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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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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코로나 이후의 도시 공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 넉 달을 넘어서고 있다. 바이러스에 움츠린 흉흉한 도시의 봄, 코로나 이후의 사회와 도시에 대한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빌 게이츠 같은 스타 기업가, 슬라보이 지제크 같은 인기 지식인은 물론이고 너도나도 유행처럼 예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들은 세계화의 붕괴와 신자유주의 체제의 파탄을 예견하면서 도시와 사회는 코로나 이전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고 이제 ‘뉴노멀’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일면 귀 기울일 만하지만, 최근의 언론 매체를 휩쓸고 있는 경고성 예측들은 지나치게 요란한 경우도 적지 않다. 섣부른 예상이나 주장을 보태기보다는, 유사한 위험이 다시 닥쳐올 때 도시가 탄력적으로 대처할 회복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초 시스템을 보강하고 사회적 인프라를 확충하는 게 우리의 과제일 것이다. 재난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에서 위험과 고립을 넘어서는 연결망으로서 공원의 가능성에 기대를 건다. 공원은 위기와 재난을 극복하는 관계와 소통의 장소, 곧 희망의 ‘사회적 인프라’라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세계 전역의 도시에서 공원의 존재감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구글이 발표한 ‘지역 사회 동선 보고서Covid-19 Community Mobility Reports’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 두기가 본격화된 뒤 거의 모든 도시에서 공원 방문이 증가했다. 감염의 공포에서 탈출할 수 있는 도시 내의 유일한 장소가 그나마 공원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외 여러 매체들도 공원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있다. 3월 19일 자「 뉴욕타임스」는 “뉴요커가 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곳, 공원이 희망이다”라는 기사에서 위안과 안전감을 찾아 센트럴파크에 몰린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상황이 심각한 유럽의 몇몇 도시에선 공원마저 폐쇄됐지만,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를 지킨다면 공원은 신체와 정신 건강의 위기를 치유하는 공간적 백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19세기의 급속한 산업화가 낳은 도시 인구의 폭증과 과밀, 빈부 격차와 노동자의 여가 문제, 위생 악화와 전염병 유행을 치료하는 공간적 해독제로 투입된 게 도시공원이다. 옴스테드는 공원을 통해 열악한 도시 위생을 개선하고 시민의 건강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비전을 펼쳤다. 오랫동안 잊혔던 공원의 이 고전적 효능이 새롭게 재발견되고 있다. 이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면서 조경(학)계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떤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을까. 도시에서 공원이 중요하다는 누구나 아는 사실만 독백하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도시 분야는 이미 ‘코로나 이후의 도시’를 주제로 다양한 온라인 세미나와 웨비나webinar(웹+세미나)를 열고 있다. 구글 창에 corona, pandemic, city 정도만 넣고 검색해보면 집단 지성의 힘을 곧바로 실감할 수 있다. 예컨대 뉴욕 컬럼비아 대학 도시계획 전공 대학원생들이 한 달 만에 만들어낸 오픈 소스 “팬데믹 어바니즘: 코로나 시대의 실천Pandemic Urbanism: Praxis in the Time of Covid-19”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도 유튜브 도시TV를 통해 ‘도시와 감염병’(3월 31일), ‘Covid-19 이후의 도시 정책’(4월 21일)을 기획해 공론의 장을 열었다. 도시공원동맹City Parks Alliance은 지역 사회를 코로나 위기로부터 구하는 공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한 전략적 공원 프로그램, 2020년 여름 이후를 위한 공원 계획 등을 다룬 세 차례의 웨비나를 개최했다. 온라인 조경 네트워크 Land8은 공원과 코로나 바이러스를 주제로, 줌Zoom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세미나를 4월 20일부터 나흘간 진행했다. 우리 조경계도 조경가, 교수, 학생 가릴 것 없이 ‘코로나 이후의 공원’ 설계와 문화를 논의하기 시작해야 한다. 공원이 중요하다는 뻔한 당위론만 붙잡고 있을 때가 아니다. 도시의 위기를 구한 공원의 선례를 역사적으로 검토하고, 도시의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데 어떤 공원이 필요한지, 멀리 있는 큰 공원 하나가 더 중요한지 가까이 있는 작은 공원 여러 개가 더 필요한지, 감염과 재난에 강한 공원 설계는 무엇일지 다각적 주제를 발굴하고 토론해야 한다. 모이지 않아도 된다. 많은 예산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온라인 세미나, 웨비나, 아이디어 공모, VDFVirtual Design Festival 등 간편하고 참신한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이달에는 오피스박김의 최근작과 에세이, 이명준 교수의 비평을 엮어 특집으로 올린다.지난 15년간, 오피스박김의 박윤진과 김정윤 소장은 도시 환경의 난맥과 사회적 쟁점이 얽힌 프로젝트에 ‘산수전략’과 ‘대체 자연’ 같은 전략적 설계 해법을 대입하면서 글로벌 조경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시스템으로부터 자유로운 경관의 형태’를 실험하며 진화해온 그들의 작업은, 이번 특집 지면에서 볼 수 있듯 또 한 번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그들이 이론적 실천과 실천적 이론을 가로지르며 탐사 중인 ‘새로운 황야(new wilderness)’는 어쩌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조경이 지향해야 할 좌표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오피스박김
오피스박김PARKKIM은 2004년 박윤진과 김정윤이 네덜란드에 설립한 디자인 오피스다. 그로부터 2년 뒤 서울로 오피스를 옮겨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2019년 김정윤이 하버드 GSD에 교수로 임용되며 보스턴에도 사무소를 세웠다. 이후 오피스박김의 시간은 서울과 보스턴 위를 나란히 흐르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디자인과 그 실현에 그치지 않는다. 프로젝트의 이론화, 대화, 글쓰기, 리서치, 교육을 통한 또 다른 차원의 실험은 오피스박김의 설계를 풍부하게 만드는 밑바탕이 되어 왔다. 이번 특집에 싣는 두 편의 에세이에서는 산수전략山水戰略에 이어 이들이 꾸준히 탐구해온 개념인 대체 자연alternative nature이 동시대의 기후 변화 이슈와 결합된, 새로운 키워드를 확인할 수 있다. 이명준의 비평은 오피스박김의 설계 언어가 공간이 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이 발걸음을 따라가며 현실에 대한 반성과 사유를 통해 시작되는 오피스박김의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다. 개성 강한 여섯 개의 근작은 서로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련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송도 트리플스트리트와 경기도 북부청사 광장은 각각 상업 공간과 공공 공간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지만 둘 다 광장을 다룬다. 민간이 만들었지만 공공 공간으로 기능하는 광장, 모두를 수용할 수 있도록 비어 있지만 동시에 황폐하지 않은 광장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두 광장에서 시도된 빈 공간에 대한 실험은 에어부산 김해 사옥과 경주 블루원 룩스타워 루프탑에서 바람과 햇빛 등 일기와 그림자, 주변 경관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방식으로 변주된다. 퇴계로, 만리재로 보행환경 개선 프로젝트와 CJ E&M 사옥에서는 섬세한 디테일을 볼 수 있다. 오피스박김이 다룬 또 다른 기업 공간이 수록된 『환경과조경』 2013년 8월호(SBS 프리즘 타워)와 2016년 9월호(CJ 블로썸 파크)를 펼치면 기업 로고를 활용하는 방식, 건물 안팎을 연결하는 전략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2015년 1월호부터 3월호에 박윤진과 김정윤이 연재한 ‘그들이 설계하는 법’도 다시 꺼내볼 것을 권한다. 진행 김모아, 윤정훈, 곽예지나 디자인 팽선민
[오피스박김] 이론과 실천과 교육을 가로지르다, 오피스박김의 2030년
지난해 하버드 GSD의 새 학장으로 부임한 사라 와이팅Sarah Whiting은 조경, 건축, 도시 분야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로 기후 변화와 주거를 꼽았다.1 그 여파로 올 봄 학기에 개설된 33개의 조경학과 수업 중 강의계획서에 직접적으로 기후 변화를 언급한 과목이 12개에 이른다. 특히 옵션스튜디오option studio(심화설계스튜디오) 다섯 중 넷이 기후 변화를 다루고 있다. 가을 학기부터 조경학 석사 학위 취득 필수 과목으로 ‘디자인이 만드는 기후Climate by Design’도 신설된다. 서울에서 설계 사무실을 운영하면서도 바깥세상에 대한 감을 잃지 않으려 애를 썼었다. 크든 작든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면 항상 과연 이 일은 동시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사이 어디쯤 위치시킬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면서 다진 것은 조경의 기술과 지력으로 기후 변화 등 인류가 당면한 여러 위기를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받는 타격의 정도는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연관 분야의 기술자, 과학자들과의 연대가 필수적이고 대상지를 넓고 깊게 보는 것이 관건이다. 조경을 실천practice하며 주어진 일을 넓고 깊은 시야로 살피기 위해서는 스스로 상황을 만들어가며 일해야 한다. 과업지시서만 따라가다가는 시대를 이끌기는커녕 현재 일어나는 상황들에도 대응할 수 없다. 쾌적한 보행 환경의 기본은 걷다가 발이 젖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기후 변화로 점차 잦아지고 있는 집중 호우 시 빗물이 기존 매립 관거에 다 담기지 못해 도심지 배수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생각은 퇴계로와 만리재로 보행환경 개선 프로젝트에서 강북 지역의 고르지 못한 보행로 기반을 고려한, 매끄럽지만 미끄럽지 않고 물이 잘 흘러 빠지는 포장재의 설계로 귀결됐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김정윤은 2019년 하버드 GSD의 조교수로 임용됐으며오피스박김의 보스턴 사무소를 이끌고 있다. 광교신도시 공원디자인 커미셔너(2008), 서울시 공공건축가(2011)로 활동했고,정부로부터 차세대 디자인리더(2007)로 선정됐다.
