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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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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정원박람회가 남긴 것
짙은 가을 풍경으로 풍성한 11월, 이번 호에는 『환경과조경』이 주관한 제3회 서울정원박람회(9월 22일~26일)를 비롯해 제5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9월 29일~10월 1일), 동탄여울공원 공공정원의 수상작과 초청작을 싣는다. 지난 몇 년간 붐을 이룬 여러 정원박람회의 성과와 의미를 진단하는 지면을 기획했지만, 아쉽게도 내년 봄으로 미루기로 한다. 최근의 정원박람회 열풍은 보다 면밀한 평가와 섬세한 토론을 요청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쉬운 대로 우선 주변의 반응을 간단히 취재해보면, 정원박람회의 다층적 지향점을 이제는 좀 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정원 문화의 확산과 정원 산업의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보다는 하나에 집중한 목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후화된 도시 공원 재생의 계기라는 또 다른 좌표를 지향한다면 박람회 전반의 틀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여러 지자체의 과시적 전시 행정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몇 년간의 정원박람회는 도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수용하고 선도한 동시대 녹색 문화의 생생한 한 장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길게 보자면 이미 5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 정원박람회에 어떤 패턴이나 프레임이 생겨 버렸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테면 박람회의 주제와 참여 작품 다수가 낭만적 감상이나 노스탤지어에 호소하는 성향, 일회성 보여주기나 장식적 취미로 흐르는 경향이 고착되고 있다는 우려다. 정원박람회가 감성 취향만을 앞세우기보다 ‘지금, 여기’의 도시 이슈에 적극 개입하는 매체가 되어야 한다면, 적어도 사회적·환경적 의제를 담은 주제를 제시하거나 철저한 미학적 실험을 통해 전문적 해법을 제안하는 장이되어야 할 것이다. 그간의 정원박람회는 조경이라는 전문 직능과 학제에 무엇을 남겼는가. 이 문제는 심도 있는 토론과 장기적인 평가를 요청한다. 하지만 적어도 정원박람회가 신진 조경가의 등용문이자 실험실 역할을 했다는 점만큼은 분명한 성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제도권 조경계가 침체된 상황에서 설계 시장의 메커니즘에 동승해 조경가로 성장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청년, 신인, 소장, 신진 조경가가 이 막막한 장벽을 뚫을 수 있는 돌파구가 최근의 정원박람회였다는 점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적지 않은 수의 신인들이 자신의 디자인을 실험하고 구현할 기회를 얻고, 자신의 이름을 공론장에 알리고 활동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주목할 만한 여러 신진 조경가가 있지만, 우선 2015년 이후 서울정원박람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코리아가든쇼 등에서 수상하고 이를 계기로 한강예술공원 시범사업,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등에 초대되기도 한 최재혁 소장(스튜디오 오픈니스)과 이메일로 대화를 나눠 보았다. 정원박람회를 통해 더 많은 신진 조경가가 탄생하길 기대하며 그의 이야기 일부를 옮긴다. 처음 정원박람회에 출품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처음엔 디자인하는 사람으로서 목마름을 해갈하기 위해서였다. 정원 설계하고 만드는 오피스에 근무를 하면 자연스레 실제로 만들어보고 싶은 아이디어들이 쌓여간다. 대개의 주택 정원과 오피스 정원에서는 클라이언트의 삶의 공간을 디자인해야 하므로 설계와 시공에 제약이 많다. 평소에 상상만 하며 꿈꾸던 공간과 디테일을 실물로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정원박람회에 망설임 없이 출품했다." 정원박람회는 조경가 최재혁 개인에게 어떤 득과 실을 남겼나? “온전한 나의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해 보고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많지는 않지만 그 예산을 지원받았다는 것 자체가 큰 소득이었다. 몇 차례의 박람회를 통해 재료, 스케일, 공간감에 대한 설계적 감각과 시공 과정을 훈련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에게 디자이너로서의 나를 알릴 수 있던 점 또한 큰 득이었다. 보통 정원박람회를 하면서 실이 생기는 경우는 직장 생활에서 마찰이 생기는 경우인데, 내 경우에는 당시 직장의 대표가 크게 배려해 주셔서 문제를 겪지 않았다. 특별히 실이 있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정원박람회의 수상이 다른 프로젝트 수주 등으로 이어졌나? “몇 차례 수상을 한 것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나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일반적인 조경 설계 프로젝트와 달리 정원은 손수 만든 결과물을 보여주고 평가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 초 독립한 이후 여러 지인들로부터 조경 설계 또는 정원 시공을 의뢰받아 진행하고 있는데, 박람회에 참여해 수상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의 정원박람회 붐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바라는 점이 있다면? “몇 해 전에는 정원박람회가 단발성 행사로 그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의 흐름을 보면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면은 일반 대중에게 정원에 대한 인식을 키워주고 있다는 점, 대학생을 포함한 젊은 층에게 디자이너로서 훈련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최근 정원박람회는 조성 후 존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박람회 장소, 작품 수, 전시 위치 선정 등에 있어서 더 신중을 기했으면 좋겠다.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구체적인 바람을 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다. 작품을 선정할 때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지, 향후 유지·관리상 문제가 없게 설계했는지를 보다 높은 비중으로 평가해야 한다." 지난 9월 8일 마감한 『환경과조경』 주최 ‘2017 조경비평상’의 응모작은 두 편이었습니다. 심사를 맡은 ‘조경비평 봄’ 회원들은 밀도 있는 토론 끝에 손은신(서울대학교 대학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 박사과정)의 평문 “더 새로운 공원을 향하여: 공원은 진화하는가?”를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수상작 전문과 심사평은 올해를 마무리하는 12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수상자 손은신 씨가 이론과 실천의 접면을 가로지르며 조경 문화의 성숙을 주도할 비평가로 성장하길 기대하며 축하와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칼럼] 정원박람회에 대한 세 가지 바람
