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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린 감사해야 한다 조경 분야에 종사한 지 49년이다. 속된 말로 조경 밥을 반백 년 먹었다. 1973년 3월 1일 조경학과에 입학했으니 조경 밥, 참 많이도 먹었다. 운이 좋았다. 건축가이신 아버님과 형님의 권유 덕분에 당시 조경학이라는, 최신의, 따끈따끈한 신학문을 접할 수 있었고 늘 조경계에서 앞서가는 사람으로서 혜택을 누려왔다. 나뿐만이 아니다. 당시 조경 전공자들은 빠르면 20대 후반, 30대의 젊은 나이에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2년 과정의 석사학위를 마치면 대학 교수가 될 수 있었다. 조경학과의 만남 덕분에 해외 유학도 떠났다. 기성 학문에서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사회적 특혜였다. 졸업하면 거의 100% 취업도 되고, 조경기술사 자격증만 따면 쉽게 기업 임원이 될 수 있었다. 젊은 나이에 수억 원대 고액 연봉을 받는 임원으로 채용되기도 했다. 뜻 있는 조경가들은 시공이든 엔지니어링이든 창업해서 쉬이 기업의 사장, 대표이사가 됐다. 한국종합조경공사까지 설립되어 조경 분야를 이끌어 갔다. 서울시를 비롯해 한국도로공사, 산업기지개발공사, 한국관광공사, 한국공항공사 등 지방정부, 공기업에 요원의 불길처럼 조경조직이 창설됐다. 후일 대부분 고위직에 올랐다. 대학들은 앞다투어 조경학과를 개설했다. 조경학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격 전공 분야로 유명세를 탔고, 인접 타 분야의 시샘 속에 맹위를 떨쳤다. 지금은 좀 그렇지만… 어쨌든 그렇게 오늘에 이르렀다. 현재까지 시공·설계·엔지니어링·감리 등 다양한 섹터에서 조경 밥을 먹는 사람들의 수는 수십만 명에 이른다. 되돌아보면 우리 조경가들은 감사해야 한다. 조경에 감사해야 한다. 정확하게는 조경의 탄생에 감사해야 한다. 올해가 한국조경 50년이 되는 해라는데, 우린 무엇보다 한국조경의 탄생에 먼저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조경이 태어나도록 애쓴 한국조경 창설의 주역들, 아버지·어머니 역할을 수행한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 오늘날의 한국조경은 그분들 덕분에 태어났다. 그게 한국조경 역사의 뿌리다. B-Day는 Birthday의 이니셜 50년 전인 1972년 4월 18일은 한국에 ‘조경’이란 전공 분야의 이름이 공식적으로 등장하고 논의된 날, 조경 탄생의 날, 바로 한국조경의 생일이 되는 날이다. 한 국가의 대통령(박정희)이 청와대에서 ‘조경에 대한 세미나’ 개최를 주최한 것이다. 대박이다. 대통령 비서실 서열 1위인 ‘경제제1수석비서관실’에서 주관하고, 건설부, 산림청, 문화재관리국 등 정부기관 고위 공무원과 도로공사 등 공기업 고위직이 참여했다. 서울대, 영남대, 홍익대 등 대학에서 도시계획, 원예학, 임학, 건축학, 토목학, 미학 등 내로라하는 전문 분야 교수들이 참여해서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이 조경의 개념과 범위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했다. 경제제1수석비서관(정소영)이 좌장을 맡아 발표와 토론을 주도했다.(한국환경조경발전재단 발행, ‘한국조경의 도입과 발전 그리고 비전’ 부록 참조) 이 세미나 개최는 곧이어 대통령 비서실에 ‘조경담당비서관’을 임명(1972년 5월 10일)하기 위한 전초전이었다. 또한 향후 국토개발 시대 한국에 조경학을 육성시키겠다는 대통령의 전략적 실천의 출발이었다.(기문당 발행, ‘한국 현대조경 태동의 역사’ 참조) 대통령 박정희는 왜, 어떻게 조경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또 조경학을 창설하게 되었을까? 우선 그는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열렬한 자연애호가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는 대통령 재직 중 공원법, 환경보전기본법 등 제정, 개발제한구역 지정, 국립공원 지정, 산림녹화운동 전개 및 산림청 창설, 자연보호헌장 제정 및 자연보호운동 전개, 새마을운동을 통한 마을녹화사업, 자연보호백서 발간 등 자연보전과 관련된 일련의 정책·제도들을 굵직굵직하게 추진하였다. 그의 사후, 산림녹화와 관련하여 임학계에서는 그의 공적을 기리기 위한 조각상을 광릉수목원 내에 건립하였다. 대통령기록실에 보관된 대통령 지시 및 이행보고 공문 자료를 보면 조경학 세미나 개최 이전인 1961~1972년 3월까지 그는 수목 식재, 꽃·잔디 식재, 경관·수목 보존, 보식 등 자연보호 및 환경보전 관련 지시를 수시로 했고, 직접 스케치를 통해 관련 개념을 지시한 것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정책과 제도에서 또 구체적 사업 지도에서 보여주듯 그의 몸속에는 자연애호 관련 DNA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자연애호 DNA가 조경학을 창설하는 방향으로 발현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사회·환경에 노출되어야 한다. 