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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나루 모두의 놀이터 Gwangnaru Everyone's Playground
    지명을 ‘당했다’ 어느 날 갑자기 현상설계에 참여하라는 지명을 당했다. 조경작업소 울이 인정받은 듯해 기뻤지만, 현상설계 공모와는 상관없이 살아왔기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우선 개인적으로 현상설계 과정을 즐기지 못한다. 심사위원의 성향은 어떠하고 어떻게 평가할지, 다른 참여자들은 어떻게 접근할지 추측하는 일은 보이지 않는 상대와 체스를 두는 것과 같다.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결과를 기다릴 때는 과도하게 예민해져서, 떨어지고 나서 갖는 자평은 내 탓이나 남 탓으로 흘러 생산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웬만하면 현상설계는 피하려한다. 게다가 상상어린이공원 현상설계 당선으로 조경작업소 울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단독으로 현상설계에 참여한 적이 없어 자신이 없었다. 패널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요즘의 그래픽 경향은 어떠한지 등 현상설계에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당선은커녕 망신이나 당하지 않을까 걱정됐다. 제출 전까지 영광스러움을 받아들일지 거절할지 사이에서 줄타기했다. 동료들과 어깨동무하며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생긴 어떤 흥이 없었다면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열심히 준비하지 않은 건 아니다. 지명해준 사람과 함께 참여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로, 언제라도 엎을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도 열심히 임했다. 적극적으로 주변의 자문도 구했다. 특히 스튜디오101의 김현민 소장의 도움이 컸다.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패를 다 깠다 심사위원의 성향이나 다른 참가자들의 설계 특성 등 다른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조경작업소 울의 노하우를 총동원해 ‘재미있는 놀이터’를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장소성 반영에 있어서는 ‘한강’, ‘광나루’라는 단어를 만지작거리다, 대상지의 아주 기초적인 특성인 ‘넓게 트인 곳’에만 집중했다. 동네의 작은 놀이터에서 실컷 달리고, 오르고, 매달리기를 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넓게 트인 장소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확신하지 않으면 시도하지 않는 성향이 있어서 혁신적 접근을 잘 하지 않는다. 조심조심 실험하고 확인한 뒤, 확신이 생기면 설계 언어로 채택하고 조금씩 응용하면서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그렇게 쌓인 설계 언어를, 우리가 가진 패를 이번 현상에서 다 깠다. 조경작업소 울이 시도하는 실험의 중심은 수평적으로는 길게 이어지고, 수직적으로는 높아서 경험이 끊이지 않고 중력의 저항이 주는 짜릿함이 있는 놀이터, 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가 함께 노는 통합놀이터 구현이다. 어린이들에게 원하는 놀이터를 그려보라고 하면 태양보다 높은 구조물에서 시작하는 미끄럼틀을 그리고, 원하는 놀이터를 만들어보라고 하면 모든 놀이 요소가 끝없이 이어진다. 동네 놀이터에서 놀이는 뚝뚝 끊기고 모험하고 싶은 마음은 거절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통합놀이터 조성을 주장해오고 여러 시민 활동을 해오고 있는 터라 우리가 디자인하는 놀이터에서는 조금이라도 통합놀이터가 추구하는 가치를 구현하고자 한다. 잇고 모으기, 지형과 구조물의 결합, 모래놀이 공간 놀이터 디자인에서 동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어린이들의 놀이 관찰 결과를 근거로 어린이들이 놀이터 입구에서 제일 처음 어디로 달려갈 것인지, 어떻게 동선이 연결될지 끊임없이 상상하며 가능한 한 동선이 끊이지 않고 연결되도록 한다. 또 어린이들은 외진 곳이나 다른 어린이들을 등지는 곳에서는 잘 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놀이 유발 요소를 배치한다. 어린이들은 그네를 좋아하지만 구석진 공간에 놓인 그네에서는 잘 놀지 않는다. 나도 다른 어린이들을 봐야 하고 다른 어린이들도 나를 봐야 한다. 또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눈에는 산만하다 싶을 정도로 이렇게 놀다가 저렇게 놀기를 반복한다. 언덕에서 오르기를 하다 친구들이 모여 있는 미끄럼틀로 바로 옮긴다. 그래서 놀이 요소들은 가능한 모여 있고 서로 마주 봐야 한다. 대상지가 워낙 넓고 이용 밀도가 높을 거라 예상되어 이용을 분산시키되 외진 공간이 없고, 서로 등지지 않도록 큰 중심, 작은 중심을 두고 중심에서 놀이가 시작되어 퍼져나가도록 했다. 지형을 올려 언덕을 만들고 가장 높은 곳에서 놀이 구조물과 연결하는 설계 언어는 조경작업소 울의 시그니처다. 그간 통합놀이터를 디자인하면서 발전시켰다. 카브(Carve)가 디자인한 네덜란드 헤이그의 멜리스 스토크 파크(Melis Stokepark) 놀이터에서 힌트를 얻었다. 이 놀이터는 링 형태의 콘크리트 언덕으로 경사로를 만들고 경사로와 바닥을 다양한 각도의 경사면으로 연결했다. 휠체어를 타는 어린이들은 이 경사로를 한 바퀴 순환할 수 있고 다양한 각도의 경사면은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오늘은 완만한 경사면에서 오르기를 했다면 한 달 후에는 보다 가파른 경사면에서 오르기를 시도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한국 놀이터는 면적이 작아 멜리스 스토크 파크의 놀이터처럼 언덕 구조물을 높게 만들기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언덕을 높은 놀이 구조물과 결합하는 방식이다. 언덕으로는 휠체어 이용 어린이들의 접근성과 이동성을 높이고, 놀이 구조물에서는 높이 오르고자 하는 어린이들의 욕구를 수용하는 것이다. 광나루 모두의 놀이터에서는 언덕의 경사로와 놀이 구조물을 놀이 네트로 연결했다. 놀이 구조물로 집중될 수 있는 이용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도 있었다. 다른 하나는 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가 함께 마주 보면서 놀 수 있는 공간이다. 휠체어를 탄 어린이에게는 모래테이블이 되고 그렇지 않은 어린이들에게는 모래밭이 되도록 디자인했다. 반원형의 구조물을 높여서 휠체어를 탄 어린이가 직선 구간에서는 모래놀이 공간을 모래테이블 삼아 놀 수 있고, 곡선을 따라서는 경사로를 두어 어린이들이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 모래 놀이 공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설계 언어는 대만과 스웨덴의 놀이터를 답사하며 힌트를 얻어 만든 것이다. 통합놀이터를 고민하는 이들 사이에 암암리에 공유되고 있는 설계 언어인 듯하다. 모래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많고 꽤 넓은 면적이 필요해 시도하지 못하다가 현상설계 바로 전 한 초등학교 외부 공간에 조성할 수 있었다. 이때 얻은 디테일에 대한 노하우를 모두의 놀이터에 적용했다. 설계 변경 그네 공간의 탄성 고무칩 포장뿐만 아니라 현상설계 당선 후 협의 과정과 실시설계를 거치며 빠진 것들, 수정된 것들이 조금 있다. 현상설계를 기획하고 수행한 곳과 공사를 집행하고 관리하는 곳이 달라 소통의 과정이 쉽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공원관리청과 감정적으로 각을 세우는 일도 있었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모두의 미끄럼틀이라는 이름으로 미끄럼틀 없이 어린이들이 여러 방향에서 자유자재로 미끄럼을 즐길 수 있는 언덕을 제안했다. 표면을 강화 콘크리트로 처리해 미끄럼을 탈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위험하다는 공원 관리청의 지적이 반복되다 결국은 시공 단계에서 잔디밭으로 변경됐다. 일본 놀이터를 답사하며 여러 곳에서 보았기에 확신했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설계공모에서 제안했던 그네 공간을 야외 웨딩 공간으로 변경하자는 요구가 있어서 그네 공간을 옮기면서 그네의 수가 줄었다. 입구에 여름철 안개가 나오는 기둥을 여럿 세워 웰컴 놀이 공간을 만들었는데, 공사비 부족으로 빠졌다. 그 밖에 공사비 부족으로 휴식 공간도 변경이 있었다. 이용자의 반응과 놀이터 언어의 확장 광나루 모두의 놀이터는 1호 거점형 놀이터로 2022년 5월 5일 어린이날에 맞추어 개장했다. 서울시의 홍보도 한몫해 이용자가 많았다. 개장 후 열흘간 오천여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블로그를 찾아보니 이용자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미끄럼틀이 높아서 좋다는 평, 그물이 새롭다는 평, 모래 공간이 넓고 모래 공간에 물이 있어서 좋다는 평, 마음껏 뛸 수 있어서 좋다는 평이 주를 이루었고 가볼만 한 곳으로 추천하고 있었다. 현장에서도 긍정적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물놀이대를 해먹 삼아 노는 어린이,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그물놀이대 기둥 끝에 서는 어린이, 처음 만났지만 협력해서 모래밭에 물길을 내는 어린이, 마냥 오르락내리락 뛰는 어린이 등 예기치 못한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반응이 좋아서인지 신문 기사가 많이 나왔다. 기사 내용에는 ‘정해진 형식이 없이’, ‘폭넓은 난이도’, ‘찾을 때마다 경험 쌓기’, ‘나이, 신체 발달 정도,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연령별 흥미 요소’, ‘행동 유도’ 같은 말이 담겨 있었다. 이용자들의 반응이 긍정적인 것도 기쁨이지만 이런 언어가 대중들에게 전달되는 것도 보람이 된다. ‘어린이가 디자인했다’, ‘다양한 놀이 기구가 있다’, 반대로 ‘놀이 기구 없는 놀이터’, ‘위험한 놀이터’ 같은 단편적이고 선정적 언어가 아니라 놀이의 본질을 담으면서도 실천적인 언어가 더 많이 회자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놀이터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높아지고, 궁극적으로는 놀이터의 질적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놀이도시를 꿈꾸며 김연금·기아미 인터뷰 통합놀이터 분야에 발을 들인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처음 관심을 가진 계기가 궁금하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김연금(이하 연) 오래전부터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이하 도시연대)와 일을 많이 했었고, 도시연대는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이하 무장애연대)와 함께 장애 어린이의 놀이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해왔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2015년에 대웅제약과 아름다운재단의 후원을 받은 ‘무장애통합놀이터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서울어린이대공원 내에 꿈틀꿈틀 놀이터를 조성하게 됐다. 