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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정약용 유적 탐방로’ 입찰자격 논란… 문화재청은 ‘뒷짐’ 전통조경 전문가들 “문화유산·경관 보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인가?” 신유정 ([email protected])
입력 2021-09-16 16:37 수정 2021-09-16 16:37
정약용 유적 보도.jpg
다산초당 정약용 유적 (사진=강진군 제공)



[환경과조경 신유정 기자] 전라남도 강진군이 ‘강진 정약용 유적 탐방로 정비사업’에서 조경공사 내용으로 설계승인을 받고 보수단청으로 입찰자격을 제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자체 소관이라며 선을 긋고 뒷짐을 진 문화재청의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강진군은 지난 7월 21일 ‘강진 정약용 유적 탐방로 정비사업’에 대한 수의계약 입찰을 공고했다. 하지만 전통조경 시공회사 관계자가 ‘문화재수리표준시방서’ 등을 근거로 항의하자 ‘전문문화재수리업(조경업)’으로 다시 공고를 냈다가 종합문화재수리업(보수단청업)체의 항의를 받아 공고를 내렸다.

당시 강진군 재무관은 “발주부서에서 지정문화재가 아니라고 해서 업무협의가 왔다. 확인해 보니 유적이라 문화재종합평가로 가야 할지, 공사 적격심사 기준으로 가야 할지 명확하게 정리를 하고 공고를 올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발주부서의 의견대로 공고를 올리다 보니 업무협의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공고를 내렸다”고 해명했다.

입찰공고에서는 공사내역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어 군 발주부서 관계자에게 과업지시서를 요청했지만 거부했다. 그리고 발주부서 관계자는 “전문문화재수리업(조경업)이냐, 종합문화재수리업(보수단청업)이냐 그 관계는 문화재청과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자세한 답변은 피했다.

그러다 지난 9월 6일 종합문화재수리업(보수단청업)으로 참가자격을 최종 결정해 긴급입찰로 재공고를 냈고, 14일 낙찰자를 선정했다.

공사 대상지는 도암면 다산초당길 68-35에 위치하고 있으며, 공사내용은 탐방로 정비 L=370m, 토공 및 석공사 1식으로만 공고됐다.

이에 본지는 자세한 경위 파악을 위해 문화재청에 ▲‘다산초당 탐방로 정비사업’ 국비 신청서(2019년)와 ▲2019년도 ‘강진 정약용 유적’ 탐방로정비공사 설계승인서를 요청했으나 국비신청서는 받지 못해 정보공개를 요청해놓은 상태다. 해당 공사에는 국비 7억3640만 원, 지방비 3억1560만 원이 투입된다.

문화재청으로부터 제공 받은 ‘2019년도 강진 정약용 유적 탐방로정비공사 설계 조건부 승인’ 문서에 따르면 공사 내용은 ‘문화재수리표준시방서’, ‘조경공사 표준시방서’의 조경공사 내용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설계승인 문서에는 공사내용이 ▲탐방로 잡목 및 삼나무 정비 ▲암반길 및 뿌리길, 마당면토사 유식 부분 복토 ▲일부 야자매트 설치 ▲로프휀스 설치 ▲거친돌배수로 설치 ▲계단 해체 재설치 ▲선물 주변 정비(마당 토사 정비 등) ▲연지 및 수원지 주변 정비 ▲임시 우회도로 정비(야자매트 설치 등)라고 나와 있다.

‘문화재수리표준시방서(2021)’에서 “조경공사라 함은 기반조성, 정자, 화계, 연못, 조산, 포장, 수목식재 및 관리, 괴석 등을 설치”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이 시방에 기재되지 않은 일반적인 사항은 ‘국토교통부 제정 조경 공사표준시방서’에 준한다” 하여 ‘조경공사 표준시방서(2019)’를 보면 “조경포장, 친환경흙포장, 조경포장경계, 부지조성 및 대지조형, 식재, 시설물”이 모두 조경공사에 속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전통조경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공사를 엄연히 문화재청에서 구분해놓은 업역이 존재하는 조경업을 배제한 입찰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그럴거면 전통문화대학교에 전통조경학과는 왜 만들어놓았나? 그들은 졸업을 해서 어디로 가야 하는가? 문화재청 산하 학교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은 심각한 예산 낭비이자 우리 전통문화의 온전한 계승을 방해하는 행위가 아닌가?”라며 강진군의 입찰기준 제시가 적합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문화재청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이번 공사와 관련해선 실측설계에서 조경기술자를 참여시켰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전문가들에 따르면 설계승인을 받은 내용대로 공사를 시행했다가는 나무가 고사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문화재청은 모든 책임을 지자체로 돌리고 있어 문화재 행정 최상위 기관으로서 책임을 방기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강철기 경상대학교 산림환경자원학과 교수는 “탐방로를 정비 시 복토를 하게 될 경우 답압보다 숨을 못 쉬게 돼 오히려 좋지 않다. 이용자의 편리와 수목보호는 항상 상충되는 내용이다”며 설계내용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전통조경 전문가는 “현재 공개된 내용만 봐도 설계가 심히 잘못된 걸 알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을 검토해봐야 할 것으로 보이며, 추후 추가로 입수되는 자료를 통해서 문화유산 및 경관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고 문제제기를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수리기술과는 대변인실을 통해 “문화재수리의 입찰공고는 발주자가 그 입찰참가자격을 종합문화재수리업(보수단청업) 또는 전문문화재수리업(조경업)으로 하였는 바, 그 사실판단에 대해서는 발주자에게 별도로 확인하여야 할 사항으로 판단된다”며 답변 책임을 강진군으로만 돌렸다.