그 당시 제1~2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에 의해 추진된 국가 산업화와 국토개발사업의 추진, 1971년 여름 재미 조경가 오휘영 씨와의 우연한 만남이 조경학 창설의 배경으로 작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한국조경의 창설은 그가 태생적으로 품고 있던 자연애호 DNA가 이 두 가지 외부적 우연의 사회·환경을 만나면서 ‘한국조경 창설’이라는 표현형(Phenotype)으로 발현되어 한국조경 시작의 역사를 만들어 내게 된다. 오휘영 씨는 1972년 5월 10일 조경담당비서관으로 임명돼, 이후 조경학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여기에 대해서는 후일 구체적으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우린 기억하고, 기념해야 한다 누구나 자신의 생일을 기억하고 기념하고, 그날에 자신을 낳아주신 부모님의 은공을 기리는 것은 인지상정이고 동시에 상식이다. 그렇듯이 우리 조경인 또한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한국조경의 B-Day, 그날을 있게 한 한국조경 창설자들의 은공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필자의 졸저에 따르면 조경 창설자들이 그렸던 조경 분야의 비전은 실로 담대했다. 단순한 공원의 범주에 머물지 않고 국토와 도시의 공간과 도로 등 각종 인프라를 대상으로 한 국토경관과 환경을 포괄적으로 계획·설계·시공하는 막강한 분야였다. 이런 비전과 의지가 담긴 대통령의 지시 글이 1973년 10월 한국조경학회지 창간호 속표지에 잘 실려 있다. “국토를 잘 보전하자! 이 땅은 조상들의 뼈가 묻혀있고 묻혀야 할 땅이며, 우리의 자손만대가 지켜나가야 할 삶의 보금자리기 때문에… (중략).” 1974년 조경 분야의 법적 효시가 건설업법에 특수건설업으로 규정해 둔 배경과 이유가 바로 이런 비전에서 비롯된 것임을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초심이 무엇이었던가를 되돌아보는 것은 미래로 향하기 위한 기준점을 잡는 것이 된다. 그렇듯이 오늘 한국조경 창설의 B-Day는 그날의 담대한 조경 비전을 기억하고, 되돌아보고, 또 기념을 통해 앞날의 비전을 살펴야 하는 날이다. 더구나 반백 년이 되는 한국조경 50년의 큰 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오늘은 우리 모두 다 같이 크게 자축하고, 한국조경 창설자들의 앞선 발자취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되새기는 특별한 날이 되었으면 한다. 오늘은 한국조경 창설이 시작된 날, 한국조경의 역사적 기념일(Memorial Day)이다. 조세환 / 환경조경발전재단 고문, 한국조경학회 고문, 한국조경협회 고문,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명예교수
    • 조세환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 2022-04-18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역사적으로 어느 시대에나 그 시대를 대표하는 시대정신이 있다. 원래는 문화적인 의미에서 쓰여왔으나 특정 시대를 아우르는 정신자세나 태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생존과 조화” 아닐까 한다. 기후위기로 인해 인류와 다른 종들의 생존까지 위협을 받고 있으며, 이 위기를 극복해야만 지구에 조화로운 평화가 찾아와 모든 생명체들이 잘 어우러져 살 수 있을 것이다. 불과 수십 년 전에는 모르던 생소한 단어들이 우리에게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기후위기, 탄소중립, 생물다양성, 리질리언스, 지속가능성, 보전생물학, 복원생태학, 생태발자국, 자연기반해법, 지속가능, 비오톱, 윤리적소비 등이고 그것들의 해법이나 실천 등이 우리의 생존과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됐다. 이런 위기 시대에 조경은 마땅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조경은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그 중요성이 증가돼 왔다. 즉 도시열섬현상, 미세먼지, 생물다양성 문제들이 우리들에게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왔고 조경의 역할은 그 문제들에 대한 필수적 해결을 담당하는 것으로 그 중요성이 더해졌다. 하지만 아직 우리 조경인의 인식조차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니 조경이 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아직 요원한 일로 보인다. 법안, 아직도 조경관련법은 독립법이 아닌 건축법의 한 조항에 속해 있고 조경기준, 관련 조례 등도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조경의 생태환경적 중요성은 우리의 건강한 삶과 더불어 사는 문제와 밀접한데 조경 의무면적은 이해관계에 따라 오히려 줄어왔다. 공장, 주차건물 등이 온실가스의 주된 배출원인데도 불구하고 조경의무면적이 없거나 터무니없이 낮게 제도화돼 있다. 