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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수첩] 표류하는 조경학, 어디로 가오리까
    얼마 전 안양으로 예비군훈련을 다녀왔다. 지난해까지는 마포구 망원동 소속이라 고양에 위치한 훈련소로 훈련을 받으러 갔다. 올해 초 관악구 신림동으로 이사하고 주소지를 옮겼다. 신림동은 안양에 있는 훈련소를 이용해야 해서 낯선 곳으로 훈련을 받으러 가게 됐다. 예비군 통지서와 인터넷, 지역주민의 안내를 통해 약 2시간이나 걸려 겨우겨우 훈련장에 도착했다. 요즘은 9시에서 1분만 초과해도 들여보내 주지 않아 시간을 넉넉히 잡아 여유롭게 갔다. 근처에 훈련장이 여러 개 위치한 경우 혹시나 훈련장을 잘 못 찾는다면 다음에 다시 가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연차가 아무리 찼더라도 신분 확인을 끝낼 때까지는 조금은 졸이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된다. 다행히 주변에 다른 훈련소가 없어 맞게 찾은 듯 했고 각 동별로 구역을 나눠 신분 확인 및 접수를 진행했다. 신림동 줄에 서서 기다리다 내 차례가 왔는데 어찌된 일인지 명단에 내 이름이 없었다. 조교가 아무리 뒤져보고 검색해 보아도 난 신림동 소속이 아니었다. 접수가 끝난 서림동 소속 접수대에서 미접수자 명단을 방송해 간신히 내 위치를 찾았다. 알고 보니 신림동은 과거 행정구역이 13개로 나눠져 있었고, 현재 13개 동이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분리된 것이다. 사는 곳 주소는 분명 신림동이지만 행정구역상 나는 서림동 주민센터에 속한 주민이었다. 분류가 애매하지만 어쨌든 명확한 소속을 찾아 안정을 찾았다. 최근 조경학과는 학문영역의 소속이 불분명해져 불안한 상황이다. 한국연구재단은 산림과 조경을 통합된 학문으로 분류하고, 교육 정책의 근거자료가 되는 통계청 한국표준교육분류에서도 조경은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지 못했다. 심지어 타 분야에서 주장하는 ‘조경 건축’이란 용어가 건축에 속한 한 분야로 분류돼 있는데, 통계청 관계자는 ‘조경’이 틀린 용어가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조경이란 용어조차 정통성을 다른 용어에 빼앗길 처지다. 국내에서는 1970년대부터 조경학과가 만들어졌다. landscape architecture를 조경으로 번역하고 학과를 만들어 40여 년을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공간이 조경의 이름으로 만들어졌고, 조경진흥법이 제정됐음에도 조경이 독자적인 학문영역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조경에 대한 인식을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학문분류에도 여기저기 이름은 보이지만 독자적인 영역은 불확실하다. 빨리 제자리를 찾아야 안정감을 찾을텐데, 조경분야의 대처는 지지부진하다. 조경학이 표류하는 동안 학생들도 흔들리고 있다. 관련 기사를 접한 한 학생은 심각하게 한 마디 했다. “저는 어디로 가야 하죠?”
  • [기자수첩] 다시 요동치는 용산공원, 국토부 책임 ‘정조준’
    서울시와 야당, 시민단체들이 국토교통부와 용산공원 계획안에 대해 강하게 성토하고 나서면서 용산공원이 다시 정치적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8월 23일 국회에서는 서울시와 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산공원시민포럼이 공동으로 ‘용산공원에 묻다’라는 주제로 ‘용산공원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공원 관련 전문가들을 비롯해 김종인 더민주 대표,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 변재일 더민주 정책위원장, 성장현 용산구청장등 굵직한 야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정부에 용산공원 계획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날 제기된 내용은 기존 용산공원 계획안은 사전조사도 없이 나온 졸속적인 계획이며, 국토부가 구시대적인 정부 주도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참가자들은 ▲면밀한 조사부터 시작해 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조성하되 ▲계획부터 조성, 운영관리까지 시민참여 방식으로 전환하여 ▲각종 추가된 계획으로 줄어든 터를 온전하게 회복해 공원을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한마디로 “기존 용산공원 계획안은잘못된 계획이므로 판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꺼낸 카드가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의 전면 개정이다. 조명래 교수는 최초로 조성되는 국가공원인데도 국가성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면서, 이법에 ‘국가공원’의 성격을 정의하자고 말했다. 그리고서울시가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시민 주도방식, 터 복원, 장기적인 계획 수립 근거, 시설 이전방안 등을 규정하자고 했다. 안타깝게도 모든 잘못의 원인은 국토부를 향하고 있다. 지금 용산공원 사업은 “국토부 담당 공무원과 친국토부 전문가, 영혼 없는 용역사가 주체가 되고, 시민은 그저 관객”이라면서, 국토부의 폐쇄적인 조성과정에서 문제를 찾는 분위기다. 사실 국토부가 이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주장은이미 있어왔다. “공원을 만들어 본 적도 없는 국토부가 용산공원을 만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인데, 국토부 입장에서는 뼈 아픈 지적일 수도 있고, 중앙부처가 직접 공원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강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정치적 의도라고 폄훼하기에는 그간 도시공원에 등한시한 국토부의 행적을 부인하기 힘들 것이고, 중앙부처가 공원을 만들 필요가없다는 입장이라면 용산공원을 못 내놓을 이유가 없는 셈이 된다. 무슨 답변을 해도 국토부가 ‘자가당착’에 빠지게 됐다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녹색 패러다임에 대한 국토부의 전환적인 모습은 언제쯤 볼수 있을까
  • [지자체탐방] 어린이대공원 동시대 어린이와 접속을 꿈꾸다