[오피스박김] 일상의 극화
새벽 1시 반에 시작된 하버드 GSD 교수 회의에 참석한 후, 연이어 3시부터 스튜디오 강의를 시작했다. 아침 7시에 스튜디오 크리틱이 끝났고, 9시경 출근한 오피스박김의 디자이너들과 일상의 업무를 시작했다. 서울과 보스턴을 오가며 진행한 하버드 리서치 프로젝트는 사회적 거리를 최대한 늘리며 줌Zoom 화상 연결을 통해 3년 차를 맞이했다. 2018년 하버드 GSD의 초청으로 시작된 오피스박김의 디자인 리서치는 서울 산수山水의 상대역이라 할 수 있는 DMZ 연구에서 출발해, 2019년에는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주제로 동아시아의 황무지를 다루었다. 이 과정에서 김정윤 대표가 하버드로부터 정규 교원 제안을 받게 되었다. 김 대표가 하버드 GSD의 교수로 임용되면서 오피스박김의 연구 활동은 서울 사무실에서의 프랙티스와 더불어 공식적인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서울에서의 프랙티스는 여전히 만만치 않다. 허나 클라이언트의 직설적 요구와 한정된 예산, 공사 현장의 투박함이 만들어낸 설계 문맥은 역설적으로, 아주 작은 생산 행위라 할지라도 시대적 상황과 문화적 인식을 관통하게 만들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발굴하게 한다. 즉 매출은 크지 않을 수 있으나 만듦을 통해 얻는 지적 성취는 풍족할 수 있다. 2017년 이후 오피스박김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반추해본다. 우선 송도에서 소셜 미디어 시대를 맞은 광장의 흥행과 성공을 경험했다. 가장 경제적인 재료로 셀피어블selfiable한, 개인을 가장 돋보이게 만드는 배경을 만들었다. 집단의 아우성이 아니라 개개인 하나하나가 중요해지는 광장의 새로운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 있었다. 송도 광장에서의 비움emptiness은 에어부산 김해 사옥 옥상에서도 실험되었다. 개방된 공간을 빈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경계가 필요하며 그 재료는 가늘고 미묘해야 한다. 남천의 모습을 닮은 가볍고 긴 구조물의 처짐을 현장에서 실험했고, 완성된 빈 공간은 일기와 경관을 초대하는 스펙터클이 되었다. 물론 현장 구조 실험이라는 도박과 같은 초긴장의 순간도 있었지만....(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박윤진은 하버드 GSD의 설계 담당 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오피스박김을 총괄한다. 네덜란드 바헤닝언(Wageningen) 대학에서 강의를 했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 글림처 특훈 교수(Glimcher Distinguished Visiting Professor)로 선정됐다.
[오피스박김] 송도 트리플스트리트
인스타그래머빌리티instagrammability 트리플스트리트Triple Street는 송도에 위치한 길이 550m의 쇼핑몰이다. 바로 인접한 지역에 상업 시설이 성업 중이던 때 설계에 들어갔다. 따라서 외부 공간 설계의 주안점은 주변 상업 지역과의 경쟁에서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매력으로 주목받을 만한, 그리고 걷고 싶은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보통의 대상지와 다른 점은 지하 슬래브 상부에서 1층 마감 레벨까지 단 6cm의 여유만 주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지상부 옥외 공간에 식재가 불가능함을 의미하는데, 외부 공간 설계에서 식재에 의존하지 않고 ‘바닥’의 경험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설계 오피스박김 시공 계룡건설(세종통상) 발주 에스디프런티어 위치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면적 59,253m2 완공2017 사진 신경섭 오피스박김(PARKKIM)은 박윤진과 김정윤이 2004년 네덜란드에서 설립했다. 2006년 서울로 이전해 한국의 지역적 가능성에 근거한 다양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들을 선보이는 한편, 활발한 저술과 강연 등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키워왔다. 2019년 김정윤 대표의 하버드 GSD 임용을 계기로 보스턴에도 사무소를 설립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양화 한강공원(2011), SBS 프리즘 타워(2011), CJ 블로썸 파크(2015), 송도 트리플스트리트(2017) 등이 있다. 현재 서울공예박물관, 청담 에테르노, 한화리조트 설악 호수정원 등의 설계를 진행 중이다.
[오피스박김] 경기도 북부청사 광장
잃어버린 지형의 프로그램화 경기도는 서울시 면적의 약 17배에 달하는 한국에서 가장 큰 행정 구역이다. 수원에 있는 본청 외에 경기도 북부를 관장하는 북부청사가 의정부에 위치한다. 이 북부청사 전면의 광장을 재조성하게 되었는데, 발주처는 청사 앞을 직선으로 관통하는 추동로를 우회시켜 광장을 넓히고, 빈 공간에 각종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자 했다. 먼저 전 세계 주요 공공 기관의 광장들을 살펴보았다. 대부분이 북부청사와 같이 건물 중앙에서 뻗어 나온 축이 대로와 만나고, 축을 포함한 대형 광장이 청사 전면부에 펼쳐져 있는 형태였다. 행정의 온라인화로 인해 직접 관공서를 찾는 시민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연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광장들은 비어 있었다. 물론 광장은 비어 있음으로써 의미와 역할을 갖는다. 또한 고밀도의 도시에서 시민이 필요로 할 때 대규모 오픈스페이스를 제공해 주는 것이야말로 상업 공간이 하지 못하는 관청 외부 공간의 값진 역할이다. 하지만 비어 있는 동안의 시각적 황폐함, 동선의 혼란, 무작위로 들어서는 행사 공간이 초래하는 불편 등은 개선할 필요가 있었고, 그것이 디자인의 역할이라 보았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설계 오피스박김 시공 대국건설 발주 경기도 위치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 면적26,851m2 완공2018 사진 김종오 오피스박김(PARKKIM)은 박윤진과 김정윤이 2004년 네덜란드에서 설립했다. 2006년 서울로 이전해 한국의 지역적 가능성에 근거한 다양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들을 선보이는 한편, 활발한 저술과 강연 등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키워왔다. 2019년 김정윤 대표의 하버드 GSD 임용을 계기로 보스턴에도 사무소를 설립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양화 한강공원(2011), SBS 프리즘 타워(2011), CJ 블로썸 파크(2015), 송도 트리플스트리트(2017) 등이 있다. 현재 서울공예박물관, 청담 에테르노, 한화리조트 설악 호수정원 등의 설계를 진행 중이다.
[오피스박김] 퇴계로, 만리재로 보행환경 개선
화강석의 경험화 서울로의 양단에서 각각 서쪽과 동쪽으로 뻗어 있는 퇴계로와 만리재로의 보행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보행환경이 무엇인지를 먼저 연구했다. 분명한 것은 이 같은 프로젝트가 흔히 요구하는 ‘스토리텔링’이 실제 그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살아온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쾌적한 보행의 필수 조건은 배수의 양호함이다. 도쿄 쓰키지 시장의 바싹 마른 길을 걸을 때면, 어릴 적 죽변어시장과 노량진수산시장을 다녀오면 항상 신발 아래가 축축해졌던 기억이 떠올랐었다. 그렇다면 양호한 도시 배수의 기본은 무엇인가. 당시 서울시는 시의 모든 보행로를 투수블록으로 시공하도록 권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설치 후 6개월만 지나도 블록의 공극이 오염 물질에 막혀 투수 성능이 완전히 상실된다는 연구 결과(“투수블록 포장 시범시공 (1차) 결과 보고”,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2010)만 보더라도, 블록 자체의 초기 투수성보다 놓이는 땅의 구배와 매끈한 다짐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됐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설계 오피스박김 시공 대일테크, 유일조경 발주 서울시 위치 서울시 중구 묵정동(퇴계로) /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만리재로) 면적 퇴계로 일대 약 1.1km 구간 / 만리재로~서울로 7017 일대 약 1.5km 구간 완공 2017 사진 김종오 오피스박김(PARKKIM)은 박윤진과 김정윤이 2004년 네덜란드에서 설립했다. 2006년 서울로 이전해 한국의 지역적 가능성에 근거한 다양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들을 선보이는 한편, 활발한 저술과 강연 등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키워왔다. 2019년 김정윤 대표의 하버드 GSD 임용을 계기로 보스턴에도 사무소를 설립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양화 한강공원(2011), SBS 프리즘 타워(2011), CJ 블로썸 파크(2015), 송도 트리플스트리트(2017) 등이 있다. 현재 서울공예박물관, 청담 에테르노, 한화리조트 설악 호수정원 등의 설계를 진행 중이다.