배융호 전 사무총장(무장애연대)이 통합놀이터란 단어를 처음 쓰고 개념을 확립시켰지만 당시 연구 자료나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 부족한 상태여서 스스로 공부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개념이나 이론보다는 실제 설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탐구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장애 어린이의 놀 권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통합놀이터라는 단어도 일반 명사로 쓰이고 있다. 통합놀이터의 경우 장애 어린이 부모와 비장애 어린이 부모 사이에서 갈등이 많이 발생할 것 같은데, 이들의 의견을 어떻게 조율하나? 연 갈등이 실질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장애인 시설이라는 점 때문에 통합놀이터 조성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지자체가 더러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주민들이 무조건 통합놀이터라고 해서 반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장애 어린이 부모 사이에서 요구가 다른 경우는 있다. 휠체어를 타는 어린이, 몸을 가누기 힘든 어린이 등 접근성 중심으로 놀이터를 구성하다 보니 발달장애, 시각 장애나 청각 장애 어린이를 둔 부모의 경우, 본인의 자녀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장애의 유형은 다양하지만, 아직 통합놀이터가 모두를 아우르고 있지 못한다. 놀이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장애 유형에 대응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현재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여러 유형의 장애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통합놀이터가 등장하면 좋겠다. 3년 전 조성한 홍박공원 통합놀이터(『환경과조경』 2021년 3월호)와 비교했을 때, 달라졌거나 발전된 설계 요소가 있나? 기아미(이하 기) 둘 다 기본적으로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했다. 지형을 올려 놀이 구조물과 연결하는 방식은 그때와 동일하다. 다만 홍박공원 통합놀이터는 공간이 작아 휠체어 이용자의 이동과 시설물 접근에 대한 고민이 많이 필요했다. 지형과 놀이 구조물을 정교하게 결합해 해결하려 했다. 큰 면적의 놀이터는 모두의 놀이터가 세 번째다. 2018년 뚝섬 한강공원 강가햇살놀이터 프로젝트 당시 큰 면적의 놀이터는 처음이라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이 참 많았다. 다음에 진행한 성동구 어린이꿈공원도 역시 면적이 컸지만, 앞선 경험 덕분에 좀 더 수월하게 진행했고 넓은 놀이터에 대한 감을 조금 익힐 수 있었다. 그때 깨달은 점을 광나루 모두의 놀이터(이하 모두의 놀이터) 에 반영하고자 했다. 면적이 넓은 만큼 난이도와 놀이 요소가 다양해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연 사실 모두의 놀이터에서 대단한 설계 언어를 사용한 것은 아니다. 홍박공원 통합놀이터의 요소를 거의 다 적용했다. 다만 공간을 넓게 활용하며 뛸 수 있고 높이 올라갈 수 있는 등 난이도의 스펙트럼이 촘촘하고 넓어졌다. 장소가 광나루인 만큼 한강의 역사성을 드러내는 설계를 하려다가 그만뒀다. 어린이들에게는 한강의 역사를 아는 것보다 실컷 뛰어노는 게 최고다. 과거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대신 드넓은 공간에서 맘껏 뛰어다니는 경험을 만들어 가는 것이 어린이들에게 더 어울리는 장소성이 아닐까. 놀이터 조성 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이 있다면무엇인가? 반대로 가급적 쓰지 않는 요소가 있다면? 연 어린이의 이동과 놀이의 형태를 먼저 고려한다. 어린이들을 관찰할 때, 놀이터에 온 어린이들이 가장 처음 어디로 달려가는지, 어디서 무엇을 하고 노는지, 다른 놀이로 어떻게 넘어가는지 살펴본다. 가급적 기능이 정해진 놀이 기구는 안 쓰려고 한다. 예를 들어 시소는 어린이들이 응용할 수 없다. 어린이가 기계랑 노는 것이다. 그네나 트램펄린과 같이 몇 명이 점유하면 다른 어린이들은 기다려야 하는 놀이 시설도 안 놓으려고 한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공간에 익숙해지고 응용력이 생기기 전까지는 그네, 트램펄린과 같이 빠른 시간 내에 흥미를 유발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미끄럼틀, 시소, 그네는 놀이터의 필수 요건으로 이야기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놓아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몇 년전 놀이터에 대한 담론이 적극적으로 생겨날 때는 이런 놀이 기구가 뻔한 놀이터를 만들어내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던 탓에 놓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있었지만, 경험이 거듭되면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가는 중이다. 조성 후 새롭게 발견한 어린이들의 활동이나 놀이가 있나? 기 모두의 놀이터가 조성된 뒤 딸과 함께 갔는데, 예상과 다르게 노는 모습을 보았다. 모두의 그물놀이에 그물을 이어주는 기둥이 있는데, 그 기둥을 목표 삼아서 올라가더라. 초반에는 올라갈까 말까 하다가, 소심하게 한 발짝 올라가고, 쭈그려 앉아보고, 괜찮으니 올라가 서 보고, 결국엔 기둥을 거점 삼아 오가며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나갔다. 의도치 않은 발견이었다. 어린이들은 뛰는 걸 진짜 좋아하는 것 같다. 접근성을 높이려고 만든 언덕을 수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어린이들을 많이 봤다. 열심히 뛰어노는 딸에게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봤더니 뛰고 나서 심장이 쿵덕쿵덕하는 느낌이 좋다고 하더라. 연 고등학생인 조카에게 ‘어린이들이 무작정 뛰는 이유가 무엇일까’라고 물으니, ‘뛰기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신기한 걸까’라고 답했다.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어린이들이 맘껏 뛸 수 있는 공간이 그리 많지 않다. 모두의 놀이터에서는 맘껏 뛰어놀라는 마음으로 언덕길을 만들었는데 어린이들이 알아주었다. 모래놀이 공간에서 물을 쓸 수 있게 했는데, 그곳에서 처음 만난 어린이들끼리 서로 협력해 물길을 만들더라. 놀이터 설계 과정에서 어린이나 주민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중요하게 여기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워크숍이 비전문적 의견을 지나치게 많이 수집해 오히려 설계의 틀을 해치는 요소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기 조경작업소 울(이하 울)에서 주민 참여 워크숍을 처음 접했는데, 시간이 거듭될수록 설계 시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흔히 예술은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표현하고 싶은 것을 하는 장르이고, 디자인은 대중의 생각을 반영하고 대중의 이용에 대해서 고민하는 장르라고 한다. 조경가도 디자이너로서 대중의 얘기를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 속에서 논리 구조가 잡힌다. 이용자의 패턴을 파악하고, 공간을 어떤 요소로 활용하고, 누가 쓰는지에 대해 알려면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 필수다. 누군가를 설득할 때 워크숍의 내용이 합리적이고 정확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발주처의 의도도 고려해야 하지만, 설계하는 입장에서 이용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의견을 다 수용하기는 힘들다. 적절한 논의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하나의 방향 으로 모아가는 과정도 필요하다. 연 워크숍 경험이 놀이터를 만들 때 큰 밑거름이 됐다. 물론 주민의 요구가 굉장히 다양해서 그 의견을 조율하고 새로운 시도를 설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꺼리는 이들도 있지만 필요한 과정이라고 본다. 예전부터 주민 참여 커뮤니티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디자이너가 이용 단계가 아닌 만드는 단계에서 설계안을 공개하는 것이 작품을 훼손시키는 일일까. 궁극적으로 공개를 목표로 하는 공공 공간이라면 만드는 단계에서 설계안을 공개하는 게 왜 어려운 일일까. 사회 적 인식을 바꾸고 서로 합의점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의 설계를 남들이 이해하지 못 할 수도 있다. 주민들의 고정 관념이나 익숙한 경험 때문에 설계자의 의도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주민들이 받아들여서 실현했지만 의도한 대로 주민들에게 수용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워크숍은 이러한 시행착오를 배우는 과정이다. 워크숍을 하다 보면 어린이들이 원하는 놀이터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기 현장에서 만난 어린이들이 원하는 놀이터에는 공통점이 있다. 신나게 뛸 수 있고 모험을 즐길 수 있는 놀이터다. 공놀이를 할 수 있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놀이터도 어린이들이 원하는 놀이터다. 이런 욕구를 반영하려고 한다. 하나의 요소로 어린이들의 재미를 충족시키기보다는 언제든 뛰어다닐 수 있고, 올라갈 수 있고, 끊기지 않고 놀이가 이어지게 하려고 노력한다. 연 어린이들은 무엇이든 수직적인 것에 기어오른다. 오르고 난 뒤에는 뛰어내리거나 시원하게 미끄럼을 타려한다. 또 모든 공중에 있는 것에는 매달려야 하고 모든 구멍은 통과해야 성이 찬다. 움직이는 것은 정지시키려하고 정지된 것은 움직이게 하려 한다. 이러한 기본적 요구를 놀이터에서 충족시켜줘야 한다. 또한 재미가 중요하다. 어린이들은 올라갈 때 화끈함을 느끼지 못하면 재미없어 한다. 미끄럼틀 타는 데 스릴이 없으면 안된다. 매일 왔을 때 다른 경험을 하게 해주는 요소도 있어야 한다. 오늘은 60cm 정도를 올라갔다면, 내일은 더 높이 올라가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난이도의 구조물을 체험할 수 있게 공간을 만든다. 놀이터 설계 시 설문과 관찰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연령과 특성이 다른 어린이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요령이 있다면? 연 놀이터 워크숍을 많이 하는데 어린이들에게 원하는 놀이터 무엇이고 어떤 놀이터가 재밌는지 물어보면 ‘높은 미끄럼틀 넣어주세요’, ‘그네 탈 때 재밌어요’와 같이 대답한다. 