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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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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2019년을 마감하며
빛의 속도로, 또 한 해가 흘렀다. 과월호 열한 권을 다시 들추며 잠깐의 여유를 부려본다. 올해는 5년 만에 편집 디자인을 바꿨다. 표지의 바탕과 제호의 크기를 조정하고 본문 텍스트의 가독성을 높인 게 변신의 핵심이었다. 텍스트의 메시지와 이미지의 효과를 하나로 움직이게 하자는 의도가 독자 여러분과의 교감으로 이어졌는지 궁금하다. 1월호와 2월호는 ‘제1회 젊은 조경가’ 수상자인 김호윤(조경설계 호원 소장)과 이호영·이해인(HLD 소장) 특집호로 꾸렸다. 한국 조경의 내일을 열고 있는 그들의 작업에서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는 평이 이어졌다. 3월호는 사업 당위성과 목적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뒤로한 채 강행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설계공모’의 결과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전문적이고 다각적인 토론의 밑판을 마련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다섯 편의 비평을 함께 실었다. 왜, 누구를 위해, 지금 고쳐야 하는가. 지면 곳곳에 담긴 우려의 목소리에 서울시는 다시 한 번 귀 기울여주기 바란다. 『LA+』가 주최한 ‘센트럴파크 우상 타파 설계공모’를 담은 4월호에 이어, 5월호에는 묵직한 두 편의 기획을 올렸다. 특집 ‘미지의 도시 평양, 눈으로 걷기’는 북한 도시에 대한 편견과 환상을 바로 잡고 이해의 폭을 확장하고자 하는 기획이었다. 김아연(서울시립대 교수)의 근작 서울시립대학교 100주년 기념관, 맘껏광장, 숲 갤러리를 묶은 기획도 많은 독자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생태학적 상상력과 풍경의 디자인”을 강조하면서 형태에서 관계로, 구성에서 구조로 초점을 옮겨가고 있는 그의 변화를 목격할 수 있다. 6월호 특집으로는 한국, 중국, 미국을 가로지르며 조경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고 문화적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는 랩디에이치Lab D+H의 근작들을 실었다. 최영준, 중후이청, 리중웨이, 세 파트너가 이끄는 랩디에이치는 공원과 주거 단지부터 도시재생에 이르는 다양한 스케일을 넘나들며 동아시아 조경의 혁신을 펼치고 있다. 2014년 7월호부터 만 5년, 60회를 이어온 서영애 소장(이수)의 연재 ‘시네마 스케이프’가 아쉽게도 2019년 6월호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7월호에는 ‘2019 대한민국 조경설계사무소 리포트’를 특집으로 마련했다. 기획 의도는 단순 명료했다. 지금 이 땅에서 조경설계 일을 하고 있는 사무소들의 현황 데이터를 모아보자는 것. 88개 회사가 참여한 이 특집은 적어도 제도권 조경의 현재를 드러내는 생생한 단면도 역할은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8월호에는 뢰번 가톨릭 대학, 런던 대학, 글래스고 대학, 텍사스 대학 등 최근의 대학 캠퍼스 프로젝트를 모았다. 9월호는 배곧한울공원(그룹한), 방학사계광장(이수), 윤동주 문학동산(KnL), 더글라스 정원(CA), e편한세상 주택전시관(자연감각) 등 국내 조경설계사무소들의 근작으로 지면을 구성했다. 10월호의 프로젝트로는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MoMA PS1 영 아키텍츠 수상작, 탈린 건축 비엔날레 파빌리온,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 등 실험적 공간 설치 작품들을 올렸고, 길 찾기 좋은 도시 환경을 고민해온 이음파트너스의 웨이파인딩 작업들에도 적지 않은 지면을 배치했다. 11월호에는 중국과 동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조경 무대를 이끌고 있는 유쿵졘(Yu Kongjian)과 그의 설계사무소 투런스케이프(Turenscape)의 근작들로 특집을 꾸렸다. 표피적 장식으로 가득 찬 도시 미학의 대안으로 유쿵졘이 제시한 지속가능한 디자인과 생산의 환경 미학이 전권에 걸쳐 펼쳐진다. 이번 12월호를 끝으로 김충호와 이명준의 1년간의 연재가 막을 내린다. 김충호 교수(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는 ‘공간의 탄생, 1968~2018’을 통해 한국 도시의 공간을 탄생시키고 변화시킨 거대한 힘과 물리적 세계의 단절적 전환, 그리고 그에 따른 사회·생태적 영향을 리질리언스(resilience)의 렌즈로 탐사했다. 이명준 박사의 ‘그리는, 조경’은 조경 설계에 사용되어 온 다양한 드로잉 유형, 매체, 기법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드로잉의 도구성과 상상성이 작동하는 양상을 조회했다. 설계 정보와 해법을 공유하는 꼭지로 기획된 ‘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에는 조경가 나성진(얼라이브어스), 조용준(CA), 김기천(그룹한), 이홍인(Hassell)이 참여했으며, 이 꼭지는 내년에도 유지될 예정이다. 연재 필자들의 노고에 마음속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2020년에도『 환경과조경』은 조경과 도시·환경·문화 담론을 가로지르는 건강한 소통의 장으로 여러분 곁에 다가갈 것이다. 이렇게 2019년을 마감한다.
[칼럼] 82년생 조경가 김지영
김도영 감독의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장안의 화제다. 개봉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누적 관객 3백만 명을 기록했고 할리우드 액션 대작인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와 예매율 순위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내용 때문에, 여성들은 요즘 말로 젠더 감수성이라 불리는 성 인지성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며 연인에게 원망스런 시선을 보내고, 남성들은 오히려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애교스러운 저항(?) 운동을 벌여 소소한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영화의 원작은 2016년 10월 발간된 조남주 작가의 장편 소설로, 스크린의 흥행 바람을 타고 2019년 11월 누적 판매 부수 120만 부를 돌파했다.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지영(그해에 태어난 여성의 이름 중 가장 많은 이름)이 대학을 졸업하고 홍보대행사에서 근무하다 서른한 살에 결혼해 딸을 낳아 키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국 사회의 여성들이 보편적으로 겪는 일과 육아 사이의 일상적 차별,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갈등을 섬세한 시각으로 그리고 있다. 어렸을 적 오빠와 남동생과 비교당하고 차별당한 이야기, 늦은 시간 누가 따라오면 불안했던 이야기, 결혼 후 시월드에서 겪어야 했던 일, 그리고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까지 동시대를 살아 온 여성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듯하다. 어느 날 김지영은 출산과 육아 후유증에 따른 치매와 빙의 현상 같은 이상 증세를 보이면서 상담 치료를 받게 되고, 왜 그런 증상을 보이는지 과거를 되짚으며 돌아본다. 영화의 결말은 조금은 희망적이고 해피엔딩을 향하고 있지만, 소설의 결말은 다시 냉정한현실을 이어간다. 김지영을 상담한 정신과 의사는 간호사가 결혼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니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며 위선적 태도를 보인다. 씁쓸하고 개운치 않은 슬픈 결말이다. 조경설계사무소에 다니던 82년생 김지영을 떠올려 보았다. 김지영이 태어난 1982년은 우연히도 월간 『환경과조경』이 창간된 해이고 한국조경연합회가 세계조경가협회IFLA에 가입한 해이기도 하다. 또 종합조경면허가 개방되고 11개 업체가 면허를 취득해 본격적으로 한국에 조경 시대의 서막이 열린 때다. 김지영이 대학에 들어간 2002년에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월드컵이 열렸고 한국조경학회는 창립 서른 돌을 맞이해 조경의 날을 선포했다. 그해 선유도공원과 월드컵공원도 개장했다. 그녀가 첫 직장에 입사했을 무렵인 2005년에는 서울숲과 청계천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고 서울시에는 푸른도시국이 신설됐다. 김지영이 일을 시작한 시기에 한국 조경 업계에는 최고의 전성기라고 할 만큼 많은 일이 벌어졌고, 또 그만큼 많은 인력이 조경설계사무소로 쏟아져 들어왔다. 특히 상대적으로 여학생 비율이 높았던 조경학과의 특성상 많은 김지영들이 조경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당시의 조경설계사무소의 근무 여건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야근과 철야가 일상이었고 주말은 반납하기 일쑤고 편히 쉬는 날이 드물 정도였다. 그녀들은 결혼 적령기가 되면 더 이상 회사에서 버티기 힘들어졌고, 간혹 어렵게 남았더라도 아이가 생기면 퇴사하는 게 당연시됐다. 조경가로서의 능력보다 야근과 철야를 밥 먹듯 해낼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의 남자 직원을 더 선호하는 것도 물론이었다. 그렇게 많은 김지영들이 하나둘 조경계를 떠나 육아와 함께 경력 단절의 길을 걸었다. 김지영이 회사를 그만둔 2014년, 대한민국 기혼 여성 다섯 중 한 명은 결혼, 임신, 출산, 어린 자녀의 육아와 교육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었고,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의 “2019년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의하면 2018년 경력 단절 여성은 184만7천 명으로 1년 전보다1만6천 명(0.8%) 늘었다. 조경계가 위기라는 요즘, 조경설계사무소들은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아우성이다. 돌이켜보건대 그 많던 김지영이 회사를 떠나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그들이 용기 낼 수 있도록 응원했더라면 어땠을까? 물론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굳건히 조경계에 남아 있는 용감한 김지영도 많다. 지난 11월 초에 조경 실무 현장에서 당당하게 커리어를 쌓아가는 여성 조경가들이 예비·사회초년 여성 조경가에게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강연과 조언을 하는 자리가 있었다. 여성 조경가 그룹 ‘랜드걸스Landgirls’가 주최한 강연회 ‘여성 조경가, 그들의 이야기를 말하다’에서 한 여성 조경가는 “내 인생을 살아갈 권리를 가져야 한다. 결혼 후 주변에서 많은 우려의 말을 듣게 되는데, 결혼과 육아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말고 원하는 것을 요구해 모두 성취했으면 한다”며 조경을 전공한 여학생들이 조경 실무자로 나설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다. 또 “설계하면서 육아를 하는 여성 조경가가 많이 없어 외로움을 느낀다. 많은 사람이 있어야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듯이 다 같이 설계, 결혼, 육아를 해낼 수 있길 바란다”며 여성 조경가의 연대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김지영의 엄마 미숙은 남편이 딸에게 “시집이나 가라”고 구박하자 지영에게 “얌전히 있지 마, 막 나대! 너 하고 싶은 것 해”라며 딸을 응원하는 연대의 목소리를 낸다. 침묵하던 김지영은 영화 후반부에 “맘충” 소리를 듣자 “당신이 날 아냐고? 내가 왜 벌레냐”고 자신의 목소리로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시작한다. 비슷한 처지의 여성 조경가들이 함께 돕고 연대한다면 서로에게 힘이 되고 큰 위로가 될 것이다. 최선을 다한 용감한 조경가 김지영들에게 정당한 보상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경계의 현업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그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조경계를 떠난 김지영을 생각해본다. “자꾸만 김지영 씨가 진짜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의 여자 친구들, 선후배들, 그리고 저의 모습과도 많이 닮았기 때문일 겁니다”라는 작가의 글처럼 나도 자꾸만 조경가 김지영이 어딘가에서 다시 일할 기회를 찾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육아와 가사에 지쳐있을 그들이 경력 단절의 사슬을 끊고 다시 현업으로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 조금이나마 다행인 것은 그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떠날 때와 비교하면 조경사무소의 근무 여건이 훨씬 나아졌다는 점이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시대인 만큼 요즘 웬만한 회사는 야근도 적고 파트타임 제도를 운영하는 등 시간의 제약이 덜한 편이다. 강연회에서 들려온 어느 여성 조경가의 외침이 뇌리를 떠나지 않고 계속 맴돈다.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심장이 뛴다. 여러분도 심장 뛰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그 일을 찾았을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한다.” 돌아오라 조경가 김지영!
