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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용산공원에서 모던 타임즈까지
  • 환경과조경 2017년 12월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역동의 2017년이 저물어 갑니다. 차디찬 겨울 풍경을 마주하고서야 과월호 열한 권을 다시 꺼내 듭니다. 용산공원으로 2017년의 문을 열었습니다.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용산공원 설계의 쟁점을 다룬 기획 ‘용산공원의 현재를 묻다’로 2016년을 시작했던 『환경과조경』은 올해 1월호에 ‘용산공원, 함께 이야기하자’를 다시 특집으로 올렸습니다. 용산공원 계획과 조성 과정에 지속가능한 참여와 소통이 동반되어야 함을 강조한 기획이었습니다.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수사와 구호로만 소비되고 있는 용산공원 계획, 비생산적인 정치 논쟁으로 치닫는 용산공원 담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했습니다. 

다행히도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국토부 주최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 1.0’(한국조경학회 주관, 환경과조경 후원)을 통해 공론의 장이 열렸습니다. 공원 모색, 공원 산책, 공원 탐독, 공원 서평으로 이어진 여덟 차례의 라운드테이블에서 조경, 예술, 경영, 역사, 도시, 생태 등 다각적 주제를 놓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이 모여 용산공원의 미래를 토론했습니다. 특히 11월 마지막 행사에서는 여섯 명의 ‘청년 프로그래머’가 지난 일곱 달의 활동을 신선한 작품으로 정리해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용산공원 조성의 역사에서 2018년은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입니다. 누가 어떻게 만들고 보살펴야 용산공원이 다음 세대를 위한 선물이 될 수 있을까요. 시민과 전문가의 지혜를 모을 참여의 장이 내년에도 계속 펼쳐지길 기대합니다.

3월호 특집으로 ‘광장의 재발견’을 기획한 계기는 차디찬 광장을 뜨거운 촛불로 물들인 지난 겨울의 ‘광화문광장 현상’이었습니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래 최대의 인파가 모여 광장의 역사를 새로 쓴 날들, 우리는 광장을 뒤덮은 주체적 시민의 힘에 놀라고 그 축제적 가능성에 전율했습니다. 우리 시대 광장의 의미와 쓰임을 찾기를 기대하며 광장을 향한 다양한 시선을 특집 ‘광장의 재발견’에 담아보고자 했습니다. 이 기획은 월간 『환경과조경』이 공동 주최한 제14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으로 확장됐습니다. 특집 제목과 똑같은 주제를 내건 이 공모전의 수상작들은 9월호에 수록됐습니다. 

공모전 취지문의 마지막 구절을 옮깁니다. “광장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신선한 모색을 초대한다. 작아져만 가던 광장을 다시 호출한 슬프고도 우울한 시국은 ‘광장의 재발견’에서 절대적인 단서가 아니다. 우리는 이 엄중한 시기를 지나 다시 우리의 일상을 살아가야 하니까.”

도시, 환경, 디자인을 가로지르는 젊은 연구자들이 참여한 5월호 특집 ‘빅데이터와 도시’에도 많은 독자의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이 기획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최근의 다양한 시도가 도시의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는 데 어떤 통찰을 줄 수 있는가, 또 더 나은 도시 환경을 설계하는 데 어떤 방법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비롯됐습니다. 시각화와 맵핑의 아름다운 이미지들만 감상하고 일독을 미뤄둔 독자가 계시다면, 책장에서 5월호를 다시 꺼내보시길 권합니다. 빅데이터를 통해 도시와 환경을 읽고 또 보여주는 것에 어떤 장점이 있는지, 데이터를 분석해 시각화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계획과 설계에서 시각화의 가능성은 무엇인지, 작은 실마리를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7월호 특집 ‘서울로 7017을 묻다’에서는 빛의 속도로 기획부터 완공까지 질주한 서울역 고가 공원 프로젝트를 다뤘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욕의 하이라인에 올라 서울역 고가를 서울판 하이라인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2014년 이후, 『환경과조경』은 여러 호에 걸쳐 이 사업의 중간 지점을 포착해 왔습니다. 특히 2015년 7월호에는 설계공모 당선작과 출품작에 대한 리뷰와 비평에 많은 지면을 할애해 토론의 장을 열기도 했습니다. 지난 겨울부터 7월호 기획을 시작한 편집부는 서울시 담당자, 설계사 핵심 관계자, 시민 단체 리더, 자문위원, 관련 전문가들을 여러 차례 취재했습니다. 특집에 담은 설계자의 글과 인터뷰, 두 편의 비평, 편집자의 취재기는 어딘가 서로 어긋나 있습니다. 당위성, 지향점, 과정, 효과 등 여러 지점에서 갈팡질팡해 온 이 프로젝트의 민낯일 수도 있겠습니다. 서울역 고가의 미래를 긴 호흡으로 다시 토론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한 특집이었습니다.

역사와 이론을 중심에 두고 활동하고 있는 젊은 연구자들이 함께 만든 10월호 특집 ‘모던 타임즈’도 여러 독자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기획은 근대적 시간과 공간 개념이 우리 삶에 배치되던 시기에 도시 공간과 문화가 어떤 풍경을 그리며 전개되었는지 탐사합니다. ‘모던 타임즈’의 의도가 공원, 식물원, 유원지, 풍경 사진이라는 네 가지 렌즈를 통해 근대적 공간 문화의 양상을 조감하는 데 있던 것만은 아닙니다. 또 다른 목적은 최근 들어 부쩍 증가하고 있는 근대기 조경 역사·이론 연구를 대중적인 톤으로 소개하고, 나아가 근대기의 도시 공원과 공간을 다룬 최근 연구의 경향성과 지향점을 점검하는 데 있었습니다.

조경 문화 발전소 『환경과조경』을 매달 반겨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내년에도 도시-환경-문화 담론과 조경 설계를 가로지르는 건강한 소통의 장으로 여러분 곁에 다가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렇게 2017년을 마감합니다. 아니, 통과합니다.


아티스트이자 기획자인 진나래 대표(일시합의기업 ETC, 잠복자들, www.jinnarae.com)의 ‘예술이 도시와 관계하는 열한 가지 방식’이 이번 호로 막을 내립니다. 11회에 걸친 집필의 수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도시, 공간, 사회, 문화, 예술을 종횡무진 연합하며 도시 환경 읽기의 스펙트럼을 넓혀준 연재가 끝나 아쉬워하실 독자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을 이어간 이수학, 백종현, 전진현, 이재연, ‘가까이 보기, 다시 읽기’의 안동혁,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의 최이규, ‘명사의 정원 생활’의 성종상, ‘정원 탐독’의 오경아, ‘이미지 스케이프’의 주신하, ‘시네마 스케이프’의 서영애, ‘유청오의 이 한 컷’의 유청오 등 2017년의 여러 연재 필자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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