어린이 각자가 가진 경험과 언어의 한계로 인해 시설물 중심의 답변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물어볼 때 시설물이 아닌 경험 중심으로 답할 수 있도록 질문을 다듬는다. ‘무엇이 좋았니?’ 대신 ‘어떻게 놀았어?’, ‘어떻게 놀 때 재미있었어?’라고 물어본다. 원하는 놀이터에 대한 이미지가 궁금할 때도 ‘어떻게 놀고 싶어?’라고 질문을 던진다. 어린이들이 원하는 감정과 감각을 끌어내기 위해 의성어나 의태어도 많이 쓴다. 어린이한테 ‘그물놀이 넣을까?’, ‘미끄럼틀 넣을까?’가 아니라 ‘원하는 감각이나 느낌이 뭐야?’라고 물으며 다양한 의태어와 의성어를 제시하면, 점프점프, 아슬아슬 같이 역동적이고 위험을 동반하는 언어를 선택한다 좋은 놀이터를 판단하는 기준이 생겼을 것 같다. 기 고민이 보이는 놀이터가 좋은 놀이터라고 생각한다. 그저 단순히 시설물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설계자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이 있어야 한다. 어린이 눈높이에서 어린이의 놀이를 들여다보고, 어린이들을 놀이터에서 어떻게 뛰게 만들지, 어떻게 재미있게 놀게 만들지 늘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당장 이용자의 요구를 완벽하게 맞추지 못한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고민하고 여러 피드백을 통해 발전시켜 나가다 보면 놀 권리의 차원에서, 도시적·사회적 차원에서 좋은 놀이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연 좋은 놀이터의 기준은 시대 흐름에 따라 바뀔 것이다. 지금 좋은 놀이터와 10년 뒤에 좋은 놀이터는 또 다를 것이다. 앞으로는 환경 문제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재료도 자연 친화적으로 바꾸고 자연적 감수성을 키워주는 놀이터로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고무 포장을 대체할 재료가 나오고, 놀이 환경이 다양해지면 좋을 것 같다. 다만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어린이 놀이에 대한 이해와 어린이에 대한 관심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놀이터 전문가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나? 기 놀이터라고 정확하게 구획된 공간도 중요하지만, 어린이들의 발길이 닿는 모든 곳에서 놀이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흔히 우리가 앉을 때 사용하는 의자를 갖고도 어린이들은 놀 수 있다. 이처럼 어린이 친화 공간이라고 해서 놀이터만 만드는 게 아니라, 어린이의 놀이를 고민하고 어린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생겨야 한다. 더불어 울의 일원으로서 우리만의 결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우리가 설계한 여러 놀이터를 보고 같은 회사에서 한 것 같다고 소감을 남긴 블로그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놀이터 설계를 많이 하다 보니 우리만의 스타일이 생겼고, 그게 다른 이들에게도 느껴지는 것 같다. 물론 이러한 결을 언젠가 깨야 할 때도 오겠지만, 우리만의 정체성, 우리만의 결을 만들어가고 싶다. 연 놀이 공간을 도시 차원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출간한 책 『놀이, 놀이터, 놀이도시』(2022)에서도 다채로운 놀이도시 사례를 소개하며 놀이도시의 필요성에 관해 다뤘다. 어린이들에게 놀이터도 중요하지만, 결국 맘껏 놀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여러 단위에서 놀이환경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국가, 중앙정부, 지방정부 등 각각의 단위에서 고유한 놀이 철학을 담아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놀이환경계획을 세워야 한다. 단편적으로 놀이터 조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설계 차원에서 어린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좋은 놀이 환경을 만나게 해야 한다. 좋은 놀이터뿐만 아니라 좋은 놀이 환경 구축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 글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 사진 유청오 프로젝트 총괄 및 책임디자이너 김연금 조경 설계 조경작업소 울(김연금, 기아미, 신정우, 조성빈, 김다슬, 심규희) 조경 시공 티시스 모두의 그물놀이 스페이스톡 모두의 그네, 철봉, 미끄럼틀, 암벽오르기, 줄오르기 예건 발주 서울시 위치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 351-1 일대 면적 5,777.23m2 완공 2022. 5. 조경작업소 울은 설계, 연구, 공유의 선순환 관계를 지향한다. 커뮤니티 디자인을 작업의 중심으로 삼고 있으며, 소외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노력한다. 다양한 사람과의 네트워킹을 지향하며, 어린이 친화 도시, 걷고 싶은 도시, 살기 좋은 도시를 위한 실험을 기획하고 실천하고 있다. 김연금은 약수동에서 커뮤니티 디자인을 지향하는 조경작업소 울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어린이공원에 관심을 가졌으나, 조금씩 놀이, 어린이, 장애인으로 관심의 초점이 옮겨지고 있다. 어린이, 장애인 공간은 결국 인권의 문제임을 매일매일 깨닫고 있다. 기아미는 2013년부터 조경작업소 울에서 주민과 어린이를 만나며 조경 공간을 설계하고 있다. 디자인과 주민 의견, 개인과 공공, 공간과 활동의 균형을 중요시한다. 안전과 모험의 사이에서 모든 어린이가 즐거운 놀이 공간을 만드는 일은 어렵지만 의미 있는 일이다. 공간의 규모와 관계없이 가치 있는 공간을 설계하고자 한다.
    • 조경작업소 울
  • 대유평공원 Daeyupyeong Park
    허허벌판의 땅에서 공원이 되기까지 대유평공원은 수원시가 2014년 2월에 발표한 ‘2030 수원 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옛 연초제조창 부지 일대를 상업, 주거, 공공·업무, 공원·녹지 등의 목적으로 개발해 조성한 근린공원이다.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대유평의 시작은 1795년 정조가 농경 시설 확충과 화성 축조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조성한 대유둔전이다. 20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대유평의 넓은 뜰은 조선 후기 농업 개혁의 중추적 역할을 하며 백성들의 삶의 터전이 됐다. 이후 대한민국의 활발한 산업화와 함께 1971년 KT&G(한국담배인삼공사)가 담배를 생산하는 연초제조창을 조성함에 따라 대유평 일대는 큰 변화를 맞이한다. 한때 1,500명의 노동자가 연간 1,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할 정도로 성업한 대유평은 근대화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담배 산업의 정체기와 해외 공장의 자동화 및 집적화로 인해 연초제조창이 2003년 가동을 중단했고, 폐쇄된 공장과 부지는 20년 가까이 방치되어 도시의 ‘골칫덩이’가 되어갔다. 그 사이 주변 화서역(1호선)을 중심으로 도시가 활성화되면서 부지에 대한 개발 요구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부지 정중앙에 자연을 접하는 동시에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도시재생형 공원 모델을 구현하려는 수원시와 조경가, 건축가 등 전문가의 적극적인 참여로 2021년 대유평공원이 조성됐다. 남기고 연결하다, 그리고 주변을 살피다 설계 시작 당시, 방치된 연초제조창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러 가지였다. ‘수원의 마지막 노른자 땅’이라 생각한 개발론자의 시선, 도시의 ‘흉물’을 없애고 생태적 공간 조성을 꿈꾸는 환경론자의 시선 등 여러 관점이 혼재된 상태에서 조경가로서 공원의 주요 쟁점과 이슈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최선의 대안을 제시하며 여러 이해 관계자들을 설득해갔다. 주요 쟁점 중 첫째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의 문제였다. 연초제조창의 역사·사회·건축적 가치를 세세하게 검토한 후 그중 일부를 남겨 지역 주민 또는 사회적 활동 주체들의 역량과 커뮤니티를 증진시킬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인 111CM으로 재탄생시키는 안을 제안했다. 또한 ‘넓은 뜰’이라는 대유평의 의미를 재해석해 나들마당, 어린이마당, 원형광장의 서로 다른 성격의 오픈스페이스를 주요 거점으로 설정해 공원의 성격을 명확히 했다. 연초제조창 부지에 남아있던 수목은 전수 조사해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그 상태에 따라 독립수 또는 군락 식재로 활용될 수 있도록 구분했다. 이에 따라 소나무, 느릅나무, 느티나무, 백목련, 단풍나무, 청단풍, 회화나무, 대왕참나무, 산수유, 왕벚나무, 은행나무, 호두나무 등 662주의 나무를 존치하거나 공원의 적재적소로 이식해 활용했다. *환경과조경412호(2022년 8월호)수록본 일부 글 백종현 사진 유청오 조경 설계 HEA 조경 MP 김현(단국대학교 교수) 건축 설계 핸드플러스건축사사무소 건축 MP 김준성(건국대학교 교수) 시공 대우건설 위치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948 일원 면적 113,757m2 준공 2021. 11.(1차) 에이치이에이(HEA)는 도시 공간에서 자연을 다루는 창의적인 디자이너를 위한 디자인 회사다. 합리적이고 세심하며 감각적인 자연을 만들어가는 ‘자연감각’이라는 브랜드십을 공유하고 있다. 자연과 도시의 삶의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고 감각 차원의 자연 경험을 창출하기 위한 설계 및 디자인 과정에서 새로운 형식과 방법을 고민한다. 자연의 가치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사회적 영향을 추구하며, 도시 자연의 핵심 가치를 발견하고 공유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 HEA
  • 제주 상예동 근린생활시설 Jeju Sangye-dong Commercial Building Landscape
