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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공원 동물원 정문 광장 지명 설계공모
    서울대공원 동물원 정문이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 예술적 공간으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2019년 10월 1일 서울대공원은 노후한 동물원 정문을 새롭게 조성하고자 ‘서울대공원 동물원 정문 광장 마스터플랜 수립과 정문 및 부속시설 리모델링 지명공모’를 개최했다. 광장의 기능과 더불어 쉼을 제공하는 설계안을 수립하고 그에 걸맞은 경관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박준서(디자인 엘), 서영애(기술사사무소 이수), 양태진(조경그룹 이작), 윤성융(서호엔지니어링), 이대영(조경상회 스튜디오 엘) 5인의 조경가가 초대 받았고, 이 중 박준서, 서영애, 양태진, 이대영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작품을 제출했다. 11월 21일, 김용미 심사위원장(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과 김병채(채움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변금옥(도화엔지니어링 부사장), 이소진(아뜰리에리옹 서울 소장), 최신현(씨토포스 대표)이 심사를 진행했다. 당선작에는 디자인 엘·에이치오엠건축사사무소·안팍컨소시엄의 ‘네트로 와일드Netro Wild’가 선정됐다. 2등작은 조경그룹 이작·이데아키텍츠 컨소시엄의 ‘오랜나무 그늘의 시간으로 공존의 의미를 말하다’(상금 800만원), 3등작은 기술사사무소 이수·구우건축사사무소·허비영 컨소시엄의 ‘광장의 재구성: 집약, 연결, 확산’(상금 600만원), 4등작은 조경상회 스튜디오 엘·오즈앤엔즈 건축사사무소·그린컬처조경설계사무소 컨소시엄의 ‘아름다운 그늘이 있는 동물원’(상금 400만원)이 차지했다. 당선팀은 기본 및 실시설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지정된다. 올해 3월까지 설계를 마치고, 10월까지 재조성을 마칠 계획이다. 네트로 와일드 네트로는 새로움을 뜻하는 네오neo와 과거로 돌아간다라는 뜻의 레트로retro의 합성어로, 네트로 와일드는 광장을 품은 거친 숲을 의미한다. 동·식물원 진입로의 거친 숲을 지나며 사람들은 도시로부터 벗어나 시공간적 전환을 경험하게 된다. 9천 제곱미터의 넓은 정문광장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입구 공간, 서비스 공간, 동물원 진입 공간을 구획했다. 각 공간의 진출입 동선을 녹지와 시설로 분리해 이용자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했다.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낮은 공간에 고객 지원 시설을 배치해 관리 동선과 진입 공간을 자연스럽게 구분하고, 서비스 코어를 두어 이용객의 편의를 높이고자 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
  • 주거 단지 경관의 회복탄력적 설계
    지난 12월 3일, 주거 단지 외부 공간에 대한 회복탄력적 설계를 주제로 한 ‘에버스케이프 어워드 2019’의 수상작이 발표됐다. 2018년에 제정되어 2회를 맞이한 에버스케이프 어워드는 삼성물산 조경사업팀이 주최하는 공모전이다. 급변하는 도시 환경에 대한 혁신적인 대안을 모색하고자 조경, 건축, 도시 관련 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기획되었다. 이번 공모의 주요 과제는 인구 감소, 1인 가구 증가, 도시 쇠퇴, 기후 변화 등 도시의 변화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대응하는 창의적인 주거 단지 외부 공간 디자인을 제안하는 것이었다. 핵심 개념으로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제시해야 했다. 참가자들은 1,000세대 내외 주거 단지를 대상지로 선정하고, 주동 배치와 건축물 형태를 제외한 외부 공간과 시설물을 설계했다. 지난 10월 14일까지 참가 신청을 한 80팀 중 38팀이 작품을 제출했다. 같은 달 18일 1차 심사를 통해 10팀이 선정됐다. 응모작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1차 선발팀을 대상으로 한 달간 팀별 멘토링을 진행했다. 