2004년이었을 것이다. 『환경과조경』의 남기준 편집장이 독일의 정원박람회에 대한 단행본을 쓸 의향이 있는지 물어왔던 것이. 그래서 2006년 탄생한 것이 『고정희의 독일 정원 이야기: 정원박람회가 만든 녹색 도시를 가다』이다. 순천시 도서관 사서 나옥현 씨가 그 책을 읽고 노관규 전 순천시장에게 추천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순천시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을 때 그리고 “우리 순천시에서 정원박람회를 개최하는 것이 가능할까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감히 “예”라고 대답했다. 그 무모한 대답에 대한 책임은 순천시 공무원들이 모두 떠안아야 했다. 그리고 2013년, 순천시에서 정말로 국제정원박람회가 개최되었다! 나는 이를 순천의 기적이라고 일컫는다. 따지고 보면 이 기적의 출발선상에는 남기준 편집장의 남다른 혜안이 있었다. 지금은 순천국제정원박람회장이 들어선 그 땅에 적지 않은 개발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과감하게 생태 도시를 표방하고 “개발 대신 정원을!” 선택한 순천시의 용기와 결단에 다시 한 번 갈채를 보낸다. 정원박람회가 결의되고 나서 개최될 때까지의 힘겨운 행보를 곁에서 지켜보았다. “정원박람회가 뭐예요?”라고 묻던 공무원들이 점점 전문가로 변신해 가던 일. 중앙의 협력 부서를 찾기 위해 담당 공무원이 환경부, 문화부, 경제부 등등 차례로 문을 두드렸다가 “우리 소관이 아닌데”라는 대답을 듣고 쓸쓸하게 돌아서야 했던 일. 결국 마지막에 산림청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그때 나는 산림청 팬이 되었다. 서울정원박람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 동탄 공공정원 등등의 반가운 소식이 차례로 들려온다. 직접 찾아가 보지 못해도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세 가지 바람이 있다. 우선 정원박람회가 도시 발전의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도시에서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정원 문화에 대한 인식의 폭이 넓고 깊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 8월 이곳 베를린에서 열린 행사에 갔다가 한국 문화를 홍보하러 오셨다는 귀한 분을 만났다. 그분이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조경이 꽃꽂이랑은 다른 겁니까?” 그 질문을 받자 문득 존경하는 고 박경리 선생의 모습이 떠올랐다. 2004년도 청계천 복원사업 공사가 한창일 때 그분께서 신문에 투고한 글을 읽었다. 선생께서는 “청계천 복원 공사에 조경하는 사람들이 왜 끼어들어”라고 일갈하셨다. 그때 정말 놀랐다. 글을 끝까지 읽어보니 ‘조경하는 사람들은 비싼 시설물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계신 듯 했다. 많은 사람과 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백이면 백 정원이나 조경을 바라보는 시선이 저마다 다르다. 이는 앞 못 보는 사람들이 코끼리 더듬는 것과는 양상이 다르다. 그들이 앞을 보지 못해서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확실히 더듬어지지 않는 정원의 속성 때문일 것이다. 정원박람회를 찾는 방문객들이 많아지고 거기서 정원의 수많은 얼굴과 만나게 되면 정원 문화에 대한 인식이 깊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나의 가장 큰 바람은 정원박람회를 통해 한국 정원이 재발견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옛것의 재현이 아니라 우리 정원의 정체성을 찾아 가는 것이다. 내 경우 여기 독일에서 많이 시달리고 있다. 한국 정원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이 이따금 들어오는데 옛것을 소개하고 나면 “지금은?”이라는 질문이 반드시 따른다. 정원의 전통이 한때 단절되었음은 이해하겠는데 언제 다시 연결되어 어떤 모습으로 거듭났는지 혹은 날 것인지 궁금해 한다. 나도 그것이 알고 싶다. 나 홀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기에 동료들과 후배들이 그 대답을 찾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혹은 함께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매우 어려운 숙제다. 이 숙제를 풀어보기에 정원박람회보다 더 적절한 곳이 있을까?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정작 종주국 독일에서 정원박람회가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첫 조짐은 아마도 2013년 함부르크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다. 이번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정원박람회가 10월 15일 우울하게 문을 닫았다. 2백5십만 명의 방문객을 기대했으나 그 반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평균에도 못 미친 것이다. 올해 날씨가 너무 안 좋았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날씨가 정말 안 좋긴 했다. 오프닝 날 추위에 덜덜 떨었고 봄꽃이 다 얼었으며 여름 내내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정말 날씨 탓이었을까? 작품이 좋지 않았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높은 완성도를 보인 백 헥타르의 마스터피스였다. 볼거리도 많았고 음악회 등의 크고 작은 이벤트만 자그마치 팔천 건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정원박람회 피로 현상이 시작된 것일까? 독일은 정원 포화 현상을 겪고 있나? 그럴지도 모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국토에 다시 꽃을 피우기 위해 정원박람회가 시작되었고 통일 이후에는 구동독의 발전을 돕기 위해 또 한 번 크게 탄력을 받았다. 그리고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전 국토의 정원화 작업이 마무리 되어가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느긋하게 즐기는 일만 남은 것 같다. 우리도 정원 포화 현상이 오는 그날을 바라보며 부지런히 걸어야 할 것 같다. 제주도, 충청도, 강원도를 지나는 동안 어느새 통일이 되어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에서도 정원박람회가 개최되는 그날을 상상해 본다. 고정희는 공학박사다.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에서 농교육학을 전공한 후, 베를린 공대에서 환경조경학을 전공했다. 베를린에서 써드스페이스 환경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조경과 환경을 접목시키는 과제에 주력. 정원의 역사와 정원 문화에 대한 집필 활동을 겸하고 있다. 독일 칼 푀르스터 재단 부회장, 베를린 건축가협회 조경분과 멤버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2019년 독일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맞아 개최될 ‘조경의 모더니즘’ 전시회와 학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개인 소유의 정원, 즉 나만의 낙원보다는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중요시 하고 있다.