    답사 봐야 답이 나온다는 생각에 대상지를 찾았다. 부지는 약 700평가량의 덤불이 우거진 경사 지형이었다. 남쪽으로 멀리 중문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바다를 향해 열린 대상지 뒤쪽으로는 인접 필지의 콘크리트 벽체 면에 쌓아올린 허름한 돌담이 있고, 덤불을 헤치고 경사를 따라 부지 경계까지 내려가면 대왕수천이 내려다 보이는 절벽 앞에 다다른다. 그 경계에 팽나무 몇 그루가 온몸에 덩굴을 휘감고 괴로운 듯 서 있었다. 팽나무 앞으로는 절벽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듯한 낮은 제주 돌담의 흔적이 보였다. 모든 조경가가 그렇듯 대상지에서 실마리를 찾고자 노력했다. 바다를 향한 경관이라는 강력한 단서가 있는가 하면, 동굴이 묻혀 제 모습을 보인 적 없는 팽나무, 스러져가는 제주 돌담 혹은 덤불에 가려진 지형의 굴곡처럼 지나치기 쉬운 희미한 시그널도 존재한다. 시그널을 잘 포착하고 증폭해 장면을 연출하고, 이 장면들을 모아 체계와 시퀀스를 구성하고, 다시 이를 강력한 단서인 커다란 경관에 편입시키는 작업이 앞으로의 숙제가 될 것임을 확인했다. 첫수 상예동에 위치한 근린생활시설은 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연면적 1,213m2, 3층 규모의 조형미 넘치는 상징적 건물이다. 건물의 전체 이미지가 경쾌한 천막 구조를 연상시키지만, 실제는 곡면 거푸집을 이용해 정교하게 구축된 콘크리트 구조체다. 구조체의 기둥이 건물의 네 면을 둘러 회랑을 구성하며 건축 내외의 전이와 소통을 꾀하고 있다. 건물의 입지에 따라 외부 공간의 구성이 달라진다. 건물은 남쪽으로 가장 넓은 오픈스페이스를 확보할 수 있도록 북측 경계에 가깝게 배치됐다. 북측 경계로부터 활용 가능한 사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를 두고 건물이 정교하게 자리 잡았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서측 입구 공간, 남측 정면 공간, 동측 내부 공간이 구획됐다. 건축으로 구획된 사방에 각각의 특징을 부여하고 연출을 구상하는 것에서 조경 설계가 시작됐다. 입구 부지의 서측만 도로에 면해 있어 자연스럽게 입구와 주차장은 서측에 배치됐다. 정원과의 시각적 분리를 위해 주차장 테두리에 적정 높이의 담을 조성했다. 재료의 일관성을 위해 게비온 담을 선정하고 내부에 화산석을 채웠다. 주차장에서 건물 입구까지 이어지는 10m가량의 길에서 다른 성격의 공간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싶었다. 인상적인 입구의 핵심은 ‘다리를 건너는 것’이었다. 작은 계류와 수변 식생 공간으로 입구 정원을 구성하고, 이를 통과해 건너 들어오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는 진입 환경을 구성하는 데도 유용했지만, 작은 계류를 대왕수천 방향으로 흐르게 함으로써 대상지 경관을 주변의 큰 경관에 접속시키는 두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환경과조경412호(2022년 8월호)수록본 일부 글 정욱주 사진 유청오 설계 JWL 시공 JWL+서화+쌔즈믄 건축 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 대지면적 2,287m2 위치 제주도 서귀포시 상예동 1156-2 완공 2020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JWL)는 2014년에 설립되어 공원, 광장 등의 공공 공간과 주택, 오피스, 호텔, 연수원, 리조트의 오픈스페이스를 계획하고 설계한다. 뿐만 아니라 정원을 직접 구현하고 있다. 간결하고 심미적인 설계 언어를 통해 조성한 공간이 대상지의 문제 해결을 넘어 동시대의 격조 있는 문화적 산물로 인식되도록 합리적 경관 배치, 감각적 공간 연출을 함께 추구한다. 대표작으로 우란문화재단(2019), 디에이치 아너힐즈 헤리티지가든(2019), DWP 하늘정원(2017), 울릉도 힐링 스테이 코스모스(2017) 등이 있다.
    • JWL
  • 파리공원 리노베이션 Renovation of Paris Park, Seoul
    과거라는 구원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는 속편을 쓰는 것과 같다. 전작이 시원치 않다면 어떻게 쓰더라도 큰 부담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전작이 명작일 경우 고민은 많아진다. 전작의 이야기를 그대로 이어가자니 속편을 쓰는 의미가 없을 것 같고,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자니 속편이 아니게 된다. 1987년의 파리공원을 새롭게 만드는 리노베이션 프로젝트가 그러했다. 파리공원은 한국 현대 조경의 담론에서 처음으로 조경 설계가 작품으로 인정받은 프로젝트로 회자되곤 한다. 명작 앞에서 작가는 존경과 비판의 줄타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줄타기는 양자택일의 문제도 아니고, 존경 두 스푼에 비판 한 스푼 같이 비율을 결정하는 문제도 아니다. 태도의 결정, 이것이 줄타기의 본질이다. 우리는 현재의 과오를 다가올 미래가 해결해주리라 믿으며 모든 책임을 과거에 전가한다. 왜냐하면 과거는 죽은 시간이며, 미래는 희망의 시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달리 생각했다. 그는 우리가 늘 과거를 비판하며 새로운 시간에 희망을 품는 사실이 미래는 항상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한다. 미래를 구원할 유일한 길은 실패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던 과거로 돌아가 버려진 가능성을 다시 찾아내 복원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벤야민에게 과거는 미래의 유일한 구원자다. 1987년의 파리공원은 완벽할 수 없었다. 근린공원이 갑자기 기념공원이 되어야 했고, 시간과 재원 모두 넉넉하지 못했으며, 설계를 구현할 기술과 재료도 한정적이었다. 그러나 과거에서 구원해야 할 대상은 원 설계자들이 품었던, 그러나 이루지 못했던 조경가로서의 꿈만은 아니었다. 옛 도면, 보고서, 인터뷰 기사, 비평, 사진을 수없이 헤아리다 보니 구원해야 할 과거의 꿈을 외진 귀퉁이에서 찾을 수 있었다. 바로 근린공원의 꿈이었다. 파리공원이 명작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사실 근린공원이 아니라 기념공원이기 때문이다. 한국성을 현대적 조경의 언어로 해석하고 이를 프랑스적인 그 무엇인가와 어울리도록 만드는 것이 1987년 파리공원 설계의 과제였다. 지금의 파리공원은 최선을 뛰어넘는 새로운 해답이었다. 그래서 파리공원의 기념성은 지워진 곳을 다시 그려주고 놓친 부분을 채워주면 됐다. 제안서를 준비하기 위한 답사에서 만난 어느 할머니는 그동안 이 공원이 한불수교 100주년을 상징하는 기념공원인지 알지 못했다고 했다. 산책로가 만들어져서 좋은데 계단이 불편하다고, 농구장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청년들이 그늘이 없어 땡볕에 앉아 있는 것이 안쓰럽다고 했다.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난 후 나는 비로소 태도를 정할 수 있었다. 상징 1987년 파리공원 설계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남쪽에는 손님인 프랑스의 공간, 북쪽에는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인 한국의 공간으로 공원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파리공원에서 서울광장과 영지는 한국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서울광장은 삼태극 포장 패턴,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가 조각 타일로 마감된 장식 벽, 전통 식재와 같은 한국적 언어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제 서울광장의 한국성은 여러 차례의 보수를 거치면서 알아보기 어려운 흔적 정도만 남아 있게 됐다. 주인의 자리인 만큼 누가 보더라도 한국적이어야 했고, 동시에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현재라는 시간에 어울려야 했다. 지금의 낮은 담을 전통담 쌓기 방식으로 높여 벽을 통해 공간이 확실히 인지되게 했다. 흑색 전벽돌을 사용하고 절제된 마감 처리를 통해 과거의 차용이 아닌 현대적 감각의 전통으로 느껴지게 했다. 삼태극 역시 현대적으로 다시 표현하고자 흑과 백의 화강석을 사용했다. 사라진 일월오봉도는 화강석에 레이저로 정교하게 다시 그려내고, 그 앞에는 정갈한 한국식 정원을 만들었다. 서울광장은 광장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아담하고 작다. 큰 벽천 뒤에 가려져 숨겨진 느낌의 공간이다. 계단을 올라와야 하고 공원의 주 동선과는 상관없이 북측에 홀로 떨어져 있어 사람들이 찾을 이유가 그다지 없는 곳이다. 공원이 늘 북적이는 주말에도 여기를 찾는 이들은 드물다. 처음에는 소심한 주인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아 대범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바꿀까도 했지만, 공원 한 군데 정도는 아는 사람들만 찾는 조용 한 곳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우리가 손님을 맞이하는 방식은 시끌벅적하게 주최자를 치켜세우며 손님을 맞는 서양의 방식과는 다르다. 있는 듯 없는 듯 약간은 말수가 없고 수줍은 주인이 오히려 한국적 공간에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서울광장은 주말 아침 자전거를 타고 와 텀블러에 담은 냉녹차를 마시며 새소리와 함께 수필집을 읽다가 햇살이 뜨거워지고 아이들의 소리가 높아질 무렵 다시 돌아가는 그런 장소가 되기를 바라며 설계했다. 물 설명서를 보면 원 설계자들은 영지에 큰 의미를 두었던 것 같진 않다. 용상(龍床)과 돈대(墩臺)를 추상화한 벽천이 주인공이고, 영지는 ‘그림자 연못’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벽천을 받쳐주기 위한 배경이었다. 애초에 바라 보는 수경 시설로 계획됐기 때문에 사람의 이용을 전제로 하지는 않은 영지였다. 하지만 1987년 개장하자마자 영지는 물놀이를 하려는 아이들로 가득 찼다. 용상을 상징하는 근엄한 벽천도 아이들의 놀이터가 됐다. 그러다 보니 벽천 주변에는 볼썽사나운 안전 펜스가 쳐졌고, 영지에는 결국 화강석 스탠드가 덧대어졌다. 어떻게 해도 결국 아이들이 차지할 공간이 된다면 아예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과감하게 벽천을 없애자고 했지만 그럴 순 없었다. 그래서 벽천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고 낡아버린 화강석 옷을 바꿔 입혔다. 그리고 펜스가 없어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위압적인 벽천의 경계를 낮추고 계단식으로 완만하게 바꾸기로 했다. 부담스럽게 갑자기 떨어지는 영지의 경계도 손볼 필요가 있었다. 경계의 단을 늘려 물의 면적을 줄이기보다 영지의 바닥 높이를 들어 올려 공원에서 영지의 바닥까지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아예 물놀이가 가능한 바닥분수도 가운데에 만들었다. 아이들이 마음껏 놀려면 보호자가 편해야 한다. 동측의 스탠드도 정비해 부모들이 영지에 풀어놓은 아이들을 보면서 편히 쉴 수 있도록 그늘과 앉을 곳을 최대한 많이 조성했다. 양천구청이 보수 수준이 아닌 전면적 재조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유가 영지 바닥에 생긴 균열 때문이다. 매년 구청은 파리공원 관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영지를 재설계하면서 최대한 유지 관리가 편하도록 바꿀 필요가 있었다. 수조 역할을 하는 구체와 바닥면이 분리될 수 있는 페데스탈 건식 공법을 제안했다. 이러면 포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 구체와 상관없이 쉽게 교체가 가능하며, 반대로 구체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포장을 전면적으로 손봐야 할 일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물이 없으면 자전거나 킥보드를 탈 수 있는 광장이 되고, 물이 있더라도 얕은 수면 위에 주변 풍경이 비치는 이름 그대로의 영지(影池)를 만들었다. 잔디와 나무 사람들은 대개 공원 하면 잔디와 나무가 있는 풍경을 떠올릴 것이다. 어쩌면 공원의 본질은 잔디밭과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일 수도 있다. 원 설계 계획안을 보면 동측에 잔디광장과 총림이 계획됐다. 