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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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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리스트

[에디토리얼] 2021년을 되돌아보며
옆 방 동료와 화상으로 회의를 하고 온라인으로 설계 스튜디오 리뷰를 하고 마스크로 얼굴을 덮은 채 공원을 산책하는 초현실적 상황이 이제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편하고 익숙하기까지 하다. 감염 도시의 역설적 풍경이 어느새 친숙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번 겨울이 코로나 시대의 마지막 계절이기를 소망하면서 2021년 한 해의 『환경과조경』을 다시 펼쳐본다. 본지가 주최한 ‘제3회 젊은 조경가’ 수상자 최영준 특집으로 1월호를 꾸렸다. 중국과 미국, 한국을 넘나들며 다국적 조경설계사무소 랩디에이치Lab D+H를 이끌고 있는 최영준. “디자인을 통해 희망과 사회적 책무를 구현”하는 그의 젊은 조경 정신을 특집 지면에서 만날 수 있었다. 같은 호에 올린 ‘춘천 시민공원 마스터플랜 설계공모’ 수상작들은 동시대 한국 조경의 생생한 단면을 보여주었다. 2월호에는 『LA+』의 실험적 기획인 ‘생물체 설계공모’, 한국전쟁의 민간인 희생자를 기억하는 ‘진실과 화해의 숲 설계공모’, 신도시의 조경 네트워크를 짜는 ‘행정중심복합도시 5-1생활권 조경 설계공모’를 동시에 실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세 가지 공모전은 조경의 넓은 스펙트럼을 새삼 확인하게 해주었다. 어린이놀이터 프로젝트 13개를 3월호에 모았다. 서울의 초등학교에 놓인 신상 놀이터부터 저 멀리 터키 이스탄불과 스웨덴 스톡홀름의 어린이공원에 이르기까지, 틀에 박힌 놀이터 디자인의 전형을 깨는 갖가지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었다. 6월호에 실은 ‘서울국제정원박람회’의 도시재생형 정원들은 일회성 전시와 장식을 넘어 코로나에 지친 시민들에게 안온한 위로의 공간을 제공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8월호는 1982년 7월 창간한 『환경과조경』의 통권 400호였다. 1월호부터 7월호까지 편집부는 한국 현대 조경의 성장사를 기록하고 저장하며 조경 설계와 이론의 쟁점을 발굴하고 그 지평을 확장해온 『환경과조경』의 발자취를 다각도로 되짚는 특집 지면들을 기획했다. 1월(393호)부터 7월호(399호)에 걸쳐 실은 ‘『환경과조경』 400호 돌아보기’에서는 편집자 김모아, 남기준, 배정한, 윤정훈과 편집위원 박승진, 박희성, 최영준, 최혜영이 옛 『환경과조경』을 50권씩 나눠 맡아 재독하고 재조명했다. 4월호에는 그동안의 표지와 책등을 한데 모은 특집 ‘표지 탐구, 책등 탐방’을 구성했다. 5월호 특집 ‘편집자들’에는 본지를 거쳐 간 추억 속의 편집자들을 초대해 그들이 엮었던 옛 기사와 꼭지를 당시의 시각으로 다시 살폈다. 6월호에 올린 ‘읽는 행위를 설계하는 법’에서는 『환경과조경』의 편집 디자인 변천사를 다뤘다. 7월호 지면에는 독자 대상 설문 ‘다시 읽고 싶은 연재는?’의 결과에 편집부의 기획을 보태 옛 연재 여덟 꼭지를 재구성한 ‘연재,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꾸렸다. 통권 400호(2021년 8월호)에는 『환경과조경』 400권의 목차를 모두 모았다. 39년 역사를 세로지르는 총목차는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 현대 조경의 궤적을 담은 아카이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9월호에서 많은 독자의 시선을 붙잡은 건 ‘416 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 수상작들일 것이다. 세월호 7년, 함께 실은 평문이 질문하듯, 모두의 기억은 모두의 공간이 될 수 있을까. 10월호에는 서울공예박물관(오피스박김), 블랙메도우, 메도우카펫, 가든카펫(이상 김아연), 일분일초(안마당더랩), 어반 포레스트 가든(김봉찬+신준호), 나의 정원(정영선), EV6 언플러그드 그라운드 성수(HLD) 등 모처럼 국내 조경가들의 다양한 근작과 전시를 담을 수 있었다. 11월호에는 제18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수상작들과 ‘오목공원 리모델링 지명 설계공모’ 초청작들을 실었고, 최근의 주목할 만한 완공작인 마포새빛문화숲(이화원)과 남산예장공원(호원)의 면모를 꼼꼼히 짚었다. 이번 12월호에는 본지가 한국조경학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와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 ‘한국 조경 50’의 결과를 담았다. 303명의 전문가가 뽑은 한국 현대 조경의 대표작, 지난 50년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50년을 설계하는 기획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번 호에는 매년 본지가 주최하는 ‘올해의 조경인’과 ‘젊은 조경가’ 선정 결과를 싣는다. 제24회 올해의 조경인으로는 한국경관학회 회장을 맡아 조경계획의 확장에 힘써온 주신하 교수(서울여대), 제4회 젊은 조경가로는 다양한 조경설계 프로젝트와 실험적 기획을 가로지르며 활동해온 조용준 소장(CA조경)이 선정됐다. 다가오는 2022년은 한국 조경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한국조경학회가 설립 50주년을맞는다. 7월에는 『환경과조경』이 창간 40주년을 맞는다. 8월 말에는 광주에서 세계조경가대회IFLA World Congress가 열린다. 창간 40주년을 준비하며 『환경과조경』은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더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조경 저널리즘의 새 좌표를 찾아 나설 것이다.