    “박정희 대통령의 어린이대공원과 내가 생각하는 어린이대공원은 다를 것이다. 당시에는 아이들에게 놀이 공간을 주고 싶었겠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자연을 돌려주고 싶다. 또한 그것이 우리 시대 어린이대공원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1970년대 조성된 어린이대공원은 세월의 두께만큼이나 변화의 외풍도 컸으리라. 공교롭게 현재 서울에 있는 어린이 및 청소년 인구가 1960년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져서 160만 명이란다. 하지만 500만 시대의 160만 명과 지금 1000만 시대의 160만 명은 분명 다르다. 이강오 어린이대공원 원장은 공원이 겉으로 보기에는 변하지 않는 것 같아도, 사실 인구나 사회나 경제의 변화만큼이나 공원 밖 세상과 호흡하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변화하는 시대마다 공원의 역할이 달라져 왔고, 그 역할에 대해 사회를 향해 외쳐야 하는 몫이 우리에게 있다고 했다. 어린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세 가지 전략 어린이대공원이 위치한 능동 일대는 기존에 골프장 부지였으며, 박정희 대통령이 처음 어린이대공원을 지으라고 한 것이 1970년으로 알려져 있다. 공식 개장한 것은 1973년 5월 5일 어린이날로, 개장 당시 면적은 71만9400m2였고, 현재는 53만6088m2에 달한다. 이중 시설이 약 39.7%를 차지하고 있다. 2006년에 무료 개방하고 2007년 재조성사업을 시작해 2009년 36년만에 새롭게 조성한 모습으로 재오픈했다. 그리고 최근 어린이대공원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소식이라면 지난해 6월 20일 시민단체 출신 이강오 원장이 부임한 것이 아니었을까. 공개채용 방식 자체도 화제였지만, 이강오 원장이 어떤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도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관료적 조직에 새롭게 수혈된 이강오 원장의 지난 일년을 들여다봤다. 처음 이강오 원장이 부임해서 만든 것은 공원의 혁신안이었다. 기존 혁신안도 있었지만 시장이 바뀔 때마다 내려오는 형식적인 계획안으로 직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다. 그래서 외부 인사가 아닌 내부 직원들의 의견을 담아 6개월간의 작업으로 ‘어린이대공원 발전방향’을 만들었다. 이 안에는 어린이대공원이 어린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 세 가지 전략이 담겼다. 첫째는 ‘지구를 위한 동물학교’다. 지금까지 아이들은 동물을 왜곡해서 봐 왔다. 어린이대공원에 있는 동물들은 서울에 있는 아이들이 태어나서 첫 번째로 만나는 야생동물이다. 이 동물들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야생동물에 대한 평생의 이미지가 심어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야생동물에 대한 정확한 이미지를 보여주자고 한 것이다. 두 번째는 ‘울림이 있고 설렘이 있는 숲과 정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어린이대공원의 가장 큰 자산은 숲과 나무들인데 지금은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다. 훨씬 더 개방적이고, 이용가능하고,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숲으로 탈바꿈시켜 주자는 것이다. 세 번째는 ‘야외놀이 플랫폼’이다. 어린이대공원은 어린이들이 놀기 위해 만든 공간이므로, 가장 매력적인 놀이 공간이어야 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 콘텐츠를 결합시키고자 했다. 기존의 행정이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핸드폰이 게임어플의 플랫폼이듯이, 어린이대공원이라는 공간에 누구든지 프로그램을 끼워넣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동물원을 어찌하오리까…해법은 집단지성 세 가지 전략들이 사연 없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특히 ‘지구를 위한 동물학교’를 내세운 동물원과 관련된 줄거리는 길다. 처음 이강오 원장이 부임했을 때 일부 직원들 사이에는 경계하는 분위기가 존재했다. 특히 동물원은 최근 동물복지운동이 커지면서 문을 닫으라는 외부의 공격이 지속적으로 있었던 상황이었고, 더군다나 시민단체에서 원장이 온다고 하니 더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강오 원장은 동물원 스스로 발전계획안을 짜도록 했다. “다만 현 서울시장의 방향이 세계적 흐름과 다르지 않으므로 배척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시장의 결정이라고 해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하진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렇게 토론을 통해 도출한 결론이 ‘교육 동물원’이다. 직원들이 꺼내 놓은 생각을 모아 놓으니 사실 박원순 시장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구체적인 방향이 다른데, 이것은 충분히 협의해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시장은 가축을 적극 활용하여 어린이체험교육을 하자는 건데, 동물원은 기존의 동물을 가지고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중요한 것은 사람과 동물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다. 과거에 동물을 전시해서 바라보던 엔터테인먼트적 기능이 아니라, 현대 동물원은 오히려 야생동물의 종다양성을 지키는 근거지 역할을 하고 있다. 과연 그런 기능을 어떻게 실현할 것이냐가 이슈이고, 많은 한계가 있겠지만 어린이 교육을 전문화해 간다는 데 합의한 것이다. 이강오 원장이 시민사회에서 늘 해왔던 집단지성을 끌어내어 합치시키는 프로세스가 힘을 발휘한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동물원에 당장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사육사나 수의사들의 역량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인적으로 준비되지 않으면 공간을 바꿔봐야 쓸모가 없다”는 것이 이 원장의 생각이다.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뉴욕의 센트럴 파크도 처음 단체가 조직되는 과정에서는 6~7명으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점점 동지를 끌어 모으면서 공간을 혁신해 갔다. “어린이대공원도 충분히 교육할 수 있는 힘을 가졌을 때, 그 정도의 가치나 스토리가 생기고, 우리 안에 콘텐츠가 쌓이면 기회는 올 것이다.”
