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주 ([email protected])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환경부터 국민건강 복지까지 정부의 정책이 미세먼지 저감에만 쏠려 있는 상황에서, 실내 미세먼지 저감 효과뿐만 아니라 심신 치유 효과까지 있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정원 일을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한국정원협회는 1일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미세먼지 취약계층의 복지 증진을 위한 실내정원 보급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광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 환경조경연구실장이 ‘보육시설에 활용 가능한 초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실내정원 조성 방안’ ▲박천호 한국원예치료복지협회 회장이 ‘원예활동과 원예치유’를 주제로 발표하고, 이종석 서울여자대학교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토론을 진행했다.
지정토론자로는 ▲송정섭 한국정원협회 고문 ▲이경진 국립생물자원관 팀장 ▲위지원 보건복지구 보육기반과 사무관 ▲진혜영 국립수목원 수목원정원연구센터장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국장 ▲김철민 한국도시녹화 대표가 참석했다.
남인순 의원은 “일상적인 다중이용시설의 치명적인 미세먼지 저감조치도 절실한 상황이다. 오늘 취약계층 복지를 위한 방법의 하나로 정원 활용 방안을 모색한다. 정원이 복지를 위한 수단으로 치매 예방 및 실내공기질 개선 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면, 효율적인 복지적 수단방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석 한국정원협회 회장은 “식물이 실내에서 초미세먼지를 저감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확실한 과학적 근거와 많은 연구성과가 있다. 미세먼지를 공기청정기로만 저감시키는 것이 적절한 방법인가에 대한 생각을 제고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고 배경을 밝혔다.
“식물 ‘바이오 필터’ 다양한 효과, 공기청정기보다 ‘훨씬’ 낫다”
김광진 실장은 “지금까지 미세먼지 저감대책이 발생원 위주였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미세먼지 절대량은 계속 줄어들었다. 하지만 국민 체감도는 더 늘어난 상황이다. 국민들이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참여를 해서 체감하게 하는 것도 큰 역할이다. 그런 차원에서 식물이 큰 가치를 갖고 있다”며 실내에 식물을 많이 들여놓음으로써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조경연구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제 식물은 ▲잎의 왁스층과 털 등에 흡착 ▲기공을 통합 흡수 ▲양이온인 미세먼지를 식물에서 발생된 음이온과 결합 ▲식물 순환 작용에 의한 VOC(휘발성유기화합물) 변환 등의 기능을 통해 미세먼지 제거에 탁월한 효과를 갖고 있다.
식물에 의한 생활 속 미세먼지 제거 연구는 식물 자체를 활용하는 방법과 기기를 활용한 시스템적인 방법의 두 가지 측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환경조경연구실에서 가시화 기기를 활용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관찰한 결과, 개별식물보다 바이오월 등의 식물 시스템을 적용한 경우 저감 효과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실장에 따르면 식물의 기능을 통해 실내 공기질이 좋지 않을 경우 나타나는 새집증후군 21%, 안구결막충혈증상 14.1%, 아토피성 천식·비염 저감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또한 꽃이 없더라도 식물 자체에서 발산하는 향과 색에 의한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있는 과학적 데이터들이 나와 있는 상태다.
이에 김 실장은 공기정화만을 목적으로 하는 기계식 필터보다는 보다 다양한 효과를 가진 바이오 필터 보급을 확대함으로써 더 적은 비용으로 보다 많은 사회적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먼저 바이오 필터는 이산화탄소 저감, 산소 발생, 스트레스 감소, 상대습도 증가, 정서적 안정 효과를 줄 수 있지만, 기계적 필터는 이와 같은 기능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미세먼지 제거 효과는 기계적 필터가 바이오 필터보다 우수하지만, 휘발성물질(VOC)의 경우에는 바이오 필터가 더 우수하다는 점을 들어 공기청정기와 식물의 장점을 같이 살릴 수 있는 식물 시스템을 적용할 것을 권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공간 부피 대비 2%의 헬스케어식물 도입으로 그린인프라가 잘 갖춰진 실내공간 ‘스마트 그린오피스/그린스쿨’ 구축을 제안하고, 파티션, 벽면, 실내 자투리 공간, 사물함 위를 활용할 수 있는 녹화시스템을 소개했다.