멘토링 조경가로는 강한솔 소장(얼라이브어스), 백종현 소장(자연감각), 이호영 소장(HLD), 최영준 소장(랩디에이치), 최혜영 교수(성균관대학교) 등 한국 조경의 미래를 이끌 젊은 조경가 5인이 위촉됐다. 11월 22일, 배정한 교수(서울대학교), 김아연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전재현 그룹장(삼성물산 리조트 부문 조경사업팀)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대상 1점(1,000만원), 우수상 2점(각 500만원), 가작 3점(각 300만원), 입선 4점을 선정했다. 대상에는 황현수·정겸(연세대학교) 팀의 ‘브레스 인 브레스 아웃Breathe In - Breathe Out’이, 우수상에는 김병철·박지현·이석이(서울시립대학교) 팀의 ‘아티피셜 플랫, 네이처 언이븐Artificial Flat, Nature Uneven’과 이민경·박찬호(연세대학교)·김택현(인하대학교) 팀의 ‘어반 팡 Urban Pang’이 선정됐다. 가작을 수상한 팀은 김태현·조영호·안성우(연세대학교), 송시원·박소민·정지섭(서울시립대학교), 김태원·진민령·조윤아(한국전통문화대학교)이며, 입선은 이제혁·김혜영·김수인(삼육대학교), 박태영·김홍준(경희대학교), 김민호·조영준·정제상(강원대학교), 배규민·임주영·정현주(충북대학교) 팀에게 수여됐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
  • 경관이 된 이야기, 이야기가 된 경관
    도시를 이루는 것은 건물과 도로만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억이 물리적인 빈틈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도시를 온몸으로 살아온 이들의 기억이다. 도시공간연구자 서준원은 개발에 의해 시시때때로 변하는 도시 속 보통의 장소에 경관의 가치를 부여한다. 그는 2014년부터 북촌 계동, 용산전자상가 등을 대상으로 지역의 장소성과 역사성,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기록한 ‘공간잇기’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동네 곳곳을 누비며 주민들이 살아온 시간과 배경에 주목하고, 지역 학생들과 함께 동네 슈퍼, 건물 뒤편의 텃밭, 골목길 담벼락 벽화 등에 얽힌 사연, 장소의 변천사를 조사해 마을 지도와 책자를 만들었다. 서준원에게 경관은 곧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성수동 우란문화재단에서 열린 ‘스토리스케이프’ 전은 서준원 대표(공간잇기)의 연구 전시로, 우란문화재단의 문화·예술 인력 육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재단은 소장한 예술 작품을 대중에 공개하고 소장품의 주제와 맥을 같이 하는 국내 예술가 및 연구자의 활동을 지원하고자 이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초청된 연구자는 소장품을 매개로 자신의 연구 주제를 확장하는 새로운 연구를 진행하고 이를 전시한다. 프로그램의 시작으로 사진작가 마이클 울프Michael Wolf와 서준원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마이클 울프가 홍콩의 뒷골목을 촬영하면서 동시대 소시민들의 일상을 기록했다면, 서준원은 서울에 담긴 개인사와 그들이 만드는 경관을 연구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큰 주제를 공유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
  • [편집자의 서재] 질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이 노래를 부르세요
    이제 그만 행복해질 때도 됐잖아요. 코엔 형제의 영화 ‘인사이드 르윈’(2013)을 보며 속으로 외쳤다. 포크송 가수인 데이비드 르윈이 뒷골목에서 일면식도 없는 남자에게 두들겨 맞는 장면으로 시작해, 아주 일관된 방식으로 주인공 인생의 형편없는 순간을 낱낱이 전개하는 영화였다. 잘 곳도 없어 남의 집 소파를 전전하는 처지에 여자 친구의 낙태 수술비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고, 갖은 고생 끝에 찾아간 유명 프로듀서에게는 듀엣 파트너와 재결합하라는, 맥빠지는 충고를 듣는다(긁혀버린 자존심은 둘째치고, 그의 듀엣 파트너는 예전에 자살했다). 급전이 필요해 저작권을 포기하고 팔아 치운 노래는 히트 조짐이 보이고, 다 그만두고 ‘시체처럼 버티던’ 선원 생활로 돌아가려는 계획마저도 (항해사 자격증을 버린 탓에) 수포로 돌아간다. 누가 코엔 형제 아니랄까 봐. 이제는 좀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에 코웃음 치며 더 나쁜 상황을 더하고 더하는 서사에 진이 다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묵묵하게 르윈의 시간을 따라가는 이 영화의 문법에 묘하게 설복되었다. 