주얼 창이 공항
싱가포르 창이 공항 확장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주얼 창이 공항(Jewel Changi Airport)’은 대규모 복합 문화 공간이자 공항 터미널들을 연결하는 환승 센터다. 규모는 지하 5층부터 지상 5층에 이르며, 유리와 강철로 만들어진 돔 내부에 정원, 쇼핑몰, 식당, 호텔, 공항 운영 시설 등이 마련됐다. 식물, 자연, 경관을 주제로 디자인된 주얼 창이 공항은 실내에서 거대한 자연을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상업 공간 위에 자리한 약 2만2천 제곱미터 규모의 공원은 여러 시설을 하나로 통합하고 다양한 연령대의 방문객이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여가 공간을 제공한다. 테라스식 정원에 다양한 수종을 식재했으며, 1층에는 만남의 장소로 역할하는 원형 극장 형태의 좌석을 설치했다. 건물 중심부에는 높이 40미터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인공 폭포 ‘레인 보텍스Rain Vortex’가 있는데, 폭포는 저녁이 되면 화려한 조명 쇼가 펼쳐지는 무대로 변신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0호(2019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PWP Landscape Architecture Local Landscape Architect ICN Design International Architect Safdie Architects Executive Architect RSP Architects Planners & Engineers Acoustic Engineer ARUP(New York) Art and Natural Phenomena Designer The Exploratorium Environmental Engineer Atelier Ten Facade, Glazing, and Structural Engineer BuroHappoldEngineering Fountain Designer WET Design Lighting Designer Lighting Planners Associates Local Structural Engineer RSP Architects Planners & Engineers Mechanical/Electrical/Plumbing Documenter MottMacDonald Retail Interiors Benoy Signage Pentagram Client Changi Airport Group, CapitaMalls Asia Location Singapore Area 134,000m2 Design 2015 Completion 2018 Photographs Safdie Architects, Timothy Hursley PWP(PWP Landscape Architecture)는 피터 워커(Peter Walker)를 수장으로 세계적 수준의 조경 설계를 선보여 온 설계사무소다. 환경에 반응하고 동시에 영향을 주는 디자인 철학을 토대로 지난 30여 년간 수백 개의 도시공원, 정원, 광장, 기업 캠퍼스, 기관 및 기반 시설을 조성했다. 인공과 자연의 균형을 통해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는 경관을 만들고자 노력하며, 렌조 피아노, 프랭크 게리 등 명망 있는 건축가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조경 기술과 실무 지식을 발전시키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뉴욕의 내셔널 9/11 메모리얼,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시드니의 바랑가루 헤드랜드 파크와 밀레니엄 파크랜드, 샌프란시스코의 세일즈포스 환승 센터 공원, 워싱턴 D.C.의 컨스티튜션 가든, 뉴포트 비치의 뉴포트 비치 시빅 센터와 공원, 서울의 삼성 서초 본사, 팔로 알토의 VM웨어 캠퍼스 등이 있다.
세일즈포스 환승 센터 공원
세일즈포스 환승 센터(Salesforce Transit Center)는 샌프란시스코와 주변 지역을 비롯해 미국 전역을 연결하는 11개 버스 노선이 지나는 복합 환승 센터다. 트랜스 베이 구역(Transbay District)이 재개발되면서 세일즈포스 타워와 함께 건설되었다. 뉴욕의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Grand Central Terminal)이나 런던의 빅토리아 역(Victoria Station)에 버금가는 이 대규모 환승 센터의 옥상에 면적 5.4에이커에 달하는 ‘세일즈포스 환승 센터 공원(Salesforce Transit Center Park)’이 들어섰다. 트랜스베이 구역은 산업 및 상업 시설, 사무실 등이 밀집한 곳으로, 녹지가 부족하고 고층 건물들로 인해 햇빛을 즐길만한 야외 여가 공간도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거대한 옥상 공원이 조성되면서 양질의 녹지를 확보하게 되었다. 세일즈포스 환승 센터는 편리한 이동을 도모하는 교통 시설일 뿐만 아니라 풍부한 식생과 생물 서식 공간을 제공하며 도시 환경을 뒷받침하는 생태 기반 시설로도 기능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0호(2019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PWP Landscape Architecture Architect Pelli Clarke Pelli Architects Contractor Webcor/Obayashi, Joint Venture Client Transbay Joint Powers Authority Location San Francisco, California, USA Area 5.4ac Design 2015 Completion 2018 Photographs Engel Ching, Marion Brenner, Tim Griffith PWP(PWP Landscape Architecture)는 피터 워커(Peter Walker)를 수장으로 세계적 수준의 조경 설계를 선보여 온 설계사무소다. 환경에 반응하고 동시에 영향을 주는 디자인 철학을 토대로 지난 30여 년간 수백 개의 도시공원, 정원, 광장, 기업 캠퍼스, 기관 및 기반 시설을 조성했다. 인공과 자연의 균형을 통해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는 경관을 만들고자 노력하며, 렌조 피아노, 프랭크 게리 등 명망 있는 건축가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조경 기술과 실무 지식을 발전시키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뉴욕의 내셔널 9/11 메모리얼,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시드니의 바랑가루 헤드랜드 파크와 밀레니엄 파크랜드, 샌프란시스코의 세일즈포스 환승 센터 공원, 워싱턴 D.C.의 컨스티튜션 가든, 뉴포트 비치의 뉴포트 비치 시빅 센터와 공원, 서울의 삼성 서초 본사, 팔로 알토의 VM웨어 캠퍼스 등이 있다.