[칼럼] 50년, 반세기 조경
2022년 새해에는 한국조경학회가 탄생 50주년을 맞는다. 1972년 봄꽃이 기지개를 필 무렵, 대대적인 국토 개발을 이끌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청와대에서 조경에 관한 첫 세미나가 개최됐고 7월에는 건설부에 공원녹지과가 신설됐다. 그해 겨울에 서울대와 영남대에서 조경학과가 설치 인가를 받았다. 같은 해 12월 29일, 한국조경학회 창립총회가 개최되면서 한국에 ‘조경’의 탄생을 알렸다. 그로부터 어언 50년 세월이 흘러 내년에는 사람의 나이로 치면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명을 깨닫는다는 나이에 이르렀다. 반세기 동안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 발전과 함께 조경 산업 또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고, 그 중심에는 늘 조경학회의 헌신적 노력이 있었다. 학회는 본연의 임무인 학술 관련 사업으로 학회지 및 학술지를 발간하고, 한‧중‧일 국제 조경전문가 회의, 세계조경가대회IFLA 참여 등 국제 교류를 통한 학문적 정보 교환에도 앞장서 왔다. 학생들을 위한 조경디자인캠프와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을 매년 개최하고 조경 업계의 발전을 위해 대한민국 조경문화대상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산림조합법 개정 반대 투쟁’(1988년)과 ‘건설산업기본법 개정 반대 투쟁’(1997년)처럼 조경 분야가 위기에 직면할 때면 업계와 함께 분야의 권익을 위해 선두에 나섰다. 기후 위기와 포스트 팬데믹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과제 앞에서 조경학회도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있다.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조경학회의 힘찬 발걸음에 응원을 보낸다. 이제 미래의 50년을 목표로 반세기에 접어든 한국 조경의 과거를 차분히 뒤돌아보고 새로운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할 전략을 세우고 발전을 위한 전기를 마련해야 할 때다. 먼저, 조경계에 이렇다 할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단일의 대표 단체인 조경학회에서 파생되어 나간 여러 관련 학회와 협회 등 많은 단체 사이의 협력과 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과거 권위적 형태의 중앙집권적 단일 조직은 지양해야 한다. 분야의 다양한 요구를 하나의 목소리로 대변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중앙 조직의 결정을 모든 단체에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상명하달 방식의 운영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 여러 단체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존중하면서 조경 분야 전체의 단결된 목소리가 필요할 때는 함께 연합해 힘을 모으는, 공감 능력을 극대화한 ‘느슨한 연대’를 추구해야 한다. 지난 2017년 3월 3일, 조경의 날 기념식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가 총재 사퇴 후 결국 해체 수순을 밟은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의 뼈아픈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둘째, 조경 분야에도 이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급변하는 시대에 대응해 미래 성장을 위한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젊은 조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조경 분야의 여러 단체와 조직은 대개 학연, 지연에 얽매여 나이나 학번 순으로 수장을 결정해왔다. 몇몇 단체는 여전히 원로나 고문의 입김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조경 원로 1세대를 존경하고 그 공로에 감사하지만, 보수적인 한국의 정치판에서도 30대 정당 대표가 나오는 현실을 볼 때 조경계는 세대교체가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연공서열보단 능력과 성과주의에 바탕을 둔 세대교체 바람이 변화에 대한 열망과 미래 세대의 역동성을 담아내는 용광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내년 8월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조경가협회(IFLA) 한국총회를 계기로 모든 조경인이 힘을 모아 분야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는 IFLA가 주관하는 글로벌 조경인들의 대표 행사다. 2022년에는 개최국 한국으로 전 세계 조경가들이 모이게 된다. 세계조경가협회는 전 세계 77개국 2만5천여명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글로벌 조직으로, 1948년 영국에서 설립된 이후 현재는 유럽, 아시아‧태평양,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5개 지회가 활동하고 있다. 한국은 1981년 협회에 가입해 1992년 IFLA 총회를 서울, 경주, 무주에서 개최한 바 있다. 당시 국내 조경계가 일치단결하여 대회를 잘 준비한 결과 34개국 305명의 외국 정회원 참석자를 포함해 총 1천 3백여 명의 참가자에게 한국의 조경을 알리고 국제적 위상을 드높였으며 한국 조경의 도약의 계기가 되었다. 학회, 협회 등으로 구성된 IFLA 조직위원회가 얼마 남지 않은 대회 준비를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손길이 부족하고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범조경계 차원의 많은 관심과 아낌없는 협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경 분야도 여러 대선 캠프에 조경 정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최근 여러 난관에 봉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경 단체는 여전히 적절한 대응을 위한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고, 분야 전체 생태계가 침체에 빠질 위기에 처해있다. 유일한 희망인 ‘조경진흥법’조차 실효적 사업을 거의 담지 못한 상태다. 타성에 젖은 조경계가 현실에 안주하면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이제라도 더 적극적으로 정책을 개발하고 조경 분야의 목소리를 제도에 담아내려면 내년 대선이 좋은 기회일 수 있다. 국토교통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산림청 등으로 분산된 조경 관련 사업을 아우르고, 나아가 통일 한국의 전 국토를 우리 손으로 푸르게 가꿀 수 있는 강력한 녹색 정부 부처를 만들어보자. 백년대계를 바라보고 함께 큰 그림을 그려보자. 이번이 기회다. 열 살 터울인 국내 유일의 조경 전문지 『환경과조경』은 2022년 새해에 창간 40돌을 맞는다. 그동안 한국 현대 조경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조경 분야 대표 언론으로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자부하는 본지는, 2014년 1월 대대적 리뉴얼과 함께 조경 언론으로서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기반으로 ‘조경 문화 발전소’를 꿈꿔 왔다. 급변하는 인터넷 정보화 시대의 물결에 발맞추어 ‘e-환경과조경’을 오픈했고, 전국 조경학과 학생들이 참가하는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을 주관했다. 조경 분야 발전에 공헌한 분의 업적을 기리고 미래의 조경을 이끌어갈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올해의 조경인상’과 ‘젊은 조경가상’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서울정원박람회’와 ‘LH가든쇼’를 진행해 정원 문화 확산과 정원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제 창간 40년을 맞이하여 『환경과조경』은 한국 조경의 또 다른 50년을 준비하며 미래를 향한 좌표를 설정하고, 변화의 시대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 나갈 것이다.
