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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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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광화문광장 설계공모에 참가하는 조경가들에게
지난 8월부터 한 일간지에 3주마다 칼럼을 쓰게 됐다. 전국의 불특정 독자를 상대하는 지면이라 글감 택하기가 쉽지 않다. 나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없는, 10년도 안 된 광화문광장을 1,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뜯어고치는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걸로 첫 글의 주제를 잡았다. 대중 일간지라는 부담 때문에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고, 힘이 과하면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는 법. ‘시민의 일상과 조화된 보행 중심 공간화’와 ‘잃어버린 역사성의 회복’이라는 서울시 논리의 맹점을 꼬집은 후, 서울역 고가 공원화 못지않은 속도로 전개될 이 사업의 과정을 경계하는 다음 문단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점은 이 사업의 속도다. ‘토건시대’를 연상시키는 속도전으로 진행할 일이 아니다. 서울시는 7월 말에 전문가와 시민 150명이 참여하는 시민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토론회를 열었다. 초대장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광화문시대를 여는 새로운 광화문광장을 조성함에 따라 … 광화문시민위원회를 구성하여 논의를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논의를 다시 시작한다면서 동시에 8월 말 설계공모, 내년 말 설계 종료, 2021년 5월 완공이라는 과속 주행 스케줄이 정해져 있다. 이 프로젝트가 전시성 포퓰리즘 공간 정치의 산물이 아니라면, 밀실에서 광장으로 나와 진정한 광화문시대를 여는 과정의 첫걸음이라면, 광화문광장의 온전한 미래를 다음 세대가 선택할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논의를 다시 시작’하기 바란다”(배정한, “광화문시대를 연다?”, 「한겨레」 2018년 8월 11일). 당연히 볼이었다. 10월 12일, “역사성과 장소성을 살린 시민중심 대한민국 대표공간 조성을 목표”(공모 지침서 초대의 글)로 하는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설계공모’가 공고됐다. 가까운 조경가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공모에 참가한다고 한다. 건축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최적의 드림팀을 꾸리느라 거의 모든 세대의 조경가와 건축가가 동분서주하고 있다. 몇몇 조경가(L)와의 대화 몇 토막을 추려서 옮긴다. J. 광화문광장, 할 건가? 한다면,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L.당연히 한다. 어떤 안을 내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지침서에 적힌 ‘10가지 이슈와 과제’는 사실 ‘아무 말 대잔치’나 ‘뻔한 말 대방출’처럼 읽힌다. 진지하지만 지극히 낭만적인 말들이다. 그 과제들을 조금 더 고급진 어휘로 바꿔 보고서에 다시 적고 패널에는 한두 가지 강한 아이디어를 세련된 CG로 산뜻하게 담을 생각이다. J. ‘보행 중심 공간화’는 결국 현재의 광장을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붙여 확장하는, 이른바 ‘편측 광장’화다. ‘잃어버린 역사성의 회복’은 광화문 앞 월대와 해태상의 제자리 찾기에 다름 아니다. 어길 수 없는 정답이다. 이 두 문제가 현재의 광장, 즉 밀실에 유폐된 진실을 시민의 힘으로 밝혀낸 촛불의 광장을 지금 당장 고쳐야 하는 합리적 이유일까. L. 시급히 고칠 이유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바꾸면 광화문광장이 더 나아질 것 같기는 하다.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세계 최대의 중앙분리대”라는 비판에 일리가 있지 않은가. J.물론 현재의 광장 구조, 형태, 디테일이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10년 전에 많은 전문가의 의견처럼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붙여 광장을 만들었다면 시민의 일상과 더 넓은 접면을 가지고 문화적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보다 쾌적한 보행 환경을 갖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선은 필요할 때 차도를 막아서 유연하게 쓰고 주변의 빈 공간들을 잘 엮어서 써도 되지 않나. 당장 뜯어고칠 당위성은 없는 것 아닌가. L.동감이다. 바꿀 거면 확실하게 바꾸는 게 맞다. 기왕이면 입체적 교통 계획을 세워 세종로 전체를 보행 광장으로 완성하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하지만 그런 그랜드 플랜에는 오랜 시간에 걸친 연구와 실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선 단기 처방을 하자는 게 이번 프로젝트 아닐까. J.단기 처방 후 또 새로 수술을 해야 할까. 역사성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역사와 전통 이야기만 나오면 왜 언제나 전근대의 조선만을 원형으로 설정하는 것일까. L.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몇십 년간 세종로와 광화문 일대에서 펼쳐진 철거와 복원 행위의 대부분은 조선 왕조의 공간적 흔적을 단편적으로 소환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그곳은 현대사의 수많은 사건과 의미가 적층된, 살아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J. 그렇다. 4·19 혁명과 1987년 민주 항쟁도, 붉은 악마의 월드컵 군무도, 촛불로 타오른 시민 혁명의 기억도 조선의 왕궁이나 육조거리, 월대나 해태상 못지않게 중요하다. L. 그 지점에서 참가작들의 아이디어가 다양하게 분기될 것 같다. J.왜 이 공모가 나왔다고 생각하는가. “광화문광장을 둘러싼 수많은 논쟁이 있습니다”라는 공모 지침서 첫 문장처럼 실제로 우리는 광화문광장을 문제라고 생각할까. 시민들도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을까. L. 우문이다. 이 시대 도시·건축 정책을 이끄는 키맨들의 문제의식과 열망이 낳은 프로젝트다. 어느 정도는 순수한 열망이라고 본다. J. 그 순수한 열망이 왜 이렇게 급하게 실험되어야 하는가. 연구와 토론, 참여와 소통이 필요하지 않나. L.물론 2021년 5월 완공이라는 데드라인은 지극히 정치적이다. 그러나 키맨들은 자신의 열망을 실현할 수 있는 정치·사회적 환경이라고 판단하니까 과속하는 것 아니겠나.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생각. J.그렇다면 왜 이 땅의 대다수 조경가와 건축가도 이 과속 주행에 동참해야 하는가. L.잘 모르겠다. 그러나 뭔가 전문가로서 사명감 같은 걸 느낀다. 공모전 사이트가 가장 상징성 있는 서울의 대표 공간 아닌가. 내 설계 능력과 지식을 이곳에 펼쳐봐야 한다는 사명감이랄까. ‘서울로 7017’의 재판이 되는 걸 막아야겠다는 의무감 비슷한 것도 느낀다. 아무튼 정치는 정치고, 일은 일이다. 그들이 노 저을 때 우리도 노 저어야 한다. J.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건 좋지만, 그러다 쓸데없이 팔뚝만 굵어질 수도 있지 않나. 2017년 1월호부터 격월로 연재된 ‘정원 탐독’이 이번 호로 막을 내린다. 오경아 필자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2018 서울정원박람회