창원 중동 유니시티 3, 4단지
창원 중동 유니시티(이하 유니시티)는 풍부한 자연을 기반으로 도시의 가치 제고, 입주민의 여가 문화 향상을 목표로 하는 주거 단지다. 단지를 둘러싼 중앙공원과 사화공원은 거주민뿐만 아니라 시민에게 녹음과 자연을 선사하고, 단지 내부의 크고 작은 정원은 여유로운 삶의 기반이 되고 있다. 유니시티 1, 2블록(『환경과조경』 2019년 10월호 참조)이 완성된 데 이어 3, 4블록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대상지의 역사를 존중하고, 중동의 커다란 녹지 네트워크로 기능하는 단지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모색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산책로, 계절의 정취를 선사하다 유니시티는 과거 곡식을 재배하던 농경지였으며, 60여 년간 육군 제39보병사단이 주둔했던 곳이다. 수많은 사람의 기억이 담긴 대지에서 고유의 잠재력을 끌어내 창원 중동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단지를 설계하고자 했다. 경작지를 연상시키는 그리드 패턴을 기반으로 단지 외곽을 흐르는 띠 녹지와 단지 내부의 커뮤니티 공간을 구성했다. 띠 녹지 사이를 흐르는 구불구불한 산책로는 네 개 블록을 연결하는 순환 보행로다.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보행로를 따라 다양한 수목을 식재했다. 봄에는 1블록의 청단풍이 선사하는 푸른 신록을, 여름에는 2블록의 계수나무가 자아내는 은은한 향기를, 가을에는 3블록의 이팝나무가 피우는 하얀 꽃을, 겨울에는 추위에도 잎을 틔우는 4블록의 칠엽수를 감상하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중앙 오픈스페이스, 교류를 도모하다 대상지 내 경사를 활용해 단을 만들고 단지 중앙에 커뮤니티 활성화를 도모하는 오픈스페이스를 조성했다. 중앙 오픈스페이스는 너른 잔디밭과 티하우스가 어우러진 론 플라자, 다양한 수경 시설로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 워터 플라자,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플레이 플라자로 구성된다.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오픈스페이스는 사람들을 외부 공간에 머물도록 유도하고, 색다른 방식으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3블록, 조형미가 뛰어난 커뮤니티 공간과 정원 중앙 오픈스페이스: 중앙의 주동을 중심으로 하늘누리광장(론 플라자), 조형폰드(워터 플라자), 상상놀이터(플레이 플라자)가 배치되어 오픈스페이스를 이룬다. 하늘누리광장은 팽나무에 둘러싸인 너른 잔디밭이다. 풍성하게 심긴 팽나무의 수간이 겹쳐져 하나의 캐노피를 형성하는데, 이로 인해 외부의 시선이 차단되어 아늑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잔디밭 내부에는 수목 식재를 최소화해 탁 트인 전경과 더불어 미술품 감상에 집중할 수 있다. 잔디밭 경계에는 미스트 분수를 설치해 미세 먼지를 저감하고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자 했다. 분수 주변에 시각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화산석과 색색의 초화를 두었다. 하나의 콘셉트로 설계된 조형폰드와 상상놀이터는 직선과 곡선의 묘한 조화를 보여준다. 조형폰드에서 솟는 분수의 물줄기가 공간에 경쾌함을 더하는데, 이는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놀잇거리로 작용한다. 놀이터와 큰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는 마운드를조성해 작은 녹지를 마련했다. 키 큰 소나무, 중간 높이의 느티나무, 조형 상록 관목을 활용한 다층 식재 전략을 통해 작지만 입체적인 경관을 연출했다. 마운드 사이에는 자연스러운 형태의 판석을 놓아 산책로를 마련했다. 폰드와 놀이터 사이에는 티하우스가 배치되어 아이와 함께 나온 부모가 쉬어갈 수 있다. 티하우스 지붕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는 무더운 여름철 청량감을 더하는 요소다. 상상놀이터 뒤편에는 동양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석가산을 조성했다. 석가산의 기암괴석과 작은 소나무가 등명산의 산자락과 어우러져 이색적인 스카이라인을 선사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0호(2019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사업 시행 (주)유니시티 민간 사업(주)태영건설 외 5개사 조경 설계 그룹한 어소시에이트/(주)태영건설 디자인팀 조경 공사 관리(주)태영건설 조경 공사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 위치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중동 53번지 일원 면적 3단지: 대지면적 70,241m2, 조경면적: 43,899m2 4단지: 대지면적 87,986m2, 조경면적: 39,974m2 사업 준공2019. 11.
제16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주최 (사)한국조경학회 주관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운영위원회, (주)환경과조경 후원(재)늘푸른, (사)한국조경협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올조회 심사위원장 김태경 강릉원주대학교 교수 심사위원 김아연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박명권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대표 안득수 전북대학교 교수 오두환 기술사사무소 예당 대표 이호영 HLD 대표 정해준 계명대학교 교수 대상 포 디멘셔널 파크 김성일·곽민호·길세영·김지예·박창현 단국대학교 녹지조경학과 금상 도시, 그 안의 경계를 지우다 정윤석·박성빈·강민준 공주대학교 조경학과 금상 루트 앤 루트 시스템 김대현·안현준·우지운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전공 은상 을지 패치 워크 전명선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은상 도시공원: 공에서 공으로 김상엽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동상 화랑 N 파크 주민수·김희원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강재웅 서울시립대학교 국사학과 동상 링크: W 바람이 연결하는 도시 김경언·강승필·김정운·이동채 동아대학교 조경학과 동상 여의도 2119 장수정·조아연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장려상 해-길-빛 김호영 성균관대학교 독어독문학과/조경학과 장려상 가든 빌리지 조효주·김재현·박웅택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전공 장려상 자성대, 동구를 읽다 유원빈·김한샘·오영록 동아대학교 조경학과 장려상 백로: 도시를 농업하다 강성빈·정민정 경북대학교 조경학과 장려상 소제동, 역사를 빟다 김종옥·김영빈·강고은 공주대학교 조경학과
제22회 올해의 조경인
본지는 한 해 동안 조경 분야의 발전에 크게 공헌한 분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98년부터 본지 독자들의 추천을 바탕으로 매년 연말에 ‘올해의 조경인’을 발굴·선정하고 있다. ‘올해의 조경인’은 본지 지면과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 후 이메일, 팩스 등을 통해 독자와 관련 단체, 기관, 업체로부터 후보 추천을 받고, 수상자는 별도의 ‘올해의 조경인 선정위원회(조경 관련 단체장+역대 올해의 조경인 수상자+본지 자문위원)’에서 주요 공적을 토대로 선정한다. 지난 2018년 제21회를 맞은 ‘올해의 조경인’은 새로운 변화를 꾀했다. 학술·산업·정책·특별상 등 4개 부문에 걸쳐 해마다 네 명의 ‘올해의 조경인’을 선정했던 방식에서 탈피하여, 단 한 명의 ‘올해의 조경인’을 선정해 그 공적을 더욱 뜻깊게 기리고자 했다. ‘제22회 올해의 조경인’ 역시 단 한 명의 ‘올해의 조경인’을 선정했다. 지난 10월 16일부터 11월 11일까지 후보 추천을 받았으며, 11월 14일 ‘올해의 조경인 선정위원회’를 개최했다. 그 결과 문길동 과장(서울특별시 푸른도시국 조경과)이 최종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올해의 조경인 선정위원회’에는 김재준 대표(방림이엘씨, 전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 회장, 20회 산업분야), 박명권 발행인(환경과조경,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대표, 10회 특별상), 오순환 본부장(조경지원센터, 11회 정책분야), 최종필 명예회장(전 한국조경협회 회장, 21회 수상자), 홍광표 회장(한국정원디자인학회, 동국대학교 교수, 17회 학술분야)이 참여했다. 송년호 특집으로 수상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간의 주요 공적과 수상 소감을 들어보았다. 진행 편집부 사진 유청오 디자인 팽선민
제22회 올해의 조경인 _ 문길동 서울특별시 푸른도시국 조경과장
문길동 과장은 일상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데 갖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한강사업본부 공원부장으로 일하며 이촌 권역 자연성 회복 사업을 주도했고, 2017년 12월부터 서울특별시 푸른도시국 조경과장으로 자리를 옮겨 ‘서울, 꽃으로 피다’,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 ‘서울정원박람회’ 등 서울시의 다양한 조경 시책 사업을 발전시키고자 힘썼다. 특히 올해는 기존 조경 시책 사업의 다양한 변화를 모색했다. ‘서울, 꽃으로 피다’ 시즌 2를 선포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입체적이며 다각적인 도시 녹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2019 서울정원박람회’를 서울로7017과 해방촌 일대에서 개최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정원박람회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서울, 꽃으로 피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다 ‘서울, 꽃으로 피다’(이하 꽃으로 피다)는 서울시 조경과가 추진하는 대표적 녹색 문화 운동이다. 2013년에 시작되어 시민들이 스스로 꽃과 나무를 심고 가꿀 수 있도록 지원하고, 콘테스트를 통해 우수 사례를 시상함으로써 녹색 환경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있다.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시행된 지 6년째, 문길동 과장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관이 주도하는 사업에는 항상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꽃으로 피다는 시민이 이끄는 사업으로 기획되었지만, 아직 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시민이 자발적으로 동네를 바꾸어 나가는 사업으로 궤도를 수정해야 할 시기다.” 그 첫걸음으로 지난 8월, 꽃으로 피다 시즌 2를 알리는 론칭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캠페인의 취지를 널리 알리고자 BI 공모 및 제막식을 진행하고, 게릴라 가드닝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 ‘꽃밭에서’(JTBC) 출연진을 홍보 대사로 위촉하기도 했다. 문 과장은 “SNS, 블로그, 유튜브 등 영향력 있는 매체에서 홍보를 계속하고 있다. 관이 마련한 기틀을 바탕으로 주민들이 스스로 동네를 가꾸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바람을 전했다. 시즌 2의 가장 큰 변화는 미세 먼지와 폭염 등 기후 변화 문제, 가드닝에 대한 수요 증가 등 사회적 이슈에 대응하는 구체적 사업을 기획했다는 점이다. 특히 대규모 녹지를 조성하기보다 눈길이 닿지 않는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일상에서 자연을 느끼게 하고자 했다. “건물로 포화된 서울에서 새로운 녹지를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다 문득 우리가 지나는 길, 출근길에 들르는 버스 정류장이 눈에 띄었다. 이처럼 가까이에 있지만 활용되지 못하는 작은 공간을 발굴하고자 했다. 버스 정류장 셸터 녹화, 가로변 쿨링 포그 설치 등이 그 예다.” 문 과장은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일상 공간의 변화가 녹색 도시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설명했다. 그중 학교 정원실은 조경과가 진행해 온 ‘담장 개방 녹화 사업’, ‘학교 공원화 사업’, ‘에코스쿨 조성사업’의 맥을 잇는 사업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0호(2019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제2회 젊은 조경가