    • 박광윤 / 어린이대공원 / 2016년09월 / 97
  • [전통정원] 일본의 명원29 메이지 시대의 정원(4)
    이스이엔 일본 국가지정 명승 이스이엔依水園은 별도의 구역에 조성된 2개의 정원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에도 시대에 만들어진 전원前園이고, 다른 하나는 메이지 시대에 만들어진 후원後園이다. 전원과 후원은 못과 계류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각각 정원이 조성된 시대의 양식적 특징을 잘 표현하고 있어, 한 공간에서 두 시대의 명원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일본 특유의 의장을 지닌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앞에 산슈테이三秀亭(삼수정)라는 당호를 가진 건물이 나타난다. 이 건물은 엔포延宝 연간年間(1673~1681)에 키요스미 도세이淸須見道淸가 만든 별저別邸이다.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엔포 4년에 일본 황벽종黃檗宗의 개조開祖 인겐 류키隠元隆琦(은원륭기, 1592~1673)의 법을 이어받아 우지宇治 황벽산黃檗山 만후쿠지万福寺(만복사)의 제2조가 된 목안 쇼토木庵性瑫(목암성도, 1611~1684)가 이곳에 들러서 정원의 배경이 되는 세 개의 산, 가스가야마春日山, 와카쿠사야마若草山, 미카사야마三笠山의 수려한 경관을 보고 즉석에서 건물에 산슈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산슈테이 앞에 조성된 못은 3산을 배경에 두고 2개의 중도中島를 못 안에 배치하였는데, 호안의 석조나 구도龜島를 상징하는 중도, 못 가에 배치한 등롱 등에서 에도 시대의 작법을 볼 수 있다. 산슈테이에서 두 개의 섬을 연결하는 다리는 3산을 향하도록 방향을 잡아 차경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작법 역시 차경효과를 정원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에도 시대의 개념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메이지 시대에 들어와 못 상부에 스신테이水心亭(수심정)라는 이름의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 본래 의도하였던 차경의 효과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으니 이것은 본래 정원의 개념을 생각하지 않은 탓일 것이다. 후정에서 전정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테이슈겐挺秀軒이라고 이름 붙여진 아담한 규모의 다실이 하나 있다. 이 다실은 엔포 연간에 키요스미 도세이가 건축한 것으로 다실 옆으로 요시키가와宜寸川가 흐르고 있어 맑은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리는 한적한 곳이다. 메이지 시대에 후원을 조성한 세키도 지로関藤次郞는 이 건물을 새로 지은 다실 세이슈안淸秀庵의 대합待合 공간으로 사용하였다고 하는데, 건물 벽면의 원창이나 바닥의 환호丸炉에서 일본 고유의 다실건축의 양식적 특징을 볼 수 있다. 테이슈겐 주변의 다정茶庭은 메이지 33년(1900)에 우라센케裏千家 제12대 종장宗匠 유묘사이又玅斎가 설계하였고, 그가 하나하나 꼼꼼히 감수하여 작정한 것이라고 한다. 이때 작정한 정원은 외정과 내정으로 구성되는데, 편립문編笠門을 기준으로 내정에는 세이슈안이 있고, 외정에는 테이슈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외정과 내정은 후원의 수자지水字池에서 흘러내리는 작은 개울로 인해 공간이 구분된다. 이스이엔이 들어선 이 땅은 도다이지東大寺 앞을 흐르는 요시키가와宜寸川가 통과하는 곳으로, 이 요시키가와의 물은 나라奈良 표포漂布(사라시)의 생산을 위해서는 없어서 안 되는 것이었다. 메이지 시대에 들어오면서 세키도 지로는 표포업을 시작하여 많은 돈을 벌었는데, 그러한 재력에 힘입어 메이지 30년에 산슈테이의 동쪽 편에 새로 산장을 짓고 이름을 스신테이라고 붙인다. 그리고 물 때문에 가업이 성립된 것을 기억하고, 이제 다시 청류淸流에 의지하여 여생을 즐기겠다는 생각으로 산장 전체의 이름을 이스이엔依水園이라고 짓게 된다. 그야말로 함의含意된 뜻이 깊고 풍류적이어서 가히 명원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어 보인다. 이스이엔의 전정은 다실인 산슈테이에 앉아 못과 그것의 배경으로 차경되는 3산의 경관을 관조하는 지천감상식 정원양식과 못에 가설한 다리를 건너고 계류를 따라 형성된 동선을 회유하는 지천회유식 정원양식이 혼합된 정원이다. 산슈테이에 앉으면 못 후면의 언덕과 그 배경으로 3산의 산경山景이 중첩되면서 가시되었을 터인데, 지금은 스신테이가 시각의 전개를 가로막고 있어서 부분적으로 밖에는 차경효과를 얻을 수가 없다. 후원 역시 스신테이에서 수자지水字池의 경관과 후면부에 차경되는 와카쿠사야마若草山를 비롯한 3산과 도다이지東大寺 난다이몬南大門 등을 관조하며 즐기는 지천감상식 정원과 수자지 후면부의 축산과 수자지 그리고 계류를 어슬렁거리며 회유하면서 즐기는 지천회유식 정원이 혼합된 산수정원이다. 이 정원은 교토 우라산케裏千家의 다인인 마에다 즈이세쓰前田瑞雪(1833~1914)의 지도를 받아 하야시 겐베林源兵衛(임원병위)가 작정한 작품이다. 후원은 전원에 비해서 탁 트인 개방감을 느낄 수 있으며, 정원의 면적도 전정보다 넓어 일견 남성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후원의 중심인 수자지의 수원은 정원 옆으로 흐르는 요시키가와에서 끌어들인 물로, 정원 상부 멀리에서부터 물을 도수하여 못 남쪽부에서 폭포형식으로 입수되도록 하고 있다. 수자지 한 가운데에는 중도를 만들었으며, 맷돌臼石로 사와타리沢渡り를 놓았는데, 이것은 후원의 특별한 의장으로 헤이안진구에서 볼 수 있는 와룡교과 유사하다. 중도에는 텐표天平의 초석이 몇 개 박혀 있다. 