[풍경 감각] 흐르지 않는 물길
교실 한구석에서 내가 선물했던 그림을 주운 적이 있다.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친구들이 자기도 그려달라고 졸랐기에, 스프링 연습장 한 장을 북 뜯어 건네곤 했다. 그렇게 준 그림 하나가 먼지를 뒤집어쓰고 구겨져 있었다. 누구에게 준 것인지, 무엇을 주제로 한 것인지 잊었을 정도로 특별한 그림은 아니었다. 그러나 구겨진 종이의 주름과 여기저기 검게 번진 얼룩은 여전히 기억 속에서 선명하다. 작업실 근처 백화점의 아케이드를 걸을 때마다 그 주름과 얼룩이 떠오른다. 아케이드가 완공되었을 때, 그곳엔 LED 화면으로 만든 시냇물이 흘렀다. 픽셀로 이루어진 네모난 물결이 반짝였고 사람들은 픽셀 수련 잎 아래로 헤엄치는 픽셀 금붕어를 따라 픽셀 물길 위를 걸었다. 예쁜 풍경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픽셀 물길 표면은 작은 흠집이 생겨 뿌예졌고 전원이 꺼져 있는 날이 많아지는가 싶더니, 결국 검은 시트지에 뒤덮이고 말았다. 이제 아케이드에는 특별 기획 행사 부스들이 계절마다 번갈아 들어선다. 주름 혹은 얼룩 같기도 한 그 검은 시트지 위로. 픽셀 시냇물을 설계한 사람의 발걸음이 이곳을 향하지 않길 바란다. 그가 그려낸 시냇물을 폭 덮어버린 시트지가 그의 기억에도 선명히 남을 것 같아서. 아무도 없는 늦은 밤, 이제는 그 어떤 픽셀도 흐르지 않는 물길을 따라 조용히 걸어본다. 연습장 북 뜯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알 페이 공원
아부다비의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알 페이 공원(Al Fay Park)은 중동 지역 도시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눈에 띄는 건축물이나 랜드마크가 아닌 포용력 있는 자연을 주된 동력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고밀도 거대 도시에 자연을 기획하고 구현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공원은 정체성을 상실한 채 엄청난 양의 물을 낭비하는 ‘라스베이거스 스타일 경관’에 안녕을 고한다. ‘알 페이’는 아랍어로 ‘그늘’을 의미하는데, 이는 공원이 자연 중심의 혁신적 디자인 전략으로 기온을 낮추고 최적의 미기후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에 호응해 클라이언트인 아부다비 교통국은 공원을 홍보하는 대표 해시태그로 ‘그늘을 따라가세요’라는 의미의 #followtheshade를 사용하고 있다. 가장 ‘쿨’한 곳 생물다양성 보존을 통해 미기후를 관리하고자 대상지의 독특한 자연 및 야생 생태계를 1년간 연구했다. 연구를 통해 아랍에미리트에서 자라는 모든 자생 식물과 식물들의 최적 생장 및 서식 조건, 이 식물들과 디자인을 결합하는 방법을 도출했다. 그 결과 공원에는 사막묘목장에서 이식한 아랍에미리트의 국목인 가프 나무를 포함해 2천 그루 이상의 수목이 식재됐다. 또한 동식물의 생물다양성을 강화하고 공원의 기온을 낮출 수 있는 수목을 선정했다. 다양한 수목이 형성한 미기후는 뜨거운 땅과 공기를 식힐 뿐만 아니라 교통 소음을 줄이고 숲과 같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로써 공원은 가장 시원한cool 곳이자 멋진cool 곳이 된다. *환경과조경404호(2021년 12월호)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s SLA Architect of Record Parsons Lighing iGuzzini Contractor Barari Client Abu Dhabi Department of Municipalities and Transport Location Abu Dhabi, UAE Area 27,500m2 Completion 2021. 3. Photographs SLA/Philip Handforth
케이 농장
케이 농장(K-Farm)은 극단적인 환경에서 도시 농업에 도전하며, 농업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융합 교육)으로 변모시키는 프로젝트다. 대상지인 빅토리아 항구를 따라 형성되는 해안가 기후를 고려해 대상지에 적합한 세 가지 유형의 농법을 결합했다. 365일 내내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수경 농법, 어류와 식물이 공존하는 방법을 연구할 수 있는 수중 재배법, 포용력 있는 농업을 위해 다양한 종과 키의 식물을 활용하는 유기 농법이 그 주인공이다. 해안가 기후는 극한의 상황에서 농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최적의 환경이다. 이 실험은 홍콩과 아시아 전역에 걸쳐 더 많은 농장을 도심에 마련할 수 있는 기틀이 될 것이다. 2018년 대상지를 처음 마주했을 때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마스터플랜을 구성했다. 원형 패턴은 통일성, 식물, 부둣가의 특성을 의미하는 요소로, 이 상징적인 디자인은 방문객들이 지역의 특성을 좀 더 쉽게 이해하게 한다. 농작물 재배 시설은 홍콩 북서쪽 케네디 타운의 벌처 베이Belcher Bay와 연결되며, 연못, 잔디밭, 비를 피할 수 있는 쉼터가 늘 개방되어 있어 농업에 관심 없는 이들도 찾아와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환경과조경404호(2021년 12월호)수록본 일부 Design Team Avoid Obvious Architects Branding Studio 9527 Lighting ComosC Design StructuralEngineer David S. K. Au and Associates Contractor Wan Chung Engineering Farmers Fat Kee Organic Farm Farmacy Valley Farm, Key Learning Center Major Sponsor Hong Kong SAR Development Bureau, The Hong Kong Jockey Club Charities Trust, Harbourfront Commission Sponsor Autodesk, Betrue, Bluet Garden, Steelcase, Ergotron Client Rough C Budget 7,000,000USD Location Belcher Bay, Kennedy Town, HongKong Area 2,000m2 Completion 2021. 6. Photographs Imagennix | Scott Brooks
영주가흥 더리브 스위트엠
경상북도 영주 가흥동은 영주종합터미널을 비롯해 다양한 업무 단지와 교육 시설이 집중된 지역이다. 가흥동 한복판을 길게 가로지르는 서천은 천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고, 수변을 따라 조성된 다양한 수변 공간은 지역 시민들의 쉼터로 역할하고 있다. ‘영주가흥 더리브 스위트엠’은 이 풍부한 자연·문화 자원을 한데 누릴 수 있는 주거 단지다. 자연 생태 공원이자 주민들의 운동 공간, 축제 공간인 서천생활체육공원이 걸어서 10분이면 닿는 거리에 있고, 철탄산과 석벽산의 부드러운 능선이 서천 너머로 펼쳐진다. 더리브 스위트엠은 영주 최초 지상에 차가 없는 공원형 아파트로 더 많은 녹지와 오픈스페이스를 마련한 단지이기도 하다. 차와 부딪칠 걱정 없이 뛰놀 수 있는 외부 공간과 집 근처에서도 자연과 더불어 휴식하고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 의의가 있다. 단지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문주 주변에는 소나무를 심어 입구의 상징성을 강조하고, 아이들의 안전한 통학을 돕는 어린이 정류장을 설치했다. 주동은 주상복합이라는 단지의 특성에 따라 대상지를 두르듯 ㅁ자 형태로 배치됐다. 자연스럽게 중정 형태의 오픈스페이스가 형성되는데, 높은 건물에 둘러 싸여 자칫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곳을 더 넓고 쾌적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설계의 주안점이었다. *환경과조경404호(2021년 12월호)수록본 일부 조경 기본설계 사람과나무 조경 특화설계 SGC이테크건설 조경팀, 동영조경 설계팀 조경 시공 SGC이테크건설 식재·시설물 시공 동영조경 놀이·휴게·운동 시설 토인디자인, 디피엘엔씨, 디자인파크개발 위치 경상북도 영주시 대학로 324 대지 면적 25,017.3m2 준공 2021. 9.