계획안대로 시공이 안 된 것인지 이후 잔디에 나무를 심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파리공원에는 계획된 넓은 잔디밭이 없다. 요새 외국에서는 잔디밭이 욕을 먹는 추세다. 생태적으로 건강하지도 않으면서 관리가 힘들다는 이유다. 그런데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외국에서 잔디밭의 대안을 찾은 이유는 너무나 많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좋으니까 많이 만든 것이다. 한때 공원의 잔디밭을 보호하기 위해 펜스를 쳤던 우리에게 잔디밭은 아직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공간이며 문화다. 이 공원에 제대로 된 잔디밭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었다. 잔디밭은 비어 있는 공간이지만 도시의 광장처럼 오픈스페이스로서 역할하려면 주변이 잘 구성되어야 한다. 주변에 할 것이 없으면 빈 공간은 버려진 공간이 된다. 그래서 북동측 입구 쪽에 새로운 작은 건물을 배치하고 그 앞에 잔디가 펼쳐지게 했다. 잔디밭 뒤로 운동 공간을 조성했다. 잔디밭 전면은 넓은 물의 공간인 영지로 시원하게 열리게 했다. 잔디밭을 다시 만들기 위해 무성해진 나무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나무를 정리한다는 계획에 어떤 주민들은 심하게 반대했다. 많은 나무가 반드시 건강한 숲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설득해야 했다. 너무 밀식되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나무들을 제대로 솎아주어야 더 건강한 숲을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 했을 때, 어떤 이는 수긍했고 어떤 이들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다. 한편 나무가 적은 곳에 새롭게 나무를 심어 줄 필요도 있었다. 한불마당은 아이들이 자전거나 킥보드를 타기에 최적의 장소인데, 부모들이 앉아 있을 곳이 없었다. 한 가족이 벤치와 그늘이 없어 경계석에 모여 김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 한불마당 경계에 큰 나무들을 새로 심고 그늘과 함께 많은 벤치와 의자를 놓기로 했다. 이 설계가 과하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 나무 그늘 아래 연두색 의자가 가득 놓여 있는 파리 튈르리 정원 사진을 보여줬다. 이게 파리의 공원이라고. 파리에서는 나무 그늘과 의자가 있는 곳이 공원이 된다고. 그러자 그가 파리공원에 만드는 이 공간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프롬나드(promenade)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라고 덧붙였다. 포장 요즘 조경가들은 포장에 별로 신경 쓸 일이 없는 경우가 많다. 기술이 좋아지다 보니 재료 생산과 디자인이 일체화되어 패키지로 제공된다. 오히려 손수 설계하는 것보다 패키지의 결과가 좋을 때가 많다. 1987년에는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재료의 품질도 형편없었고 디자인적으로 활용할 대안도 별로 없었다. 파리공원의 설계자들은 가장 기본적인 재료로 개념을 구현할 포장의 패턴을 생각해야 했다. 그 고민이 담긴 공간이 중앙가로와 한불마당이다. 원 설계의 모든 공간이 중심축을 기준으로 확장되고 변주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앙 가로는 파리공원 설계의 개념적 뼈대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공원에 가보면 계획도에서는 그렇게 강력해 보이던 축이 보이지 않는다. 원 설계에서는 축이 세 개로 분절되고 각각 다른 포장 패턴으로 나뉘었다. 그러면서 존재감이 약화됐다. 그리고 중간에 건물이 들어가고 조형물이 놓이면서 시각적으로도 하나의 축이 사라졌다. 원 설계의 개념을 그대로 복원하기 위해서 중심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닳아서 보이지도 않게 된 바닥의 전통 문양을 새롭게 해석하여 상징성을 복원하기로 마음먹었다. 한국인이라면 모두 한국적이라고 느낄 태극기의 건곤감리(乾坤坎離) 64쇄를 응용했다. 흑백 패턴으로 이루어진 바닥은 의심할 여지없이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이란 강점이 있었다. 시공성을 위해 흑백의 조합을 수없이 테스트하고 64괘 중 여덟 개 괘를 골라 화강석 포장 패턴을 구성했다. 새로운 패턴을 공원의 가장 넓은 공간인 한불마당에도 적용하고 싶었다. 한불마당은 한국과 프랑스를 동시에 상징하는 광장이다. 원 설계자들은 프랑스와 한국의 두 국기에 있는 적, 청, 백의 세 가지 색으로 두 나라의 화합을 상징하고자 했다. 문제는 실제로 적용된 패턴은 프랑스의 삼색기를 떠올리기에도, 태극기를 생각하기에도 애매해 설명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그런 의미가 있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게다가 당시에는 값싼 시멘트 블록에 염료를 섞어 새로 블록을 만들었는데, 지금 기준으로는 고급스럽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중심축에 사용된 괘 패턴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도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화강석으로 한불마당 전체를 재포장하기에 단가가 꽤 비쌌다. 둘째, 보수한 지 얼마 안 돼 폐기하기에는 상태가 양호했다. 셋째, 원형광장에 직선의 괘 패턴을 적용하기 위해 알고리즘 디자인까지 동원해 여러 대안을 마련했으나 현실적 시공 과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고민 끝에 원 설계자에게 도움을 구했다. 담당 소장님은 지금의 시점에서는 적, 청, 백의 색으로 상징을 구현하는 방식이 직설적일 수 있지만, 이 역시도 시대의 반영이니 색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주었다. 그래서 원래 포장 재료를 일부 활용하고 그에 맞추어 지금의 블록에 그때의 안료를 배합해 비슷한 느낌의 새 재료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원래 포장 시공의 방식 그대로 적과 청의 괘를 곡선 형태로 담아냈다. 사람 원 설계안을 보면 현재 파리공원의 모습과 원 설계자들이 생각했던 이미지는 달랐던 것 같기도 하다. 아마도 기념공원의 의미가 더 강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원의 모습을 상상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한불마당을 제외하면 원 설계의 공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피크닉, 휴식, 명상, 산책, 전시 정도로 고상하고 세련된 프로그램뿐이다. 그러나 늘 그렇듯 사람들은 조경가가 생각한 대로 움직이지 않고 저마다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공간을 고쳐 쓴다. 기념 조형 공간 으로 설정한 야외 전시장은 농구장으로 바뀌었고, 명상과 감상을 할 수 있는 영지와 벽천은 아이들의 물놀이터가 됐다. 공원을 도시와 어느 정도 분리하기 위해 만든 경계부의 지형과 녹지대에는 순환 산책로를 만들었다. 조용한 숲속은 생활 체육 시설로 가득 찼고 어르신들을 위한 지압로가 생겼다. 이번 재설계에서 사람들에 대한 내용을 담는 일에 제일 고민이 적었다. 이미 사람들이 정답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늘 인기가 좋아 여러 팀이 대기하는 농구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두 개로 만들었다. 조금씩 늘어나 공원 한편을 차지한 운동 시설을 정리하고 두 개의 운동 공간을 조성했다. 그리고 생활 체육 시설뿐 아니라 제대로 된 근력 운동도 할 수 있고, 유튜브에서 인기인 타바타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과 공간도 만들었다. 문화공원에는 어린이 놀이 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는 이상한 법 때문에 휴게 시설인 그물 네트로 된 아이들의 공간을 만들어주었는데, 예상대로 아이들은 이 공간을 놀이터로 변화시켰다. 시공이 들어가기 직전 어르신들이 단체로 민원을 넣었다고 해서 추운 겨울날 공원에 갔다. 어르신들의 불만은 민원이라기보다 하소연에 가까웠다. 공원 건물이 재단장해 북카페가 된 이후 어르신들이 건물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공원에서 친구들과 만나 바둑과 장기를 두는 것이 낙인데 그럴 공간이 없어졌다고. 총림에 밀식된 나무를 정리하고 그 아래에 둘이 마주 앉아 바둑과 장기를 둘 수 있는 벤치와 테이블을 놓았다. 원래는 체스판이 부착된 시설물이었는데 바둑판으로 바꿔달라고 했다. 나는 겨울에는 어르신들이 새로 지은 커뮤니티 센터에서 바둑과 장기를 둘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경가는 공간을 결정하는 자가 아니다. 이렇게 사용되기 바라는 상상을 하며 설계를 하지만, 어떻게 쓸지는 사람들의 몫이다. 사람들의 바람과 의지에 따라 공원은 언젠가 다시 바뀔 것이다. 도시공원을 고쳐 쓰는 일 김영민·이남진 인터뷰 공모 프로젝트에서 이남진과 김영민의 조합을 자주 보고 있다. 어떻게 팀을 꾸리게 됐는지 궁금하다. 이남진(이하 남)2020년 3월 바이런을 개소했다.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파리공원 리모델링 프로젝트 소식을 접했는데, 워낙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팀원도 적어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때 김영민 교수가 먼저 함께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김영민(이하 영)이남진 소장과는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다. 이남진 소장이 동심원조경에 근무할 당시 ‘서남권 활성화를 위한 국회대로 상부공원 설계공모’에 함께 참여한 적이 있다. 2019년 말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설계공모’를 마무리하고 긴밀한 파트너십을 찾고 있었는데, 여러 회사와 협업해보았지만 나와 잘 맞는 곳을 찾기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다시 이남진 소장과 함께 ‘잠실한강공원 자연형 물놀이장 설계공모’를 진행하게 됐다. 그때의 인연으로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바이런과 김영민의 컨소시엄이라기보다 내가 바이런의 디자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파리공원은 한불수교 100주년 기념공원이자, 조경 설계가 최초로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은 사례다.공원에서 보존할 것, 고쳐 써야 할 것, 새롭게 만들어야 할 것의 목록을 어떻게 도출했나. 영 보통 해외의 공원은 쓰이지 않고 방치되는 경우 리모델링을 진행한다. 하지만 파리공원은 전혀 반대의 상황에 놓여 있었다. 너무 잘 이용되고 있었고, 오히려 지나치게 잘 쓰여서 시설물이 노후된 점이 문제였다. 주민들의 이용률이 높은 데다 파리공원이 한국 현대 조경사의 분기점을 마련한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어서, 이를 잘 고쳐야 한다는 부담감이 엄청났다. 우선 파리공원에 관한 보고서와 논문, 사진, 자료를 보며 공원을 스터디했다. 