2017 서울정원박람회
지난 9월 22일부터 5일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개최된 2017 서울정원박람회에서는 열두 개의 작가정원과 초청정원·기업정원이 선보였다. 올해 작가정원의 주제는 ‘너, 나, 우리의 정원’으로 정원박람회 개최지인 ‘여의도’의 옛 명칭 ‘너섬(너벌섬)’과 ‘나의섬(羅衣島의 우리말)’에서 너와 나를 추출했다. 참여작가 선정은, 국내외 전문가를 대상으로 일반(공개)공모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최종 심사는 정원 조성 이후 현장에서 이루어졌다. 심사 결과, “주제에 적합한 내용(스토리텔링)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정원에 대한 이해 및 완성도가 높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식재 계획·관리에 대한 별도 계획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평가됐다. 한편, 기업정원에는 작년 서울정원박람회 작가정원 대상 수상자인 윤준(한고연)이 참여했으며, 초청정원에는 국립수목원이 작년에 이어 참여했다. 2017 서울정원박람회는 막을 내렸지만, 여의도공원 잔디마당에 조성된 열두 개의 작가정원과 초청정원·기업정원은 존치되어 서울시와 시민정원사가 관리할 예정이다. 진행 김정은 사진 유청오 디자인 팽선민 제3회 서울정원박람회 작가정원 국제공모 주최 서울시, 서울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주관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월간 환경과조경 위치 여의도공원 잔디광장 일대 주제 너, 나, 우리의정원 규모 12개소(60m2 이내/개소당) 지원금 1,500만원(개소당) 상금 대상 1,000만원(1팀) 금상 500만원(1팀) 은상 200만원(3팀) 동상 100만원(7팀) 심사위원 문현주(오브제플랜 대표) 안영애(안스디자인 기술사사무소 소장) 김용택(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 대표) 류재현(가치기업 류스 대표) 박명권(월간 환경과조경 대표) 강정화(한택식물원 이사) 이혁재(한국정원디자인학회 총무이사) 윤영주(디자인 필드 대표) 전시 2017. 9. 22. ~ 26.(박람회 이후 존치) 대상 너를 담다 _ 정은주ㆍ정성훈 금상 아빠와 나 _ 윤호준ㆍ고대웅 은상 유 앤 미 앤 에브리원You and Me and Everyone _ 김지윤 삶의 풍경 _ 원종호 블루가든The Blue Garden _ 조윤철 동상 따로 또 같이, 어울림林 _ 김미진 푸른문The Green Door _ 김민지 렛 잇 비: 가든 아메리카노Let It Bee: Garden Americano_ 김지환ㆍ안기수 훈맹정원訓盲庭園_빛으로 인도하는 바른 정원 _ 노회은ㆍ박건 여백의 정원, 우리가 머무는 빈자리 _ 박종완ㆍ황신예 다채원多彩園 _ 조성희 한강에 돌을 던지다 _ 차용준ㆍ김현민 초청정원 정원 한 스푼 _ 국립수목원 기업정원 어른이놀이터 _ 현대자동차 / 윤준
2017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지난 9월 29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제5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의 개막식이 열렸다. 2010년에 시작된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도시 정원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정원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올해 박람회의 슬로건은 ‘정원, 도시의 숲이 되다’다.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도시정원부는 5월 10일부터 6월 11일까지 ‘내 마음의 쉼표, 삶에 정원을 더하다’라는 주제로 정원디자인 공모를 진행했다. 1차 심사 결과 창의성, 심미성, 실용성, 시공성이 우수하다고 판단한 여덟 개의 작품이 작가정원으로 선정되어 화랑유원지에 조성됐다. 2차 심사는 정원 조성 이후 현장에서 진행되었다. 대상으로 선정된 이주은(팀펄리가든)의 ‘코리도 포 프레이Corridor for Pray’는 코리도와 작은 수반, 침엽수 등을 이용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할 수 있도록 한 정원이다. 철평석과 채도가 낮은 수목을 사용해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작은 나비 조형물과 채도가 높은 초화류를 사용해 기억과 추모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은유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초청정원에는 강연주(우리엔디자인펌)와 최재혁·백종현·김대희(자연감각)가 참여했다. 작가정원과 초청정원을 비롯해 전시정원 존에 조성된 정원들은 박람회 이후에도 존치되며, 안산시가 유지·관리할 예정이다. 진행 김모아 사진 유청오 디자인 팽선민 제5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정원디자인 공모 주최 경기도, 안산시 주관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위치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 및 단원구 고잔동 마을 일원 주제 내 마음의 쉼표, 삶에 정원을 더하다 규모 8개소(144m2 안팎/개소당) 지원금 3,400만원(개소당) 상금 대상 300만원(1팀) 최우수상 200만원(1팀) 우수상 100만원(1팀) 전시 2017. 9. 29. ~ 10. 1.(박람회 이후 존치) 대상 코리도 포 프레이Corridor for Pray_ 이주은 최우수상 여백의 미, 비움으로써 채워지는사색의 정원The Beauty of Empty_ 김지영 우수상 연정, 끝나지 않을 이야기_ 정은주·정성훈 입선 실낙원Paradise Lost, 21세기로 찾아온 쉼터_ 송유연·박인한·양희진 정원으로 교감하는 경계, 울_ 신현희·이세영 조형정원造形庭園_ 유선상 네버랜드, 네버엔드 _ 윤호준·박세준·오진숙·조아라 화랑사방花郞四房: 四方 _ 정성희 초청정원 꽃밭지기 _ 강연주 혜원徯園, 기다리는 마음 _ 최재혁·백종현·김대희
동탄여울공원 공공정원
동탄2신도시 동탄여울공원 내에 아홉 개의 공공정원(작가정원)이 조성됐다. LH는 최근 정원 문화에 대한 관심에 부응하고 도시 공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해 도시 공원 내 작가정원을 계획했다. 기존의 노후화된 공원에 조성해 재생을 꾀하는 다른 정원박람회 정원과는 달리, 공원 조성과 동시에 정원이 만들어져 공원과 조화를 이루는 정원 계획이 가능했다. 2016년 5월, 화성시와 LH, 한국조경사회가 MOU를 체결하며 시작된 공공정원 조성은, 올해 5월 7개 단체로부터 작가 추천을 받아 작가선정위원회가 열 명의 참여작가를 지명 선정했다(1인 포기). 지난 7월 참여작가들은 화성시 혹은 동탄신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담는 것을 주제로 정원 설계안을 마련했고, 8~9월에 정원 조성에 돌입했다. 9월 22일 조경인 체육대회 사전 행사인 ‘동탄 공공(작가)정원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공개된 동탄여울공원 공공정원은, 10월 31일 정식 개장해 지역 주민의 품에 안겼다. 앞으로 화성시에서 공공정원을 인계받게 되면 시민정원사 혹은 참여작가가 정원을 관리할 계획이다. 진행 김정은, 김모아 사진 유청오 디자인 팽선민 동탄2신도시 근린공원7호공공정원(작가정원) 조성사업 주최·주관 LH 공공정원 공모 운영 한국조경사회 위치 동탄2신도시 근린공원7호(동탄여울공원) 주제 동탄 정원을 담다 규모 9개소(150㎡ 안팎/개소당) 사업비 5,000만원(작가 1인당) 개장 2017. 10. 31. 동탄소원東灘小園 김용택 해우소원解憂所園 - 향기소리뜰 안계동 휘원揮園 윤영주 집으로 가는 길 이선화 신작로의 꿈 이재연 느릿느릿 걷는 구부러진 길 임춘화 지구정원Earth Garden 정주현 칼루스정원, 소행성 동탄에 보내는 땅의 기억 조동범 동탄, 꿈을 꾸다 - 몽탄원 홍광표
