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 [에디토리얼] 용산공원에서 모던 타임즈까지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역동의 2017년이 저물어 갑니다. 차디찬 겨울 풍경을 마주하고서야 과월호 열한 권을 다시 꺼내 듭니다. 용산공원으로 2017년의 문을 열었습니다.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용산공원 설계의 쟁점을 다룬 기획 ‘용산공원의 현재를 묻다’로 2016년을 시작했던 『환경과조경』은 올해 1월호에 ‘용산공원, 함께 이야기하자’를 다시 특집으로 올렸습니다. 용산공원 계획과 조성 과정에 지속가능한 참여와 소통이 동반되어야 함을 강조한 기획이었습니다.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수사와 구호로만 소비되고 있는 용산공원 계획, 비생산적인 정치 논쟁으로 치닫는 용산공원 담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했습니다. 다행히도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국토부 주최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 1.0’(한국조경학회 주관, 환경과조경 후원)을 통해 공론의 장이 열렸습니다. 공원 모색, 공원 산책, 공원 탐독, 공원 서평으로 이어진 여덟 차례의 라운드테이블에서 조경, 예술, 경영, 역사, 도시, 생태 등 다각적 주제를 놓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이 모여 용산공원의 미래를 토론했습니다. 특히 11월 마지막 행사에서는 여섯 명의 ‘청년 프로그래머’가 지난 일곱 달의 활동을 신선한 작품으로 정리해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용산공원 조성의 역사에서 2018년은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입니다. 누가 어떻게 만들고 보살펴야 용산공원이 다음 세대를 위한 선물이 될 수 있을까요. 시민과 전문가의 지혜를 모을 참여의 장이 내년에도 계속 펼쳐지길 기대합니다. 3월호 특집으로 ‘광장의 재발견’을 기획한 계기는 차디찬 광장을 뜨거운 촛불로 물들인 지난 겨울의 ‘광화문광장 현상’이었습니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래 최대의 인파가 모여 광장의 역사를 새로 쓴 날들, 우리는 광장을 뒤덮은 주체적 시민의 힘에 놀라고 그 축제적 가능성에 전율했습니다. 우리 시대 광장의 의미와 쓰임을 찾기를 기대하며 광장을 향한 다양한 시선을 특집 ‘광장의 재발견’에 담아보고자 했습니다. 이 기획은 월간 『환경과조경』이 공동 주최한 제14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으로 확장됐습니다. 특집 제목과 똑같은 주제를 내건 이 공모전의 수상작들은 9월호에 수록됐습니다. 공모전 취지문의 마지막 구절을 옮깁니다. “광장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신선한 모색을 초대한다. 작아져만 가던 광장을 다시 호출한 슬프고도 우울한 시국은 ‘광장의 재발견’에서 절대적인 단서가 아니다. 우리는 이 엄중한 시기를 지나 다시 우리의 일상을 살아가야 하니까.” 도시, 환경, 디자인을 가로지르는 젊은 연구자들이 참여한 5월호 특집 ‘빅데이터와 도시’에도 많은 독자의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이 기획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최근의 다양한 시도가 도시의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는 데 어떤 통찰을 줄 수 있는가, 또 더 나은 도시 환경을 설계하는 데 어떤 방법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비롯됐습니다. 시각화와 맵핑의 아름다운 이미지들만 감상하고 일독을 미뤄둔 독자가 계시다면, 책장에서 5월호를 다시 꺼내보시길 권합니다. 빅데이터를 통해 도시와 환경을 읽고 또 보여주는 것에 어떤 장점이 있는지, 데이터를 분석해 시각화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계획과 설계에서 시각화의 가능성은 무엇인지, 작은 실마리를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7월호 특집 ‘서울로 7017을 묻다’에서는 빛의 속도로 기획부터 완공까지 질주한 서울역 고가 공원 프로젝트를 다뤘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욕의 하이라인에 올라 서울역 고가를 서울판 하이라인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2014년 이후, 『환경과조경』은 여러 호에 걸쳐 이 사업의 중간 지점을 포착해 왔습니다. 특히 2015년 7월호에는 설계공모 당선작과 출품작에 대한 리뷰와 비평에 많은 지면을 할애해 토론의 장을 열기도 했습니다. 지난 겨울부터 7월호 기획을 시작한 편집부는 서울시 담당자, 설계사 핵심 관계자, 시민 단체 리더, 자문위원, 관련 전문가들을 여러 차례 취재했습니다. 특집에 담은 설계자의 글과 인터뷰, 두 편의 비평, 편집자의 취재기는 어딘가 서로 어긋나 있습니다. 당위성, 지향점, 과정, 효과 등 여러 지점에서 갈팡질팡해 온 이 프로젝트의 민낯일 수도 있겠습니다. 서울역 고가의 미래를 긴 호흡으로 다시 토론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한 특집이었습니다. 