거꾸로 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눈앞에 전쟁이 발발했는데 낡은 옷을 입고 소총을 들고 방탄복과 신무기로 무장한 적들과 싸워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조경이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해서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조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아직도 조경은 건축법에 의해 억지로 해야만 하는 귀찮은 법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일반 건축주의 인식이나 시공사의 인식이 존재한다. 조경의 중요성을 이해 못 하는 것이 원인의 하나라고 판단된다. 조경은 이제 미관을 향상시키는 단순한 역할을 넘어서서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도시의 환경적문제를 해결하고,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조경으로 인해 건물의 가치가 상승하고 분양이나 임대가 용이하다는 장점들이 있어 비용 대비 효과가 있다는 것도 알려야 한다. 또한 기존의 잘못된 법·제도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재 건축법안에 있는 조항들은 건축주의 요구상황에 따라 기준이 완화돼 왔다. 그런 이유로 몇 번에 걸쳐 의무면적이 줄어드는 결과가 생겼다. 도시열섬현상과 탄소발생의 주된 원인은 건물이다. 건물이 도시온실가스의 68%가량을 배출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원인자부담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강화된 조경면적을 확보해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모두의 이익이라는 사실을 더 적극적으로 알려 필요한 법·제도 개선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국토교통부의 ‘조경기준’도 현실에 맞게 개정돼야 한다. 법이 너무 촘촘한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법을 유리하게만 적용시켜 준공만 끝나면 방치되도록 하는 조경관련법은 분명 바뀌어야 한다. 준공한 후 방치돼 제 역할을 못하는 지금의 현실을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김진수 / 랜드아키생태조경태표, 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 부회장
  • 녹색의 지구 평화, 식물이 답이다 식목일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했던 추억이 있다.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 손을 잡고 남산이나 어린이대공원에 가서 나무를 보는 하루였고, 성인이 돼서는 서울그린트러스트 회원으로 서울숲을 지켜가는 시민활동에 참여해 딸과 함께 나무를 심었다. 올해 식목일은 가상의 숲에 가상의 나무 1그루를 심으면 산불피해 지역에 실제 나무 2그루를 심는 산림복구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한 그루 나무를 심어서 지구를 살리자는 운동에서 친환경 가치 소비를 실천하는 운동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느낀다.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들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친환경 원단을 사용해 방수, 방풍, 투습 기능이 뛰어난 의류펀딩에 참여해 지구를 살리고자 한다. 이는 코로나로 배달 수요가 증가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15% 급증하고 하루 평균 848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다. 또한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먹고 괴로워 하는 돌고래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사려한다. 4월에는 뜨거워지는 지구를 살리려는 지구인들에게, 자신을 치유하고 세상을 치유하는 녹색 처방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최근에 당근마켓을 이용해 입지 않은 옷은 나누고 필요한 의자는 나눔을 받아, 그 의자에 앉아 ‘부암동’의 힐링 숲과 ‘백사실계곡’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게 됐다. 이것은 지구에 봉사하는 느낌으로 되팔기 문화를 실천하는 ‘레스 웨이스트(Less Waste)’의 한 방법이다. ‘레스 웨이스트(Less Waste)’란 제로 웨이스트보다 가벼운 개념으로 지구를 살리는 완벽한 방법은 아니더라도 새 제품 대신 중고를 사용함으로써 쓰레기를 줄이며, 환경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실천 가능한 지구를 살리는 운동을 뜻한다. 실제로 실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작은 실천을 할 수 있음에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식물은 사람 없이 살아도 사람은 식물 없이 살 수 없다 식물은 사람 없이 살 수 있어도 사람은 식물 없이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간단한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다. 완전히 밀폐된 공간에 촛불과 동물을 함께 넣으면 촛불은 꺼지고 동물도 곧 죽는다. 