부산 래미안 장전
부산 래미안 장전은 시원하게 펼쳐진 금정산과 윤산을 배경으로 두고, 온천천과 맞닿아 있는 풍부한 자연환경에 둘러싸인 곳이다. 뿐만 아니라 부산에서 흔치 않은 평지에 자리하고 있어 남북으로 시원하게 뻗은 통경축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약 2천 가구를 수용하는 장방형 대지에 충분한 동간 거리를 두고 주동이 배치되어, 넓은 외부 공간을 확보한 개방감 높은 단지가 조성되었다. 물과 녹지가 어우러진 선형 공간, 센트럴파크 대상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센트럴파크는 단지를 대표하는 경관축이자 다양한 여가 활동의 중심 공간이다. 티하우스, 경로당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연결하는 중심 보행축으로 야외 카페, 잔디 광장, 멀티폰드, 사색의 길로 구성되었다. 긴 선형 공간의 특징이 부각되도록 바닥 패턴과 각종 시설이 줄무늬를 이루도록 디자인했다. 티하우스와 연계해 조성한 야외 카페에는 바닥분수 그리고 화단과 일체로 조성된 테이블을 설치했다. 화단에 심긴 삐죽이나무가 드리운 그늘 아래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는 공간이다. ...(중략)... 기본 설계 원영디자인연구소 실시 설계 동심원조경 시공 삼성물산(주) 식재 주원조경 시설물 청우개발 위치 부산시 금정구 장전3동 637번지 일대 대지 면적 74,306m2 조경 면적 35,795m2 완공 2017. 9. * 환경과조경 355호(2017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그들이 설계하는 법] 다섯 가지 시선
숨겨진 풍경 찾기_우면동 H 주택 정원 2011년 7월 어느 날, 갑자기 불어난 빗물이 우면산 아래 조용하고 아늑한 형촌마을을 덮쳤다. 건축주의 회고에 따르면, 검붉은 흙물이 집 주변을 온통 휘감으며 대문과 담장을 무너뜨리고 길과 마당을 뒤덮어 집들만 물 위에 동동 뜬, 기억하고 싶지 않은 무서운 경험이었다고 한다. 그는 수마의 흔적을 치우다 지쳐 결국 우리 사무실에 정원 공사를 의뢰했다. 아담하고 오래된 2층 주택의 작은 정원. 산림청이 수해 대책 차원에서 정원의 규모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무지막지한 자연석으로 석축을 쌓아놓은 상태였고, 곳곳에 수해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안전이 우선이었던 건축주는 처음에는 물로 인한 피해만 없으면 된다는 생각뿐이었지만, 점차 쌓여있는 자연석 덩어리에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편 우면산 자락과 맞닿은 이 주택은 창을 열면 산의 녹음과 공기가 집안으로 들고 새들의 울음이 바로 방 안까지 전해지는 곳이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주변 산의 경치는 아주 훌륭하지만 자연석 석축이 오히려 산의 흐름을 정면으로 막고 서 있다. 산의 흐름을 가만히 살펴본다. 암반의 흐름을 살핀다. 산림청이 마구 쌓아놓은 석축에 눌린 정면의 작은 둔덕이 계속 눈에 거슬린다. 꼼꼼히 살펴보니 그 작은 둔덕이 암반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주변에 일부 노출된 암반을 보니 둔덕은 같은 암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드러나 있는 모습이 훌륭하다. 과연 이 아래 멋진 암반이 자리하고 있을까? 모 아니면 도다. ...(중략)... 이재연은 특별할 것 없는 학벌과 스펙에 그저 풍류를 좀 즐길 줄 아는 이 시대의 평범한 조경쟁이다. 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조경설계 서안에서 17년을 근무한 후 2006년 조경디자인 린(주)을 설립해 현재에 이르렀다. 서안에서 국내외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정원 공사의 디테일에 매료돼 린을 창립한 후 설계와 ‘정원 공사’를 병행하고 있다. 직접 설계하지 않은 것은 공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5호(2017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가까이 보기, 다시 읽기] 콘크리트의 가능성 1 - 포장
해외 옥외 공간의 포장에서 콘크리트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재료다. 특히 미국의 공원이나 광장 등 공공 공간의 포장에는 경제적인 측면, 생산과 시공의 용이성을 이유로 콘크리트 포장석이나 현장 타설 콘크리트를 쓰는 것이 보편적이다. 사진의 공원에서도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포장석을 사용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콘크리트 포장석과는 재료 자체의 물성, 유닛 하나의 크기, 형태와 놓인 방식 등이 상당히 다르다. 우선 포장석 하나의 크기가 약 30 × 360cm, 두께가 12.5cm에 달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포장석보다 훨씬 크다. 이 정도 크기라면 포장석이라기보다는 널plank이라고 칭하는 편이 더 적절할 것이다. 일반적인 포장석은 긴 구간을 따라 이음매를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맞추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보통 번갈아 어긋난 이음매로 레이아웃을 짜는데, 이 공원의 경우는 오히려 재료의 긴 방향을 따라 이음매를 정렬했다. 널의 가로 방향으로는 이음매가 번갈아가면서 위치하는 길이쌓기running bond 패턴으로 재료를 배열했다. 유별나게 크고 무거운 콘크리트 널을 완벽하게 정렬하기 위해 콘크리트 침목sleeper과 받침대pedestal로 격자형 구조를 짜고, 그 위에 스페이서spacer를 이용해 콘크리트 널을 일정한 간격으로 올려놓았다. 플랜터에 인접한 널은 약간 위로 높아졌다가 다시 낮아지며 끝으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형태인데, 폭이 좁아지면서 생겨난 틈 사이로 식물이 비집고 들어와 자라고 있다. 식물뿐만 아니라 녹슨 철로 또한 이 틈 사이로 끼어들어 마치 식물이 철로와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나와 자라는 듯한 모습이다. ...(중략)... 