역사와 이론을 중심에 두고 활동하고 있는 젊은 연구자들이 함께 만든 10월호 특집 ‘모던 타임즈’도 여러 독자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기획은 근대적 시간과 공간 개념이 우리 삶에 배치되던 시기에 도시 공간과 문화가 어떤 풍경을 그리며 전개되었는지 탐사합니다. ‘모던 타임즈’의 의도가 공원, 식물원, 유원지, 풍경 사진이라는 네 가지 렌즈를 통해 근대적 공간 문화의 양상을 조감하는 데 있던 것만은 아닙니다. 또 다른 목적은 최근 들어 부쩍 증가하고 있는 근대기 조경 역사·이론 연구를 대중적인 톤으로 소개하고, 나아가 근대기의 도시 공원과 공간을 다룬 최근 연구의 경향성과 지향점을 점검하는 데 있었습니다. 조경 문화 발전소 『환경과조경』을 매달 반겨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내년에도 도시-환경-문화 담론과 조경 설계를 가로지르는 건강한 소통의 장으로 여러분 곁에 다가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렇게 2017년을 마감합니다. 아니, 통과합니다. 아티스트이자 기획자인 진나래 대표(일시합의기업 ETC, 잠복자들, www.jinnarae.com)의 ‘예술이 도시와 관계하는 열한 가지 방식’이 이번 호로 막을 내립니다. 11회에 걸친 집필의 수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도시, 공간, 사회, 문화, 예술을 종횡무진 연합하며 도시 환경 읽기의 스펙트럼을 넓혀준 연재가 끝나 아쉬워하실 독자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을 이어간 이수학, 백종현, 전진현, 이재연, ‘가까이 보기, 다시 읽기’의 안동혁,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의 최이규, ‘명사의 정원 생활’의 성종상, ‘정원 탐독’의 오경아, ‘이미지 스케이프’의 주신하, ‘시네마 스케이프’의 서영애, ‘유청오의 이 한 컷’의 유청오 등 2017년의 여러 연재 필자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배정한[email protected] / 편집주간,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 2017년12월 / 356
  • [칼럼] 조경계의 검은 코끼리
    『뉴욕타임스』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은 최근 『늦어서 고마워Thank You for Being Late』에서 기후 변화를 테크놀로지, 세계화와 함께 지구를 변화시키는 세 요소 중 하나로 언급했다. 특히 기후 변화를 누구나 방 안에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무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데도 못 본 척하며 코끼리가 집 안을 풍비박산 낼 때까지 행동을 미룬다는 의미의 ‘검은 코끼리black elephant’에 비유하고 있다. ‘검은 코끼리’는 ‘검은 백조’와 ‘방 안의 코끼리’를 합성한 말이다. 여기서 ‘검은 백조’는 2009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몰고 온 글로벌 금융 위기와 같이 전문가들조차도 일어날 것을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실제로 벌어져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오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미국 NASA의 자료에 의하면 지구 온난화 속도는 점점 가속화되어 매 10년마다 기온이 0.13ºC씩 상승하고 이 상태라면 2100년에는 지구 온도가 4.8ºC가 상승한다고 한다. 지구 기온이 4ºC 증가하면 세계 GDP가 2% 감소하고, 6ºC가 상승하면 전 세계 생물종의 90%가 멸종할 위기에 처한다고 하니 기후 변화야말로 모른 체하기엔 너무나 위협적인 검은 코끼리인 것이 분명하다. 지난 40년간 고도 성장기의 괄목할 만한 성과에 취해 우리 스스로 간과했던 조경계의 검은 코끼리는 무엇일까? 최근 몇 년간 조경가들은 서울시가 설계공모로 발주한 주요 공원 프로젝트에 얼굴을 내밀지 못했다. ‘보행도시 서울’을 표방하며 야심차게 국제 공모전까지 개최한 고가 공원 ‘서울로 7017’ 프로젝트는 네덜란드의 비니 마스를 위시한 건축가들의 잔치로 끝났다. 도시재생 패러다임의 상징 격으로 진행된, 석유비축기지를 시민의 휴식과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한 문화 공원으로 전환하는 ‘문화비축기지’ 프로젝트에서도 조경가들은 주역이 되지 못했다. 당연히 조경의 영역이라고 여겨왔던 도시 오픈스페이스 설계가 건축가의 손으로 넘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올 한 해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재건축 수주전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서민의 상상을 초월하는 이주비와 보상금, 과열된 영업 홍보전 등으로 부작용도 많았지만, 일감 부족에 시달리던 조경 설계 업계에는 모처럼 찾아온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아파트를 상품이라고 여기는 건설사들의 상술과 대중에게는 여전히 낯선 조경 분야의 낮은 위상 탓인지, 많은 프로젝트가 해외 작가들의 식탁 위에 올려졌다. 심지어 국내 조경가가 설계한 작품조차도 해외 작가의 이름으로 포장돼 홍보되기도 했다. 