이것은 이 땅이 본래 도다이지 서남원西南院의 옛 터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땅의 역사성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후원에는 수자지를 조성하면서 파낸 흙으로 축산을 하고, 후면부의 3산과 도다이지 난다이몬의 차경이 방해를 받지 않도록 주로 관목을 식재하였으며, 잔디로 처리하였는데, 축산의 스카이라인이 후면부 3산과 시각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하였다. 이스이엔은 1939년 해운업으로 성공한 나카무라 가문이 매입하여 전원과 후원을 합해서 정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1975년 정부로부터 국가지정 명승으로 지정을 받았고, 네이라쿠寧楽 미술관이 관리하고 있다. 홍광표는 동국대학교 조경학과,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경기도 문화재위원,경상북도 문화재위원을 지냈으며,사찰 조경에 심취하여 다양한 연구와 설계를 진행해 왔다.현재는 한국전통 정원의 해외 조성에 뜻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저서로『한국의 전통조경』,『한국의 전통수경관』,『정원답사수첩』등을 펴냈고, “한국 사찰에 현현된 극락정토”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또 한국조경학회 부회장 및 편집위원장,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 [식재기법] 그늘정원 조성 기법(8) 겨울정원의 백미 만병초원
    국내에서 재배되는 정원식물은 수 천종에 이른다. 전통적인 조경수목을 비롯해 꽃과 열매가 좋은 자생식물들이 많이 재배되고 있다. 최근에는 원예시장에도 국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외국의 다양한 품종 도입이 점차 증가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동절기가 비교적 긴 우리나라에서 겨울정원을 위한 좋은 식물은 아직까지도 많이 부족하다. 전문 식물원에서 외국의 겨울정원Winter Garden의 개념을 도입해 정원을 꾸미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의 이야기다. 여전히 많은 정원에서 겨울은 다소 황량하고 쓸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때문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록교목을 매우 선호한다. 정원에서 소나무를 많이 이용하는 이유 중 겨울철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일 것이다. 더욱이 기후적 요인으로 인해 침엽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상록교목들이 제주를 비롯한 남부지역에서만 월동이 가능한 우리나라의 경우 그 희귀성으로 인해 상록수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높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상록교목이 중심이 되는 정원은 겨울철 볼거리를 위한 대책일 수도 있지만 바꿔 생각해 보면 다른 계절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정원이기도 하다. 상록교목은 정원을 일 년 내내 변화감이 거의 없는 일률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짙은 그늘은 하부식생을 단순하게 바꿔 풍성한 계절성과 다양한 볼거리를 빼앗아 버린다. 이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상록관목이다. 낙엽교목을 중심으로 정원을 조성해 하층의 식생을풍성하게 연출하고 계절의 변화감을 세심하게 도입하되 부분적으로 상록관목을 이용해 하부에서 단단하게 정원의 골격을 잡아주는 것이다. 단 이때 사용되는 관목은 첫째, 내한성이 뛰어나야 하고 둘째, 꽃이나 잎이 아름다워야 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진달래과 식물을 들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마취목으로 불리는 피에리스속Pieris , 다소 생소하지만 일부 마니아층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칼미아속Kalmia, 전문적인 식물원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에리카속Erica 그리고 최근 각광받고 있는 만병초속Rhododendron 등이 있다. 물론 겨울정원을 꾸미는 방법은 다양하다. 잎을 떨구고 마른 가지가 사각거리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소재와 배식디자인을 고민하다 보면 다양한 조성기법이 나올 수 있다. 뚜렷한 사계절이 있는 온대지역은 신의 선물과 같은 것이어서 계절의 세심한 변화감을 잡아내고 표현하는 일은 정원사의 가장 큰 책무일 것이다. 단 필자는 몇 가지 새로운 소재를 활용해 기존의 문제점을 쉽게 개선하고 그늘정원과 연계해 새로운 주제원을 제시하고자 한다. 김봉찬은 1965년 태어나, 제주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을 전공하였다. 제주여미지식물원 식물 과장을 거쳐 평강식물원 연구소장으로 일하면서 식물원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07년 조경 업체인 주식회사 더가든을 설립하였다. 생태학을 바탕으로 한 암석원과 고층습원 조성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 이사, 제주도 문화재 전문위원, 제주여미지식물원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조성 사례는 평강식물원 암석원 및 습지원(2003), 제주도 비오토피아 생태공원(2006), 상남수목원 암석원(2009), 국립수목원 희귀·특산식물원(2010),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암석원(2012) 및 고층습원(2014) 등이 있다.