산소는 사라지고 이산화탄소가 가득 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공간에 식물을 넣어 놓으면 동물은 죽지 않는다. 왜일까? 그 이유는 식물에서 나온 산소가 동물을 호흡하게 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의 호흡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광합성에 활용돼 식물과 동물은 서로 생명을 유지하게 된다. 이 뿐만 아니라 식물은 동물이나 실내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제거해 실내공기를 정화함으로써 밀폐된 공간에서 생명체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흥미롭게도 미우주항공국(NASA)은 1989년 우주 공간에서 생명을 유지해주는 생명유지시스템(life support system)의 근본적 원리와 실내에서 생존 가능한 동시에 공기를 정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공기정화 식물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 데이비스대학 연구진이 뼈 생성 물질이 함유된 유전자 이식 상추를 개발하고 우주에서 길러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미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상추 재배에 성공했다. 2030년 이후 미래 세계는 외부의 오염으로 식물을 길러 먹을 수 없게 되고 실내에서 재배기를 이용하거나 수직정원시스템을 설치해 채소를 먹게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연구에 따르면 효과적인 공기정화를 위한 화분 개수는 평균적으로는 3.3㎡(1평)당 1개 정도다. 구체적으로 20㎡(6평) 크기의 거실을 기준으로 식물 크기가 작은 식물로는 초장 30㎝이하의 식물이 10개, 초장 100㎝ 이상으로 큰 식물은 3개, 초장 30~100㎝의 중간크기의 식물은 7개가 있어야 실내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학교 교실에서의 공기정화를 위한 식물의 개수는 교실(반당 실면적의 기준은 66㎡ 이상) 교실당 36개 정도의 화분이 필요하다. 가정이나 학교 사무실에서 미세먼지와 공기오염을 막기 위해 공기청정기를 늘리고 있으나, 미세먼지를 없애려면 창문을 닫고 외부공기를 차단해 밀폐된 상태에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데 이때 나타나는 이산화탄소의 증가를 막을 방법이 없다.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동시에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실내에 식물을 늘리는 것이다.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해 실내공기를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천연 공기청정기 역할을 한다. 식물은 공기 중의 각종 오염물질인 미세먼지와 휘발성유기화합물을 흡수하여 양분으로 사용하고 일부는 뿌리로 이동시켜 토양 내 미생물의 영양원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환경 생태적 순환을 하게 한다. 새집증후군의 주요인자 포름알데히드는 식물의 잎에 흡수돼 에스-포미글루타치온에 의해 포름산으로 전환되고 다시 이산화탄소가 돼 광합성 과정을 통해 당, 유기산 등으로 무독화 된다. 포름알데히드 제거 능력은 고비와 같은 양치류가 가장 우수하다. 그린스마트스쿨, 방과 후 센터까지 식물치유의 시대 강북구 인수동 단독주택 1층에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삼삼오오 들어오고 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키움센터의 안락한 놀이 공간으로 들어오는 모습이다. 이곳은 우리동네키움센터 강북2호점이다. 오늘은 ‘자연과 만나는 추억 만들기’ 수업이 있는 날이라 기대감을 가지고 모여들고 있다. ‘야자’, ‘스킨답서스’ 귓속말로 식물의 이름을 전달하며 집중하는 아이들의 입이 종달새의 입처럼 작고 예쁘기가 그지없다. 소중한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 본다. 7명이 하기로 한 수업에 20명이 모였다. 신나게 노는 공간의 공기를 맑게 하는 식물 심기와 36개의 식물을 벽면에 설치하는 산소정원만들기에 힘을 모았다. 살아있는 식물을 보고 만지며 생명의 소중함을 지키고 지구를 살리는 작지만 실천 가능한 일을 배워갈 것이다. 사단법인 ‘꿈의아이들’과 함께 미래 사회의 주인공 환경생태 지킴이를 양성하기 위해, 환경과 건강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식물생태프로그램을 놀이 중심의 활동 콘텐츠(PBL, Project Based Learning) 매뉴얼로 안착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8주간의 프로그램을 통해 주니어환경생태지킴이 백서를 만들고 유튜브 활동을 이어 갈 것이다. 2020년부터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공간혁신 사업과 환경에 관한 문제를 바르게 인식하고 환경보전을 위한 생활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환경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과 환경생태교육을 고려한 그린학교 실현을 기대해본다. 