안동혁은 뉴욕에 위치한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활동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 등록 미국 공인 조경가(RLA)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현재 회사에 8년째 근무하면서 Philadelphia Race Street Pier, 부산시민공원, London Queen Elizabeth Olympic Park, Hong Kong Tsim Sha Tsui Waterfront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5호(2017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박동훈 총괄디렉터, 필동문화예술공간 예술통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가 이런 언급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풍경화를 그리기 위해선 그 장소에서 해가 뜨고 움직이며 지는 것에 대해 무척 잘 알아야 한다.” 북한산 인수봉이 만져질 듯이 맑은 늦여름 날, 충무로역에 내려 남산 자락의 필동으로 걸어 올라갔다. 거리에서 박동훈 총괄디렉터를 만났다. 도시에 대해 묻자 그는 재생 이전에 ‘재발견’을 말했다. 오랫동안 열심히 바라본 경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크게 대단할 것도 없는 세상을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 나고 자라는 대로의 자연, 여기 내가 자라온 도시가 가장 큰 아름다움을 감추고 있다는 단순한 긍정이 그 밑바탕이었다. 잠시 기운 빠지는 얘기를 하자면, 우리 사회의 도시재생은 아직 기술적 사안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다. ‘시민의 합의’,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라는 당위적 선언은 50조라는 숫자 앞에 바람 빠진 풍선처럼 허무하게 사그라져 버렸다. 다들 4대강 사업의 두 배에 달하는 이 거대한 수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미 수표의 액수는 정해졌으니 그럴듯해 보이는 영수증 처리만 남았다. 그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은 지역과 동네에 대한 애정과 애착, 그 눅진한 감정이 빠져 있는 수많은 ‘사업 시나리오’에서 어디론가 증발해 버린 진정성을 그리워한다. 정작 주연은 없이 연출만 가득한 공연에서 스스로를 정당화하느라 두꺼운 페이지와 긴 표와 맥 빠진 수사를 낭비하고 있는 투자 유치 보고서들을 보고 있자니, 피곤에 절은 누군가의 단견과 매몰된 시야에 의존하는 작금의 도시재생 촬영장이 불안하고, 또 불행하다. ...(중략)...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뉴욕에서 10여 년간 실무와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며 저서 『시티오브뉴욕』을 펴냈고, 북미와 유럽의 공모전에서 수차례 우승했다. UNKNP.com의 공동 창업자로서 뉴욕시립미술관, 센트럴 파크, 소호 및 대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에서 개인전 및 공동 전시를 가졌다. 현재 계명대학교 도시학부에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며 울산 원도심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5호(2017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정원 탐독] 문학 속의 정원과 사람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과 정원 서양 문학사의 큰 기둥 중 하나로 14세기 이탈리아의 대문호 보카치오Giovanni Boccacio의 『데카메론』을 꼽는다. 『데카메론』은 하나의 서사가 아니라 백 편의 이야기를 담은 일종의 액자 소설이다. 『데카메론』이 발표된 1350년은 유럽 인구의 5분의 1을 앗아간 대참사 흑사병이 돈 지 2년이 지났을 때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심은 일곱 명의 젊은 여인과 세 명의 남자로, 이들은 흑사병이 번진 도시 피렌체를 떠나 한적한 시골 저택에 함께 기거한다. 이들은 모두 사랑하는 가족, 이웃, 친구를 죽음의 도시에 버려두고 도망친 마음의 빚을 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무거운 빚을 거두기 위해 춤추고 노래하고 게임을 즐기며 원초적인 기쁨에 매달린다. 가장 중요한 일과는 매일 밤 여자 중에서 한 명의 여왕과 남자 중에서 한 명의 왕을 정해 이들이 정하는 주제에 따라 열 명이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다. 체류 기간은 14일이었지만 일주일에 이틀은 이야기를 멈췄기 때문에 열흘에 걸친 열 명의 이야기가 곱해져 총 백 개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보카치오는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저택과 정원을 『데카메론』에 매우 상세하게 묘사했다. 또 이야기의 좌장이 되는 왕과 여왕이 정하는 주제도 식물, 정원, 인간의 예술, 자연으로 흘러갔다. 보카치오가 설정한 시골의 저택과 정원은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정원의 모습을 그대로 연상시킨다. 당시 이탈리아 정원은 직선과 기하학적 형태, 완벽한 균형과 축으로 구성되고, 그 안에는 건축물, 조각물, 다리 등 인간의 예술이 가득한 곳이었다. 사실 이것만 본다면 정원을 지극히 인위적인 인간의 공간으로 봐야 할 테지만, 이 장소가 들어선 정원의 자리가 산중턱의 자연 환경을 그대로 끌어안고 그 안에 심어진 식물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둘러싸여 있다. 보카치오가 말하듯, 자연과 인간이 합작으로 만들어낸 완벽한 작품이 바로 정원인 것이다. ...(중략)...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리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시골의 발견』,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 환경과조경 355호(2017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이미지 스케이프] 오로라타프
서울정원박람회 다녀오셨나요? 그럼 꽃으로 둘러싸인 ‘여의지’도 보고, 바람에 흔들리는 ‘오로라타프Aurora Tarp’도 보셨겠군요. 작년 서울정원박람회에 등장했던 오로라타프가 올해도 다시 중앙 무대 앞에 자리를 해서 이젠 제법 박람회의 안주인 같은 느낌입니다. 햇빛에 반짝거리는 화려한 색감도 일품이지만 바람이 만들어 내는 소리와 움직임도 아주 멋집니다. 마치 대나무 숲에 들어와 있는 느낌도 들고. 오로라타프? 앞의 ‘오로라’는 쉽게 이해가 가는데, 뒤쪽의 ‘타프’는 좀 생소합니다. 오로라는 하늘을 배경으로 다양한 형태와 색을 만들어 준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타프는 무슨 뜻일까요? 구글신에게 물어봤습니다. 역시 이미지들이 쭉 올라오는군요. 텐트하고 비슷한데 천장 부분만 있어서 야외에서 그늘을 만들어 주는 장비라고 합니다. 캠핑을 좀 해 보신 분이라면 이미 친숙한 용어겠네요. 그러고 보니 공원이나 둔치에서 많이 본 것 같습니다. 타프tarp는 타폴린tarpaulin의 줄임말로 사전적 의미로는 타르 칠을 한 방수천, 방수외투, 방수모인데, 실제로는 햇볕과 비를 막는 천막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로라를 닮은 그늘막이라는 말이군요. ...(중략)...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실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5호(2017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시네마 스케이프] 아이 캔 스피크