  • [옥상녹화 A to Z] 정원이와 알아보는 옥상녹화의 모든 것(8) 옥상녹화설계의 실무: 설계의 체크리스트와 평면도
    정원 팀장님!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구의 기후가 변화무쌍해 식물이 생존하기 어려운 여름이었습니다. 장마는 마른장마였고 예년보다 더위가 심각했습니다. 팀장 그래요. 엘니뇨나 라니냐로 인해 그리고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기후가 변동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모두가 몇십 년 만의 이상기후를 경험했고, 극심한 더위와 가뭄, 홍수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죠. 조경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참 어려운 일입니다. 설계하는 우리도 이런 변화를 주시하고 이에 알맞은 설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시작하기 전에 이번 달에 열리는 행사에 관해 설명을 좀 할게요. 9월 26일 서울시청에서 한일 국제 세미나가 진행됩니다. 한국과 일본의 옥상녹화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예요. 참석하면 옥상녹화를 설계하는데 좋은 참고가 될 거예요. 정원 그런 국제세미나에는 꼭 참석해야겠네요. 팀장님도 참석하시나요? 팀장 물론입니다. 제가 이번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와 옥상녹화로 유명해진 세계의 건축물을 설명합니다. 옥상녹화를 통해 생명을 얻고 하나의 걸작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유명한 건축물들을 소개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정원 재미있을 것 같네요. 꼭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팀장 지금까지 설계를 위한 여러 가지 기초적인 지식에 대해 배웠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뉴욕의 조경을 통해 잘 조성된 옥상녹화가 얼마나 많은 경제적, 공간적 역할을 하는지를 배웠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지금까지 배운 것을 토대로 실제 옥상조경을 설계하는 방법을 배워보겠습니다. 우선 작은 상업건물의 옥상을 예로 들겠습니다. 초기 설계의 도면을 보고 문제점을 파악하고 변경된 도면과 실제 시공된 모습들을 보면서 공부하도록 할게요. 먼저 설계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처음에 해야 할 것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정원 알겠습니다. 저도 학교에서 배우고 익힌 실력을 발휘해서 열심히 따라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체크리스트가 무엇인가요? 팀장 옥상조경의 설계를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확인해야 할 항목입니다. 옥상조경설계뿐만 아니라 일반 건축설계에서도 항목은 다르지만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활용해야 합니다. 정원 그렇군요. 설계를 위한 기본 전제조건도 있지만 설계를 위해 확인하고 파악해야 할 사항들이 더 있다는 거군요? 팀장 그렇죠. 물론 이 체크리스트에 없는 부분들은 별도로 다루도록 할게요. 그것은 이미 지어져 있는 건물에 옥상녹화를 하는 경우와 경사형 지붕에 옥상녹화를 하는 것인데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아 별도로 설명할게요. 체크리스트를 한 번 볼까요? 정원정말 설계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사항이 많군요. 알고 있던 것도 있지만 좋은 옥상정원을 만들기 위해 세심한 것 하나하나 신경을 써야 하네요. 하지만 설명만으로는 혼란스러운 것이 있습니다. 사용용도에 따른 구분이나 방수의 문제 등도 쉽지는 않은 것 같고요. 화단조성도 무엇을 확인해야 할지 애매합니다. 팀장 대부분 앞에서 배운 것들이지만 필요한 부분은 추가로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법정면적이나 수목수량은 각 지자체마다, 특정 지구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것은 그때그때 확인을 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리고 일부 지자체는 시에서 정한 수목을 꼭 일정수량 심도록 정해놓기도 합니다. 물론 법적으로 조경 면적이나 수량을 따르지 않아야 하는 건축물도 있고요. 법적 조항은 이전에 배운 대지의 조경이나 생태면적률을 참고하면 됩니다. 정원 그렇군요. 법적 조항을 알아보고 이것을 최소한의 기준으로 삼아 설계를 해야 하는 거네요. 팀장 맞아요. 그리고 사용용도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어떤 때에는 법적 최소기준만 맞춰 시공하려는 경우가 있고, 어떤 때에는 옥상을 가든파티나 야외결혼식이나 야외공연까지 가능한 정원을 조성하려는 경우도 있답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많지 않지만 건축물의 용도나 사용하는 사람들의 취향에 알맞은 설계를 해야겠지요. 회사의 사옥을 설계한다면 직원들의 휴게공간, 운동공간, 업무공간 등을 반영하면 되고, 병원의 옥상을 설계한다면 환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해야겠지요. 또 extensive와 intensive의 개념에 대해서는 교육 초기에 설명했지만 다시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extensive라는 개념은 토심을 낮게 하고 관리요구도를 낮춰 이용의 목적이 아닌 생태적 기능에 충실한 녹화를 하는 것입니다. extensive 옥상녹화는 우리나라에서는 옥탑에 조성하거나 특수한 목적을 위해 조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사용을 겸하는 intensive 옥상녹화를 원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정원 저도 extensive 옥상녹화에 관심은 많지만 제대로 된 사례를 국내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김진수는 다양한 경험을 거쳐 12년 전부터 옥상정원 분야에 전념해 오고 있다. 현재 (주)랜드아키생태조경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독일 ZinCo GmbH사와 기술협약을 맺어 옥상녹화 시스템을 국내에 보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랜드아키생태조경은 도시 집중화로 인해 지나치게 상승한 땅값으로 새로운 녹지 조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옥상 공간을 가치 있게 재탄생시킴으로써 생태조경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고자 한다.
