는 한국조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일 년 전부터 산, 학, 관이 모여 준비를 해왔다. 지역의 대학들과 부산조경협회, 시민단체, 그리고 부산시 조경분야 공무원들이 정기적으로 함께 모여 한국조경 5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부산조경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모색할 방안들에 대해서 준비하였다. 그 결과 매년 주관해온 부산조경정원박람회를 한국조경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기획하여 보다 뜻깊게 운영하기로 하였다.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부산시민공원을 중심으로 개최된 이 행사를 통하여 부산 조경의 대표적인 기업들과 시민들이 함께하였다. 개막식에는 부산조경의 발전에 기여해 온 학계와 업계, 시민단체와 시민들에게 공로상을 시상하는 등 그동안의 노력을 격려하고 부산조경의 발전을 자축하였다. 또한 부산조경의 미래를 모색하는 전문가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관련 내용들이 지역의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하였다. 특히 부산조경협회는 부산조경 50주년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선정하고 이를 출간할 예정이다. 협회는 그동안 지역조경의 발전을 위한 활동들을 꾸준하게 시행하여 왔다. 앞서 말한 부산조경정원박람회를 개최하여 8회에 이르도록 주관해 왔을 뿐만 아니라 ‘부산조경설계지침’을 제정하여 매년 책자로 발간하고 있다. 나아가 고아원이나 공공기관에 어린이놀이터를 기증하는 활동들도 꾸준하게 진행해 오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울산조경의 활동도 자랑스럽다. 울산조경협회는 2017년 자체적으로 정원박람회 형식의 정원스토리페어를 개최하였는데,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시에서 대표정책으로 채택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하였다. 협회의 활동은 2019년 태화강국가정원 지정의 기틀을 제공하였으며 2021년에는 산림청 코리아가든쇼를 태화강국가정원에서 개최하는데 있어서도 큰 기여를 하였다. 공업도시 울산이 생태도시를 지나 정원도시로 발전해 나가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울산시는 녹지정원국 내에 녹지공원과, 태화강국가정원과, 생태정원과가 설치되어 있으며 각 구청별로 정원계도 두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울산시는 산림청과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과 함께 태화강국가정원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하였는데, 협회의 활동은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밖에도 울산조경협회는 시민정원사양성 과정을 주관하여 6기까지 배출하였으며 SK의 후원으로 조성된 울산대공원에서 개최되는 장미축제 등에도 봉사지원을 이어 오고 있다. 전환기를 맞이한 한국조경, 오늘에 이르기까지 분명 지역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지역조경가, 동네조경가들의 수고와 노력이 그 바탕을 이루었다. 한국조경 50주년을 맞이하여 이들에게 격려와 감사의 박수를 보내며 다가올 50년, 보다 성숙하고 활발한 지방조경의 르네상스를 기대한다. 이유직 /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도시의 공간들은 저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도시장소에 성격이 구축되는 것은 사람들의 경험과 행위에 따라 후행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행정주도의 선행 개발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도시공간은 계속해 살아서 변화하기 때문에 무엇이 더 먼저이고, 더 중요한지 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장소의 성격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좋은 재료를 전략화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공공영역에서 이러한 전략은 주로 행정기관의 기획을 통해서 실행된다. 그 과정에 다양한 민간의 목소리가 반영돼 있다 하더라도 정책과 개발을 통해 추진되는 일은 자연스럽게 ‘관 주도’의 성질을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그리고 정책은 선출된 리더의 ‘공약’에 기반하므로 이를 온전히 성취해내기 위한 조직원의 노력이 더해져 ‘관 주도’의 성격은 더욱 강화된다. 관청은 ‘기획’과 ‘개발’을 통해 장소를 특성화하기 위해서 추진 조직을 만들고, 사업계획을 세워 예산을 편성한다. 서울에서는 서울시청이 이러한 일을 주도한다. 서울특별시의회는 시민을 대신해 집행기관인 서울시청을 감시, 감독하는 조직체로 각 사업에 편성된 예산을 검토하고 사업의 적절성을 판단한다. 시의회 상임위원회(상임위)는 성격과 목적에 따라 분류된 서울시 전체 각 부처를 관장한다. 각종 의안을 비롯해 사업의 추진 근거에서부터 시행 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 걸쳐 분석하고 검토하는 업무를 한다. 예산안의 경우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에서 서울시 전체 예산에 대해 최종 심사를 한다. 그런데 그 이전에 각 상임위에서도 예산안 예비심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물은 예결위로 제출하고 있다. 이는 각 상임위의 전문성을 고려한 것으로 해당 분야에 역량 있는 시의원이 상임위에 소속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전문인력이 상임위 전문위원실에 배치돼 주요 현안에 대한 실무적 판단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임위 구성은 각 실국별 효율적인 사업의 추진과 의회의 전문적 운영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감염병 예방’은 시민건강국에서 담당하고, 의회에서는 시민건강국을 소관하는 보건복지위원회가 관할한다. ‘공원 조성’은 푸른도시국에서 추진하고, 의회는 환경수자원위원회가 관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사업의 구분이 분명히 드러난 게 있는 반면에 도시공간 개발사업처럼 그 복합성으로 인해 추진부서가 확실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상임위도 제각각인데 특히 ‘조경’의 영역이 더욱 그런 습성이 있다. 이를테면 지난달 ‘공원 같은 광장’으로 개장한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을 추진한 서울시 실국은 다음 중(경제정책실, 안전총괄실, 도시교통실, 주택정책실, 도시계획국, 균형발전본부, 물순환안전국, 푸른도시국) 어디일까? 정답은 균형발전본부다. 지난해 7월 도시재생실과 지역발전본부가 합쳐져 만들어진 조직이다. 본부 내 ‘광화문광장추진단’을 조직하여 추진하였고 지금은 부서가 개편돼 ‘광화문광장사업과’로 남아있다. 균형발전본부는 당시 서울시 권역별 개발사업과 주거재생, 도시정비 등을 주로 담당했다. 공원과 도시숲, 서울시청 광장 등을 담당하는 푸른도시국은 광화문광장 사업에 적극 관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보다 광역차원에서 사업에 접근한 것이라 짐작해볼 수 있지만 공원 관련 실국이 간접 참여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소관 상임위는 주택정책실을 함께 소관하고 있던 ‘도시계획관리위원회’였다. ‘세종대로 사람숲길’ 사업의 경우도 비슷하다. 보행환경개선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도시교통실에서 추진하였고 해당 상임위는 ‘교통위원회’였다. 현재는 시설관리를 위해 푸른도시국으로 이관돼 의회에서는 ‘환경수자원위원회’ 소관에 있지만, 사업추진 단계에서 푸른도시국의 역할은 협조 수준에 머물렀다. 그리고 지난 2017년 ‘공중정원’으로 개장한 ‘서울로7017’을 추진했던 최초 부서는 도시안전본부였다. 이곳이 도로였다는 이유로 도로교통과에서 처음 추진했고 도로관리과에서 사업을 총괄하고 국제설계공모를 추진했다. 사업대상이 교량이었고 당시 교통개선 대책이 시급해 종합적 대응을 위한 조직을 구성한 것이다. 그렇지만 하이라인(High Line)을 표방한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서도 공원 전담부서의 역할은 최초 기획단계부터 거버넌스 구축 및 홍보 등으로 한정됐다. 사업예산을 편성하고 균형있게 바라볼 의회에서도 공원분야에 가깝지 않은 ‘도시안전건설위원회’의 소관이 되었다. 의회에는 당시 도시재생실을 담당하는 ‘도시계획위원회’가 있었고, 푸른도시국을 관할하는 ‘환경수자원위원회’도 있었으나, 시민안전 및 도시인프라 건설을 담당하는 상임위의 소관이 된 것이다. 이후에 ‘서울역일대종합발전기획단’이 총괄 담당하면서 조직은 정비됐지만 안전총괄본부(도시안전본부) 내에 그대로 조직을 구성했고, 공원 개장 시기에 이르러서야 시설관리를 위해 푸른도시국으로 이관되었다. 어떤 실국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게 성과가 더 낫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사업의 규모가 대단위라면 여러 실국에서 협업하는 형태는 필요하다. 그런데 처음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공원을 조성하고, 운영관리까지 이어가는 총괄 기획부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도시공간 개발사업은 도시장소에 특정한 성격을 구축하는 ‘사회문화적’ 작업이다. 그런데 ‘관 주도’로 행해지는 행정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장소에 보다 더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실국을 적극 참여시키지 않았다. ‘공원 같은 광장’, ‘사람숲길’, ‘공중정원’을 조성하면서 공원 전문 조직이 사업기획의 추진체로 적극 동참하지 않았고 사후 관리만 떠안는 경우도 있다. 그로 인해 공원분야에 관심이 많은 상임위 시의원도 해당 사업을 처음부터 직접적으로 소관할 권한과 책임에서 배제된다. 그것은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시민들의 요구와 참여도 일정부분 한계점을 지닌다는 의미가 된다. 광화문광장에서 세종대로 숲을 지나 서울로까지 걸으면서 도시를 바라보자. 수많은 각기 다른 조직이 협업해 이루어낸 도시 경관의 조화인가, 아니면 각기 다른 조악한 결과물의 조합인가. 아직까지 서울시는 ‘조경’을 장소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인식하지 못한다. 모든 것이 끝난 후 이루어지는 포장술 또는 관리술 정도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소를 만드는 기획은 단순한 결과물을 만드는 게 아니라, 도시공간의 문화행태를 만드는 작업이다. 공원을 만들고, 광장을 만들고, 시민의 여가를 위한 공간을 조성한다면 관련 전문 조직이 빠짐없이 구성되고 다양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민간영역의 목소리도 반영하기 쉽다. 공원을 다루는 많은 사업에서 추진단계부터 공원 담당 조직이 배제되는 경우가 있다. 파견된 실무자는 한 명 또는 두 명이 전부고 관리자는 배치되지 않아 조경분야에 전문 결정권자는 없는 셈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위원회 등을 개최하여 전문가 소수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만, 시민 다수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 보기 어렵고 자문이 간혹 ‘관 주도’를 매끄럽게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렇게는 도시공간에 제대로 된 장소를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장소 정체성을 형성하기에도, 장소를 만들어갈 주체를 찾기에도 어렵다. 장소성을 만들어가는 직접 주체는 애초에 담당 공무원이 아니었지만, 행정을 맡고 있어 ‘관’이 자연스럽게 장소의 주인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도시공간에 장소성을 구축하는 기획의 주체는 시민이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은 공간을 요구해야 한다. 정책의 방향은 시민을 위한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그 장소도 시민에게 돌아가는 게 자연스럽다. 민간의 참여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이는 장소에 애착을 가지고 사업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들로부터 사업이 태동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정의 한계점에서 민간주도 시민참여의 가능성을 의회에서 찾을 수 있다. 의회는 시민이 선출한 의원들이 활동하는 곳이고 시민의 의견을 듣는 곳이다. 그리고 시민의 참여로 이루어진다. 그 참여에는 한계가 없다. 집행기관을 견제하고 감독하는 입장으로 더 나은 정책과 방법을 요구할 수 있다. 이것이 도시공간에 장소성을 구축하는 힘으로 작동할 수 있다면 더 나은 공간이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뉴노멀 시대를 맞아 도시공간은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는다. 특히 공원은 여가활동 공간으로 사람들의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 공원은 이제 철저하게 기획되어야 한다. 도시 곳곳에서 시민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업추진 전부터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준공 후 운영관리까지 이르는 총괄 컨트롤타워의 역할과 책임이 필요하다. 그동안 장소를 기획하려는 힘이 부족했고, 부서간 협업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나간 일에 대한 성찰도 부족했다. 도시공간 개발사업 추진 전 과정을 거쳐 그것을 견제, 감시하는 것은 시의회의 역할이므로 의회에 대한 시민의 참여를 촉구해본다. 의회에서는 토론회와 세미나를 자주 개최한다.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 있다. 도시와 경관에 대해, 공원과 광장 그리고 수많은 오픈스페이스에 대해 더욱 비평해야 한다. 민선 8기 새롭게 추진하는 ‘수변감성도시’는 ‘물순환안전국’에서 추진한다. 수변공간을 문화와 휴식의 장소로 조성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균형발전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하천 경관개선과 수변공간 안전확보를 위해 수자원 활용계획을 세우는 차원에서 조직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소관 상임위는 ‘도시안전건설위원회’이다. 궁극적으로는 시민을 위한 공원 등의 휴게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기반시설 정비 뒤에 포장술에 그치는 시설녹화에 멈추지 않길 바란다. ‘한강 르네상스’에서 보여준 획기적인 성과처럼 ‘지천 르네상스’가 공원 기획의 전문성이 민과 관에서 함께 발현되는 기회가 되고, 서울시민의 여가를 만족시킬 사업으로 추진되길 기대한다. 유시범 /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입법조사관
    • 유시범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입법조사관
    • 2022-09-20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2022년 8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Re:Public Landscape)’라는 주제로 광주에서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IFLA World Congress)가 열렸다. 2020년에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릴 계획이었던 제57차 IFLA는 2021년으로 연기되어 전면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다. 조직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준비에 가장 큰 난제는 아무것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거리두기로 사적, 공적 모임이 제한되는 시점에서 준비를 시작하여 이후에도 변이가 발생하고 재확산이 반복되었다. 자유롭지 않은 여행정책으로 중국과 일본의 참가가 어려워지면서 등록자 수를 예측할 수 없게 되자 프로그램 기획과 예산 책정에도 어려움이 따랐다. 그럼에도 홍수와 태풍을 아슬하게 피해 개최된 이번 대회에는 40여 개국에서 약 1000여 명의 조경가가 참여하였다. 세계조경가대회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성패를 진단하기는 어렵지만, 진행 과정에서 느낀 성과를 몇 가지로 요약해 본다. 첫째로는 글로벌 어젠다를 공유하고 조경가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IFLA world council 회의에서 제임스 헤이터 (James Hayter) IFLA 회장은 기후변화, 식량안보, 건강과 웰빙, 토착문화보존을 강조하며 조경이 실질적인 처방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조강연자들은 팬대믹 이후 도시공원의 역할, 평등한 접근을 통한 사회적 책임, 탄소량을 줄일 수 있는 전략,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설계 방법 등을 제시했다. 지오프리 젤리코 어워드(Geoffrey Jellicoe Award)를 수상한 아드리안 휘저(Adriaan Geuze)는 특별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조경 설계를 통해 기후변화, 토양, 수질, 적용, 생태계 자생능력과 같은 엔지니어로서의 소양을 바탕으로, 자연과 문화가 융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는 한국조경을 소개하고 남도의 문화를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다양한 전시를 통해 한국조경 50년의 발자취와 현재를 시민과 공유했으며, 조경가 정영선의 작품을 담은 다큐멘터리 상영과 시네토크로 한국 정원의 미학을 국내외 전문가와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자리가 되었다. ‘IFLA 조경·정원박람회’는 브랜드 전시와 함께 ‘취업박람회’, ‘토크콘서트’ 등의 프로그램으로 조경문화를 확산하는데 기여했다. 참여자들은 길거나 짧은 여러 답사프로그램을 통해 광주시 탐방에서 담양, 순천, 화순, 목포, 해남 등 남도의 역사문화까지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세 번째로는 네트워크와 소통의 장이었다는 점이다. 대회 준비와 행사의 진행은 학계와 업계, 교육자와 학생, 국내와 해외, 그리고 지역 간의 협력으로 이루어졌다. 어려운 시기임에도 후원을 아끼지 않은 업체와 현장에서 땀 흘린 봉사자들이 없었다면 행사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학술논문 발표 외에도 국내외의 교육자, 학생, 연구자의 라운드 테이블을 통해 서로의 관심사를 논의하며 네트워킹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학생대표단과 연구자는 스스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미래 세대의 열정은 대회 전에 이틀간 진행된 학생 샤렛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전국에서 모인 튜터진과 독일, 태국, 그리스 등 8개국에서 모인 학생들은 광주의 폴리를 대상으로 한 스튜디오 작업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일부는 수상의 기쁨을 맛보았다. 예측 불가능한 기후위기의 시대, 지구환경을 존중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 조경가의 역할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광주에서 열린 세계조경가대회는 2019년 오슬로 IFLA 이후 3년 만에 대면 방식으로 개최되었다. 비대면이 일상화된 코로나 시대에 개최한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의미라면 얼굴을 마주하고 모였다는 점, 그리고 미래 세대와 함께 현재를 공유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전 세대가 1992년 경주에서 열렸던 세계조경가대회를 기억하는 것처럼, 2022년 광주의 경험을 떠올리는 세대에 의해 조경의 가치와 역할은 지속되고 확장해 나갈 것이다. 2023년 대회는 “창발적 상호작용(Emergent Interaction)”이라는 주제로 나이로비와 스톡홀름 두 도시에서 동시에 개최될 예정이다. 조경가의 창의적인 도전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서영애 / 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
    • 서영애 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
    • 2022-09-15
  • 여름이 되면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꽃이 무엇일까. 주변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뜻 대답하기 어려워한다. 봄이란 계절로 물어보면 목련과 개나리, 벚꽃, 진달래 등을 말하겠지만 여름은 쉽게 답변을 하지 못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봄처럼 꽃을 목적으로 외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 수목원이나 식물원을 자주 방문하거나 식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배롱나무나 연꽃 정도를 얘기하지 않을까 하면서 답변에 대해 정원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아쉬운 게 사실이다. 이 일을 직업으로 갖기 전에는 필자도 주변사람들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름에 꽃을 피우는 식물중에서 가장 흔한 식물은 무엇일까.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식물은 없을까. 이름만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테지만 여름식물이라 인식하는 않는 아주 흔하지만 귀한 대접을 받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천대를 받는 식물, 국화로 지정되어 학교, 관공서마다 있는 식물, 무궁화가 있다. 무궁화는 언제 꽃을 피우고 언제 질까. 문헌에 따르면 일찍 피는 무궁화는 6월 말부터 개화가 시작해 늦게는 10월까지 계속된다. 이처럼 개화기가 길다 보니 여름에 개화한다고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생각이 드는 건 정원을 가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고 화려한 색생과 개화기가 긴 식물을 선호한다. 무궁화를 자세히 보면 이런 조건으로는 충분하다. 크고 많은 꽃을 피우면서 흰색부터 보라색까지 그리고 겹꽃까지 다양한 화색과 형태를 가진다. 이처럼 정원 식물로의 장점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원 식물로의 많은 이용은 되지 않는다. 무궁화를 정원에 이용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면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어디선가 어렴풋이 들은 기억으로 진딧물이 끼어서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다수이다. 하지만 우리가 정원에 이용하는 식물 중에 진딧물 같은 해충이 끼는 식물은 흔하다. 대표적으로 무궁화와 비슷한 시기에 개화하는 원추리가 그렇고 여름철 연못을 가득 채우는 연꽃과 수련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추리와 연꽃 등에 진딧물이 많다는 이유로 싫어하거나 정원에서 제거하지 않는다. 왜 무궁화를 정원식물로 선호하지 이유가 궁금해진다. 무궁화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식재가 가능한 식물로 내한성은 물론이고 내염성과 내공해성 또한 강해 활용범위가 매우 넓다. 자세히 보면 길가나 공원 등 여러 곳에 무궁화가 많이 식재된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건 식재된 무궁화들이 대부분 형태가 제멋대로 이고 꽃도 많이 피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시원하게 답변을 듣지 못하던 정원 식물로 매력을 못 느끼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관리되지 않는 식물은 어떤 식물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궁화에는 여러 가지 잣대를 들이대며 쓰지 않으려 한다. 사실 무궁화는 다른 식물보다 더 많은 관리가 필요한 식물이다.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보기 위해서는 식재지의 선정부터 전정, 시비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데 대부분은 심기만 하고 관리는 하지 않는 게 사실이다. 무궁화는 햇볕이 잘 들고 물 빠짐이 양호하며 비옥한 토양이 식재 적지로 새로 나온 줄기에서만 꽃이 피므로 꽃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전정을 하는 것이 좋다. 전정 시기는 가지에 물이 오르기 전인 이른 봄에 하는 것이 좋다. 앞서 언급했듯이 무궁화는 100여 일 동안 개화한다. 또 대부분의 꽃은 하루밖에 피지 않는다. 100일 동안 수십 송이의 꽃을 매일 피우는 건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경이로움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거름을 주는 수고와 비용은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거름을 주는 시기도 정해져 있는데 생장 전인 가을이나 봄에 유기질 비료를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무궁화를 보고 떠올리는 진딧물 등 병충해의 방제는 약제를 살포하면 되지만 굳이 살포하지 않아도 된다. 혹시 진딧물이 낀 무궁화를 볼 기회가 있다면 자세히 살펴보길 바란다. 진딧물이 낀 무궁화를 보다 보면 등 부분에 주홍색을 띤 작은 벌레들이 진딧물을 갉아 먹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무당벌레의 애벌레들이다. 약으로 방제하지 않아도 천적을 불러 진딧물을 방제하니 참으로 영특한 식물이다. 예전 수목원에서 근무할 때 이맘때쯤이면 무궁화 취재를 위해 방문하는 기자들이 있었다. 무궁화를 오랫동안 연구하셨던 박사님은 때론 오지 말라고 역정을 내시는 때가 있었는데,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대부분 오후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향해서였다. 이왕이면 생기있고 만개한 무궁화를 봐야 좋은데 오후에 오면 지기 시작하는 무궁화를 취재하고 사진으로 남기게 되니 아쉬울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취재 전 조금만 문헌을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인데 이를 간과하는 것이 못마땅한 것은 당연하지 않았을까. 주변의 무궁화를 찾아보고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꽃은 잘 피우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부족한지도 고민하고 이후에는 시기를 맞춰서 전정이나 시비를 하는 일도 결심하길 기대한다. 그 이후에 어떻게 꽃이 피는지도 보는 시간까지도 가지길 바란다. 그렇게만 시간을 보낸다면 무궁화에 대한 인식은 바뀔거라고 장담한다. 많은 사람들이 무궁화에 대해 가진 생각은 선입견이었다는 것을 깨닫지 않을까. 옛날부터 우리 선조들은 버드나무와 무궁화를 논가에 심었다고 한다. 이유는 진딧물의 천적인 무당벌레가 유충일때는 버드나무에 서식하며 잎을 먹다가 성충이 될 즈음 육식을 해야 하는데 이때 무궁화로 옮겨와서 진딧물을 먹었다. 벼에 낄 진딧물을 무궁화가 유인하니 벼는 피해를 보지 않는 셈이다. 지금처럼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았던 시기에 생존에 가장 중요한 쌀의 생산량을 늘리는 즉, 식량을 지키는 역할을 하니 국화로서의 지위가 당연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이로움을 알고 무궁화를 보는 시간을 가져 봤으면 좋겠다. 우리 국화가 정말 자랑스럽지 않을까. 남수환 /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
    •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email protected]