지난 10월 3일부터 7일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2018 서울정원박람회가 개최되었다. 작년에 이어 정원 문화 확산과 노후 공원 재생을 목표로 잔디마당 곳곳에 작가정원 7개소가 조성되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4일부터 6월 12일까지 ‘서울 피크닉’을 주제로 작가정원 공모를 진행했으며, 실용성, 창의성, 심미성, 시공성, 주제 반영도를 고려해 1차 서류심사에서 11개의 작품을 선별하고 2차 프리젠테이션 심사를 통해 최종 7개 작품을 선정했다. 배정한 심사위원장(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은 “주제를 참신하게 풀어낸 창의성이 돋보이는 응모 작품들이 많았다”며 “서울정원박람회의 품격을 높이고 새로운 정원 디자인의 트렌드를 선도할 만큼 수준 높은 작품들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정원 조성 이후 현장에서 이루어진 최종 심사 결과, 김인선(팀펄리가든)의 ‘피크닉을 즐기는 N가지 방법’이 대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날씨, 계절, 분위기 등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공간에서 휴식할 수 있는 정원으로, 정원 이용자의 다양한 요구와 주변 경관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공간 구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18 서울정원박람회는 10월 9일부로 막을 내렸지만 여의도공원 잔디마당에 조성된 일곱 개의 작가정원은 존치된다. 2018 서울정원박람회 작가정원 공모 주최 서울특별시, 서울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주관(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월간 환경과조경 위치 여의도공원 잔디마당 일대 주제 서울 피크닉 규모7개소(100m2 이내/개소당) 지원금2,000만원(개소당) 상금 대상1,000만원(1팀) 금상500만원(1팀) 은상300만원(1팀) 동상100만원(4팀) 심사위원 안영애(안스디자인 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주신하(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 윤영주(디자인필드 대표) 이선화(지호디자인 대표) 이병철(아침고요수목원 이사) 권진욱(한국정원디자인학회 특별위원회 위원장) 배정한(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박명권(월간 환경과조경 대표) 전시2018. 10. 3. ~ 9.(박람회 이후 존치)
서림연가
자연이 서린 공간, 서림연가 전라북도 무주군, 진안군, 장수군의 머리글자를 따서 지은 ‘무진장’은 전라북도 동북쪽의 산간 지방을 일컫는 말이다. 무진장의 수려한 산간 경관을 자랑하는 무주군 구천동에는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형형색색의 간판과 플래카드가 산 속 깊은 곳까지 걸려 있으며, 마을에는 여느 관광지처럼 숙박업소, 펜션, 음식점 등이 즐비하다. 하지만 서림연가의 분위기는 바깥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인근 대로변의 번잡한 풍경은 사라지고, 세상과 단절된 공간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든다. 주변 소음이 사라지고 적막하다 싶을 정도로 고요해지면 바람 소리와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설계자가 의도적으로 숨겨 놓기도 하고 열어 놓기도 하면서 만든 공간의 틈으로 시시각각 자연이 스며든다. 햇빛, 달빛, 그림자, 눈과 비, 구름과 안개, 하늘과 바람이 서로 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채운다. 숨기기와 보여 주기의 절묘한 줄타기 건축의 주요 전략은 ‘숨기기’였다. 대상지 북쪽에는 울창하고 키가 큰 나무들, 풍부한 수량의 계곡이 있고 그 뒤로 산이 보이지만, 그 외의 삼면은 크게 내세울만한 모습이 아니었다. 하지만 멀리 보이는 산세와 하늘은 이곳을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독립된 공간이 필요한 객실과 그리 아름답지 않은 근경의 조합을 고려해보니, 이 공간의 해답은 ‘숨기기’와 ‘보여 주기’의 절묘한 줄타기에 달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7호(2018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조경 설계 안마당더랩 건축 설계 아키후드건축사사무소(강우현, 강영진) 조경 시공 안마당더랩, 디자인스튜디오도감(최웅재, 김명천) 위치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 282 대지 면적 2,275㎡ 건축 면적 583.08㎡ 건축 규모 지상 1층 완공2018 사진 노경, 디자인스튜디오도감, 안마당더랩 안마당더랩(Anmadang the Lab)은 이범수,오현주가2016년 공동 설립한 조경설계사무소로,조경 지식을 기반으로 외부 공간을 기획,설계,시공하는 디자인 작업실이다.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외부 공간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작동하지 않던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자 한다.섬세함이 만드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며,예술성과 대중성의 중간에서 새로운 환경을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공공 공간,상업 시설,개인 주택,전시(박람회),실내 연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최근에는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 우수상(2018),서울정원박람회 작가정원 부문 금상(2018),경기정원문화박람회 작가정원 부문 최우수상(2018)을 수상했다.