한국 현대 조경 50
2022년, 한국 조경이 쉰 살을 맞이합니다. 2021년 8월호로 『환경과조경』은 통권 400호를 발행했고, 오는 2022년 7월호는 40주년 기념호입니다. 2021년, 본지는 『환경과조경』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한국 조경의 현대사를 되짚는 다양한 기획 지면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지난 4월 진행한 설문조사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본지는 한국조경학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와 함께 4월 19일부터 5월 21일까지 한국조경학회 회원,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회원, 조경설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국 현대 조경을 대표하는 작품이 무엇인지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303명의 전문가가 참여해주었습니다. 2021년의 끝자락, 설문조사 결과 1위부터 50위를 차지한 조경 작품을 소개합니다. 50개 작품에는 당시의 시대상과 경향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지면이 한국 조경의 현재를 반추하고 미래를 가늠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설문조사 결과 1. 경의선숲길 2. 서울숲 3. 선유도공원 4. 청계천 5. 아모레퍼시픽 본사 신사옥 6. 노들섬 7. 화담숲 8. 광교호수공원 9. 순천만국가정원 10. 서울식물원 11. 서울로 7017 12. 광화문광장 13. 올림픽공원 14. 서서울호수공원 15. 베케정원 16. 동대문디자인플라자 17. 북서울꿈의숲 18. 희원 19. 문화비축기지 20. 송도센트럴파크 21. 하늘공원 22. 브릭웰정원 23. 디에이치아너힐즈 24. 길동자연생태공원 25. 경춘선숲길 26. 양재천 27. 오설록 티뮤지엄·이니스프리 제주 28. 덕수궁 보행로 29.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 30. 일산호수공원 31. 여의도공원 32. 여의도한강공원 33. 서소문역사공원 34. 경주보문단지 35. 서울어린이대공원 36. 반포한강공원 37. 동탄호수공원 38. 부산시민공원 39. 국립세종수목원 40. 파리공원 41. 미사강변센트럴자이 42. 래미안신반포팰리스 43. 배곧생명공원 44. 여의도샛강생태공원 45. 경주힐튼호텔 46.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47. CJ 블로썸 파크 48. 울산대공원 49. 세종중앙공원 50.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환경과조경404호(2021년 12월호)수록본 일부
제24회 올해의 조경인
본지는 한 해 동안 조경 분야의 발전에 공헌한 이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98년부터 ‘올해의 조경인’을 발굴·선정해왔다. 올해의 조경인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 후 이메일, 팩스 등을 통해 독자와 관련 단체, 기관, 업체로부터 후보 추천을 받고, ‘올해의 조경인 선정위원회’(조경 관련 단체장+역대 올해의 조경인 수상자+본지 자문위원)에서 주요 공적을 토대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학술·산업·정책·특별상 등 4개 부문에서 부문별 1인을 뽑아 총 4인을 선정해왔으나, 2018년부터는 공적을 더욱 뜻깊게 기리고자 한 명의 올해의 조경인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했다. 지난 10월 5일부터 11월 5일까지 후보 추천을 받고, 11월 9일 ‘올해의 조경인 선정위원회’를 개최해 주신하 교수(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한국경관학회 회장)를 최종 수상자로 선정했다. ‘선정위원회’에는 김요섭 대표(디자인파크개발, 19회 산업분야), 노환기 대표(조경설계 비욘드, 23회 수상자), 박명권 발행인(월간 『환경과조경』,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대표, 10회 특별상), 오순환 본부장(한국조경학회 조경지원센터, 11회 정책분야), 홍광표 회장(한국정원디자인학회, 동국대학교 교수, 17회 학술분야)이 참여했다. 인터뷰를 통해 그간의 주요 공적과 수상 소감을 들어보았다.
제24회 올해의 조경인 _ 주신하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2019년 1월부터 한국경관학회를 이끌고 있는 주신하 교수는 조경계획 및 경관학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 특히 경관 분야에서 조경가의 역할 증대에 공헌했다. 경관법 제정과 개정을 통해 전국 지자체에서 경관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도록 제도화하는 데 힘을 보탰고, ‘대한민국 국토경관헌장’ 제정과 선포에서는 주도적 역할을 맡았다. 건축공간연구원과 함께 지자체의 경관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경관아카데미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고, 학회장을 맡는 동안 학회지가 연구재단 등재지로 승격되기도 했다. 2020년부터는 화성시 조경 및 경관 담당 총괄계획가로서 공공 조경 및 경관의 품질 개선, 전반적인 조경·경관 행정 시행을 조율하며 조경의 인식 제고에 기여해 왔다. 또 2014년부터 진행된 어린이 조경학교 교장을 맡아 방학 때마다 묵묵히 봉사하며 조경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조금씩 넓혀나가고 있다. 대한민국 국토경관헌장, 경관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국토를 가치있게, 국민을 행복하게, 미래를 아름답게.” 경관법 제정 10주년을 맞아 2017년 5월 17일 열린 ‘대한민국 국토경관헌장’ 선포식에서 소개된 슬로건이다. 주신하 교수는 30여 개가 넘는 단체가 참여한 대한민국 국토경관헌장 제정위원회의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국민들에게 경관의 중요성을 알기 쉽게 알리는 데 기여했다. 경관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경관헌장은 이에 대한 함축적이고 간결한 대답과 다짐을 들려준다. 그 핵심은 ‘삶의 터전이자 정신과 문화의 뿌리, 미래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공공의 자산,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경관, 경관자원의 발굴·보전·활용, 지역 특성을 살린 경관, 경관의 가치에 대한 교육과 확산’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 경관 행정의 토대인 경관법은 2007년 제정되었다. 경관법은 국토 경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아름답고 쾌적하며 지역 특성이 반영된 국토 및 지역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이후 2014년 경관법이 개정되었는데, 개정 과정을 통해 2015년에 경관정책기본계획이 수립되었고, 이 기본계획에 근거해 추진된 사업 중 하나가 대한민국 국토경관헌장 제정이었다. “경관 관리는 건축물 하나만 잘 관리한다고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건물과 가로, 녹지 등 얽혀 있는 요소들이 무수하다. 문화 경관, 역사경관, 자연경관, 농촌경관을 비롯해서 특수성도 다양하다. 그래서 경관의 중요성을 많은 국민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경관헌장이 의미 있었던 이유다. 헌장 선포 이후 행동 강령도 만들고 대국민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서 각 지자체의 참여를 더 이끌어냈어야 했는데, 앞으로의 과제다.” *환경과조경404호(2021년 12월호)수록본 일부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같은 학과 대학원에서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가원조경, 도시건축 소도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실무를 담당했고,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경 계획과경관 계획에 학문적 관심을 두고 있다.