연구 끝에 원 설계의 큰 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남 양천구청이 파리공원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위한 밑작업을 많이 해놓은 상태였다. 별도의 운영위원회가 꾸려져 있었고, 파리공원의 기본 및 실시설계를 담당한 조경설계 서안에 공모 기본구상 용역을 맡겨 재정비 가이드라인도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가이드라인에 공원에서 보존해야 하는 부분, 기본 틀은 유지하되 소극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 적극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명시되어 있었다. 이를 준수하되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면서 설계를 했다. 영 구청이 요구한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어 영지 콘크리트 바닥은 균열이 생겨 더 이상 물을 받을 수 없는 상태였고, 균열을 메우는 정도의 보수가 아닌 전면적 재조성이 필요한 상태였다. 계획되지 않았지만 주민들의 발걸음을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산책로도 정비가 필요했다. 지역 주민을 관찰하고 그들의 의견을 듣는 것 또한 중요했다. 대학원생들과 함께 공원에 가서 주민들의 행동 패턴을 관찰하기도 하고, 공원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어떤 점이 바뀌었으면 하는지 묻기도 했다. 현장에서 발견한 주민들의 요구, 도면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세심한 부분을 관찰하며 보존할 것, 고쳐 써야 할 것, 새롭게 만들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정리할 수 있었다. 한불수교 100주년 기념공원의 특성상 작은 공간에 프랑스성과 한국성이 어우러져 있다. 여기에 현대적 감각까지 더해야 했는데, 프랑스성, 한국성, 현대적 감각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도록 했는가. 영 원작자의 개념과 의도를 따르되 약간의 변주를 주었다. 일단 파리공원의 공간 구조가 굉장히 독특하다. 공간이 삼각형, 사각형, 원형 등 기하학적 형태를 띠고 있다. 설계안을 들여다보면 한국성과 프랑스성을 어떻게 표현할지, 두 나라의 관계를 어떻게 공간으로 보여줄지에 대한 고민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공간 구조를 바꾸고 한국성과 프랑스성을 새롭게 해석할 경우, 리모델링을 벗어나 완전히 다른 공원이 될 가능성이 컸다. 따라서 원작의 개념을 따르되, 현 시점에서 봤을 때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이나 본래의 의도가 충분히 구현되지 못한 부분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고쳤다. 예를 들어 한불마당은 프랑스와 한국의 국기에서 영감을 받아 적, 청, 백의 포장 재료를 쓴 공간이다. 너무 직설적인 데다가 완성도에 아쉬운 면이 있어 기존 재료와 새 재료를 새롭게 구성하는 방식으로 재조성했다. 이전의 공원과 가장 달라진 점을 체험형 수경 시설, 살롱 드 파리, 미세먼지 안심 쉼터, 체육 시설 확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주민들의 요구가 반영된 공간인가. 남 리모델링의 시작은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데서 출발한다. 공모 단계에서 학생들과 함께 설문조사를 하고, 양천구청에 제기된 민원을 살펴보고,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의견을 들었다. 공원에 찾아가 주민들의 이야기를 엿듣기도 했다. 이들의 말은 어떻게 보면 비전문적 의견일 수 있다. 당장 눈앞의 불편함만을 이야기하는 민원성 의견일 수 있지만, 이를 어떤 식으로 개선해야 할지 판단하는 게 전문가의 몫이기도 하다. 기존 주민 이용 시설을 어디로 옮기는지, 그 대로 유지하되 어떤 부분을 새로 교체할지 등을 최대한 자세히 주민들에게 설명해주려 했다. 다행히 큰 반박이 없었고 대부분 좋아했다. 소수의 편익을 위한 공간에 대한 요청은 가능한 배제했다. 영 본래 설계할 때 개념을 잡고 시작하는 편인데, 이번 프로젝트에는 개념보다는 직관적, 경험적 방식으로 접근하려고 했다. 하루는 공원에 방문했다가 한 가족을 봤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있고 부모가 김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비어 있는 벤치가 없어 결국 경계석에 앉아 김밥을 먹더라. 그걸 보며 광장을 둘러싼 앉을 공간을 충분히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또 공원에는 생각보다 청소년이 많다. 왜 공원에 오냐고 물어보니 학원에 가기 전 남는 시간에 갈 곳이 없다고 했다. 카페에 가자니 돈이 들고, 앉을 벤치가 부족해 공원을 서성이거나 자판기 주변에서 수다를 떨다가 떠나는 것이다. 이들을 위해 기존 운동 시설과는 달리 재미있게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어르신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어르신들이 경로당처럼 쓰던 건물이 북카페로 바뀌면서 머물 공간을 빼앗기게 된 것이다. 이들을 위해 밀식된 나무를 정리하고, 바둑과 장기를 둘 수 있는 벤치와 테이블을 만들었다. 이후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자신들을 위한 공간인 걸 아는지 벤치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바둑과 장기를 즐기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6월호 ‘공원, 고쳐 쓰기’ 특집에서 파리공원를 보여주는 이미지 중 하나로 모네의 화풍으로 그린 서울광장을 보내주었다. 어떤 용도로 만든 이미지인가. 영 직접 그린 건 아니고 실시설계를 담당한 바이런 김영찬 소장이 필터 효과를 이용해 만든 이미지인데, 파리공원의 이미지를 일반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보여줄 때 사용했다. 사실 파리공원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공원에 에펠탑, 개선문 같은 직설적 오브제들이 놓여 있는데도 말이다. 주민설명회 프레젠테이션 마지막 장에 이 이미지를 넣었는데 호응이 아주 좋았다. 말로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시키기 어려운 공원의 프랑스성을 한 장의 이미지로 보여줄 수 있었다. 공원 조성 후 살롱 드 파리에서 열린 전시에서 샹송을 틀어놓았다. 1차원적 표현이지만 주민 입장을 생각했을 때는 필요한 장치이기도 하다. 양천구청의 지원을 받은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남 양천구청은 행정적,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해줄 수 있는 부분은 전부 지원해줬다. 이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구청이 조경가를 전적으로 믿고 의견을 존중해주었기 때문이다. 경험상 조경가들을 끝까지 믿고 그들이 현장에 관여할 수 있게 해준 프로젝트가 잘된다. 현장에서 임의로 수정되어 시공되는 부분 없이 모두 우리의 검토를 받아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남은 후반 작업에 필요한 인건비, 경비를 생각하면 막막하다. 공모 진행 당시보다 공사비가 두 배 이상 증가했는데, 설계비는 증액되지 않았다. 박윤진·김정윤 소장(오피스박김)이 “서울에서 공공 공간을 설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서울공예박물관’, 『환경과조경』 2021년 10월호)라고 말한 적 있는데, 공감한다. 대부분 설계가 끝나면 다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설계 이후에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제대로 된 금액을 받지 않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나쁜 선례를 만드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영 공무원의 역할이 컸다. 파리공원은 구청장의 공약인 프로젝트였고, 그만큼 여러 이해관계와 요구 사항이 얽혀 있을 수밖에 없다. 무리한 요구에 대응하지 않을 수 있게 양천구청이 많은 배려를 해주었다. 막바지에 추가된 음악분수는 사실 이러한 요구로 인해 만든 공간이다. 공사 기간이 짧아 고생했지만 주민들은 좋아하고 있다. 최근의 공원 리모델링 프로젝트들이 도시공원의 보존·재생 등에 대한 충분한 학술적·이론적 연구 또는 사회적 동의·공감대 없이 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목동 중심축 5대 공원 리모델링 사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남 리모델링의 정의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벽체 하나만 남기고 모두 고치는 것, 원형을 거의 그대로 남기고 마감만 새로 하는 것 모두 리모델링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공원 리모델링을 공모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의 계약 범위에서 설계가 가능한 회사에게 리모델링을 맡기면, 공무원과 주민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간 수동적 설계가 이루어질 확률이 크다. 파리공원의 경우, 공모 기본구상 용역과 별도의 운영위원회가 있어 큰 도움이 됐다. 공모가 열리고 오래된 도시공원을 어떻게 리모델링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영 도시공원의 리모델링은 아카이브 이슈와도 관련된 문제다. 리모델링에 앞서 당연히 충분한 학술적 이론과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현재는 아카이브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연구를 하려면 자료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공원 리모델링은 아카이브 작업이 끝날 때까지 하면 안 되는 것인가. 지금 당장 진행해야 하는데 아직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으니 마냥 미뤄두어야 하는 것인가. 10년 뒤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아카이브가 완성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리모델링에 바람직한 답을 주는 건 아니다. 참고가 될 뿐이다. 외국의 경우, 설계자가 리서치를 함께 진행한다. 이처럼 아카이브와 설계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파리공원 리모델링을 주제로 웨비나가 열리기도 했는데, 이처럼 학계와 업계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언젠가는 선유도공원, 서울숲 같은 대형 공원을 고쳐 써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공원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한다. 남 비슷한 측면에서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김영민 교수의 말처럼 아카이브가 부족하다보니 설계하는 사람들이 리서치를 하면서 리모델링에 접근해야 한다.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새로운 공원을 만드는 일과 비교하면 인력, 시간 등 소모되는 부분이 3배 정도 많다. 