본지는 한국 조경의 내일을 설계하는 젊은 조경가를 발굴하여 그들의 작품과 생각을 널리 알리고자, 지난 2018년 ‘젊은 조경가’ 상을 제정했다. 참가 대상은 만 45세 이하의 조경가로 ‘올해의 조경인’과 달리 공모 방식을 택했다. 본지 지면과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 후 10월 16일부터 11월 11일까지 지원서와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를 접수 받았고, 11월 14일에 ‘젊은 조경가 선정위원회’를 개최하여 박경탁(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을 ‘제2회 젊은 조경가’로 선정했다. ‘젊은 조경가 선정위원회’에는 노환기 회장(한국조경협회, 조경설계 비욘드 대표), 박명권 발행인(환경과조경,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대표), 배정한 편집주간(환경과조경, 서울대학교 교수), 최원만 회장(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신화컨설팅 대표), 이호영 대표(HLD, 제1회 젊은 조경가)가 참여했다. 수상자의 수상 소감과 인터뷰, 주요 작품 등은 다가오는 2020년 1월호 특집 지면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할 예정이어서, 이번호에는 선정 결과만을 소개한다. 더불어 조경가 박경탁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는 ‘토크쇼’가 2020년 1월 31일(금)에 열릴 예정이다. 진행 편집부 사진 유청오 디자인 팽선민
제2회 젊은 조경가 _ 박경탁
박경탁은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GSD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민우건축사사무소, O3SCOPE, SWA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에서 설계 실무를 경험했다. 2016년 동심원조경에 합류해 국내외에서 쌓은 경험과 뚜렷한 설계 철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16년 ‘허왕후 기념공원 국제 설계공모’, 2017년 ‘이사부 독도 기념공원 국제 설계공모’의 당선을 이끌었으며, 노들섬 복합문화공간, 베이징 폴리 인터내셔널 플라자(Poly International Plaza), 샌 안토니오 스테이션(San Antonio Station)등을 설계했다. *월간 『환경과조경』 2020년 1월호는 ‘조경가 박경탁’ 특집으로 꾸려집니다
[이미지 스케이프] 공원을 즐기는 방법
‘한강의 섬’ 하면 어디가 생각나나요? 얼핏 떠오르는 곳이 여의도, 아니면 핫플레이스가 된 선유도? 이제 목록에 추가할 것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지난 9월 노들섬이 복합문화시설로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이미 기사나 SNS를 통해서 보신 분도 많을 겁니다. 저도 용산역에서 회의를 마치고 잠깐 짬을 내서 다녀왔습니다. 노들. 이름부터 부드러운 느낌이 들지 않나요? 노들이라는 지명은 용산 맞은편을 노들, 노돌이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백로鷺가 노닐던 징검돌梁’이란 뜻인데, 한자 음과 한글 발음을 하나씩 따와서 부른 모양입니다. 강 건너근처 나루터였던 곳은 그냥 한자어로 읽어서 노량진이 되었다고 합니다. 지명에 얽힌 이야기가 이렇게나 많은데 주소 체계가 도로명 형식으로 바뀌며 이 같은 이야기마저 사라지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습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0호(2019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같은 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가원조경, 도시건축 소도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실무를 담당했고,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경 계획과 경관 계획에 학문적 관심을 두고 있다.
[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 스완 스트리트 브리지, 빅토리아 대학교 선샤인 캠퍼스
스완 스트리트 브리지 스완 스트리트 브리지(Swan St Bridge)는 멜버른 도심을 가로지르는 야라(Yarra)강에 놓인 다리로 1940년대 중반에 지어졌다. 근래 비약적으로 증가한 멜버른의 보행자와 차량을 수용하고자 기존 다리의 양측을 각 4m씩 확장해 3차선을 5차선으로 늘리고, 자전거 및 보행자 겸용 도로를 넓히는 공모가 있었다. 맥그리거 콕샐(McGregor Coxall)에 근무할 때 BKK 아키텍츠(BKK Architects)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맡았다. 흥미롭게도 클라이언트는 설계자가 모든 디테일 도면을 책임지고 납품하는 전형적인 방식과 달리, 대략적 디테일만 보여주는 수준의 도면DD(Design Development)을 납품하도록 했다. 추후 선정된 시공사가 이를 바탕으로 모든 실시 설계 상세도CD(Construction Documentation) 작업을 하도록 계획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시공사가 현실에서 시공 가능한 작업을 하게 만들어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는 반면, 설계자의 세심한 설계 의도가 시공사의 편의에 의해 쉽게 변질될 수 있는 단점도 있다. 한편으로 이 프로젝트는 기초 도면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할 기회를 주었다. 제한된 조건 속에서 설계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가 찾은 해법은 단면도에 렌더링(rendering)이미지를 결합하는 것이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0호(2019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이홍인은 호주 공인 조경가(RLA)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쳤다. 한국의 오피스박김, 호주의 맥그리거 콕샐(McGregor Coxall)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현재 하셀(Hassell) 멜버른 오피스에서 BIM 모델링, 컴퓨테이셔널 디자인, 가상 현실 등 신기술을 조경 실무에 응용하는 직책을 맡고 있다.
[그리는, 조경] 만드는 드로잉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에요. 한 학생이 말한다. 기초 디자인 수업 시간, 아이디어를 내보라고 하니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사진만 넘겨보길래 네 아이디어는 무엇이냐 물으니 돌아온 대답이다. 요새 직장에 1990년대생 신입 사원이 들어오면서 이들을 이전 세대와 다르다고 규정하고, 하나의 사회 현상처럼 다루고 있다. 직장에 1990년대생이 왔다면, 강의실에는 2000년대생이 앉아 있다. 핀터레스트와 유튜브의 수많은 이미지와 영상을 스스럼없이 넘겨보며 창조를 위해 모방을 하는 풍경이 처음엔 낯설었다. 돌이켜보면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란 말은 내 학창시절에도 썼던 말이다. 나는 1983년에 태어나 재수로 입학한 03학번이다. ‘즐’과 ‘뷁’이라는 말이 유행한 그 시절에도 창조의 어머니는 모방이었다. 유명한 디자이너의 패널 이미지를 외장 하드에 간직하거나 도서관의 최신 국내외 잡지와 작품집을 뒤적이고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부지런히 이미지를 소비했다. 디자인 프로세스의 사례 조사라는 단계에는 창조 이전의 모방이라는 메커니즘이 은밀히 스며들어 있다.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은 없다. 그렇다고 모방이 표절과 동의어는 아니다. 이전의 것들을 보고 배우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모바일 사회에서 태어나 자란 요새 친구들은 원하기만 하면 수많은 이미지를 볼 수 있는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 누구나 좋은 작품의 이미지를 맘껏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으니 이미지 소비의 평등이 이루어진 셈이다. 사라지는 손 드로잉 달라진 풍경이 또 있다면 손 드로잉 수업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내 학창 시절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현상이다. 조경 소묘와 조경 구성 수업이 있었지만, 그 이후에 그려본 손 드로잉은 트레이싱지에 끄적인 다이어그램과 기사 실기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그린 사례 도면이 전부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컴퓨터 테크놀로지의 활용이 격려되면서 손 드로잉 수업은 더 축소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 조경학과는 이공계열에 설치된 경우가 빈번해 나 같은 이과 출신이 손 드로잉에 익숙해지는 건 어렵고 컴퓨터 시대에 적합하지도 않다고 여겨진다. 손 드로잉이 조경 교육에서 반드시 필요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꼭 사라져야 하는지 의구심도 생긴다. 손과 컴퓨터는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시각화 테크놀로지일 뿐 그것을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환경과조경』 2019년 7월호 참조). 조경가는 화가나 그래픽 기술자가 아니라 경관 디자이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0호(2019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이명준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경 설계와 계획, 역사와 이론, 비평과 교육에 두루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박사 학위 논문에서는 조경 드로잉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현대 조경 설계 실무와 교육에서 디지털 드로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고, 현재는 조경 설계에서 산업 폐허의 활용 방법, 조경 아카이브 구축, 조경 디자인과 드로잉 교육, 20세기 전후의 한국 조경사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다. 원광대학교 디자인학부 초빙교수로 있으면서 중국 허베이 지질대학(河北地.大.) 환경디자인학과에 파견되어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오픈스페이스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공간의 탄생, 1968~2018] 대한민국 공간의 미래는?