    • 2022-09-07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개인에게 있어서 자아의식의 경계를 허물고 한층 더 확장된 자아로 나아가는 것은 개인이 성숙해가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와 같은 ‘경계 허물기’는 도시과학 분야인 조경·건축·도시환경의 진화에 있어 필수적 과정이다. 도시가 성숙해가는 과정은 인간이 정신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과 닮아있다. 도시 발달과정을 살펴보면 경계 만들기와 허물기가 반복되는 역사임을 알 수 있다. 인간정주환경의 경계는 ‘개인 주거’-‘마을·도시’-‘국가’-‘세계·지구’로 확장되어왔다. 앞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달, 화성 등 우주탐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인간정주환경이 우주로 확장되어 ‘지구촌’이라는 말 대신 ‘우주촌’이라는 말이 등장할 날이 올 것이다. 세계의 도시들은 20세기까지는 경계를 넓히는 일에 몰두해 해왔으나, 21세기에는 그동안 만들어진 도시의 불합리한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차원의 경계를 세우는 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연과 도시의 이분법으로부터, 자연과 도시가 하나로 되고 도시가 자연생태계의 일부분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친환경 도시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차량 우선의 경직된 도로 중심적 도시구조를 넘어서, 보다 유연한 보행자 중심의 친인간 도시를 지향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 도농통합을 통해 도시와 농촌의 상생을 추구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개발과 성장과정에서 낙오된 소외계층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 극복을 위해 복지에 대한 인식 증대와 함께 양극의 경계를 허물고 모두가 행복하기 위한 포용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도시공원과 녹지의 배치에서도 경계 허물기의 연속된 과정을 볼 수 있다. 80년대의 1기 신도시 공원은 도로를 경계로 고립된 공간이 대부분이었으나, 2기 신도시에서는 공원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더 나아가서 전체 공원을 녹지로 연결하는 녹지체계를 구성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고립된 녹지가 주거와의 경계를 허물고 주거지와 직접 연결되는 녹지체계로 진화하고, 더 나아가 커뮤니티 시설과 통합되는 등 녹지와 주민 편의 시설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런던시는 이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2017년에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도시(National Park City)’를 표방하면서 도시 자체가 공원이 될 수 있도록 도시와 공원의 경계를 허물고 도시와 공원의 통합을 지향하고 있다. 서울도 개발과 빠른 성장의 과정에서 수많은 공간적·사회적 경계를 만들어왔지만, 이들 경계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무상(無常)’함을 말해주고 있다. 한강을 예로 들면 1980년대에는 한강개발의 일환으로 양안에 제방을 쌓아 수로를 정비하고 고수부지를 만들어 홍수에 대비함과 동시에 고수부지에는 시민 휴식 공원을 만들었다. 당시에는 직선적 제방 축조로 한강 경관이 정비되고 고수부지에서는 여가활동이 활성화되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2000년 들어오면서 경직된 콘크리트 제방으로 인해 물로의 접근성이 제한되고, 생태적으로도 건강하지 못한 점이 지적되어 자연형 하천으로 만들기 위한 제방 경계 허물기 시 시도되었다. 소위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하여 일부 콘크리트 제방을 제거하고 생태적 수변으로 만들거나, 수변 물놀이장을 만들어 시민들이 한강물과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하였다. 2010년 이후에는 서울시장이 바뀌고 행정 주도 개발을 지양하면서, 행정과 시민의 경계를 없애고 사회적 합의가 주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 오페라하우스 등 고급문화보다는 서민적인 텃밭 가꾸기 등 대중문화 지향적으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서울시장이 다시 바뀌면서 한강의 세계화, 관광 거점화 등을 지향하면서, 한국이라는 경계를 허물고 세계화를 지향하는 방향이 제시되고 있다. 청계천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청계천에는 6, 70년대에 원활한 차량 통행을 위한 복개공사로 인해 시민들이 물에 접근할 수 없도록 경계가 만들어졌고, 복개천 상부에는 고가도로가 세워져 청계천 경관을 좌우로 나누는 콘크리트 장벽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복개구조물과 고가도로의 안전 문제가 대두되어 2003~2005년에는 콘크리트 덮개와 장벽을 모두 제거하고 청계천을 복원하여 친수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청계천은 거대한 인공수로라는 점이 다시 지적되고 있어서, 현재의 수로 경계가 허물어지고 다시 생태적 하천으로 언제 새롭게 태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공간적·사회적 경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방향을 시도하려는 모든 노력들은 기본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아직도 만연하고 있는 전시성 생색내기 행정, 경제논리에 치우친 개발 행태, 그리고 일부 시민들의 집단이기주의와 개인주의는 시민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과제다. 경계 세우기나 경계 허물기 모두 도시의 진화를 위한 나름의 긍정적 시도라고 할 수 있으나 주민, 전문가, 행정가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뜻을 모아 장기적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힘을 모아 흔들림 없이 실천할 수 있어야 비로소 도시 성숙을 위한 경계 허물기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자아의식의 경계를 허물고 더욱 확장된 자아 즉 인류, 생명체, 지구, 우주로 나아감으로써 모두가 행복한 포용적 삶을 즐길 수 있듯이, 우리의 도시들도 허물기를 두려워하거나 저항할 것이 아니라, ‘무상’을 받아들임으로써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허물 것인가를 항상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공간적·사회적 경계 허물기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와 가뭄, 산불 등 당면한 글로벌 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함으로써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 도시로 거듭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임승빈 / 환경조경나눔연구원장
  • 식물, 정원, 원예작업, 자연으로 치유하는 닥터 김의 힐링 미담 ‘아름다운 삶, 향기로운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바로 ‘사랑’과 ‘측은지심’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며 아침에 간절하게 기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기도를 할 수 있는 삶, 이런 삶을 이어가는 오늘 건강한 일상을 만들기 위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 연재했던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도시의 삶은 성과가 중심이 되는 사회여서 직장이나 학교나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늘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느라 다른 사람의 마음을 돌아볼 여유를 잃어가고 있다. 즉 측은지심의 마음이 메말라 간다고 볼 수 있지만, 자연과 정원, 식물과 꽃 속에는 늘 생명의 가치와 아름다움이 충만하다. 우리가 도시를 벗어날 수 없다면 도시에 정원을 만들어 나의 가족이 사는 공간에도 식물을 가꾸고 꽃을 피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은 일종의 원예작업을 통해 치유와 성장의 시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메말랐던 내 마음이 식물을 돌보면서 나와 더불어 생명이 있는 다른 식물, 나와 같이 존귀하게 생각하고 존중해 주는 마음을 싹트게 하는 것이 바로 원예작업 치유의 근본이다. 기억은 잃어도 사랑받은 감정은 기억된다 매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노인이나 중장년들은 깜빡깜빡하는 건망증이 나타나면 혹시 치매에 걸린 것은 아닌지 불안해한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말년이란 시간을 자신이 치매 환자가 되든 아니면 치매 걸린 가족을 돌보는 책임을 떠맡게 되든 둘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불안을 극복하고 건강한 일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원예작업적 해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치매 환자라도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 존중 받는 일상을 살고 싶어 한다. 노인이 된 부모를 돌보는 자식들은 부모님이 기억을 잃으면 감정도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한다. 그러나 치매가 와서 기억은 잃어도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은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자식이 부모님을 향해 사랑한다고 하는 말과 따스한 태도는 전달되고 기억된다고 할 수 있다. 기억은 사라져가도 오히려 감정은 더 예민해진다.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사랑, 기쁨, 슬픔, 분노, 평온함을 온전히 느끼며, 그래서 고통 속에도 삶은 계속된다. 이것이 인간이 죽는 순간까지 존중되어야 하는 이유다. 긴 병마를 가진 가족을 간병하며 눈물로 세월을 보낸 보호자들에게 당신들이 흘린 눈물 한 방울은 영원히 기억되는 가치 있는 것이었음을, 절대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과 인간이 감정을 소통하며 만들어 가는 연대감은 기억이 지워져 가는 순간에도 사람을 사람답게 살아가도록 지켜준다. 그것이 아름다운 삶, 향기로운 이야기가 된다. 인간의 마지막 순간에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면 마지막 보는 것들이 꽃이 되고, 새가 되고, 단풍으로 물드는 향기로운 기억이 될 것이다. 인간의 감정을 풍부하게 하고 마지막까지 긍정적 정서로 채워주는 공간이 식물과 꽃이 있는 정원이기 때문이다. 크든 작든 그 속에서 빛과 소리, 촉각, 평온함, 그리고 계절의 변화를 즐길 수 있다. 원예작업은 자존감을 높이는 치유적 작업이다. 자존심은 남에게 굽히지 않고 자신의 품위를 지키는 것이라면 자존감은 타인의 평가와는 관계없이 자신을 사랑하고 아낄 줄 아는 마음으로 자신의 품위를 찾아가는 길을 말한다. 원예작업을 통해 일상을 즐기며, 상처받은 자존심이 저절로 치유되고, 아름다움 삶, 자존감이 높은 오늘이 되길 바란다. 지금 이 순간에 몰두하는 일상이 치유다 첫사랑은 왜 잊히지 않을까? 저마다 잊히지 않는 사랑이 있다. 첫 키스와 같은 달콤한 추억 조각이 나이가 들어도 그날의 기분과 설렘의 하모니로 존재한다. 사랑, 출산, 외국여행과 같은 첫 번째 기억은 왜 잊히지 않는 걸까. 리사 제노바의 ‘기억의 과학’에 따르면 ‘인지적 비축분’이 높을수록 치매가 와도 이상행동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뇌의 전두피질과 편도체의 손상으로 원초적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일부 시냅스가 손상된 다해도 추가분의 백업 신경의 연결이 많으면 문제행동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인지적 비축분을 높이는 일상을 살아간다면 치매가 와도 이상행동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원예작업은 뇌 속에 성상세포를 활성화하기 위해 더 많은 곳에서 필요하다. 실제 퇴행성 신경 질환인 치매, 신경 발달 장애, 다운증후군, 조현병 모두 해마의 성체 신경 발생의 이상을 보이고 있다. ‘성체놔신경생성’은 학습과 기억, 기분 조절, 우울, 부상에 대한 반응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인기에도 이 세포는 사라지지 않고 생성되어 뇌의 고장 난 부분을 스스로 고치는 기능을 한다. 이 세포가 인간의 후각과 해마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현대인들의 만병의 원인은 만성 스트레스다. 만성 스트레스는 기억을 관장하는 뇌의 해마를 쪼그라지게 한다. 자연의 향기와 식물에 몰입하는 다양한 원예작업이 해마의 기능을 촉진하여 기억과 기분을 좋게 하고 상처를 치유하도록 돕는다. 정원이나 숲에서 하는 명상, 멍 때리기, 꽃멍, 풀멍 등 정원과 숲에서의 식물을 가능한 많이 만나는 일상을 만들어서 지금 이 순간의 계절과 날씨를 오감으로 느끼면 뇌가 건강해진다 긍정적 정서, 몰입, 삶의 가치 등을 알려주는 책을 읽거나, 행복하고 의미있는 삶을 주는 활동을 찾는 원예적 일상이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정원에서의 글쓰기 ‘한 뼘 자전소설’ 프로그램, 시 낭송회, 정신을 자극하는 기도 등 규칙적 정신 자극 활동도 인지적 비축분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 이순간에 몰두하는 원예활동을 해야 한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 이 순간에 몰입하는 일상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낯설고 모험적인 환경을 찾아 나서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자극도 받고, 치열하게 공부에 푹 빠져 보자. 정원을 주제로 여행을 떠나보자, 치유의 여행이 될 것이다. 정원이 주는 정서적인 치유와 이 순간에 몰입하는 즐거움을 온전히 느껴보길 바란다. 여름에는 수국이 아름다운 제주 해변 둘레길도 밟아 보고, 내설악과 외설악의 산세를 바라보며 12선녀탕의 맑은 소리를 들어보도록 하자. 정원이 아름다운 카페 둘러보기, 경포대와 대천해수욕장 고운 모래 위 걸어보기, 울릉도 문자정원 둘러보기 등 새롭고 다양한 풍광은 우리의 뇌에 새로운 자극을 가득 준다. 자연은 다양한 감동을 준다. 이런 감동을 받으면 온몸에 엔도르핀이 가득해진다. 삶을 아름답게 하는 공간, 도시숲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의 정원’ 영화에서도 정원이 나온다. 마담 프루스트의 집안에 채소 정원이 있고 집 밖에 큰 나무가 있는 공원이 있다. 실내정원은 인간 내면의 정원에 비유했고, 실외정원인 공원은 연령, 인종 차별 없이 사랑을 나누며 사는 인간들의 연대감이 만들어지는 곳임을 보여주고 있다. 공공의 정원 ‘도시숲’은 한 사람의 일상과 추억을 아름답게 할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를 경제적 격차에 상관없이 밝고 건강한 삶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이 도시 속에 숲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이 영화는 식물을 사랑하고 정원에서 삶을 살고 자연의 향기와 함께하는 사람은 마지막 순간에도 자존감을 스스로 지켜내고 자신의 삶에 몰입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도 최근 마담 푸르스트가 사용한 향기와 자연의 치유 요소를 이용하여 보호관찰소의 교도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보호관찰소 인지재활 프로그램에서 성폭력 가해자 청소년들에게 먼저 자신의 상처를 보게 했다. 그리고 식물을 만지는 작업으로 생명의 소중함,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을 존중해야 할 이유를 인지하게 했다. 그들은 ‘딴 생각이 안 나요’, ‘잘 극복해 볼게요’라며 순간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고, 산만한 태도가 사라지는 변화를 보였다. 성인발달장애인들의 직업재활을 위해 수직정원을 활용한 식물전문관리 과정도 준비 중이다. 탄소중립 사회를 위한 환경생태적 실내외 공간을 만들기 위해 그린 스쿨, 그린 오피스, 실내외 도시숲이 늘어가고 있다 조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리이다 꽃밭이나 정원도 관리가 없으면 망가지듯이 크고 작은 실내외 도시숲 정원도 관리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는 원예작업의 치유사례들도 늘어가고 있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삶은 자신의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것이다. 향기로운 이야기는 마음의 정원에서 일어나는 ‘기쁨’, ‘즐거움’, ‘사랑해’, ‘소중해’, ‘행복해’, ‘희망적이야’라는 말로 표현하는 순간이 향기롭게 전달된다. 이제 모두의 정원인 ‘도시숲’을 가꾸며 함께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오늘이 되길 바란다.
  • 장마가 끝난 여름은 폭염을 동반하고 찾아왔다. 그리고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이 되었다. 직장에서의 더위와 폭염은 훼방꾼이자 극복의 대상이지만 휴가 시즌의 더위는 보상의 대상이다. 특히 올해는 펜데믹 이후 처음 맞이하는 휴가라 그런지 더 기대되는 느낌이다. 그런 휴가를 위해 정부에서는 해수욕장 혼잡도 신호등, 안전한 여름휴가 정보 등을 제공하며 사람들이 밀집하지 않고 여유 있는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오랜만에 휴가를 맞이한 사람들은 수년간 가지 못했던 곳을 휴가지로 정하며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휴가 이후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질병 등 후유증은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것들이 변하였다고 사람들이 얘기한다. 크게는 안전, 환경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고, 작게는 개인의 취미생활이나 회사 생활의 근무와 회식문화 등이 바뀌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사소하게 여기거나 간과했던 것들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다만 휴가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즐기는 장소여야 휴가를 다녀왔다고 인정되는 걸까. 그 인정이란 건 남들처럼, 남들만큼이라는 자격지심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한다. 어떻게 하면 휴가다운 휴가를 보낼 수 있을까. 혹시 사색과 여유, 마음을 치유하며 휴가를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정원을 적극 추천한다. 특히 정원 중에서도 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움은 어느 정원에도 뒤지지 않는 민간정원을 추천한다. 현재 민간정원은 강원권역에 3개소, 충청권 26개소, 전라권 40개소, 경상권 48개소, 제주 1개소 등 78개소가 등록되어 운영되고 있다. 수도권과 경기권역을 제외한 전국 각지에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방문할 수 있다. 민간정원은 개인이 운영하다 보니 시설과 정원의 형태, 식물, 체험 프로그램 등이 각각 다르고, 일부 민간정원은 숙박시설도 있어 휴식을 위한 휴가로는 최고의 장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전원주택과 정원에 대한 로망이 있다면 정원주를 만나 얘기를 듣는 것도 좋다. 처음에 정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지금 민간정원을 가꾸면서 겪는 어려움까지 들을 수 있다. 관심있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그런 이야기를 전문가에게 들으려면 아주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직접 경험담을 들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값진 기회는 없으리라. 하지만 정원을 방문하는 사람 모두가 그럴 필요는 없다. 십여 년 전쯤에 미국 동부로 수목원 직원들과 답사를 갔었다. 뉴욕식물원이나 롱우드가든처럼 오랜 역사와 화려함을 가진 정원부터 하이라인이나 센트럴파크와 같은 엄청난 규모의 공원까지 견학했다. 많은 기억이 남아 있지만 지금은 다른 정원에 비해 규모가 아주 작았던 챈티클리어 가든이 기억에 남는다. 이 가든의 가장 큰 특징은 작지만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주제정원과 모든 정원에 있는 식물 표찰이 없는 것이었다. 수목원이 일터인 우리는 아름답거나 특별한 식물을 보면 이름이 궁금해 버릇처럼 표찰을 찾곤 하지만, 챈티클리어 가든은 표찰이 없다 보니 이름보다는 그 아름다움 자체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이름이 궁금하면 알 수 있도록 각각의 주제정원 식물의 식재 정보와 목록이 정리된 자료가 작은 함 속에 보관되어 있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 가든의 미션은 즐거움으로 충만한 정원이라고 한다. 식물 이름을 굳이 몰라도 정원 그 자체의 아름다움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 기회였다. 그래서인지 여느 정원보다 방문객들이 더 즐거워 보였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그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정원은 보는 것만으로도 치유 효과가 있다는 산림청의 연구결과가 있다. 몸과 마음의 치유가 필요하거나 여느 때와는 다른 휴가를 원한다면, 꼭 정원 방문을 권한다. 정원 자체가 목적이 아니어도 좋다. 하루쯤의 여유 있는 시간을 원하는 사람 또한 정원을 찾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혹시 거주지 주변이나, 휴가지 근처에 있는 정원이 궁금하다면 고생할 것 없이 산림청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서비스하고 있는 정원누리를 이용하면 된다. 정원누리에서는 지역별 정원 위치와 정원의 시설, 프로그램까지 확인할 수 있다. 올여름에는 정원을 통해 휴식에서 즐거움까지 찾는 충만한 휴가가 되길 바란다.
    •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 [email protected]
    • 2022-07-27
  • 우리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 홍수, 폭염, 지진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전 지구인은 기후변화가 초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탄소중립의 실현이라는 큰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가 발생했다. 2년 이상 지속된 팬데믹은 우리의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 놓았다. 사람들은 함께 하기 보다는 거리두기에 익숙해졌다. 대한민국에서는 보다 심각한 사회적 현상이 대두되었다. 혼인 건수 감소, 합계출산율 감소, 고령인구 증가로 이어지는 연쇄적 인구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2020년 처음으로 출생 인구보다 사망 인구가 많은 데드크로스가 발생했으며 본격적으로 대한민국은 인구 감소국에 들어섰다. 이는 소멸도시 증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의 근본을 흔드는 문제가 되었다. 인구가 줄어드니 경쟁 또한 감소해 삶이 나아질 것 가지만 실상은 다르다. 발전된 기술은 사람이 해오던 일을 빠른 속도로 기계로 대체하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더 설자리를 잃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기계에 의해 제어되는 ‘스마트’한 도시를 꿈꾼다. ‘스마트’는 이제 모든 곳에 침투하고 있다. 스마트 도시를 넘어서 공원에서도 스마트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리질리언시’, ‘증강·가상현실(AR·VR)’, ‘모빌리티’ 등 이전에는 잘 들어볼 수 없었던 용어들 또한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에 스며 들었다. 최근 필자가 연구진으로 소속되어 진행했던 한 과제에서 도시와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태의 변화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었다. 앞서 언급한 전 지구적 환경 변화, 급변해온 대한민국 사회를 고려했을 때, 도시와 공원에서 선호하는 활동, 도시와 공원에 담겨야 할 가치, 도시와 공원의 미래 방향 등에 대해서 사람들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어떤 것을 지향할 것이라 가정했다. 특히 현대 사회의 개인은 세대를 막론하고 확고한 개성과 취향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연구는 전국의 20대 이상 2,000명의 남녀를 상대로 진행되었으며 설문은 주관식과 이미지 문항으로 설계되었다. 연구의 질문은 도시와 공원으로 나누어 기술되었다. 도시에 거주하면서, 공원을 이용하면서 불편했던 경우와 행복감을 느꼈던 환경, 미래의 도시와 공원의 주요 키워드, 거주와 이용을 희망하는 도시와 공원의 유형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급변하는 사회에 대응하여 새로운 가치를 선호하고 지향할 것이라 생각했던 연구의 가설과는 다르게 사람들은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적 환경에서 행복감을 느꼈다. 삶의 여유는 공원, 강변, 숲 등 도시의 녹지공간에서 산책을 하고 휴식을 취할 때에 가장 크게 느낀다고 답했다. 미래의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 또한 녹지 공간이 많은 ‘환경친화 도시’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향후 거주를 희망하는 도시의 유형으로도 ‘일상 속 휴식을 가능케 하는 공원이 많은 도시’를 1순위로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25%가 넘었다. 그 다음으로 응답률이 높은 ‘친환경적 대중교통수단이 활성화된 도시’, ‘저영향 개발을 통해 도시의 유지관리에 드는 에너지를 저감할 수 있는 도시’까지 합치면 약 40%가 넘는 사람들이 친환경적, 자연친화적 도시를 바람직한 미래 도시로 보았다. 공원에 대한 설문에서는 보다 깊이 있게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녹음이 우거지고 맑고 깨끗한 공기가 충만한 공원, 시끄러운 도시에서 벗어나 푸르른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원에서 삶의 행복을 느낀다고 대답해 주었다. 이들이 원하는 공원은 화려하고 멋진 공원이 아니었다. 그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벤치와 의자가 있으면 족했다. 번잡한 일터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도록 자연 속에서 조용하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면 충분했다. 이들이 지향하는 미래의 공원은 자연친화적 공원이었으며(약 37%) 이는 스마트 공원이라고 응답한 수의 두 배가 넘었다. 향후 이용을 희망하는 공원 또한 ‘조용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공원’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설문조사 한 건의 결과만으로 정답을 외칠 수는 없겠지만 사람들이 도시와 공원에 대해 기대하는 본질적 가치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유지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작금의 사회는 다양한 가치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의 다원화는 지속될 것이다. 보다 더 ‘스마트’하게 도시와 공원을 조성·관리·운영하는 것도 필요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도시와 녹지공간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매개체로 삼는 리질리언시 설계 기법은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가치에 부응한다는 미명 하에 본질적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실제 공간을 느끼고 경험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며, 따라서 이들의 눈높이에서 이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 본질적 사실을 말이다. 결국 조경가로서 할 일은 지금도, 미래에도 - 다소 로맨틱하고 과거지향적으로 들리더라도 -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여유롭게 심신의 정화를 할 수 있는 공원(도시)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기본을 생각하며 중심을 잡을 때, 조경 분야의 미래 또한 밝을 것이다.