외국 영화를 보다 보면 그렇게 완벽하지 않을 때도 “퍼펙트”라고 표현하거나, 누가 봐도 곧 죽을 상황인데도 “잇 윌 비 오케이”라고 답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뭐, 나쁘지 않아”,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어” 정도가 솔직한 표현일 텐데 말이다. 실제로 “하우 아 유?”라는 인사에 진짜 “파인 땡큐, 앤 유?”라고 답하는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영화에선 한 번도 못 봤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는 이 대사가 자주 나온다. 씩씩한 나옥분(나문희 분)은 자신 있게 “파인”을 외친다. 누구보다 괜찮지 않은 그녀가 괜찮다고 외칠 때마다 관객의 눈 주변은 뜨거워진다. 민족 최대의 명절(대체 이 표현은 누가 먼저 쓰기 시작했을까. 명절이라니, 게다가 민족 최대라니, 오 노!) 연휴 기간에 본 영화 ‘아이 캔 스피크’. 괴짜 할머니가 영어를 배우는 가벼운 터치의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무슨 이야기를 영어로 하고 싶은지 그 이유가 밝혀지는 중반 이후부터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영화다. 이 원고가 실릴 때는 할머니의 비밀(?)이 이미 비밀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도 뒤늦게 영화를 볼 관객을 위해 가슴까지 뜨거워지는 중요한 사연은 아끼기로 한다. ...(중략)...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9월 2일~11월 5일). 서울시는 돈의문 뉴타운 지구에 포함되었던 돈의문 옆 새문안 마을을 철거하지 않고, 한옥과 일본식 주택과 옛 골목길을 그대로 살려 마을 전체를 재조성했다.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며 진짜 마을을 만들어낼지 천천히 지켜볼 일이다. *환경과조경355호(2017년 11월호)수록본 일부
[예술이 도시와 관계하는 열한 가지 방식] 가까운, 또는 먼 이웃
대규모 단지의 재개발이 이루어지려면 그곳에 살던 원주민들은 영구적이든 한시적이든 이주를 해야만 한다. 새로 지어진 건물에 원래 살던 이들이 항상 입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설사 입주할 수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임시로 거주할 만한 공간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상황 때문에 살던 곳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재개발을 늦추지 못해 강제 철거를 하는 경우 역시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폭력적인 과정에서 삶을 파괴당하는 것은 비단 사람만이 아니다. 그곳에 터를 잡고 살던 고양이를 포함한 동물들이 철거 과정에서 압사당하기 일쑤고 드넓은 배밭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등, 그 땅을 기반으로 지속해 온 생태계 전체가 거대한 삽 앞에서 무력하게 스러지곤 하는 것이다. 때문에 둔촌주공아파트 단지의 대규모 재건축이 예정되면서 동네 고양이들을 돌보던 이들은 고양이들의 안전한 이주를 고민하게 되었다. ‘둔촌냥이’는 봉우곰스튜디오의 김포도 작가, 마을에숨어의 이인규 작가, 개인 활동가 정미진 씨가 함께 둔촌주공아파트 단지 내에 살던 고양이들의 이주를 위해 만든 일시적 모임이다. 이들은 고양이를 도시 공동체의 한 일원이라 여기고, 생태적 이주를 모토로 고양이가 최대한 자발적으로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 프로젝트로 (재)건축의 논리가 자연과 공존으로 좀 더 폭넓은 관점을 가지게 되었으면 한다는 이들의 활동은 정재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기록될 예정이다. ...(중략)... 진나래는 미술과 사회학의 겉을 핥으며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게으르게 활동하고 있다. 진실과 허구, 기억과 상상, 존재와 (비)존재 사이를 흐리고 편집과 쓰기를 통해 실재와 허상 사이 ‘이야기-네트워크-존재’를 형성하는 일을 하고자 하며, 사회와 예술, 도시와 판타지 등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기술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지점에 매료되어 엿보기를 하고 있다. 2012년 ‘일시 합의 기업 ETC(Enterprise of Temporary Consensus)’를 공동 설립해 활동했으며, 2015년 ‘잠복자들’로 인천 동구의 공폐가 밀집 지역을 조사한 바 있다. www.jinnarae.com *환경과조경355호(2017년 11월호)수록본 일부
자연 자원을 활용해 지역의 가치를 드높이다
매년 10월이면 대전시 유성구 유림공원 일대가 노란 물결로 일렁인다. 201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열리는 ‘유성 국화전시회’를 빼곡히 채운 국화꽃들이다. 지난 10월 14일부터 29일까지 유성구 공원녹지과는 “또 하나의 상상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는 주제로 ‘제8회 유성 국화전시회(이하 국화전시회)’를 열었다. 올해의 테마는 ‘빛’으로 다양한 조명이 밤에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고, 유성천에 새로 조성된 섶다리 옆으로는 LED 물고기가 헤엄쳤다. ‘국향천리 인향만리’를 주제로 개최된 작년과는 확 달라진 풍경이다. 이처럼 매번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기 때문일까, 국화전시회는 이제 유성구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들도 방문하는 관광 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실 국화전시회는 유성구 양묘장에서 청사 환경 개선과 가로 환경 조성 사업을 위해 직접 기르던 국화를 유성구청사에 조촐하게 전시한 데서 출발했다. 이렇게 작은 행사가 어떻게 유성구민을 넘어 다른 지역 사람을 끌어들이는 축제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허태정 대전시 유성구청장을 만나 그 성공 비결을 들어보았다. 직접 재배한 국화, 손수 제작한 조형물 허태정 구청장은 국화전시회의 차별화 전략으로 ‘직접’ 재배한 국화와 ‘직접’ 만든 조형물을 꼽았다. 실제로 공원녹지과 직원들은 매년 외부 용역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국화를 재배할 뿐만 아니라 전시에 필요한 조형물도 손수 제작하고 있다. 이로써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행사에 애착을 갖게 되었으며, 예산 절감 등 행사의 효율성도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식물을 다루는 행사인 만큼 뜻하지 않은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올해는 유난히 무더위와 가뭄이 심해 걱정이 많았다.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과 저녁에 물을 주고 방제도 했지만, 조형물에 전시해 놓은 생육 상태가 좋은 국화가 7~8월에 갑자기 고사하는 바람에 새로운 국화로 바꾸는 작업을 밤새 진행하기도 했다. 다행히 잘 마무리되어 성공적으로 전시회를 시작할 수 있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55호(2017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편집자의 서재]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