[오피스박김] 에어부산 김해 사옥
가득하게 비어 있는 ‘에어부산 김해 사옥’은 오피스박김이 설계에서 시공까지 모두 책임진 디자인.빌드design-build 프로젝트다. 주어진 세 달 동안 부산에 기반을 둔 에어부산 본사의 지상부 및 옥상의 식재, 포장 설계와 더불어 파빌리온 과 가구 일체를 설계하고 시공했다. 지상층의 옥외 공간은 마주보는 두 사무 빌딩의 이용자를 위한 공간이자 두 건물을 오가는 연결로로 사용될 곳이다. 장애물 없이 동선을 유도하는 동시에, 담 없이 도로를 향해 열려있다는 점을 고려해 기업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설계해야 했다. 관목은 인접한 김해 국제공항의 활주로를 향해서 항공기의 착륙 방향과 평행하도록 일렬로 배식했다. 승무원들이 캐리어를 끌 때 편안하도록 삼각형의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모듈을 제작하여 미세한 구배까지 신경 써 시공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설계 및 시공 오피스박김 발주 에어부산 위치 부산시 강서구 대저2동 면적3,393m2 완공2017 사진 김종오 오피스박김(PARKKIM)은 박윤진과 김정윤이 2004년 네덜란드에서 설립했다. 2006년 서울로 이전해 한국의 지역적 가능성에 근거한 다양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들을 선보이는 한편, 활발한 저술과 강연 등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키워왔다. 2019년 김정윤 대표의 하버드 GSD 임용을 계기로 보스턴에도 사무소를 설립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양화 한강공원(2011), SBS 프리즘 타워(2011), CJ 블로썸 파크(2015), 송도 트리플스트리트(2017) 등이 있다. 현재 서울공예박물관, 청담 에테르노, 한화리조트 설악 호수정원 등의 설계를 진행 중이다.
[오피스박김] 경주 블루원 룩스타워 루프탑
기울어진 광장 경주에 위치한 블루원은 경주·울산 지역을 대표하는 가족형 리조트다. 복합 문화 건축물인 룩스타워는 물놀이 시설과 골프장에 집중되었던 기존 집객 공간을 다양화하고 지역 주민의 새로운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다. 룩스타워와 기존 건물 사이의 광장, 콘도미니엄을 연결하는 지붕형 통로 그리고 전망을 확보할 수 있는 루프탑 공간의 설계를 의뢰받았는데, 그 첫 단계로 루프탑을 설계, 시공했다. 룩스타워의 옥상을 중심으로 결혼식장과 음식점, 컨퍼런스 홀과 같은 컨벤션 공간이 자리함에 따라 사람들이 모여 문화 활동을 즐기고 전망을 바라보는 다목적 외부 공간이 요구됐다. 즉, 다양한 기능을 담을 수 있는 광장이면서도 그 자체로도 사람들에게 인지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건물 후면의 골프장의 긴 풍경을 끌어들이는 경관 장치를 모색했다. 골프 장 경관 축을 연장하여 루프탑 안으로 들이고, 이 경관 축을 따라서 다른 밀도를 가진 두 가지의 스트립strip을 교차시켜, 가상의 시선 축을 만들었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설계 오피스박김 시공 태영건설 발주 블루원 위치 경상북도 경주시 천군동 면적728m2 완공2019 사진 김종오 오피스박김(PARKKIM)은 박윤진과 김정윤이 2004년 네덜란드에서 설립했다. 2006년 서울로 이전해 한국의 지역적 가능성에 근거한 다양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들을 선보이는 한편, 활발한 저술과 강연 등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키워왔다. 2019년 김정윤 대표의 하버드 GSD 임용을 계기로 보스턴에도 사무소를 설립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양화 한강공원(2011), SBS 프리즘 타워(2011), CJ 블로썸 파크(2015), 송도 트리플스트리트(2017) 등이 있다. 현재 서울공예박물관, 청담 에테르노, 한화리조트 설악 호수정원 등의 설계를 진행 중이다.
[오피스박김] CJ E&M 사옥
5mm 평활도의 조건 한국 케이팝과 미디어 산업의 중심인 CJ E&M 사옥 실내 조경의 설계와 시공을 맡았다. 인근에 SBS 프리즘 타워(『환경과조경』 2013년 8월호)를 포함해 미디어 기업이 많아, 단일 건물의 이미지는 강했으나 정작 이용객의 시선이 머물고 실제 경험하는 외부 공간의 정체성은 미약했다. 건물 전면 바깥에는 평범한 완충 녹지가 로비와 가까이 붙어 있었는데, 통유리벽(커튼 월)을 통해 녹지를 실내로 끌어들이기로 했다. 외부 조경 면적은 주어지지 않았기에 설비 공간 위에 인공적으로 부지를 확보해 안팎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SBS 프리즘 타워 설계 시 자연광을 반사하는 바닥 재료를 로비 북사면에 접하게 배치해 내부 공간을 밝게 만들었었는데, 이번에는 동쪽에서 들어오는 빛과 그리드 멀리언mullion을 통해 투영되는 그림자 대비를 극대화하고자 5mm 단차의 인조 잔디 스트립strip을 제안했다. 극히 다른 경도를 지닌 인조 트래버틴travertine과 인조 잔디를 엇갈아 만든 스트립은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을 연결하며 건물 바깥의 숲 경관을 안락한 실내로 끌어들인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설계 및 시공 오피스박김 발주CJ E&M 위치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면적252m2 완공2019 사진 김종오 오피스박김(PARKKIM)은 박윤진과 김정윤이 2004년 네덜란드에서 설립했다. 2006년 서울로 이전해 한국의 지역적 가능성에 근거한 다양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들을 선보이는 한편, 활발한 저술과 강연 등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키워왔다. 2019년 김정윤 대표의 하버드 GSD 임용을 계기로 보스턴에도 사무소를 설립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양화 한강공원(2011), SBS 프리즘 타워(2011), CJ 블로썸 파크(2015), 송도 트리플스트리트(2017) 등이 있다. 현재 서울공예박물관, 청담 에테르노, 한화리조트 설악 호수정원 등의 설계를 진행 중이다.
