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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로 상상하기, 픽셀로 그리기] 그래스호퍼 연대기 Ⅱ
  • 환경과조경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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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카프카의 변신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변한 것이 아니라 주인공 스스로가 변했다고 믿는 정신 착란 상태였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그레고르가 경제력을 잃자 나태해져 있던 가족들이 지금까지의 고마움은 잊고 갑자기 벌레 보듯 그를 바라보게 된 거라는 해석도 있다. 변신은 물론이거니와 학술원에의 보고시골의사등 그의 다른 단편들에서도 카프카는 아무것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물론 살면서 마주하는 모든 것들을 우리는 언제나 꽤 아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결국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처럼, 그런 방식이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위대한 표현 방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스호퍼 연대기를 시작하고 나서 나 또한 실존적 모순에 빠지고 말았다. 내가 그래스호퍼를 알기 때문에 연재를 하는 것인지, 그래스호퍼에 대해 말해야 하기 때문에 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래스호퍼를 잘 안다고 추켜세워 주는 것을 사람들은 현대적인 유머처럼 즐기고 있는 것인지. 20대 이후에는 늘 결국 아무것도 의미 없을 거라는 근본적 허무를 가슴에 품고 살았다. 그러면서도 이 연재를 시작한 뒤 온갖 그래스호퍼 영상을 밤마다 보고 있는 나 자신이 이해가 안 간다. 이건 내가 아니다.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뿐 어느 시점에선가 정말 벌레로 변해버린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그 시선들이 사실은 진짜 나를 바라보고 있던 건지 도 모른다.

 

목록

그래스호퍼로 할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을 계속 나열해보겠다. 하지만 한 달쯤 지나 생각해보니 사실 그게 맞는 목록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스호퍼에 그래놀라와 요거트를 타서 단백질이 풍부한 저칼로리 디저트를 만든다고 한들 누가 뭐라고 할까. 그런 고민을 결국 떨쳐내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그래스호퍼를 잘 알기 때문에 연재를 하는 사람인지, 잘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잘 알아야 하는 건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취하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것들이 언제나 인생을 망치지만.


지난 연대기에서는 그래프 매퍼로 로프트를 하는 예시를 들어 파라메트릭 모델링을 진행하는 기초 구조를 설명했다. 이번에는 그 스크립트를 몇 단계 발전시켜 하나의 프로젝트 모델을 완성해보겠다. 그림 1은 스크립트의 전체 구조다. 00_Loft Base가 모델링의 기본 서피스를 구축하는 섹션이고, 여기에 논리 구조별로 01_Tween Surface, 02_Wood Generator, 03_Fish-Wave Maker 섹션을 단계적으로 구축해 모델을 발전시켰다. 1번부터 설명해보겠다.

 

트윈 서피스

트윈 서피스(Tween Surface)(그림 2)는 트윈 커브(Tween Curves)라는 명령을 사용해 두 개의 입력 커브 사이에 연속성을 갖는 새로운 면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선을 내가 그리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을 통해 생성한다는 거고,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곡면의 연속성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라이노의 모든 커브 관련 명령어는 커브를 구성하는 정보들을 재구성해 새로운 결과 커브를 구축한다. 트윈 커브는 2개의 입력 커브 사이에 몇 개의 중간 커브를 만들지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면 A에서 B로 향하여 형태와 곡률의 연속성을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변하는 커브들을 만든다. 나는 우선 AB 사이의 가상의 면을 7개로 나누는 참조 값을 대입해(레인지, Range 사용) 6개의 중간 커브를 만들었다. 그리고 입력 커브들을 포함 0에서 7번까지 총 8개의 커브를 0에서 6, 1에서 7번의 두 그룹으로 나누고(시프트, Shift 사용) 그래프트Graft를 사용해 데이터 구조를 맞춘 뒤 로프트로 7개의 기본 서피스를 만들었다. ...(중략)...

 

환경과조경 388(2020년 8월호수록본 일부 

 

나성진은 서울대학교와 하버드 GSD에서 조경을 전공했다한국의 디자인 엘뉴욕의 발모리 어소시에이츠(Balmori Associates)와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CFO)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고, West 8의 로테르담과 서울 지사를 오가며 용산공원 기본설계를 수행했다한국미국유럽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귀국 후 파트너들과 함께 얼라이브어스(ALIVEUS)라는 대안적 그룹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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