과연 우리 조경가들은 그들보다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일까? 나라 전체가 청년 취업난을 걱정한 지 오래다. 경기가 다소 나아진 올해는 기대도 컸지만 여전히 대다수 조경설계사무소는 미래의 조경가를 꿈꾸는 청년들의 취업 노크를 받지 못하고 있다. 너나없이 모두 공무원이 되거나 공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성공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조경가가 되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꿈꾸던 열정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성공 신화를 보여주지 못한 우리 선배 조경가들의 책임일까? 한때 대부분의 학생이 조경가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다수 대학의 커리큘럼이 설계 위주로 짜였고, 학생들의 설계 수요에 발맞추어 설계를 하던 현업 조경가들이 대거 학교 강단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대학은 서열화니 평가니 하면서 교수 임용의 핵심 요건을 박사 학위나 논문만으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SCI급 논문을 과도하게 요구하여 현직 교수들조차도 설계 수업을 등한시 할 수밖에 없고, 승진과 정년 보장을 위해 논문 숫자 채우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우리가 조경학을 배울 때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모토 ‘종합과학예술’, 그것에 담긴 인문, 사회, 과학, 예술을 아우르는 ‘융복합적’ 조경의 정체성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대다수 학교에서 설계 수업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어느 대학의 교수는 이런 조건 때문에 설계 전공 교수를 뽑으려 해도 적임자를 찾을 수 없어 몇 년째 포기하고 있다며 하소연하기도 한다. 조경 설계를 가르치는 교수도 사라지고 조경 설계를 하겠다는 학생도 줄어드는데 앞으로 한국의 조경 설계는 과연 누가 해야 할까? 조경계가 잘나가던 지난 세월, 어쩌면 우리는 방안에 찾아온 코끼리의 등장에 ‘나 아닌 누군가가 해결해 주겠지’ 하며 애써 침묵했는지 모른다. 건축, 도시, 임업 등 타 분야의 업역 확장 시도에 대응하는 아무런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지 못했고, 이른바 스타 조경가 한 명도 제대로 키워내지 못했다. 미래에 더욱 각광받을 분야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이 길을 자랑스럽게 선택하는 후배 조경가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직도 조경이 과학인지 예술인지 오래된 논쟁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장님 코끼리 만지듯 모호한 정체성이 자라고만 있다. 조경계의 검은 코끼리는 비단 설계 분야에만 있는 게 아니다. 여전히 산림청과는 정원, 도시숲, 기술자 자격 문제 등으로 마찰을 빚고 있다. ‘국가공원’은 예산 문제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에 조경계가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아직 길머리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기대를 갖게 하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올해 9월 조경계의 숙원이던 국가 ‘조경진흥기본계획’이 수립됐다. ‘조경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2년 8개월 만이다. 조경진흥기본계획은 조경 인프라의 양적·질적 제고, 조경 산업 및 교육 기반 마련, 조경 인식 개선 및 국제적 위상 제고 등 3대 추진 전략과 6개의 세부 정책 과제를 설정해 추진할 계획을 담고 있다. 또 그동안 삼삼오오 흩어져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조경계가 지난 3월 3일 ‘조경인의 날’에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을 결성했다. 조경계를 아우르는 20여 개 단체가 함께 모인, 조경계로서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총연합의 탄생으로 조경인이 바라는 미래 지향적인 조경 생태계를 구축할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제 새로운 제도와 조직을 바탕으로 그동안 알고도 모르는 척 방관했던 조경계 안의 검은 코끼리를 요리할 때가 왔다. 조직이 만들어져도 모든 구성원이 주체적으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이 또한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다가오는 미래, 불확실성이 난무한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예측 가능한 내일을 준비하자. 이제 새롭게 만들어진 조직을 중심으로 우리 앞에 놓인 난제를 함께 토론하며 조경 분야의 ‘미래 문해력futures literacy’을 높이고, 더 이상 우리 방 안에서 검은 코끼리가 날뛰지 못하도록 힘을 모으자.