시몬스 팩토리움 & 테라스
건축 과거의 공장은 대개 닫힌 공간에서 오직 제품 생산에만 힘썼다. 하지만 최근 많은 공장이 직원들이 적절히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외부 방문객에게도 좋은 환경과 공장의 정체성을 드러내려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물리적 환경 개선을 넘어 그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 시몬스SIMMONS 역시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더 젊은 감각과 창의적인 모습으로 탈바꿈을 시도했다. 새로운 것만 지향한 것은 아니다. 터를 정하는 전통적 방식인 풍수지리에 따라 건물의 방향과 연못의 위치를 신중하게 정했다. 대상지와 콘셉트 대상지가 위치한 이천 신갈동은 농지와 녹지가 어우러진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의 마을로, 편안한 잠을 추구하는 시몬스의 브랜드 철학과 어딘가 닮아있다. 이러한 맥락에 맞게 공장의 건물도 자연스러운 재료를 사용해 튀거나 높지 않게 세웠으며, 조경 또한 건축과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생각하며 계획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7호(2018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조경 설계·시공·감리 factory L(이홍선, 방민지, 이승주, 안주연) 조경 시공 파트너 (주)신흥조경 건축 설계 공간건축, 천가옥씨디자인스토어(주) 발주 (주)시몬스 위치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사실로 1000 면적 79,304m2 완공 2018 이홍선은 건축을 전공한 후 조경 분야에 입문했다. 2006년 팩토리 엘(factory L)을 창립해 건축+조경 공간 창출을 시도하고 있으며, 계획 도면만 넘겨서는 제대로 된 공간을 만들 수 없다는 철학 아래 디자인과 시공을 연계한 실제적 조경 작품을 구현해 왔다. 홍익대학교 건축학부실내건축학과 ‘조경 및 환경디자인’과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정원 및 외부공간 설계스튜디오’에 출강했으며, 2014년부터 서울시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의 조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제15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주최 (사)한국조경학회, (사)한국조경협회, (재)늘푸른,월간 환경과조경 주관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운영위원회 후원 국토교통부,환경부,문화체육관광부,서울특별시,한국토지주택공사,경기도시공사,올조회,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심사위원장 박명권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대표 심사위원 김아연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박영준 서인조경 대표 박은영 중부대학교 교수 서미경 해안건축 조경설계실 수석 송병화 세계사이버대학 교수 오두환 기술사사무소예당 대표 이홍길 조경설계 길디앤씨 대표 전진형 고려대학교 교수 대상채석장:데이터로 마름하다 정서린·박진솔·장희정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금상필트리Filtree:안산이 품은 푸른 빛 권은아·류승주·윤여선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은상녹색갈증Biophilia 김준택·김소희·이주현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은상더 리뉴얼 오픈The Renewal Open 이학송·문준식·임새랑 영남대학교 산림자원 및 조경학과 동상트레이싱 더 네이처Tracing the Nature 이성구·박진우·임은희·박민지 한경대학교 조경학과 동상사구,만리포와 얽히다 황해권·구자윤·이원진·정세령 가천대학교 조경학과 동상비보풍수, 21세기를 입다 민서원·신기엽·김재현·최은서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전공 동상어댑티브 리질리언스Adaptive Reːsilience 육지환·김진이·조혜원·홍다은·김유빈 가천대학교 조경학과 동상함께 먹고 함께 사는 우리 임다섭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김영신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동상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 양윤선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 조경학과 장려상소유에서 공유로 박정혁·주성환·천유성·이원관 동아대학교 조경학과 장려상노량진8018 서채리·김효진·이재웅 계원예술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과 장려상대림2동,사람을 공간으로 엮다 박성배·이나희·최진범·조상은·고희선 가천대학교 조경학과 장려상망경동;기억찾길 차민성·천나현·김대욱·노석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장려상서부산 백년옛길 탐방로 계획 박민혁·최재성 동아대학교 조경학과 장려상모산,레일을 내일로 재생하다 정성엽·서재륜·이한범·정서현 단국대학교 녹지조경학과
[이미지 스케이프] 그거 아세요?
