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정원일기] 평양과 개성에 정원을 만들다
노회은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팀장 ([email protected])
입력 2021-07-27 19:21
수정 2021-07-2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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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겨울, 청와대에서 ‘어서 와, 봄’이라는 콜라보 기획전이 열렸다. 젊은 작가들과 청와대의 컬래버레이션 전시는 테이프아트, 그래피티, 식물세밀화, 펜드로잉, 한국화까지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이소영 식물세밀화작가의 ‘한반도 식물도감’을 주제로 한국·북한·한반도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식물, 기후변화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식물 등의 작품이 눈에 더 띄었다. 특히 전시에서 선보였던 <검산초롱꽃>은 우리나라에 생체가 전혀 없어 표본과 사진을 보고 그렸는데 묘한 울림이 있었고 가드너도 뭔가 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했다.
2021년 현재 우리나라는 정원문화의 확산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애쓰고 있다. 다양한 행사를 통해 정원문화는 마당까지 다다랐다.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조금 이른 걱정이긴 하지만 정원과 정원문화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클 것으로 보인다.
몇 년 전 서울정원박람회에 초청을 받아 개마고원을 모티브로 정원을 만들었다. 보지 못한 풍경을 상상하며 만든 정원은 여러모로 엉성했다. 하지만 정원을 완성하고 느꼈던 그 뿌듯함은 잊을 수가 없다.
식물은 때때로 인간이 할 수 없는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모감주나무는 고운 나무 말(번영) 만큼이나 참여한 모든 사람들 가슴에 귀한 메시지를 남겼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기념식수처럼 기념정원이 북에도 만들어지길 바라본다. 아직은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급하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일지라도 정원은 분명 더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그 정원에서 더 많은 이야기가 피어날 것이다.
북에서 기른 식물로 대한민국에 조성한 정원, 남에서 기른 식물로 북에 조성한 정원, 남과 북의 정원사가 함께 만드는 정원, 남과 북의 학생들이 함께 만드는 정원, 남과 북의 정원디자이너가 함께 참여하는 국제 정원공모전!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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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은 /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