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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감각] 행군과 식물
  • 환경과조경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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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시절 가장 힘든 훈련은 행군이었다. 20년간 끼니와 운동에 소홀히 했던 내 몸은 무거운 짐을 지고 수십 킬로미터를 걷는 일을 버티지 못했다. 훈련 중 다친 무릎이 때때로 아팠지만, 부대의 모든 병사는 행군을 해야만 했다.

같은 무게의 군장을 메고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행렬. 짧은 휴식 시간을 기다리는 긴 발걸음. 그 곁에 있었던 식물을 기억한다. 농지 사이 연못에 핀 노랑어리연꽃, 개울 옆 풀밭에서 하늘거리던 금꿩의다리, 도로변에 줄지어 피었던 좁쌀풀과 개망초, 그리고 검은 숲속에서 하얗게 빛나던 은사시나무. 행군은 힘들었지만 식물은 아름다웠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니 행복하겠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그때의 행군을 떠올린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해도 일은 일. 누구에게나 그렇듯 나의 일도 공평하게 무겁고 기나긴 여정이다. 다만 나는 그 행렬 속에서 식물을 헤아리는 중이라고, 늘 하지 못했던 대답을 이 글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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