제4회 젊은 조경가
본지는 한국 조경의 내일을 설계하는 젊은 조경가를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과 생각을 널리 알리고자 지난 2018년 ‘젊은 조경가’ 공모를 제정했다. 참가 대상은 만 45세 이하의 조경가로, 공모 및 추천을 통해 선정한다. 본지 지면과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 후 10월 5일부터 11월 5일까지 추천서와 지원서,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를 접수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11월 9일 ‘젊은 조경가 선정위원회’를 개최하여 조용준(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을 ‘제4회 젊은 조경가’로 선정했다. 선정위원회에는 김영민 교수(서울시립대학교, 한국조경학회 집행이사), 김호윤 대표(조경설계호원, 제1회 젊은 조경가), 박명권 발행인(월간 『환경과조경』,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회장,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대표), 배정한 편집주간(월간 『환경과조경』, 서울대학교 교수), 오화식 대표(사람과나무, 한국조경협회 설계담당 부회장)가 참여했다. 수상 소감과 인터뷰, 설계 철학, 주요 작품 등은 다가오는 2022년 1월호 특집 지면에서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제4회 젊은 조경가 _ 조용준
조용준은 서울시립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했다.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으로 새로운 ‘광화문광장 기본 및 실시설계’를 이끌고 있으며, ‘워커힐 더글라스 정원 기본 및 실시설계’, ‘이스탄불 하천 회복 프로젝트’, ‘종로구 통합청사 설계공모’ 등 국내외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개인 자격으로 ‘서울시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 공동우수상, ‘서울형 저이용 도시공간 혁신 아이디어 공모’ 대상을 수상한 그는 즉흥적인 기획, 전시하지 않는 그래픽 작업 등을 즐기기도 한다. 최근 ‘IFLA 2020 World Landscape Architects Summit’에 한국의 조경가로 초청되어 ‘새로운 기술로 변화되는 삶에 대한 조경의 역할’을 주제로 발제했다.
[나의 미개봉작 상영기] 조경업개론
업과 학 나누자는 것도 합쳐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직업적으로 다를 뿐인데 사고방식 자체가 나뉘어 그 안에만 머물고, 주어진 역할에 성실히 임한 나머지 각자의 가능성이 확장되지 못하거나 직위가 여러 가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세태가 아쉬울 뿐이다. 학자와 업자는 따로 있지 않다. 모두 자신이 맡은 업을 할 뿐이고 배우며 살아간다. 모든 일은 신성하다. 공공을 대상으로 하는 조경 일은 더 그렇다. 약 2천 년 전에 비트루비우스가 쓴 『건축십서』 제1서 제1장에는 이런 글이 있다. “지식은 이론과 실제의 소산인바, 실제란 조형 의도에 따라 필요한 재료를 써서 작품을 완성하는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실기의 적용 방식이고, 이론이란 완성된 작품을 비례 원칙에 따라 증명해주고 설명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학문에 입각하지 않고 단지 손으로만 숙련되려고 노력하는 건축가는 그 수고에 합당할 만큼 명예로운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지만, 이론과 학문에만 의존하는 사람은 근본이 아닌 환상만을 좇는 결과가 된다. 그러나 양쪽을 다 겸비한 이는 훌륭하게 무장한 군인과 같이 그 목적을 이루어 응분의 권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모리스 히키모건, 오덕성 역, 2011). 이 글을 소개하는 목적은 훌륭한 전문가가 되기 위함도, 응분의 권위를 차지하기 위함도 아니다. 세계가 나눈 기준에 맞추다 각자의 가능성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자, 조경을 하며 맞닥뜨리는 현상을 다각도로 인지하고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고 연구하며 실험하는 학자적 업자가 되길 바라는 스스로의 다짐이자 목표이기도 하다. 논리와 직관, 기술과 감각 흔히 논리와 직관을 구분하여 생각한다. 하지만 논리와 직관은 다르지 않다. 직관을 설명하는 것이 논리다. 설계 작업은 논리와 직관을 넘나들며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형태에 담는 작업이다. 논리와 직관, 기술과 감각을 나누어 생각해선 안 된다. 논리란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 보편적 상식과 지식으로 풀어헤쳐 설명하는 것이고, 직관은 경험과 기술을 통찰하는 수준 높은 정신적 산물이다. 누구에게나 직관은 있다. 기술은 논리와 직관에 따른 결과물을 표현하는 방법이고, 감각은 주관을 가진 주체가 세계를 느끼는 오감의 상태다. 직관적 설계와 논리적 설계,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 조사‧분석‧연구 등 논리적 방법론을 통해 만든 계획이 직관적 디자인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없다. 높은 직관에는 설명하기 힘든 논리가 내포되어 있을 수 있다. 공모 작업은 결과물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조사 분석을 기초로 한 논리를 계획안에 담는 작업이다. 하지만 직관을 먼저 내세우고 직관을 설명하기 위한 탄탄한 근거를 내놓는 것 또한 좋은 조경 계획을 만드는 방법이다. 아인슈타인의 많은 이론은 본인의 감각과 직관을 사고 실험으로 수없이 검증하고 그것을 본인 이외의 세계와 소통하고 알리기 위해 수학‧물리학 등의 기술을 사용해 논리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환경과조경404호(2021년 12월호)수록본 일부 김지환은 영남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씨토포스와 스튜디오엘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는 조경작업장 라디오의 대표다. 스스로를 작업반장, 설계공이라 칭하듯 설계와 시공 사이의 중재자(신호등) 역할의 중요성을 인지해 그 관계의 매커니즘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사회적 대기업을 만들어 도시 내 모든 디자인을 손대고 싶어 하는 야망과 유명 건축가와 조경가의 작업을 보며 절망과 환호를 즐기는 이상주의적 성향이 자신의 작품 세계를 더욱 견고하게 한다고 믿는다. 때론 못다 한 말을 해시태그로 덧붙이기도한다. #라디오에이스 #정원작가 #은근히낯가려요 #조경뚱
[숲자락 식재 탐험기] 숲자락을 정원에 적용하기
