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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가 조용준 인터뷰
  • 남기준
  • 환경과조경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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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가가 갖춰야 할 소양, 재능과 노력

-인터뷰를 준비하다가 수상 소식을 전하며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2001년 즈음 『환경과조경』에 소개된 적이 있다는 말이요. 찾아보니 2001년 11월호에 ‘제11회 조경인 체육대회’ 남자 마라톤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이 실려 있더군요. 인터뷰 포문을 여는 가벼운 질문으로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동 좋아하세요?

“대학교 3학년 때일 거예요. 서울시립대 캠퍼스를 달리는 코스였는데, 어디쯤에서 어떻게 달리고 언제 치고 나가야 1등을 할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반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든 우승을 할 생각으로 전략적으로 임했죠. 구기 종목은 다 좋아해요. 스트라이커로 뛰며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 축구대회에서 건축도시조경학부를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고요. 체격이 왜소하다 보니 빠르고 순발력은 좋은데 체력이나 몸싸움 부분에서 좀 떨어지는 거 같아요. 최근에는 골프를 즐겨 치고 있습니다.”

 

-골프 코스 설계해본 적도 있나요?

“2007년에 인천청라지구 PF설계를 했는데, 대상지 중 하나가 테마골프 장지구였어요. 그때 진양교 대표(CA조경기술사사무소)가 골프장을 설계하려면 골프를 칠 줄 알아야 한다고 했죠. 그때 골프를 배웠어요.”

 

-진양교 대표와 인연이 깊으시죠. 지금은 대표와 직원의 관계지만, 처음 만난 건 학창 시절이라고 들었어요. 젊은 조경가상 지원서를 보니 2002년 대학에서 진양교 교수의 수업을 들었고, 그 영향을 받아 설계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고 쓰여 있더라고요.

“공원 설계 스튜디오에서 처음 만났어요. 첫 수업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빈 종이를 나눠주고 색연필로 전부 칠하라고 하셨죠. 그다음에 지우개로 색을 지워나가며 입구를 만들고, 길을 그리고, 중앙의 마당을 만들게 했죠. 그게 설계의 전부라고 하면서요. 사실 빈 종이에 설계를 하라고 하면 부담이 생겨요. 길을 그리고, 녹지를 그리고, 패턴을 만들다 보면 디자인이 과해지는 경향이 있죠. 그런데 미리 녹지를 채워놓고 비워나가는 식으로 설계를 하니 불필요한 선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간결한 디자인을 만드는 ‘채우기와 비우기’ 이론에 감명을 받았어요.”

 

-본래 설계에 관심은 있었나요? 사실 많은 학생이 전공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수능 성적에 맞춰 입학하기도 하잖아요.

“고등학교 시절을 굉장한 압박감에 시달리며 보냈어요. 아침 7시에 학교에 가서 내내 공부를 하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집에 가는 식이었죠. 대학에 입학하니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모든 일을 자의로 결정할 수 있으니, 학교도 가고 싶을 때만 갔죠. 학점이 좋을 리 없었는데, 신기하게도 설계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좋은 평을 들었어요. 성적도 잘 나왔고요. 막연히 나와 설계가 잘 맞는다고 생각한 거죠. 2002년에 장종수 대표가 운영하는 기술사사무소 렛LET에서 인턴을 했어요. 월드컵으로 전국이 들썩거리던 때라 축구를 워낙 좋아하는 저 역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휩쓸렸죠. 그때 크게 혼이 나서 설계는 내 길이 아닌가 고민하기도 했어요. 공무원이나 공사 쪽으로 나아가야 하나 고민하며 영어 공부를 시작할 때쯤, 당시 토문에서 일하고 있던 진양교 대표의 부름을 받았죠. 조경가가 되려면 재능과 노력이 필요한데, 재능은 있어 보이지만 노력을 할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노력을 한다면 분명히 좋은 조경가가 될 거라고 말해주셨죠.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시기였는데 그 말에 용기를 얻었어요. 그때부터 다른 데 한눈팔지 않고 조경설계에 매진하겠다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 한 마디가 조경설계를 하게 된 계기인 셈이죠.”

 

-그렇게 연을 맺어 CA조경기술사사무소(이하 CA조경)의 창립 멤버가 된거군요. 6~7년 정도 실무를 하다가 유학을 갔습니다. 일반적인 유학 시기보다는 살짝 늦은 감이 있어요.

“처음에는 유학에 뜻이 전혀 없었어요. 입사 동기인 유지현(SWA)과 친했는데, 어느 날 유학을 간다고 하더라고요. 중학교 때부터 꿈꿨던 일이라면서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동했어요.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지 않고 우선 주변 사람들에게 유학을 갈 거라고 말하고 다녔죠. 시간이 흘러도 유학을 가지 않으니 주변에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서 떠밀리듯 준비를 시작했어요. 사실 유학을 가기에 토플 점수와 학점이 되게 낮아요. 학점은 3.0도 안 되죠. 하지만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유펜)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죠. 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강을 할 때 이 얘기를 꼭 해요. 용기를 가져라. 누구나 갈 수 있는 게 유학이다. 정보가 부족해서 못 갈 뿐이다.”

 

환경과조경 405(2022년 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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