[오피스박김] 생각하는 디자이너
나는 오피스박김(이하 박김) 김정윤 대표의 제자다. 전역한 지 얼마안 된 까까머리 복학생 시절, 마찬가지로 귀국한 지 얼마 안 된 김정윤의 디자인 수업을 들었다. 서울의 유휴 공간에서 오픈스페이스의 가능성을 발견해보는 시간이었다. 지금은 여기 없는 나의 오랜 친구와 함께 팀을 이뤘고, 구로에 위치한 초, 중, 고등학교가 나란히 붙어있는 곳을 찾아내 세 개의 운동장을 비롯한 학교 안팎의 환경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대상지를 리서치해 조닝zonning하는 것이 조경이라고 믿던 시절, 아름다운 형상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그려가는 작업은 조경 디자인이 예술의 영역에 속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조경가는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을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과정이 재밌고 유익했지만 운동장 트랙을 디자인해보라는 주문은 말 그대로 신박했다. 대상지의 운동장이 과연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리서치해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는 새로운 운동장 트랙을 디자인하라는 것이었다. 그때는 그러한 말을 예쁜 형태를 그려오라는 주문으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돌이켜보면 실제로 우리는 리서치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다. 초, 중, 고 교과 과정과 시간표를 입수해 시간대에 따른 공간의 쓰임새를 분석하고 체육 수업에 필요한 모든 종목을 조사해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오직 단 하나의’ 트랙을 구상했다. 아름다운 형상은 늘 합리적인 리서치를 토대로 그려져야 했다. 디자인은 생각을 따른다 그 후로 나는 줄곧 박김의 팬이다. 조경 디자인을 연구하고 글을 쓰면서, 또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활동하면서 그들이 발표한 작품과 그들의 제자였던 경험은 (상투적인 말이지만) 내게 큰 귀감이 되어 왔다. 박김은 ‘조경=종합과학예술’이라는 케케묵은 수사를 아주 우아하게 공간에 떠낼 줄 아는 디자이너다. 그들의 작업은 예술 작품works of art처럼 아름다운 형상을 하고 있고 그 형태는 직관과 여러 과학 테크놀로지의 면밀한 테스트가 빚어낸 산물이다. 양화 한강공원에 구현한 생태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형태의 랜드폼landform인 머드mud 인프라스트럭처, ‘당인리 서울복합화력발전소 공원화 설계공모’에서 제안한 대상지의 미기후 조절이 가능하면서도 미적인 형태를 지닌 온돌 랜드폼이 그러하다.1 늘 그래왔다는 말은 아니다. 나의 이론의 삶에 있어 선배이자 스승인 배정한(편집주간, 서울대학교 교수)이 일찍이 감지했듯이, 그들의 작업은 2014년 ‘여울의 못’(현대캐피탈 배구단 복합훈련캠프, 『환경과조경』 2014년 1월호)을 지나면서 생태의 작동을 비롯한 온갖 시스템의 족쇄에서 벗어나 형태의 자율성, 말하자면 순수하게 형태의 생성에 치중한 작업으로 전환하는 것처럼 보인다.2 배정한의 말처럼 “보이는 경관visible landscape”이 “오피스박김의 2기”를 대변하는 특징이라면 여전히 그 인장은 유효해 보인다. 근작들에서도 그들은 보이는 경관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3 지금까지 박김의 보이는 경관은 예술가로서 창조성, 그러니까 디자이너의 직관이 발휘된 산물로 여겨지곤 했다. 형태적 아름다움은 박김‘만의’, 박김‘다운’ 특징으로 꼽히곤 한다. 원고를 구상하며 박김의 생각을 엿듣고 그들의 생각을 엮은 단행본을 뒤늦게 읽으면서, 박김의 보이는 작업이 늘 현실에 대한 깊은 반성과 사유를 통해 시작되며 이를 디자인이라는 마법으로 현실에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그들의 디자인은 늘 비평적인 생각에서 출발한다. 형태적 아름다움에 가려져 그안에 내재한 깊은 생각이 그간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것 같아 이참에 박김의 ‘생각’에 한 발짝 더 들어가 보고자 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1. 박김이 과학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디자인하는 방식은 필자를 비롯한 국내외의 조경 이론가에게 조명된 바 있다. Jillian Walliss and Heike Rahmann, Landscape Architecture andDigital Technologies: Re-conceptualising Design and Making, London and New York: Routledge, 2016; 이명준, “한국 조경에서 컴퓨터 테크놀로지의 활용에 관한 담론의 변천: 『한국조경학회지』와 『환경과조경』을 중심으로”, 『한국조경학회지』 48(1), 2020, pp.15~24. 2. 배정한, “백지 설계”, 『환경과조경』 2014년 1월호, p.49; 배정한, “비저블 랜드스케이프”, 『환경과조경』 2016년 9월호, pp.40~43 3. 어쩌면 보이는 경관에 대한 집요한 탐구는 박김의 디자인의 과거에서 현재, 아마도 미래까지 관통할 철학일 것이다. 보이는 경관에 대해 내가 더 말해봐야 배정한이 쓴 글에 주석을 다는 일에 불과하다. 이명준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오랫동안 공부하다가 지금은 한경대학교에서 ‘랜선 친구’들과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오피스박김 사무실에 걸린 어두운 녹색과 보라색 커튼을 보다 문득 폴토마스 앤더슨의 마스터피스 ‘팬텀 스레드’(2017)의 오프닝 시퀀스가 떠올랐다. 영화사에 기억될 조니그린우드의 아름다운 스코어를 배경으로 1950년대 런던의 의상 디자이너 작업실의 출근길 풍경이아주 우아하게, 물 흐르듯 펼쳐진다. 씨줄과 날줄이 견고하게 엮여 창조된 이 완벽한 영화는 여러모로오피스박김과 그들의 작업을 떠올리게 한다. 오랜만에 지적으로 흥미로운 작가와 작업을 만나 쉽게써야 한다는 강박 없이 편하게 떠들었다.
과천 과천지구 도시건축통합 마스터플랜 설계공모
주택 공급을 위해 대규모 단지를 양산하던 택지 개발 방식에 새로운 변화가 더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신도시 조성 방식은 땅 위에 거대한 크기의 블록을 구획하고 그 안에 개별 단지를 넣는 식이었다. 이로 인해 고립되고 획일적인 도시 공간이 탄생했다. 게다가 임대와 분양을 구분하는 공급 체계는 시민 소통을 방해하고, 단지별로 부대시설을 배분하는 방식은 공유 시설의 다양성 부족과 과잉 공급을 초래했다. 작년 11월, 한국주택토지공사LH는 ‘과천 과천지구 도시건축통합 마스터플랜 설계공모’를 개최하며 ‘도시건축 통합계획’ 적용 계획을 발표했다. 도시건축 통합계획은 도시 기획 단계에서부터 도시·건축·시설물을 아우르는 입체적 마스터플랜을 세운 뒤 이를 기반으로 도시계획과 건축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이다. 대규모 단지의 한계를 넘어 저층 고밀도로 특화된 도시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과천 과천지구, 수원 당수, 안산 신갈 세 지역이 시범 사업지로 선정됐다. 참가자들은 ‘가로 공간 중심 공유 도시’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7,100세대를 수용하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시범설계지구(1,200세대 규모)를 선정해 구체적인 설계안을 제출해야 했다. 설계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가로 공간이 생활의 중심이 되는 도시를 만든다. 수퍼 블록을 지양하고 중소규모 중심의 블록을 구획해 휴먼 스케일의 가로를 조성한다. 둘째, 다양한 용도의 공간이 어우러져 있고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공유 도시를 조성한다. 거주·업무·여가 용도를 복합적으로 아우르고 다양한 계층과 세대의 융합을 도모한다. 셋째, 자연을 존중하고 향유하는 쾌적한 도시를 만든다. 거주민들이 풍부한 자연을 누릴 수 있도록 녹지에 대한 접근 체계를 향상한다. 넷째, 새로운 기술에 대응하는 편리하고 안전한 도시를 마련한다. 보행 중심의 가로를 목표로 보행 및 교통 체계를 개선하고, 첨단 신교통 수단의 적극적인 활용 방안을 검토한다. 총 9개 팀이 참가했으며, 지난 3월 진행된 심사 결과 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인토엔지니어링도시건축사사무소+동현건축사사무소+어반플랫폼 컨소시엄의 ‘보이드 앤드 멀티플Void and Multiple’이 1등작으로 선정됐다. 당선팀은 이랑과 고랑을 콘셉트로 삼아 이랑은 도시가 필요로 하는 삶과 일터의 공간으로, 고랑은 자연과 자연을 연결하는 공간이자 주민 간 교류가 일어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계획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공유 시설을 수용하는 포용적 공유존, 보행 친화적 가로 환경을 핵심 개념으로 제시했다. 심사위원회는 당선작이 “명확한 도시 블록 및 주거 조직 체계를 유지하면서 포용적 공유 공간을 구현하고, 장기적 도시 변화와 새로운 수요 대응에 용이한 유연성 있는 토지 이용 체계를 구축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당선팀에게는 기본 및 실시설계권이 주어진다. LH는 선정된 작품을 바탕으로 과천지구의 마스터플랜을 올해까지 마무리하고, 내년까지 지구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1등작 보이드 앤드 멀티플Void and Multiple 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 + 인토엔지니어링도시건축사사무소 + 동현건축사사무소 + 어반플랫폼 2등작 어반 랜드스트라이프Urban Landstripe 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 와이오투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 3등작 워커블 시티, 링크드 블록Walkable City, Linked Block 에이텍종합건축사사무소 + 케이에스엠기술 + 데바제2씨2한국지점 발주 LH 주최 LH 위치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주암동, 막계동 일원 면적 대지 면적: 1,555,496m2 공모 면적: 1,686,643m2(도로·하천 일부 포함) 주택 호수7,100호 설계비 마스터플랜: 136,600만원(부가세 포함) 시범설계지구: 486,900만원(부가세 포함) 방식 일반 설계공모 상금 1등작(1팀): 마스터플랜 및 시범설계지구 설계 우선협상권, 설계용역비 2등작(1팀): 8,000만원 3등작(1팀): 6,000만원 심사위원 민현식(심사위원장, 기오헌 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 박인석(명지대학교 교수/건축) 최문규(연세대학교 교수/건축) 김도년(성균관대학교 교수/도시) 이제선(연세대학교 교수/도시) 김소라(예비심사위원, 서울시립대학교 교수/건축) 김영욱(예비심사위원, 세종대학교 교수/도시)