“그거 아세요? 크로스레일 플레이스의 옥상 정원에는 이곳의 모든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깊이 1m의 흙을 깔아 두었습니다. 일 년 내내 식물에게 물과 액체 양분을 자동 관수 시스템을 통해 공급합니다. 이 옥상 정원은 캐너리 워프와 계약한 질스피스 조경설계 사무소가 설계했고, 식재는 블레이크다운 조경이 맡았습니다. 현재 이 옥상 정원은 알렉 버처가 이끄는 캐너리 워프 조경 관리팀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알렉이 가이드 투어도 이끌 예정입니다.” 지난 여름 한국경관학회 해외 답사 프로그램으로 영국을 다녀왔습니다. 외국 답사를 가면 참 신기한 게 많지요. 자동차도 반대로 다니는 영국, 이번 답사에서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고 왔습니다. 정말 그림 같았던 풍경화식 정원 스투어헤드(Stourhead)도 직접 보고, 바로크 정원에서 풍경화식으로 변신했던 채스워스 하우스(Chatsworth House)를 산책하기도 했습니다. 전통적인농촌 마을에서 새롭게 변신한 바이버리(Bibury)와 버턴온더워터(Burton-on-the-water)같은 곳도 둘러보고, 피크 디스트릭트(Peak District)국립공원에서 영국 특유의드넓은 구릉지에 감동하기도 했습니다. 책이나 인터넷으로 보는 느낌과 달리, 답사에서는 직접 대상과 교감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느낄 수 없는 다른 문화나 큰 스케일의 경관을 해외 답사에서 만나게 되면, 새삼 아직 내가 모르는 세상이 정말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그야말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 규모가 큰 대상에서만 감동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사소한 배려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올 때도 많으니까요. 오히려 그런 세밀한 감동이 더 오래 남고, 더 깊이 전해질 때도 있습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7호(2018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같은 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가원조경, 도시건축 소도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실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경 계획과 경관 계획에 학문적 관심을 두고 있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 전개
이번 연재에서는 프로젝트의 ‘전개’를 다룬다. 먼저 경험, 감각,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를 소개한 뒤, 대상지의 역사와 지역의 대표 경관 및 기능을 형태적으로 풀어 내는 전개를 이야기하기로 한다. 수목원, 업 클로즈 앤드 퍼스널(Up Close and Personal)1 지난 연재에서 다룬 바와 같이, 여주관광단지 오림 수목원(이하 오림 수목원)설계 당시 개개인의 고립이 심화되고 형식적 관계만 남은 현대 사회에서의 수목원의 역할을 고민했고, ‘자연과의 교감’을 핵심에 두었다. 수목원이 힐링 요법이나 체험 프로그램 위주의 공간을 넘기를 바랐다. 사소한 바람, 냄새, 온도, 거미줄, 나뭇잎이 사각거리는 소리 등을 통해 지극히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각과 그로 인한 울림이 있는, 기억에 남는 장소이기를 원했다. 그래서 ‘감각’이 중요했다. 시각적 자극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장식적 수목원과는 달라야 했다. 물리적 계획과 형태적 특성은 덜 중요했다. 오림 수목원 설계는 큰 스케일에서는 다른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을 토대로 발전시켰지만, 공간의 세부적 구현과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는 직관적, 감각적, 감성적 요소를 사용했다. 오감이라는 감각의 종류보다는 경험의 시퀀스에 따라 ‘맞이하기, 홀리기, 탐험하기, 배우기, 보상 받기’라는 기승전결식의 프로그램, 다양한 동선과 이동 속도의 리듬, 건축물을 활용한 문지방 효과 등이 공간 구조의 뼈대를 이룬다. 경험적 스케일에서는 구체적 상상력이 설계를 전개했다. 그중 특히 흥미로웠던 ‘조향사의 숲’과 ‘밀리건의 숲’을 소개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7호(2018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HLD는 이호영과 이해인이 설립한 조경설계사무소로, 광범위한 분석과 접근 방법을 통해 대상지의 공간적 가치를 향상시키고 그 장소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인문·사회적으로 긍정적 변화를 끼칠 수 있는 핵심적 해법을 제공한다. 이호영은 고려대학교에서 원예학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과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으며, 조경설계 서안, 미국 에이컴(AECOM), 오피스 ma(office ma)에서 조경과 도시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해인은 서울대학교와 UC 버클리(UC Berkeley)에서 도시계획을 공부하고 하버드 GSD에서 조경 설계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에이컴과 파퓰러스(POPULOUS)의 샌프란시스코 지사에서 다양한 조경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www.hldgroup.net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박진 어반비즈서울 대표
