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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벗어나 우리가 되는 법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 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11월 21일까지
  • 환경과조경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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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대한 기존의 사고방식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전시가 마련됐다.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는 동식물을 대하는 인간의 상반된 태도에 질문을 던지고 진정한 공존을 모색하고자 기획된 전시다. 전시 제목의 미술원은 미술관과 동물원, 식물원이 비슷한 방식으로 대상을 수집하고 보호와 보존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갖는 데서 착안한 말이다. 미술원의 은 둥근 형태를 뜻하며 지구와 자연, 동식물과 인간이 공존의 관계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전시는 87점의 작품을 우리와 우리 사이’, ‘어색한 공존’, ‘도시와 자연, 그 경계에서’, ‘함께 살기 위해라는 네 개 주제로 나눠 소개한다. 전시 공간은 경계와 배타성을 의미하는 벽을 최소화해 구성했다. 여러 공간으로 구획되지 않은 전시장에 다양한 작품을 배치해 각 작품이 서로 주고받는 영향을, 나아가 관계와 경계의 의미를 공간을 통해 보여주려는 의도다.

 

우리와 우리 사이

첫 번째 섹션 우리와 우리 사이는 우리라는 단어에 담긴 상반된 의미에 주목한다. ‘우리(we)’는 나를 포함한 타인 혹은 집단을 친근하게 이를 때 사용한다. 한편 동음이의어인 또 다른 우리(cage’)는 동물, 가축을 가두어 키우는 곳을 가리킨다. 이처럼 우리라는 단어에는 정서적 동질감과 물리적 테두리로서의 경계, 집단과 집단 사이의 배타성이 동시에 담겨 있다. 전시는 우리라는 틀 안에 갇히는 대신 동물과 식물의 입장에서 우리의 의미와 관계를 생각하는 것이 공존을 위한 시작이라고 말한다. 박지혜는 전시장 기둥에 비둘기 모형을 설치하고, 그 아래 작품의 제목인 ‘As You Know(아시다시피)라는 문구를 새의 배설물 형태로 만들어 놓았다. 한때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는 이제 기피와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러한 인간 중심의 인식의 변화를 비둘기의 입장에서 자조적으로 표현했다. 이창진이 제작한 대형 철조망은 그 자체로 전시 공간을 구획하는 울타리이자 경계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관람객은 푸른빛의 철조망에 뚫린 구멍을 통해 전시실 깊숙한 곳까지 드나드는데, 이는 경계를 넘나드는 행위를 뜻하기도 한다. (후략)

 

환경과조경 401(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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