안도감이나 위로에 가까운 감정이 들었다. 남의 불행을 위안 삼아서가 아니라, 이기는 일보다 지는 일이 보통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실패를 죄악처럼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무언가를 이루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편도 아니고, 그저 남보다 뒤처지는 일이 잘못인 줄로만 알고 못 견뎌 하던 시절.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많은 사람이 말하는 성공이 실제로부터 얼마나 먼지 알게 되고, 잘 사는 것에 대한 기준도 모호해지며 선망하던 ‘성공’이라는 단어는 부담스럽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찌질하고 우울하기 짝이 없는 어두운 면면까지, 삶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이야기에 더 애착을 갖기 시작한 게. 승리와 패배를 구분하는 일에 무뎌지기로 했던 게. 최승린의 소설 『질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이 노래를 부르세요』에는 실패와 불행, 후회로 점철된 다양한 인생이 등장한다. 축구 선수였지만 경기장 벤치를 전전하다 부상을 입고 프리미어 리그 인터넷 중계팀에서 일하는 인물,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한 얕은 재능을 가진 사진작가, 헤어진 연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남자, 가족의 생계를 위해 시를 포기하고 오퍼상으로 평생을 보낸 가장. 누구에게나 도래하는 내리막길의 시간을 조명한다. 영웅으로 기억되는 메이저 리그 야구 선수에게도 “내밀한 실패의 기억”은 있다. 표제작(‘질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이 노래를 부르세요’)의 ‘나’는 은퇴 후 간암으로 투병 중인 최민철의 자서전을 편집하다 그의 성공이 교묘하게 편집된 사실을 알게 된다. 메이저 리그 구단에 입단할 수 있었던 것은 구단이 “마침 아시아 시장을 인식한 덕분”이고, 최민철의 몸값이 “일본 선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쌌기 때문”이다. 구단과의 계약 만료를 앞둔 최민철은 한국으로의 복귀를 원한다. 하지만 그의 귀국을 한국의 실패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탓에 다른 구단으로 이적해 미국에 잔류한다. 최민철은 선수 생활 내내 자신을 숨 막히게 했던 것이 관중의 응원가와 “아무도 자신이 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고 고백한다. 최민철이 사망한 후 ‘나’는 생각한다. “21세기의 한국은 준비가 되어 있을까. 영웅이나 상징이 아닌, 한 명의 약한 인간으로 최민철을 한국에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2 “모두 언젠가는 실패를 한다. 지단이나 메시도 축구화를 벗는 날이 온다. 그게 언제인지가 중요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면 그런 의미조차 사그라진다. 모두가 실패자가 될 때, 그래서 누구도 실패자가 아닌 때가 온다.”3 얼마 전 친구와 통화를 하며 2019년을 돌아봤다. (언제나 그랬듯) 이룬 것에 비해 이루지 못한 것들이 얼마나 많던지! 살은 얼마나 더 쪘고, 퇴근 후 유튜브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으며, 맡은 일을 얼마나 어이없게 말아먹었는지(?)를 열렬히 토로했다. 신세 한탄과 자조적인 셀프 디스에 가까웠지만, 마음은 울적함보다 재미와 안도에 가까웠다. (생각만으로도 아뜩하지만) 새로운 한 해에 만들 열두 권의 잡지를 떠올려본다. 한 번쯤은 지독하게 안 풀렸던 설계, 망한 프로젝트로 조금 우습지만 보통의 이야기에 가까운 지면을 꾸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실현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다만, 추진하게 되면 제목은 이렇게 지어야겠다. ‘질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이 잡지를 보세요.’ 1. 최승린, 『질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이 노래를 부르세요』, 난다, 2018. 2. 같은 책, p.60. 3. 같은 책, p.29.