자연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종종 사람들이 발견하기 힘든 스케일에 존재한다.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오늘도 묵묵히 예쁜 꽃을 피우고 있는 자연이 바로 우리 곁에 있다. 봄날, 회양목에 달린 작은 꽃들을 보았는가? 본래의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사정없이 깎이고 사람들의 발길질에 상처 입은 채 길거리의 먼지와 차의 매연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아무도 예쁘다, 멋있다, 알아주지 않는 회양목의 꽃은 꿀벌에게 소중한 식사를 제공해 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런 회양목에게 조용히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사람들, 도시의 작은 것들을 놓치지 않는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박진 대표가 2013년에 설립한, 도시에서 벌을 키우는 기업 ‘어반비즈서울’이다. 만드는 꿀의 양은 적을지 모르지만 그들이 만드는 상품은 도시의 작은 것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배려의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 양봉을 통해 벌을 따라가다 보니 무심코 지나치던 자연이 보였다. 벌꿀은 벌이 꿀을 생산하는 시기에 따라 겉보기뿐 아니라 맛도 변한다. 개화하는 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벌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꽃을 관찰하게 된다. 자연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도시에서 생산된 꿀은 오염되어 있을 거라고 짐작할 법하지만, 검사 결과는 선입견과 다르게 나왔다. 오히려 살충제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아 안전하다. 과수원 근처에서 키우는 벌들은 농약 때문에 죽기도 한다. 토요일 오전에 모인 도시 양봉 교육생들은 임산부부터 퇴직자까지 무척 다양했다. 새로운 취미를 찾는 사람들,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부터, 그저 자연이 좋고 환경에 관심을 둔 사람들, 부업이나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수업은 열띤 질문과 의견 교환으로 활기가 넘쳤다. 계절은 이미 가을로 접어들고, 거리에는 낙엽이 나뒹굴었다. 혜화동의 벌꿀 카페 아뻬 서울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어반비즈서울의 양봉가들을 조용히 읊조리고 있었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7호(2018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10여 년간 실무와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며저서 『시티오브뉴욕』을 펴냈고, 북미와 유럽의 공모전에서 수차례 우승했다.UNKNP.com의 공동 창업자로서 뉴욕시립미술관, 센트럴 파크, 소호와 대구,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에서 개인전 및 공동 전시를 가졌다.울산 원도심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일했으며,현재 계명대학교 도시학부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정원 탐독] 정원, 지금 우리는 어디에
식물이 없는 정원 료안지(龍安寺)라는 일본 정원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다소 논란이 있었다. 만들어진 시기와 정원을 디자인한 사람에 대해서 이견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료안지는 대략 15세기 즈음에 조성된 정원으로, 일본의 선불교 사상.여기에서 비롯한 디자인을 젠 스타일이라고 한다.에 바탕을 두고 만든 돌과 자갈 위주의 이른바 ‘가래 산세이’(마른 정원)의 가장 오래된 형태다. 문제는 이 정원의 담장 안에는 이끼 정도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식물이 없다는 점이다. 돌과 자갈로만 구성되어 식물을 키우지 않는 이 공간을 정원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정원 전문가들은 식물이 없다 할지라도 인간의 주거 공간 안에 조성된, 자연의 물성과 인간의 예술 행위가 공존하는 공간을 정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사찰 정원이 그 안에 식물을 담지 않았던 것은 정신 수련이라는 목적 때문이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버려서 마음속에 그 무엇도 담지 않으려고 한 수행이 결국 화려한 꽃을 피우는 식물을 담장 밖으로 보낸 셈이다. 생존을 담은 정원 역사학자들은 서양 정원의 모태를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파라다이스 정원’으로 본다. 그렇다면 식물이 자라기 힘든 지역인 메소포타미아의 사막에서 정원을 만들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사막의 삶에서는 물을 끌어오는 일이 가장 중요했고, 그 물을 해결하는 데 정원이라는 공간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만들어낸 십자 형태의 물길을 이용한 사분원(Char-bagh)도 결국 이 필연적 생존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이 형태는 이집트와 고대 로마의 정원을 거쳐 훗날 서유럽 깊숙이 전파되면서 15~16세기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정원과 17세기 프랑스의 바로크 정원으로까지 이어진다. 마치 거대한 카펫을 펼친 듯 패턴을 수놓은 17세기 파르테르(parterre)정원의 등장은 서양 정원의 정형적 형태미의 꽃이다. 왜 이토록 형태와 패턴이 중요했을까. 페르시안 카펫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유목 생활을 해야 했던 이들에게는 정착의 삶이 없었다. 계속 이동하는 삶 속에서도 꿈꾼 아름다운 정원은 정착의 상징이다. 그래서 카펫에 화려한 정원을 수놓기 시작했다. 수많은 식물의 꽃을 그려 넣었고, 급기야는 정원의 평면도가 그 안에 자리 잡기도 했다. 정원의 꿈이 타일로 만들어져 벽에 붙고 카펫에 새겨졌으며, 그 안에서 다양한 패턴과 형태가 생겨났다. 그래서 정원은 이루고자 하는 꿈이었고 생존이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7호(2018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 리틀 칼리지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정원생활자』, 『시골의 발견』,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시네마 스케이프] 공작