  • [환경과조경 박광윤 국장] “수해가 난 지역에 왜 또 꽃을 심었어요?”수해가 지나간 지역에 심심찮은 민원이란다. 한 지방 민원인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 담당공무원은 “무너진 재해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꽃을 심었다”고 답했다. ‘위로가 되었을까?’ “세금 아깝게 꽃을 심어요?”서울시가 지난해까지 도심 속 정원박람회를 열면서 시민들에게 많이 들었던 질문이란다. 시민들과 부대끼며 정원을 만들었던 작가들은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던 시민들도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나중엔 너무 좋아했다며 “조경의 위상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잘 관리가 안되어서 철거한 정원들도 있는데 ‘행사는 의미가 있었을까?’ 지긋한 가뭄이 한참을 이어지더니 ‘하늘의 장난’처럼 지난 달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전국 곳곳에 큰 피해를 남겼다. 산사태가 났고 집들이 잠겼고 도로가 유실됐다. 하천이 범람했고 농경지가 침수됐고 다리가 끊어졌다. 공원도 정원도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마음이 무너져 내린 것이 가장 슬픈 일이었다. 이번 재해를 보는 국민들은 빨리 다시 집도 짓고 도로도 내고 다리도 놓길 바라는 ‘이심전심’이었다. 그 와중에도 누군가는 “다시 꽃을 심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시민들을 위로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나무를 심고 꽃을 심는 것이 과연 위안이 될까’ 무너진 도로는 다시 세워야 한다면서도, 무너진 정원을 다시 세우겠다고 하는 것은 ‘사치’로 여기는 정서가 안타깝지만, 그래도 지구 멸망 하루 전에 ‘나무를 심겠다’는 마음을 이해해 줄 누군가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 조경인들은 어떤 생각인가! 몇 해 동안 전국 지자체에서 천 만 그루 백 만 그루 나무를 심는 도시숲사업이 유행처럼 번졌다. 여기에 참여했던 나무업자로부터 “나무를 심다 심다 심을 곳이 없어서 버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술자리의 뒷이야기였지만, 사실이든 아니든 참 씁쓸한 말로 다가왔다. 나무업자의 상혼(商魂)이 조경인들을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재해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수해지역에 다시 꽃을 심었던 한 공무원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도로가 유실되고 무너졌는데 정원인들 온전했을 리 없다. 다들 이번 재해가 ‘하늘 탓’이라고 공감하는데, 유독 공원과 정원에만 엄격한 기준을 두는 것은 합당한가! 누군가에겐 조경이 항상 ‘사치’로 보일지라도 조경인들에겐 새로운 도전의 현장이라는 것을, 함께 공감하고 기대하는 마음이 ‘이심전심’이길 기대해 본다. 거대한 물길이 지난간 자리에 쓰러졌던 꽃들을 일으켜 세우니, 악몽을 이겨내듯 다시 아름다운 꽃을 피어내고 있다. 그 연약해 보이던 꽃의 생명력이 우리의 인내보다 더 강했다는 생각에 자연의 힘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음을 새삼 느낀다. “모름지기 값싼 상혼(商魂)에만 사는 사람들, 내일 세계가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어야겠다”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주변에 소외된 이들에게 꽃과 나무가 얼마나 많은 위로가 되는지 공감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길 바라며, “내일 지구가 망한다해도 꽃을 심겠다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 현재 1900년도 대비 지구온도가 평균 1.1도가 상승했고, 이로 인해 가뭄, 홍수, 폭염, 한파 등의 다양한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인류가 지금과 같이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2040년을 전후로 하여 1.5도가 상승한다고 예측되고 있는데, 1.5도는 여러 지역이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적응이 어려운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준점이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로 국제사회는 지구온도 1.5도 이상 상승 억제 논의를 시작하였으며 2020년부터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10월 탄소중립을 선언하였고, 2021년 6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제정 후 탄소중립위원회와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하위법체계를 완비해 탄소중립 이행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 탄소중립은 우리사회가 나아가야할 지향점이 되었고, 여러 분야에서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의 활용, 저탄소 마을 만들기, 자원순환, 무공해차의 전환 등 기후위기 대응책의 논의와 각 부처별로 실천을 위한 정책이 수립되고 있다. 1.5도를 위해서는 2021년부터 전 지구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460 GtCO2 이하로 배출해야 하고, 2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1,046 GtCO2이하로 배출해야 한다. 460 GtCO2은 2020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1배 수준이다. 높은 수준의 온실가스 저감 목표 달성과 기후위기 최소화를 위해서는 빠른 시일내에 인간의 화석연료 활용으로 인한 탄소배출을 0로 만들고(Net-Zero), 육상토양, 육상식생, 하천 및 해양에 저장되어 있는 탄소배출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자연생태계의 효율적 관리 및 복원을 통해서 탄소흡수 및 저장을 늘려야 한다. 2030~2050년까지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의 노력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도, 1.5도 이상의 기후 상승은 피할 수 없는 문제로 생각된다. 기후위기 대응은 국제 사회경제적 상황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후현상과 기후영향의 이해와 예측을 기반으로 한 기후변화 적응계획과 이행이 필요하다. 이에 조경분야 기후 적응 계획 및 사업 이행을 위한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변화 적응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적응대상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적응 대상별로 적응 목표를 정량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응 대상 및 적응 목표가 제대로 설정되지 못하면, 문제가 제대로 설정되지 못하고, 관련 해결방안을 선택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기후적응 대상은 사람, 동식물, 인프라, 적응 대상이 혼재된 공간이 될 수 있다. 기후영향은 폭염, 한파, 홍수, 가뭄, 산불, 산사태 등으로 인한 인명손실 최소화, 생물다양성 손실 최소화, 인프라 복구·생태계 복원 비용 최소화 등이 기후적응 목표가 되어야 한다. 기후적응은 자연재해 대응과 유사하게 인프라 설치를 통해서 예방하거나, 자연기반해법을 통해서 달성해 갈 수 있다. 기후적응을 위한 시설물 설치를 포함한 도시지역의 공원녹지의 조성, 산지 및 연안 등 자연지역의 환경복원, 태풍 등의 자연재해 복원 등이 기후적응 방법이 될 수 있다. 공간계획 및 조성과 연계되어 있는 기후 적응은 조경분야에서 잘 할 수 있는 분야라 생각한다. 국제사회에서는 탄소중립과 기후적응 등의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수반되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방식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국제사회와 기업은 자연관련재무정보공시, 기후관련재무정보공시 등의 표준화를 통해서 ESG공시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 정부는 탄소저감과 기후적응에 선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법·제도 등을 정비하였고, 투자 대비 사업효과가 검증된 사업에 대해서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다 부처차원의 탄소중립 및 기후적응 관련 많은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고, 민간의 투자도 유도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조경분야도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투자에 있어서는 사업의 실체와 효과가 중요하게 논의되기 때문에 관련 기술의 개발 및 효과 분석 체계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최근 기후위기 대응의 해결방안으로 부상중인 자연기반해법의 논의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명확화’, ‘공간규모에 따른 적정 디자인’, ‘생물다양성 증진’, ‘경제성 확인’, ‘포용적 거버넌스 구축’ ‘시너지·트레이드오프 고려한 균형 있는 목표설정’, ‘적응적 관리 및 주류화’ 등이 표준화된 틀로 제안되었는데, 산·관·학이 이러한 틀을 활용하여 우리 분야의 탄소중립과 기후적응과 관련된 기술개발하고, 사업효과 등을 파악하기 위한 이론 개발 및 데이터 수집,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기술개발 및 적용은 많은 산업 분야와의 연계가 필요하다. 이미 탄소중립과 기후적응 관련 적용을 시급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인접 분야에서 개발되어 있는 기술 등을 활용 또는 연계하여 우리 분야에 맞는 기술개발 및 실증 이루어져야 한다. 미세먼지, 스마트, AI, 탄소중립 등 새로운 사회이슈가 제시될 때 마다 우리는 공간의 편의성을 증진시키거나, 환경적 지속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기술개발 및 적용 등의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을 적용할 공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문제 상황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 이를 기반으로 한 균형 있는 목표 선정, 종합적인 해법에 대한 정량화가 필수적이다. 공간차원에서 주목해야할 사항은 지속가능한개발목표(SDGs), 기후변화대응, 생물다양성 증진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탄소중립과 기후적응 차원에서는 IPCC에서 기후탄력적개발 경로(climate resilient development pathways)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고, 도시계획차원에서는 SDG(탄소중립, 기후적응, 생물다양성 등 항목)를 달성할 수 있는 계획과 지역의 고유지식 및 생태계의 책임관리를 통해서 기후탄력적개발 행위가 촉진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를 2030년까지 적정 수준으로 추진하지 못할 경우, 기후탄력적 개발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 분야도 이러한 개념 및 접근방식을 잘 이해하고, 관련 기술개발 및 적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공간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 할 필요는 없고, 공간 활용 측면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공간의 개발 및 관리 측면에서 대상과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을 위한 것인지, 지구를 위한 것인지, 국가번영을 위한 것인지를 명료하게 제안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 방향성인 탄소흡수 증진, 생물다양성 증진은 지구를 위한 행위이기 때문에 공간 기저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공간계획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할 것이다. 또한, 탄소중립과 기후적응의 문제는 생물다양성, 물 계획 등과 공간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관련 사업 시행으로 인한 공동효과 및 상쇄효과를 분석해서 우리 사회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여가, 복지 등 활동 증진을 위한 제안이 이루어지면 어떨까 한다. 기후영향으로 위협받을 수 있는 자연생태계와 인간복지 측면의 조화로운 지점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통해 탐색해 나가고, 실천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조성된 새로운 공간의 효과를 사회에 다양한 방식으로 전파하는 조경분야의 노력을 기대해본다. 기후탄력적 개발(climate resilient development, CRD)이란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온실가스 완화 및 적응 조치를 함께 시행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 그림은 AR5 WGII 그림 SPM.9를 기초로(기후 회복력 경로 설명), 기후탄력적 개발 경로가 다양한 영역의 사회적 선택 및 행동의 누적을 통해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준다. 패널 (a): 기후탄력적 개발 증진(녹색 톱니바퀴) 또는 저해(적색 톱니바퀴)로 이어지는 사회적 선택은 기후 리스크, 적응한계, 발전격차 등을 배경으로 다양한 정부, 민간 부문 및 시민사회 주체의 행위 및 결정의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각 행위자는 지방에서 국제사회에 이르는 여러 차원에 걸친 정치, 경제, 금융, 생태, 사회문화, 지식 및 기술, 공동체 등 여러 영역에서 적응, 완화, 발전 행위를 수행한다. 기후탄력적 개발을 위한 기회는 세계에 걸쳐 고르게 분포하지 않는다. 패널 (b): 지속적으로 행해지는 사회적 선택은, 누적적으로, 전세계적 발전 경로를 기후탄력적 개발 증진(녹색) 또는 저해(적색)의 방향으로 이끈다. (과거 배출, 기후변화 및 발전 등) 과거 상태로 인해 기후탄력적 개발 촉진을 향한 발전 경로(녹색선) 중 일부 기회는 이미 사라진 상황이다. 패널 (c): 기후탄력적 개발 증진은 만인을 위해 지속가능 발전을 촉진하는 결과를 특징으로 한다. 박찬 /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 유엔은 고령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5년 고령화사회를 거쳐,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6년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노인가구가 증가하며, 치매발병률도 증가하고 있다.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라고 할 만큼 치매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치매는 노년층에서 암보다 무섭고, 환자, 가족, 사회까지도 고통과 부담을 주는 질병으로, 여러 분야와 지자체에서 치매예방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과연 경관, 도시, 조경, 건축 등의 분야에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우리가 노인이나 치매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데에는 노인이나 치매의 경험이 없거나 적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 노인, 치매 등을 데이터나 사회현상의 하나로만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의 인지기능은 신체기능과 밀접하여, 외부활동이 위축되기 시작하면 인지능력도 감퇴되고, 치매의 진행이 빨라지게 된다. 얼마 전 서울에 있는 한 영구임대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노인들의 외출과 외부활동이 줄어들면서 치매 어르신이 급격히 증가했고, 치매 진행도 빨라졌다는 것. 그것도 불과 1년 만에 경로당이 폐쇄되면서 발생되었다고 한다. 이런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 뭔가 특별한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노인의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자극을 유도하여 일상생활수행능력(ADL, Activities of daily living)을 향상하고, 어르신들이 거주하던 곳에서 잔존능력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AIC(Aging in Community)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공공환경은 어르신들의 외부활동과 행동반경이 점점 줄어들게 만들어 외부와 단절시키고 있다. 치매 어르신과의 인터뷰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을 몰라서 외출을 할 수 없어요. 그래서 내가 사는 107동 주변만 다녀요”, “토마토와 꽃 피는 화분을 키워요”, “거동이 불편해서 운동을 못해요”, “시간을 잘 몰라요”라는 응답을 쉽게 들을 수 있다. 노인을 위한 환경 조성의 기본은 노인의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특성을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노인이 되면 신체적으로 운동능력, 인지능력, 감각 능력 등이 둔화된다. 보행이 힘들고 자주 쉬어주어야 한다. 정서적으로 우울감이 증가하고 타인과 만나는 것을 기피하며 내향적이 되어간다. 사회적으로 상실감과 무력감을 느끼며 사회적 관계망이 약해지면서 고독감을 느낀다. 하버드 메디컬스쿨 연구자료에 따르면 산책을 통해 걷기운동을 하면 건강수명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아파트 단지를 도는 산책로(약 1,000m)를 만들고 안전을 위해 건널목에 안전구역(횡단보도 등)을 설치하고 집에 나와서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산책로 주변에 노인의 신체특성에 맞는 저활동성 운동기구를 운동강도와 운동부위를 고려하여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야외운동기구는 활동성이 떨어지는 노인들에게는 무리가 될 수 있다. 벤치가 없어서 외출을 두려워하는 어르신들도 있기에 산책로나 보도를 따라 벤치를 설치하고 노인의 이동가능거리를 고려하여 최대 100m 이내에 배치해야 한다. 어르신들의 신체 특성상 등받이와 팔걸이도 필요하다. 벤치는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거나 대화를 유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방향을 보는 형태보다는 마주 보면서 대화할 수 있는 형태로 배치하고, ㅁ자 보다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ㄷ자 형태로 해야 한다. 오감을 자극하는데 꽃이나 나무만 한 것이 없다. 추억을 회상하는 수종(감나무, 능소화 등), 새를 부르는 수종(남천, 주목 등), 향기가 나는 수종(명자나무, 칠자화, 수수꽃다리 등), 식용열매가 있는 수종(꽃사과, 앵두나무 등), 수피의 촉감이 다른 수종(배롱나무, 화살나무 등)은 노인 뇌의 비활성화된 영역을 자극하여 치매예방에 효과 있다고 한다. 서울시가 어르신의 신체, 정서, 사회적 특성을 반영한 인지건강 디자인을 아파트 단지에 적용해 효과성을 분석한 결과, 주민의 인지장애가 30.8% 감소하고, 안전사고도 24.4% 줄어들고, 외출빈도가 39.9%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우리 주변의 환경이 과연 노인에게 적합한 환경인가, 노인을 고려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가를 돌아볼 때이다.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함에 즈음하여, 노인건강복지 증진과 의료비용 저감을 위한 노인맞춤 환경디자인을 본격적으로 도입하여야 한다.
  • 국토교통부의 스마트화 공원사업과 스마트 주거공간을 표방하는 민간 건설사의 요구로 조경시설물 업계에서도 스마트 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다. 벤치에 스마트폰 충전기를 다는 1세대 모델에서부터 온열기능을 추가하는 2세대 모델, 여름철 뜨거워진 벤치에 송풍까지 추가하라는 3세대 모델까지 벤치 하나에도 다양한 기능 요구가 들어오고 있다. “굳이 저런 것까지 에너지를 쓰도록 만들어야 하나”싶을 때가 많으나, 좀 속되게 표현하자면 시골 마을에 어느 집에서 안마의자를 사면 온 동네가 너나 할 것 없이 안마의자 하나씩 들여놓아야 평화가 유지되듯 스마트시티 시설도 이제 그런 경쟁을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경시설물 업체 사장님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 회사는 스마트 기기 개발 인력도 없고 기술도 없는데 엔지니어를 어디서 모셔와야 하나 외주개발을 맡겨야 하나…. 이런 스마트 제품은 고장도 잘 날 텐데 AS하러 다니느라 뒤로 밑지는 건 아닌가. 그냥 그런 제품은 취급하지 말아야 하나’ 등등 왜 아니겠는가. 내가 경험해 보지도 못한 생소한 분야가 나와 연결된 미래의 먹거리라 하니 회사의 역량과 자금 여력을 견주어보며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말쯤 A 조경회사 대표님과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발주처에서 스마트 스마트 요청이 많아 IT 인력 한 명을 뽑으셨다고 했다. 내가 “대표님 IT 어떤 분야의 인력을 뽑으셨어요?”라고 물으니, “IT가 IT 아녜요?”라고 되물으셨던 기억이 있다. 스마트시설물을 온전히 자체 개발을 하려면 적어도 5가지 분야의 기술인력이 필요하다. 기계설비 엔지니어, 하드웨어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전기 엔지니어, 네트워크 엔지니어 등 단순화시켜 1명씩만 둔다고 해도 최소 5명이 필요하고 또 이 기술 분야를 아우르는 관리자가 1인이 필요하다. 인력 확충이야 회사의 재무적 여력이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이뤄질 수 있지만 그보다 IT 분야 기술인력 운용에 있어서는 기존 조직과 새로 들어온 엔지니어들 간의 일의 방식,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 요소가 더 어려운 과제가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조경시설물 회사 10년과 스마트시설 회사 7년을 운영해 보니 이 두 업종의 차이를 더 극명하게 실감한다. 1m를 다루는 일과 1㎜를 다루는 일의 차이라 할까. 되돌아보면 나 역시도 영업을 위해 뛰어다닌 시간보다 이 분야 엔지니어들의 사고방식을 알아가고 이에 맞는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고 조직문화를 통합해나가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직접 제품을 개발해 보겠다는 회사 대표님들을 극구 말린다. “대표님. 이런 수준의 기술은 밖에 널려있어요. 우리 원천기술 개발하는 것 아니잖아요. 지금 밖에는 소규모 기술 회사들이 시장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그런데 조경시장에도 새로운 먹거리가 있다고 하면 그들에게는 얼마나 기회가 되겠어요. 협업(co-work)하세요. 그래야 서로 살 수 있어요.” 나는 한국조경협회 등의 상위단체에서 한국지능형사물인터넷협회 등과의 업무협약(MOU) 등을 통해 기술 수요기업과 공급 기업을 연계하는 사업 등을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 각 기관에서 쏟아지는 스마트시티, 스마트도시재생, 스마트공원 사업 등에 조경시설업체들이 마음이 급해 준비 없이 기술인력을 뽑았다가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돈과 시간만 낭비할 것이 자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조경시설물 업체는 기술자가 아닌 기획 역량을 키워야 한다. 대부분 기술개발 의뢰를 받아보면 이런저런 사회적 수요가 있을 것 같아 제품 개발을 해보려 한다고만 말하지 자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제품에 대한 기능 정의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시민들이 어떻게 이 제품을 이용할 것인지 시뮬레이션하며 제품에 대한 세세한 시나리오를 만들지 않으면 제품개발은 할 수 없다. 만약 그런 과정 없이도 제품이 나왔다면 조만간 하나씩 뜯어고쳐야 하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스마트 그늘막으로 하나 예를 들어보자. “지역별 월별 시간별 일사량과 일사각이 다를 텐데 이에 맞추어 가동조건을 디테일하게 설계할 것인가” “가동 중에 비가 오면 어떻게 동작할 것인가. 이 비는 레인센서로 할 것인가, 기상청 에어코리아 데이터로 할 것인가” “어느 정도 비가 내려야 비가 오는 것으로 모드로 전환되는 것인가” “흐린 날씨라 가동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 흐린 날씨는 습도로 판단할 것인가, 관리자 재량에 의해 수동 제어할 것인가” 이제 상품을 개발한다는 것은 제품의 기능을 정의해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업계 많은 분들이 이런 일은 기술업체가 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기술업체는 의뢰자가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개발을 해주는 곳이지 본인이 운영의 정책적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그것까지 한다면 시장을 모르는 개발자가 자가 임의대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조경시설물이 스마트로 들어서는 순간 그 제품은 정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과 외부환경 요인에 따라 수시로 동작 모드가 바뀌어야 하는 움직이는 제품이다. 여기에 그 변화의 조건과 동작 시나리오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이것이 사용자 UI 영역이다. 생태탐방로에도 이제 스마트시설이 도입되고 있다. 우리 조경업계가 두고 보고 있는 사이에 스마트시설 분야 SI업체들이 뛰어들면서 생태탐방로에 현란한 LED 연출 조명시설이 제안되고 어처구니 없게도 이런 제안서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사업으로 선정되고 있다. 가만히 있다고 조경의 업역은 지켜지지 않는다. 기업은 현상유지를 위해서라도 먹거리를 찾아 끊임없이 움직이지 않으면 도태된다. 스마트시티·탄소중립도시의 여러 어젠다 중 기존 조경의 영역을 넘어서서 스마트 조경시설의 영역까지 과감히 도전해, 조경의 스마트화는 적어도 우리가 주도하겠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허수경 / 엔쓰컴퍼니 대표