  • 문화비축기지 Oil Tank Culture Park
    장소 하나의 장소 하나의 공간이 시대와 사건을 연결한다. 40년, 그리 길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소는 나름 적지 않은 시대의 사건들과 이야기로 연결된다. 1973년 중동전쟁에서 야기된 제1차 석유 파동은 세계 경제를 강타한다. 3개월 만에 원유 값이 세 배로 폭등한다. 매봉산 남측 사면에도 암반을 굴착하여 석유비축기지가 구축된다. 40만 배럴의 유류를 비축한다.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1급 보안 시설로서 철망과 초소들로 경계가 이루어진다. 2002 한일 월드컵을 맞아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바로 앞에 건설된다. 장소는 지근거리의 위험물 저장 시설로서 안전의 이유로 폐쇄된다. 고유의 기능이 폐쇄되고 2014년까지 버스 주차장, 월드컵대교 현장 사무실 등으로 점유된다. ...(중략)... 건축 설계 허서구, RoA건축사사무소 조경 설계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김용택), 디스퀘어(신동석) 토목 설계 (주)정민지오테크 구조 설계 (주)센구조연구소 기계 설계 영동설비기술사사무소 전기 설계 해월엔지니어링 시공 (주)텍시빌, (주)SG신성건설 위치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산53-1 일대 대지 면적 106,824.61m2 건축 면적 5,597.77m2 연면적 7,529.47m2 규모 지상2층, 지하3층 설계 기간 2014. 10. ~ 2015. 8. 시공 기간 2015. 12. ~ 2017. 9. 사진 유청오, 박세원, 서울시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 허서구, 김용택 / 허서구 + RoA_rchitects / 2017년12월 / 356
  • 비평: 디자인의 온도
    조금은 오래된 유행 조경 설계에서 산업 유산을 재활용하는 디자인 전략은 실은 조금 오래된 유행이다. 몇몇 사례만 열거해 보더라도, 개스 워크 파크(1970년대), 뒤스부르크-노르트 공원(1990년대), 하이라인(2000년대), 국내에서도 선유도공원(2003년)과 서서울호수공원(2009년)을 비롯한 많은 산업 유산이 최소 지난 반세기 전부터 공원으로 재활용되어 왔다. 산업 기능이 소거된 건축물 잔해는 공원뿐 아니라 박물관, 미술관, 복합 문화 공간을 포함하는 새로운 기능을 자유자재로 탑재하여 변신하면서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오래되었지만, 낡았다는 말은 아니다. 어떤 디자인 경향이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러한 전략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증거이고, 우리는 그 궤적에서 산업 유산을 디자인하는 서로 다른 태도를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서울시는 서울의 새로운 명소 스무 곳을 선정하여 소개하는 캠페인, ‘잘생겼다! 서울 20’을 내보내고 있다. 대체로 이들 장소는 산업 유산을 고쳐 쓰는 도시재생 철학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산업 유산을 재활용하는 디자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중략)... 이명준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경 설계, 역사와 이론, 비평에 두루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박사 학위 논문에서는 조경 드로잉의 역사를 고찰하면서 현대 조경 설계에서 디지털 드로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고, 현재는 20세기 전후의 우리나라 조경사를 보다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다. ‘조경비평 봄’의 회원으로도 활동한다. *환경과조경355호(2017년 11월호)수록본 일부
    • 이명준 / 서울대학교 조경학 박사 / 2017년12월 / 356
  • 비평: 시공을 가르는 기예 문화비축기지의 미래에 부쳐