한국의 도시화 50년, 앞으로의 50년 2020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공간의 탄생, 1968~2018’을 마무리하며 한국 도시화 50년 이후 다가올 50년에 대해 살펴본다. 앞으로 대한민국 공간은 과연 어떻게 될까? 미래 공간에 대한 구체적 전망에 앞서, 오래전 기억 속의 2020년을 떠올려본다. 나에게 2020년은 초등학교 시절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공상 과학 애니메이션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2020 Space Wonder Kiddy)”(이하 원더키디)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시기였다. 1989년에 방영된 원더키디는 서울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이후, 충만한 자신감으로 수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순수 국산 애니메이션이었다.1 원더키디에서 서기 2020년은 인구의 폭발적 증가, 자원 고갈의 위기, 환경오염의 문제 등으로 인류가 새로운 행성을 탐사하는 시기로 묘사되었다. 다시 말해, 30년 전의 원더키디는 2020년을 인류가 지구를 넘어 우주의 행성마저 탐색할 수 있을 것 같은 머나먼 미래로 여겼다. 원더키디를 제작한 김대중 감독이 수년 전 별세한 것을 보면, 30년 이후의 미래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2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미국의 창업자 엘론 머스크(Elon Musk)가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 X(Space X)’를 설립하여 화성 유인 탐사 및 식민지 건설을 시도하는 것을 보면, 원더키디가 아주 허무맹랑한 미래를 전망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3 조금 더 가까운 과거, 1992년 중학교 시절을 회상해 본다. 당시에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서는 ‘1학교, 1과학자’ 프로그램으로 매년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박사를 초빙해 미래 과학 기술 개발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박사는 벽걸이 TV, 홈 오토메이션, 핸드폰 등으로 인해 편리해지는 미래 사회의 모습을 주로 보여 주었다. 이제는 그가 말한 미래의 소품들이 모두 개발되어 우리의 현재이자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 같은 미래 전망과 수많은 기술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이 본질적으로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미래 전망 역시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미래 전망에서는 현재에 대한 분석력보다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공간은 어떻게 변화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표1에서 한국의 도시화 50년(1968~2018)과 앞으로의 50년(2018~2068)을 비교해 정리했다. 이 연재에서 반복적으로 주지한 바와 같이, 한국의 도시화 50년은 정부 주도의 도시화와 대규모 물리적 개발로 규정하여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50년은 정부 주도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며, 대규모 물리적 개발 역시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의 도시화 50년을 지탱한 계획 국가로서의 메커니즘과 리더십은 도전 받을 것이며, 1인 가구,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인한 전반적인 인구 구조의 체제 변환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4 이와 같은 미래 공간 전망에 대한 변수와 시나리오를 살펴보고자 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0호(2019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 위키백과, 2019년 11월 10일 접속(https://ko.wikipedia.org/wiki/2020%EB%85%84_%EC%9A%B0%EC%A3%BC%EC%9D%98_%EC%9B%90%EB%8D%94%ED%82%A4%EB%94%94). 2. 윤고은, “‘2020원더키디’, ‘은비까비’ 김대중 감독 별세”, 「연합뉴스」 2017년 9월 14일. 3. 다케우치 가즈마사, 이수형 역, 『엘론 머스크, 대담한 도전』, 비즈니스북스, 2014. 김충호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도시설계 전공 교수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워싱턴 대학교 도시설계·계획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우설계와 해안건축에서 실무 건축가로 일했으며,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워싱턴 대학교, 중국의 쓰촨 대학교, 한국의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했다.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건축, 도시, 디자인의 새로운 해석과 현실적 대안을 꿈꾸고 있다.
아파트라는 상상의 무대
획일적이고 삭막한 도시의 상징, 부동산 열풍과 치솟는 집값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아파트는 줄곧 건축적,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아파트는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일상을 보내는 장소이고,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아파트 키드’들은 아파트를 마음의 고향이자 추억과 애착이 담긴 장소로 인식한다. 근래 들어서는 재개발되어 사라질 위기에 놓인 오래된 아파트를 기록하고 추억하는 다큐멘터리, 도서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아파트의 역사가 길어지는 만큼 이를 바라보는 관점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24일까지 서울 연남동 ‘연남장’에서 열린 ‘ㅇㅍㅌ: 서울풍경’ 전은 아파트를 자유로운 상상의 무대로 전환한 전시다. 전시를 주최한 하스HaaS는 국내 건축 문화 콘텐츠의 확산과 한국 건축의 우수성을 알리는 관광 스타트업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건축물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서울에는 경복궁이나 창덕궁 같은 문화재부터 첨단 기술이 집약된 DDP, 랜드마크로 기능하는 롯데월드타워 등 다양한 건축물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단일 건물을 제외할 때 서울 풍경의 주를 이루는 것은 아파트다. 전시 총괄을 맡은 김현정 대표(하스)는 서울을 대표하는 건축물인 아파트를 좀 더 색다르게 바라보기로 했다. 그는 “아파트를 비판적으로만 보기보다 관객들이 자유로운 상상을 펼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일상에 무언가를 더해주는 전시를 구성함으로써 아파트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추억을 얻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전시장 내부는 전형적인 아파트 내부 구조를 본떴으며, 사진가부터 일러스트레이터, 미디어 아티스트 등의 예술가들이 아파트에 관해 가진 다양한 인식을 담아냈다. 전시장 입구에서 익숙한 형태의 출입문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ㅇㅍㅌ’라는 전시 이름을 호수판처럼 붙인 현관문이 있고, 동그란 손잡이를 돌려 안으로 들어가면 수많은 선과 도형이 현란하게 겹치는 영상을 마주하게 된다. 아파트 내부에 이르기 전 복잡한 단지를 헤매는 경험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안용진의 ‘숲’이다. 작품은 본격적인 전시 공간에 이르기 전 지나는 전이 공간에 배치되어 그 의미를 한층 부각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0호(2019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2019 디에스디삼호 조경나눔공모전
지난 11월 10일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이 주최·주관하고 디에스디삼호와 월간 환경과조경이 후원한 ‘보행가로환경 디자인 학생 아이디어 공모’(2019 디에스디삼호 조경나눔공모전)의 심사 결과가 발표됐다. 공모 대상지는 서울 길음역 인근에 위치한 ‘신길음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의 보행 가로다. 가로의 상업 활동을 활성화하고, 지속가능하고 회복탄력적인 환경을 제안하는 것이 목표다. 총 51개 팀이 참가 신청을 했으며, 38개 팀이 작품을 제출했다. 11월 7일, 박명권 심사위원장(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대표)과 주신하 전문위원(서울여자대학교 교수), 강주형 대표(생각나무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 김영민 교수(서울시립대학교), 배정한 교수(서울대학교), 이윤권 대표(디에스디삼호)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11개의 수상작을 선정했다. 대상은 곽규빈·김사무엘·백지웅·이지혜·이현승(경희대학교)의 ‘리와인드(Rewind), 길음’이 차지했다. 최우수상에는 신영은·이정민·장예주(서울여자대학교)의 ‘더블 웨이(Double Way)’와 김민지·권태연·김은선·유다연(서울여자대학교)의 ‘어스페이스(UsPACE)’가 선정됐다. 우수상에는 김인호·박성주·이정빈(전북대학교)의 ‘플렉스(Flex)’, 박세경·박효주·임호경(서울여자대학교)의 ‘하이 퍼 링크High Per Link’, 김가영·김홍준·박태영·정호재(경희대학교)의 ‘IoT길음: 폭 좁은 가로, 폭넓은 활동’을, 가작에는 김경록·김주희·김희수(배재대학교)의 ‘신길음, 빛으로 떠오르다’, 도소정(부산대학교)의 ‘푸르내’, 김나연·송유진·진영은(건국대학교)의 ‘길음동의 새로운 저녁 만들기 프로젝트Have a New Evening’, 민재웅·이상준·이성균·최지원(계명대학교)의 ‘미니모Minimo: 최소한의 요소로 최대한의 효과’, 강동균·백승헌·손현진·조희현(건국대학교)의 ‘템포 오브 시티 라이프Tempo of City Life’를 선정했다.…(중략)… * 환경과조경 380호(2019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2019 조경비평상 심사평
생각을 말이나 글로 잘 표현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다. 머릿속 생각은 도서관의 서가처럼 항상 잘 정리된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어떤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성급한 말로 튀어나오거나 다듬어지지 않은 글로 드러나기도 한다. 이런저런 생각이 자신의 머릿속에만 머물고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나의 문제이며 통제가 가능하지만 말이나 글의 형식으로 표출되는 순간, 듣고 읽는 이와의 ‘관계’가 성립된다. 사람의 말과 글은 소통을 전제로 하기에 태생적으로 고도의 사회적 행위에 속한다. 때때로 말이나 글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우리 모두가 갖는 고민이다. 요즘같이 IT 기술을 바탕으로 한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삶 속 깊이 침투한 상황에서는, 말과 글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예기치 않은 일들이 벌어져 당황하기도 한다. 글이 말보다 앞서는 시대, 말이 문장으로 정제되지 않고 즉흥적으로 문자화되는 시대를 살면서, 좋은 글과 좋은 문장에 대한 아쉬움을 많이 느끼게 된다. 올해의 조경비평상 공모에는 세 명이 응모했고, 예년과 마찬가지로 조경비평 봄의 회원들이 심사를 맡았다. ‘비평’은 일상의 글쓰기와 다르고, 더욱이 ‘조경’이라는 복잡하고 모호한 대상을 비평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라서, ‘조경비평’은 어려운 글쓰기임이 분명해 보인다. 하나의 대상을 보더라도 설계 작업과 설계자, 그것이 구현되는 장소, 장소와 관련된 사회적 맥락,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생각, 이 모든 과정에 개입하는 행정 행위 등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이로 인해 어떤 측면을 겨냥해 가치 판단을 논해야 할지 글을 쓰는 입장에서 난감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글의 완성도나 공모의 수상 여부를 논하기 전에,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조경비평상에 응모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0호(2019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이달의 질문] 조경, 그 의미를 담기에 충분한 이름인가?