[과천지구 도시건축통합 마스터플랜 설계공모] 보이드 앤드 멀티플
포용적 공유 공간 기반의 도시 과천지구는 서울과 과천 사이에 마지막으로 남은 대규모 자연환경에 계획되는 도시다. 녹지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여가, 일상, 일터가 공존하는 공유 도시를 제안한다. 인구 변화, 산업 생태계의 변화, 자연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도시 구조의 실마리를 경작지의 형태에서 찾았다. 경작지의 이랑은 작물이 심기는 생산의 공간이며, 고랑은 물과 바람이 흐르는 공간이다. 이 같은 개념에 착안해 이랑은 주거 및 업무 시설로, 고랑은 자연과 자연을 연결하는 공간이자 커뮤니티를 위한 교류 공간으로 계획했다. 여가 공간은 도시의 고랑이 되어 자연과 도시를 연결한다. 일상 공간은 여가 공간 사이에, 일터는 도시와 도시를 잇는 교통의 결절점에 배치된다. 이와 함께 보행 중심 가로 환경을 조성해 활기 넘치는 직주근접 도시를 만들고자 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과천지구 도시건축통합 마스터플랜 설계공모] 어반 랜드스트라이프
한국에서 신도시가 조성되기 시작한 지 40~50년이 지났다. 토지를 수퍼 블록으로 나누고 하나의 주거 형식을 복제해 배치하는, 단지 계획이라는 효율적인 방법은 국토의 풍경을 획일적으로 바꾸어왔다. 이러한 단지화의 폐해는 도시와 건축의 분리, 엔지니어링 우선의 사고 등 고착화된 제도적 문제를 야기했다.3기 신도시는 지금까지의 도시계획과는 다른 대안을 요구한다. 수퍼 블록을 소블록으로 작게 나누고, 가로 공간을 활성화하면서 건축을 도시계획 초기 단계부터 함께 구상해야 한다. 현실적 여건을 수용하면서 기존의 반복적인 해법으로부터 탈피를 시도하는, 새로운 도시 모델을 제안한다. 주변 지형을 고려하고 건축과 오픈스페이스를 결합한 ‘필드블록field block’ 체계를 고안해 과천 신도시의 틀을 완성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과천지구 도시건축통합 마스터플랜 설계공모] 워커블 시티, 링크드 블록
‘워커블 시티, 링크드 블록Walkable City, Linked Block’은 가로 공간이 중심이 되는 공유 도시를 주제로 한 도시계획이다. 보행 중심 도시를 목표로 도시를 설계했다. 보행 중심 도시: 워커블 시티 보행 도시는 걸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각 단지에 시민들이 공유하는 다양한 부대 복리 시설을 배치해 보행의 목표점을 만들어준다. 또한 자전거 도로, 공원, 도서관 등의 생활SOC, 커뮤니티 시설과 편의 시설을 보행 친화적인 가로와 함께 긴밀히 배치한다. 가로와 밀접하게 연계된 예술 및 음악 공간, 카페와 레스토랑 등은 풍성한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보행이 편리한 도로 구조와 더불어 자전거 등 퍼스널 모빌리티의 사용을 활성화하는 교통 계획을 마련한다. 이는 차량 이용을 최소화한 도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을 상쇄한다. 주거 약자나 보행 약자를 위해 별도로 마련된 단지에서는 차량 이용을 허용하고 단지마다 비상 및 조업 차량을 위한 동선과 주정차 공간을 마련한다. 이로써 보행과 차량이 서로 보완되는 도시가 완성된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비트로 상상하기, 픽셀로 그리기] 투영법과 초점 거리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들 누구에게나 사랑한다고 손꼽아 말할 수 있는 게 무엇이라도 있을 것이다.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에겐 환경 운동일 것이다. 그리고 J. D. 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라면 사냥 모자를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일관되게 세상의 위선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 왔는지 주장할 것이다. 전혜린이 세코날을 먹고 자살하지 않았다면, 글쎄 헤르만 헤세를 얘기했을까?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라면 싸구려 재규어 기타를 들어 보이며 물질에 초탈한 영웅의 초상화를 능숙하게 그려냈을 것이다. 나라면?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 설계 드로잉들을 사랑하는지에 대해 밤새도록 이야기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도 슬픈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설계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젊은 조경가들 사이에서는 요새 어느 회사가 더 잘나가는지 토론하며 술잔을 기울이는 게 유행이 됐다. 그리고 학생들은 주로 설계를 너무 잘하고 싶다고 말하거나 아니면 이제는 설계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한다. 아마 술자리에서 루미온과 브이레이 중 무엇이 더 훌륭한지에 대한 백 번째 논의를 하거나 최근 유튜브의 오유 그래픽스OU Graphics 채널에 올라온 죽이는 엑소노메트릭 다이어그램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예전부터 모든 게 그래왔던 것 같기도 하다. 조경가에게 미디어 그래서 친구가 없다거나 많다거나 뭐 그런 얘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억울한 부분이 있다. 왜냐하면 이제야 생각해보면 사실 ‘조경’이라는 분야가 산업 디자인 중 유독 미디어에 소홀한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폴리곤polygon과 넙스nurbs의 차이점에 대해 심각하게 토론하거나 픽사Pixar가 ‘제리의 게임’에서 서브디비전 모델링을 최초로 사용해 시그라프SIGGRAPH 기술상을 탔다는 얘기 같은 걸 지금까지 누구와도 나눠본 경험이 없다. 이건 정말 슬픈 일이다. 예를 들면 나는 절제된 볼록한 형태의 구조를 만들 때는 케이트너리 커브catenary curve를 쓰면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에 대해 열 번 말할 때, 한 번쯤은 커브의 차수degree 간의 차이에 대해 말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제로는 업무 시간에 라이노와 스케치업을 주로 쓰면서 회의만 시작했다 하면 지난주에 했던 콘셉트 얘기를 다섯 번째 반복하는 게 슬프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사랑하는 루미온의 그래픽이 모든 설계 드로잉들을 먹어 치우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공모전에서는 대놓고 스케치업과 루미온을 쓰라며 설계에 있어 미디어의 다양성과 개성은 중요한 게 아니라고 강요한다.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만화 ‘배가본드’의 무사시는 오직 검술에만 몰두해 인생의 허무를 깨달았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건 ‘문체’라며 미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우리는 종일 컴퓨터로 설계하면서도 정작 디지털 미디어를 부차적인 표현 수단 정도로만 생각한다. 원근법 이미지와 정투영법 도면의 역할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논의하지 않으면서, 루미온으로 비슷한 이미지들을 10분 만에 20장 렌더링해서 패널의 2/3를 채우는 것은 너무도 대량 생산적이다(디자이너가 대량 생산을 하다니). 만약 100명의 사람이 앞으로도 루미온을 쓸 생각이라면 나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거다. 언젠가 아무도 루미온을 사용하지 않게 되면 그때 루미온을 쓸 거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나성진은 서울대학교와 하버드 GSD에서 조경을 전공했다. 한국의 디자인 엘, 뉴욕의 발모리 어소시에이츠(Balmori Associates)와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CFO)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고, West 8의 로테르담과 서울 지사를 오가며 용산공원 기본설계를 수행했다. 한국, 미국, 유럽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귀국 후 파트너들과 함께 얼라이브어스(ALIVEUS)라는 대안적 그룹을 열었다.
