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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순환 선도도시’도 물난리… 왜? 빗물 전문가 한무영 교수 “홍수 피해, 빗물관리를 못해서”
  • 이형주 (jeremy28@naver.com)
  • 입력 2020-08-03 14:27
  • 수정 2020-08-0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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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순환 선도도시 개념도 (자료=환경부 제공)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집중호우로 전국에 물난리가 난 가운데,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선도 모델로서 사업을 추진한 ‘물순환 선도도시’들조차도 물난리를 피해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국에 내린 이번 집중호우로 인해 사망 6명, 실종 8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현재 집계된 인명피해는 부산 3명, 울산 1명, 대전 1명, 김포 1명이다. 이 중에선 환경부 ‘물순환 선도도시’ 사업을 추진하는 도시들도 포함돼 있어 충격이 더해진다.


대전광역시에서는 침수로 인해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아파트와 주택 100여 가구와 차량 수십대가 침수되고 병원 응급실과 공공 사업소가 침수돼 업무시스템에도 공백이 생겼다. 대구 동구 전지역은 호우경보가 발동해 안전지대로 대피하는가 하면 대전역, 동산, 대동, 원동, 소정, 만년(성심병원방향)지하차도 및 대전천하상도로 전구간이 전면 통제되기도 했다.


울산광역시는 불어난 하천에 운전자 1명이 휩쓸려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은 남구의 여천천이 불어나 산책로가 물에 잠기고 일부구간 도로가 침수됐으며, 동구 현대미포조선 인근 방어진순환도로에 흙이 쏟아져 내리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광주광역시 남구는 도로가 침수돼 근처 상가와 지하철까지 피해를 입었으며, 동구 도로는 흙탕물로 뒤덮였다. 건물 뒤 옹벽이 붕괴되면서 빗물이 유입된 사레도 있으며, 인근 축대가 무너져 주차된 차량이 파손되는가 하면 나무가 쓰러졌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경북 안동에서는 시내 곳곳이 침수되고 산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녹전면 원천리에 내린 집중호우로 간이 교량이 유실됐으며, 곳곳에서 나무가 쓰러지면서 일부 지역의 교통이 통제됐다. 풍산읍내 일대에서는 10여 개 상가가 침수피해를 입었으며, 일부 도로가 물에 잠겼다. 김해시는 주택 일부가 침수 피해를 입었으며,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옹벽이 무너져 인근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일었다.


광주광역시, 대전광역시, 울산광역시, 경북 안동시, 경남 김해시는 지난 2016년 6월 환경부로부터 ‘물순환 선도도시’에 선정됐다. 이 5개 도시는 환경부의 국비와 한국환경공단의 기술검토를 지원받아 2017년부터 2020년부터 4년간 총 1231억 원의 규모로 물순환 개선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2017년에는 도시별로 물순환 개선목표와 실행계획을 담은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2017년부터2020년까지 물순환 취약지역에 대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물순환 개선사업을 도시 전체로 확대하는 것이 환경부의 목표였다.


시범사업 뿐만 아니라 물순환 관련 정책과 개별사업들을 각 지자체가 통합적·순차적으로 추진하면서 도시 물 문제를 개선해나가는 사업이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도시별 물순환 개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빗물 분산관리를 규정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신규 개발과 건축사업, 도시 정비사업 등을 추진할 때 일정량 이상의 빗물을 침투‧저류시키도록 의무화하거나 권고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4년 동안 사업을 추진했음에도 큰 물난리를 겪은 이유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 완공되지 않아 효과를 볼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한 곳은 지난 달 착공했고 나머지는 8월 중 착공 계획이다. 도시별로 기본계획이나 정책, 도시 물순환 현황 조사 등 행정절차가 지연되면서 사업이 늦어졌다. 2021년쯤 준공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수가 완전히 배제되는 침수사업은 아니다. 하지만 도시의 취약한 물순환 기능 회복을 위한 차원에서 관련 기술을 적용하는 물순환 선도도시가 다른 방재사업 등과 연계된다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빗물 전문가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이에 대해 “물순환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하는데 홍수저감이란 정량적인 목표가 없다. 물순환은 기존 도시 전체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개발하는 곳 일부 면적에만 해 놓으니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해서 그 결과가 홍수로 나타난 것이다”며 “절름발이식 물순환”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한무영 교수는 “매년 홍수 피해가 발생하는 건 빗물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빗물관리를 이야기해야 물관리나 기후변화 문제의 실마리가 잡힌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 교수에 따르면 소홀한 빗물관리가 홍수, 가뭄, 폭염, 산불 모두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담당하는 전문가는 물론 학자, 정책시행자들이 근본 원인인 빗물관리를 이야기하지 않으니 매년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홍수 때는 빗물을 빨리 버리라는 이야기만 하고, 가뭄 때는 지하수를 퍼 쓸 이야기만 한다. 홍수와 가뭄을 통합해서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비가 올 때 모아두면 홍수를 줄이고, 가뭄에 쓸 수 있다. 우리나라의 특성상 산에서 빗물을 잡는 것이 홍수, 가뭄, 산불 방지에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도시에 물 문제가 있다고 도시에서만 잡으려 할 것이 아니라, 산에서 빗물을 잡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도 이야기했다.


서울이나 한국의 다른 도시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산의 면적이 넓으니 거기에 들어오는 빗물도 많고 깨끗하다. 경사에서의 계단식 논, 다단계 소형 저류조, 턴널 저류조 등 모든 방법을 사용하면 유연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 한 교수의 설명이다.


한 교수는 “동경, 대판과 같은 일본의 도시는 평지라 땅속에 깊은 터널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위치에너지도 잃고, 수질도 더러워지니 다시 사용하려면 처리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빗물을 모을 때는 깨끗한 빗물을 위치에너지를 유지하면서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 교수는 “2019년 개정된 녹색성장기본법에서는 적극적인 빗물관리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환경부는 적극적으로 빗물관리를 안 하고 있다”며 환경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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