  • ‘치유의 정원’, 누구나 정원이 필요하다 6월의 햇살을 받으며 짙어가는 녹음 속으로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다. 맨발로 숲길을 걸어보자. 발바닥으로 느낄 수 있는 숲은 어떤 느낌일까? 소나무, 잣나무, 참나무류 잎들이 곱게 쌓인 곳은 푹신한가 하면, 그렇지 못한 땅은 딱딱하고 차가운 기운이 알알이 발바닥을 누른다. 따스한 햇살이 등을 어루만져주어 어머니의 품안으로 들어간 듯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수국이 가득 피어있는 제주 해안, 올레길과 곶자왈, 사려니숲길을 6월에 걸어보고 싶다. 힐링하고 싶은 이들에게 닥터 김이 식물과 함께 내적인 힘을 스스로 길러내는 치유의 과정, 녹색 처방전을 제시한다. 잃어버린 정원을 찾아드립니다 시립 정신병원에 첫 출근을 하던 날, 환자복을 입은 환자가 휘리릭 담을 넘어 택시를 타고 가던 사건이 있었다. 정신병원은 크고 작은 사건이 연속되는 곳이다. 어느 퇴근길에는 차를 타고 가는 퇴원 환자가 돈을 뿌리고 가기도, 옥상에서는 젊은 청년이 떨어져 자살하기도 했다. 정신병원의 가장 큰 사건은 환자의 도주와 강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벌어지는 다툼이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고 너무도 나약하고 여린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이들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2개월의 입원 기간에 사람들과 분리되어 길고 긴 그 시간을 병실에서 보내는 모습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들에게 정원은 잃어버린 장소였다. 장애가 있어도 암에 걸렸어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그것이 내가 하고 싶은 재활치료다. 잃어버린 정원을 찾아주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원예학과 작업치료, 자연치유학 등의 융합적 연구를 하게 되었다. 서울시 옥상공원화 사업이 한창일 때 만들어진 ‘희망정원’이 있다. 이곳은 정신장애인들과 치매 등 노인성 질환으로 거동이 어려워진 이들을 위해 치료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원이다. 이곳을 디자인하는 데 함께 참여해 치료공간으로 15년간 사용했다. 노후화된 희망정원은 데크가 낡아지면서 안전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정원이 정신장애인들에게 미치는 환경적 가치에 동감하며 이유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와 함께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하게 되었다. 모든 병원의 환자들이 참여해 정신병원 종사자와 방문객, 보호자가 하나되는 정원 오픈식을 진행하였다. 정신병원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빨간 장미가 아름답게 피어나는 이맘때, 그날은 환희의 순간으로 떠오른다. 문학치료를 담당해 주셨던 김정묘 시인의 멋드러진 낭송에 이어 정신장애 환우 대표와 그들을 돌보는 간호사가 시를 읽었다. 음악치료팀은 연주를 해 주었고 임상심리치료실에서는 직원들과 방문객들에게 정원을 소개하며 박수를 보내주었다. 5㎝로 열린 페쇄 병실에서는 환호와 박수를 보내주며 모두가 하나되는 축제행사가 되었다. 정원은 치유의 장소가 되었고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었다. 정신장애인의 미소를 보며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장애인과 같이 약한 모습은 우리 누구나 될 수 있다. 장애가 있지만 장애가 없는 정원을 모두에게 찾아 주고 싶다. 정원은 발달장애 아동에게도 감각을 일깨워 주는 치료공간으로, 자연을 만나는 장소로 활용되었다. 헬렌켈러와 설리반 선생의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손바닥에 모든 것을 느끼고 말하게 했고 자연을 통해 모든 것을 가르쳐 주었다. 희망을 정원과 자연에서 찾아 왔듯이 앞으로는 실내 정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최근에 서울시 종로구 소재 공립 특수학교에 수직정원이 설치되었다. 국립서울맹학교에도 교실 복도와 학교 입구에 수직정원이 설치되었다. 보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공기정화 식물이 가득한 정원이 필요했을까?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맹학교 졸업 사진을 보니 시각·청각 장애 학생들과 특수학급의 학생들이 밝은 미소를 보이며 수직정원 앞에서 졸업 사진을 찍고 있었다. 보이지 않아도 푸르고 싱그러운 공기정화 식물이 가득한 벽면의 수직정원은 손가락의 감각을 살리고 싱그러운 향기를 주고 친구들과 함께 추억을 남기는 장소가 되었다. 공기정화 식물이 가득한 수직정원은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그들의 정원이 되었다. 이렇듯 원예를 작업치료에 접목했고 자연치유에 접목했을 때 모두에게 잃어버린 정원을 찾아 줄 수 있는 실천적인 방법들을 정리 할 수 있었다. 마을정원, 누구나의 정원을 향유하는 시대 풍부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활 속 정원문화의 안내자 역할을 하는 푸르네정원문화센터가 있다. 나만의 정원을 만들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정원컨설팅을 하여 정원을 만들 수 있게 해주고, 환경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에게 기부정원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오랫동안 나의 분신과 같은 김현정 박사가 이끌고 있는 그곳의 정원사들은 자신만의 마을정원을 만들고 장미로 담장을 만들어 5~6월에는 장미축제를 열며 새로운 마을정원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전라남도 해남군 솔라시도의 산이정원은 산이 곧 정원이 되는 곳이란 뜻이 담겨 있다. 전남 해남군 산이면 일대에 조성되고 있는 정원도시가 스마트그린시티로 이병철 ‘행복한 정원사’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희망찬 정원사’, 내가 불리는 또 다른 이름이다. 식물 하나 화분 하나의 손바닥만한 공간도 정원이 될 수 있다. 어디서나 정원을 만들어 희망을 심어주고 펼칠 수 있도록 치유하며 마음과 삶을 가꾸는 나는 희망찬 정원사다. 자연은 희망을 주고 나는 그것을 치료방법으로 활용한다. 단편소설 ‘고향’의 작가 루쉰 소설가는 이렇게 말한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아프지 않고 오래 살려면 자신의 정원에서 걸어야 한다 맨발로 청계산을 오르내리던 암 환자를 만난 적이 있다. 재발하는 고통도 이겨내며 매일 오르내리던 청계산은 정원이 되었다. 설악산을 오르내리며 짐꾼으로 살아오신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분에게 설악산은 그가 가꾸는 정원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는 백사실계곡의 소나무길 3m가 맨발로 걷기에 좋은 곳이 되었다. 걸을 때는 하체 근육을 집중적으로 사용한다. 걷기로 하체 근육이 강해질수록 무릎과 척추에 가해지는 하중이 줄어들고 면역력도 증가하게 된다. 체온이 올라가며 신체 대사활동이 증진되고, 하체 근력 활동이 늘어나면서 혈관을 짜주는 기능도 증가되어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특히 오르막을 걸으면 허리를 곧게 세우게 되어 척추기립근이 강화되고 골반을 중심으로 주변 근육이 풀어지고 전신 기혈순환이 증가된다. 쉬운 듯 하면서 걷기 명상이 쉽지 않기 때문에 프로그램으로 참여하기를 권한다. 느리게 사색하며 자연을 바라보는 일이 빠르고 신속하게 하는 일보다 어려운 일이 되었기 때문에 ‘걷기 명상, 맨발걷기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식물과 나무가 있는 곳, 자신만의 성찰과 사색을 할 수 있는, 자연을 즐 길 수 있는 정원은 필요하다. 인간은 걸을 수 있을 만큼 존재한다는 장 폴 사르트르의 말처럼, 걸을 수 있는 자신을 정원에서 만들어가자. 김미영 / 렛그린 미래식물산업연구소 부소장
  • 세계산림총회(WFC)가 폐막했다. 5월 2일부터 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산림총회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14차 총회 때 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총회에서는 ‘숲과 함께 만드는 푸르고 건강한 미래’라는 주제 아래 산림복원,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한 발전, 숲과 인류의 건강 간 연계성, 산림보전을 위한 네트워크 등 인간의 생존과 직접 관련된 다양한 내용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폐막 직전에는 참가국들의 만장일치로 ‘서울 산림선언’을 채택했으며, 참가자들은 개발도상국의 열대우림 파괴 중단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산림보호 재원을 2030년까지 3배로 늘리고, 산림을 통해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토지의 축소와 황폐화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을 약속하였다. 그렇다면 성공적으로 마친 세계산림총회는 우리나라에, 국민들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우리와 같은 산림과 환경 관련 종사자들에게는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산림 관련 정책과 관련 사업들을 듣고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자리였다. 또한 정부기관을 비롯해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도 참여 국가와 현장에서 협력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돼,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자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속에서도 아쉬운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산림 분야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총회가 끝나면 많은 사람들이 산림과 환경 분야에 관심을 갖고, 산림의 중요성을 인식해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길 희망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게 한 건 총회 이후 나왔던 가로수에 대한 뉴스 때문이다. 가로수는 도시의 대표적인 공공공간인 도로를 대상으로 녹지를 확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도심 내에서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하고 미세먼지 등 각종 환경오염 저감과 녹음제공 등 생활·교통환경 개선, 도시열섬 저감 등 미기후 조절 기능, 도심의 거점녹지를 연결하는 코리도(Corridor)로서 자연생태계의 연결성 유지 등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중장비를 동원하거나 가지를 거의 남기지 않는 가지치기를 하는 등 마구잡이로 관리를 하고 있다. 앞서 열거한 것처럼 정말 다양한 기능을 하는 가로수를 나무의 형태가 아닌 뼈대만 남기고 가지를 치는 것이 바람직할까? 물론 도시의 건물을 가리는 등의 민원과 높은 관리비용을 고려하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뿐이다. 궁극적으로는 열섬현상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켜 탄소를 배출하게 한다. 가로수 가지치기를 사소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로수 하나가 전 세계의 공통 추진정책이자 과제인 탄소중립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은 왜 인식하지 못할까.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자라는 가로수를 그대로 두라고 할 수는 없다. 가로수를 심기 전에 도시와 도로를 계획할 때 가로수도 같이 고민하면 좋지 않을까. 나무의 생태와 형태를 고려하여 계획하면 사람도 나무도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지난달 우리는 역대 최대 규모와 최장시간의 산불을 겪었다. 산불로 인한 수목의 피해는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이를 회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하고 있다. 그런 현실 속에서 탄소흡수원으로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무를, 특히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도심에서 자라는 나무를 잘 관리하기는커녕 훼손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아이러니 한 상황이다. 문득 산림총회의 마지막에 문제로 대두되었던 개발도상국의 산림 훼손만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한다. 지난 2020년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2050’을 선언하였으며, 지난해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이라는 국가목표 달성을 위한 법정 절차와 정책수단을 담은 탄소중립기본법을 지난해 9월 24일 제정·공포하였으며 지난 3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법률만 제정한다고 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탄소중립이라는 개념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국민은 얼마나 되고 어떻게 실천하면 되는지 아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가로수 문제 하나만 보아도 탄소중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산림청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2020년부터 생활밀착형 정원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사업은 지난해 탄소중립을 위한 기후대응기금으로 편성되었다. 정원 또한 탄소흡수원으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인정한 것이다. 산림에 비하면 아주 작은 수치일지 모르지만 녹지공간이 아닌 곳에 녹지를 조성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생활정원조성사업은 설계에 지역주민과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시공에 시민들이 참여하여 조성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정원은 지속가능의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한다.또한 시민들이 탄소중립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도 쉽게 이해시키고 지속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어 지속적인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시민이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5월 10일 출범한 신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86번째에는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는 준수하되 부문별로 현실적 감축수단을 마련하여 법정 국가계획에 반영해야 한다는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객관적인 검증과 이를 위한 보다 체계적인 이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여기에는 사소하게 생각하는, 관련 없다고 생각하는 가로수 한 그루의 소중함도 담겨 있다고 믿고 싶다. 세계산림총회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 총회의 여운이 끝나기 전에 국민들에게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탄소중립 그리고 산림과 녹지의 중요성을 더 깊게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공감, 참여와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이 세계산림총회의 진정한 성공이 아닐까. 남수환 /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
    •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email protected]
    • 2022-05-19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최근 기후위기라고 하는 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는데,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다양한 피해가 우리 생활 가까이 왔다는 의미이다. 기후변화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산업혁명 이후 과다하게 사용한 화석연료로 인해 발생하였으며, 전 세계는 이와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다양한 저감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우선 2040년까지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억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이를 위해 탄소중립법을 제정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저탄소를 지향하는 산업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 현재까지 약 1℃ 이상의 평균기온 상승이 발생했다. 이 변화는 중위도 지역에서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 현재 서울 평균기온은 1970년대 전주나 대구의 평균기온과 유사하며, 1970년대 대전의 평균기온보다 더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대략 평균기온 1℃ 상승과 더불어 기후대의 약 200㎞ 북상을 가져왔다. 평균기온의 상승은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봄꽃은 일찍 피지만 상대적으로 봄철 곤충의 부화는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어서, 개화 시기와 곤충 부화시기의 불일치는 곤충 개체군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생태학적 불일치라고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학적 불일치는 이미 30여 년 전부터 예상했던 일인데, 이런 상황이 지금은 현실이 되었다. 그 결과 농촌에서는 과일의 꽃가루 수정을 위해 사람을 동원하거나 인공적으로 벌을 키워 곤충이 하던 일을 대신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은 당장에는 농산물 가격 상승이 문제가 되지만 종국에는 지구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주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이상기후와 가뭄이 심해지고 있다. 폭우와 폭염, 이상 한파가 발생하고 있고 장마 기간 이 변동되었다. 우리나라는 온대 몬순 기후대로서 늦은 봄에 모내기를 마치면 초여름에 장마가 시작되어 벼농사 짓기에 적합한 기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장마가 한달 정도 늦어지거나 마른 장마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농작물에게 비가 필요한 시기에는 비가 부족하고 벼가 익어가는 시기에는 폭우가 내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 벼 수확이 끝난 추석에 홍수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여름철에는 폭염으로 열대야가 증가하여 취약계층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어르신 더위 쉼터 등 다양한 폭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겨울철에는 이상 난동과 한파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우리나라 겨울 기온의 대표적 특징이었던 3한4온이 사라져버렸다. 가뭄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가을부터 겨울을 거쳐 봄까지 이어지는 가뭄은 산림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아고산 지역에 사는 구상나무, 분비나무 같은 식생들의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 또한 동절기 가뭄은 대형 산불로 이어진다. 눈이 내리지 않으면서 산림이 건조해지고 그 결과 봄철 산불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동해와 울진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대표적 현상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기술적인 방법을 통해 기후변화 요인인 탄소배출을 억제하고 탄소를 흡수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고 때로는 탄소저장 기술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두 번째는 자연에 의지하여 산림과 습지, 토양과 같은 탄소 흡수원을 잘 관리하고 보전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첫 번째 기술은 기후변화의 속도에 비례하여 매우 천천히 발달하고 있고, 그 효과도 낙관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자연을 바탕으로 하는 탄소 흡수원 증가방안이 가장 효율적인 대책이 되고 있다. 최근 국제 생물다양성 전략에서는 육상 보호지역의 면적을 국토의 30%, 해양보호지역 면적을 해양의 30%로 확보하도록 하는 정책을 권장하고 있다. 이미 유럽국가들은 이를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이전 생물다양성 목표인 육상면적의 17%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이 목표를 달성했지만, 이제는 새롭게 추가적으로 13%를 더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보호지역이 아니라 추가적으로 보호지역 범주로 포함시킬 수 있는 다양한 기타 지역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표적 지역이 도시공원과 같은 도시숲, 하천과 습지, 연안 갯벌과 같은 지역이다. 조경은 1970년대 이래 우리 국토 경관을 개선하고 쾌적성을 증진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온 결과, 다양한 녹지공간 조성을 통해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조경은 이제 경관개선과 쾌적성 증진을 넘어 기후변화시대를 맞이하여 탄소흡수원 조성 및 관리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이라고 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녹지공간의 조성관리는 물론 훼손지 복구, 보호지역 보전관리와 같은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이 필요하다. 오충현 /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 겨울을 이기고 봄으로 혁명하고 있는 5월, 그 푸르른 싹으로 온통 연초록의 바다를 이룬다. 자연의 생명 혁명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맞는 오늘 하루는 인간에게도 ‘최고의 날’이다. 단 그 생명의 혁명과 역동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면 말이다. 이것이 식물과의 공감이요 상호작용하는 삶이다. 식물의 역동을 공감하지 못하며 오늘을 보내고 있다면 식물과는 불통하는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통즉불통(通卽不痛)이요, 불통즉통(不通卽痛)이라 동의보감에 기가 통하면 아프지 않고 기가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라는 말이다. 식물과도 공감하며 기가 통해야 건강하게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다. 식물과 어떻게 공감할 수 있을까? 라일락 꽃향기, 아카시아 꽃향기, 숲에서는 다양한 식물의 향기가 우리의 후각을 유혹하고 있다. 5월의 아카시아 꽃향기와 밤꽃 향기가 퇴근길에 느껴질 때 마치 ‘수고했어 오늘도’의 노래를 들려주며 위안을 주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한발 더 나아가서 식물의 혁명과 역동에 대해 알아보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서와 같이 자세히 들여다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세히 본다는 건 사랑의 시작이다. 4월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의 제한이 풀리면서 사람들은 꽃을 보러 갈 수 있다는 해방감에 너도나도 할 거 없이 서둘러 나들이길을 나서고 있다. 우리는 알게 되었다. 일상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소소한 행복의 기쁨을 주었던 시간, 꽃을 보고 계절에 따라 팔도강산을 둘러보는 자연과 더불어 공감하며 사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실감하고 있다. 5월을 맞이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닥터 김이 식물과 함께 내적인 힘을 스스로 길러내는 치유의 과정, 녹색 처방전을 제시한다. 식물혁명과 역동 스테파노 만쿠소(Stefano Mancuso)는 이탈리아 피렌체 대학의 교수이며 대학부설 ‘국제식물신경생물학연구소(LINV)’를 이끌고 있다. 그가 쓴 ‘식물의 뇌, 식물의 지능과 감각의 비밀을 풀다’에서 식물도 움직이고 감각을 느낀다고 과학적 근거로 설명하고 있다. 식물도 인간의 오감과 비슷한 다양한 감각기능이 있다. 빛과 냄새, 맛, 감촉, 소리 등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으며 이러한 기능은 다른 식물이나 곤충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식물은 광합성을 위해 빛을 감지하여 성장한다. 해바라기의 얼굴이 해를 따라 돌아가는 모습에서 쉽게 알 수 있다. 파리, 개미 등 곤충을 잡아먹으며 사는 식충식물인 파리지옥은 쌍떡잎식물로 끈끈이귀개과의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야생종은 주로 북아메리카에 분포한다. 만약 벌레가 잎 안의 감각모(感覺毛)에 닿으면 잎을 닫아 가둔 뒤 소화액을 분비해 벌레를 분해하거나 소화시킨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인간에게 암을 유발하는데 이러한 물질을 식물은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반응하는 수용체를 가지고 분해한다. 식물은 뿌리를 뻗을 때도 토양 속 무기염류와 화학적 기울기의 위치를 알아내 뿌리를 뻗는다. 