[공간잇기] 학생들과 함께 읽은 동네 이야기
아저씨, 사진 찾으러 왔어요 세 평 남짓한 작은 한옥 사진관에 여고생들의 왁자한 목소리가 가득하다. “경자야 너는 잘 나왔는데 나는 못나게 나온 것 같아.” “영애야 무슨 소리니. 네가 훨씬 예쁘게 나왔는 걸. 아저씨가 너만 잘 찍어 주셨나 보다.” “얘는 참. 우리 이 옆에 떡볶이 먹으러 갈까? 숙희랑 명진이도 그리로 온다고 했어.” 사진관 주인이었던 주희돈 할아버지 귓가에는 학생들이 사진을 찾아가며 까르르 웃던 소리가 5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맴도는 듯하다. 1960년대 초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종로구 재동에 있던 ‘명광사’는 창덕여자고등학교 맞은편에 자리한 사진관이었다. 입학식, 졸업식, 체육 대회 등 굵직한 행사 사진뿐 아니라 각종 증명사진과 추억이 담긴 사진의 인화를 도맡았다. 안국역 사거리에서 가회동으로 올라가는 방향에 있던 창덕여고 자리에는 현재 헌법재판소가 있다. 함경북도 길주가 고향인 주희돈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때 서울로 혈혈단신 피난온 뒤 계동에 60여 년간 살고 있다. 고향을 떠나 고단했던 젊은 시절, 사진 기술을 가진 인생의 단짝 정옥선 할머니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재동에 명광사를 차려 동네 사람들과 서로 의지하며 정겹게 한 세월을 살았다. “대박이다. 헌법재판소가 창덕여고였다구요?” “할아버지 그럼 명광사 한옥 건물은 지금 어디 있어요?” 계동 중앙고등학교 1학년 선재와 혜조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할아버지의 인생 이야기가 아주 흥미로운 듯 큰 소리로 질문한다. “있긴 어디 있어. 지금은 다 없어지고 다른 건물이 들어섰지.” 아이들은 이내 흥분을 가라앉히고 준비해온 질문과 동네 지도를 바탕으로 할아버지가 겪었던 동네 이야기를 하나씩 수집하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동네 어귀의 우물터 “우리 동네 어귀의 오랜 우물터에 얽힌 이야기를 각자의 방식으로 조사해 오세요.” 20여 년 전 한국에서 획일화된 교육을 받다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가서 받은 첫 역사 수업의 과제였다. 유명한 문화유산도, 미국의 눈부신 개발상을 담은 멋진 건물도 아닌, 그저 동네 어귀에 오랫동안 자리해온 우물터였다. 비석도 없고 관리도 잘 되어 있지 않았으며, 물을 깃는 원형의 넓은 구멍은 널빤지로 단단히 못질 되어 있었다. 누가 봐도 사용하지 않은 지 꽤 오래된 우물임을 알 수 있는, 볼품없고 허름한 곳이었다. 역사 공부는 당연히 암기식으로 교과서를 달달 외우는 것이라고 배웠던 나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영어를 잘 못 알아들어서 과제를 제대로 이해 못 한 건 아닌지 의심하며 과제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하던 기억이 또렷하다. 한 주 뒤, 같은 반 열두 명의 친구들의 과제 발표는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떠오를 만큼 신선한 충격이었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서준원은 열다섯 살부터 대학 졸업 후까지 뉴욕에서 약 10년간 생활했다. 파슨스 디자인 스쿨(Parsons School of Design) 인테리어디자인학과에서 다양한 생활 공간에 대해 공부했고, 한국인의 주거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SOM 뉴욕 지사, HLW 한국 지사, GS건설, 한옥문화원,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등에서 약 16년간 실내외 공간을 아우르는 디자이너이자 공간 연구자로 활동했다. 한국인의 참다운 주거 환경을 위한 디자인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품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도시공간 연구를 위해 곳곳을 누비며 ‘공간 속 시간의 켜’를 발굴하는 작업을 긴 호흡으로 해오고 있다.
[북 스케이프] 반지의 제왕 속 나무수염이 전하는 이야기 1
“이는 이미 대규모 살생을 초래했고 수백만 명 이상을 조기 사망케 하겠다고 위협하는 비상 사태다. 그 영향은 점차 확산되어 경제 전체를 불안정하게 하고 자원과 인프라가 부족한 빈곤 국가를 압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기후 위기다.”1 팬데믹pandemic의 주요 원인으로 기후 변화가 언급되고 이기후 변화 너머에는 인류세Anthropocene가 있다. 인간이 지구에 가하는 압박이 너무나 극심해져 지구가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자연의 복수라고 하는 오래된 레토릭rhetoric이 다시 등장하지만,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톨킨J. R. R. Tolkien의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에 숨어 있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동명의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터라 절대적인 힘을 지닌 반지를 둘러싼 사건들이 잘 알려져 있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2 우선은 정원사 샘와이즈 갬지가 있다. 순박하고 정직한 그는 이야기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절대반지의 유혹에 휘둘리지 않고 충실하게 프로도를 끝까지 수행한다. 심지어는 반지의 유혹을 받았을 때에도 정복한 곳에 꽃과 수목의 동산을 만드는 환상을 볼 정도로 뼛속까지 정원사인 인물이다. 전쟁이 끝난 후 폐허가 된 고향을 복구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으니, ‘돌보는 이’라는 정원사의 덕목을 그대로 체화한 인물이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1. Owen Jones, “Why don’t we treat the climate crisis with the same urgency as coronavirus?”, The Guardian 2020년 3월 5일. 2. 『반지의 제왕』은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되었다. 먼저 김번·김보원·이미애의 공역본인 『반지전쟁』(예문, 1991년과 1998년)이 출판되었고, 이후 톨킨의 번역 원칙에 따라 제목을 수정한 『반지의 제왕』(씨앗을뿌리는사람, 2002년)이 출판되었다. 이 연재에서는 2002년 출판본을 참고한다. 이외에 한기찬이 번역한 『반지의 제왕』(황금가지, 2001년), 일본어 중역본인 강영운 번역의 『완역 반지제왕』(동서문화사, 2002년)이 있다. 모두 절판 되었으나 중고 서점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황주영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문학과 영문학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 미술사학과에서 풍경화와 정원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 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박사후 연수를 마쳤다. 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 정원과 공원, 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 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 번역을 한다. 생계를 위한 독서를 하기 전에는 다양한 판타지 소설을 탐독했다.
당신이 바꾸는 세상
선거는 작기만 한 내가 커다란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종이 한 장에 세상을 바꾸는 힘이 깃들어 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와 맞물려 선거의 의미를 되짚는 전시가 마련됐다. 3월 24일부터 6월 21일까지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새일꾼 1948-2020: 여러분의 대표를 뽑아 국회로 보내시오’는 아카이브와 사회극의 결합을 시도한 전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록보존소의 400여 점의 선거 사료, 신문 기사 등 다양한 기록물을 전시해 73년간의 선거 역사를 살필 수 있게 했다. 예술가 21팀은 선거라는 주제를 자신만의 언어로 해석해 설치, 퍼포먼스, 문학, 드라마, 게임, 음악 등 다채로운 형태로 선보였다. “선거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을 선출하는 과정으로, 경합과 갈등의 장이며, 사건들의 드라마틱한 흐름을 이끄는 모멘텀momentum이자 참여라는 행위인 점에서 사회극이 펼쳐지는 무대이기도 하다”는 점에 착안한 기획이다. 전시는 일민미술관 앞에 위치한 광화문광장을 활용해 그 의미를 더욱 확장한다. 천경우 작가의 ‘리스너스 체어Listener’s Chair’는 광화문광장과 전시실 내부를 간접적으로 연결해 오늘날 민주주의적 소통 방식을 사유하게 한다. 정치적 입장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수많은 이벤트를 만들어내는 광장에 스피치룸speech room을 설치하고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스피치룸에서 수집된 목소리는 음성 변조를 거쳐 미술관 1층 전시장에 설치된 헤드폰으로 전달된다. 어둑한 공간에 원형으로 배치된 익명의 시민들이 사용했던 의자, 이야기의 주인을 알 수 없게 변조된 목소리는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의사소통의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아카이브는 단순히 기록물을 나열하는 소극적 방식을 탈피해 동시대의 예술 작품과 적극적인 상호 작용을 시도한다. 안규철의 ‘69개의 약속’은 역대 대통령 선거 벽보에 사용된 슬로건과 구호가 얼마나 모호하고 추상적 언어인지를 드러낸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백색에 맞물린 환상과 일상