    문화비축기지에 대한 글은 쉽지가 않았다. 조각과 사회학 전공자로서 건축과 조경의 비평 글을 쓴다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했고, 석유비축기지에 터를 잡고 활동해오다 일종의 ‘행정 공백’으로 인해 공원화 계획과 함께 퇴거를 요구받은 바 있는 ‘문화로놀이짱’에 관한 기사를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예술계 언저리에서 활동하며 문화·예술 분야 주체들이 재개발이나 도시재생 사업 때마다 필요에 의해 불려갔다가 필요에 의해 쫓겨나곤 하는 모습을 종종 봐왔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기로 한 글이었고, 기왕이면 설계와 시행 과정에 참여한 관계자의 이야기, 특히 미디어를 통해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기에 인터뷰를 요청하게 되었다. 그런데 좀 더 나은 이해를 바탕으로 글의 실마리를 찾고자 택한 이같은 과정이 더욱더 부담스러운 미궁으로 빠지게 했다. 인터뷰와 기사를 통해, 서로 다른 시각과 기대를 가진 이들의 밀도 높은 애정이 모여들어 있는 곳이 문화비축기지임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중략)... 진나래는 조각과 사회학을 전공했으며, 사회와 예술, 도시, 인류학과 기술·문화 등에서 발생하는 타자성과 윤리의 문제에 흥미를 느낀다. 2012년 ‘일시합의기업 ETC(Enterprise of Temporary Consensus)’를 공동 설립하여 활동한 바 있다. 현재 학업과 작업을 병행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 전주 에코시티 데시앙 4, 5블록 Jeonju Eco-city Desian 4, 5 Block
    전주풍류 전주의 특색을 반영한 테마를 찾는 것에서 설계가 시작됐다. 유실수 정원을 테마로 기본 계획이 이루어졌으나, 전주가 지닌 전통적·한국적 색채와의 연결고리가 부족해 화계, 돌담, 송죽, 계류, 매화 등의 전통적 요소를 도입한 테마 공간이 추가로 계획됐다. 또한 걸음을 뗄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연출해, 자연스레 발걸음이 느려져 공간을 깊이 있게 느끼게 하고자 했다. 식재 개념 관목, 아교목, 교목을 다채롭게 식재해 눈높이에서 다양한 경관이 펼쳐지도록 했다. 특색 있는 공간에는 건물의 스카이라인을 고려해 대형 팽나무나 장송을 심어 활력을 부여했다. 또한 남부 지방에서 자라는 은목서를 심어 가을에는 은은한 향기를 즐기게 하고, 겨울에도 붉은 열매를 맺는 호랑가시나무로 시각적 즐거움을 더했다. 대지 경계를 비롯해 건물 외곽에는 잔디 대신 맥문동을 심고, 초화류보다는 사초류를 주로 사용해 유지·관리의 편리함을 꾀했다. 건물 사이 그늘진 곳에는 음지에서 잘 자라는 대나무를 식재해 눈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도 녹음이 우거지도록 했다. 지구단위계획으로 지정된 올레길 주변에는 감나무, 매실나무 등을 심어 과수원길을 조성했다. ...(중략)... 발주 (주)태영건설 조경 기본 및 실시 설계 (주)태영건설 디자인팀,조경디자인 시선(구 CA압구정조경설계사무소) 조경 시공 삼성물산(주) 리조트사업부 조경사업팀(김경섭, 박철준 외 6인), (주)태영건설(전영) 시공 감리 (주)대흥종합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4블록),(주)길종합건축사사무소(5블록) 중앙 마당 특화 시공 순천가드너협동조합 휴게/놀이 시설 데오스웍스, (주)플레이잼 수경 시설 미류엘엔씨(주) 위치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2가 117-9 에코시티지구단위계획 내(4, 5블록) 대지 면적 38,050,10m2(4블록), 36,142.9m2(5블록) 조경 면적 16,924.31m2(4블록), 13,257.71m2(5블록) 완공 2018. 1.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 김모아 / 조경디자인 시선 / 2017년12월 / 356
  •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국제지명초청 설계공모 International Invited Design Competition for Gangnam Intermodal Transit Center