식물의 역동이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루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는 식물들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유럽으로 가져온 감자부터 초콜릿, 옥수수, 담배, 고무, 고추까지 여섯 가지 식물들의 씨앗이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킨 혁명적 요소라고 시카이 노부오의 ‘씨앗 혁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식물의 역동은 혁명적 단계를 보이고 있다. 식물의 씨앗이 적당한 수분, 공기(산소), 온도가 되면 씨앗의 껍질을 뚫고 새싹이 올라온다. 씨앗의 입장에서 보면 어두움을 뚫고 자신이 가진 양분을 이용해서 껍질을 뚫고 나오는 변화를 이끌어 내는 혁명이다. 굳이 ‘헤르만 헤세’의 명문장에 비유하자면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 드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혁명적인 문장이 떠오른다. 즉, 씨앗이 살아있다면 또 다른 생을 이어가기 위한 생명을 창조하는 혁명이다. 잎은 가지, 가지는 열매로 혁명한다. 잎은 꽃으로 혁명하고 씨앗으로 혁명한다. 사계절이 순환하듯이 식물 또한 순환한다. 식물들은 생존을 위해 향기를 날리고 꽃가루를 날리는 역동을 만들고 있다. 식물의 이러한 역동이 인간에게는 꽃가루 알레르기로 전달되고 인간의 면역기능에 영향을 주고 있다. 다양하게 많이 사용되는 농양과 항생제의 남용은 봄기운을 가득 담은 꽃들 사이로 꽃가루를 나르던 그 많던 꿀벌들이 사라지게 하는 원인중 하나이다. 인간과 식물과 동물은 서로 주고 받으며 역동을 만들어 순환하며 혁명적 오늘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벌의 일생에서 경고했던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는 경고를 상기하게 된다. 5월의 혁명과 역동 그리고 초록 민주주의 치유 보랏빛 라일락 향기를 맡다 보면 기억의 저편에 맵고 시린 눈물 자국이 느껴진다. 5월의 항쟁, 5.18 민주화 운동과 자유를 찿기 위해 자신을 헌신한 혁명가들이 떠오른다. 붉고 아름다운 동백이 ‘툭툭’ 떨어지는 모습을 혁명을 이루기 위해 고통을 참아낸 혁명가들과 동일시하여 만든 노래를 흥얼거려보기도 하는 5월 산책길이다. 5월의 식물들은 우리에게 혁명의 아픔을 위로하며 응원하고 있다. 아픔을 겪고 이겨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도우려는 측은지심으로부터 다시 누군가를 도울 방법을 알게 되고 실천한다. 이들을 ‘운디드 힐러’라고 부른다. 3년간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견뎌온 우리는 분명 ‘운디드 힐러’가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꽃다운 고등학생들의 영령과 가족들을 위로하고 같이 마음 아파하며 함께 눈물을 흘린 우리는 운디드 힐러다. 우리도 아프지만 위로의 노래를 부르는 우리는 ‘승화’라는 방어기제로 이겨낸 승리자들이다. 너도 아프고 나도 아픈 마음을 갖는 이것을 공감이라 하며 남의 아픔도 함께하고 위로할 수 있는 것을 능력을 ‘공감능력’이라 한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반사회적 성격장애 중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 자기애적 성격장애가 있다. 사이코패스는 남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의 고통을 무시한다. 자기애적 성격장애는 자신은 완벽한 사람인데 남들이 몰라준다는 식으로 방어기제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어, 자기가 완벽해지기 위해 자신의 잘못을 상대방에게 투사하거나 자기합리화 시키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심한 경우 지속적인 기만으로 상대방을 현혹(가스라이팅: gaslighting)시킨다.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란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이나 불안과 같은 위기를 만나면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속이거나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여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심리 기제다. 병적이거나 미성숙한 방어기제로 나타나는 부정, 망상적 투사, 공격성, 해리, 왜곡, 억압 등으로 자신을 방어하고 공감하지 못하게 된다. 3년 여간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우리가 싸운 것은 ‘불안’이었고 이 같은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공감하지 못하는 방어기제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는 식물과 사람과 공감하고 있나?” 5월의 아름다운 향기를 맡으며, 식물과의 공감을 시작해 보자. 식물과의 공감은 우리에게 승화라는 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도록 돕는다. 승화(Sublimation)란 무익한 감정이나 본능을 건강한 행동, 사고, 감정으로 변화시키는 성숙한 정서의 표현이다. 승화의 심리기제를 보이는 사람들은 혁명적 삶을 살아가고 있다. 혁명적 삶을 살아가는 사회는 역동적 활동을 만들어낸다. 식물은 가지들과 잎, 뿌리가 제각각 개별적으로 생존을 위한 완벽한 생명체 활동을 이룬다. 초록 민주주의를 배워보자! 원예작업을 주기적으로 하게 되면 초록식물이 개별생명체로 독립적 활동을 이뤄가듯 초록 민주주의를 따라 하게 된다. 식물은 인간에게 목소리를 낼 수 없지만, 자신의 언어로 다리는 없지만 감각모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영광스러운 혁명 the glorious revolution’ 혁명(revolution)의 어원은 라틴어 레볼루티오(revolutio)다. ‘별이 주기적으로 궤도의 한 지점에 회귀하는 현상’을 뜻하는 레볼루티오는 우주의 질서를 가리키는 용어였다. ‘인간의 자기혁명’도 우주의 질서를 따르는 역동이라고 할 수 있다. 진화하는 세상에서 혁명을 일으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씨앗이 싹으로, 잎은 꽃으로 혁명하는 자연의 질서처럼 인간들도 성숙한 방어기제로 혁명을 한다면 불안한 마음은 유머, 승화, 억제, 이타심으로 변화한다. 초록 민주주의는 결국 자기혁명으로 만들어진다! 자기혁명은 몰입하는 습관으로 만들어진다. 황농문 서울대 교수는 몰입에는 3가지가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게임을 하거나 어른들이 사랑을 할때의 잠깐의 즐거움과 쾌락을 위한 몰입이 있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몰입이 있고 마지막으로 내가 원하는 일을 달성하기 위한 몰입상태에 빠지는 몰입이 있다. 뇌에서 몰입할 때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뇌를 각성시켜 쾌감, 의욕, 집중, 창조성 회로를 시냅스로 연결한다. 심리학적으로 자아실현 단계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게 하는 몰입을 경험한다.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의 역동을 이용한 자연과학 발전했듯 인간의 본질인 혁명과 역동을 이해할 때 자신이 치유되고 세상이 치유될 수 있다. 인간의 본질은 식물을 자세히 보고 식물의 언어를 이해하며 공감할 때 식물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식물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몰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식물과의 치유는 자아실현을 넘어 자기 초월의 혁명을 만들어 준다. 매슬로의 욕구단계설(Maslow’s hierarchy of needs)에 의하면 인간은 원초적인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면 안전의 욕구가 나타나고 다음으로 애정과 소속의 욕구,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로 전이된다. 이것이 인간의 본질이고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자아실현 욕구(self-actualization)는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욕구다. 다른 욕구와 달리 욕구가 충족될수록 더욱 증대되는 경향을 보이며 몰입과 감동을 경험한다. 알고 이해하려는 인지 욕구나 심미 욕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후에 매슬로는 자아실현의 단계를 넘어선 자기초월의 욕구를 주장하였다. 자기초월의 욕구란 자기 자신의 완성을 넘어서 타인, 세계에 기여하고자 하는 욕구를 뜻한다. 성장과 발전을 위한 역동이 가득한 초록 민주주의 혁명이 가득한 계절을 살아가자. 김미영 / 렛그린 미래식물산업연구소 부소장
  • 새 대통령 취임에 맞춰 조경인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 들어봤다. 8인 8색의 다양한 희망을 만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녹색정책을 통해 국민 행복을 염원”하는 조경인들의 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녹색자원 다루는 정부조직 통합·개편 이뤄지길” 심왕섭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윤석열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님 취임을 축하합니다.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대응, 팬데믹 극복, 탄소중립 실현, 지속가능 발전이 이슈가 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책 추진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조경은 산업으로서 그 역할에 가장 적합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잘 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2022년은 한국에 조경이 도입된 지 50주년이 됩니다.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합니다. 그러므로 더욱 뜻깊습니다.조경 도입 초기에는 박정희 대통령께서 청와대 조경비서관을 신설하여 조경 정책과 제도가 잘 추진되었습니다.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훼손된 자연환경 보전, 공원녹지 확충,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그동안 조경이 많은 기여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위상은 매우 낮습니다. 이는 취약한 제도 때문입니다. 그동안 정부부처에 조경전문직 공무원이 없었고(2006년 조경직 신설, 2019년 국토교통부 처음 채용), 조경과 관련된 녹색자원은 환경부, 산림청 등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어 체계적이지도 못하고 효율성도 낮습니다.조경은 아름답고 유용하고 건강한 환경을 형성하기 위해 인문적·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토지와 경관을 계획·설계·조성·관리하는 문화적 행위로 산업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선진국에 걸맞은 고품격 국토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조직을 개편하고(녹색자원 통합), 국민 누구나 쾌적한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헌법 제35조 환경권) ‘조경산업’으로 재편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가유산 가치 제고 위한 ‘전통조경’ 업역 보호를 요청드립니다” 최종희 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 배재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먼저 윤석열 대통령님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대한민국의 더욱 나은 내일을 위해 헌신하여 주실 것이리라 믿으며, 한국전통조경의 발전을 위한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60여 년 동안 사용되던 ‘문화재’라는 명칭이 ‘국가유산’이라는 명칭으로 대체되고, 분류 체계도 큰 개편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에 따라 문화재청도 ‘국가유산청’으로의 변경이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서 문화재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전통조경의 중요성도 점점 더해가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2021년 천연기념물과 내에 전통조경계를 신설하고, 천연기념물 및 명승 등 전통조경 유산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자연유산법’이 발의되는 등 전통조경이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조경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에 ‘문화재조경설계’가 ‘문화재실측설계업’에 포함돼 문화재조경수리기술자는 ‘조경’에 대한 실측설계와 공사를 독립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국에 문화재 실측설계업체 72개사 중 조경기술자 보유업체는 미미하고, 조경 분야 문화재 수리 대상 관련 규정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실정으로, 이는 부실 설계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보수·단청 부문과의 불필요한 영역 다툼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부디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을 조정하여 전통조경을 별도의 업역으로 인정하여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자연유산국 내에 ‘전통조경과’ 및 ‘국립자연유산원’, ‘자연유산발전진흥재단 등을 신설하여 전통조경이 국가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제고할 수 환경을 조성해 주시길 바랍니다. “국가도시공원, 엔데믹 시대의 新 팬데믹 대비” 안승홍 한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기후변화, 탄소중립, 코로나19, 미세먼지,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불공정…. 오늘의 대한국민이면 외면할 수 없는 불편한 현실이자 직면한 난제이다. 우리 사회는 2년여 코로나19의 기나긴 터널을 지나며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나?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이후의 시대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집콕으로 인한 확찐자와 코로나 블루는 국가적 위기이자 국민 건강에 막대한 위협을 가했다. 백신 공급은 감염의 위험을 저감하고 도시공원은 단절과 고립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사이 지자체는 부산 낙동강 하구와 인천 소래습지에 국가도시공원을 추진하여 해법을 찾고자 하였고 경기도 남북을 종단하는 황구지천의 국가도시공원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엔데믹으로 접어들며 새롭게 시작하는 윤석열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경험을 밑그림으로 새로운 충격에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연착륙 시키는 국가도시공원 확충에 힘을 쏟아야 한다. 더불어 국가도시공원이 지자체가 매입한 300만㎡ 이상 규모에 설치‧관리하는 도시공원 중 지정하도록 한 도시공원법을 절반 수준인 150~200㎡로 낮추는 현실적 정비도 필요하다. 새로운 윤석열 대통령은 미래 세대의 녹색 행복을 안겨준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미래세대를 위한 온전한 용산공원 발판 마련해주길” 최혜영 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부교수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함에 따라 용산공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지난 30여 년간 용산공원은 조성 과정을 둘러싸고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기도, 다양한 욕망이 투영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공원은 평범한 시민들을 위한 민주적 장이어야 합니다.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육체적, 정신적 여유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남녀노소,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공간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오랫동안 시민사회는 용산미군기지의 온전한 공원화를 요청해 왔습니다. 그 결과 구 방위사업청, 군인아파트 부지가 공원 조성 대상지로 추가되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전쟁기념관 또한 공원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남은 것은 드래곤힐 호텔 등 미군잔류시설 부지와 헬기장의 이전입니다. 이번 정부에서 이들을 공원으로 편입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방부 또한 이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용산공원은 우리 세대의 공원이 아니라 우리가 미래세대에 주는 선물입니다. 아름답고 기능적인 공간을 물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난 30여 년의 다층적인 논의를 바탕으로 공원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는 틀을 구축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오랜 시간 다양한 목소리가 녹아든 공원을 미래세대에 남겨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선물이 될 것입니다. 2021년 300여 명의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이 제안한 것처럼 “국민 참여 과정이 역사가 되는 공원”으로 남을 수 있게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전국 이어지는 가로녹지 확보해 ‘사람이 걷기에 좋은 길’을 만들어주세요” 박주현 환경시설물 디자인그룹 자인 대표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국가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 회원국이자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인 G20의 회원국으로, 경제력 10위권 안에 드는 강국입니다. IT 선진국으로도 이름이 나 있으며 BTS, 손홍민, 조수미 등 한류스타의 활약으로 세계적 위상도 높아졌습니다. 이에 걸맞게 국가와 도시를 대표하는 수변공원, 테마파크, 가로녹지 등 풍요로운 공공의 녹지공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선진국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적인 커다란 공원과 상징물이 꼭 존재합니다. 물론 서울도 남산이나, 경북궁 등 역사적 건물이나 상징물이 있긴 합니다만, 뉴욕의 센트럴파크 같은 수준으로 인식되는 국가공원이 아직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서울의 녹지축을 문화도시 파리처럼 개선문에서 이어지는 상젤리제 거리를 걸으면서 도시의 품격과 문화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윤 대통령께서 개방 약속을 지킨 청와대를 기점으로 우리의 문화유산인 경북궁에서 용산공원(구 미8군)으로 이어지고, 한강에 이르기까지 녹지가 풍요로워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전국 곳곳에 더욱 좋은 거리공원, 녹지축을 만들 수 있는 역량과 여건은 충분합니다. 차도나 건물보단 인간과 녹지가 먼저인 도시가 되어야 진정한 국민을 위한 미래의 IT 선도국가 대한민국이 아닐까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땐 자전거도로를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전국망으로 이어지게 만들어 국민의 레저와 건강한 삶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국민들은 그 혜택을 마음껏 누리고 있습니다. 많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만들어낸 훌륭한 역사적 성과라고 봅니다. 이에 윤석렬 대통령께서도 도심 내 녹지축을 확보해 ‘사람이 걷기에 좋은 길’을 전국적으로 만들어서 도보로 전국 여행을 갈 수 있는 건강하고 멋진 나라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걸어서 열린 청와대에서 청주, 세종, 대구, 포항, 부산 해운대까지, 또 다른 축은 열린 청와대에서 대전, 전주, 광주, 목포, 여수 땅끝마을까지”라는 슬로건으로 누구든 걸어서 나무와 꽃과 풀, 곤충을 만날 수 있는. 가로녹지축 개발은 미래를 위한 건강한 투자이며, 도시 발전에 이바지하는 4차산업혁명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시어 꼭 실천해 주시길 바랍니다. “300세대 이상 아파트 조경공사, 조경감리 의무배치 필요합니다” 유재호 한국조경협회 감리분과위원장 현재 1500세대 미만의 아파트 조경공사에는 조경감리가 배치되지 않습니다. 비전문가인 토목·건축감리자가 조경감리를 대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차례 주택건설공사 감리자 지정기준 개정을 요구했지만 국토부는 묵살했습니다. 탄소중립 시대로 가야만 하는 국가적 목표는 조경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조경감리 대가는 반영되고 있으나 다른 분야 감리들이 수행하고 있어 전문적인 감리가 불가능하고 업무 가중으로 인해 해당 공종 안전업무에 간섭받고 있습니다. 최근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에서 드러난 감리들의 문제를 보셨을 것입니다. 국토부는 민간 공동주택 감리의 수준을 공공공사 레벨로 격상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300세대 이상 아파트 조경공사에 조경감리를 반드시 배치하도록 관련 기준을 정비해야 합니다. “K-컬처를 선도할 세계적 규모의 코리아 가든 쇼 개최를 제안합니다” 정인호 랜드뷰환경계획연구소 소장 ‘정원’은 가장 오래된 문명의 표현 방식으로 자연의 소재가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나타난 결과물입니다.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 2015년 제1호 순천만국가정원, 2019년 제2호 태화강국가정원 지정에 따라 정원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전국의 많은 자치단체들이 정원 관련 정책들을 앞다투어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는 정원이 기존의 도시에서 느끼지 못한 새로운 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정원·지방정원·민간정원 등 정원인프라가 확충됨에 따라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별 정원 관련 박람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정원 관련 박람회는 획일적인 목적과 주제, 정체성 결여 등으로 국제 경쟁력은 매우 미약합니다. 따라서 K-컬처를 선도할 세계적 규모의 코리아 가든 쇼 개최를 제안합니다. 영국의 첼시 플라워 쇼는 단순한 가든 쇼가 아닌 문화와 관광, 산업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세계적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국내외 유명 가든 디자이너들이 시대적, 사회적 이슈와 흐름을 반영하고 정원문화 및 산업을 선도할 세계적 규모의 가든 쇼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문화관광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국외 유명 가든 쇼에 출품을 희망하는 가든 디자이너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역량 있는 가든 디자이너들이 해외 유명 가든 쇼에 진출하여 본인들의 기량을 발휘하고 대한민국의 K-컬쳐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해봅니다. “한국조경, 국가기술능력 핵심으로 인정하고 조경회관 건립에 힘써주십시오” 이창갑 배재대학교 조경학과 제20대 대통령 당선을 축하드리며, 조경학과 학생으로서 윤석열 대통령님께 요청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 글을 씁니다. 한국조경은 고 박정희 대통령이 1972년 산업화 이후 국토 보존을 위한 취지로 서울대와 영남대에 조경학과를 신설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의 산업화와 함께 성장을 거듭해 현재는 전국에 50여 개에 이르는 조경 관련 학과가 설립돼 운영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한국조경은 국가와 함께 성장하였지만 토목과 건축 분야에 비해 그 보답을 제대로 못 받고 여기저기 치이다 설 자리를 잃어가는 실정입니다. 1972년 국가 개발 아래 한국조경공사가 출범했으나, 현재는 그 형태도 없습니다. 1992년 서울과 경주에서 세계조경가협회 총회가 열린 이후 2022년 광주에서 30여 년 만에 세계조경가협회가 열립니다. 한국조경은 차근차근 올라가 세계의 인정을 받고 있는데, 국내에서 받는 대접은 몇 년간 퇴행의 기로를 걷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토를 보존하자는 마음으로 1세대들의 유지를 이어받은 2세대, 3세대들이 분야를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문제,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조경 종사자들의 평균연령은 점차 높아져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실정입니다. 이제는 정부에서 한국조경을 국가기술능력 핵심으로 인정해 지켜주시고, 한국조경의 발전을 위해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한국조경이 다시 재도약하고 50년간 흩어진 역량을 재집결하기 위한 기반으로서 조경회관 건립 추진을 부탁드립니다.
