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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조경사 자격제 신설을 위한 첫걸음을 떼며
  • 환경과조경 2022년 8월

‘한국조경헌장’(한국조경학회 제정, 2013년)은 “아름답고 유용하고 건강한 환경을 형성하기 위해 인문적‧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토지와 경관을 계획, 설계, 조성, 관리하는 문화적 행위”라고 조경을 정의한다. 하지만 전문 직능(profession)으로서 조경가의 직무와 역할을 적확하게 규정하는 법적 장치와 자격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조경의 태동기인 1970년대부터 이미 기술사법에 따른 조경‘기술사’와 조경‘기사’ 자격이 시행되어왔지만, 조경(가)을 기술(자)의 틀에 가두는 기술사-기사 자격제는 조경설계의 업역을 제한하고 조경가의 위상을 불안정하게 방치했다. 건축의 ‘건축사’에 해당하는 적절한 자격 (또는 면허) 제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어쩌면 한국 조경계는 지난 50년을 허비했다고 볼 수도 있다.

 

전문 직능으로서의 조경과 학문 분과로서의 조경학이 이 땅에 도입된 지 50년, 비로소 조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중적 수요가 증가하고 일상의 조경 문화가 풍요로워지고 있지만 정작 조경계는 위기를 호소하는 역설적 상황에 처했다. 새로운 자격 제도를 통해 한국 조경의 난맥을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줄여 말하자면, 건축의 건축사처럼 조경에도 조경사가 필요하다는 것. 물론 ‘조경사’가 자격과 면허를 갖춘 ‘랜드스케이프 아키텍트’에 해당하는 명칭으로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여러 다른 견해가 있겠지만, 그건 다른 논제다.

 

새로운 조경사 자격제는 조경의 전문성과 위상 재정립, 조경설계 업역의 보장과 확장, 합리적 설계 대가 실현, 조경설계 인력 양성, 대학 조경 교육의 정상화 등에 촉매로 작용하면서 한국 조경의 다음 50년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지난 5월 13일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제2차 조경진흥기본계획’에 자격제 관련 내용이 들어가 ‘조경사’ 신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계획의 추진 전략 중 하나인 ‘조경의 질 제고를 위한 조경 산업 기반 강화’ 항목에 ‘조경설계 자격 및 면허 제도’가 포함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새로운 자격 제도를 모색하는 토론의 첫걸음을 떼고자 이번 호 특집 “조경설계 자격제의 문제와 대안”을 꾸렸다. 이상수(스튜디오201 소장)는 조경설계 스타트업의 장벽, 엔지니어링사업자 면허의 현황과 실태, 조경기술사사무소 자격 취득의 난맥 등에 초점을 두고 현행 자격 제도의 한계와 문제를 짚는다. 안세헌(가원조경 대표)은 조경설계업 시장의 난제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자격제 도입의 필요성과 추진 방향을 살핀다.

 

이윤주(엘피스케이프 소장)는 영국과 독일의 조경사 제도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는데, 특히 현지의 조경사 인터뷰를 바탕으로 조경사 취득 절차를 상세하게 다룬다. 이해인(HLD 소장)은 미국의 조경사 제도를 명칭, 자격, 평가, 권한, 관리 등 다각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과 미국의 제도를 비교함으로써 현행 한국 조경설계 자격 제도의 문제점을 도출하고 개선점을 제시한다.

 

이남진(바이런 소장)은 조경사 자격 신설을 위한 관련 법규를 살피고 ‘건축사법’과 같은 위상을 갖는 별도의 법령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특히 건축사법의 구조를 참고하여 총칙, 조경사의 자격, 조경사 자격시험, 조경사의 업무, 조경사무소, 조경사협회로 구성된 (가칭)‘조경사법’의 체계와 내용을 제안한다. 본지 발행인 박명권이 사회를 맡고 김선미(건화엔지니어링 부사장), 김태경(강릉원주대 교수), 서영애(기술사사무소 이수 대표), 이영주(국토교통부 사무관), 이정섭(국토교통부 주무관)이 참여한 좌담회에서는 조경사 제도의 필요성, 명칭과 위상, 조경설계사무소의 지속가능한 운영, 설계비와 계약서, 정책적 지원,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 조경사 신설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이 펼쳐졌다.

 

새로운 자격 제도의 필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곤 했지만 단발성 논의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조경사 자격제에 대한 조경계 내부의 공감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 환경이 형성되고 있는 최근 상황을 어영부영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조경계 내부의 공감과 사회적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제도의 체계와 내용을 뒷받침할 데이터 축적과 기초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조경협회와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는 물론 한국조경학회가 함께 참여하는 기획‧연구팀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 아쉽게도 이번 특집에 포함하지 못했지만, 조경사 자격제와 하나로 연동될 (가칭)‘조경교육인증제’에 대한 연구와 공론화도 필수적이다. 전문 교육은 전문 자격의 필요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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