    당선작 LIGHT WALK(빛과 함께 걷다)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 DPA(Dominique Perrault Architecture) +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 + 유신 + 태조엔지니어링 + 선진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2등작 A DROP IN THE GRID(혁신을 향한 파동의 진운) Zaha Hadid Architects +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3등작 URBAN PLAZA AWAKENING(새롭게 깨어나는 도시 광장) 혜원까치종합건축사사무소 + 디자인캠프문박디엠피 + KPF(Kohn Pedersen Fox Associates PC) + 동해종합기술공사 + 동일기술공사 + 선구엔지니어링 + 조경설계 해인 지명초청작 URBAN CENTRALITY BELOW GRADE(지하에 구축된 도시의 중심) AZPML +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 한국종합기술 + LUXIGON + Arqui9 + Blue Square 지명초청작 SEOUL SYNAPSE(서울 시냅스) 포스코에이앤씨+ 현대종합설계 + Nikken Sekkei + 경동엔지니어링 + 교우엔지니어링 + 이노션 + 도시방재안전연구소 + 현대오토에버 + 포스메이트 지명초청작 SEOUL GANGNAM PLATFORM(서울 강남 플랫폼)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 Snøhetta Overseas Architecture AS + 한섬건축사사무소 + 종합건축사사무소근정 + 동명기술공단종합건축사무소 + 도화엔지니어링 + 수성엔지니어링 + 서영엔지니어링 주최 서울시 위치 서울시 삼성역과 봉은사역을 포함하는 영동대로 일부 범위 삼성역~봉은사역 사이 구간(연장 630m, 폭 70m),9호선 봉은사역 및 2호선 삼성역 일대 대지 면적 56,000m2(70×800m) 규모 지하 6층 내외 시설 용도 철도통합역사, 버스환승정류장, 주차장,공공 및 상업 시설 등 복합 용도 공모 방식 1단계 국제지명초청설계공모 공모 구간 예정 공사비 약 1조608억원(예정 총공사비: 약 1조1,796억원) 총기본설계비 약 177억원(부가세 포함) 예정 착공일 2019년 예정 준공일 2023년 상금 당선팀: 기본설계권(177억원) 및 사후설계관리권(42억원) 초청팀: 참가보상비(1억원 내외) 심사위원 김기호(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김시곤(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김영찬(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제해성(아주대학교 교수) 최문규(연세대학교 교수) David Chipperfield(David Chipperfield Architects 대표) Martin Wachs(UC Berkeley 명예교수) 전문위원 강병근(건국대학교 명예교수) 설계공모 경과와 심사평 지난 10월 23일 국토부와 서울시가 국제교류복합지구의 핵심 인프라로 조성 예정인 영동대로(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의 국제지명초청 설계공모 결과가 발표됐다. 당선작은 이화여대 캠퍼스센터ECC 설계자인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가 참여한 정림건축 설계 컨소시엄의 ‘빛과 함께 걷다Light Walk’다.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는 영동대로 하부에 5개 광역ㆍ지역철도를 탈 수 있는 통합역사와 버스환승정류장, 공공ㆍ상업 시설을 갖춘 광역복합환승센터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현재 삼성역, 영동대로 일대는 기존 2, 9호선 외에 5개 신설 철도노선과 1개 검토노선이 계획, 추진 중으로 고속철도인 KTX, 광역철도인 삼성-동탄, GTX-A, GTX-C, 남부광역급행 그리고 도시철도인 위례-신사 경전철이 통합되어 계획 중이다. 대상지 서측에는 코엑스와 호텔, 업무 시설, 백화점이 위치하며, 지하에는 쇼핑몰과 상업 시설 및 주차장이 설치되어 있고, 동측에는 업무 시설과 배후 중소형 상업 시설이 산재되어 있다. 또한 인접하여 업무, 컨벤션, 전시, 공연, 호텔, 상업 시설을 포함한 현대차그룹 신사옥GBC이 건립 예정되어 있다. 대상지 동측의 탄천 너머 잠실운동장 부지는 스포츠 및 MICE 산업단지로 개발해 국제교류복합지구의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대상지인 영동대로는 강남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주동선축으로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이 연계되어 있는 폭 70m의 대로다. 도로의 기능과 함께 때에 따라 차로를 차단하고 거리 응원, K-Pop 공연 등이 벌어지는 강남 도심의 광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중략)...
