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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스케이프] 정원, 보다 더 위대한 완성
  • 환경과조경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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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학기가 끝나간다. 매주 온라인 강의 준비에 허우적대다 보니 어느새 종강이 코앞이다. 마스크 너머로나마 회색의 인물 아이콘이 아니라 실재하는 수강생들을 만날 기대에 기말고사가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재택 근무 모드로 지내다 보니 일상의 모든 경계가 자꾸 흐려지는데, 이럴 때일수록 방학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어수선한 책장을 정리하고, 아래쪽에 내려놨던 탐구 생활용 책과 몇 년째 지지부진한 번역 초고를 담은 두툼한 링 바인더의 먼지를 털어 잘 보이는 곳에 꽂는다. 이 책의 제목은 존 딕슨 헌트(John Dixon Hunt)그레이터 퍼펙션즈(Greater Perfections).1

정원 이론을 공부하면서 헌트의 연구를 피해가긴 어렵다. 그런데 그의 글을 단박에 이해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유려하지만 번역은커녕 해석도 잘 안 되는 문어체 영어 문장은 그렇다 치고, 인문학의 전 영역을 종횡무진 누비는 방대한 지식을 대할 때면 도대체 나는 학부와 석박사 과정에서 뭘 했나 하는 좌절감마저 든다. 하지만 의지할 만한 선학이 있음에 안도할 때가 더 많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활발한 학술 활동을 펼치는 그는 대개 조경사학자(landscape historian)로 소개된다. 그의 학문적 경력은 영문학에서 시작하여 미술 이론과 비평으로, 이어 정원 역사와 이론, 비평으로 이어진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작업이 주로 18세기 영국 풍경화식 정원 관련 연구였다면,2 보다 더 포괄적인 정원 이론 연구는 그레이터 퍼펙션즈에서 시작된다. ...(중략)

 

각주 1. John Dixon Hunt, Greater Perfections: The Practice of Garden Theory, Thames & Hudson, 2000, 2004.

 

환경과조경 387(2020년 7월호수록본 일부 

 

황주영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문학과 영문학을 공부하고, 미술사학과에서 풍경화와 정원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 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박사후 연수를 마쳤다. 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 정원과 공원, 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 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 번역을 한다. 그러는 동안 수많은 책을 사거나 빌렸고, 그중 아주 일부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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