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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청오의 핀테스트] 환상속의 그대 유청오 조경사진가 (soulguitar@naver.com)
입력 2020-03-03 17:00 수정 2020-03-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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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진’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촬영과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편집이라는 단순한 순환고리 중에 풀어내는 생각의 실타래다. 작업을 하다보면 문득 없어 보였던 재료가 보이고 명암이 살아날 때, 불현듯 이것저것 환상처럼 생각이 난다.


이런 뜬금없는 생각은 어떤 작업이 끝나고 시작됐다. 찬찬히 결과물을 보고 있자니 CG를 닮아있는 나의 사진이 아닌가. 그래픽과 사진 사이에 의미를 찾자는 것은 아니다. 사진은 마치 환상을 현실로 둔갑시키는 작업일 수도 있다. 더욱 ‘좋아 보이게’ 혹은 ‘예뻐 보이게’ 하는 작업이 현실 속에서 언제까지 유효할 것인가


‘의미’라는 것은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찾아온다. 사물, 인물 등 촬영에서 무엇으로 표현되고 쓰임이 있을지 가늠할 때가 ‘의미’를 찾는 과정이 된다. 대상보다 콘텐츠에 대한 의문이다. 촬영은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관조하듯 찬찬히 혹은 잽싸게 구도를 노출을 잡아내는 과정이다.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긴 고민을 한다. 이미 카메라의 파인더 속에 비친 모습은 있는대로 실제가 아닌 실체를 소화해 내어 허상에 가까워진다.


사진기술보다 설명하기에 가까워지기 위해 실체를 드러내는 작업은 거울 속 나를 뜯어보는 것과 비슷하다. 지극히 빠져들되 자의식에서 벗어나야 하는 투쟁의 과정인 것이다. 결국 거울 속 비친 모습은 원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로 비출 뿐이지만 관점이라는 도구로 새롭게 편집해 나간다.


백지와도 같은 현장은 신기루가 일어나듯 환영을 뿜어낸다. 나는 그저 환상을 향해 나아가 하나씩 보물찾기 하듯 뒤져볼 뿐이다. 있는 그대로의 기록이 되기도 하고 있을 수 있는 무엇을 찾는 작업이 되기도 한다.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슬쩍 가져와 내 것인 양 굴어야 한다. 환영이 실제가 되던지 실제가 환상이 되던지 의미라는 매개가 있을 때 마음 속 잔상으로 살아난다. 촬영자인 나는 미지의 감상자를 영원히 의식하며 모험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내 방식대로 떠들 뿐이다.


광원이 주사(走査, scanning)하는 각자의 환영은 장소를 바꾸어 역시 색을 주사(走査)하는 모니터와 프린터로 재생산 된다. 모니터가 뿜어내는 광원은 본래의 빛을 찾기 위해 떠나는 중요한 수단이다.


사진의 감상은 모바일 기기로 옮겨가고 있다. 언젠가는 웨어러블 기기로 있는 것보다 현실적인 모습으로 눈앞에 재탄생 할 지도 모른다. 착시라는 것을 인지하기도 전에 실제와 같은 모습으로 실제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는 시대가 오지 말란 법은 없다.


경관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미 증강현실이 유행하고 있고 실제를 더욱 실제처럼 변화시킬 수 있는 시대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매혹적인 외모를 갖게 된다. 경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때가 되면 환상을 보여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은 현실을 보완하는 촉매제로 때로는 기록과 감상의 도구로 이용되는 것도 유의미 할지 모른다. 반영은 원상보다 흐릿하기 마련이다. 의미를 찾기 위해 오늘도 빛을 찾아 떠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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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地文 ⓒ유청오

 

유청오 / 조경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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