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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모든 순간을 영화처럼
사울 레이터: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피크닉에서 3월 27일까지
  • 환경과조경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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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잊히기를, 별거 아닌 사람으로 남기를 바랐다.” 사울 레이터(Saul Leiter)의 작은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 이 시각에도 사울 레이터의 팬들이 인스타그램에 그의 시그니처 사진을 오마주해 해시태그(#SaulLeiterInspired)를 달아 올리고 있다. 영화감독 토드 헤인즈(Todd Haynes)는 ‘캐롤Carol’(2015)의 섬세한 감정과 시대적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레이터가 큰 영향을 주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창문을 통해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레이터처럼 상점 쇼윈도를 이용해 연

 

출한 모호한 분위기와 감각적 구도, 회화적 색채를 캐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레이터는 “대단한 철학은 없다. 카메라가 있을 뿐”이라고 말하며 자신을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 표현한다. 왜 그의 작업이 오래도록 많은 이에게 사랑받고, 여러 예술가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것일까.

 

피크닉에서 열린 전시 ‘사울 레이터: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는 국내 최초의 레이터 회고전이다. 사진뿐 아니라 아직 연구 중인 미공개 슬라이드 필름과 1950~1960년대 패션 화보, 그림을 통해 다양한 범주에 걸친 그의 예술적 자취를 쫓을 수 있다. 레이터는 1923년 피츠버그의 독실한 유대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신학교에 진학했지만 스물셋이 되던 해 학교를 그만두고 뉴욕으로 떠났다. 이스트빌리지에 정착한 그는 그림을 그리고, 35mm 라이카를 들고 거리를 쏘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그는 컬러 사진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컬러 사진의 시대가 열린 1970년대보다 훨씬 이른 1940년대에 컬러 필름을 사용했다. 당시 컬러 사진은 색상 재현에 한계가 많아 ‘진실을 왜곡한다’는 폄하를 받았지만, 레이터는 동조하지 않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두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며 계속 컬러 사진을 찍었다.

 

환경과조경 406(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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