갑자기 이리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백주대낮에 남북한 지도자가 손을 꼭 잡고 군사분계선을 왔다 갔다 하질 않나, 지상파에서 평양 시내 모습을 거리낌 없이 보여주질 않나. 지난해만 해도 상상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 틈을 타고 북한에 대한 포럼이나 전시회 등이 봇물 터지듯 열리고 있다. 몇 개월 앞을 예측할 수 없으니 북한 관련 행사를 기획하기 부담스럽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얼마 전부터는 구글 어스가 평양의 지도와 3차원 뷰를 제공하고 있다. 저 아파트엔 어떤 사람이 살고 있을까. 저녁 반찬으로 무얼 먹을까. 휴일에는 어디서 시간을 보낼까. 그들은 이미 다양한 경로로 남한에 대해 알고 있다는데 오히려 우리는 제대로 아는 바가 없다. 대통령이 금단의 땅으로 향한 며칠 동안 실시간으로 평양의 경관을 볼 수 있었고, 북한 주민들의 인터뷰를 들었다. 영화 ‘공작’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대북 첩보 활동을 펼친 공작원의 이야기다. 북한의 핵 개발로 위기가 고조되던 1990년대 초반 상황을 다루고 있다. 핵 시설의 정보를 얻기 위해 사업가로 위장한 박석영(황정민 분)은 베이징에서 북한의 리명운(이성민 분)과 접촉한다. 북한에서 촬영할 구실을 마련하기 위해 남북 합작 광고를 제안하고 평양에 가서 최고 지도자를 만나기에 이른다. 친숙한 첩보 장르지만 익숙한 총질이나 액션 신은 등장하지 않는다. 서로 속내를 숨긴 채 대화로만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건조하고 차갑게 그리던 전반부 분위기와는 달리 신파에 가까운 뜨거움으로 전환된 후반부가 다소 아쉽게 느껴지지만, 재현된 공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영화다. 1990년대 공간의 재현은 물리적 요소를 사실과 비슷하게 만드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만, 창작자의 이데올로기와 세계관이 투영될 수밖에 없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 데다 특수한 시대의 폐쇄적 공간을 다루기에 기대가 됐다. 화려한 액션 신보다 인물과 상황에 집중하는 영화 스타일에 비춰 볼 때 공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영화의 주요 무대인 베이징의 특급 호텔과 야시장, 평양시 전경과 김정일 별장, 영변 구룡강 장마당 등을 재현하기 위해 분위기가 유사한 곳을 찾거나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세트를 제작했다고 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7호(2018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내 아버지의 고향은 군사 분계선에서 멀지 않은 장단이다. 내 아이보다 어린 나이에 형의 손을 잡고 떠나온 후 눈을 감을 때까지 헤어진 부모를 영영 만나지 못했다. 고향의 뒷산이 빤히 보이는 전망대에 올라 울곤 했다는 그의 청년기 에피소드가 더 아프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여의도공원에서 즐기는 서울 피크닉
개막식, 단상을 없애다 지난 10월 3일 여의도공원 잔디마당에서 ‘2018 서울정원박람회’의 개막식이 개최됐다. 2015년에 시작된 서울정원박람회는 노후화된 공원을 정원을 통해 재생하고, 정원 문화 확산과 정원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매년 가을 열리고 있다. 2016년, 2017년에 이어 올해 서울정원박람회도 서울특별시와 서울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환경조경나눔연구원과 본지가 주관했다. ‘서울 피크닉’이라는 주제 아래 총 95개의 정원이 조성되었으며 정원 문화와 결합된 다양한 전시·문화·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이번 개막식은 ‘서울 피크닉’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소풍을 온 시민들과 함께 즐기는 축제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높은 단상과 뒷벽으로 구성된 무대 대신 잔디마당 ‘피크닉 스테이지’에서 행사가 열렸다. 목재 팔레트를 세우고 다양한 식물을 걸어 만든 간이 벽이 배경이 되었고, 흰색과 하늘색 천을 걸어 만든 차양막 아래에는 목재 팔레트를 듬성듬성 놓아 객석으로 활용했다. 이상석 조직위원장(서울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은 “‘서울 피크닉’은 화창한 가을, 시민이 설레는 마음으로 정원을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정한 주제”라며 즐거운 마음으로 서울정원박람회를 만끽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7호(2018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편집자의 서재] 적당한 거리의 죽음
