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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멋 베케정원, “치밀하게 엉성하게” 조설협 ‘새로운 공간 가치’ 특강 시리즈, 김봉찬 더가든 대표 강연으로 포문
  • 이형주 (jeremy28@naver.com)
  • 입력 2018-07-03 14:07
  • 수정 2018-07-0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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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숲 동심원갤러리에서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가 개최한 '새로운 공간 가치' 특강에서 김봉찬 더가든 대표가 제주에 조성한 베케정원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한국 사람들이 어떤 정원을 좋아할지를 고민하며 정원을 만들었다. ‘베케’는 제주 사람들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모습이다. 이 돌무더기를 적극 활용해 제주스러운 모습으로 만들고자 했다.”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는 지난 2일 서울숲 동심원갤러리에서 김봉찬 더가든 대표의 강연을 시작으로 ‘새로운 공간 가치’ 특강 시리즈의 포문을 열었다.


‘새로운 공간 가치’ 특강 시리즈는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진 공간의 가치를 이해하고 조경 분야가 등한시 해온 부분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두 달에 한 번씩 열리는 행사로 이번에 처음 기획됐다.


최원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회장(신화컨설팅 대표)은 “조경이 몇 년 새 많이 약해졌다. 과거에는 조경에게 다 맡기다보니 전체적으로 강했는데 플랜팅, 가드닝, 디테일, 도시 등으로 분화되니 가장 약해졌다. 시대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공간 가치를 받아들여야 할 때다”며 “건축가·조각가와의 협업으로 정원을 만드는 김봉찬 더가든 대표가 4차산업의 융복합이란 핵심과 조경의 미래 비전에 시사하는 바가 있어 특강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에서 김 대표는 최근 제주에 조성을 마치고 직접 운영을 시작한 ‘베케정원’에 얽힌 이야기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그가 가진 자연과 정원에 대한 생각을 풀어냈다.

 

김 대표는 조경수 농장 인근의 귤밭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베케’를 활용해 제주스러운 풍경을 담은 정원으로 재탄생시켰다. ‘베케정원’은 입구정원, 돌담정원, 고사리정원, 빗물정원, 이끼정원, 그늘정원, 목련+만병초정원, 폐허정원으로 구성된다. 최정화 작가가 전체 공간의 콘셉트를 잡고, 더가든이 정원 설계 및 시공, 네츄럴시퀀스와 차재가 건축 설계 및 시공을 담당했다.


‘베케’는 ‘밭의 경계에 아무렇게나 두텁게 쌓아놓은 돌무더기’를 의미하는 제주말이다. 밭을 일구며 나온 돌들로 밭담을 쌓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나오는 돌을 밭의 경계에 계속 쌓아 올리다보니 일반 밭담보다 높고 두터운 형태의 ‘베케’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베케’의 성근 돌 틈 사이로 풀과 나무가 자라나고, 건조한 바람을 막아주는 돌담과 나무의 그늘이 이끼가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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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건물 내부에서 바라본 베케정원 내부의 이끼정원과 빗물정원의 모습


김 대표는 20여 미터의 작은 폭의 고가 위에 원시 숲 속 식물이 자라고 있는 뉴욕 하이라인을 ‘베케정원’의 모티프로 삼았다. 김 대표에 따르면 하이라인은 빌딩을 그늘도 되고 바람도 부분적으로 막아주는 숲처럼 이용했다. 또한 구조물을 나무의 수관처럼 이용해 빛과 바람을 막아주고, 물이 들어가도록 해서 아래쪽에 있는 식물이 잘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빌딩이 인접한 곳은 숲으로, 그 전은 야생으로 두어 초원으로 들어가서 숲이 나오는 시퀀스를 이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수많은 사람이 하이라인에서 감동을 받는 이유는 시퀀스에 있다”며 ‘베케정원’에서도 경관의 시퀀스를 이루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건축재료로는 제주 화산석과 검은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건축 시공에 앞서 재료를 혼합해 컬러와 강도 실험을 했다. 기존 창고 건물과 콘크리트를 시험시공한 곳에는 폐허정원을 만들었다. 폐허정원의 스케일을 맞추기 위해 한 곳은 땅을 높이고 한 곳은 녹슨 스틸그레이팅으로 균형을 맞췄다. 억새와 수크령으로 역광이 비췄을 때 폐허정원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극대화되도록 연출했다. 