이후 “업역 문제를 넘어 문화재 관련 국내 최상위 감독기관을 통해 문화유산 및 경관 보전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기술자가 참여토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 취지를 재차 문화재청 수리기술과 관계자에게 전화로 직접 설명했으나 여전히 “분업화, 전문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어느 한 사람에게 중점으로 두는 건 불합리함이 따를 수밖에 없다. 발주자 재량 내지 그런 걸 인정해야 한다”며 “국가지방계약법에서도 발주자 재량에 따라 할 수 있도록 규정해야 한다”며 지자체로 책임을 넘겼다.

본지는 문화재청 대변인실을 통해 다른 질의서를 보냈다. 먼저 입찰참가자격 논란을 파악하고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본지에서 두 차례 질문지를 보내고 통화까지 했음에도 “‘입찰 관련 논란’이 구체적으로 무엇에 관한 것인지 명시되어 있지 아니한 바, 질의의 내용을 조금 더 명확히 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황당한 답변을 해왔다.

또한 강진군이 문화재청과 협의를 통해 최종 입찰자격을 정한다고 했기에 사실여부를 묻고자 질문을 했으나 “‘입찰공고 번복’과 ‘최종 긴급입찰’과의 연관성은 긴밀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바, 질의의 의도를 조금 더 명확히 하여 주시기 바란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화재수리등에관한법률 제5조제6항에 따르면 전체 실측설계 중 조경 분야가 100분의 20이상, 예정금액이 500만 원 이상인 경우 조경기술자를 참여시켜 한다. 이에 따라 조경문화재수리기술자가 설계에 참여한 사실을 문화재청에서 확인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우리청은 지방자치단체가 발주 및 계약(착수) 후 우선검토를 거쳐 승인요청한 설계도면을 검토하고 있음, 설계과정에서의 참여자 및 공종별 설계내역의 검토는 지방자치단체 소관에 해당된다”며 국비를 지원한 사업임에도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지자체 소관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예산 승인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묻는 질문에 “우리과(보존정책과)에서는 당시 예산신청서 검토 결과 다산 초당으로 진입하는 구간의 현황이 매우 좋지 못해 이 일대를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적정 예산을 교부했다”며 “예산 신청 당시에는 기본설계 또는 실시설계가 진행되지 않았기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 또는 어떠한 공정이 포함되는지 까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선 “다만 예산 교부의 필요성을 검토할 당시 해당 예산신청서에 명기된 바와 같이 해당 정비공사 시행을 위해서는 탐방로와 그 일대의 수목정비는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다”는 답변을 덧붙였다.

입찰자격 타당성을 묻는 질문에 “현행 ‘문화재수리법’은 각 문화재수리업별로 해당 업종의 업무범위를 규정하는 한편, 기술적으로 분리하기 어려운 복합된 문화재수리는 부대 문화재수리로서 주된 분야의 문화재수리업자가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또한, 현행 ‘지방계약법’은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여 입찰에 부치거나, 계약상대자를 2명 이상으로 하는 공동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현재 해당 사안은 문화재수리업체와 지자체 간 갈등을 넘어 소송으로까지 번질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문화재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적법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합리적인 행정을 수행할 책무를 지는 바, 주어진 책임과 권한에 따라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알려드린다”며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이 사업이 그대로 넘어가면 다른 건도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생각하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국가와 지자체에서 나온 공사는 모두 공고문이 공개돼 있다. 기존 다른 공사들은 제대로 발주가 됐는지, 문화재청 감독이 잘 됐는지를 전수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율진 한국전통조경학회장은 “강진 정약용 유적 탐방로 정비사업을 면밀히 검토해 문화유산 및 경관 훼손이 발생하지 않는 공정하고 타당한 사업 진행을 할 수 있도록 대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강철기 교수 제공.jpg
다산초당으로 올라가는 길. 2011년 1월 26일(아래 좌), 2021년 8월 19일(아래 우). 뿌리의 길 현판(위) ⓒ강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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