분필을 잡은 손이 초벌된 항아리에 선을 긋기 시작한다. 흰 선이 한 줄 한 줄 채워지며 검은 항아리는 백자가 되어간다. 도예가 주세균은 분필이라는 일상적 소재로 한국적 아름다움의 정수로 일컬어지는 달항아리를 모방한다. 유약 대신 분필 가루가 덮인 도자, 낙서처럼 구불구불한 선이 그려진 도자는 낯선 모습으로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난 4월 1일, 우란문화재단은 백색에 투영된 다양한 이념과 심상을 공유하는 ‘화이트 랩소디White Rhapsody’ 전을 열었다. 백색은 한국의 전통성과 민족성을 대변하는 색채지만 근대화와 산업화를 거치며 그 함의와 소비되는 방식이 다양하게 변해 왔다. 전시는 백색을 통해 드러나는 전통의 시각성과 해석의 전형성을 현대적 시점에서 비평적으로 고찰한다. 백색에 관한 낯익은, 낯익지 않은 시선 전시장 입구에는 사전 리서치 자료와 직물, 비누, 설탕, 밀가루 등 백색 사물을 전시한 아카이브가 마련됐다. 사전 리서치는 산업, 문학, 건축 다양한 분야에서 쓰인 백색을 두루 살폈다. 이정은의 ‘화이트 인사이드White Inside’는 하얀 피부에 대한 한국인의 열망을, 최호랑의 ‘올림픽 시공간의 백색’은 88올림픽 개최 시점에 나타난 백색의 상징성을 탐구했다. 이야호는 리서치 픽션 ‘모두의 일’을 통해 흰색이 증발해버린 세상을 그렸다. 이 같은 작업은 역사와 인식 속 백색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며 이와는 또 다른 해석이 펼쳐질 것을 암시한다. 전시는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중반에 태어난 다섯 명의 작가를 초대했다. 사진, 조각, 도자, 설치, 향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은 백색에 대한 작가들의 개별적 해석의 결과물로, 보편적이고 집단적인 관념으로부터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전시의 협력 기획자인 조주리 큐레이터는 백색에 관해 “새로운 발언을 할 수 있는 세대의 작가들을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85호(2020년5월호)수록본 일부
적층 도시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대규모 택지 개발을 통해 공공 주택을 공급해왔다. 거듭된 개발은 서울을 물리적 한계에 다다르게 했고, 이제 개발 가능한 토지 자원을 찾기 힘든 상태에 이르렀다. 대안으로 도시 외곽에 주거 단지를 짓기 시작했지만, 이는 시간적·경제적 비효율성, 그린벨트를 비롯한 녹지 잠식 등의 문제를 낳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SH는 저밀도로 이용되는 공공시설 부지의 입체적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 1월 17일 SH는 ‘장지, 서울 컴팩트시티Compact City 국제설계공모’를 개최했다. 대상지는 송파구 장지동의 장지공영차고지다. 1990년대에 매연, 소음, 안전사고 문제에 대비해 시 외곽 그린벨트 지역에 지어졌지만 수도권 확장으로 주택 단지에 둘러싸이게 된 곳이다. 공모는 활용도 낮은 차고지 부지를 대규모 도시숲, 행복주택, 생활SOC가 층층이 어우러진 입체 도시로 재탄생시킬 것을 요구했다. 양적 공급에 치중했던 공공 주택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시도다. 과제는 세 가지였다. 첫째, 공영차고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한다. 둘째, 다양한 도시 활동을 수용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셋째, TODTransit Oriented Development(대중교통지향형개발)가 녹아든 공간 구조를 통해 삶터와 일터가 어우러진 미래 도시를 계획한다. 심사위원 이상윤(연세대학교 교수), 이신해(서울연구원 선임연구원), 전숙희(와이즈건축사사무소 대표), 임영환(홍익대학교 교수), 한광야(동국대학교 교수), 헤르베르트 드라이자이틀Herbert Dreiseitl(램볼 스튜디오 드라이자이틀 대표), 피터 페레토Peter Ferretto(홍콩 중문대학교 교수)는 혁신적인 공간 계획, 창의적인 건축 설계, 쾌적하고 친환경적인 오픈스페이스 계획에 주안점을 두고 심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건축사사무소아크바디+범도시건축+동일기술공사+CA조경 컨소시엄의 ‘적층 도시Multi-Layer City’가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5호(2020년 5월호) 수록본 일부
[편집자의 서재] 목소리를 드릴게요
길이 200m, 직경 20m에 육박하는 대형 지렁이가 나타났다. 땅 속에 살다 비 오는 날이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붉은 색의 미끌미끌한 생명체. 흙과 함께 낙엽과 분변을 먹고 건강한 토양을 생산하는 생물. 다만 거대 지렁이는 땅 속 대신 지상을 다니며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먹는다. 석유를 이용해 만든 모든 것을 집어 삼키며 도시를 이루는 대부분의 구성물을 분변토로 만든다. 숲과 동물에는 무관심하다. 인류는 지렁이들을 피해 땅 속으로 들어간다. 우주에서 누군가 보낸 거대 지렁이 덕분에 지구는 리셋reset된다. 지상에 남은 인간의 흔적은 작물을 재배하는 농장뿐, 숲과 건강한 토양이 회복된 지구는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물이 자유롭게 사는 곳이 된다. 정세랑 소설집 『목소리를 드릴게요』의 두 번째 단편 ‘리셋’의 세계관이다. 많은 장르 소설이 그렇듯『 목소리를 드릴게요』가 그리는 미래는 돌이키기엔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다. ‘리셋’에서 인류는 계속된 자원 고갈과 멸종을 일으키다 거대 지렁이의 심판을 받게 됐고, ‘모조 지구 혁명기’의 미래 지구는 각종 혐오와 폭력, 재난이 범벅된 여행 기피 행성이 됐다. ‘7교시’의 배경은 여섯 번째 대멸종 이후의 지구다. 체제를 바꿔 겨우 살아남은 미래 인류는 현대사 수업을 들으며 생명 존중에 대한 감각이 전무했던 과거 인류를 부끄러워한다. 실제로 정세랑은 “지금의 우리가 19세기와 20세기의 폭력을 역겨워하듯” “23세기 사람들이 21세기 사람들을 역겨워 할까봐 두렵다”고 고백했는데, 그래서인지 소설은 망한 지구와 인류라는 인과 관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기발한 상상력과 재기발랄한 인물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어떤 대사 앞에서는 뒤통수가 따끔해진다. “너 그러다 망한다? 그렇게 원칙도 윤리도 없이 막살다가 망한 다? 너 같은 놈들 때문에 지구가 끝난 거다?” 삶이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면 지금의 지구는 비극이다 못해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인간의 얼굴을 하지 않은 존재들이 놓인 상황이 그렇다. 2010년대에만 열대 우림 등의 서식지 감소, 사냥 및 밀렵, 기후 변화, 공해, 외래종 침입 등으로 467종의 생물이 멸종됐다.2아프리카 북부흰코뿔소는 암컷 두 마리만 남았다. 마지막 수컷이 죽기 전 채취해 둔 정자로 종을 복원한들 무슨 소용일까. 뿔과 상아 때문에 산 채로 얼굴 앞부분이 잘려 버려진 코뿔소와 코끼리 사체가 아프리카 초원에 널려 있고, 값싼 라면과 과자를 만드는 데 쓰이는 팜유 때문에 매년 수천 마리의 오랑우탄이 죽는다. 부리에 플라스틱 고리가 끼어 굶어 죽는 새들도 허다하다. 감금, 학대, 도살, 살처분이 횡행한 공장식 축산업은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많지만 교통 및 운송 부문보다 14.5%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함에도 그 궤도가 수정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일상의 풍요와 분주함은 이 같은 폭력에 노출된 얼굴들을 가리고, 사진과 동영상으로 소비하는 귀여운 동물은 일종의 환각제로 역할할 뿐이다. 그런데도 정세랑은 어차피 망한 거 그냥 이대로 살기보다는 “어려운 희망에 대해 끝까지 쓰고 싶”다고 말한다.3여섯 번째 단편 ‘목소리를 드릴게요’는 의도치 않게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초능력을 갖고 태어난 인물들의 이야기다. 사람들에게 살의를 느끼게 하는 목소리를 가진 승균은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의 성대를 제거하기로 한다. 후기에서 작가는 “스스로의 유해함을 신중하게, 더불어 기꺼이 제거하기로 마음먹는 주인공의 목소리를 받아 적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거대 지렁이가 온 건 아니지만 팬데믹으로 전 세계 산업 경제가 마비되면서 지구의 숨통이 잠시나마 트이고 있다. 베네치아 운하에는 백조와 돌고래 심지어 해파리까지 나타났고, 인도 루시쿨야 해변에는 관광객 출입이 금지되자 올리브 바다거북 80만 마리가 산란을 위해 돌아왔다. 이동 제한으로 교통량이 감소하고 공장 가동이 중지되어 탄소 배출량과 미세 먼지 농도도 크게 줄었다. 고작 몇 달 만의 일이다.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의 원인도 결국 야생 동물의 서식지 파괴와 관련 있다는 점은 백신 개발보다 더 근본적인 예방책을 떠오르게 한다. 책을 덮고 나와 닮지 않은 존재를 위협하는 내 유해함에 대해 생각했다. 쓰지 않아도 될 플라스틱과 비닐, 먹지 않아도 될 음식, 그러니까 정말로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작가의 말처럼 너무 늦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1. 정세랑, 『목소리를 드릴게요』, 아작, 2020. 2. 이성규, “지난 10년간 멸종된 동물은?”, 사이언스타임즈 2020년 1월 10일. 3. blog.naver.com/bandinbook/221833248185
[CODA] 가장 현실적 디스토피아
