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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함께 만드는 용산공원
  • 환경과조경 2021년 9월

 반년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가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의 땅, 용산공원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5,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최고위원은 용산공원 부지의 절반만활용하면 분당 신도시보다 많은 9만 가구의 공공 임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며 용산기지 개발론에 불을 지폈다. 부지의 20%만 용적률 1,000%로 초고밀 개발하면 무주택 서민에게 튼튼한 주거 사다리를 제공할 수 있고 탄소 중립에도 도움이 된다는 현실성 없는 주장이 계속되기도 했다.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나길 바랐지만, 정치권의 여론몰이는 끝내 법안 발의로 이어졌다. 강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 15명은 83, 용산기지 반환 본체 부지에 주택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사회적 동의와 국민적 합의를 통해 지난 30년간 진행된 용산공원 계획의 역사를 백지화하는, 문재인 정부의 용산공원 조성 의지와 노력을 한순간에 뒤엎는 근시안적 매표 포퓰리즘이 아닐 수 없다.

 

황당한 아파트 개발론의 여파에 안타깝게도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의 소중한 성과가 묻히고 말았다. 다양한 연령대의 국민 300명으로 구성된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은 올해 1월부터 6개월간 공원의 정체성과 미래를 논의한 끝에 지난 727, 용산공원의 온전한 조성을 위한 ‘7대 제안을 발표했다. 국민참여단이 제시한 용산공원의 좌표는 “1) 사회적 약자를 포함하여 모든 국민이 언제나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 2)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가 모두 공감하는 역사 문화적 가치를 지키는 공원, 3) 남산과 한강을 이어 주변 자연환경과 균형을 맞추며 역사적 건축물을 보존하는 공원, 4) 모든 사회 구성원이 공존하며 다양한 가치와 새로운 가능성을 포용하는 공원, 5) 여가.소통.배움의 장소로 널리 활용되도록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유연하게 운영되는 공원, 6)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주변 지역과 상생하는 공원, 7) 공원 조성의 전 과정에서 국민과 소통하여 국민의 참여 과정이 곧 역사가 되는 공원이다.

 

공원 조성 방향을 토론하는 논의 그룹’ 210, 논의를 지원하고 운영을 보조하는 지원 그룹’(코디네이터) 40, 용산공원 관련 연구 공모전에서 선정된 연구 그룹’ 30, 국민참여단 활동 내용을 홍보하는 소통 그룹’(청년 크리에이터) 20명으로 조직된 300명의 국민참여단은 코로나19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러닝e-learning을 통해 대상지의 역사성, 자연환경, 도시적 특성을 탐구했고, 네 차례의 대면 숙의 워크숍에 참여했다. 복합적 의제를 심층 토론하기 위해 용산공원의 정체성’, ‘용산공원과 지역사회’, ‘용산공원의 역사생태문화적 활용’, ‘용산공원의 역사문화유산등 네 가지 주제를 나눠 맡는 10개 분임을 구성해 6개월간 주말을 반납하며 열띤 논의를 펼쳤다. 10개 분임은 64개 제안 사항을 도출했고, 이를 정리한 것이 ‘7대 제안이다.

 

이번 국민참여단 활동은 용산공원 조성 과정에 체계적인 참여 계획을 도입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참여와 소통은 법정 계획인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2011)부터 이미 용산공원 조성 철학의 하나로 제시되었지만 후속 계획과 공론화 절차에서 늘 레토릭 수준에 머물렀다.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의 성과와 제안은 정부와 전문가가 주도하는 하향식 계획의 한계를 넘어 본격적인 참여 프로세스와 방식을 모색한 실험이다.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위원장 유홍준)는 국민참여단의 ‘7대 제안을 적극 수용해 기본설계안을 보완한 뒤 올해 말까지 용산공원 조성계획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8월부터 용산공원 국민 참여 홈페이지(yongsanparkstory.kr)를 통해 용산공원 친구들을 상시 모집하고 있다. 용산공원 친구들은 개방 부지 공간 대여, 랜선 피크닉 등 프로그램 기획부터 운영과 자원봉사에 이르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7대 제안이 조성계획에 반영되는 과정에도 참여해 정책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용산기지를 공원으로 온전히 탈바꿈시키는 과제는 질곡의 근현대사를 치유하는 일이자 왜곡된 도시 구조를 교정하는 일이며 도시의 여백을 미래 세대에게 양보하는 일이다. 용산공원의 완성은 한국 사회의 건강한 도시 문화와 성숙한 공간 정치를 입증하는 지표다. 근시안적 아파트 공급론과 특별법 개정안으로 용산공원사 30년을 뒤흔들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권한다. 7월 말에 발간된 보고서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의 제안: 용산공원을 위한 국민의 바람을 꼭 읽어보시길.

 

세월호, 7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번 401호 특집 지면에는 ‘416 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수상작들을 담는다. 손은신의 비평이 묻듯, “모두의 기억은 모두의 공간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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