  • [CODA] 일상의 기록, 시대의 기억
    달력의 마지막 페이지를 마주할 때면 낯선 숫자와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올해의 네 자리 숫자는 유독 서먹하다. 2020, 치약 이름도 생각나고 을지로 골목 귀퉁이에 있을 법한 카페 이름 같기도 하다. 데이비드 몽테뉴David Montaigne의 예언과 달리 지구는 어떤 종말의 징조도 보이지 않고 2019년의 마지막 달을 통과하고 있다. 이즈음이면 내 나름대로 새로운 해를 맞이할 준비에 돌입한다. 일 년 동안 함께한 일기장 첫 장을 펼쳐 짤막한 투 두 리스트to do list에서 해낸 것과 해내지 못한 것을 구분한다. 변함없이 게으르게 보낸 지난날을 잠시 반성하곤 곧장 온라인 문구숍에 접속한다. 2020년에 걸맞은 새 일기장을 마련할 시간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기를 썼던 때가 있었다. 초등학생 시절, 선생님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가 배신당한 기억 때문이다. 비밀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일기장을 반으로 접어두면 읽지 않겠다기에 친구와 싸운 이야기를 구구절절 적었더니, 다음날 친구와 교무실로 소환당해 강제로 화해를 해야 했다. 고자질이라도 한 기분에 친구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었다. 이후 선생님의 시선을 신경 쓰다 보니 모범생 같은 소리만 잔뜩 늘어놓게 됐고, 일기는 숙제를 위한 글짓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됐다. 일기 쓰는 일에 재미를 붙인 건 공부 빼면 모든 게 다 재밌었던 고삼 시절이다. 기록하지 않으면 내가 사라질 것 같던 때였다. 등교, 수업, 야자(야간 자율 학습), 하교, 다른 사람과 똑같아 보이는 일상이 반복되던 시기. 남들과는 조금 다른 나의 모습을 기록하는 일은 그 시절의 나를 조금이라도 특별한 사람으로 남기는 일이었다. 그때 들인 버릇이 십 년째 계속되고 있다. 오래된 취미 생활의 산물이 이제 책장 한 칸을 거뜬히 채운다. 게으른 내가 일상을 계속 기록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워 각양각색의 낡은 책등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어떤 변천사가 보이는 듯도 했다. 수험생 시절 선택한 일기장은 먼슬리monthly, 위클리weekly, 프리 노트free note로 구성된, 문구점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노트였다. 먼슬리에 기록할 일정이라고는 시험, 가족과 친구의 생일 정도가 전부였고 위클리에는 그날 풀어야 하는 문제집 이름과 쪽수가 미션처럼 적혔다. 프리 노트는 온갖 것들의 스크랩북이었다. 일기를 비롯해 수업 시간에 끄적인 낙서, 친구와 나눈 필담, 간단한 감상평을 적은 영화 티켓이 노트를 두툼하게 불렸다. 내용은 고만고만했다. 진로, 성적, 야자 시작 전 먹을 저녁 메뉴에 대한 고민이 줄을 이었다. 그래도 완벽히 똑같은 날들은 없었다. 수능의 압박에서 벗어나 시간이 넘쳐나는 대학생이 된 후에는 일반 노트에 달력이나 글 박스를 직접 그려 마음대로 꾸몄다. 사진과 글 박스의 크기를 고심해 배치한 흔적이 잡지 레이아웃을 고민하는 지금의 내 모습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조경은 종합과학예술”이라는 말에 홀려 일기장을 설계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곳으로 쓰기도 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보니 꽤 많은 아이디어가 당시에 봤던 영화나 전시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업무 일정을 정리해야 하는 회사원이 되자, 쓸모없이 느껴졌던 위클리가 다시 절실해졌다. 잡지 일을 시작한 이후로는 매달 마지막 주의 일기장을 채우는 일이 만만치 않다. 한 달 중 가장 치열한 시간의 기억이 사라지는 게 아까워 궁여지책으로 업무 중 사용한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이고 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는데 급박하게 갈겨쓴 글씨, 메모 옆에 덧붙인 이모티콘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종이 기록물의 힘은 묘하다. 필름 카메라와도 비슷한데, 한 번 기록한 것을 수정하려면 반드시 자국이 남고 그렇기에 내용을 신중히 고르고 거듭 정제해야 한다. 이러한 특성이 종이 매체를 전자 매체보다 특별한 것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일기가 개인의 기록이라면, 잡지는 한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기억하는 매체다. 이 매체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감각이 더해지면, 잡지 역시 개인의 추억이 깃든 기록물이 될 테다. 지금은 막을 내린 ‘오피니언’(2018)과 ‘이달의 질문’(2019)의 기획 의도 일부가 이 호흡을 끌어내는 데 있었다. 이를 대체할 새로운 꼭지는 아직 기획되지 않았다. 이러한 시도를 지면에서 계속할지, 독자와의 접점이 좀 더 많은 온라인에서 하는 편이 나을지는 아직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손이 많이 가는 어려운 기획을 거듭하는 이유는, 이것이 종이 매체를 특별하게 만들며 지탱해 온 힘이기 때문이다.
