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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철원
‘DMZ 경, 철원’ 전, 연남장
  • 환경과조경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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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1일부터 10일까지 연남장에서 열린 ‘DMZ , 철원은 접경 지역 철원을 톺아보는 전시다. 전시에는 민통선을 넘나들며 철원 땅을 두 발로 거닌 이들이 참여했다. 그들은 사진기를 들고 시간이 멈춘 듯한 산길을 걸었고, 사라지고 없는 철도의 흔적을 탐정처럼 찾아 다녔다. 비무장지대DMZ는 휴전선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각각 2km 펼쳐진 구역을 일컫지만 DMZ 일원은 그보다 아래인 민통선 지역까지를 포함한다. 철원, 파주, 고성, 양구 등 15개 시군의 일부가 여기에 속하는데, 그중 철원은 DMZ 중심에 위치하고 경계부의 넓은 면적이 북한과 인접한다. 일제 식민지기의 철원은 경원선 등 기반 시설이 잘 마련되어 많은 사람이 왕래하고 거주하는 발전된 지역이었다. 하지만 한국전쟁으로 이 같은 흔적은 모두 사라졌다. 이제 사람들은 철원하면 접경 지역, 한국에서 가장 추운 곳, 평야, 철새 서식지 등 단편적 정보만을 떠올릴 뿐이다. DMZ 접경 지역에 관한 연구와 콘텐츠를 지속해서 개발해온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와 올어바웃(allabout)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철원의 경관과 지형, 일상 공간과 문화, 한국전쟁 이전의 흔적을 통해 엿보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채로운 형식으로 재현해 선보인다.

 

철원을 걷는 시선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 관람객을 맞이하는 작품은 철원 토포스(topos)’. 인쇄된 철원 지형을 전시장 바닥에 붙인 것으로, 복잡한 등고선과 생소한 지명이 눈에 띈다. 작품은 사람들이 바닥에 그려진 군사분계선을 넘어 전시장에 들어가게 함으로써 DMZ라는 새로운 땅에 발을 내딛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 이창민은 사진에 소리를 담는 작업을 선보였다. 그는 어떤 풍경에서 소리가 들리는 순간을 포착했다. ‘이미지 프로파간다속 철원 풍경은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관람자의 내면에서 어떤 소리를 불러일으킨다. 불이 붙은 논에서는 마른 풀잎이 타들어가는 소리가, 멀리 탱크가 지나가는 풍경에서는 크고 무거운 바퀴가 마른 땅바닥을 긁는 거친 소리가 들려온다.

 

소이산, 조망의 공간

소이산은 철원평야 한가운데 야트막하게 솟은 산이다. 해발 352m로 높이는 낮지만 주변을 조망할 수 있어 고려시대에는 봉수대로, 한국전쟁 시에는 미군 기지로 쓰였다. 2012년 민간인에게 개방됐지만 여전히 산의 정상에는 헬기 이착륙장이, 지하에는 폐쇄된 군사 벙커가 자리한다. 조신형의 상상하는 시선은 소이산에서 보는 다채로운 풍경을 영상으로 기록한 작업이다. 영상 속에는 철책선을 사이에 두고 지뢰 지대와 산책로가 아슬아슬하게 나뉘어 있고, 길을 따라 전시된 철원 주민들의 창작시가 눈에 띈다. 정상에 오르면 논위의 두루미, 평화 전망대, 남한GP, 북한GP, 백마고지 전적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좀 더 멀리 눈을 돌리면 북한의 산맥이 비현실적으로 가깝게 다가온다. 독일의 건축설계사무소 하이브리드 스페이스 랩(Hybrid Space Lab)은 이 소이산 정상 부근에 가상의 파빌리온을 제안했다. 건축가들이 직접 산을 오르며 살폈던 다양한 조망점을 기준으로 설치된 파빌리온을 통해 소이산이 갖는 상징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상상으로 복원한 폐허

철원은 일제 식민지기 조선 최초의 관광 목적으로 만들어진 금강산전기철도의 출발점이었다. 당시 금강산 으로 가려면 경의선을 타고 원산으로 갔다가 다시 남쪽으로 내려와야 했는데, 철원역과 금강산 내금강(내금강역)을 바로 잇는 열차가 개설됐다. 덕분에 서울에서 열차를 타고 철원에서 한 번만 갈아타면 바로 금강산에 닿을 수 있었다. 느리게 움직이는 열차 안에서 여행자들은 주변 경관을 여유롭게 감상했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굶주린 사람들이 철도를 뜯어다 파는 바람에 오늘날 철도는 남아 있지 않게 됐다. ...(중략)

 

환경과조경 386(2020년 6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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