왜 ‘건설왕’이라 하지 않고 ‘건축왕’이라 했을까? 책장을 덮고 든 첫 번째 의문이다. “식민지 경성을 뒤바꾼 디벨로퍼 정세권의 시대”라는 부제목처럼 정세권은 1920년대에 북촌, 익선동, 창신동 등 경성 전역에 한옥 대단지를 건설한 부동산 개발업자다. 그가 지은 한옥 단지의 규모가 크지 않았다면 한옥 집장사로 불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그의 활동은 단순한 집장사와는 거리가 멀다. 전통 한옥에 근대적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개량 한옥을 대량 공급하여 조선인의 주거지를 확보하고 주거 문화를 일대 개선했으니, 그 업적이 결코 폄하되어선 안 될 것이다. 게다가 이 책의 적지 않은 분량은 조선물산장려회를 기반으로 한 그의 민족운동에 할애되어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그가 건축왕일까? 사라지지 않는 의문을 안고 북촌의 한옥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이 한옥도 정세권이 지은 것일까를 궁금해하면서…. 안국역에서 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계동 골목의 한옥 게스트하우스는 생각보다 컸다. 마당이 꽤 넓었고, 한옥의 고풍스러움도 느껴졌다. 대문에서 보았을 때 마당의 왼편에는 유리 통창이 시선을 끄는 사랑방이, 오른편에는 별채가 자리 잡고 있다. 전면의 본관 건물에 안방, 큰방, 건넌방이 있으니 객실만 다섯 개에 이른다. 각 객실마다 별도의 화장실이 딸려 있고, 거실과 부엌은 물론 사무실도 별도로 있을 정도로 작지 않은 규모다. 우리가 머문 곳은 별채다. 기역자 형태의 원룸 구조로, 게스트하우스에서 가장 독립적인 공간이다. 목소리가 유난히 큰 어떤 멤버를 위해 굳이 별채를 골랐다고 한다. P가 다음 독회 책으로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를 추천했을 때, 누군가 북촌의 한옥에서 독회를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 근사한 계획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2017년에서 1920년대로 잠시 동안의 타임 슬립을 시도했다. 우리는 애써 주인장에게 이 한옥이 언제 지어진 것인지를 묻지 않은 채,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별채의 안쪽에 작은 상을 펴고 둘러앉았다. 대개는 책을 고른 사람의 아주 짧거나 혹은 꽤 긴 발제로 이야기를 시작하곤 했는데, 이 날은 달랐다.누군가 던진 감상평 탓이다. 한마디로 아쉬움! 그러자 일제히 아쉬웠던 점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완연히 다른 전개였다. 오고가는 말들의 처음과 끝에는 “일반 독자였다면 흥미로울 수 있었겠지만”이란 단서가 자주 달렸다. 본문만 199쪽인 두껍지 않은 책인데 “책의 절반 이상이 정세권이 경성을 만드는 스토리가 아니라, 정세권이란 인물에 할애되었다”, “기대했던 경성이란 도시의 개발 이야기가 너무 부족했다”, “물산장려운동에 얼마나 많은 자금을 쓰고 노력했는지, 우리는 궁금하지 않다”, “도면을 더욱 보완해야 했다”, “기대에 못 미쳤다. 얕고 거친 추적이었다. 건축이나 도시 자료가 턱없이 부족했다. 3장은 생뚱맞았다. 그 동기가 도시개발과 연계되었다면 모를까”와 같은 독후 소감이 이어졌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하지만 이 책 덕분에 북촌의 한옥 지붕 아래에 모여 앉은 우리는 서로의 한옥에 대한 추억을 엿보기도 하면서, 이 책의 장점에도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경성 건축왕’이란 단어를 접했을 때의 호기심은 누구랄 것 없이 컸다. “정세권이란 인물을 발굴하고 조사하고 추적해서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저자의 노력은 기억할 만하다.” 어떤 이는 프레시안에 연재될 당시의 글을 읽은 적도 있어서, 한 권으로 묶인 단행본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고 한다. 특히 앞부분에 대한 호감도는 모두 높았다. 한 멤버가 120쪽 밖에 읽지 못했다는 고백을 하자, 필요한 부분은 모두 읽은 셈이라는 다독임이 뒤따랐다. 결국 정세권을 알게 된 점이 가장 큰 수확이란 점에 의견 일치! 게다가 디벨로퍼의 저항 운동이라니! 개인적인 또 하나의 소득은 ‘경성 3왕’의 존재를 알게 된 점이었다. “일제시대 경성의 대자본가들은 ‘왕’이라는 타이틀로 불렸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화신백화점 소유주로 1930년대 조선 최대 갑부 소리를 들었던 박흥식이 있는데, 그는 ‘유통왕’이라 불렸다. 그에 필적할 만한 부를 축적한 인물에 ‘광산왕’이었던 최창학이 있다. 그리고 이들과 더불어 경성 3왕이라 불린 인물이 ‘건축왕’ 기농 정세권이다. 정세권은 한옥집단지구를 경성 전역에 걸쳐 건설하면서 단기간에 대자본가로 성장했다.”(각주1) 토론 중 가장 고개가 끄덕여졌던 대목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일제강점기에도 ‘일상의 삶’이 영위되었다는 엄정한 사실이었다. 이 지점에서 L이 이야기했다. “어려운 사람은 부리는 사람만 바뀔 뿐 어려운 일상은 그대로다. 그대로의 삶을 살아간다. 어떻게든. 토지의 서희처럼 어쩌면 독립운동이나 민족운동보다 일제강점기에 한 경제 행위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처음의 의문에 답할 차례다. ‘건설왕’이 아닌 ‘건축왕’으로 칭한 (대단하지 않은) 까닭은 독자들의 관심을 더 끌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두 번째 의문인 우리가 잠시 머문 한옥은 정세권이 지은 집이 아니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지나치게 크고 넓기 때문이다. 멤버 중 한 명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했다. “다섯 살 때 삼선교 장수마을에서 살았다. 도심형 한옥 주택인 ㅁ자 집이었다. 마당에 볕이 한 줌만큼 들어왔다. 지독히 좁고 어두운 마당이었다. 정세권이 지었을 법한 집이다.” 저녁 9시, 우리는 책을 덮고 계동 골목을 빠져 나와 간단한 뒷풀이를 하고 헤어졌다. 남자 사람들은 집으로, 여자 사람들은 다시 한옥 게스트하우스로. 1. 김경민,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 이마, 2017, p.55.