  • 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이는 벤치 ‘소런’
    다채로운 디자인의 휴게 시설물로 공원, 광장, 아파트 단지 등 도시 공간에 경관 가치와 여유를 더해온 조경 시설물 전문 기업 예건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디자인 벤치를 출시했다. 흰색 파이프로 만든 부드러운 곡선이 인상적인 벤치 ‘소런Solen’이다. 소런은 조개껍데기의 형상과 무늬를 콘셉트로 디자인됐으며 종류는 두 가지다. 정원, 갤러리, 카페, 주거 단지의 소규모 휴게 공간에 적합한 소런 가든 체어·테이블 세트, 공원이나 거리 등 넓은 공공 공간에 잘 어울리는 소런 등벤치를 제작했다. 가든 체어 좌판에는 작은 구멍이, 등벤치 좌판에는 직선의 틈이 있어 비나 눈이 내려도 벤치에 물이 고이지 않는다. 소런의 가장 큰 특징은 등받이 부분이 동심원처럼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형태로 디자인되어 시각적 안정감을 준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등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입체적 구조로 이용자에게 편안함을 선사한다. 단순한 색채와 형태의 벤치는 어떤 장소와도 잘 어울리고,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TEL. 031-943-6114 WEB. www.yekun.com
  • 아파트라는 상상의 무대
    획일적이고 삭막한 도시의 상징, 부동산 열풍과 치솟는 집값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아파트는 줄곧 건축적,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아파트는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일상을 보내는 장소이고,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아파트 키드’들은 아파트를 마음의 고향이자 추억과 애착이 담긴 장소로 인식한다. 근래 들어서는 재개발되어 사라질 위기에 놓인 오래된 아파트를 기록하고 추억하는 다큐멘터리, 도서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아파트의 역사가 길어지는 만큼 이를 바라보는 관점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24일까지 서울 연남동 ‘연남장’에서 열린 ‘ㅇㅍㅌ: 서울풍경’ 전은 아파트를 자유로운 상상의 무대로 전환한 전시다. 전시를 주최한 하스HaaS는 국내 건축 문화 콘텐츠의 확산과 한국 건축의 우수성을 알리는 관광 스타트업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건축물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서울에는 경복궁이나 창덕궁 같은 문화재부터 첨단 기술이 집약된 DDP, 랜드마크로 기능하는 롯데월드타워 등 다양한 건축물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단일 건물을 제외할 때 서울 풍경의 주를 이루는 것은 아파트다. 전시 총괄을 맡은 김현정 대표(하스)는 서울을 대표하는 건축물인 아파트를 좀 더 색다르게 바라보기로 했다. 그는 “아파트를 비판적으로만 보기보다 관객들이 자유로운 상상을 펼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일상에 무언가를 더해주는 전시를 구성함으로써 아파트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추억을 얻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전시장 내부는 전형적인 아파트 내부 구조를 본떴으며, 사진가부터 일러스트레이터, 미디어 아티스트 등의 예술가들이 아파트에 관해 가진 다양한 인식을 담아냈다. 전시장 입구에서 익숙한 형태의 출입문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ㅇㅍㅌ’라는 전시 이름을 호수판처럼 붙인 현관문이 있고, 동그란 손잡이를 돌려 안으로 들어가면 수많은 선과 도형이 현란하게 겹치는 영상을 마주하게 된다. 아파트 내부에 이르기 전 복잡한 단지를 헤매는 경험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안용진의 ‘숲’이다. 작품은 본격적인 전시 공간에 이르기 전 지나는 전이 공간에 배치되어 그 의미를 한층 부각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0호(2019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 2019 디에스디삼호 조경나눔공모전