하지만 설계비와 기간은 일반 프로젝트와 똑같이 잡는다. 그래서 결국 계속 과업을 연장해 가며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만약 다른 지자체가 공원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면, 기간을 넉넉히 잡아 급하지 않게 설계와 시공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시기적 이유로 일부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공원을 재개장했다. 앞으로 이 공간은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떤 모습으로 언제쯤 완성될 예정인가. 남 아마 7월호가 발간될 쯤에는 그 공간이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마지막에 추가된 음악분수도 완공되어 시민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지금 재개장한 공원은 1차 완성 단계다.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고 한다. 예상보다 더 많은 주민이 찾아와 발생한 문제도 차츰차츰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 목마·신트리공원도 파리공원과 비슷한 단계를 밟고 있다. 지방선거로 인해 구청장이 바뀌었으므로 새로운 의사결정권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파리공원의 경험을 토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목마·신트리공원은 완전히 공사가 끝난 뒤 개장하고 싶고, 파리공원처럼 현장에서 완공 때까지 계속 관여하면서 마무리하고 싶다. 영 설계가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공간을 완성하지 못한 채 공원이 개방되니까 오히려 더 많은 주민의 요구가 가시화되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것이 도시가 살아있는 증거다. 많은 사람이 센트럴파크가 옴스테드의 설계안 그대로 완성된 줄 아는데, 사실 옴스테드는 사람들이 공원에서 운동하는 걸 반기지 않았다. 고상하게 자연을 감상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지금 센트럴파크에는 많은 야구장과 소프트볼 구장이 있다. 공원은 이처럼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바뀌고 진화해나간다. 언젠가는 지금 고친 파리공원을 다시 고쳐 써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지금의 설계안을 비판하는 이도 있을 것인데, 당연한 일이다. 2022년의 공원을 2040년에도 잘 쓰고 있다면 이상한 일이다. 세대가 바뀌고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파리공원의 좋은 점과 우리가 놓친 다른 가능성을 후배들이 잘 포착해 더 좋은 공원으로 고쳐 쓰길 바란다. 글 김영민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사진 유청오 설계 총괄 김영민, 바이런 조경 설계 바이런(이남진, 김영찬, 강아람, 조희연, 우희준, 송지희), 서울시립대학교(이학송, 임지원, 김도훈, 이영현, 정혜율, 한지우) 건축 설계 심플렉스 건축사사무소 경관 조명 설계 이온에스엘디 발주 양천구청 위치 서울시 양천구 목동 906 면적 29,619.3m2 완공 2022. 5. 원 설계 기본설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부설 환경계획연구소(유병림, 황기원, 양윤재) 기본 및 실시설계 조경설계 서안 시공 대능종합조경 발주 서울시 완공 1987. 7. 조경기술사사무소 바이런(VIRON)은 강아람, 이남진, 김영찬, 그리고 김영민이 함께 이끄는 디자인 회사다. 무엇보다도 사람과 환경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디자인하는 일상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도록 좋은 설계 환경을 만들고자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김영민은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이며, 세종상징광장, 광화문광장, 파리공원 재설계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주요 설계자로 참여했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을 번역했으며, 『스튜디오 201, 다르게 디자인하기』를 비롯한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이남진은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조경기술사사무소 바이런(VIRON)을 이끌고 있다. 좋은 설계는 좋은 회사에서 나온다는 생각으로 설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김영민
  • 제3회 LH가든쇼
    지난 6월 1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최한 제3회 LH가든쇼가 개막했다. 2018년 세종, 2020년 평택에 이어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열린 이번 가든쇼는 갯벌이었던 검단의 과거 이야기에 주목했다. 광활한 갯벌과 숲이 있는 검단은 선사시대부터 많은 사람이 모여 산 곳이다. 갯벌은 아무것도 없는 검붉은 벌판처럼 보인다. 하지만 갯벌 주름 속에는 조개와 고둥, 게, 갯지렁이 같은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그들을 먹이로 삼는 물고기와 새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간다. 사람 역시 생태계의 한 부분으로 이러한 자연을 바탕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다. 검단의 땅의 기억을 존중하며 쉼 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물결을 새롭게 그려보고자 ‘대지의 주름, 자연의 물결’을 주제로 22개 정원을 조성했다. 초청작가정원에는 첼시플라워쇼에서 골드메달을 9번 수상한 영국의 앤디 스터전과 최원만(신화컨설팅), 이주은(팀펄리 L&G), 최재혁(오픈니스 스튜디오)이 초대됐다. 이주은은 제2회 LH가든쇼 작가정원 부문 대상 수상자다. 시그니처가든(1개소)과 작가정원(7개소) 공모는 2021년 9월 15일 공고되어 10월 13일까지 진행됐다. 인접 정원과 공원 시설을 고려한 내부 동선 계획, 공공 정원으로 역할 수행이 가능한 창의적 디자인, 주민 밀착형 커뮤니티 거점 공간이 될 수 있는 실용적 디자인, 지속적 유지·관리가 용이하고 구조적으로 안전한 디자인이 요구됐다. 시그니처가든의 경우 국내 1인, 해외 1인으로 팀을 구성해 검단 제2호 근린공원의 진입부에 공원을 대표할 정원 디자인을 제안해야 했다. 대상지 내 느티나무를 존치하는 방식도 중요 평가 요소였다. 심사 결과 조개껍데기와 서해 연흔을 표현한 이호영(HLD)+앤드류 재크(더플레이밍비컨) 팀의 ‘물의 기억’이 선정됐다. 작가정원에는 김단비(수풀리안), 김수린(CA조경), 박성준(MMM 디자인 스튜디오), 류광하(기로디자인), 오태현(오스케이프 스튜디오), 이양희(스튜디오 천변만화), 최지은(라이브스케이프)의 작품이 선정됐다. 6월 10일 현장에서 진행된 심사 결과 김단비의 ‘그럼에도 대지에는’이 대상을 차지했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2023년 영국왕립원예협회RHS가 주관하는 가든쇼에 참가하는 기회가 주어진다. 진행 김모아, 금민수,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사진 유청오
  • [제3회 LH가든쇼] 밸런싱 네이처
    ‘밸런싱 네이처(Balancing Nature)’는 자연과 인간 사이의 균형, 공존을 꾀하려는 낙관적 노력에서 비롯했다. 인간이 경관에 개입하는 방식은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만드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대상지는 가장 높은 곳과 낮은 곳의 높이 차가 2m에 달하는 경사지다. 이 레벨 차를 이용해 공간 전체를 여러 단으로 구성된 테라스로 만들었다. 높이가 높지 않은 작은 단과 계단들은 정원에 들어설수록 점점 자연에 다가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테라스에는 얕은 깊이의 수반을 놓고 식물을 심었다. 대상지의 기존 수목을 보존하되, 그 사이에 새로운 수목을 원래 이곳에서 자라고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심었다. 이러한 설계 전략 또한 자연과의 공존을 상징한다. 정원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는 기하학적 수형의 수목을 선정해 식재했다. 유기적 형태로 정원을 굽어보는 나무는 자연의 중요성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장소에 반드시 나무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환경과조경411호(2022년 7월호)수록본 일부 설계 앤디 스터전 시공 팀펄리 L&G 앤디 스터전(Andy Sturgeon)은 1988년 영국에 앤디 스터전 가든 디자인(Andy Sturgeon Garden Design)을 설립했다. 전통적 재료와 시대를 초월한 건축적 특성, 혁신적 식재, 조각적 디자인을 융합해 현대적 정원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첼시플라워쇼에서 골드메달을 아홉 차례 수상한 바 있다.
    • 앤디 스터전
  • [제3회 LH가든쇼] 경외원
    과거에는 두려워하고 공경해야 하는 경외의 대상이 하늘이었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물순환 시스템이 무너져 이상 기후, 생태계 파괴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제 물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해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검단에서 경외의 새로운 대상이 된 물을 정원에 담고자 했다. 진회색 도장 콘크리트로 담을 세워 경외의 정원, 자연의 정원, 자연과 인간의 경계를 만들었다. 대상지 한가운데의 경외의 정원은 단순하고 현대적인 구조물과 경외의 연못으로 이루어진다. 구조물은 인간의 과욕과 자연에 대한 자만심을 보여주는 요소다. 현대 과학의 산물인 유리섬유 보강 콘크리트를 소재로 사용하고, 인간의 욕심의 결정체를 구조물의 패턴으로 나타냈다. 경외의 연못은 검은색 계열의 화강석으로 만들었다. 연못에 담긴 물은 검단의 검은 갯벌을 상징하며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잔잔한 물소리는 물을 부드럽지만 두려워해야 하고 더불어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 존재로 느끼게 한다. 담장 안으로 들어서면 이 연못에서 넘친 물이 지면으로 떨어지며 나는 소리가 들려오고, 이는 자연이 주는 소리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환경과조경411호(2022년 7월호)수록본 일부 설계 이주은 시공 팀펄리 L&G 이주은은 팀펄리 L&G의 대표다. 정원은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언어이자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라 믿으며 다양한 정원을 만들고 가꾸고 있다. 서울여자대학교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를 받았다. 제2회 LH가든쇼에서 ‘청초: 자세히 오래 보아야 하는 정원’으로 대상을 받았다.