 

‘베케정원’의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고사리정원으로 만들어 초원에서 좁은 통로를 들어가 문을 여는 순간 숲 속에 들어온 느낌이 되도록 연출했다. 이끼정원과 빗물정원은 물이 모이도록 하나의 영역을 구축했다. 하나로 이어지면서도 각자 다른 경관이 만들어지도록 했다. 돌과 흙을 번갈아 놓는 과정으로 지형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틈을 만들어 식물을 심었다. 이끼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물은 많되 배수가 원활한 토양을 만들고, 포복성과 직립성 두 가지 형태의 이끼를 넣었다. 


김 대표는 식물원에 근무하던 젊은 시절부터 사람들이 낮은 높이에서 식물을 겸손하게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에 ‘베케정원’ 카페 건물의 창 높이에서 바로 녹지 지면이 연결되도록 건물 바닥 높이를 80센티미터 낮춰 눈앞에 자연이 펼쳐지게 연출했다. 베케정원은 4개의 높낮이 차이를 두어 같은 정원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건물 내에서 밖을 내다보면 빗물정원의 바닥이 보이지 않도록 지형에 변화를 주어 공간에 깊이감을 더했다.


김 대표는 “우리는 아파트든 공원이든 큰 나무를 심는데, 아무리 큰 나무를 심어도 건물에 압도된다. 큰 나무 위주로 심어 공간이 아름다운 게 아니라 비싼 나무가 아름다운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며 “하이라인은 R10 이하의 나무를 심었다. 그럼에도 뉴욕의 빌딩숲에 비해 부족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작은 식물로 콘크리트를 이기는 것은 선(line)에 달려 있다. 물성이 다른 두 가지를 합쳐놓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선이 잘 맞는 나무를 선택하면 예술적인 공간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베케정원을 만들 때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공간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최정화 작가는 ‘일본은 치밀하게 치밀하게, 한국은 치밀하지만 엉성한 게 아닌가’란 의견을 냈다. 치밀하고 엉성한 게 무엇일지 고민했다”며 “베케는 치밀할 수가 없다. 엉성하다. 집과 정원을 치밀하게 만들어서 일본의 이끼정원과 다른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축을 틀고 좁지만 굴곡진 곳을 내려가서 팠을 때 한눈에 보이지 않게 했다. 아슬아슬한 깊이를 연출하고. 다간성 식물을 심어 하나의 나무로도 충분한 풍성함이 느껴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내가 감동을 해야 대중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그런 공간이 보여야 조경이 어떤 분야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건 세계인이 좋아할 것이라고 본다. 조경가가 정원, 생태 등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과 협업하면 앞으로 충분히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당부했다.


강연을 들은 안계동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는 “우리나라는 넓은 땅을 다루고 파헤치고 복구하는 건설 위주로 시작하고 교육을 받아왔다. 넓은 땅을 다루는 데만 익숙해져 정원에 대해 소홀히 해왔다. 조경가가 아닌 원예, 완전 다른 분야 사람들이 조경가보다 더 정원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반성해야 될 문제다”며 “조경의 근본은 정원에 있는 것 같다. 정원에서부터 출발한 조경이 진짜다. 개발의 시대가 끝나가고 정원의 시대가 됐다. 이제 조경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정원을 떠나서는 생존할 수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봉찬 대표는 제주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을 전공했다. 제주여미지식물원 식물과장을 거쳐 평강식물원 연구소장으로 일하면서 식물원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07년 조경 업체인 주식회사 더가든을 설립했다. 생태학을 바탕으로 한 암석원과 고층습원 조성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주요 조성 사례는 평강식물원 암석원 및 습지원(2003), 제주도 비오토피아 생태공원(2006), 상남수목원 암석원(2009), 국립수목원 희귀·특산식물원(2010),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암석원(2012) 및 고층습원(201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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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만 조경설계업협의회 회장, 안계동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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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숲 동심원갤러리에서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가 개최한 '새로운 공간 가치' 특강에는 약 70여 명의 사람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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