    지난 11월 10일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이 주최·주관하고 디에스디삼호와 월간 환경과조경이 후원한 ‘보행가로환경 디자인 학생 아이디어 공모’(2019 디에스디삼호 조경나눔공모전)의 심사 결과가 발표됐다. 공모 대상지는 서울 길음역 인근에 위치한 ‘신길음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의 보행 가로다. 가로의 상업 활동을 활성화하고, 지속가능하고 회복탄력적인 환경을 제안하는 것이 목표다. 총 51개 팀이 참가 신청을 했으며, 38개 팀이 작품을 제출했다. 11월 7일, 박명권 심사위원장(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대표)과 주신하 전문위원(서울여자대학교 교수), 강주형 대표(생각나무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 김영민 교수(서울시립대학교), 배정한 교수(서울대학교), 이윤권 대표(디에스디삼호)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11개의 수상작을 선정했다. 대상은 곽규빈·김사무엘·백지웅·이지혜·이현승(경희대학교)의 ‘리와인드Rewind, 길음’이 차지했다. 최우수상에는 신영은·이정민·장예주(서울여자대학교)의 ‘더블 웨이Double Way’와 김민지·권태연·김은선·유다연(서울여자대학교)의 ‘어스페이스UsPACE’가 선정됐다. 우수상에는 김인호·박성주·이정빈(전북대학교)의 ‘플렉스Flex’, 박세경·박효주·임호경(서울여자대학교)의 ‘하이 퍼 링크High Per Link’, 김가영·김홍준·박태영·정호재(경희대학교)의 ‘IoT길음: 폭 좁은 가로, 폭넓은 활동’을, 가작에는 김경록·김주희·김희수(배재대학교)의 ‘신길음, 빛으로 떠오르다’, 도소정(부산대학교)의 ‘푸르내’, 김나연·송유진·진영은(건국대학교)의 ‘길음동의 새로운 저녁 만들기 프로젝트Have a New Evening’, 민재웅·이상준·이성균·최지원(계명대학교)의 ‘미니모Minimo: 최소한의 요소로 최대한의 효과’, 강동균·백승헌·손현진·조희현(건국대학교)의 ‘템포 오브 시티 라이프Tempo of City Life’를 선정했다.…(중략)… * 환경과조경 380호(2019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 2019 조경비평상 심사평
    생각을 말이나 글로 잘 표현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다. 머릿속 생각은 도서관의 서가처럼 항상 잘 정리된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어떤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성급한 말로 튀어나오거나 다듬어지지 않은 글로 드러나기도 한다. 이런저런 생각이 자신의 머릿속에만 머물고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나의 문제이며 통제가 가능하지만 말이나 글의 형식으로 표출되는 순간, 듣고 읽는 이와의 ‘관계’가 성립된다. 사람의 말과 글은 소통을 전제로 하기에 태생적으로 고도의 사회적 행위에 속한다. 때때로 말이나 글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우리 모두가 갖는 고민이다. 요즘같이 IT 기술을 바탕으로 한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삶 속 깊이 침투한 상황에서는, 말과 글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예기치 않은 일들이 벌어져 당황하기도 한다. 글이 말보다 앞서는 시대, 말이 문장으로 정제되지 않고 즉흥적으로 문자화되는 시대를 살면서, 좋은 글과 좋은 문장에 대한 아쉬움을 많이 느끼게 된다. 올해의 조경비평상 공모에는 세 명이 응모했고, 예년과 마찬가지로 조경비평 봄의 회원들이 심사를 맡았다. ‘비평’은 일상의 글쓰기와 다르고, 더욱이 ‘조경’이라는 복잡하고 모호한 대상을 비평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라서, ‘조경비평’은 어려운 글쓰기임이 분명해 보인다. 하나의 대상을 보더라도 설계 작업과 설계자, 그것이 구현되는 장소, 장소와 관련된 사회적 맥락,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생각, 이 모든 과정에 개입하는 행정 행위 등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이로 인해 어떤 측면을 겨냥해 가치 판단을 논해야 할지 글을 쓰는 입장에서 난감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글의 완성도나 공모의 수상 여부를 논하기 전에,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조경비평상에 응모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0호(2019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 [이달의 질문] 조경, 그 의미를 담기에 충분한 이름인가?
