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유청오의 핀테스트]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유청오 (blueophoto@naver.com)
입력 2020-11-30 18:57 수정 2020-11-30 18:57

1.jpg


 

“시민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는데요.”


보통 “저기요”로 시작해서 “어디서 나오셨어요?”로 끝이 나는 이 짧은 문장은 현장에서 사진을 촬영하다보면 자주 듣는 말이다. 불쾌할 새도 없다. 그런데 난데없이 듣지 못한 공손한 말, ‘시민님’이라니. 말을 걸어주는 이의 얼굴에는 난처함이 가득하다. 나도 덕분에 난처해진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개장할 즈음 잡지사 의뢰로 촬영을 갔다. 동대문운동장을 뒤로하고 생겨난 거대하고 신기한 형태 안에는 크기만큼 많은 프로그램들이 한창이었다. 다만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릴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시선을 달리 보고 싶어 사다리를 준비했다. 넓은 공간을 여러 장비를 가지고 이동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면의 공간에 도착했을 때 고백하자면 지친 상태였다. 아주 작은 짜증은 어쩔 수 없었다.



“왜 안 돼요?”


원망하듯 물었다. 야광조끼를 걸친 그 사람의 시선은 사다리에 내려가 있다. 원망스런 눈빛. 나의 투덜대는 말 한마디가 의미 없이 허공에 맴돈다. ‘왜 안 되긴 공공질서를 해치는 일이지’라는 듯하다. 주책스러운 사진사가 되었다. 돌아선 뒤통수가 따갑다. 


공원을 찍는 사람은 늘 곤두서 있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가 없다. 일정한 패턴이 없이 무작위의 사람들이 공간 안에 던져질 때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예측하고 싶은 사진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 있다. 조경공간에서 벌어지는 일 중에서 있었으면 하는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휴게공간에서는 쉬는 장면을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힘껏 노는 장면을 담아야 한다. 산책로에서는 단란한 산책 장면을 담기위해 기다려야 한다.



금지된 사진


꽃밭을 거니는 단란한 중년부부의 손에 잔뜩 꺾은 꽃이 들려있다면 주저하게 된다. 나이 지긋한 노인이 한가롭게 녹지를 걷는 것을 보고 프레임을 잡다가도 손에 호미와 비닐봉지가 들려있다면 섬찟하다. 꽃치마를 입은 작은 아이가 휴대폰을 든 엄마의 호령에 맞춰 가꿔진 화단을 누비고 있는 장면은 외면대상이다. 칼로 그어 놓은 연인의 이름은 낭만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공원을 찍는 사진가는 암묵적인 금기 속에서 촬영을 하는 것이다. 도덕적인 혹은 공공의 득과 실을 구분하는 잣대는 혼자서 그을 수 없다. 다만 사진가는 그것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것을 멈추는 행위로 자책하곤 한다.


여기에서 촬영하라고 하는 소위 ’포토존’을 거부하고 나만의 사진을 찍겠다는 욕구를 무시할 수는 없다. 사람 많은 공간을 피해서 고즈넉한 곳에 텐트나 그늘막을 치고 싶은 욕구를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과해서 문제지. 하긴 정해진 길만을 따라서 걷다가 벤치에 앉아 쉬다가 가라는 것은 드넓은 공원의 쓰임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일 테다.


지난해 서울숲공원에서 축제가 있었다. 그곳에서는 근래 보지 못한 표지판이 서 있었다. ‘들어가시오’ 황화 코스모스 앞에 선 사람들은 그 표지판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다 깔깔대며 표지판이 안내하는 곳으로 향했다.



“들어가래. 여기에서 찍자.”


부정이 긍정으로 변하면서 사람들의 행태도 달라졌다. 물론 들어가지 말라는 곳에 들어가는 사람은 꼭 있다. 그들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긍정적인 표지판 하나로 사람들은 하지 말아야 하는 행위를 할 수 있는 행위의 발견으로 느끼고 있는 듯했다. 


공원은 많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가져온 쓰레기를 주워가고 정해진 곳에서 쉬기를 자청한다. 걷기로 정해진 곳으로 다니고 자전거가 다니는 곳으로 다닌다. 물론 예외도 있다. 공중도덕에 대한 강박에서 슬기롭게 즐기는 방법을 체득해 나가는 것이다. 잔디밭이 펼쳐진 곳에서 자유로이 거닐고 쉬는 외국의 풍경을 보며 그곳에서 함께 쉬고 즐기기 위해 떠나는 일은 이 땅에서도 이미 일어나고 있다. 주어진 공간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금지가 아닌 긍정의 방향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줄 공간이 더욱 필요한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사진가의 입장에서 이처럼 이용자의 긍정적인 이용으로의 변화가 있음에도 사람들이 아직도 머물고 지나는 안락한 공간에 대한 목마름이 느껴지기도 한다. 비좁은 그늘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야 하고 애써 떨어져 있고 싶어도 그렇게 되기 힘든 상황을 발견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주변을 둘러보면 이러한 욕구에 발맞추어 조경관계자들의 노력을 보게 되는데 그들의 재능과 노력만큼의 인식은 상향되지 않은 듯해서 한편으로는 아쉽다. 하물며 조경사진을 찍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다보면 동병상련. 업역의 범주 안에서 노력이야 하겠지만 인식의 개선은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이곳에도 ‘들어가시오’라는 팻말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단순히 건설업의 일환이 아니라 문화적 재산이 될 수 있음을 바라본다. 조경이 ‘여기서 이러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긍정의 에너지를 확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서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감히 주장해본다.

 

3.jpg
간절기 ⓒ유청오

 

 

유청오 / 조경사진가

환경과조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www.lak.co.kr/m/news/view.php?id=10173
채용정보
댓글 (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