[CODA] 땐뽀걸즈, 버티는 청춘에 관하여
민족 최대의 ‘연휴’ 마지막 날.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해외로 나갔는지 ‘도떼기시장’이 되었다는 인천공항의 모습을 뉴스로 보면서, 항공 티켓 한 장 발 빠르게 구하지 못했다고 한탄하며 휴일을 마무리하던 중, 약속 장소인 홍대 근처로 향했다. 정면에 보이는 건 헌팅천국으로 불리는 ‘쏠로포차’. 메르스포비아도 비켜갔다는 청춘사업에 이곳은 여전히 젊은이들로 바글바글. 그들의 젊은 열기가 부럽기도 하면서 얼른 이 시끄러운 곳을 뜨고 싶은 기분이다. 오랜만의 상상마당. 그날 모인 ‘언니들’은 돌아가며 홍대 일대와 얽힌 무용담을 꺼내들지만 10년이 훌쩍 넘은 일들이다. 머쓱해진 어제의 용사들은 서둘러 어두운 영화관으로 몸을 옮겼다. 다큐멘터리란 것만 알고 보기 시작한 영화는 ‘땐뽀걸즈’. 올해 4월 KBS 스페셜로 방송된 거제여상 댄스스포츠반(이하 땐뽀반) 학생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다시 편집한 작품이란다. 따뜻한 성장 영화나 성공한 도전기이겠거니 짐작했고, 전형적인 스토리에 쉽게 감동받지 않을 작정으로 삐딱한 시선을 스크린에 고정했다. 조선소의 도시, 거제도 풍경을 스치듯 지난 카메라는 빠르게 경연 대회에 참가한 땐뽀반 아이들과 이규호 선생을 비춘다. 그리고 다시 몇 달 전으로 돌아간다. 수능철이 되면 그 또래 학생들이 모두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것처럼 온 나라가 떠들썩하지만 상업고등학교 학생들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인문계 고교생에게는 입시가, 실업계 고교생에게는 취업이 지상 과제이련만 지금 이 아이들에게 소중한 것은 댄스스포츠다. 이들은 댄스스포츠를 가르치는 교사와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며 경연 대회를 준비한다. 아니, 거의 반말에 가까운 소녀들의 말을 50대의 선생이 자연스럽게 받는다. 지난 6월호 이 지면에서 윗사람은 공공연하게 반말을 하고 아랫사람은 높임말을 하면서 실질적인 불평등을 되먹임 하는 한국 사회를 진단하며, 아랫사람이 반말을 할 수 있어야 몸에 밴 순종의 문화를 걷어낼 수 있다는 김광식 교수의 주장을 소개한 적이 있다.(각주1) 그러니까 땐뽀반 학생과 교사는 눈높이를 맞춰가며 수평적 관계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카메라는 술도 먹고, 수업도 땡땡이치는 아이들을 불량 청소년이나 문제아로 재단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미화도 하지 않는데,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권위 의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교사는 술을 마신 아이들을 야단치기보단 걱정하며 숙취해소제를 건넨다. 연습이 끝나면 선생은 아이들에게 천 원, 이천 원 버스비를 쥐여주고, 기다리는 동생들에게 나눠줄 빵을 사 손에 들려 집으로 들여보낸다. 그 집 안까지 카메라가 따라 들어가 가정사를 속속들이 들추지 않아도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 소녀들에게서 느껴지는 위태로움은 거제도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사실 이 영화의 이승문 감독은 ‘거제시의 조선업 몰락’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기 위해 거제도에 내려갔다가 거제여상의 땐뽀반을 우연히 만나, 방향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한 소녀가 저녁 식탁에서 아버지에게 왜 조선소를 그만뒀냐고 웃으며 묻는다. 다른 일이 해보고 싶었냐고. 아버지는 묵묵히 밥을 먹는다. 그리고 조선소에 취업할 지 묻는 딸에게 니가 원한다면, 이라고 대답한다. 또 한 소녀는 조선소를 그만두고 새로운 직업 교육을 받기 위해 서울로 떠나는 아버지와의 마지막 저녁 식사에 가지 못한다. 늦어진 땐뽀반 연습 때문인데, 원인 제공자인 친구와 갈등을 빚는다. 그 친구는 생계를 위해 땐뽀 연습 대신 아르바이트를 가야 한다. 선생님은 그 친구의 어려운 집안 사정을 모르고 춤을 배우자고 했다고 미안해한다. 산업 구조 변화는 우리 도시와 가정, 그리고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다. 그 변화가 청춘들에게 그대로 투영된다. 안전판이 부실한 사회에서 학생들이 흔들리는 이 시기를 무사히 통과하기를. 이 감독은 말한다. “사실 옆에서 지켜보면 아이들이 많이 위태롭다는 걸 알 수 있다. 조금만 발을 헛디디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실제로 촬영하는 동안에도 아이들 주변에 그런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그렇다고 어른들이 이 아이들을 구원해 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 위태로운 시간을 붙잡아서 버티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각주2) 이아 이들에게 그 누군가는 이규호 선생이고 댄스스포츠다. 갈등과 화해, 걱정과 희망의 시간을 통과한 소녀들은 반짝이는 옷을 맞춰 입고 지역의 큰 문화예술홀에서 공연을 하고 입상도 한다. 영상 편지로 사소한 일에서 느꼈던 감사를 표현하는 아이들, 그 모습을 보며 감동이 번지는 선생의 얼굴이 화면 가득 잡힌다. 경연 대회가 끝나도 학생들을 둘러싼 현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가끔 꺼내보며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추억은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사회 변화가 일으키는 파동을 슬기롭게 넘기는 것은 어른들, 우리 모두의 몫이 아닐까. 어두운 영화관을 빠져 나오니 바깥은 불야성이다. 뜬금없지만 이곳의 청춘도 한결 가깝게 느껴진다. 1. 김정은, “말맛과 글맛”, 『환경과조경』 2017년 6월호, p.143. 2. 서지연, “땐뽀걸즈 이승문 감독 ‘결국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IZE Magazine, 2017년 10월 16일.
편안한 휴식과 소통의 장 ‘로툰다’
로툰다rotunda는 돔을 갖추고 있는 원형 또는 타원형의 평면을 지닌 건물이나 방을 의미한다. 아파트 단지 내 대표적인 휴식 공간의 자리를 퍼걸러에 내주긴 했지만, 로툰다는 여전히 나름의 구조적 미학과 소통의 장의 가치를 자랑한다. 주거 단지의 고급스러움과 조형적 아름다움을 부각하기도 하지만, 형태적 차별화를 꾀하기 어려운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래서 라움하우스는 현재의 트렌드에 맞도록 다양한 형태로 변화를 시도한 로툰다를 꾸준히 기획하고 있다. 대개 무채색으로 디자인되었던 기존 제품과 달리 이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색을 가미했다. 또한 과다한 장식 대신 조형적으로 아름답도록 비례를 조정해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적 기품을 잃지 않은 로툰다를 완성했다. 본연의 기능을 다할 뿐만 아니라 주거 단지의 명품화를 추구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TEL. 02-334-0426 WEB. www.raumha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