참살이(authenticity)를 실현할 수 있는 작지만 모이면 큰 힘이 되는 그것은? 미세먼지 해결사 ‘스파티필름’을 길러보자.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서는 ‘코로나19’ 우울감 해소와 실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공기정화식물로 스파티필름을 소개했다. 스파티필름은 공기정화능력이 최고인 실내식물로 꼽고 있다. 열대지방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윤기 있고 싱싱한 녹색 잎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실내에서 꽃을 피우는 몇 안 되는 관엽식물이다. 스파티필름은 실내의 오염된 공기인 산화탄소, 이산화황이나 암모니아와 미세먼지는 식물의 잎 앞면 끈끈한 왁스 층에 달라붙거나 잎의 뒷면 기공 속으로 흡수된다. 이렇게 흡수된 오염물질은 식물 내부에서 뿌리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때 물이 기공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 증산작용으로 대기압보다 압력이 낮아지는 부압이 발생한다. 이 부압에 의해 공기 중의 오염물질이 토양에 달라붙게 되고, 이후 미생물에 의해 제거돼 무독하게 된다. 자연에서 미생물은 여러 가지 형태로 식물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와준다. 뿌리로 물을 빨아들인 뒤 잎을 통해 물을 증발시키는 순환과정을 통해 주변의 열을 낮춘다. 스파티필름 잎에 빛을 더 늘리면 광합성 속도가 증가해 제거능력이 높아지고, 호흡과정을 통해 공기 중 산소를 공급한다. 화분에 실내 오염물질을 자주 처리할수록 근권부에 관련 미생물이 증가해 제거능력이 우수해진다. 스파티필름의 관리법을 알기 위해 은밀하고 위대한 식물의 감각법, 식물은 어떻게 세상을 느끼고 기억할까에 대해 대니얼 샤모비츠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식물은 빛을 보고 냄새를 맡는다. 식물은 맛을 보고 소리를 듣는다. 식물은 자기 위치를 알고 과거를 기억한다. 살아있는 생명체인 식물을 바라보고 소리를 듣고 사랑을 주는 것, 작은 실천의 첫걸음이다.” 臣聞 積羽沈舟 群輕折軸 衆口鑠金(적우침주 군경절축 중구삭금)! 가벼운 깃털도 쌓이고 쌓이면 배를 가라앉히고, 민중이 입을 모아 외치면 쇠도 녹인다는 말처럼, 녹색식물 하나를 기르며 작지만 큰 힘이 되는 실천을 해가길 권한다. 김미영 / 렛그린 미래식물산업연구소 부소장
  • 세종 길가의 백목련이 개화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방문했던 순천만국가정원의 백목련은 이미 절정을 지나고 있었다. 봄에 피는 꽃 중에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하는 꽃, 그래서 눈에도 잘 띈다. 그런 목련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 속 엘제아르 부피에를 닮은 사람, 천리포수목원 설립자 고 민병갈 원장이다.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은 프랑스의 프로방스를 배경으로 한다. 작품 주인공은 알프스 여행을 하다가 부피에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부피에는 양을 치며, 황량한 베르뇽 지역을 되살리기 위해 나무를 심고 있었다. 주인공은 부피에와 작별한 뒤 집으로 돌아오고, 이후 제1차 세계대전에 군인으로 참전하게 된다. 전쟁이 끝난 뒤 다시 부피에를 찾는다. 다시 만난 부피에는 여전히 나무를 심고 있었고, 양들이 묘목을 해칠까 봐 양치기일은 그만둔 상태였다. 그 대신에 양봉 일을 하고 있었다. 40년의 세월이 흐른 후 황량한 지역은 아름다운 숲으로 변화하게 됐다. 숲이 만들어지자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고, 정부에서도 특이한 자연현상이라며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같은 변화가 부피에의 헌신 때문이란 것을 몰랐던 정부는 단순한 자연현상으로만 해석했고, 사람들도 부피에 덕에 지금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주인공은 산림전문가로 일하는 친구에게 부피에의 헌신적인 노력을 알렸고, 이후 이 친구도 숲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한다. 세월이 흘러 주인공은 주기적으로 베르뇽 마을과 부피에를 찾는다. 이후 1947년 부피에가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짧은 소설이지만 식물을 가까이 하는 직업이다 보니, 어떤 글보다 감동적으로 읽었다. 다만 부피에가 소설 속의 인물이라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 같은 삶을 살아온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이방인, 끝내 한국인이 되고 한국에 남은 사람, 민병갈 원장처럼 실존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된다. 그는 어떻게 수목원을 시작하게 됐을까. 왜 천리포였을까. 