“난 풀떼기는 잘 모르겠어. 네가 알아서 해.” 조경설계사무소에 다니는 3년 차 L양은 온갖 참고 자료를 뒤져 간신히 식재계획도 지피ㆍ초화 리스트를 작성했다. 꽃의 색깔, 성장 높이, 개화 시기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식물들을 고르느라 고생했는데 다시 이것을 조합하고 배치해야 한다니. 요즘 유행하는 피트 아우돌프 식의 도면 표현 기법을 흉내 내보고도 싶지만 쉽지 않다. 결국 종전에 선배가 작성한 도면을 토대로 늘 해오던 식의 블록 식재를 그린다. 앞선 연재를 통해 식재 디자인의 새로운 흐름을 이해하고, 서식처 기반 식재 디자인에 필요한 요소(생육 환경, 생장 방식 등)를 중심으로 식물을 어떻게 관찰 기록하고 정보를 축적해나가야 하는지 살펴보았다. 이제 어떤가. 식재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은 상승했을까. 여전히 낯선 식자재를 모아 두고 어떤 형태로 다듬어야 할지, 구워야 할지 아니면 튀겨야 할지, 어떤 순서로 솥 안에 넣어야 할지 주저하는 초보 요리사의 마음은 아닌가. 필자들을 비롯해 이 글을 읽는 다수의 숙련된 조경가에게 개개의 식물 특성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식물을 ‘생태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하나의 군락’으로 디자인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일 듯싶다.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지난달에 소개한 숲자락에 서식하는 자생 여러해살이풀을 실제로 어떻게 조합해 디자인에 적용하면 좋을지 소개할 차례다. 자연에서 식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토대로 식물 공동체를 구성 배치하는 방법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방법에 따라 식물탐험대가 직접 숲자락 식물들을 배치해본 사례를 제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환경과조경404호(2021년 12월호)수록본 일부 식물탐험대는 2021년 봄,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의 식물적용학 수강생 42명이 결성한 그룹이다. 강보경, 김은정, 김장훈, 노진선, 오세훈, 이양희, 정은하 등 42명의 대원을 대표하는 일곱 명의 집필진은 정원·조경 분야의 실무자와 학계, 수목원·식물원의 연구자 등 다채로운 경력을 가진 이들이다. 숲자락의 단면을 정원에 도입하기 위해 떠난 흥미롭고 유익한 탐험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북 스케이프] 권력을 위한 앎, 플리니우스 『박물지』
‘아는 것이 힘이다.’ 압축 근대화 시기 대한민국에서 교육 받은 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격언이다. 사실 앎을 통해 무지함에서 벗어나고 미지의 영역을 정복해 나가는 계몽은 근대의 특징 중 하나이며 진보의 토대를 이룬다. 하지만 17세기 초 프랜시스 베이컨이 이 말을 하기 전에도 여러 이가 지식의 확장과 축적을 통해 세상을 통제하려 했다. 『동물지Historia Animalium』에서 수백 종에 이르는 동물과 물고기의 생리와 내외부 기관, 생태 등을 기록한 아리스토텔레스가 처음으로 지식 권력을 추구했다. 하지만 『박물지Historia Naturalis』를 통해 곤충부터 우주에 이르는 방대한 분야를 아우른 플리니우스Gaius Plinius Secundus Major의 작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환경과조경404호(2021년 12월호)수록본 일부 각주1. 『박물지』도 여러 판본이 전해지는데, 라틴어 원전과 영어 번역이 병기된 하버드 로엡 고전 총서(Loeb Classical Library)가 가장 널리 쓰인다(Pliny, H. Rackham, Pliny: Natural History vol 1-10, Harvard University Press, 1938). 국내에는 『플리니우스 박물지』(서경주 역, 노마드, 2021)가 있으나 정원과 관련해 참조할 만한 식물학과 농업, 원예학 부분은 수록되어 있지 않다. 각주 2. 플리니우스의 생애에 대해서는 고증이 잘된 만화는 『플리니우스 1-5』(이재화 역, D&C미디어, 2017~2019)이며 원서는 11권까지 출간되었다. 황주영은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 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박사후 연수를 마쳤다. 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 정원과 공원, 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 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 번역을 한다. 그러는 동안 수많은 책을 사거나 빌렸고 그중 아주 일부를 읽었다.
제1회 한국종합기술 조경레저부 아이디어경진대회
지난 11월 9일 한국종합기술이 개최한 ‘제1회 한국종합기술 조경레저부 아이디어경진대회’(이하 한국종합기술 경진대회)의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종합기술은 건설 관련 엔지니어링 산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학생들의 인식을 제고하고자 이 대회를 마련했다. 이번 경진대회의 주제는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관광단지다. 현재 운영 중인 강원도 고성 켄싱턴리조트 일원이 대상지로 주어졌고, 대학생 및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24개 팀이 작품을 접수했다. 심사는 이상민(한국종합기술 대표), 박상천(한국종합기술 국토개발본부장), 김문용(이랜드파크 대표), 최원만(신화컨설팅 대표), 이애란(청주대학교 교수), 이시영(배재대학교 교수), 이우성(대구대학교 교수)이 맡았다. 이들은 설계·시공 가능성, 공모 주제와의 적합성, 공간 해석의 창의성, 설계 과정의 논리성, 결과물 표현의 완성도, 기 조성 부지와의 연계성을 평가해 5개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수상자에게는 대상 500만원(1점), 최우수상 300만원(1점), 우수상 100만원(1점), 입선 50만원(2점)의 상금이 수여된다. 대상은 유정희·최민주(경희대학교)의 ‘피토레스코(Pittoresco)’가 차지했다. 최우수상은 이승준·송윤주·이지선·이상운(청주대학교)의 ‘클라이맥스(Climax)’, 우수상은 김현수·문민정·전유경·태지혜(한경대학교)의 ‘Time to draw the Future(미래를 그리는 시간)’, 입선은 김나래·백두희·송모빈·이다솔(경희대학교)의 ‘숲속 DMZ 테마파크’와 유승우·신한주·임한진·윤영빈(한경대학교)의 ‘ㅅㅇㅅ: 설악의 대자연에 스위스를 담다’가 선정됐다. 행사를 주관한 김인관 부서장은 “기대보다 수준이 높은 아이디어가 담긴 작품이 출품됐다. 특히 대상작과 우수작은 학생 수준을 넘어서는 작품이다. 향후 지속적으로 이러한 행사를 마련해 조경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환경과조경404호(2021년 12월호)수록본 일부
72시간 프로젝트 왕중왕전
