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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과조경 2022년 1월

나를 키운 사람들

진양교의 채우기와 비우기 설계 이론과 제임스 코너의 실천적 어바니즘 기반의 간단명료한 디자인에 영감을 받았다. 진양교 소장은 은사이기도 하다. 공원 설계 수업에서 그를 만나 채우고 비우는 설계 방식을 배웠다. 대상지를 빈 공간이 아닌 녹지로 채워진 자연으로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길과 프로그램이 놓일 공간을 비워나가는 방식이다. 난지 하늘공원은 진양교의 설계 방식이 명확하게 드러난 예다. 나는 CA조경기술사사무소(이하 CA조경)의 창립 멤버로, 유학을 떠나기 전 7년간 그의 밑에서 일하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 제임스 코너의 수업을 들을 기회는 없었지만 졸업 후 뉴욕 JCFO(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 입사했고 그곳에서 그의 설계 방식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코너의 드로잉에는 수목이나 녹지와 포장을 구분하기 위해 칠한 색이나, 포장 패턴이 없다. 오로지 한 가지 색으로 그린 명확한 선만이 존재한다. 그 선들에는 군더더기 없는 개념과 논리가 장착되어 있다. 그 간단명료한 드로잉 과정을 보면서 불필요한 개념과 과도한 디자인을 벗어던질 수 있었다.

 

두 조경가로부터 설계의 기본을 배웠고 다양한 실무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해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상기 소장(조경설계사무소 온)으로부터 설계안을 쉽고 편안하게 그리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실무를 막 시작한 디자이너가 하나의 선에서 시작해 설계안을 마무리하기까지 느끼는 부담감은 엄청나다. 프로젝트의 홍수 속에서 계획안을 그리기 위한 시간은 생각보다 넉넉하지 않다. 어깨너머로 본 그의 자세에서 설계안을 그리며 힘을 빼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은 것을 알려준 준 사람은 김재환 소장(CA조경)이다. 오랜 기간 함께 일했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았다. 논리적 설계 전략, 효율적 업무 진행, 발주처와 건축가를 설득하고 협의하는 방식을 그를 통해 경험하고 익혔다. 김 소장은 나에게 설계안을 그릴 많은 기회를 주었고, 설계 개념과 계획안에 대해 열린 태도로 논쟁하는 것을 즐겼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나 역시 홀로 성장한 것이 아니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의 설계 방식을 추구했고, 주변의 좋은 동료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지금도 주변에 훌륭한 이들이 많고, 특히 함께 생각을 공유하는 젊은 조경가들이 있다. 그들로 인해 나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사람이다.

 

환경과조경 405(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조용준은 서울시립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했다.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으로 ‘새로운 광화문광장 기본 및 실시설계’를 이끌고 있으며, ‘워커힐 더글라스 정원 기본 및 실시설계’, ‘이스탄불 하천 회복 프로젝트’, ‘종로구 통합청사 설계공모’ 등 국내 외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개인 자격으로 ‘서울시 72시간 프로젝트’ 공동 우수상, ‘서울형 저이용 도시 공간 혁신 아이디어 공모’ 대상을 수상한 그는 즉흥적인 기획, 전시하지 않는 그래픽 작업 등을 즐기기도 한다. 최근 ‘IFLA 2020 World Landscape Architects Summit’에 한국의 조경가로 초청되어 ‘새로운 기술로 변화되는 삶에 대한 조경의 역할’을 주제로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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