취재차 한 아파트를 방문했을 때였다. 막 입주가 시작된 단지의 정문에는 ‘입주를 환영합니다’라는 호의적인 플래카드가, 단지 외곽 쪽에는 인근에 들어설 추모 공원을 ‘결사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해당 아파트가 안산 화랑유원지 인근에 위치한 탓에, 두 현수막은 묘한 대비를 이루며 공존하고 있었다. 도시에 새롭게 들어서려는 묘지, 봉안당, 화장장 등에 적대감을 표출하며 반대하는 모습을 도시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지역 이기주의, 초등학교 사회 과목의 주관식 문제에 단골처럼 등장하던 ‘낫 인 마이 백 야드NIMBY’만의 문제는 아닌 듯싶다. 『적당한 거리의 죽음』에 따르면 죽음과 관련된 공간이 홀대받는 현상의 이면에는 죽음을 강하게 기피하는 경향이 자리한다. 돌아보면 가장 많은 사람이 살고 죽는 도시에서 죽음을 떠오르게 하는 곳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서울은 기껏해야 종합 병원 장례식장 정도다. 하지만 반대로 현실에는 수많은 형태의 ‘유사 죽음’이 있다. 죽음에 대해 사색한 한 인문학자의 말에 따르면, “사람을 두고는 악착같이 기피되는 ‘죽음’이란 낱말이 사물이나 사람 목숨과 직접 관계없는 현상에 붙을 때는 오히려 심하게 남용되는 경향”이 있다. 소리가 낮아지는 것을 ‘소리가 죽는다’, 사람의 기가 꺾이는 것도 ‘기가 죽는다’, 음식 맛이 좋을 때도 ‘맛이 죽인다’고 표현한다. 이는 “사람의 목숨과 관련된 죽음이란 낱말이 극단적으로 기피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역설적 사례”다. 비단 언어 습관만이 아니다. “죽음의 본래적 의미에 대해서는 몹시 터부시하면서도 편리하게 소비 가능한 죽음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감각”하고, “자신의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연상 작용은 완벽하게 차단하면서 나와는 상관없는 안전한, 반복 가능한 가짜 죽음”은 흥미롭게 느낀다.1영화나 드라마 속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토론의 장을 벌이다가도, 죽음 그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꺼려한다. 순수하게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 ‘요즘 사는 게 어떻냐’는 사소한 질문에 “죽음이란 무엇인가”라고 입을 떼는 순간, 누군가는 당신에게 조용히 자살 예방 핫라인 번호를 건네줄지도 모른다. 저자는 한 사회가 죽음을 얼마큼 자연스럽게, 혹은 성숙하게 받아들이는지의 정도를 도시와 묘지 간의 물리적 거리로 측정한다. 도시화에 따라 세계 여러 도시 속 묘지들이 점차 도시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대도시에서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은 아니다. 파리의 묘지는 추모 공간이면서 동시에 시민의 휴식처이자 안식처다. 파리 도심에는 여러 개의 공원형 묘지가 있는데, 그중 페르 라셰즈Pere Lachaise는 매년 350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유명 관광지다. 무려 세 개의 지하철역이 연결된 초초초 역세권, 거대한 묘지와 주거·상업 공간이 함께 있는 생경한 풍경이다. 페르 라셰즈는 봉안당과 화장 설비까지도 갖추고 있으며, 더 신기한 건 사람들이 이런 풍경을 익숙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산책을 하다가 조용히 담소를 나누는 곳, 오랜 친구를 만나 간식을 나눠 먹거나 벤치에 앉아 가벼운 탭댄스를 출 수도 있는 곳, 그리고 그 곁에는 죽은 이들을 기리는 추모객들이 헌화를 하는 곳, 파리의 묘지에는 삶과 죽음이 조용히 공존한다.”2파리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죽음을 삶의 일부이자 연장선으로 받아들인다. 한편 서울 도심의 대형 묘지는 개발의 압력으로 추방되었으며, 현재는 동작구의 현충원이 유일하다. 같은 공원형 묘지지만 파리와는 사뭇 다르다. 휴식 차 들르거나 즐겨찾는 곳보다는 견학 장소, 국가적 행사가 이루어지는 엄숙한 공간으로 인식된다. 『적당한 거리의 죽음』은 죽음의 공간을 상실한 서울과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파리를 비교함으로써, 파리가 묘지를 도시의 일부로 지켜낸 배경과 한국에서 묘지가 설 자리를 잃는 과정을 면밀하게 살핀다. 저자는 파리처럼 서울 땅에 다시 묘지를 만들자고 하지 않는다. 대신 어떻게 하면 죽음을 좀 더 가까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점차적인 해법을 고민한다. 지하철역이나 관공서에 작은 봉안당을 두거나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추모비를 세우는 등 타인의 죽음을 수용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죽음은 우리에게 등을 돌린 또 다른 삶이다.” 필자가 책의 첫머리에 인용한 릴케의 말처럼, 이 도시에서도 죽음을 또 다른 삶의 형태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날이 올까. 10월 한 달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한 달의 1/3은 서울정원박람회 개최에 여념이 없었고, 1/3은 환경조경대전 수상작을 살피느라, 1/3은 부단히 11월호를 준비하는 날들이었다. 11월호에는 조경계의 큰 두 행사인 서울정원박람회와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에 주요 지면을 할애했다. 두 행사의 주제는 조경의 사명 격으로 일컬어지는 ‘도시재생(과 미래의 조경)’, 산뜻한 가을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서울) 피크닉’이다. 하지만 올해로 15회를 맞는 공모전과 이제 명실상부 서울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정원박람회로 거듭난 행사의 제목으로는 다소 심심해 보인다. 도시적 트렌드와 대중성이 십분 고려된 두 행사의 주제는 조경의 대중적 현주소를 말해 주기도, 한계를 드러내기도 하는 것 같다. 다음번에는 실험 정신을 발휘해 좀 더 색다른 운을 띄워보는 건 어떨까? 『적당한 거리의 죽음』의 저자는 건축과 도시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 관심을 두었다고 한다. 도시 속에서 감추어지고 기피되는 것들(죽음, 소외, 단절, 범죄 등)을 재해석한 주제도 시도해볼 만하다. 행사는 별 탈 없이 성황리에 진행됐다. 공모전도 예년보다 많은 작품이 제출되었고, 서울정원박람회도(때아닌 태풍이 불어 닥쳤던 하루이틀을 빼고는)선선한 가을 하늘 아래 축제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다. 참, 남들 즐길 때 일한 것이 억울해서 괜히 우울한 주제를 꺼내 든 것은 절대 아니다. **각주 정리 1. 기세호, 『적당한 거리의 죽음』, 스리체어스, 2017, pp.9~10. 2. 위의 책, p.93.