서울시가 주최하는 ‘72시간 프로젝트’는 시민이 중심이 되어 72시간 동안 낡은 자투리땅에 다채로운 이야기를 채워 도심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는 프로젝트다. 독일 슈투르가르트에서 열린 ‘72시간 어반 액션(72Hour Urban Action)’을 벤치마킹한 ‘72시간 프로젝트’는 10년 동안 시민과 전문가, 학생이 협력하여 78개의 공간을 재정비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2012년 ‘테이크 어반 인 72아우어즈(Take Urban in 72hours)’로 시작하여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2013~2019년)’로 명칭을 바꾸었다가 72시간 이내에 작품 조성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2020년부터 ‘72시간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10주년을 기념하고자 ‘72시간 프로젝트 왕중왕전’을 진행했다. 시는 역대 수상팀에게 참가 접수를 받고 작품 계획안을 심사해 5팀을 선정했다. 그 결과 리스케이프(2014년 최우수상), 동작보슈(2017년 우수상), 일사천리(2017년 우수상), 어반그라데이션(2018년 우수상), 모였SWU(2020년 우수상)가 프로젝트 참가 자격을 얻었다. 대상지는 서울숲 내 녹지·작품 5개소다. ‘공원의 숨은 공간이 정원으로, 정원이 시민의 일상으로’를 주제로 참신하고 아름다운 정원 작품이 요구됐다. 10월 14일부터 21일까지 액션을 진행했으며, 폐회식은 11월 18일 서울시청 서소문1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대상(상금 1천만원)은 ‘일사천리(1472)’가 받았다. 우수상(상금 각 500만원)은 ‘어반그라데이션’과 ‘모였SWU’가, 장려상(상금 각 350만원)은 ‘리스케이프’와 ‘동작보슈’가 차지했다. 시민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어반그라데이션’에게 인기상이 추가로 수여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참여자들의 노력으로 서울숲 내 공터가 활력 있는 쉼터로 바뀌었다. 그중 대상과 우수상을 받은 작품을 자세히 소개한다. *환경과조경404호(2021년 12월호)수록본 일부
[기웃거리는 편집자] 업
사바 아사나(Shava-asana). 요가에서 가장 좋아하는 자세다. 전신의 긴장을 풀고 두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양팔이 각각 몸에서 30도의 각도로 떨어진 상태에서 손등이 마루에 닿게 하고 편히 눕는 자세다. 이 동작으로 심신을 안정시키고 요가를 마무리한다. 공부하고 회사에 다니게 되면서 오랜 시간 앉아서 보내고 있다. 활동량이 적어지고 자세가 나빠져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엄마가 집에서 종종 영상을 틀어 놓고 요가 하는 걸 어깨너머 따라 한 게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점차 자세도 고쳐지고 허리도 편안해졌다. 스트레칭도 잘 하지 않던 내가 이제 엄마보다 더 자주 요가를 한다. 잊히지 않는 사건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 어쩌면 우리는 충격적인 사건이 아닌 지나가다 본 문장, 알고리즘을 통해 본 동영상, 자주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더 많은 전환점을 갖는지도 모른다. 집에서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칼이 집에 풍선을 달고 모험에 나선 것은 우연한 사건에서 시작된다. 영화 ‘업Up’(2009년)은 주인공인 칼 프레드릭슨과 아내 엘리가 함께 그린 일생을 4분 정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101분의 러닝타임에서 짧은 장면일 수 있지만 칼이 왜 모험을 떠나는지, 집을 버릴 수 없었던 욕심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시간이다. 엘리가 세상을 떠나고 칼의 집 주변이 재개발되는데, 담당한 회사가 칼에게 거액을 주며 집에서 나가라고 한다. 칼은 엘리와 추억이 많은 집을 떠날 수 없었다. 어느 날 회사 직원이 실수로 칼의 우체통을 망가뜨리게 된다. 화가 난 칼은 직원의 머리를 한 대 친다. 이 일로 재판까지 가게 되고 경찰은 칼을 요양원에 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칼은 요양원이 아닌 화면을 꽉 채울 만큼의 풍선을 집에 매달고(수만 개쯤 될 것 같다) 엘리와 함께 가자고 약속했던 파라다이스 폭포로 모험을 떠난다. “당신이 말한 그곳으로 가는 중이야(I'm going to the place you mentioned).” 칼이 꿈꿨던 모습으로 시작된 건 아니지만, 예상치 못한 모험은 칼에게도 썩 나쁘지 않은 기억으로 남게 된다. “모험은 문밖에 있다(Adventure is out there).” 우리는 모험을 위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 밖으로 한 걸음을 내디딘다. 어떤 위험과 변수가 닥칠지 모르지만 모험을 계속 진행한다. 모험을 방해하는 위험과 변수가 어쩌면 잡아야 할 기회일지도, 평생 함께할 동료일지도 모른다. 칼이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에 어린이 러셀을 만난다. 러셀은 야생 탐험대가 될 수 있는 배지를 모으고 있었는데, 하나의 배지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 배지를 받기 위해 러셀은 칼을 도와주려고 했다. 칼은 러셀의 도움을 거절하지만 러셀은 떠오르는 집에 매달려 칼의 여행 파트너가 되어준다. 혼자서 떠나는 여행인 줄 알았던 칼에게 여행 도중 만난 러셀과 더그, 캐빈은 평범하지 않은 여행을 선사해 준다. 파라다이스 폭포에서 칼과 엘리가 동경했던 찰스 먼츠를 만난다. 찰스 먼츠는 마을 사람들에게 괴물을 만났다는 오명을 받고 있었다. 이에 찰스 먼츠는 오명을 벗기 위해 러셀, 더그, 캐빈을 납치한다. 칼은 그들을 구하기 위해 엘리와 함께한 추억이 깃든 가구를 버리기 시작하고 머물렀던 집을 미련 없이 떠나보낸다. 칼의 옆자리는 평생 엘리였지만 이제는 모험의 불청객이었던 러셀, 더그, 캐빈에게 새로운 짝꿍 자리를 내어주고 러셀에게 마지막 배지를 칼이 달아주며 영화는 끝난다. 칼이 간직해온 모험 책은 엘리가 남긴 문장으로 끝이 난다. “멋진 모험을 함께해줘서 고마워요. 이젠 당신의 새로운 모험을 떠나 봐요(Thank you for sharing this wonderful adventure. now go on your new adventure).” 이 문장이 칼의 마음을 바꾸는 전환점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모험은 어떻게 끝날지 예상할 수 없다. 때로는 지칠지라도 지난주에 읽은 책, 어제 본 드라마, 매일 만나는 동료가 모험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사회초년생이자 신입인 나는 매일 똑같은 지하철을 타고 원고를 쓰고 취재를 하며 교정을 보는(아직 많이 배워야 한다) 반복되는 일상을 보낸다. 똑같을 것 같지만 오늘 본 문장이, 지난 연재가, 많은 설계 작품이 나에게 어떠한 영감을 불어넣어 줄지 모른다. 평범한 오늘이 다가올 모험의 자양분이 될지 모른 채 여전히 모험을 떠나고 있다. “오늘이란 평범한 날이지만 미래로 통하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야(Today is a normal day, but it's the most precious time that leads to the future).”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순간을 믿어요