    • / 2017년12월 / 356
  •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국제지명초청 설계공모] 빛과 함께 걷다 당선작
    빛과 함께 걷다Light Walk는 건축 행위에 국한하지 않은 도시적인 대지와 영역의 일부다. 대지 예술적 행위를 도입해 한강, 탄천 그리고 배경이 되는 지형과 대화하는 도시적 스케일에 속한다. 단순하지만 서울의 새롭고 중요한 역의 존재를 알리는 강력한 제스처다. 빛과 함께 걷다는 수평선을 만들어낸다. 대지에 뿌리를 두고, 보행 친화적이며 자연스러운 채광과 환기가 이루어지는 지하 공간을 경험하게 하는 그라운드스케이프ground-scape로서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영동대로 지상에 위치한 그린 랜드The Green Land는 약 28,000m2에 이르는 빈 공간으로 기존 서울의 광장과는 전혀 다른 스케일로 조성된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 또는 런던의 하이드 파크와 견줄 만한 국제 교류 복합 지구 녹색 네트워크의 중심이 된다. 또한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대규모 광장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일상생활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캐노피 기능을 하는 나무가 보행 친화적인 산책로를 덮고 있으며, 이러한 수목 프레임은 주변 도시 경관과 조화를 이룰 뿐만 아니라 도시의 소음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 / (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 Dominique Perrault Architecture + (주)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 + (주)유신 + (주)태조엔지니어링 + (주)선진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 2017년12월 / 356
  •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국제지명초청 설계공모] 혁신을 향한 파동의 진운 2등작
    대상지의 원 지명인 영동도는 강변을 따라 곡선을 그리며 펼쳐진 하얀 모래 언덕과 갈대숲으로 둘러싸인 지역의 명소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개발이 이루어져 현재의 평탄한 그리드grid 형태의 도시로 진화했다. 도시의 역동적인 조경 경관을 창출하기 위해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GITC(Gangnam International Transit Center)에 새로운 지형의 흐름을 제안한다. 현존하는 그리드에 떨어진 하나의 물방울은 파동을 만들어내며 옛 기억을 소환할 것이다. 물방울 하나가 직선 그리드에 떨어져 만들어낸 파동에서 차용한 디자인은 기존 교통 중심의 도시 그리드를 변형한다. 이는 대지 경계 너머까지 유기적이고 자연적인 대지 고유의 질서를 전달한다. 역동적 형태의 지형은 새로운 문화 공간을 형성하고 도심 속의 생명력 넘치는 미래형 공공 공간의 기준을 제시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 / Zaha Hadid Architects +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 2017년12월 / 356
  •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국제지명초청 설계공모] 새롭게 깨어나는 도시 광장 3등작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GITC(Gangnam International Transit Center)는 교통과 녹지·보행축을 잇는 도시의 허브다. 영동대로는 GITC로 인해 전국적이며 세계적인 사통팔달지로 새롭게 정의된다. 또한 시민을 위한 대규모 광장이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심의 공원으로 색다른 경험과 놀이 공간을 제공하는 문화 공간이 될 것이다. 광장 대상지는 서울의 모든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한강과 그 지류인 탄천이 합류하는 장소로, 도시화 이전에는 시시각각 변하는 물의 흐름이 새겨지던 곳이다. 강이 기억하는 물의 굽이침, 모래 언덕과 같은 부드러운 표피의 새 옷을 광장에 입혀 그 흔적을 기억하고자 했다. 섬, 모래톱, 조약돌, 초지 등 과거 대상지 경관을 구성했던 자연 요소를 디자인 모티브로 사용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 / 혜원까치종합건축사사무소 + 디자인캠프문박디엠피 + Kohn Pedersen Fox Associates PC + 동해종합기술공사 + 동일기술공사 + 선구엔지니어링 + 조경설계 해인 / 2017년12월 / 356
1 2 3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