얼마 전 지인들과 함께한 독서 모임에서 ‘번역’의 문제를 다룬 책에 대해 토론을 했다. 이 질문 역시 어쩌면 번역의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조경(造景)’이라는 한자어는 언제부터 이렇게 번역되어 쓰였을까. 요즘 ‘정원’, ‘가드닝’이 뜨면서 조경이라는 말과 뒤섞여 사용되다보니 그 뜻이 더욱 모호해진 것이 사실이다. 덩달아 ‘조경가’, ‘조경 설계’ 같은 말들로도 의미 전달이 잘 안된다. 제법 긴 설명이 필요하다. 명함이나 프로필에 ‘조경건축가’라고 쓴 적이 있다. 딱히 정확한 표현이 아닐지라도 무슨 일을 하시냐는 질문은 좀 뜸해졌다. 번역의 문제인지 용례의 문제인지, 아무튼 이 질문은 현재 진행형이다. 박승진 디자인 스튜디오 loci 소장 영국의 사례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한국조경협회와 상응하는 영국의 단체 이름은 ‘Landscape Institute’다. 영국에서 학과 단위로 독립된 조경학과는 유일하게 셰필드 대학(University of Sheffield)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학과 이름은 ‘Department of Landscape’다. 이 같은 전문가 단체와 대표 교육 기관 모두 우리의 조경협회, 조경학과와 동일한 의미와범위를 갖는다. 물론 이들이 “우리 업역을 명확하게”, “학과를 지원하는 수험생들이 쉽게 인지하도록” 등의 이유로 ‘Architecture’를 더한 ‘Landscape Architecture Institute’, ‘Department of Landscape Architecture’로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결과는 협회 회원과 학과 교우회의 압도적 반대로 무산. 왜일까? “결국 우리 업역을 제한하게 될 것이다”, “학제 간 교육이 필요한 우리 학생들에게 ‘조경’만을 가르치라는 말인가?” 등이 다수 의견이었다. ‘조경’이 ‘조경가’의 사고와 신념의 범위를 담기에는 적어도 그들 생각에는 충분하지 못했던 듯하다. 정해준 계명대학교 교수 조경의 이름이 부끄럽다면 그것은 조경이라는 이름으로 행한 일들이 비루했기 때문일 것이며, 조경의 이름이 자랑스럽다면 그것 역시 조경이라는 이름으로 행한 일들이 찬란했기 때문일 것이다. 조경의 이름이 부끄러웠던 적도 있었고 자랑스러웠던 적도 있었다. 조경이 스스로의 의미를 담기에 충분한 이름인지는 모르겠으나, 돌이켜보면 그 이름은 내가 조경의 이름으로 행한 부끄러운 일들과 자랑스러운 일들을 담기에는 충분했다. 김영민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조경의 의미를 담는 이름이 부족하기보다 그 의미를 전달하는 우리가 부족한 게 아닐까? 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조경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하니 누군가 그런 것도 박사가 있냐고 되묻길래 당황한 기억이 있다. 1970년대 ‘Landscape Architecture’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원래 있던 ‘조경’이라는 말을 가져다 썼고, 이 용어가 더 넓은 범위의 토지, 도시, 경관 디자인을 포함하지는 않으니 완벽한 번역어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름이 잘못 지어졌다고 푸념하기엔 한국 조경이 태동한 이후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간 우리 분야의 전문성을 제대로 대중에게 인식시키지 못한 건 아닐까. 조경이란 말이 현재 근사하게 통용되고 있다면, 과연 “조경, 그 의미를 담기에 충분한 이름인가?”라는 고민을 하고 있을까? 이명준 기술사사무소 이수 연구소장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도 꾸밀 수 있다면 충분해지지 않을까. 조경으로 인해 누군가가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면 말이다. 남수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팀장 유물의 형태를 가리키는 말 중에 ‘완(盌)’이란 단어가 있다. 그릇이나 대접, 주발이라는 용어가 있지만 가장 많이 통용된다. ‘조경(造景)’은 그 의미를 담기에 모자란 느낌이지만 너무 많이 사용되는 그릇이라고 생각한다. 김충식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 우리가 아는 ‘조경’은 그 의미를 담기에 충분한 이름이다. 그런데 그 의미 있는 이름을 쓰지 않는 조경 분야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원 디자이너’, ‘랜드스케이프 아키텍트’, ‘랜드스케이프 건축가’, ‘경관 건축가’, ‘경관 계획가’, ‘농촌 계획가’, ‘가로 시설 디자이너’, ‘어린이 놀이 전문가’ 등이다. ‘공원 전문가’와 ‘공원 디자이너’는 데뷔를 기다리고 있다. ‘조경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름은 자신을 나타내는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그 이름 ‘조경’이, 그가 하는일을 한정하고 제한하는 상황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조경’과 우리가 아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 우리가 아는 ‘조경’이 같아지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설명해야 한다. 우리가 ‘공책’을 ‘연필’로 부르자고 설득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 아닐까? 최정민 순천대학교 교수 조경이란 단어가 쓰인 지 40여 년이 지났지만 그 의미는 건설의 조경, 훼손된 경관을 꾸미는 분야로 특정 지어졌다. 조경이란 이름으로 생태 복원에 참여하려 하면 생물, 생태, 환경 공학 분야로부터 배척당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조경은 생태계 기본 원리에 따르기보다 공간을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기에, 환경 복원 분야에 조경이란 이름으로 참여하면 전문성을 내세우기 곤란하다. 근래 조경이라는 이름에서는 과잉성도 엿보인다. 아파트 조경을 비롯한 대규모 조경 공사에서 시공 초 극적인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 과도한 식재를 한다는 비판이 들린다. 과잉 섭취로 인한 병으로도 사람이 죽는 시대다. 지나치게 높은 밀도로 오히려 경관을 해치고 식물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 홍태식 한국생태복원협회 회장 명명이란 행위는 단순하지 않다.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그저 있기만 할 뿐 인지되지 않았던 대상을 수많은 대상으로부터 선택하고 분리하여 특정한 존재로 불러내는 작업이다. 그렇기에 어떠한 대상에 이름을 붙일 때는 그의 정체성을 온전히 파악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며, 파악한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적확한 개념어를 찾는 일이 이어져야만 한다. ‘조경’이라는 명칭이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는 것은 아마도 이 용어가 지칭하는 행위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그 인식은 본래부터 ‘조경’이란 용어가 실재하는 행위를 온전히 포괄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지난 40여 년간 조경이란 분야가 다루는 영역이 확장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건 ‘조경’이란 이름이 적확한 명칭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이름은 무엇일까?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적절한 이름이 없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조경’이라는 명칭을 계속 사용하기에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인식은 변화의 시작이다. 몇 년 후면 한국 조경도 50돌을 맞는다. 반세기 동안 이어져 온 한국 조경의 지난날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조경’이란 명칭의 적절성에 관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진환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과장 유튜브를 실행한다. ‘조경’을 검색하고, 조회순 정렬을 클릭한다. 가장 위에 위치한 영상의 제목은 “최상의 조경! 강원도 횡성군 별장 전원주택 연수원 매매”. 조회수는 무려 33만이다. 영상은 약 6분 정도 진행되며, 말없이 5,000평 고급 별장의 외부 공간을 살핀다. 뒤로 돌아가 스크롤을 내린다. “래미안의 클래스를 경험하라”는 제목으로 아파트 조경을 홍보하는 여섯 번째 영상과 미국의 건축 평론가 세라 윌리엄스 골드헤이건(Sarah Williams Goldhagen)의 책『공간 혁명』을 소개하는 여덟 번째 영상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영상 제목에 ‘주택’과 ‘조경’이 함께 놓인다. 전공자가 기대하는 영상은 스크롤을 한참 내려도 찾기 어려운 걸 보니, 유튜브 세계와 전공자의 머릿속 간극은 꽤 넓어 보인다. 이제 질문에 대답해보자. ‘조경’은 그 의미를 담기에 충분하지 않은 이름이다. 유튜브 안에서도. 이형관 서울시 동대문구