  • [도시생태복원] 도시의 생태적 공간 증진 방안(3) 생태적 공간 증진을 위한 접근 방법
    지난 글에서는 도시에서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생태적 공간을 만드는 방안으로 면적인 공간, 선적인공간, 그리고 점적인 공간으로 나누어 접근해 보았다. 이번 시간에서는 생태적으로 우수한 공간의 보전, 기능이 떨어진 공간의 향상, 훼손된 지역의 복원, 그리고 새로운 지역을 창출해 내는 기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접근방식 역시 도시의 생태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실행하는 방법이 된다. 도시의 생태적 공간을 증진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먼저 생태적으로 우수한 공간의 보전은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접근방법 중 하나이다. 도시차원에서든 택지 차원에서든 생태적으로 우수한 공간은 보전을 원칙으로 한다. 여기서 생태적으로 우수하다는 말은 다양한 생물종이 풍부하게 서식한다는것을 말한다. 보전이라는 것은 개발하지 않고 그 기능이 지속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 지역은 생태네트워크차원에서 주변의 자투리 공간이나코리더로 생물종을 공급source하는 역할을 한다. 당연히 생태네트워크의 구성항목 중에서 핵심지역이다. 보전가치가 높다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보전가치평가가 있다. 생태네트워크를 구성하려는 대상지의특성이나 규모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 비오톱가치평가도 1등급 지역, 법정 보호지역 등이 그 대상이 된다. 이러한 곳이없는 지역을 대상으로 할 때는 상대적으로 가장 보전가치가 높은 곳을 대상으로 한다. 다만 핵심지역이 되는 곳이 항상 1등급 지역 혹은 법정 보호지역일 필요는 없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내가 계획하려는 지역의 특성에 따라서 상대적 보전가치를 평가하고 접근하면 된다. 따라서 새롭게 만든 공간이거나 복원한 지역도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거나 제기능을 한다면 핵심지역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기능이 떨어진 공간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8월 원고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인간중심적이거나생물종이 서식하기 어려운 공간을 생태적으로 만드는 것도 향상의 좋은 방법에 해당한다. 산림의 경우에도 녹지자연도 등급이 낮거나 과거 속성수 혹은 사방용 등으로 외래종 중심으로 식재한 곳도 좋은 대상이 된다.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는 외래 생물종이 우점하거나 칡이나 환삼덩굴과 같이 다른 생물의 생육에 지장을 주는 곳도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자생종이더라도 한 종이 지나치게 밀식하거나 우점하고 있어 다른 생물종의 서식이나 이동에 장애가 되는 곳도향상의 대상이다. 하천은 인공적으로 정비됐거나 위해성 교란이 심한곳을 생태적인 하천으로 복원하는 것이 있다. 엄격한의미에서 이것은 하천 복원에 해당할 수도 있지만 기능적인 측면을 강조해서 생물서식능력을 향상시킨다면 생태적 기능의 향상 기법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기능이 떨어진 공간을 향상시키면 당장은 핵심지역으로서 생물종 공급원의 기능이 약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충분히 제기능을 할 수 있다. 세 번째 방식은 훼손된 공간의 복원이다. 이 방식은이 연재에서 다양한 대상을 소개했었다. 폐철도나 폐도로를 복원하거나 도심의 버려진 공간, 훼손되어 불법 경작만 이루어지는 공간 등이 좋은 대상이 된다.버려져있는 습지나 숲을 훼손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도 당연히 이 기법에 해당한다. 잘 복원된 공간이 생태적으로 우수해져서 도시생태네트워크의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유럽의 경우훼손됐던 습지를 잘 복원해 람사르 사이트로 등록한곳도 많다. 조동길은1974년생으로, 순천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했고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생태복원 및 환경계획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의 대표이사로서 생태복원, 조경, 환경디자인, 경관 등 다분야를 통합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 자연마당 조성 등 생태복원 사업과 남생이, 맹꽁이 등의 멸종위기종 복원 관련 R&D 사업을 이끌고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서 생태복원 분야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 저서로는『생태복원 계획 설계론』(2011),『자연환경 생태복원학 원론』(2004) 등이있다.
  • [옥상녹화] 일본 옥상녹화 단상
    1. 착생양치류 호주의 열대우림 20여 년 전에 방문했던 호주 케언즈에 그사이 스카이레일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모노레일과 달리 전체길이 7.5km의 장대한 케이블카가 열대우림 위에 끝없이 이어지는 시설이다. 옛날에는 케언즈의 산속 관광지인 큐란다(쿠란다)에 가려면, 모 철도 프로그램의오프닝 영상으로 유명한 등산철도를 이용해야 했다. 물론 이 철도는 지금까지도 인기가 많고 상당히 낭만적이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이 단점이다.이와 비교해 스카이레일을 이용하면 큐란다에 도착하는 시간이 절반 밖에 걸리지 않는다.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이긴 하지만, 스카이레일을 처음 승차한 사람들은 도중에 두 개 역에서 내려 열대우림의 보드워크boardwalk 산책을 반강요당한다. 이착생양치류것을 포함하면 1시간 반 정도가 걸려서 철도와 별 차이가 없어진다. 우리는 관광객이기도 해서 가이드의안내를 따라 당연히 보드워크로 향했지만, 되돌아오는 길에 개별 행동이 가능해서 시험해 보았는데, 이역에 있는 관계자에게 “No thank you!”라고 말하고산책 코스를 패스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처음 간 사람들에게 이 보드워크는 놓칠 수 없는체험 포인트다. 이곳은 시간을 더 들여서라도 사진을 찍고 싶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쉽게 들어갈 수 없는 열대우림의 깊숙한 곳을 부담 없이 산책할 수 있다. 이 근처 삼림에는 가시나무와 같은 날카로운 식물들도 있고, 인간을 죽이기도 한다고 전해지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새인 큰화식조(火食い鳥、食火鶏、학명Casuarius casuarius )가 살고 있어서, 아무것도 모르는아마추어가 산중을 걸어 다니는 것은 자살 행위와도다름없다. 그런 위험한 숲을 산책하는 기분이라니! 