    • 이주은
  • [제3회 LH가든쇼] 자연의 물결
    능선에 위치한 대상지에는 크지 않은 레벨차가 있다. 근처에는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멀지 않은 곳에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본래 숲이었을 이 곳의 능선을 되살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물결을 볼 수 있는 정원을 조성했다. 바닥을 검단의 검은 갯벌을 상징하는 검은 포장재로 마감하고, 그 위에 녹지를 배치해 갯벌의 생명력을 표현했다. 외곽에는 식물을 모아 심어 자연스러운 경계를 만들었다. 공간을 분리하는 요소이자 물을 연상시키는 돌밭과 징검다리를 설치하고, 사이사이에 좁은 철재 다리를 놓아 재미를 느끼게 했다. 레벨이 낮은 공간에는 대나무를 심고 샘을 만들어 물소리를 즐길 수 있는 전망대로 활용했다. 정원의 핵심 요소인 종이배 프레임에는 다양한 자연의 변화가 담긴다. 맑은 날, 폭우가 쏟아지는 날, 흐린 날의 하늘과 노을이 지는 하늘이 물결처럼 일렁이고, 밤에는 별자리를 담는 화폭이 된다. 햇볕에 반짝이는 나뭇잎을 보다 보면 이들을 흔드는 바람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환경과조경411호(2022년 7월호)수록본 일부 설계 최원만 시공 공간시공 에이원 최원만은 신화컨설팅 대표다. ‘존재만으로 가치를 갖는다’는 디자인 철학 아래 일산호수공원, 청계천, 여의도한강공원, 광교호수공원 등 대규모 오픈스페이스를 설계해왔다. 2021 꽃심, 전주정원문화박람회에 초청작가로 참여했다. 대중에게 친숙한 정원이 조경의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들 촉매라고 믿는다.
    • 최원만
  • [제3회 LH가든쇼] 검단선원
    신을 모시던 땅, 검단에 대한 의미와 참선의 의미를 모두 갖는 선원(禪園)을 지었다. 검단선원은 바쁜 도시 일상 속에서 잠시 사색을 하며 평온을 찾을 수 있는 정원이다. 정원을 회유하고 머무르면서 내면을 고요하게 만들고 자연과 생명의 순환에 대한 경외를 느낄 수 있다. 초지, 돌담길, 샘, 회랑, 바위와 야생화 언덕, 귀로로 구성된 여섯 개의 소공간이 명확한 시퀀스로 이어진다. 정원은 완만한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점진적으로 하강한 뒤 다시 상승하는 동선으로 구성된다. 동선은 부드러운 왕마사로 포장했다. 초지는 탄생을 은유하는 작은 오솔길이다. 생명력이 움트는 고요한 언덕을 지나면 돌담이 안내자처럼 사람들을 다음 공간으로 인도한다. 돌담은 밖으로는 방문객을 인도하고 안으로는 중심 공간을 만들어주는 정원 요소다. *환경과조경411호(2022년 7월호)수록본 일부 설계 최재혁 시공 오픈니스 스튜디오 최재혁은 오픈니스 스튜디오 대표로 조경과 공공 예술 분야에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이론부터 실제에 이르기까지 창의적이고 실천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 2016 서울정원박람회 작가정원 부문 금상, 2017 코리아가든쇼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 최재혁
  • [제3회 LH가든쇼] 물의 기억
    검단은 생명의 땅이다. 광활한 갯벌과 신성한 숲을 터전으로 선사시대부터 많은 사람이 모여 살던 곳이다. 검단이라는 지명도 검붉은 갯벌에서 유래했다는 설, 신이나 왕에게 제사를 지내는 신성한 마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갯벌은 아무것도 없는 검붉은 벌판처럼 보이지만, 질퍽한 갯벌의 주름 속에는 조개와 고둥, 게, 갯지렁이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고, 갯벌 생물을 먹이로 삼는 물고기와 새들까지 어우러져 살았다. 사람 역시 생태계의 한 부분으로 이러한 자연을 바탕으로 삶을 영위한다. 검단이 품고 있는 땅의 기억을 존중하며, 쉼 없이 변화하며 움직이는 자연의 물결을 새롭게 그려보고자 했다. 디자인 모티브 해안 매립 전 검단은 리아스식 해안에 바닷물이 드나들던 갯골이었고 주변에는 구릉성 산지가 많았다. 간척 후 공업 단지와 주택 지역으로 개발되기 전까지 수많은 생명의 보금자리이자 변화하는 경관을 가진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곳이었다. 서해의 갯골, 수많은 바다 생물과 기이한 해안 절경이 다양한 영감을 선사했다. 세 가지 풍경을 디자인 모티브로 삼았다. 첫째는 물결치는 땅과 흔들리는 풀잎이다. 해안의 지형과 식생은 바다와 물결을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부드러운 초지 사이에 자리한 단단한 관목과 광엽초화류는 해안 경관의 특징을 보여주는 요소 중 하나다. 둘째는 생명과 그 흔적들이다. 미세한 아름다움을 가진 조개껍데기, 고둥으로 인해 생긴 구멍, 진흙 표면의 숨구멍과 모래공은 작은 생명들로 이루어진 큰 생태계를 상상하게 한다. 셋째는 연흔이다. 서해의 얕은 바다의 표면은 잔잔하지만 그 바닥은 역동적이다. 물이 빚은 땅의 주름은 자연의 무상한 아름다움을 생각하게 한다. 정원 정원을 대표하는 큰 조개와 갯벌 바닥을 표현한 연흔 정원으로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고 생태적 감수성을 일깨우고자 했다. 느티나무 구릉과 숲 산책로는 이 정원을 도심 공원 내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기능하게 한다. 조개를 연상시키는 조형적 지형은 방문자를 갯벌의 경험으로 이끌고, 비현실적 스케일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전면부의 그라스는 도심 속 한적하고 바람이 느껴지는 열린 경관으로 방문자를 서서히 이끈다. 모래가 담긴 중앙부에는 다양한 해안 식물을 혼합 식재했다. 큰 조개는 뻘에 박힌 빈 조개껍데기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동선과 그 내부의 갯정원으로 구성된다. 점차 높아졌다 낮아지는 유기적 형태의 지형은 방문자들이 모래 위를 걸어 동굴을 지나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를 만나도록 안내한다. 연흔 정원은 발을 담그고 걸어볼 수 있는 폰드다. 갯벌의 연흔을 콘셉트로 한 이 폰드의 바닥 포장은 바람에 물결치는 얕은 물 위에 빛의 산란 작용을 이용해 흥미로운 표면을 만들어낸다. 폰드 한편에 앉을 수 있는 시설을 두었다. 기하학적인 바닥 패턴은 겨울철 물이 담겨 있지 않을 때에도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조명 정원의 낮과 밤을 갯벌의 조류에 빗댔다. 밀물에 비유한 낮은 자연광이 정원 내 조경 요소와 구조물을 어떻게 조각하는지에 집중한다. 썰물에 비유한 밤이 되면 갯벌의 생태계가 바닷물이 빠진 펄에 그대로 드러나듯, 낮과는 또 다른 정원의 모습들이 역동적인 조명 연출에 의해 생명력을 얻는다. 갯벌을 불러내기 위해 조명은 정원의 유기적 형태를 강조하고, 자연의 힘이 만드는 규칙적 입체 패턴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며, 공간을 점유한 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며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조명은 정원 곳곳의 인공물, 자연을 강조하는 악센트 조명과 함께 방문자들이 길을 찾기 쉽도록 돕는다. 주요 동선과 경사지, 계단에는 독립형 볼라드 조명과 난간 조명을 두었다. 정원 한쪽에 보존한 큰 나무에는 투사등을 설치하고 나무 아래 앉음벽에 선형 LED를 삽입해, 수목의 존재를 강조했다. 조명은 수경 시설을 강조하기도 한다. 큰 조개의 다리 옆으로 떨어지는 물을 부각하기 위해 폭포수 뒤의 벽을 밝혔으며, 연흔 정원 바닥의 울렁이는 주름에 비춰지는 조명은 해질녘 강렬한 빛과 긴 그림자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효과를 낸다. 또한 염생 식물이 햇빛, 염분 같은 환경적 스트레스에 견디며 발생하는 극적인 변화와 바다 조류의 패턴을 추상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모래가 깔린 곳에는 벤치로 쓸 수 있는 맞춤형 조명 기구를 설치했다. 이 조명은 조류의 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빛 패턴을 모래 바닥에 표현하고, 낮에 흡수한 태양광의 데이터를 분석해 그 결과에 따라 다른 색상의 불빛을 내뿜는다. 브리지 벽에 설치한 발광 다이오드는 갯주름을 형상화한다. 밤이 되면 이 빛나는 폴리카보네이트 모듈은 특별한 이벤트나 축제의 배경이 되어준다. 설계 이호영·앤드류 재크 시공 공간시공 에이원 이호영은 고려대학교에서 원예학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과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하고, 조경설계 서안, 미국 에이컴, 오피스 ma에서 조경과 도시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해인과 함께 HLD를 설립해 광범위한 분석과 접근 방법으로 대상지의 공간 가치를 향상시키고, 그 장소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인문·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해법을 제공하고 있다. 앤드류 재크(Andrew Jaques)는 멜버린 대학교에서 건축 디자인과 계획을, 대학원에서 조명 디자인을 공부했다. 1994년 더플레이밍비컨(The Flaming Beacon)에 합류해 주거, 부티크 호텔, 대규모 상업 프로젝트 등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3년 파주 라이트 페스티벌에 조명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 이호영 & 앤드류 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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