[편집자의 서재] 82년생 김지영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2010년대에 때아닌 금서라도 나타난 것일까? 걸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 소녀시대의 수영, 배우 서지혜는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로 개인 SNS 계정이 악성 댓글로 도배되며 갖은 모욕적 언사에 시달렸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 출연한 배우 정유미도 비난을 면치 못했다. 이들의 ‘죄목’은 공인으로서 페미니즘 성향을 드러낸 것이지만, 같은 책에 대한 감상을 공식적으로 밝힌 남자 국회의원과 대통령, 보이그룹 멤버를향해서는 이 같은 비난적 여론이 가시화되지 않았다. 책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공감’과 ‘혐오’ 양극단을 달리며 갈수록 합의점에서 멀어졌다. ‘내 이야기다’, ‘엄마 생각이 난다’는 의견이 속속들이 나오는 가운데 ‘여친이 ‘82년생 김지영’ 보자는데 헤어져야 할까요?’라는 질문이 웹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청와대 게시판에는 소설의 영화화를 반대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백만 명이 넘게 봤다고 해도 좀처럼 책을 읽을 의욕은 나지 않았다. 유행에 편승하고 싶지 않은 심보도 한몫 했지만, 극성 페미니스트라고 낙인찍히는 것도 골치 아프고, 피해주의에 매몰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미혼의 1992년생에게 경력 단절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책은 뻔한 불행을 예고하는 점괘나 다름없었다. 출간부터 계속된 논란이 영화 개봉으로 정점을 찍으며 누그러질 즈음, 안 봐도 본 것 같은 찜찜한 기분을 뒤로하고 뒤늦게 책을 펼쳤다. 책장을 넘기며 곳곳에 놓인 차별의 지점에 멈춰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고 때론 의구심에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복잡해진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논란이 이해되면서도 책에 대한 공감 자체가 공격당하는 점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소설 도입부의 시점은 2015년 가을, 두 살짜리 아이를 둔 서른 네 살의 김지영이 다른 영혼이 빙의된 듯한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할 때다. 이후의 이야기는 그 원인을 찾으려는 듯 지영이 태어난 시점으로 돌아가 시간순으로 전개된다. 지영의 문제는 비가시적이고 과소평가되기 쉬운 마음의 질병이다. 작가는 한 사람의 고통을 보여주는 방식이라기엔 효용성이 떨어지는 노선을 택한다. 중간중간 남아 선호 사상, 성희롱에 가까운 발언 등이 등장하나 지영에게 ‘결정적으로 위협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인물 설정도 극적이지 않다. 주인공은 크게 부족함 없는 가정에서 자라나 원하는 대학에 가고 (회사의 장기 프로젝트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배제되기 전까지는) 직장에서도 인정받는다. 막장 드라마에 나올 법한 못된 시어머니도 없고, 남편은 자상하다. 여성이라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치명적인 사건’을 배제한 채 일상의 흐릿한 위기를 다룬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이 소설이 더 많은 이에게 공감 혹은 외면 받는 원인이기도 하다. 조남주 작가는 10년 동안 방송 작가로 일하다 육아로 일을 그만둔 시기에 이 소설을 썼다. 그가 그린 미세한 차별과 폭력은 여성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상황인데,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니라 여겨온 것들이다. 어린 지영을 괴롭히는 남자애를 두고 “널 좋아해서 그렇다”며 다독이는 선생님, “애 키우면서 다니기에 그만한 직장 없다”며 지영의 언니에게 교대 진학을 권하는 부모님, 집안일이든 육아든 “열심히 도와주겠다”며 지영의 퇴사를 자연스러운 일로 인식하는 남편의 모습이 그 예다. 특정 성별에 대한 비난이 담겼다는 지적은 소설의 본질을 흐릴 뿐이다. (본인 의사와는 관계없이) 지영이 임신이 잘 되도록 약 한 재 지어주라는 고모, 지하철에서 임신한 지영을 보고 불쾌한 기색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젊은 여자처럼 지영의 고충에 가담하는 인물은 남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책 속 인물과 상황은 고착화된 관습이나 혐오적 시선, 근본적인 구조 문제를 인격화한 문학적 장치에 가깝다. 공공연히 알려졌다시피 소설의 결말은 무력하다. 마지막 장에 서는 앞선 이야기가 지영과 그의 남편이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한 내용임이 드러난다. 의사는 지영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안과 전문의였지만 일을 그만둔 채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자신의 아내를 돌아보고, 지영을 이해하며 응원한다. 하지만 겪어보지 않은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쉽다. 곧바로 그는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여직원은 여러 가지로 곤란한 법”이라며,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현실에 대한 작가의 자포자기한 심정일까? 그보다는 우회적 화법을 통해 ‘(무엇이 차별인지) 알지만 실은 모르고 있음’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읽힌다. 작가는 어쩌면 이것을 말하기 위해 김지영의 삶을 지나 먼 길을 돌아왔는지도 모르겠다.
[CODA] 쉽게 미워하지 않기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올 때면 많은 이들을 미워하며 산다. 출퇴근 길 지하철에서 스치는 사람들이 애꿎은 표적이다. 내 어깨를 핸드폰 거치대처럼 쓰는 사람, 더 이상 여유 공간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꾸역꾸역 지하철에 몸을 밀어 넣는 사람. 평소라면 이해할 법한 일에도 화가 치민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 미워할 이유를 찾다 보면 금세 밤이다. 잠들기 직전에야 내 모습이 부끄러워 귓가가 홧홧해진다. 지친 몸은 자꾸 마음을 쪼그라트린다. 보기 싫게 찌그러진 마음의 날은 엉뚱하게도 지하철이나 길거리의 사람들을 향하곤 한다. 갖가지 까닭을 붙여 내가 쉽게 미워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어린 딸을 둔 친구가 내게 건넨 고백이 떠올랐다. 작은 동물이 면 사족을 못 쓰던 친구는 한동한 강아지를 미워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와 공원에서 쉬다 마주친 행인이 마음을 온통 들쑤셔 놓은 탓이었다. 낯선 행인은 아직 걷지도 못하는 친구의 딸을 가리키며 신발을 신고 벤치에 오른 몰상식함을 지적했다. 대꾸할 틈도 없이 저만치 멀어진 그를 공원 입구 부근에서 다시 만났다. 함께 산책하던 강아지와 벤치에 나란히 앉아 웃고 있었다. 땅 한 번 디딘 적 없어 깨끗한 딸의 신발과 벤치와 흙바닥을 신나게 오가는 강아지의 발을 번갈아 보고 있자니, 강아지가 그렇게 미워졌다고 했다. 작은 동물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걷잡을 수 없이 미움이 커졌다는 친구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았다. 힘없는 무언가를 미워하는 건 참 쉬운 일이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어린이나 강아지처럼 제 의견을 낼 수 없고 대항할 능력도 없는 경우, 미움은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운다. 최근 SNS를 소란스럽게 만든 ‘노키즈관’ 논란 역시 이러한 미움의 연장선으로 느껴진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를 본 관객 중 일부가 아이들의 함성이나 떠드는 소리에 방해받지 않고 싶다며 노키즈관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어린이를 주요 타깃으로 한 영화가 상영되는 곳에서 어린이를 쫓아내려는 상황이 참 아이러니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더 이상하다. 우리는 꽤나 자주 영화 상영 중 전화를 받거나, 옆 사람과 떠들거나, 의자를 발로 차며 스크린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사람들을 만난다. 불쾌하지만 참고 넘어가 거나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게 일반적이다. 핸드폰을 끄지 않은 사람을 상영관에 들이지 않거나, 특정 행동으로 세 번 이상 경고를 받을 시 퇴장시키는 방법 등 극단적인 타개책이 쉽게 대세로 떠오르지는 않는다.카페나 음식점 역시 ‘진상 고객 입장 불가’ 안내문보다는 ‘노키즈존’ 표식을 더 쉽게 내건다. 노키즈존은 흡연 금지, 주차 금지처럼 구체적 행위를 제재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라는 특정 집단을 배제한다. 키즈카페, 키즈관 등 어린이 전용 공간이 생겼지만, 이는 아이와 양육자가 더욱더 따가운 눈총을 받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왜 키즈카페나 키즈관에 가지 않고 이곳에 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느냐고 눈치 주기 좋은 핑곗거리가 생긴 셈이다. 이렇듯 공간의 분리는 어렵지 않게 단절로 이어진다. 단절은 무언가를 체험하고 느끼고 배울 기회를 손 쉽게 앗아간다. 아이는 공공장소에서 사람들과 부딪치며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 배울 기회를 몰수당한다. 수많은 조경 프로젝트가 섬처럼 놓인 공간을 주변과 연결하려 애쓰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고립된 공간은 오래지 않아 낙후한다. 공간도 그러한데 사람은 당연하다. 아이는 혼자 다닐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에, 노키즈존은 자연스럽게 아이와 양육자를 함께 사회 밖으로 격리한다. 물론 미성숙한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떠들고 뛰어다니는 건 잘못된 일이지만, 무조건 공간 밖으로 밀어내는 건 바른 해결책이 아니다.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이 한때 논쟁거리였던 벤치의 모양으로 이어졌다. 노숙자가 누워 자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좌판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팔걸이를 설치한 벤치 말이다. 자연스럽게 아이가 앉을 수 없는 높이의 의자가 공원에 줄지어 선 모습을 상상했다. 터무니 없는 상상이라 생각했다가 왠지 실현 가능성이 제로는 아닌 것 같아 무서워졌다. 쉽게 미워할 수 있는 사람 대신 진짜 미워해야 할 대상을 찾다보니 눈에 거슬리는 게 한둘이 아니다. 기저귀 갈 곳 없는 화장실, 외진 곳에 숨겨 놓은 것처럼 배치한 수유실, 유모차를 끌 수 없을 정도로 좁은 보행로. 미워해야 할 대상을 찾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래도 쉽게 미워하기보다 불편하게 미워하는 일에 지치지 않고 익숙해지기를 바란다.
