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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탐방] 어린이대공원 동시대 어린이와 접속을 꿈꾸다
  • 박광윤
  • 에코스케이프 201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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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의 어린이대공원과 내가 생각하는 어린이대공원은 다를 것이다. 당시에는 아이들에게 놀이 공간을 주고 싶었겠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자연을 돌려주고 싶다. 또한 그것이 우리 시대 어린이대공원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1970년대 조성된 어린이대공원은 세월의 두께만큼이나 변화의 외풍도 컸으리라. 공교롭게 현재 서울에 있는 어린이 및 청소년 인구가 1960년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져서 160만 명이란다. 하지만 500만 시대의 160만 명과 지금 1000만 시대의 160만 명은 분명 다르다. 이강오 어린이대공원 원장은 공원이 겉으로 보기에는 변하지 않는 것 같아도, 사실 인구나 사회나 경제의 변화만큼이나 공원 밖 세상과 호흡하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변화하는 시대마다 공원의 역할이 달라져 왔고, 그 역할에 대해 사회를 향해 외쳐야 하는 몫이 우리에게 있다고 했다.


어린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세 가지 전략

어린이대공원이 위치한 능동 일대는 기존에 골프장 부지였으며, 박정희 대통령이 처음 어린이대공원을 지으라고 한 것이 1970년으로 알려져 있다. 공식 개장한 것은 1973년 5월 5일 어린이날로, 개장 당시 면적은 71만9400m2였고, 현재는 53만6088m2에 달한다. 이중 시설이 약 39.7%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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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위원회

 

2006년에 무료 개방하고 2007년 재조성사업을 시작해 2009년 36년만에 새롭게 조성한 모습으로 재오픈했다. 그리고 최근 어린이대공원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소식이라면 지난해 6월 20일 시민단체 출신 이강오 원장이 부임한 것이 아니었을까. 공개채용 방식 자체도 화제였지만, 이강오 원장이 어떤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도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관료적 조직에 새롭게 수혈된 이강오 원장의 지난 일년을 들여다봤다.


처음 이강오 원장이 부임해서 만든 것은 공원의 혁신안이었다. 기존 혁신안도 있었지만 시장이 바뀔 때마다 내려오는 형식적인 계획안으로 직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다. 그래서 외부 인사가 아닌 내부 직원들의 의견을 담아 6개월간의 작업으로 ‘어린이대공원 발전방향’을 만들었다. 이 안에는 어린이대공원이 어린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 세 가지 전략이 담겼다.


첫째는 ‘지구를 위한 동물학교’다. 지금까지 아이들은 동물을 왜곡해서 봐 왔다. 어린이대공원에 있는 동물들은 서울에 있는 아이들이 태어나서 첫 번째로 만나는 야생동물이다. 이 동물들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야생동물에 대한 평생의 이미지가 심어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야생동물에 대한 정확한 이미지를 보여주자고 한 것이다.


두 번째는 ‘울림이 있고 설렘이 있는 숲과 정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어린이대공원의 가장 큰 자산은 숲과 나무들인데 지금은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다. 훨씬 더 개방적이고, 이용가능하고,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숲으로 탈바꿈시켜 주자는 것이다.


세 번째는 ‘야외놀이 플랫폼’이다. 어린이대공원은 어린이들이 놀기 위해 만든 공간이므로, 가장 매력적인 놀이 공간이어야 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 콘텐츠를 결합시키고자 했다. 기존의 행정이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핸드폰이 게임어플의 플랫폼이듯이, 어린이대공원이라는 공간에 누구든지 프로그램을 끼워넣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동물원을 어찌하오리까…해법은 집단지성

세 가지 전략들이 사연 없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특히 ‘지구를 위한 동물학교’를 내세운 동물원과 관련된 줄거리는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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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사육사

 

처음 이강오 원장이 부임했을 때 일부 직원들 사이에는 경계하는 분위기가 존재했다. 특히 동물원은 최근 동물복지운동이 커지면서 문을 닫으라는 외부의 공격이 지속적으로 있었던 상황이었고, 더군다나 시민단체에서 원장이 온다고 하니 더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강오 원장은 동물원 스스로 발전계획안을 짜도록 했다. “다만 현 서울시장의 방향이 세계적 흐름과 다르지 않으므로 배척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시장의 결정이라고 해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하진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렇게 토론을 통해 도출한 결론이 ‘교육 동물원’이다.


직원들이 꺼내 놓은 생각을 모아 놓으니 사실 박원순 시장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구체적인 방향이 다른데, 이것은 충분히 협의해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시장은 가축을 적극 활용하여 어린이체험교육을 하자는 건데, 동물원은 기존의 동물을 가지고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중요한 것은 사람과 동물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다. 과거에 동물을 전시해서 바라보던 엔터테인먼트적 기능이 아니라, 현대 동물원은 오히려 야생동물의 종다양성을 지키는 근거지 역할을 하고 있다. 과연 그런 기능을 어떻게 실현할 것이냐가 이슈이고, 많은 한계가 있겠지만 어린이 교육을 전문화해 간다는 데 합의한 것이다. 이강오 원장이 시민사회에서 늘 해왔던 집단지성을 끌어내어 합치시키는 프로세스가 힘을 발휘한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동물원에 당장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사육사나 수의사들의 역량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인적으로 준비되지 않으면 공간을 바꿔봐야 쓸모가 없다”는 것이 이 원장의 생각이다.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뉴욕의 센트럴 파크도 처음 단체가 조직되는 과정에서는 6~7명으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점점 동지를 끌어 모으면서 공간을 혁신해 갔다. “어린이대공원도 충분히 교육할 수 있는 힘을 가졌을 때, 그 정도의 가치나 스토리가 생기고, 우리 안에 콘텐츠가 쌓이면 기회는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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