멍하니 달고나 커피에 올릴 크림을 휘젓고 있을 때만 해도 몰랐다. 집에 갇혀 지내는 생활이 이렇게 길어질 줄이야. 넉 달 가까이 자(타)발적으로 사회와 거리를 두다 보니 뜬금없이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 밖에 나가기 싫어하는 ‘집순이’라고 굳게 믿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놈의 집구석이 지긋지긋하다. 하필이면 또 꽃놀이 가기 딱 좋은 날씨다. 내 아까운 봄! 이쯤 되니 정말 2020년을 무효로 하면 좋겠다는 허튼 생각도 든다. 나이도 한 살 깎아주면 더 좋고. 갑갑함을 참고 꾸역꾸역 칩거 생활을 이어나간 건, 일상의 흐름이 더 빨리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점점 줄어드는 신규 감염자 수를 볼 때면 한 것도 없이 괜히 뿌듯해졌다. 그러던 중 인터넷 기사에서 마주친 문장이 준 충격이 여태 생생하다. “이제 코로나 발생 전의 세상은 다시 오지 않습니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겁주려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착잡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정말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만났던 디스토피아의 모습이 나와 먼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서. 그 때문인지 예전보다는 자주, 좀비 떼가 달려드는 이야기보다 끔찍한 미래에 대한 예언을 더 무섭게 느낀다. 특히 그 시기가 지금과 가까울수록 더. 딱 적당한 예시가 떠올랐다. 러셀 T. 데이비스Russell T. Davies의 ‘이어즈 앤드 이어즈Years & Years’. ‘퀴어 애즈 포크Queer as Folk’와 ‘닥터 후Doctor Who’로 이름을 알린 러셀은 인류를 향한 애정을 담은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이어즈 앤드 이어즈는 브렉시트 후 영국의 15년을 그린 블랙 코미디 드라마로, 인간의 어리석음과 비정함, 그로 말미암은 비극을 거침없이 그린다. 극 속 지구의 북극에는 빙하가 없다. 나비는 멸종됐고, 조금씩 상승하는 해수면은 육지와 삶터를 삼키고, 극심한 기후 변화는 90일에 달하는 장마를 일상으로 만들었다. “세상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빨라지며 미쳐 가는데 우린 멈추지도 생각하지도 배우지도 않고 다가올 재앙으로 질주하기만 해요. 이다음은 뭘까요?” 정치활동가가 아무리 외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슬프게도 질문에 귀 기울이는 사람 자체가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은 점점 망해가는 지구에서 각양각색의 끔찍한 모습을 자랑하며 삶을 잇는다. 심지어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가 중국의 인공 섬에 핵폭탄을 날려도 일상이 계속된다. 단 몇 년 만에 수만 명의 사상자도, 방사능 피폭도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해프닝이 되어 버렸다. 그들의 관심사는 여전하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보다는 당장 우리 집 앞에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 걷는 걸 불편하게 만드는 인도 위의 차를 사라지게 할 방법에 더 마음을 쏟는다. AI와 기계의 발달은 아주 손쉽게 사람들을 일자리 밖으로 몰아내고 난민, 성 소수자, 장애인, 싱글맘, 유색 인종을 향한 차별은 점차 심화된다. 이럴 바에야 대형 지렁이가 나타나 지구를 ‘리셋’(이웃 지면 “목소리를 드릴게요” 참조)해 버리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 러셀은 다시 한 번 인류를 향한 낙관을 던진다. “여기 있는 우리는 모두 앉아서 남 탓을 해. 경제 탓을 하고 유럽 탓을 하고 야당 탓을 하고 날씨 탓을 하며 광대한 역사의 흐름을 탓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핑계를 대지. 우린 너무 무기력하고 작고 보잘 것 없다고 말이야. 그래도 우리 잘못이지. 왜 그런 줄 아니? … 거리 시위는 했니? 항의서는 썼어? … 안 했지. 씨근덕대기만 하고 참고 살았어. … 그러니까 우리 탓이 맞아. 우리가 만든 세상이야.” 항상 비극 속에서 해답을 찾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온 러셀이 하려던 말은 아마 이게 아니었을까. 우리는 다른 세상을 만 들 수도 있다고. 코로나로 세계 곳곳이 혼돈에 휩싸였는데 생태계는 도리어 평화를 되찾은 듯 보인다. 퓨마와 여우, 곰 등 야생 동물들이 텅 빈 도심을 유유자적 거닐고, 관광객이 사라진 해변에 다시 찾아온 플랑크톤은 바다를 형광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게다가 당장 마스크 너머로 느껴지는 공기가 너무 신선하다. 폐쇄된 아쿠아리움 내부를 구경하며 자유 시간을 즐기는 펭귄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알면서도 모른척 해온 것들이 너무 많다. 특집 지면을 매만지며 “조경의 기술과 지력으로 기후 변화 등 인류가 당면한 여러 위기를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받는 타격의 정도는 줄일 수 있을 것”(이번 호 14쪽)을 믿는다는 김정윤 소장의 말이 오래 기억에 남은 이유다. 더 이상 자연환경이라는 단어는 조경을 꾸며주는 낭만적 수식어가 될 수 없다.
[COMPANY] 윤토
윤토는 에버랜드 포시즌 가든 및 장미원 관리, 박람회 환경 연출 등 화훼 경관 조성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기업이다. 2000년대 초부터 친환경 조형물과 쇼 가든을 기반으로 이벤트 조경 기업으로서 전문성을 알려 왔다. 올해에는 정원 문화 플랫폼 구축을 통해 도시 경관 재생 기업으로의 성장을 준비 중이다. 지난 4월 덕평자연휴게소에 오픈한 ‘와이 가든 라운지Y_Garden Lounge’는 윤토의 브랜드 존이자 복합 정원 문화 공간이다. 전시 정원과 각종 정원 용품 및 오브제를 살펴보고 정원 조성 상담도 받아볼 수 있다. 연간 방문자 수가 1,200만 명에 달하는 덕평자연휴게소에는 아웃렛, 테마파크 등 다양한 문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2017년에는 빛을 테마로 한 ‘별빛정원 우주’가 조성됐는데, 야경 위주의 공간이라 주간 이용률이 높지 않았다. 윤토는 2018년 5월부터 별빛정원 우주의 조경 관리와 주간 운영을 맡고, 다양한 크기와 재질의 플랜터로 구성된 컨테이너 가든을 조성했다. 주기적으로 식물을 교체하고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별 꽃 축제를 진행하며 공간 활용도를 크게 높였다. 윤덕규 대표(윤토)는 “상품으로서의 정원에 대한 운영사의 관심과, 윤토의 공간 조성 및 운영 전략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이야기했다. 윤토는 나아가 2018년 9월부터 별빛정원 우주 관람객을 위한 카페, 푸드 트럭, 정원 기념품 숍을 갖춘 와이 가든 센터를 운영했으며, 올해 가든 센터에 오브제 전시 및 판매 공간을 더해 와이 가든 라운지를 마련했다. 와이 가든 라운지는 별빛정원 우주를 기반으로 정원에서의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차를 마시며 정원을 여유롭게 거닐고, 허브 제품과 식물뿐만 아니라 윤토가 개발한 다채로운 정원 오브제를 구매할 수 있다. 윤 대표는 “쾌적한 정원에서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은 도심 속 복합 쇼핑몰과는 또 다른 기쁨을 줄 것”이라며, 와이 가든 라운지 운영을 통해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대중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토가 관심을 두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도시 경관 재생이다. 계절의 제약이 큰 화훼만 이용하기보다 다양한 정원 조형물로 사시사철 아름다운 도시 경관을 조성하고자 한다. “다양한 소재로 골목 경관을 개선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도시재생 사업의 주된 내용은 도로와 주거 환경 개선인데, 특화 거리를 조성하면 주민의 사업 체감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조경의 한 영역으로서 도시 경관 재생 분야를 탐구하며 우리의 역량을 더욱 발전시키고자 한다.” WEB.www.yoonto.kr TEL.1566-8353
[PRODUCT] 자연스러운 패턴을 연출하는 ‘카멜레온스톤’
좋은 보행 환경은 걷기 편할 뿐 아니라 이용자의 흥미를 끌만한 요소를 갖춰야 한다.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바닥 포장은 보행자를 유도하고 공간의 분위기를 크게 좌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내구성뿐만 아니라 독특한 색감과 질감을 가진 다채로운 보도블록 제품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이노블록Inoblock’이 새롭게 선보인 ‘카멜레온스톤Chameleon Stone’은 높은 내구성뿐만 아니라 심미성과 시공의 효율성까지 갖춘 보도블록이다. 멀티 몰드 시스템으로 만들어져 별도의 패턴 설계(색상 조합) 없이 손쉽게 독특한 바닥 패턴을 연출할 수 있다. 카멜레온이 몸의 색을 바꾸듯 제품의 표면에서 여러 가지 색상이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을 연출하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제품 종류는 오렌지블랙과 레드바이올렛 두 가지이며, 독일 기업 랑세스Lanxess의 고품질 안료를 사용해 자연석과 유사한 분위기를 낸다. 고경도 골재를 사용해 표면의 내구성 을 크게 높였기에 보도뿐만 아니라 보차혼용도로에도 사용할 수 있다. TEL.031-358-4711 WEB.www.inobl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