김 실장은 “실내에 공간 부피 대비 2%의 식물을 도입하면 실제로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제도 및 법령 정비 등을 통해 실내 그린 인프라 구축이 확산되면, 미세먼지 등의 공기질 문제뿐만 아니라 일자리와 산업 신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원예 활동, 심신 치유 효과 탁월”… 복지 증진 기여
박천호 회장은 “원예의 개념을 생산에서 사회로 바꾸어야 우리 사회도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 먹거리 중심의 생산원예에서 식물, 인간, 생활환경을 조화롭게 하는 사회원예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때다. 사회원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과 교류다. 생명의 소중함도 알고 생명체에 대한 존중도 할 줄 아는 것이 사회원예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사회원예가 치유를 넘어 치료까지 나아갔다는 보고가 있다. 사회원예 발달과 함께 원예치료가 입증되기 시작했다. 처음 원예치료는 미국 상이군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정신적, 육체적 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원예 프로그램을 진행했더니 모든 면에서 좋은 효과를 나타났고 사회로 복귀하는 데 이상이 없었다. 이를 시작으로 원예치료 프로그램이 각 나라에서 진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해 식물을 통해 심신의 치유,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데 공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는 것이 박 회장의 설명이다. 그러던 것이 분석과학의 발달로 원예활동을 조직적으로 프로그램화해 나갔을 때 치료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각 나라에서 전문적인 연구가 시작되고 대학에 학과까지 신설되기 시작했다. 미국 정신질환자, 신체장애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원예치료가 심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인정해서 국내에서도 관련 분야에 대한 예산 지원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박 교수는 “원예치료는 생명을 매개체로 하고, 감각을 자극한다. 상호 역동적이며, 창조적 파괴가 가능하다. 본능적 그리움에 바탕을 두며 생명을 직접 돌본다는 특성이 있다. 학제 간 연구를 통해 식물을 다루는 가운데 복지 증진을 이룰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에 자리 잡아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원, 복지에서 간과해선 ‘곤란’
토론에서 송정섭 고문은 “정원이 육체적인 운동도 되지만 생명까지 다뤄 심신의 치유 효과가 실제로 있다는 것이 과학적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지만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어린이나 노인 등 취약계층의 생활공간에 실내정원 조성을 의무화하고, 치매전문요양병원, 장애인병원 등의 병원에서 치유정원사 등을 1인 이상 고용하는 규정을 만들면 일자리도 창출하고 복지 차원에서 정원 시장이 커질 것이다”고 제안했다.
진혜영 센터장은 “2016년 영국 보건부는 예산 1/3을 정신건강서비스케어에 썼다. 원예치료가 처방으로 내려져 정원에서의 활동이 치료로 이어진다. 정원 프로그램에 12주 동안 참석한 사람들의 생활만족도가 100% 올라가고, 병원 방문율 40% 떨어진 것으로 나왔다. 94% 참가자가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답했다”며 정원에서의 활동이 실제 보건복지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는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이어 진 센터장은 “식물 소재, 정원 활동이 삶의 만족도를 높여준다는 의미에서 취약계층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한 요소다. 원예, 조경, 복지, 정원, 환경까지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는데, 연구와 기술 개발에 있어 부처 간 협업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할 타이밍이다. 법이 먼저 만들어지고 정책이 되면 좋겠지만, 모든 것들이 하나의 보건복지 차원, 건강 차원에서 정서적으로,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과 실마리가 필요하다”며 부처 간 협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지언 국장은 “실내공기질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공기정화장치를 지원할 수 있다고 법에 명시돼 있지만, 식물이나 실내정원을 가꾸는 것은 그렇지 않다. 고농도미세먼지가 오면 미세먼지 공포론으로 예산이나 공기청정기가 보급된다. 1년에 몇 번 안 되는 미세먼지 때를 대비해서 예산 들여서 모든 교실에 다 깔겠다는 것인데 그게 효율적인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이 국장은 “미세먼지가 심각한 때를 기준으로 공기청정기를 보급하는 것보다 평상시 실내공기를 관리에 초점을 맞춰, 실내식물이나 정원을 넣는 상시적 관리방안이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철민 대표는 실내정원 시장의 측면에서 접근했다.
김 대표는 “유아교육기관은 물리적 공간이 아이들의 마음을 바꾼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식물을 경관적으로 보던 시대에서 공기정화, 여가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도입 기회가 생겼다. 유아교육기관 실내에 가용 면적이 없다. 벽면녹화는 협소한 공간을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다. 우리는 제3의 공간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기정화기가 모든 것의 대안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을 때 아니라고 하려면, 녹화시스템의 성능표준을 만들어서 그 표준에 근거해서 관련 제품을 쓰면 어떤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제시해야 한다. 농진청에서 미세먼지 저감뿐만 아니라 구조 안전, 폭염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뢰성 높은 객관적 성능평가기준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