이런 것을 새로운 경험으로 여길 수 있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산책로는 요소요소에 설치돼 있으며, 퀸즈랜드주 숲의 왕자, 카우리파인 거목이나 열대우림을 대표하는여러 가지 식물들이 잘 보이도록 효율적으로 배치돼있다. 그 중에서도 제일 놀라운 것은 사진과 같이 수목에 붙어 자라는 거대한 착생양치류이다. 현지인들은 ‘basket fern’이라고 부르며, 학명은 Drynariarigidula, 일본에서는 카고시다カゴシダ라고 한다. 한국어로는 드리나리아 리기둘라(고란초과 드리나리아속)이다. 이런 착생양치류의 동료로는 박쥐란이 유명하다. 고란초과 양치류는 케언즈 주변 숲 속은 물론 거리수목에도 대량으로 착생하고 있는 것이 보일 정도로이곳에서는 대중적인 식물이다. 케언즈 주변 열대우림의 수고가 높은 나무에 높은 빈도로 착생하고는 있지만, 이 정도로 거대하게 자란 것은 드물다. 특히 이수목의 상부에 여러 겹이나 다른 주식이 붙어 있어서수분 무게까지 포함하면 나무가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야마다 히로유키는 치바대학교 환경녹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원예학연구과와 자연과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 연구원, 와카야마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부교수를 거쳐 현재 오사카부립대학교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토교통성의 선도적 도시 형성 촉진 사업과 관련한 자문위원, 효고현 켄민마을 경관 수준 녹화사업 검토위원회 위원장, 사카이시 건설국 지정 관리자 후보자 선정위원을 역임했다. 일본조경학회 학회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도시 녹화의 최신 기술과 동향』, 『도시환경과 녹지-도시 녹화 연구 노트 2012』 등을 비롯해 다수의 공저가 있다. 한규희는 1967년생으로, 치바대학교 대학원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일본의 에디(EDY)조경설계사무소, 그락크(CLAC) 등에서 실무 경험을 익혔고, 일본 국토교통성 관할 연구기관인 도시녹화 기구의 연구원으로서 정책 업무 등에 참여해 10여 년간 근무해 오고 있다. 특히 도시의 공원녹지 5개년 계획의 3차, 4차를 담당했다. 일본 도쿄도 코토구 ‘장기계획 책정회’ 위원, 서울시 10만 녹색지붕 추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연구 논문과 업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한국에서는 어번닉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여러 권의 단행본을 함께 감수하고 집필하면서 기술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번역 한규희 _ 어번닉스 대표, 일본 도시녹화기구 연구부 연구원
  • [홍콩으로 떠난 청춘 유랑] 홍콩기행(3): 스트리트 퍼니처 거리의 신스틸러, 스트리트 퍼니처
    첫 홍콩, 거리에서 만나다 지난겨울 환경과조경 통신원 임기가 끝났다. 시원섭섭함을 느끼고 있을 무렵 우연히 ‘홍콩’에 갈 기회가생겼다. 전문가 자문과 함께 자신만의 ‘테마’를 담은여행기를 글로 만들어 내는 기획 답사였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에 잠시 고민했지만 뭐가 대수겠는가. 기회가 없어서 문제지 기회만 있다면 생각없이 질러보는 것도 대학생이기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여러 경험을 통해내 한계를 깨닫고 발전하는 기회로 삼고 싶어 덜컥도전하게 됐다. 물론 이 부족한 원고를 보게 될 독자분들에겐 죄송하지만 미리 양해를 구한다. 어린 꿈나무가 후학으로 자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너그럽게 봐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평소 여행을 다닐 때 거리의 경관을 유심히 관찰하는편이다. 각각의 장소만의 특징이 묻어나기 때문이다.답사 전, 내가 이해하는 홍콩은 다문화국가로 다채로운 거리경관을 이루는 곳이었다. 그 거리들이 어떤 경관을 이루고 있을지, 각 경관을 형성하는 구성요소는어떤 오브제들이 있을지 좀 더 세부적으로 접근해 보기로 했다. 지난 3월 홍콩에 도착한 나는 설레는 맘으로 3박5일동안 기사에 담을 이야기를 모았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멋진 기회를 주신 관계자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일행들 이름을 서로 언급하는 것은 생략한다. 언니 오빠들이 내 맘을 알아줄 것으로 믿는다. 거리 속에서 보물찾기, 스트리트 퍼니처 우리가 여행을 가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살고 있는 장소에서 느낄 수 없는 그 장소의 고유한일상을 느끼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가장 쉬운 방법중 하나는 그 나라의 거리를 걸어보는 것이다. 유명관광지, 오래된 마을, 숙소 앞의 골목 어디든 좋다. 거리는 일상이다. 하루에도 다양한 거리들을 걷고 달린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고, 공간과 공간을 연결해 주는 거리는 도시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있다. 거리의 풍경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 가운데‘스트리트 퍼니처’는 시설물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큰 특징이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가다 만나는 벤치,가로등, 휴지통 등은 보행자의 편의를 위해 도로 위에설치된 시설물을 통칭하는 용어다. 단순히 시설물의역할 뿐만 아니라 지역이 가진 고유의 문화를 설명해주는 작품이 되고, 그 나라의 문화가 되기도 한다.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에서 세계인이 찾는 관광국가로 어떻게 거듭났을까? 거리를 통해 그 과정을 찾아보고 싶었다. 이름이 알려진 수많은 거리 중에서도홍콩의 변화를 뚜렷이 보여주고 있는 세 곳을 선정해봤다. 과거의 모습 그대로 멈춰있는 타이오 마을, 홍콩에서 서양을 느낄 수 있는 스탠리, 깊숙이 자리 잡은 서양의 모습과 중국의 전통적인 모습이 공존하는센트럴의 거리. 그 안의 의자, 계단, 환경그래픽 순서로 3가지 스트리트 퍼니처가 거리에서 가지는 역할을소개하고자 한다. 또한 각 거리의 전체적인 풍경을바라보는 거시적 관점에서부터 관광객의 측면에서 보는 미시적 관점까지 살펴봤다. 1. 워터프런트(Waterfront) _ 윤호준 2. 습지(Wetland) _ 박성민 3. 스트리트 퍼니처(Street Furniture) _ 조유진 4. 식재(Planting) _ 김수정 5. 야간 경관(Nightscape) _ 이향지 6. 영화(Movie) _ 백규리 조유진은 1994년생으로 동신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하고 있다.2015년 ‘환경과조경’ 통신원을 맡아 조경 관련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학생이자 조경인으로서 심도 있게 조경을 탐색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가로경관에 대한 관심이 많다. 여행과 도전을 좋아하여 유랑 중인 청춘이다.