    얼마 전 지인들과 함께한 독서 모임에서 ‘번역’의 문제를 다룬 책에 대해 토론을 했다. 이 질문 역시 어쩌면 번역의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조경造景’이라는 한자어는 언제부터 이렇게 번역되어 쓰였을까. 요즘 ‘정원’, ‘가드닝’이 뜨면서 조경이라는 말과 뒤섞여 사용되다보니 그 뜻이 더욱 모호해진 것이 사실이다. 덩달아 ‘조경가’, ‘조경 설계’ 같은 말들로도 의미 전달이 잘 안된다. 제법 긴 설명이 필요하다. 명함이나 프로필에 ‘조경건축가’라고 쓴 적이 있다. 딱히 정확한 표현이 아닐지라도 무슨 일을 하시냐는 질문은 좀 뜸해졌다. 번역의 문제인지 용례의 문제인지, 아무튼 이 질문은 현재 진행형이다. 박승진 디자인 스튜디오 loci 소장 영국의 사례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한국조경협회와 상응하는 영국의 단체 이름은 ‘Landscape Institute’다. 영국에서 학과 단위로 독립된 조경학과는 유일하게 셰필드 대학University of Sheffield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학과 이름은 ‘Department of Landscape’다. 이 같은 전문가 단체와 대표 교육 기관 모두 우리의 조경협회, 조경학과와 동일한 의미와 범위를 갖는다. 물론 이들이 “우리 업역을 명확하게”, “학과를 지원하는 수험생들이 쉽게 인지하도록” 등의 이유로 ‘Architecture’를 더한 ‘Landscape Architecture Institute’, ‘Department of Landscape Architecture’로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결과는 협회 회원과 학과 교우회의 압도적 반대로 무산. 왜일까? “결국 우리 업역을 제한하게 될 것이다”, “학제 간 교육이 필요한 우리 학생들에게 ‘조경’만을 가르치라는 말인가?” 등이 다수 의견이었다. ‘조경’이 ‘조경가’의 사고와 신념의 범위를 담기에는 적어도 그들 생각에는 충분하지 못했던 듯하다. 정해준 계명대학교 교수 조경의 이름이 부끄럽다면 그것은 조경이라는 이름으로 행한 일들이 비루했기 때문일 것이며, 조경의 이름이 자랑스럽다면 그것 역시 조경이라는 이름으로 행한 일들이 찬란했기 때문일 것이다. 조경의 이름이 부끄러웠던 적도 있었고 자랑스러웠던 적도 있었다. 조경이 스스로의 의미를 담기에 충분한 이름인지는 모르겠으나, 돌이켜보면 그 이름은 내가 조경의 이름으로 행한 부끄러운 일들과 자랑스러운 일들을 담기에는 충분했다. 김영민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조경의 의미를 담는 이름이 부족하기보다 그 의미를 전달하는 우리가 부족한 게 아닐까? 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조경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하니 누군가 그런 것도 박사가 있냐고 되묻길래 당황한 기억이 있다. 1970년대 ‘Landscape Architecture’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원래 있던 ‘조경’이라는 말을 가져다 썼고, 이 용어가 더 넓은 범위의 토지, 도시, 경관 디자인을 포함하지는 않으니 완벽한 번역어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름이 잘못 지어졌다고 푸념하기엔 한국 조경이 태동한 이후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간 우리 분야의 전문성을 제대로 대중에게 인식시키지 못한 건 아닐까. 조경이란 말이 현재 근사하게 통용되고 있다면, 과연 “조경, 그 의미를 담기에 충분한 이름인가?”라는 고민을 하고 있을까? 이명준 기술사사무소 이수 연구소장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도 꾸밀 수 있다면 충분해지지 않을까. 조경으로 인해 누군가가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면 말이다. 남수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팀장 유물의 형태를 가리키는 말 중에 ‘완盌’이란 단어가 있다. 그릇이나 대접, 주발이라는 용어가 있지만 가장 많이 통용된다. ‘조경造景’은 그 의미를 담기에 모자란 느낌이지만 너무 많이 사용되는 그릇이라고 생각한다. 김충식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 우리가 아는 ‘조경’은 그 의미를 담기에 충분한 이름이다. 