붉은 벽돌 건물은 유독 단풍과 함께할 때 더 예쁘다. 노랗고 붉은 잎을 따라 걷다 보니 금세 주신하 교수가 머무는 서울여대 과학관에 닿았다. 요즘 인스타그램 팔로워 늘리는 데 재미를 붙였는데, 그날에는 인터뷰 현장을 찍어 12월호를 예고하는 스토리를 올리겠다고 마음먹은 참이었다(아직 팔로우하지 않았다면 인스타그램에서 @lak_korea를 검색하시길). 멋들어진 사진이 가득 붙은 벽과 책장을 찍다가, 한구석에서 ‘과제 가져가세요’가 적힌 박스 하나를 발견했다. 그 정체는 ‘디자인 노트’ 과제함. 주 교수는 설계에 대한 재미를 붙여주려고, 일주일에 한 번씩 어떤 공간의 사진을 찍고 감상을 적는 과제를 내주었다고 설명했다. 박스 뒤에는 ‘과제 제출하세요’가 쓰여 있단다. 듣자마자 떠올린 생각은 ‘귀찮겠다’. 비슷한 과제를 했던 기억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느티나무, 단풍나무, 벚나무…. 막 조경학과에 입학한 내가 아는 나무의 종류는 열 손가락으로 다 셀 수 있을 만큼 적었다. 꽃과 나무를 사랑해 잘 아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나와 비슷했다. 가르치는 이의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수많은 나무의 특징을 일일이 알려주고 외우게 할 순 없다. 스스로 익히되 조금이라도 재미를 느끼게 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그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게 수목 관찰일기였을 것이다. 교내에 있는 열 개의 나무를 선정하고 관찰한 내용을 일주일마다 글과 그림으로 정리해 제출할 것. 학창 시절을 통틀어 가장 성가셔한 과제였다. 큰 변화가 있으면 좋으련만 성정이 투박한 내게 나무는 매일 푸르고 매일 조용한 존재였다. 그렇게 게으름을 피우다 어느 날 누가 ‘단풍나무 꽃 벌써 졌더라’하면 ‘뭐? 꽃핀 것도 못 봤는데!’ 하고 달려가는 식이었다. 하루는 친구가 돈이라도 빼앗긴 사람처럼 망연히 걸어오기에 물으니, 쭉 관찰해오던 인문학관 앞 가중나무가 밑동만 남은 채 사라졌다고 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잘려 나간 것이다. 뜻하지 않은 사고라 점수를 못 받거나 하진 않았지만 친구는 계속 아쉬운 얼굴이었다. 변화의 순간을 포착하는 일은 긴 시간의 관찰을 동반하기 마련이니 가중나무와 정이 든 모양이었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수목 관찰일기가 총점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30% 정도였지만 이 과제를 충실히 한 친구들의 학점이 훨씬 높았다. 식물에 대해서도 훨씬 잘 알았다. 역시 재능 중 최고는 끈기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일찍부터 지하철에 올랐다. 『환경과조경』 전속 사진작가인 유청오가 참여한 전시 ‘더 튤립The Tulip’이 서울식물원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집에서부터 장장 한 시간 사십 분이 걸리는 긴 여정에 벌써 지친 나와 달리, 화초 가꾸기를 좋아하는 엄마는 이 기회에 온실도 둘러보자며 잔뜩 신이 난 기색이었다. 온실을 구경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식물문화센터 2층 프로젝트홀에 들어섰다. 꽃을 주제로 한 사진전은 처음이었다. 사실 튤립 하면 놀이공원이나 지역 축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고등학교 때만 해도 좋아했던 그 꽃밭은 설계를 배우며 유치한 풍경으로 전락해버렸는데, 툭하면 땅의 맥락과 상관없이 조악한 조형물과 함께 사진의 배경처럼 꽃을 심는 게 싫어서였다. 그날 사진을 통해 바라본 튤립은 좀 달랐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본래의 형태는 사라지고 튤립과는 상관없는 엉뚱한 생각들이 툭툭 튀어 올랐다. 붉은 얼룩이 박힌 튤립은 어항 속을 유영하는 금붕어 같았고, 전체적으로 옅은 분홍빛을 띠는 튤립은 복숭아의 단면을 닮아 있었다. 배가 고팠던 건지 초밥이나 굽지 않은 차돌박이를 떠올리게 하는 것도 있었다. 괜히 미워 보이던 튤립이 각양각색의 얼굴을 가진 생물로 보였다. 이 순간의 어떤 매력에 홀려 유작가는 셔터를 눌렀을까. 오래전 언제나 똑같아 보이는 나무 앞에서 사진기를 들고 망설이던 내 모습이 기억났다. 긴 시간 동안 하나의 피사체를 뷰파인더에 담는 일은 그 대상을 탐구하고 돌보고 영원히 기억하려는 일과도 닿아 있다. 언니네 이발관도 노래하지 않았나. “영원한 것은 없다 생각하지 말아요. 우리 기억 속에 남은 순간을 믿어요.” 인터뷰 중 분위기를 환기할 겸 우리는 주 교수의 취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늘 사진기를 가까이 두시네요. 어떤 찰나를 남기는 데 큰 애정이 있는 거 같아요.” “휴대폰을 포함해서 사진기가 총 세 개 있는데, 콤팩트한 사진기는 늘 가방에 넣고 다녀요. 그 순간이 아니면 영원히 못 찍는 장면이 있더라고요.” 갑자기 내 서랍 속에 잠들어 있는 (아날로그에 대한 글을 읽고충동적으로 구매한) 필름 카메라가 가여워졌다. 올해가 가기 전 어디엔가 넣어두었을 필름을 찾아봐야겠다.
[PRODUCT] 친환경 코르크 바닥재
2009년 설립된 코르크로는 건강한 삶의 기반이 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널리 보급하는 데 힘쓰는 기업이다. 본래 고무칩 탄성 포장재 회사로 시작했지만, 고무칩이 가진 한계와 친환경적 소재에 대한 열망으로 천연 소재인 코르크를 그 대체재로 삼아 연구를 거듭했다. 노력 끝에 지중해 연안에서 자란 나무에서 얻은 질좋은 코르크와 코르크로의 기술력을 결합해 친환경 코르크 바닥재를 개발했다. 참나무의 겉껍질인 코르크는 자연적이며 물성이 훌륭한 원재료다. 소리와 진동을 잘 전도하지 않으며, 세포벽의 수베린과 세로이드는 액체와 기체가 내부로 침투하는 것을 막아 코르크의 부패를 방지한다. 마모와 마찰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며, 탄성 기억력이 좋아 온도와 압력 변화에도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 특히 나무에 해를 끼치지 않고도 채취가 가능하며, 연소 과정에서 불꽃이나 유독 물질을 내뿜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바닥재로 흔히 쓰이는 고무칩은 열을 흡수해 여름철 아이들을 화상의 위험에 노출시키고 악취를 내뿜으며,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킨다. 우드칩은 친환경 소재이지만 물기에 약해 쉽게 썩으며 벌레의 서식지가 되기도 한다. 반면 코르크 바닥재는 고무칩과 같은 높은 탄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쉽게 부패하지 않는다. 코르크 세포 내부의 공기층은 열의 흡수를 막아 여름철에도 쾌적한 환경을 형성하며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한다. 투수성이 좋아 비가 오는 날 바닥이 물웅덩이로 가득 차는 일을 방지할 수도 있다. 코르크 특유의 향기와 부드러운 촉감, 자연스러운 색감은 친근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탁월하다. 어린이 놀이 공간뿐 아니라 운동 공간 바닥에 코르크 바닥재를 사용하면 친환경적이며 건강하고 안전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시공 시 코르크로의 ‘코르크용 친환경 무독성 바인더’를 사용하면 포장 강도가 더욱 높아진다. TEL. 1533-2675 WEB. www.cork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