  • 대화론적 도시의 맥락 짓기 저성장시대, 도시재생에서 길을 찾다
    나는 도시재생 일번지라고 할 수 있는 세운상가―정확히 말하면 신성·진양상가―에서 4년째 사무실을 얻어 생활하고 있다. 낮에는 열심히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북적이며 소란을 피우고, 밤에는 거리에 앉아 먹고마시는 사람들이 골목을 점령하는 정신없는 곳이다. 이미 정신없이 소란스러운 이곳을 활성화하려는 계획들은 실패로 돌아갔고, 최근 재개된 세운상가 도시재생사업은 철거 후 청계천과 같은 공원을 조성하려던 조경중심계획에서 공중데크를 보강하고 상업공간화 하는 상업활성화사업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러나내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 데크 공간은 크게 의미가없어 보인다. 진양꽃상가 상인들의 경우만 데크 위로카니발 밴이 올라와야 화환을 실어 나르기 때문에 작년 데크의 구조안전을 이유로 차량을 차단하려고 할때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을 했었다. 주차장으로서의 의미 외에 큰 의미가 없는 공간이다. 막상 상인들과 주민들은 데크를 없앤 삼풍·풍전호텔블록을 부러워한다. 거리가 환하게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물론 어색하게 수리된 삼풍상가의 외관을 나도 좋아하지않지만 원하는 대로 고치고 쓰는 자유로움이 좋다. 세운상가의 공중데크를 억지로 고쳐서 다시 쓰려는이유는 옛 추억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주변의 도시가 변해서 더 이상 주변을 내려다 볼 수 없고,대신 불편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앞 건물의 창속을 들여다보게 되는 공중데크를 보전한다는 것은 계속 변하고 있는 주변 환경과 관계없이 공중데크를 유물화하겠다는 의지 때문인 것 같다. 데크를 없애고 그아래 거리에 좋은 보행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여러가지 상황으로 볼 때 적합할 것 같은데, 반대로 데크의 존재감을 더 강화하고 돋보이게 하려는 생각은 실증적 구조체를 페티시로 만드는 것이다. 지나치게 데크 자체에 집착해 그 주변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 도시란 계속 변화하는 도시다. 옛 것은 유물화하고 박제화하는 대신 마음대로 고치고 바꿔서쓰고, 매일 반짝거리게 닦는 대신 더러워져도 크게 티가 안 나는 거리를 따라 오래된 것과 새 것이 나란히있고, 다양한 배경과 상황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하나의 공유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곳이 좋은 도시다. 옛 건물들을 의도적으로 철거하지도, 보존하지도 않기 때문에 새 건물과 옛 건물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고서로 새로운 의미를 찾아 새로운 관계를 끊임없이 만들어 갈 수 있는 곳이 좋은 도시다. 좋은 도시는 억지로 재생사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체적으로 생명력이 유지되어 끊임없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말도 마지막 말도 없다. 대화의 배경에는 경계가 없다. 가장 깊은 과거와 가장 먼 미래 속으로 연장된다. 아주 먼 과거의 대화 속에서 생성된 의미일지라도 완전하게 이해될 수 없다. 나중의 대화에서 항상다시 재생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화의 어떤 현재 순간에서도 엄청난 양의 잊혀진 의미들이 있지만 나중에다시 기억되어 새로운 생명을 얻을 것이다. 어느 것도완전히 죽지 않기 때문이다.”_ 미하일 바흐찐Mikhail Bakhtin(1895~1975) 대화론적 도시Dialogic City 좋은 도시의 생명력은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모여서로 대화하고 협력하는 다원형 그리고 대화론적dialogic 관계들 속에서 유지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나뿐만이 아닌 다른 이들도 대화의 주체인 것을 인정하고, 다양한 주체들 간의 대화를 통해서 세상을 인지할 수 있다는 사고의 틀이 대화론이다. 대화론적 도시는 통합된 미학이 없어도 아름답고, 일관적인 스토리가 없어도 흥미롭다. 대화론적 사고를 바탕으로 만든 도시는 비종결적 대화가 계속 진행되듯이 지속적인 재생의 능력을 갖고 있다. 억지로 재생사업을 할 필요가 없다. 이와 달리 변증법적 사고를바탕으로 만든 도시는 궁극적으로 닫힌 종결을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자생적이기보다 인위적이고,나눔과 대화보다 대립과 차별을 지향한다. 서울의 많은 부분을 보면 대화적이기보다 대립구조를 갖고 있다. 아파트단지들은 주변의 도시와 구분돼 있고, 주택들도 주변과 차단된 옹벽이나 담장으로 분리돼 사적인 마당과 공적인 거리가 구분돼 있다. 옆집과 대립하고, 옆 단지와 분리하고 경쟁한다. 모든 영역과 지역에서 경계선이 가장 중요하고 나와 남의 구분이 철저하다. 남과 다를수록 존재감이 드러나고, 옛 것을 없애야만 새 것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개발에서 재생으로 변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지금 변증법적 대립을 대화론적 관계성으로 바꾸는 노력이전제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생명력을 가진 도시를 만들 수 없다.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이 바뀌고, 존재의근거를 지속적인 대화 속에서 찾을 때 우리의 도시환경이 근본적으로 거듭날 것이다. 건축가 최춘웅은 최근 범분야적 활동주체로서 건축설계 이외의 영역에 개입하는 건축가들의 단체인 레어콜렉티브(RARE Collective)를 결성했다. 재생(Regeneration), 참여(Activism), 연구(Research), 교육(Education) 분야를 중심으로 서울의 다양한 도시환경적 이슈들을 다루는레어콜렉티브는 현재 최춘웅, 최승호, 표창연, 그리고 이다미 네 명의 멤버로 구성돼 있으며 최근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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