[COMPANY] 디자인파크개발
디자인파크개발은 2001년 창립된 조경 시설 전문 기업으로, 국내에 야외 운동 기구를 처음 선보인 곳이다. 웰빙이 트렌드로 떠오르던 시기 전국 공원에 야외 운동 기구를 보급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새로운 길을 모색해 온 디자인파크개발이 창립 20주년을 앞두고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며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2022년을 목표로 한화투자금융과 대표 주관사 계약을 체결하고, 예비 실사를 진행해 상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예비 실사 권고 사항에 따라 기업을 개선하면 2~3년 내 충분히 상장 요건을 갖출 것으로 판단됐다. 김요섭 회장(디자인파크개발)은 “일반적 중소기업은 창업자에 의해 좌우된다. 하지만 상장을 하게 되면 개인이 아닌 주주들이 회사의 주인이 된다. 기업 공개는 도덕적으로 투명한 회사로 나아가는 기반이 되어주고, 유능한 인재들이 유입되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보다 높일 수 있다”며 상장 추진의 배경을 설명했다. 호황과 불황을 모두 겪으며 성장한 디자인파크개발은 어려운 시기를 새로운 아이템 발굴의 기회로 삼아왔다. 꾸준한 기술 개발과 신성장 동력 찾기에 매진해 조경 시설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졌고, 디자인파크개발만의 브랜드를 선보이며 공간과 생활을 디자인하는 라이프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물놀이 시설과 놀이터를 결합한 놀이 공간 ‘원더풀(1thePool)’, 어린이용 놀이 공간 ‘유플레이(Uplay)’, 건강 증진 운동 기구 ‘웰핏(WellFit)', 여가·레저 시설 ‘캠포레스트(Camp4rest)’, 테마 놀이 시설 ‘판타키즈(Fantakids)’ 등 5개 브랜드의 다채로운 제품을 통해 사람들의 건강, 즐거움, 행복을 추구하는 기업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디자인파크개발의 시설은 기구를 통해 인간의 다양한 신체 활동을 극대화하고, 특별한 체험의 기회를 확장한다. 감각의 변화를 통해 일상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다. 또한 GPS 기반의 모바일 웹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어느 지역에 기구 몇 개소가 설치되어 있는지 시시때때로 파악할 수 있다. 이는 빠른 현황 조사와 유지·관리를 가능케 하는 기틀이 되어 주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수상의 영광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 회장은 지난 10월 국민 여가 생활 확산에 기여하고, 65개 특허권을 바탕으로 수출 시장을 개척하는 등 국가 산업 발전에 이바지해 ‘2019 중소기업융합대전’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2010년 ‘제6회 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이후 두 번째 수상이다. 김 회장은 경영자는 항상 “변신에 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맞는 전략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아닐 수 있다는 걸 자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이 우선 추구해야 하는 일은 잘 생존하는 것이다. 그다음 생존을 넘어 고객과 같이 호흡하고 업계에 대한 고민을 풀어가야 한다”며 생존, 고객, 변화라는 세 키워드를 강조했다. 최근에는 변화와 혁신의 일환으로 필라테스에 최적화된 복합 기구와 휴게 시설 브랜드를 론칭했다. 기존 소재의 틀을 뛰어넘는 차세대 휴게 시설을 실험해보려는 의도다. 철재, 석재, 목재, 스테인리스뿐 아니라 새로운 소재를 과감하게 도입해 현대적 감각의 시설을 선보이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도시와 더불어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휴게 시설의 소재와 디자인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에 착안한 역발상이다. 디자인파크개발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여가·레저 시설이다. 2015년 출시한 ‘모던이글루’가 꾸준히 판매되며 자연스럽게 관심이 집중됐다. 피크닉테이블, 매시벤치, 스윙벤치 등을 꾸준히 론칭하기도 했다. 김요섭 회장은 “국민 여가 생활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여가·레저 시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웰빙 라이프를 추구하는 디자인파크개발의 기업 가치와 워라밸을 중시하는 시대 흐름이 맞아떨어져 차별화된 기술과전략으로 다양한 여가·레저 시설을 선보이고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품 생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공간 운영에도 나섰다. 디자인파크개발은 2020년 상반기 강화도에 글램핑장 조성 인허가를 받아 2021년 봄 개장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카라반, 글램핑하우스, 수영장, 스파 시설을 갖추고 디자인파크개발이 생산한 모든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타운을 만들 계획이다. 디자인파크개발 직영 글램핑장의 차별점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직접 운영에 참여한다는 데 있다. 시설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곧바로 대처할 수 있고, 파손이나 노후화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 이용객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체험이 구매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김 회장은 마지막으로 산업계는 시대 흐름과 고객의 요구사항을 읽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스스로 생존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언제나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업역을넘나드는 공간 창출 능력도 필요하다. 조경은 유연성을 갖춘 학문이자 산업이다. 마음가짐에 따라 길은 어디로든 열린다.” WEB. designpark.or.kr TEL. 02-2665-6006
[COMPANY] 리비오에코디자인연구소
녹화율은 잔디블록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다. 도시개발 및 정비사업에서 생태면적률 가중치가 녹화율 50%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가 녹화율 50%의 잔디블록을 생산하고 있다. 리비오에코디자인연구소(이하 리비오연구소)는 작년 12월 녹화율 67%의 잔디블록 ‘리비오그린Liviogreen’을 출시했다. 녹화율 50% 규격에 집중했던 블록 업계가 술렁였다. 일각에서는 ‘어떻게 67%가 가능한지’에 관심을 가졌고, 블록 강도에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한성필 소장(리비오연구소)은 “잔디블록 기술을 연구해본 사람에게도 녹화율 67%은 놀라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블록의 강도는 국내 품질 기준을 상회한다”고 말했다. 리비오그린에 대한 시장 반응은 고무적이었으며, 특히 단독 주택의 주차장과 정원에 대한 설치 문의가 많았다. 시공 사례가 늘며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자 건축물 주변, 캠퍼스 광장, 공동 주택, 보행로 등 다양한 오픈스페이스에 리비오그린을 설치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리비오연구소는 34년간 조경 시공 현장을 누벼온 김창회 대표와 보도블록 업체를 운영하며 다양한 블록 아이템을 개발해온 한성필 소장이 설립한 기업이다. 김 대표는 제조와 운영을, 한 소장은 제품 개발과 홍보를 담당한다. 김 대표의 풍부한 시공 경험과 한 소장의 기술 개발 노하우가 합쳐져 설립 1년 만에 잔디블록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두 사람은 보여주기식이 아닌 생태 시스템에 적합한 친환경 제품의 국내 보급을 목표로 삼았다. “지금까지의 잔디블록 기능이 ‘블록’에 방점을 찍었다면, 리비오그린은 ‘잔디 생육’까지 아우른다”는 김 대표의 설명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상당수의 잔디블록은 ‘인증’에 품질 기준을 맞춘다.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잔디 없이 형체만 남은, 무늬만 잔디블록인 제품도 적지 않다. “근본적으로 블록 구멍에 잔디를 심는 포트형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잔디 생육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것이 김 대표의 분석이다. 반면 리비오그린은 일자형 띠녹지 구조로 뿌리가 깊고 안정적으로 뻗을 수 있다. 한 소장은 “넓은 식재 면적을 확보하면서도 블록의 강도와 내구성을 유지하는 것이 리비오그린의 핵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많은 설계사무소가 선호하는 모던한 선형 디자인도 리비오그린의 장점으로 꼽힌다. 토양과 잔디 대신에 자갈, 데크, 판석 등을 설치할 수 있어 공간의 성격에 따라 여러 가지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자갈의 경우 빗물을 정화해 비점오염원을 저감하는 효과를 낸다. 리비오연구소는 현재 많은 개인과 민간 공사를 상대하고 있다. 기업과 개인이 연결되는 B2C 시장에서 다각화된 마케팅 전략을 통해 활로를 열어가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사업 초기부터 SNS와 블로그, 배너 및 지면 광고에 집중했다. 특히 SNS는 제품을 알리고 소비자의 반응을 즉시 확인할 수 있어 효과가 좋았다. 또한 대리점 등의 중간 단계를 거치는 판매 방식을 지양하고, 일반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소비자의 세부적인 요구 사항에 일일이 대응하기가 쉽지 않지만 품질과 서비스 향상을 위해 직영 체계를 택했다. 김 대표는 “소비자와의 접촉면을 넓히는 것은 제품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품질과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홍보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블록이 설치될 공간도 특별히 신경쓰고 있다. 한 소장은 “작은 공간에 블록을 설치할 때도 신중히 검토하는 소비자를 보면 정성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구매자의 특성을 주의 깊게 살폈기에 민간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리비오연구소는 민간에서 받은 검증을 토대로 공공 부문까지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리비오그린의 성능을 높이고, 옥상 녹화 제품과 벽면 및 담장 블록 출시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새로운 제품을 도입하고 이를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발주처가 시공 단계에서 품질 관리에 앞장서야” 함을 강조하며 “녹화율 67%의 잔디블록이 50%의 제품과 동등한 기준으로 경쟁하는 구조적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전했다. WEB. www.livioblock.co.kr TEL. 02-6928-5588
[PRODUCT] 복층형 퍼걸러 '플로팅 스테이션'
공동 주택에서 외부 환경이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 요소로 떠오르면서 휴게 시설물의 디자인과 기능이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다. 오늘날 퍼걸러는 단순히 비를 피하거나 그늘을 제공하는 시설물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형태와 기능으로 이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플로팅 스테이션Floating Station’은 토인디자인이 설계한 복층형 퍼걸러로, 안락한 휴게 공간이자 주변 공간을 조망하는 전망대로 기능한다. 플로팅 스테이션의 디자인은 전통 누각에서 영감을 얻었다. 선조들이 자연과 소통하고 좋은 경치를 감상하기 위해 만든 누각을 재해석해, 공동 주택 단지와 어우러지는 현대적 느낌의 퍼걸러로 재탄생시켰다. 1층 테이블에서 이웃, 가족과 함께 앉아 담소를 나누고, 2층에 올라 너른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수납장과 콘센트, 안내 게시판 등의 편의 시설물도 마련했다. TEL. 02-533-3720 WEB. www.toinp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