[CODA] 대신 남기는 이름들
올 가을에도 사무실 대신 야외에서 근무할 기회를 얻었다. 장소는 작년과 같은 여의도공원, 2018 서울정원박람회가 열린 곳이다. 약 22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여의도공원에서 내가 담당한 곳은 36제곱미터 정도의 땅, 부스 네 개를 이어 만든 종합안내소였다. 크기는 작지만 화장실의 위치나 행사 장소를 알려주는 시시콜콜한 일부터 길 잃은 아이의 부모를 찾아주는 일까지, 방문객이 박람회를 즐기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일을 맡는 곳이다. 엄마를 찾으며 우는 아이가 찾아와도 당황하지 않게 된 무렵, 소풍 삼아 친구 A가 박람회장을 방문했다. 조경은 몰라도 식물은 좋다던 A는 정원 문화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품’이라 불리는 정원에 들어가 앉고, 눕고, 머물다 갈 수 있어서 좋았다고 짧은 감상을 전했다. 이어 전송되는 박람회장 곳곳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보며, 적어도 박람회장이 시민들의 일상을 환기하는 소풍지가 되어주지 않았을까 하는 자기 평가를 해봤다. A가 풀어놓은 박람회 이야기 대부분이 너른 잔디밭에서 열린 공연이나 각종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었던 반면, 내 기억 속 박람회의 모습은 꽤 한정적이다. 종합안내소 부스의 프레임 안에 갇힌 네모난 풍경이 주된 장면들이다. 바람에 흔들리며 빗소리를 내던 오로라타프와 그 아래에서 ‘천 개의 마음, 천 개의 화분’(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적은 화분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인데, 선착순으로 진행되어 경쟁률이 치열했다)을 진행하며 진땀을 흘리던 스태프들의 모습. 장장 일주일이나 여의도공원에 머물렀는데 좀처럼 종합안내소를 벗어날 틈이 없었다. 어디 나뿐이랴. 박람회장에 있던 환경과조경 식구 모두 누군가는 가든센터를, 또 누군가는 잔디마당을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또 어떤 누군가는 여의도공원 곳곳을 누볐지만 너무 바삐 이동하느라 주변 풍경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같은 곳에 있었지만 각기 다른 장면으로 이 시간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박람회가 마무리되던 밤, 거짓말처럼 빠르게 정리되는 행사장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조금 허무해졌다. 짐을 잔뜩 실은 뚱뚱한 트럭이 몇 차례 오가자 일렬로 길게 늘어서 행사장에 활기를 불어넣던 부스들이 단박에 비워졌다. 거대한 크레인의 손길 몇 번에 행사장 중심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던 구조물도 사라졌다.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옮겨갈 때면 찾아 드는 노래 한 소절이 떠올랐다. 합창 대회, 체육 대회, 동아리 축제 등 각종 행사를 유난스럽게 열던 중학교에 다녔던 시절부터 “혼자서 무대에 남아 아무도 없는 객석”1을 보는 일은 언제나 낙막하고 조금은 허망했다. 한 달여 들인 공이 잡지 한 권으로 응집되어 나올 때도 기분이 묘한데,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획해 온 축제가 어떤 물리적 결과물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지는 순간을 지켜보는 마음은 표현할 길 없이 이상했다. 이 묘한 울적함을 느끼는 사람이 나뿐이랴. 행사는 모난 바퀴를 단 수레처럼 굴러간다. 여러 명이 달려들어 온 힘을 다해야 겨우 한 발 앞으로 나갈 때가 있는 반면, 가볍게 밀었는데 바퀴가 신나게 구를 때도 있다. 그리고 그 수레의 뒤편에는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이 서 있다. 주최, 주관사에 가려져 그 어디에도 적히지 못한 이름들을 이곳에 기록하고자 한다. 박람회가 진행되는 일주일간, 혹은 그보다 더 긴 시간 환경과조경 식구와 동고동락하며 행사를 도운 아래 40여 명의 스태프에게 감사를 전한다. 강서영, 곽명규, 금민석, 김경재, 김단비, 김세진, 김솔이, 김승은,김지웅,김현지,김효중, 남승현, 박도윤, 박성배, 박윤미, 박현우,서한빛, 심민석,심효진, 안해준,오혜지, 윤다은, 이나희, 이상훈,이유성, 이장우, 이재훈,이지선, 잘리예바 누라,장다연, 장성근,정병학, 정태균, 조혜원, 조혜인,최선기, 최예지 이들 중 몇몇은 박람회장의 하늘을 수놓은 오로라타프 제작에 참여했고(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오로라타프에 오색 빛으로 반짝이는 오팔지를 다는 일은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몇몇은 행사가 열리기 전 작가정원이 놓일 구획을 표시하고 시민 참여 프로그램에 쓰일 꽃모를 나르는 일을 했다. 박람회 기간에는 ‘천 개의 마음, 천 개의 화분’, ‘스탬프 투어’, ‘해설이 있는 정원 투어’ 등 각종 프로그램을 서포트했고, 시민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박람회를 즐길 수 있도록 차량 출입을 관리하고 길 안내를 도왔다. 태풍이 불어닥친 날에는 비옷 한 벌과 사다리, 태커tacker로 무장한 채 부스 정비에 나섰다. 일일이 나열할 순 없지만, 이외에도 박람회장 곳곳에서 지쳐도 웃는 얼굴로 끝까지 힘써준 모든 스태프에게 감사드린다. 좁은 지면이지만 영화 엔딩 크레디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찾는 것 같은 재미를 느끼고, 이를 통해 나 같은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마음이 한결 따뜻해지기를 바란다. 덧붙이자면 아직 사무실에서는 박람회 후 작업이 한창이다. 행사가 열리는 동안 잔뜩 쌓인 영수증과 씨름하고 있는 장정미 대리, 정산에 필요한 서류를 챙기느라 정신없는 박예림 참여기획자(『환경과조경』 32기 통신원 기장)에게 응원을 보낸다.
[PRODUCT] 자동 관수 기능을 갖춘 ‘빗물 화분’
친환경 제품 개발에 앞장서 온 어스그린코리아Earth Green Korea가 빗물을 이용한 자동 관수 기능을 갖춘 화분을 출시했다. 화분 하부의 빗물 저금통에 빗물이 모이면 모세관 현상에 의해 물이 심지를 타고 토양까지 올라가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는 원리로, 별도의 관리 없이도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전력 등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아 고장의 염려도 적으며, 화분 한 개당 여덟 개의 지지 기둥이 있어 사람이 밟고 올라서도 될 정도로 높은 내구성을 자랑한다. 또한 이 화분은 정사각형 모듈로 제작되어 사용자가 원하는 크기와 모양으로 조립이 가능하며, 화분 표면의 홈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라 누구나 손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빗물 화분을 통해 넓은 면적의 옥상 녹화부터 실내 정원이나 소규모 텃밭까지, 장소나 크기에 구애 받지 않고 나만의 정원을 손쉽게 조성할 수 있다. TEL. 02-858-2970 WEB. www.earthgre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