  • “현재 우리나라는 조경의 건설·시공이 토목이나 건축공사의 일부로 이루어져 전문화되지 못함으로써 자연파괴를 초래하는 사례가 많았으며, 자연과 조화된 조경의 장기적 연구개발과 외국의 전문적인 연구의 활용이 시급했기 때문에 개원하게 되었다.” _ 무역통신 1974년 6월 7일자 기사 이 기사는 1974년 당시 이낙선 건설부(현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종합조경공사’ 창립을 공포하며 했던 말이다. 오늘날 이 기사를 접할 수 있다면 우리 조경인들은 얼마나 기뻐할까? 2022년 올해로 한국조경 50년을 맞는 우리는 1974년의 이 오래된 기사를 대하면 참으로 가슴에 울림이 크다. 오늘날 우리는 중앙·지방정부의 장이나 관련 공무원, 국회의원, 건축, 도시, 임학 등 타 분야 사람들에게 조경 분야와 좀 협력하자고 읍소 아닌 읍소를 하고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하며, 또 볼멘 목소리를 내는 현실이다. 하지만 한국조경 50년의 출발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음을 생각하면 잠시라도 신이 난다. 한국조경이 출범하던 1972년을 되돌아보면 그 당시에 우리 조경 분야(당시엔 조원 기반의 관상수업 분야가 존재)를 육성해 달라고 애타게 조르거나 하소연하지도 않았다. 자연애호 DNA를 가진 대통령(박정희)이 나서서 최초의 조경세미나를 개최하고(환경과조경 2022년 4월 18일자 특별기고 ‘한국조경의 B-Day’ 참조) 약 보름 뒤인 5월 10일에는 대통령 비서실에 재미 시카고 녹지보호청의 조경담당이었던 조경가 오휘영(현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명예교수)을 조경건설비서관으로 임명하였다. 요약하면 중앙정부가 주체적으로 조경 학·산·관 등 전 분야에 걸쳐 관련 제도와 조직을 만드는 등 조경 분야를 정책적으로 도입하고 육성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본 칼럼의 주제인 ‘더 세컨드 데이’(The second day)는 1972년 4월 18일 대통령이 주최한 우리나라 최초의 ‘조경에 대한 세미나 개최’에 이어 한국조경을 주도적으로 육성해 나갈 수 있도록 대통령 경제제1수석비서실에 ‘조경건설비서관’이 임명된 두 번째 사건의 날을 의미한다. 재미 조경가로서 ‘조경건설비서관’에 임명된 그는 국토개발과 관련한 각종 업무에 대통령의 ‘수석비서관급’으로 ‘조경’이라는 이름으로 보고서를 올리고, 조경 관련 지시를 받으며 대통령 비서실 및 중앙정부 내 ‘조경’의 영향력을 확산시켜 나가기 시작한다.(‘한국 현대조경 태동의 역사’, 2018, 기문당) 오늘날 조경 분야에 스탠스를 잡고 밥 먹고 사는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현상을 설명하려면 ‘감나무에서 떨어진 감’이라는 표현? 어쩌면 그 이상의 더 극적인 표현이 필요할 것 같다. 아마도 ‘하느님이 보호하사 뜻하지 않은 우연이 발생하여 조경분야가 창설되어…’ 정도가 적합하지 않을까. 물론 이때쯤엔 조경(Landscape Architecture)이라는 용어가 농업학교 ‘조원’이라는 책에, 조원의 유사 개념으로서 현대적 용어로 소개되는 등 전혀 생소한 용어는 아니었지다. 하지만 여전히 일제강점기의 조원에 머문 시절이었고, 현대적 개념의 조경이 자리 잡은 시절은 아니었다. 올해로 한국조경 50년이 되는 1972년 5월 10일의 그날(The Day)이다. 어느 한 재미 조경가가 한국의 대통령 비서실에 조경건설비서관으로 임명되어 한국조경의 교육, 산업, 관계 등 모든 관련 제도를 행정 실무적으로 기획·실천·감독하며 조경 분야를 육성하기 시작한 바로 그날이다. 조경 분야 창설과 관련하여 그가 기획하고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수행한 많은 흥미 있는 일 중에 우리 조경 분야 창설과 육성에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또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굵직굵직한 몇 가지를 들자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1972년 12월 I6일 최초의 ‘대학 조경학과’(서울대, 영남대) 및 ‘서울대 환경대학원’ 설립 인가, 같은 해 12월 29일 ‘한국조경학회 창립’, 1974년의 ‘한국 종합조경공사’ 설립, 동년에 건설업법 개정을 통한 조경공사업 면허제도 구축, 국가기술자격법과 기술용역육성법 개정을 통한 조경기술자 육성 및 전문용역업 분야 신설 등이다. 모두 교육과 산업 등 조경 인력 육성 및 조경 먹거리 만들기 관련 제도들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총무처를 통해 ‘조경’이라는 책자를 만들어 전국 시·도·군에 배포하여 조경을 알리고 시행토록 하였다. 또 국무총리 훈령을 통해 토목·건축과 분리된 설계·시공이 가능토록 하였고, 조경사업비를 별도 예산 책정토록 계상하였으며, 정부 및 산하기관의 조경사업을 한국조경공사가 전담 발주토록 하였다. 공장조경, 학교조경 등 관련 경진대회를 여는 등 행정적 조치와 함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조경의 신학문, 신산업, 신행정의 시대를 열어갔다. 참고로 한국조경공사는 1981년 민영화를 통해 조경업이 민간분야에 전방위적으로 확산되어 나가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의 역할은 하드웨어적인 데 머물지 않았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및 조경학과 교수들은 물론 관상수업계의 사람들에게 조경을 이해시키기 위해 국비로 각각 단체별로 한 달간에 걸친 미주 및 유럽지역 조경 답사를 시키는 등 소프트웨어적인 국내 네트워크 시스템 구축 정책도 추진했다. 이처럼 1972년 4월 18일 개최된 대통령 주최 조경세미나에 이어서 5월, 10일에 대통령 비서실에 한 사람의 조경가가 조경건설비서관으로 임용되는 사건은 한국조경이 거대하고도 먼 미래를 향한 현대 조경 창설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게 되는 날이 된다. 지금까지 서술한 팩트에 근거해 추론해 보면 한국조경은 1970년 8월 어느 날 자연애호가 대통령 박정희와 재미 조경가 오휘영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되어 1972년 4월 18일 대통령 주최의 조경 세미나 개최, 대통령 비서실에 조경건설비서관 임명 등을 통한 필연적 만남에 의해 창설되고 전개돼 나갔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두 날들은 우리가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한국조경 역사의 기념비적 날이라 하여도 무방할 것이다. 올해는 미국 조경의 아버지 옴스테드 출생 200주년이 되는 해다. ASLA가 주축이 되어 옴스테드 탄생 200주년 기념행사를 추진하는 등 다양한 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미국조경의 창설과 옴스테드의 관계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 경우 원예가였던 옴스테드와 같은 전문가 한 사람이 기여한 것이 아니라 전술한 두 사람이 한국조경 창설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국조경 창설과 발전의 인과관계를 한 줄로 표현하면 ‘한 줄기 빛과 프리즘 그리고 레인보우’(A Light, Prism and rainbows)의 논리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자연애호 DNA를 가진 한국의 한 대통령이 한 줄기 조경의 빛(A Light)으로서 오휘영이라는 조경가를 조경건설비서관으로 임명해 조경의 프리즘(Prism)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고, 한 줄기 빛이 조경의 프리즘을 통과하여 마침내 무수한 색상의 조경 무지개(Rainbows)-오늘날 우리 한국의 수많은 조경인들-를 피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 비서실 조경건설담당비서관 오휘영이 귀국할 때 그와 함께 근무했던 미국 시카고 녹지보호청의 동료들이 그에게 의미심장한 글을 담은 책 ‘Landscape Artist in America: The Life of Jens Jensen’을 선물하였다. 그 책에는 “어느 날 대한민국 발전을 위하여 귀하의 위업에 대한 기록이 옌스 옌센(Jens Jensen)의 책과 같은 저서로 남겨지길 기원합니다”라는 축원의 글과 서명이 남겨져 있다. 옌스 옌센은 옴스테드와는 달리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 조경가이지만, 시카고를 포함한 미 일리노이 주 등 동북부지역에서 옴스테드급의 미국 조경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조경가로 그 명성이 자자한 사람이다. 결국 조경가 오휘영이 옌스 옌센처럼 대통령 조경비서관으로서 한국조경 창설과 육성에 큰 역할을 하라는 기원과 격려의 의미를 갖는 글이었다. 조경건설비서관으로서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초창기에 구축한 그의 조경 정책들과 그 이후의 행보들이 과연 한국조경 창설과 육성에 옌스 옌센과 같은 수준의 역할을 수행하였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후일 우리 조경 후속 세대가 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한국조경 50년을 맞이하는 동시대 우리 조경인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적어도 한국조경이 창설과 관련된 이 첫 번째와 두 번째 날, 그리고 이와 관련된 두 인물과 사건에 대해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필요와 의무가 있다.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이 인물과 사건에 관련된 날들이 한국조경을 낳은 뿌리이기 때문이고, 기념해야 한다는 이유는 조경을 통해 국토·도시·자연·환경·보전을 기한다는 이들의 초창기에 설정한 광대한 비전(Vision) 때문이다. 이 기억과 기념을 통해 지난 50년간을 되돌아보고 점검하여 기후위기·탄소중립·스마트·디지털사회 등 현재진행형 미래 사회 환경에 대한 미래 조경의 비전을 짚어 볼 수 있는 큰 자부심과 명분과 기회의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생물의 진화는 극단적 임계 환경(A Critical Environment)에 부딪혀 우연히 발생한다. 진화의 결과로 빚어진 새로운 유전형(Genotype)의 생물종으로 출현 후엔 그 종은 변화된 새로운 환경에서 충분하게 적응하며 다양하고 복잡한 표현형(Phenotype)으로 적응해 나간다.(Daniel S. Millo의 ‘Good Enough’ 이론) 한국조경은 대통령 박정희에 의해 전개되는 산업화·국토개발이라는 임계 환경적 사회변화와 재미 조경가 오휘영의 우연한 조우에 의해 일제강점기의 조원(造園)에서 오늘날 현대적 조경(造景)으로 진화했고, 오늘날 생태·경관·정원·도시숲·놀이·휴양시설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조경으로 적응해 왔다. 조경의 가지와 줄기를 좀 더 건실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뿌리부터 돌보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것이 또 자연과 인간의 공통되고 보편적 법칙이고 기본이 아닐까. 조세환 /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명예교수, 한국조경학회 고문, 한국조경협회 고문, 환경조경발전재단 고문
    • 조세환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명예교수
    • 2022-05-09
  • 지난 3월 말 대기 순번표를 뽑고 기다렸다는 듯 나도 코로나19를 맞이하였다. 사무실과 집과의 경계가 모호하고 일하는 것과 노는 것이 뒤섞여 있는 나 같은 이에겐 코로나19가 마치 덤으로 온 휴가라도 된 듯 기꺼운 마음으로 나는 이 유배생활을 즐기기로 하였다. “Hi, 빅스비! 너 지금 어딨니?”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이 친구부터 찾는다, - 허수경님이 필요로 하는 어느 곳에서든 제가 있죠. (그렇지. 넌 언제든 내 곁에 있어야 해. 네가 없으면 난 불안하거든) 나는 이 친구의 음성이 나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휙 돌리고는 스마트폰이 침대 바닥 한구석에 끼어있는 것을 확인한다. “Hi, 빅스비! 지금 몇 시니?” - 지금은 오전 7시예요. 화상 줌(zoom) 회의를 하려면 1시간은 남았다. “Hi, 빅스비! 오전 7시 50분에 알람 해줘.” - 네, 오전 7시 50분에 알람을 해드릴게요. 지금부터 50분 남았네요. 알람에 맞춰 반쯤 일어나 앉은 채로 머리맡 노트북을 무릎 위에 올려 두고 줌 회의를 시작한다. 세수도 안 한 상태라 화상회의는 ‘음성’으로만 참여한다. 멋진 캐릭터나 배경화면 설정은 아직 내겐 무리다. 회의를 마치고 나면 이제 다른 친구를 부른다. “지니야! TV 켜. 지니야! 넷플릭스 찾아줘.” 넷플릭스에서 영화 한 편을 보고 나면 ‘배민’앱을 실행시켜 나주곰탕 한 그릇을 주문한다. 이때까지 나의 스마트폰 헬스 만보계는 ‘0’이다. 배민라이더가 불행히도(?) 현관문 앞까지밖에 배달하지 않는 관계로 나는 겨우 침대 밖으로 기어나가 놓고 간 배달음식을 수취한다. 유배 기간 1주일 내내 1000~2000보로 모든 생활을 아무런 제약 없이 마무리한 덕에 나는 마블링이 잘 된 두세 근의 살을 붙이고 사무실에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Smart)’란 단어를 검색해 보면 미국식 영어에서는 ‘똑똑한, 영리한’의 의미로 영국식 영어에서는 ‘맵시 좋은’, ‘말쑥한’의 뜻으로 쓰인다는데 나의 코로나19 생활은 ‘똑똑한’ 스마트 기기를 가지고 맵시가 실종된 스튜피트(stupid)한 격리 생활이라 하겠다. 조경시설물 회사에서 10여 년 몸을 담다 IoT 옥외시설물 회사를 창업한 지 7년 차에 들어섰다. 스마트폰 충전시설물 제품 개발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국토부 스마트시티 솔루션 사업에 참여하면서 10여 개의 지자체에 스마트 버스승강장 시설을 제작, 설치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국가 주도 스마트시티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내 머릿속을 항상 떠나지 않는 질문 하나가 있다. 과연 ‘스마트 시설은 스마트한가? 스마트 기술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것인가?’다. 한마디로 ‘공부 잘하면 영리하고 현명한가? 공부 잘하면 인생을 더 잘 살게 되는 것인가?’ 참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는 이 질문은 서로 다른 범주의 기술과 가치를 다수의 사람들이 앞의 명제가 뒤 명제의 필요충분조건인 것처럼 쉽게 확증하는 데에 따른 의문이다. 몇 달 전 일이었다. 스마트 버스승강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냉난방 공조 기능이다. 겨울철에는 승강장에 난방을 돌리고 여름철에는 에어컨을 켜 승강장 안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인데, 요즘 같은 기후변화 시기에 교통약자에게 특히 필요한 편의시설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핵심적인 이 기능이 실상은 겨울 난방, 여름 냉방 이런 모드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올해 1월, 밖은 영하 2~3도. 오전 6시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되면서 추운 실내공간에 난방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여기까진 정해진 시나리오대로다. 그러나 정오가 되면서 버스 유리창으로 들어온 태양광 복사열이 철제 구조물에 축열되어 2평밖에 안 되는 버스 승강장의 밀폐된 실내 공간의 온도가 40도까지 올라갔다. 그러면 자칭 이 똑똑한 기계들은 ‘아! 나와 연결된 온도센서가 40도라 덥다고 하니 에어컨을 가동해야지’하며 신나게 에어컨을 틀어대기 시작한다. 우리가 만들어준 시나리오대로 스마트 기기가 센서 값에 의해 추워서 난방 돌리고 더워서 냉방 돌리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혹자는 말할 수 있겠다. 우리 동료들 간에도 이 사안은 논쟁거리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그날 정오에 찌는 듯한 버스승강장에 들어오신 할아버지 한 분께서 이렇게 호통을 치셨다. “이것들아, 한겨울에 무슨 에어컨을 틀어 대냐. 전기가 남아도냐? 더우면 문을 열어놓으면 되지!” 죽비를 맞은 듯했다. 버스승강장 외부에 차고도 넘치는 영하의 낮은 공기가 있는데 이 기기는 아니, 이 기기의 시스템을 설계한 우리는 외부 온도센서와 냉난방기의 연결을 위한 수많은 테스트를 거치면서도 더우면 냉방, 추우면 난방 모드밖에 생각할 줄 몰랐던 것이다. 영국 기상청이 지금보다 지구 온도가 0.9도 올라가면 세계인구 10억여 명이 극심한 온열질환으로 고통을 받을 것이라 예상했다. 우리나라에도 10년 전에 비해 온열환자가 6.6% 증가하였고 매년 0.7%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시티 사업에서 스마트 버스정류장이 주요 시설로 설치되는 이유도 폭염과 한파, 미세먼지로부터 시민들, 특히 교통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도심의 도로 한가운데 온실 같은 구조물을 만들어 놓고 냉난방기를 가동하면서 더 많은 온실가스를 양산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더 강한 냉난방을 필요로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게 되었다. 우리 달려가는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앉아 찬찬히 생각이라는 걸 해보자. ‘내리쬐는 태양에 벌겋게 달구어지는 철판 지붕과 투시성이 좋고 세련되어 보인다며 4면으로 유리벽을 둘러쳐 복사열을 모으는 버스승강장… 자동모드라는 이름 하에 센서 값에 의해 기계들이 알아서 하는 공조 알고리즘….’ 분명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영역임에도 지금 우리는 피리 부는 아저씨를 쫓아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체 홀린 듯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가 가고 있는 곳은 어련히 유토피아인 듯이 말이다. 스마트 시설에 국산 목재를 과감히 도입해 보자. 옹이 많고 못생긴 국산목재가 탄소중립 시대에 탄소 흡수량으로 인증받는 그야말로 스마트한 원자재가 아니냐. 국산 목재의 가공 기술 개발로 강도와 심미성이 많이 개선되었다 들었다. 지붕재나 바닥 데크재 벽체 일부에라도 조금씩 적용해 보자. 냉난방 알고리즘에 자연의 기후를 섞어보자. 미세먼지가 없는 날엔 자동문을 활짝 열어 놓아보자. 네트워크 서버에 갔다 돌아오는 스마트 기기의 정보보다 우리의 육감과 직관이 더 빠를 때 이렇게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을 만들어보자. “현재 실외 온도는 영상 8도, 미세먼지는 좋음입니다.” “현재 실내 온도는 영상 30도입니다. 실내가 더우시면 잠시 자동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온도를 낮추어보세요.” “당신의 작은 행동이 500w의 전기와, 200g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입니다.” 쓰다 보니 반성문이 되었다. 금연을 시도할 때 주위에 널리 알려 다짐하는 것처럼 반성도 널리 알리면 다짐이 되려나. 허수경 / 엔쓰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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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 전시②-전시관] 국립현대미술관 가득 메운 조경가적 삶과 작품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국립현대미술관서울에서는오는9월22일까지약6개월에걸쳐“정영선:이땅에숨쉬는모든것을위하여”를주제로한국1세대조경가정영선의조경활동을총망라하는전시를개최한다. 이전시는그가태어난1941년부터의삶의여정을되짚어보고1970년대대학원생시절부터지금까지반세기동안진행된60여개의크고작은프로젝트에대한조경작품아카이브로마련됐다.대부분최초로공개되는파스텔,연필,수채화그림,청사진,설계도면,모형,사진,영상등각종기록자료500여점을통해조경가로서의삶의궤적을깊이있게들여다볼수있다. 또한주제별로대표작을엄선해선보임으로써도시공간속자연적환경이설계된맥락과고민,예술적노력을드러내고,이러한사유와철학을조경건축의직능을넘어자연과더불 어사는삶을추구하는우리모두의이야기로환원하고자한다. 전시제목‘이땅에숨쉬는모든것을위하여’는정영선이좋아하는신경림의시에서착안했다.정영선에게조경은미생물부터우주까지생동하는모든것을재료로삼는종합과학예술이다.삼천리금수강산의아름다운경관을있는그대로그리고자했던겸재정선의진경산수화처럼,정영선은50여년의조경인생동안우리땅의이야기에귀를기울이고고유자생종의생물다양성을보전하기위한노력을해왔다.전시는정영선의작품세계를국가주도의공공프로젝트와민간기업이의뢰한정원과리조트,역사쓰기의방법론으로서기념비적조경과식물을연구하고보존하는수목원과식물원등작업의주제와성격에따라재구성했다.연대기적서사를지양한이러한접근방식은경제부흥과민주화과정이동시적으로발현된한국현대사의특징과도맥을같이한다.동시에수많은유형의작업들이공통적으로정영선이강조하는“지사(地史)적맥락”에기반을두고있음을나타내기도한다. 7개묶음전시,조경직능넘어서는삶의울림 전시는크게7개의‘묶음’으로나뉜다.정영선의조경이그러하듯경계가느슨한최소한의구획을통해관람객이서있는자리에서각프로젝트의맥락을스스로찾아갈수있도록했다.마치자연주의정원속을거닐듯서로배타적이지않은주제들의우연한마주함과포개어짐을의도했다. 첫번째묶음‘패러다임의전환,지속가능한역사쓰기’에서는‘장소만들기’의현장이된조경의사례를살펴본다.한국최초의근대공원인<탑골공원>개선사업(2002)과‘비움의미’를강조한<광화문광장>재정비(2009),일제강점기철길중유일하게조선인의자체자본으로건설된경춘선을공원화한<경춘선숲길>(2015~2017)등수직에서수평으로,채움에서비움으로인식을전환하고공간의정체성을형성하는주요한방법론으로서조경의역할이드러난프로젝트를확인할수있다. 두번째묶음‘세계화시대,한국의도시경관’은주요국제행사개최와더불어한국을찾는세계인에게선진화된도시경관의인상을주기위해동원된사업을다룬다.<아시아선수촌아파트및아시아공원>(1986),<올림픽선수촌아파트>(1988),<대전엑스포>(1993)등한국의경제,문화,기술적도약의기회였던대형국가주도프로젝트들을통해조경가가어떻게발전된도시모습의비전을제시함과동시에인공적인개발사업에땅의논리를연결했는지살펴볼수있다. 세번째묶음‘자연과예술,그리고여가생활’은경제성장이동반한생활양식의변화로수요가생긴가족단위여가활동의장소들을소개한다.정영선은예술,교육,체육,관광등각문화기관과레저시설의기능과목적에충실하면서도우리고유의지형과땅의맥락을살리는데많은노력을기울였다.종합문화예술단지<예술의전당>(1988)의조경구상도와모형사진,스포츠중심의휴양리조트<휘닉스파크>(1995)의식재계획도와피칭자료등이공개되며이는1980~90년대당시디자이너의소통방식을엿보게한다.또한현재진행중인프로젝트로인문학레지던시<두내원>(2025예정)도소개되는데,마르틴하이데거의『숲길』에서영감을받은산책로의개념스케치가공개된다. 네번째묶음‘정원의재발견’은선조로부터향유되어온우리고유의식재와경관,공간구성방식을적극적으로도입한정원을들여다본다.전통정원요소를자유롭게구사할수있는무대가된호암미술관의<희원>(1997)으로시작해경기도와중국광저우사이의교류정원으로조성된광동성월수공원의<해동경기원>(2005),바다가보이는언덕의개인정원<포항별서정원>(2008)등땅의생김새와성격에부합하면서‘깊은주름’의지형을만들어점진적으로경관을볼수있게만드는“전통정원의내적원리를재현”한사례를만날수있다. 다섯번째묶음‘조경과건축의대화’는건축과의유기적인협업을통해탄생한조경작업을살펴본다.제주오설록(2011,2023)의<티뮤지엄>,<티테라스>,<티스톤>,<이니스프리>건축물사이조성한제주특유의지형을살린개인주택인<모헌>(2011)의중정정원에담긴깊은숲의풍경,남해<사우스케이프>(2013)의건물사이바다를향한시야를가로막던돌언덕을마치원래그러했던것같은형태로깎아연출한방식등땅의조건을읽고이를중심으로경관이조성되는과정속에서조경가와건축가의내밀한상생작용을확인할수있다. 여섯번째묶음‘하천풍경과생태의회복’은강이흐르는곳에자연적으로발생한습지를보호하고도심속물의중요성을환기시키는작업을다룬다.정영선은<여의도샛강생태공원>(1997,2007),<선유도공원>(2001),<파주출판단지>(2012,2014)등콘크리트로뒤덮인도시기반시설에수공간을삽입했다.습지를복원하고하천환경을개선해인간을포함한다양한생명체들의보금자리를제공하기위한그의노력이소개된다. 일곱번째묶음‘식물,삶의토양’은다양한식생을수집하고연구하며교육하는수목원과식물원,자연의치유적속성이강조된명상과사색의장소들을조명한다.식물을가까이하는삶을통해자연과조화롭게사는방식을배울수있는곳들이다.광릉수목원으로불리던한국최초의<국립수목원>(1987)의설계청사진과남해의독특한기후대의식생을담은<완도식물원>(1991)의조감도,미국뉴욕주북부의허드슨강상류에자리한원불교명상원인<원다르마센터>(2011)를구상한수채그림,대지와식생현황도등이공개된다. ‘신작정원공개’기대…연계학술행사‘정영선읽기’ 서울관의야외종친부마당과전시마당에는이번전시를위한새로운정원이조성된다.석산인인왕산의아름다움을미술관내·외부에재현하고계절감을더하는한국고유의자생식물을식재하여관람객에게휴식처를제공함과동시에조경가의작품을오감으로체험할수있는기회가될것이다.또한실내전시에소개되는500여점의조경디자인기록자료의다차원적인연출을위해조경의‘시간성’에주목한정다운감독의영상과사진작가정지현,양해남,김용관,신경섭등의경관사진도함께소개된다. 또한전시기간에는다양한행사들이함께열린다.▲정영선의대표작<선유도공원>(2002)의봄,여름,가을,겨울을기록한영상‘선유도의사계’가이달10일부터28일까지상영되며▲5월17일에는14시영화감독정다운의조경가정영선에대한다큐멘터리‘땅에쓰는시’상영및감독과의대화시간이마련된다.▲7월3일에는‘정영선이만든땅을읽다’를주제로학술행사도개최된다.이날행사는‘조경가정영선을읽다’,‘정영선의작업을읽다’,‘정영선과의대화’로구성되며,조경진서울대학교환경대학원교수,배정한서울대학교교수,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교수,배형민서울시립대학교건축학과교수와박승진디자인스튜디오loci소장,전은정조경포레소장,이호영HLD소장,조용준CA소장,백규리현대엔지니어링조경건축매니저등이참여할예정이다. 한편,이번전시에는배우한예리가오디오가이드에목소리를재능기부했다.차분하면서도울림있는목소리의한예리는작품에담긴의미를부드럽게전달했다.녹음을마친후“반세기에걸친작가의대표작이우리모두의일상속에서아름답게숨쉬고있어놀랐다”며전시에대한기대감을나타냈다. 김성희국립현대미술관장은“이번전시는한국을대표하는조경가정영선이평생일군작품세계중엄선한60여개의작업과서울관에특화된2개의신작정원을선보이는특별한전시”라며,“그의조경작품에서나타나는‘꾸미지않은듯한꾸밈’이있기까지의각고의분투와설득,구현과정의이야기를통해정영선의조경철학을깊이있게만나는계기가될것”이라고밝혔다.
[정영선 전시①-개막식] “땅을 돌보는 방법을 잊어버리는 것은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것”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1세대조경가정영선의삶과작품이종로구소격동에위치한‘국립현대미술관서울’을가득메웠다. 국립현대미술관서울은4일“정영선:이땅에숨쉬는모든것을위하여”전시의개막식을개최했다. 이날행사에서김성희국립현대미술관장은“이번전시가살아있는재료를삼아서평생생물을디자인해온존경받는조경가의예술을감상할수있는기회가될것으로기대한다”며,엄청난국토개발시기속에서도“정영선선생님의조경작업은일찍이자연그대로의모습을놔두자는아주독특한철학이녹아있다”고말했다.“한국현대사의중요한지점에서작가의손길이어떻게담겨져있고또어떤방식으로표현돼있는지방대한양의그림과설계도,사진,영상,모형등다양한매체를통해작품을이해하는데큰도움이될것으로믿는다”며,아울러“전시장을한번방문해서는선생님의작업세계를충분히보시지못할것같다”며“여러차례방문해달라”고부탁했다. 현대사중요한건축조경들,선생님작업이었다니“놀랍다” 전병극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은축사에서“전시회개막행사에외부인들이이렇게많이온경우는제기억으로는없는것같다”며전시를둘러보니“현대사를지나며중요한랜드마크적인건축물들이많았는데,그건축물의관심받는조경들이선생님의작품이었구나라는생각에놀라웠다”며본받아야할분이라고칭송했다.“인문학적인성찰을기반으로담백하면서도아름다운우리의삶과우리들의정체성을살리고역사적공간을현대적으로재구성해낸상상력이집약된전시”라며“우리삶을쾌적하게해주는공간이면에조경설계자의세심한노력이있었다는것을오늘새삼스럽게깨닫게됐다”고말했다. 이날개막식에는오휘영한양대학교도시대학원명예교수의축사도전달됐다.축사는최자호라펜트이사가대독했다. 오휘영교수는축사를통해,불과반세기전에정영선조경가가언론사기자에서조경분야로뛰어들었던당시에는우리나라가조경의불모지였다며,처음에는“대학에서연구와후학양성에몰두하더니어느새조경설계회사를차려굵직한프로젝트들을거침없이수행해왔다.도전을거듭하는자세는작품에도그대로담겨져늘새로운발상으로시대의정신을잘보여주고있다”고도전정신을치하하며“정영선조경가의발자취는하나하나나이테가되어한국조경의깊이를더하고있다.그의손길이깃든공간들은이땅에많은이들에게편안함과새로운힘을줄것이다”라고찬사를보냈다. “땅을돌보는방법을잊어버리는것은스스로를잃어버리는것” 이어진작가인사말에서정영선조경가는오휘영교수의축사에“은사님의노고는멋진열매가되고싹이되어서조국강산이나날이좋아질것”이라고화답했다. 정영선조경가는“원래우리나라는아득한백제시대때부터정원을소중히여겼고,심지어일본에정원을만들어주기위해전문가가나가기도했다”며일제강점기,6.25등나라가심한고통에시달리다가국가를새롭게세우는과정에서‘조경’이새로운학문으로도입돼당시서울대학교환경대학원을통해지도자들이양성되고수많은일을직접하게됐다고지난조경의역사를회고했다.덧붙여“땅을돌보는방법을잊어버리는것은스스로를잃어버리는것과같다”는간디의말로인사를마쳤다. 이번전시는한국1세대조경가정영선의조경활동을총망라하는전시로,4월5일부터오는9월22일까지이어진다.