그런데 그 의미 있는 이름을 쓰지 않는 조경 분야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원 디자이너’, ‘랜드스케이프 아키텍트’, ‘랜드스케이프 건축가’, ‘경관 건축가’, ‘경관 계획가’, ‘농촌 계획가’, ‘가로 시설 디자이너’, ‘어린이 놀이 전문가’ 등이다. ‘공원 전문가’와 ‘공원 디자이너’는 데뷔를 기다리고 있다. ‘조경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름은 자신을 나타내는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그 이름 ‘조경’이, 그가 하는 일을 한정하고 제한하는 상황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조경’과 우리가 아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 우리가 아는 ‘조경’이 같아지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설명해야 한다. 우리가 ‘공책’을 ‘연필’로 부르자고 설득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 아닐까? 최정민 순천대학교 교수 조경이란 단어가 쓰인 지 40여 년이 지났지만 그 의미는 건설의 조경, 훼손된 경관을 꾸미는 분야로 특정 지어졌다. 조경이란 이름으로 생태 복원에 참여하려 하면 생물, 생태, 환경 공학 분야로부터 배척당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조경은 생태계 기본 원리에 따르기보다 공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기에, 환경 복원 분야에 조경이란 이름으로 참여하면 전문성을 내세우기 곤란하다. 근래 조경이라는 이름에서는 과잉성도 엿보인다. 아파트 조경을 비롯한 대규모 조경 공사에서 시공 초 극적인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 과도한 식재를 한다는 비판이 들린다. 과잉 섭취로 인한 병으로도 사람이 죽는 시대다. 지나치게 높은 밀도로 오히려 경관을 해치고 식물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 홍태식 한국생태복원협회 회장 명명이란 행위는 단순하지 않다.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그저 있기만 할 뿐 인지되지 않았던 대상을 수많은 대상으로부터 선택하고 분리하여 특정한 존재로 불러내는 작업이다. 그렇기에 어떠한 대상에 이름을 붙일 때는 그의 정체성을 온전히 파악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며, 파악한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적확한 개념어를 찾는 일이 이어져야만 한다. ‘조경’이라는 명칭이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는 것은 아마도 이 용어가 지칭하는 행위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그 인식은 본래부터 ‘조경’이란 용어가 실재하는 행위를 온전히 포괄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지난 40여 년간 조경이란 분야가 다루는 영역이 확장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건 ‘조경’이란 이름이 적확한 명칭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이름은 무엇일까?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적절한 이름이 없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조경’이라는 명칭을 계속 사용하기에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인식은 변화의 시작이다. 몇 년 후면 한국 조경도 50돌을 맞는다. 반세기 동안 이어져 온 한국 조경의 지난날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조경’이란 명칭의 적절성에 관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진환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과장 유튜브를 실행한다. ‘조경’을 검색하고, 조회순 정렬을 클릭한다. 가장 위에 위치한 영상의 제목은 “최상의 조경! 강원도 횡성군 별장 전원주택 연수원 매매”. 조회수는 무려 33만이다. 영상은 약 6분 정도 진행되며, 말없이 5,000평 고급 별장의 외부 공간을 살핀다. 뒤로 돌아가 스크롤을 내린다. “래미안의 클래스를 경험하라”는 제목으로 아파트 조경을 홍보하는 여섯 번째 영상과 미국의 건축 평론가 세라 윌리엄스 골드헤이건Sarah Williams Goldhagen의 책『 공간 혁명』을 소개하는 여덟 번째 영상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영상 제목에 ‘주택’과 ‘조경’이 함께 놓인다. 전공자가 기대하는 영상은 스크롤을 한참 내려도 찾기 어려운 걸 보니, 유튜브 세계와 전공자의 머릿속 간극은 꽤 넓어 보인다. 이제 질문에 대답해보자. ‘조경’은 그 의미를 담기에 충분하지 않은 이름이다. 유튜브 안에서도. 이형관 서울시 동대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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