‘공간·사람·자연 연결사’ 정영선 조경가의 궤적을 담다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공간과사람그리고자연을연결하는조경을바탕으로한정영선조경가의궤적을담은다큐멘터리영화가개봉을앞두고있다. ‘영화사진진’은지난2일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오는17일개봉예정인영화‘땅에쓰는시’시사회및기자간담회를개최했다. ‘땅에쓰는시’는선유도공원,여의도샛강생태공원,경춘선숲길,서울아산병원등모두를위한정원을만들어온정영선조경가의땅을향한철학과내일의숲을위해현재까지도활동하고있는정영선조경가의사계절을담은다큐멘터리다. 정영선조경가는한국1호국토개발기술사(조경)획득한최초의여성기술사다.다채로운작업을통해대통령국민포장,세계조경가협회(IFLA)상,미국조경가협회상(ASLA),한국건축가협회상,김수근문화상등유수의상들을수상했으며,지난해에는한국인최초로세계조경가협회(IFLA)가수여하는조경계의최고영예상인‘제프리젤리코상’수상자로선정되며세계적으로인정을받았다. 한국에서조경에대한사회적위상이낮았던시기에,아시아선수아파트단지(1984),예술의전당(1984),올림픽선수아파트단지(1985),희원정원,호암미술관(1997-1998),인천국제공항(1999),서울올림픽미술관과조각공원(1999),청계천복원(2002-2005),광화문광장(2007),경춘선재생공원(2014),서울식물원(2014)과같은주요프로젝트를통해조경의중요성과가치를알리는역할을했다. 영화는모든생명이싹트는봄과생동하는녹음으로가득찬여름,무르익은색채너머휴식을기다리는가을그리고모든아름다움을준비하는겨울까지‘사계절’을중심테마로구성해다채롭고도풍성한볼거리를전한다.5년간야생화가만개한정영선조경가의양평집앞마당부터남녀노소모두가즐기는대규모공원과신비로움을간직한개인정원등다양한장소를누비며각계절이지닌고유한경치를온전히담아냈다. 언제나사람과자연의관점에서치열하게고민해온‘땅의연결사’정영선조경가의궤적을따라가며,관객들에게일상의위로를건네는공원의아름다움은물론,‘조화’를잃지않는삶의태도로써공원의의미에대해생각하게만든다. 특히미나리아재비,개쑥부쟁이등우리국토의매력을즐길수있는각양각색의야생화와제주를비롯한전국의금수강산을포착하며,한국적경관의현대적완성을빚어낸정영선조경가가그려온자연스럽고도감각적인풍경들을담아냈다.땅이간직한고유의맥락을읽어시를그리듯공간에생명력을불어넣는1세대조경가의진심어린철학을전하며새로운배움으로관객들에게다가간다. 이영화는국내작품으로는최초로제20회EBS국제다큐영화제개막작으로선정됐으며,남도영화제시즌1순천개막작선정및제49회서울독립영화제장편쇼케이스부문에공식초청되는등작품성을인정받았다. 이날기자간담회에는정영선조경가,기린그림의정다운감독과김종신피디가참석해영화에담긴메시지와영화가만들어지기까지의자세한뒷이야기를들려줬다. 정다운감독은간담회에서“건축과도시를자연과의관계성안에서탐구하는과정을거치며그사이를연결하는‘조경’의중요성을자연스레인지하게됐다.선유도공원,양재천,예술의전당등내인생속의수많은중요한공간들이정영선조경가의손길에의해만들어졌다는사실은운명과도같았다.오랫동안품고있던질문인자연복원과치유에대한희망을풀어나가고자결심한후자연과공간의관계성안에서가장중요한역할을하는조경가의이야기를전하고싶었다”며영화제작의도에대해말했다. 정영선조경가는“1세대조경가라는자격은나혼자잘해서가아닌내주변모든사람들의도움이있어가능했다.그감사함에보답하려다보니지금의내가있는것같다”며“정원을만드는것은단순히꽃을심고나무를기르는것이아닌치유와회복의장이자자연을보살피고서로소통하는장으로만드는것이다.우리가간직하고있는기존의것을더욱아름답게번영시켜자손에게물려주는것이조경가의역할”이라고강조했다. 한편기린그림은정다운감독과김종신피디가2012년에함께설립한건축전문영화영상제작사다.정감독은케임브리지대학에서‘건축과영상’을공부했고,김피디는골드스미스대학에서영화연출을공부했다.
배정한 서울대학교 교수, 차기 한국조경학회장 당선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한국조경학회제27대회장에배정한서울대학교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교수가당선됐다. 한국조경학회는지난29일청주대학교비즈니스대학B동에서‘2024년정기총회및춘계학술대회’를개최하고,제27대회장단선거를진행했다. 차기임원선거는투표를통해진행됐으며선거결과▲회장에배정한서울대학교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교수▲수석부회장에안승홍한경국립대학교교수가당선됐다. 배정한차기회장은“당선된만큼책임감을갖고발표한공약을실천하기위해최선을다하겠다”며“회원개개인의다양한목소리에성실히귀기울이고학회를넘어업계,시민사회,언론,정부·자자체,관련분야등다양한주체와연대하겠다.여러분의많은도움과협조,애정어린질책을많이부탁드린다”는당선소감을밝혔다. 안승홍차기수석부회장은“그동안의경험을바탕으로회원교류증진,학술기능강화,조경교육방향정립,관련학회협력등신임회장님잘도와서회원들의권익신장에노력하겠다.많은협조를부탁드린다”고말했다. 이날정기총회는▲2023년도사업및결산보고▲2024년도사업계획및예산심의▲제27대회장및수석부회장등차기회장단선거▲오웅성홍익대학교건축공학부교수의‘월드스킬&조경가드닝:국력,국격,직업의길’특별강연이진행됐다. 김태경한국조경학회장인사말을통해“청주대학교조경학과창립50주년을기념하는날정기총회및학술대회를개최하게돼뜻깊다.얼마전까지만해도코로나팬데믹속에서벗어나기만기다렸는데,이제는인구절벽을마주하고있다.조경을가르치고,후학을양성하는입장에서가만히있을수는없다.학회를통해보다양질의교육그리고시대에특화된교육을준비하겠다”고약속했다. 홍상표청주대학교공과대학장은축사에서“이번행사를청주대학교에서개최하게돼기쁘게생각한다.우리가살고있는현재는전례없는기후위기와환경문제에직면해있다.해수면상승이상기후,대기오염등이러한문제들에대한해결책을모색하는과정에서조경의역할이어느때보다도중요해졌다”며“도시와자연의조화,지속가능한환경조성을위한혁신적인해결책을찾는것이바로조경분야의과제라고생각된다”고말했다. 조경학회는이날▲서주환경희대학교교수▲이민우공주대학교교수▲이경진공주대학교교수▲박재철우석대학교교수▲조동범전남대학교교수▲변무섭전북대학교교수에게정년퇴임공로상을수여했다. 우수논문상은▲하지아본시구도기업부설연구소장·박재민청주대학교교수의‘탄소저감설계지원을위한수목탄소계산기개발및적용’▲곽윤신가천대학교교수의‘융합도시모델링을통한그린인프라수요예측및지오디자인적용’이수상했다. 우수저술상은▲배정한서울대학교교수의‘공원의위로’▲김순기순천대학교교수·김한배서울시립대학교교수·이상우건국대학교교수·이재호서울시립대학교교수·임의제경상국립대학교교수·최정민순천대학교교수의‘조경개념사전’이받았고,우수번역상은▲황주영서울대학교환경계획연구소박사의‘조경’이선정됐다. 우수졸업생은▲김지연강원대학교▲최수민경북대학교▲민세린경희대학교▲김은주계명대학교▲김유겸고려대학교▲임은혜동국대학교▲권미리동아대학교▲이민서배재대학교▲김소담강릉원주대학교▲이주혁건국대학교▲김하림경남정보대학교▲곽동현경상국립대학교▲이지선공주대학교▲윤영두나주대학교▲김소영단국대학교▲김정재대구가톨릭대학교▲황희진대구대학교▲장지웅상명대학교▲백주희서울여자대학교▲정유진영남대학교▲김태영우석대학교▲송해림전북대학교▲양영백청주대학교▲김지수한국전통문화대학교▲김혜리목포대학교▲이종현서울대학교▲윤예진서울시립대학교▲황서현성균관대학교▲임선영순천대학교▲홍규빈신구대학교▲이현주원광대학교▲김혜교전남대학교▲서현진한경국립대학교▲한승희호남대학교등34명이수상했다. 춘계학술대회는4개분과로▲1분과조경설계·조경이론·조경사▲2분과조경계획·조경시공·조경관리▲3분과경관계획·도시결계▲4분과조경수목·생태계관리순으로진행됐다.
[인사] 이상훈 조경가, 전남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부임
[환경과조경정승환기자]이상훈필드오퍼레이션씨니어어쏘시에이트(FieldOperationsSeniorAssociateDesigner)디자이너가3월부로전남대학교조경학과교수로부임했다. 이상훈교수는서울대학교조경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조경학석사학위를받고,미국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조경디자인석사학위를취득했다.이후미국의필드오퍼레이션에서10년이상재직하면서시애틀센트럴워터프론트,마이애미언더라인,프린스턴대학교캠퍼스조경설계등의프로젝트를주도했다. 이상훈교수는그동안의경험을토대로전남대학교에서조경설계분야과목을담당할예정이며,도시재생,리질리언스조경설계등에대한실천적대안을제시하고자한다. 이상훈교수는“전남대학교조경학과에합류하게돼영광이다”라며“급변하는현대사회에서조경설계의가치와역할에대해고민하고,학생이실천적창의성을가진인재로성장할수있도록노력하겠다”고포부를밝혔다.
조수다, “전국 조경인 청도에 모이다”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조경계최대오픈카카오톡방모임인‘조경을좋아하는사람들의수다방(이하조수다)’이지난23일경북도청도에위치한대영수림원장에서조경인들을위한‘무료전지교육’을실시했다. 조수다의전지교육은조경전지및방제에대해교육을받고싶어하는조경인들을대상으로지난2022년부터매년정기적으로실시되고있다. 이날교육은오전11시부터전국각지에서몰려든70여명의조경인들이참여한가운데▲서광민아름두리조경팀장의‘전지교육’▲조봉균일송농원팀장의‘방제교육’▲유성훈유한조경개발부장의‘입찰노하우’▲대영수림원송동근방장의‘조경인의삶’에대한이야기등다양한주제로진행됐다. 교육에앞서참가자들은자기소개와조경인으로서앞으로의포부에대해서발표하는시간을가졌으며,이어전지교육을맡은서광민팀장이인사말을통해“전국을매년순회하며조경계에서활동하는많은분들과대화를나누고,특히지방권의조경학전공자,취준생,취업취약계층들과소통하기위해이번행사를준비했다”고말했다. 조수다운영진은“청도가접근이쉬운곳이아닌데비행기까지타고온조경취준생,인천에서관리를배우기위해내려오신실무자등전국먼곳에서다양한조경인들이찾아와주셨다”며,이번교육에대해“실무에서는배울수없는내용들이많았고,훌륭한선배들을한자리에서만나볼수있는멋진자리”라고말해줘서보람있었다는뜻을전했다. 또한성공적인행사가되도록찬조해준회원들게도감사의말을빼놓지않았다.송동근방장이교육장소인대영수림원장을제공하고,엄영민이룸건설대표가볼펜을선물했으며,청도한샘조경에서지역먹거리인곶감을제공했다.그외문경삼성종합건설,동산식물원김영민대표,리컴퍼니이철용대표,계림조경자재,천병훈대표,대림원예종묘문현수전무등많은회원들이식사및운영경비에도움을주었다.더불어사전답사를통해70대주차에문제가없도록진행해준유한조경개발과이룸건설에도감사의말을전했다. ‘조경을좋아하는사람들의수다방’은지난2021년5월15일개설된이래입소문으로인기가급상승한모임이다.현재는카톡방최대인원인1500명을모두채우고대기방까지운영하고있을정도로여전히인기를과시하고있다. 송동근조수다방장은앞으로좀더체계적인교육이이뤄질수있도록올해교육일정을미리공개했다. 이에따르면▲4월28일에는시흥농원에서‘수도경기지역전지교육’이▲5월26일에는나린조경에서‘조경사업준비및취업생을위한충청권교육’이▲7월5~7일2박일정으로문경캠핑장모임▲9월28일대규모서울정모▲11월2일일송농원에서호남정모▲12월7일연탄봉사등이진행된다. 송동근방장은“조수다의힘을모아젊은조경인들이사회로나와서겪는현실적인어려움을해결하고조경실무에잘적응할수있도록도움을줄것”이라며“교육행사를준비하는데운영진이힘든점이많았는데,이번에교육시행일을미리공지했으니원활한행사가되도록많은협조를부탁드린다”고말했다. 한편‘조경을좋하는사람들의수다방’에참여하고싶은사람은카카오톡오픈톡방에서‘조경’검색어를통해찾을수있으며,회원수초과로가입이힘든경우가입대기하면추후참여코드를보내주고있다.
‘정원’과 ‘공원’을 나누는 사회적 기준 ‘부재’…역할과 가치 ‘오염’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언론사마저‘정원’과‘공원’에대해애매한정의를사용하면서,이에대한잘못된개념이사회적으로확산될수있다는우려가제기됐다. 울산지역일간지인경상일보가“태화강국가정원은공원이아닙니다”라는고발성영상뉴스를제작하면서‘정원’과‘공원’의차이에대해너무주관적으로정의했다는지적이다. 이언론사는지난18일태화강국가정원에맨발길이나석재벤치등과도한시설물을도입해자연성이훼손되고있는점을안타까워하는내용의고발성영상뉴스를제작해보도했다. 내용의취지는공감하더라도,이러한주장에대한논거로공원과정원을나누는기준이제시됐는데전문분야로서공감하기힘든내용이라는것이다. 영상에서는공원과정원을다음과같이정의하고있다.“정원과공원은개념부터다르다.그중에구성요소로보면정원은식물과꽃,나무등의자연요소와조각품,분수등의예술요소가조화롭게어우러져조성된다고하는반면공원은산책로,운동시설,휴게시설등의시설물과함께자연요소가어우러져조성된다고나와있다” 그러면서태화강국가정원은공원이아니므로과도한시설물을도입하지말라고주장하고있어서자칫시설물도입여부가공원과정원을나누는기준으로해석될여지가크다.공원과정원을가르는공인된기준을통해주장을이어가는신중함이아쉽다는지적이다. 공원과정원을가르는공인된기준 하지만사실공원과정원을가르는명확한기준이없다.우리나라에서공원과정원을학문적으로깊이다루어왔던것은조경학이유일한데,조경학에서전통적으로정의해오던공원과정원에대한구별은산림청이추진한‘정원법’이통과되면서혼란을거듭하고있다. 과거에공원이라고부르던것들이공공정원으로불려지기시작했고,‘공공정원’과‘공원’의차이에대한기준을폭넓게공유하지못한상황이어서“태화강국가정원이공원이아니다”라고단언하는것은논란이있을수있다. 다만법적인정의로보면,“태화강국가정원은공원이아니다”라는말이맞다.공원은법적으로도시계획시설이지만,태화강국가정원은도시계획상공원에해당되지않는다.그렇다고영상뉴스에서제시한공원과정원에대한정의가법적인정의도아니라는점에서문제점은여전히남는다. 울산시담당주문관은“태화강국가정원은도시계획상공원이아닌하천으로지정돼있다”면서도“시설물들을도입하는것은법적인문제는없다”고말했다. 이에대해남수환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정원진흥실실장은“공원과정원의가장큰차이는어떤시설물이나식물에있는게아닌,조성이나관리에참여하는등의행위가중요하다고생각하는데,시설위주로설명을해놓았다”며“완벽하게설명이되지는않더라도법적인개념을갖고설명했으면좋았을걸하는아쉬움이있다”고말했다. 실제법적인개념을비교해보면▲“도시공원이란도시지역에서도시자연경관을보호하고시민의건강․휴양및정서생활을향상시키는데에이바지하기위하여설치또는지정된것”으로정의하고세부항목을정하고있으며▲“정원이란식물,토석,시설물(조형물을포함한다)등을전시·배치하거나재배·가꾸기등을통하여지속적인관리가이루어지는공간(시설과그토지를포함한다)을말한다”고정의하고있다. 태화강,“정원이냐?공원이냐?하천이냐?” 오순환환경조경발전재단본부장은태화강국가정원의성격이다양한측면에서해석될수있다고말하며,우선법적으로는“하천일뿐”이라는점을강조했다.“공원같은경우에는도시계획시설로돼있지만정원은도시계획시설이아니다.이것이산림청에서지정하는국가정원의문제이다.태화강국가정원은하천이지만땅의속성과는상관없이규모가넓게조성되면서도시공원과같은역할을하고있다.그렇다고해서하천에공원까지중복시설로지정된사례는아직없다”며원칙적으로“하천일부를이용하는이수공간일뿐”이라는것이다. 또한오본부장은조경학의전통적인정의를빌어“본래정원은사유의개념이들어간것이고울타리로위요된곳에조성된것을말해왔다”며요즘“공공정원은공원에해당된다”며,법적인정의를벗어나면“태화강국가정원은공원이기도하다”고말했다. 이번사건은조경의정체성을가장잘표현하는단어인‘공원’과‘정원’에대한조경전문가들의최근고민이너무안일하지않은지되돌아보는계기가되었으면한다는제보였다. 아울러“공원”을단순히시설물과식재의형태로정의하는경우,그사회적가치와역할이오염된다는점에서정원법통과이후이어져오는공원과정원에대한혼란스러운정의에대해사회적으로명쾌하게답하고합의해나갈책임이조경학계에던져졌다는지적이다.
[2024 아파트 조경 ③-포스코이앤씨] 심안용·이인효 “백년명원, 백 년을 내다 보는 조경”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자연스럽게만든다고해서진짜자연이될순없지않은가.다만바이오필릭을향한사람의마음을계속적으로불러내서자연에가깝게만들어가고자노력하는것이다” 포스코이앤씨의아파트브랜드더샵에대해사람들에게설문조사를해보면첫번째로꼽는것이‘아파트가튼튼하다’는것이다.그래서인지포스코조경의전략도“백년명원”이다.백년을가는튼튼한조경을말하는것일까. ‘백년명원’에대해백년을내다보고만든조경매뉴얼이라고자평하는포스코이앤씨의심안용,이인효부장은,아파트조경이트렌드에급급하지않고긴호흡을가진전략을가져야한다며“백년명원”은단순히‘튼튼한조경’을말하는것은아니라며인터뷰를시작했다. ‘조경’에서‘정원’으로아파트조경은2000년대초반까지도지상주차장을단순히차폐하는역할을했다.이후신도시를중심으로주차장이지하화하면서각건설사마다‘지상부를어떻게할것인가’가큰화두로떠올랐다. 2010년대초중반에는잔디밭같은넓은녹지를두고큰소나무들을심거나관목을빽빽하게심는것이유행했다.하지만5~6년정도살아보니단지가전체적으로어두워지고유지관리비만많이들어가서아파트단지에큰나무들을심는것이좋지않는다는것을알게됐다. 이후에는지피·초화를활용해아기자기한조경에관심을가지기시작하면서,억새갈대등글라스류를심은지피가든이뜨기시작했다.거기에는지자체중심의정원박람회열풍이한몫했다. “황지해작가가영국첼시플라워쇼에서1등하고지자체마다정원박람회가유행하면서아파트에도정원을조성하는것이큰트렌드가됐다.” 회사마다다르지만보통3년에서5년을주기로트렌드조사를통해조경매뉴얼을만들고있다.새로운매뉴얼이만들어지는것을계기로트렌드가조금씩바뀌는경향을보여왔는데,요즘은해마다달라지는느낌을받는단다.그만큼경쟁이치열해지는것일까. ‘MZ세대’,트렌드를이끌다 최근아파트트렌드가급변하는이유중하나는인구구조변화에있다.집을구매하는소비자층대부분을MZ세대가차지하고있는데,MZ세대들은혼자사는경우도많고,결혼을해도아기를낳지않는경우도많으며,반려동물을키우는등생활트렌드도많이다르다보니공동주택트렌드도달라지고있다.특히1인세대에대한고민이커지고있다. “예전에는결혼해서아이를낳으면집을20평대에서30평대로옮겨가는식의루틴화된것이있었지만요즘은이런공식이깨지고있다.요즘은40~50평대아파트가거의없다.이런추세는2010년대부터나타났는데,최근에는단독거주형의아파트도많이생기고있다.” 하지만MZ세대,독립세대,고령화라는사회적변화속에서포스코만이가진조경콘셉트가무엇인가를생각해보니특별한게없었단다.변화된트렌드에맞는새로운조경전략이필요한시점이었던것이다.하지만모순적이게도최근건설사들이내놓는조경전략변화들이큰의미가없다는데에점점더많은건설사조경인들이공감하고있다. “‘이런시설물이제일이고이런식재방식이유행이야’하면서그동안트렌드를쫓아왔는데지나고보니크게의미가없더라.포스코조경브랜드인‘백년명원’은어떤추세나유행을쫓지않고더먼미래를위해어떤조경을해야하는지를담기위해서론칭됐다.” ‘백년명원’과‘바이오필릭’ 많은건설사들이‘명품조경’을강조했을때,포스코는‘조경’이아닌‘정원’이라는개념을쓰기로했다.정원에서의명품이라고하면명원이아닌가.그래서백년천년된오래된정원들이즐비한유럽,일본,중국을가서사례조사를했다.해외유명정원을찾아보고‘어떤요소와매력들이사람들의관심을끄는것인가’를샘플링을하고시뮬레이션을하여매뉴얼화시키는작업이진행됐다. “지금까지도수백만명의사람들이찾아보는이유를알고싶었다.세계적인명원들을직접찾아가조사를해서사람들이무엇을좋아하는지정리했고,이과정에서트렌드를쫓을필요가없다는확신을했다” ‘백년명원’을구체적으로실현시키는것은바이오필릭디자인(BiophilicDesign)이다.바이오필릭은생명(bio)을사랑(philia)한다는뜻의‘바이오필라’에서확장된말로,인간은본능적으로자연을사랑하게돼있다는의미이다. “본능적이라는것은새소리를들으면좋고,물이흐르는소리를들으면편안해지고,녹색을보면행복감을느끼는데,그이유가다른어딘가에서온것이아니라우리안에내재돼있다는의미이다.” 사실바이오필릭디자인은이미20~30년전미국에서생체모방을의미하는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디자인이나바이오모픽(biomorphic)디자인으로존재한개념이다.수영선수들의수영복을상어의피부처럼만들어물의저항을없앤다든지각종자연이나생물의형태를모방해서만들면형태뿐만아니라기능적으로도적합하게작동할것이라는믿음이다. 지속가능한식재,심플한시설물‘백년명원’이추구하는식재는‘자연과정원본연의모습에집중하는식재’로요약할수있다.기후와토양에맞는식물을적용해지속가능한생육환경을만드는것이다.자연에서자라고있는형태그대로를가지고와서심으면세월이지나면서더자연스럽게성장해갈것이라는생각이고,그것이야말로‘생태적’이라는판단이다.기존에크고조형적가치가높은수목을식재하던것과대비된다. 그래서인지포스코센터에최근심어놓은교목에는다간형이많다.정형적인수목에대한기준을과감하게버리고산나무같은자연적인모습들이오히려호평을받고있다. “자연적인식재가사실은매우어렵다.보통제주도면제주도,강원도면강원도등지역적으로만정립되어있고,실제우리가사는공동주택의환경은너무다양하다.” 아파트와같은인공지반에지속가능성을만든다는것은애초에쉽지않은일이다.포스코는현재많은전문가들가함께다양한실험과실패를거듭하고있다.이를통해‘생태’라는큰지향을내재화시킨고유기술을만들어가고있다. ‘백년명원’이추구하는시설물디자인은단기적으로는단순함과간결함을추구하는것이고,장기적으로는자연형모습을구현하기위해외관과기능,소재에서자연유기체의오가닉바이오미미크리디자인(Organic&BiomimicryDesign)을추구하는것’이다.이를통해단순하지만오래지나도고급스러워보이는시설물을찾아가고있다. 이러한시설물콘셉트를실현하는데에최근주목받고있는것이3D프린팅기술이다.직사각형태의거푸집으로형태를만드는데는디자인적인한계가있고,그렇다고금형을떠서만드는것은비용적으로힘든일이다보니자연의형태를선호하는조경시설물분야에서활용도가더욱높아질것으로보인다. “대형시설물을만들만한3D프린터가보급되지않아서아직은소형구조물제작만가능하다.지금은작은스툴나테이블등에한정해서재활용플라스틱등을활용해서제작하고있다.” 재활용소재를활용한업사이클링․리사이클링은아파트조경에서는최신트렌드이다.폐플라스틱,폐섬유,폐콘크리트를활용한제품들은바닥포장,구조물,시설물등다양한활용이가능하다. “예전같으면‘폐’라는접두사가붙으면입주자들의불만이있을것같아많이걱정을했는데요즘MZ세대들은업사이클링한시설물에대해서거부감이없다.실제적용된현장의입주자들을대상으로설문조사한결과긍정적이었으며,디자인을더발전시키면오히려더좋아할것이라는확신이들었다.” 백년명원,10%의실험 “백년명원”은가까운트렌드가아니라먼미래를내다보고만든조경전략이라니실험적일수밖에없다.나아가선도적인라는느낌도든다.시공을어떻게구현할것인가도궁금하지만입주자들을어떻게설득할것인가가더궁금해지는부분이다.아직도많은입주자들은키큰소나무를원하지않을까.이에대해‘10%의실험’이라는답변을내놓았다. “선도한다는것만큼무섭고정말건방진말이없는것같다.우리가실험적으로할수있는것은많아봤자10%정도이다.” 조경도하나의문화가됐다.국민수준에따라서정치가가고문화가가듯이,조경도입주자라는소비자들에맞춰가야한다.너무빨리가서도안되고너무느리게가서도안되고적절하게템포를가져야한다.약반발자국정도만앞서도성공적이라는생각이다. 다만20대부터40대초반까지의입주자들은어릴때부터교육을많이받아서지구환경에대한관심이윗세대와는남다른면이있다.이들세대는“소나무안심으면조경이아니야”라고말하는세대가아니다.오히려낯설고새로운것이라도좋다고판단되면더열광하는열린세대이다. “조경은사람들의내면욕구를반영하고다시조경이사람들의마음에어떤심상을불러일으킨다.공간과사람이상호선순환하는원리이다.그래서우리는사람들의마음을요구하는것이다.바이오필릭을향한마음을계속적으로불러내서진짜환경을생각하고진짜자연에맞게만들어가자는것이본질이고,이것이포스코조경이가야할방향이라고생각한다.” 변화의세대들을맞아본능적으로좋은조경에대한열망을한껏불어넣을수있는다양한실험들이이어지길기대해본다. <인터뷰> 언제까지흉내내기만할것인가! 최신아파트조경트렌드에있어서포스코조경이관심을가지고있는이슈는무엇인가? 요즘은정원과조경이라는용어를혼용하면서각각정의하기가어려운부분이있다.개인적으로정원은휴먼스케일로지근에서의디테일한경관을만들어내는것으로기술과감각이필요하고,조경은그보다는좀큰스케일로구분하고,그러한구분을서로인정을해주는것같다.플랜테리어산업이커지고있는것도주목하는변화이다.우리가볼때는정원도비전공인자에게열린분야라고생각하는데,플렌테리어는식물전공과전혀상관없는사람들에게도열린영역으로자리잡아가고있다.하지만이모든것이조경의영역이라는점에서업역이넓어지고다양화되고있고,한편으로경계가모호해지기도한다. 조경분야가이런변화를보듬어안을수있어야한다고생각한다.원하든원하지않든시대의변화에따라필요한분야들은새로생기고있고,그런트렌드가고스란히공동주택에도반영되고있다. 최근에는아파트지하주차장이나웰컴존에플랜테리어를적용해달라는요구도있다.그런데그곳에서식물을키우려면빛이나온습도등을제어하는유지관리기법이라든지토양,관수,배수등의문제를해결할줄알아야하는데,그것은플랜테리어의한계를벗어나는일이다.이것이조경이해야될역할이다. 포스코조경이추구하는바이오필릭디자인은실내플랜테리어의기법도적극적으로차용해수용한다.업역이더넓어지고그만큼역량도확장되어야하는데낯설다고배척만할것이아니다.플랜테리어의어떤점이사람들에게매력적으로어필되었으며어떤부분이부족한가를고민하고,관련된모든분야의기술을수용해서실제적용이가능한현장의시공기술로발전시킬필요가있다. 건설사조경인들에게하고싶은이야기는? 사회와기술의변화에따라사람들의요구사항이달라지고있다.하지만조경은새로운것에대해좀배타적이고거부감도많다.기득권적인경향이없지않아있다.좀더넓게수용하며좀더깨어있는생각을가져야오래갈수있다고생각한다. 지난해건설사조경협의회에서여러건설사들이조경정보를공유하는세미나를했는데,예전에는서로공유하는것을다소꺼려했었다.하지만이러한시대적변화와속도도빨라지고젋은직원들의깨어있는생각과다양한의견들이반영되면서예전처럼한번전략을세워서몇년씩우려먹던시대는끝났다.꼭꼭숨기고내것만좋은거야라고고집피우다가는도태되기딱좋은시대가된것이다.정보는교류와오픈을통해보다나은발전된지식자산이된다.그야말로집단지성과풍부한데이터를확보하면저절로좋은결과가도출되는AI시대인것이다.좋은것은공유해서발전시키고안좋은것은빨리배제시켜서같이상생해나가길기대한다. “지금까지흉내내는것은많이해왔지않은가.트렌드를쫓아서급급하게흉내만내는조경이너무지겹고,그과정에서버려지는자원이너무많아서죄스럽다.세상은수준이높아졌는데더이상흉내내기만할것이아니라그안에본질적인걸좀더찾자”
조경협회·동아전람, 2024 대한민국 조경*정원박람회 공동주최 ‘맞손’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한국조경협회와동아전람이‘2024대한민국조경*정원박람회’공동주최를위해손을맞잡았다. 조경협회와동아전람은지난11일협회사무국에서‘2024대한민국조경*정원박람회’공동주최를위한업무협약체결했다고12일밝혔다. 이번협약은매년코엑스에서개최하는‘대한민국조경*정원박람회’에대한새로운파트너로,성공적인개최를위한역할을구분하고신의성실로협력하기로한다는내용을담았다. 안세헌조경협회회장은“대외적으로조경*정원산업을펼쳐보일수있는플랫폼의장이됐으면좋겠다”며“조경인과조경을사랑하는많은분들의관심과참여바란다”고말했다. 서원익동아전람대표이사는“MBC건축박람회개최등그간의전시노하우와경혐을바탕으로,공격적인마케팅과홍보활동을통해모두만족할수있는박람회를위해적극적으로지원하고협력하겠다”고약속했다. ‘2024대한민국조경*정원박람회’는오는5월29일부터6월1일까지4일간코엑스B홀에서개최된다.현재전시참가업체를모집하고있으며,참가를원하는업체는출품신청서를동아전람운영국으로보내면된다. 한편조경협회회원의경우,조경협회사무국에참여의사를사전에알린후신청하면30%할인혜택을받을수있다.
[미래포럼] 잘 짜여진 각본, 선형공원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미래포럼연재 조경인이그리는미래 경의선공원,경춘선공원,서울로7017...나아가프롬나드플랑테(파리),하이라인(뉴욕),벨트라인(애틀란타)...그렇다.모두도심한복판을가로지르는선호도높은긴선형공원들이다.제주도의올레길이나북한산의둘레길과같이트레일을위한길이아니라,도심한복판을관통하는‘~선(라인)’으로명명되는공원들이다.‘길’과달리‘선’이라는명칭에서오는차이는어떠한가?전자는자연적으로만들어진그리고자연속에위치한순환형동선을갖춘산책로의느낌이다.반면후자는인공적으로만들어진그리고도심속에있는일자형동선을지닌공원이다.도심에자리하고있는면적인공원과는어떠한차이가있을까?얼마전까지만해도선형공원은단순한산책로정도의‘길’적인의미였으나,최근에는면적공원을조성할여유가없는좁은도심공간속에서새롭게등장한대안적형태의공원이되고있다.그린네트워크라는현판아래면적공원을연결하는보조적의미로서의선형공원이아니라,이제는대등한대안이된것이다. 면이주는장점은다양하다.선적으로나타나는이용자들의동선을무한대로조합할수있다.그래서각동선의조합에따른다양한공간활동이가능하다.가벼운혼자만의산책부터축구와같은격렬한단체운동까지,넓은잔디밭에서는시민들의모든여가행태를수용할수있다.다만,갈림길은선택에부담이있는낯선이에게는고민의시작이다.이곳을잘알고자주찾는주민이라면매일의공간체험으로무의식적인공간선택이가능하겠지만,낯선이에게는객관식시험지의보기들과같다.그래서선택(체험)하면항상아쉬움이남는중간고사같은곳이면적공원이다. 선은면과는다른측면에서매력이있다.한국계미국배우스티븐연이주연을맡아,미국에미상에서작품상과남녀주연상을포함해무려8관왕을차지한‘성난사람들(원제BEEF)’이란드라마가있다.매순간잘못된선택으로점철된인생속에서많은스트레스를받는현대인의모습을블랙코미디로실감나게그려냈다.현대인들은무의식적으로매순간선택을강요받고머리가복잡해진다.스트레스로좀쉬고싶고,아무생각없이멍하게걷고싶은마음이들수밖에없다.이런순간이찾아온다면가까운주변의선형공원을찾아서걸어보라고귀띔해주고싶다.코로나를계기로일방향의선형공원은중요한공원의형태로등장했다.강요된선택없이,머리를비운채,아무런간섭없이,짜여진각본대로방향과속도를제어해주는곳이선형공원이다.발을내딛는순간부터공원에대한매뉴얼은단순하다.정해진길을따라걷기만하면된다.잘만들어진영화를보면서머리를비우고심신을단순하게정화하는순간이다.다른점은앉는게아니라걷는다는것이다. 선형공원은이곳을처음찾는관광객들에게는아주유용한형태의공원이다.다음목적지를향해한방향으로계속나아가야하는관광객들에게일방통행의선형공원은오히려유용한관광코스가될수있다.서울을보행친화적인21세기형관광도시로만들고싶다면,선형공원을도심속핵심인프라로조성해보길제안한다.서울이가진잠재적랜드마크를찾아서,각점을연결한선형공원을조성한다면훌륭한관광자원이될수있다.시점에어떠한시설을놓고,종점에어떠한시설이있느냐에따라선형공원의효용과가치그리고이용률에차이가난다.잘짜여진각본으로대박흥행을기록할수도있다. 뉴욕의하이라인은뉴요커들뿐만아니라전세계인이사랑하는전형적인선형공원이다.같은선상을왕복해야만하는선형공원은지루하게마련이다.그래서선형상의진행방향과역방향보행시보이는경관에변화를주어야하는데이를잘해결한선형공원이하이라인이다.풍성한나무와초화들을의도적으로활용해시야를적절히닫아주면서선형을되돌아올때는새로운경관이전개되도록조성했다.만약개방감을위해시야를열어주었다면,오히려지겹고단조로운공원이되었을것이다.더불어토머스헤더윅의베슬이라는명확한시점(혹은종점)과리틀아일랜드라는명확한종점(혹은시점)이있어더욱걷고싶은장소가되었다.센트럴파크가보고싶은공원이라면하이라인이걷고싶은공원인이유이다. 비슷하지만다른사례로애틀란타의벨트라인이있다.둘을비교해보면확실히이용객의차이가있다.하이라인은관광객들이많이찾는공원인데반해,벨트라인은관광객보다는지역주민들의이용빈도가높다.조성당시부터바이커들을고려하여개방감있게공간을조성하였다.산책보다는이동통로의역할에좀더주안점을두고조성하여,바닥포장재역시목재나블록보다는콘크리트나아스팔트와같은재료를주로사용하였다. 다소극명하게대비되는두공원의목적에서선형공원의형태를그려보고결과를가늠해볼수있다.복잡한도심에서면적공원도중요하지만,잘짜여진각본처럼의도된선형공원을목적에맞게잘살릴수있다면,걷고싶고보고싶은도시를만들기위한촉매역할을할뿐아니라관광객유치에도성공할수있을것이다.이제선형공원이더이상조연이아닌당당한주인공으로등장할때가왔다. 변재상/신구대학교환경조경과교수
골프코스 설계, 창작성 없다?!…골프장 설계 저작권 소송 패소 ‘논란’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골프코스설계업체들이스크린골프업체를상대로제기한골프코스설계저작권소송에서“골프코스설계는창작성이없다”며저작권보호대상이아니라고판결해논란이다. 지난달1일서울고법민사5부는골프코스설계업체인오렌지엔지니어링등이스크린골프사업자인골프존을상대로제기한소송에서원고일부승소로판결한1심을파기하고패소판결했다. 골프장소유주vs골프존 이번사건은2000년대말경골프존이라는업체에서스크린골프사업을시작하면서국내골프장을그대로재현한시뮬레이션영상을제작해사용하면서저작권비용을지불하지않은데서시작된다. 당시골프존은몇몇골프장으로부터사용동의를받고위성사진,준공도면을받아사업을추진했으며,이후사업이성장하면서골프장들로부터소송이제기됐다. 골프장소유주들은골프장의자료를이용해스크린골프를만들어서상당한이익을취하니일종의이용료를달라고주장했고,2020년3월대법원에서일부승소판결이나와애초동의서를써준골프장들을제외한나머지골프장들에게이용료를지불하도록했다. 하지만당시소송에서골프장소유주들은“골프장이골프코스설계저작권을갖고있다”고주장을했지만,법원에서는“골프코스는골프장이아닌설계자의저작물에해당한다”는점을분명히했다. 골프코스설계업체vs골프존 대법원의판결이후골프코스설계업체들이골프존을상대로저작권소송을제기했으며,오렌지엔지니어링등이제기한소송에서도1심에서“골프존이손해배상을하라”는판결이내려졌다. 하지만지난달1일열린2심에서는기존1심판결을뒤집고원고패소판정이내려졌다. 이번소송을제기한오렌지엔지니어링등골프코스설계업체는법원에서“골프코스구성요소들의구체적인배치,모양,길이,방향및각도,위치,크기등을그대로사용해저작권을침해했다”며“영상을삭제하라”고주장했다. 이에대해스크린골프업체인골프존은“골프코스설계도면에는창조적개성이드러나지않으므로저작물이라할수없다”,“설계도면과스크린골프영상사이에유사성도없다”고주장했다.시공과정에서설계변경이이뤄지기도하고유지관리를통해실제골프장모습이변화된다는것이다. 하지만법원은골프장은티잉그라운드,페어웨이,러프,벙커,워터해저드,그린등의형태,개별홀들의배치,조합에관한인간의사상이표현되어있는‘건축저작물’에해당한다는점을인정했으며,설계업체들이제시한설계도면과골프장의실제모습을비교해본결과거의동일하다는점에서스크린골프영상이설계도면을‘복제’했다는결론을내렸다.골프코스설계업체들이주장한설계저작권을인정한것이다. 하지만법원은설계업체들이제기한각각의골프코스설계에대해창작성을인정할만한요소가없다며저작물로서인정할수없다는결론을냈다.“골프코스가저작권대상이긴하지만창작성이없으니베껴써도된다”는것이다. 창작성의기준,“재미위한것은창작적요소아니다?!” 법원은저작물에대해독창적이지는않더라도창작적이어야한다며,“남의것을모방하지않을것”,“사상과감정에대한창작자자신의독자적인표현을담고있을것”이라는두가지조건을제시했다. 특히골프코스설계는예술이아닌‘기능적저작물’로서,사상을보호하는것이아니라‘창작성있는표현을보호’하는것이므로,설계에창조적개성이드러나있는지를판단했다고밝히고있다. 쟁점은크게두가지였다.하나는“골프코스구성요소들의형태배치조합에있어서창작적인표현이있는가”이고다른하나는“자연물의조작은창작적인가”이다. 결과적으로법원은창조적개성을찾지못했다고판결했다. 법원판결에의하면,“골프코스는경기장”이다.골프코스요소들은골프경기규칙에적합한규격과방식으로설계될수밖에없고,이들의홀배치순서등은골프경기에서난이도,재미,전략등의기능적목적을달성하기위한경기장조성원칙에해당하므로창작성이인정되지않는다는것이다.이에대한근거로미국골프협회(USGA)와전남도청에서발간한골프장사업길잡이에는골프코스설계에대한기준을제시하고있으며,‘난이도,재미,전략’을추구하라는설계지침이포함되어있다는점을들었다. 또한국내골프장은대부분산악지형에조성되고있어서지형적제약을많이받고있으며,클럽하우스등의시설물배치등도이용객들의안전및효율성에따라배치되므로단순히기능적요소로보아야한다고판단했다. 또한‘자연적요소’에대해서는골프장이위치한부지의경관이거나조망대상이어서골프장자체의미적요소에해당한다고보기어려우며,지형,경관,조경요소,설치물등을결합해조성한골프장이라고하더라도자연물의조경관리가저작권법상미적형상으로서의창작적표현으로보기어렵다고판단했다. 실상창작성이없는산악지형이나자연물과경기요소를제거하고나면창작적인것이무엇이남느냐고묻고있는것이다. 골프장이축구장인가?! 이번판결에대해한국골프설계가협회는“수년간,수많은재판을통해인정받았던골프코스의창작성과저작물성을하루아침에모두부정당했다”며반발했다. 협회는이번판결에대해“골프코스는적합한규격이나국제기준이정해져있지않다”“우리나라산악지형처럼지형의변화가많은공간에서골프코스를배치하는것은오히려고도의설계적상상력과창의성이필요하다”,“골프코스는단순히평면적인홀을기능적으로나열하는것이아니다”라며조목조목판결에대해지적했다. 실제골프경기에서난이도,재미,전략등의기능적목적을달성하기위한골크코스요소들을창작적요소에서배제하겠다는결론이얼마나설득력을가질수있을지논란이일고있다. 또한판결에서는독창성과는다른개념으로창작성을이야기하고있는데,골프장의조경공간을자연물에대한관리일뿐이라는이유를들어일괄적으로창작적요소에도해당되지않는다며배제해버리는것은,조경에서‘주변자연과의조화’가매우중요한창작성의한부분이라는점에서배치된다는지적이다. 이현강오렌지엔지니어링대표는“골프장설계는조경설계의광역적인한분야라고생각을하고있다”며조경과별개의사건이아니라고강조했다.또한“우리나라가세계적으로케이컬처의우수성을말하며문화의중요성을강조면서도정작한전문분야의창작성에대해서는반하는결론이난것같다”고깊은유감을표현했다.
“정원, 삶·문화가 되다”… 서울시, ‘매력·동행가든’ 1007곳 조성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서울시가‘정원’이곧삶이자문화가되는도시로거듭나기위해매력가든·동행가든1000여곳을조성한다. 시는이런내용이담긴‘매력가든·동행가든프로젝트’를추진한다고7일발표했다. 시는일상에녹아드는매력가든897곳,사회적약자를위한동행가든110곳등1007개소다.올해부터매년300여곳을조성하고,2026년까지1007곳으로늘린다는계획이다. 지난해내놓은‘정원도시서울’의기본구상에이어오늘발표한‘매력가든·동행가든프로젝트’에서는정원이일상에스며들고시민이체감할수있는정원도시의구체적인모습을담고있다. ‘정원도시서울’이공간구성의관점에서녹색정책·양적확대방향을제시했다면이번발표는시민이일상생활,출퇴근길,나들이에서체감할수있는정원의‘매력’과‘설렘’통해행복감을높이고라이프스타일의혁신을이루기위한구체적정원조성계획이담겨있다. 시는지난해5월오세훈서울시장의‘정원도시서울’선언으로그시작을알렸으며,울산,순천과환경이크게다른서울은그특성에맞춰산,공원,가로등서울곳곳을수준높은정원으로바꿔갈채비를마쳤다. 이를위해조경전문가기획을바탕으로예술적정원조성에새로이적용할매력가든가이드라인을제시하고,각자치구에서도동일적용하여차별화된식재와수준높은예술정원을서울곳곳에조성할계획이다. 먼저매력가든은주거지인근소규모공원167곳에일상매력정원을조성한다.도로·광장·교통섬등유휴부지를활용한자치구매력정원도종로구~종로타워앞광장,도봉구~창동역고가하부,마포구~홍대레드로드,영등포구~문래동공공공지등25곳에구축한다. 아울러도심내유휴부지를활용해꽃을특화시킨거점형꽃정원4곳,걷거나쉴수있는가로변공유정원10곳,자투리공간을활용한마을정원29곳등을선보일예정이다. 출퇴근길힐링이되는도심매력정원을대로변,건물옥상,고가도로등279곳에조성한다.시설녹지내활용도가낮은공간65곳을사계절꽃길정원으로탈바꿈하고,가로변150곳을가로정원으로바꾼다.옥상정원도33곳을만든다. 올해중으로서울을대표하는거점공원9곳에테마가든을조성한다.재미를선사하는해치가든은어린이대공원·뚝섬한강공원·북서울꿈의숲에,예술작품을전시하는조각가든은열린송현광장·뚝섬한강공원·북서울꿈의숲에서만날수있다.강아지와뛰어놀수있는펫가든은노을캠핑장·난지한강공원등3곳에조성한다. 유아·어르신·장애인등사회적약자를위한동행가든도선보인다.올해상반기노인종합복지관과하반기시립병원을시작으로,시산하의료기관12곳과시립노인복지관91곳으로확대해나간다. 장애인학습지원센터·재활자립작업장등장애인시설에도정원을조성한다.가드닝을통해신체활동을유도하고심리적치유를제공하는프로그램을진행한다.삼청공원유아숲체험원등7곳에는어린이와함께가꾸는정원을만든다. 아울러정원도시서울의미래상을만나볼수있는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올5월부터5개월간뚝섬한강공원에서개최한다.이후뚝섬정원의국가지방정원등록을추진할예정이다. 이수연시푸른도시여가국장은“서울곳곳을다채로운정원으로채워시민에겐일상속행복과치유를,도시를찾는방문객에게는서울만이가진매력을전달할것”이라며“서울이세계적인정원도시로발돋움할수있도록수준높은정원을서울전역에조성하고정원문화를확산해나가겠다”고말했다.
  • 환경과조경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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