그리고 다른 식물들보다 목련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민병갈 원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태생으로 한국에는 제2차 세계대전에 일본군 포로 통역장교로 오게 된다. 이후 한국에 머무르면서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한국 사람의 순수함에 반해 전역 후 다시 한국을 찾았다. 본격적인 한국 정착의 계기는 한국은행 고문 일을 맡게 되면서부터였다. 천리포와의 인연은 송인상 한국은행 이사의 만리포 별장에 친구들과 가족이 놀러오면서부터 시작됐다. 천리포에 기거하는 이웃 노인이 민병갈 원장에게 땅을 사달라고 요청해, 땅보다 돈이 필요한 노인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땅을 매입하게 됐다. 이러한 지속된 요청에 1975년 땅이 15만 평으로 불어났다. 이 땅은 민병갈 원장의 또 다른 고민거리였다. 민병갈 원장이 수목원을 조성하게 된 계기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산행을 하며 보았던 사찰림에 반해 나무를 잘 보호하면 민둥산도 아름다운 산으로 조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 두 번째는 영국에서 발행한 세계 수목원과 관련된 잡지를 보다 북한의 평양에 교육용 수목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남한에도 괜찮은 수목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다. 나무를 심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한 친구의 전화와 그가 보낸 트럭 한 대에서부터 시작됐다. 친구는 매입한 땅에 나무를 심으라고 권유하며 직접 나무를 보내 줬다. 트럭에는 홍릉의 임업시험장에서 보낸 물푸레나무, 둥근잎다정큼나무, 마가목, 피라칸사, 쥐똥나무, 개살구나무 등 여섯 종류의 나무가 500여 그루 실려 있었다. 그 나무를 심으며 막연하게 수목원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날이 천리포수목원의 공식적인 첫 번째 식목행사다. 천리포수목원하면 많은 사람들이 목련을 떠올린다. 실제로 천리포수목원은 전 세계에서 목련을 가장 많이 보유한 수목원으로 800종류 이상의 목련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목련을 가질 수 있었을까? 민병갈 원장이 처음부터 계획하고 목련을 수집한 것은 아니었다. 수목원을 시작하면서 많은 식물을 도입해 심었는데, 다른 식물들에 비해 목련이 탈 없이 잘 자랐다고 한다. 천리포수목원의 식물도입 기록을 보면 다른 식물보다 목련이 많이 수집됐고, 지금은 천리포수목원을 대표하는 나무가 됐다. 천리포수목원 조성 초기에는 식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도입해 많은 식물을 고사시키기도 했다. 민병갈 원장은 식물도 종류에 따라 자랄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 충족돼야 자란다는 사실을 깨닫고 50살이 넘어서 나무와 식물에 대한 공부를 하며 수목원을 정성으로 가꾸게 된다. 그가 식물 공부에 얼마나 열성적이었는지는 지난해 설립된 도서관에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는 생전 결혼을 하지 않았는데, 왜 결혼하지 않았냐고 물으면 나무와 결혼했다고 답했다. 그가 천리포수목원에 심은 나무가 고사하는 모습을 볼 때 어떤 마음을 가졌을지,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을지, 나무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지금 거리의 가로수들이 초록잎을 내밀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고사한 가지들이 많다. 나무를 심는 일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닐진대 왜 죽어갈까. 지난해 어느 지자체에서 가로수 정비를 한다며 중장비를 동원해 나무를 부러뜨렸다는 기사를 접했다. 톱으로 자른 것도 아닌 무자비하게 부러뜨린 광경을 보며 잔인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물론 어떤 문제가 있어서라고는 생각되지만 나무를 대하는 마음이 아쉬웠다. 지금 현실에 있어 나무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너무도 소중한 생명이며, 미세먼지·온실가스 등 환경적 피해로부터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에 큰 산불이 나 수많은 나무들이 사라졌다. 그 나무들이 흡수하던 해로운 물질은 어떻게 해야 할까? 주변의 나무들이 소중한 이유다. 식목일이라 많은 나무를 심고 가꾸겠지만 잘 자라도록 보살피는 것 또한 나무를 심는 것 만큼 중요한 일이다. 부피에와 민병갈 원장이 그랬던 것처럼 나무를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한다. 나무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 생태를 이해하고 끊임없이 돌보는 것이리라. 이번 식목일은 그동안 심었던 나무를 돌아보는 식목일이 되길 바란다. 남수환/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
    •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email protected]
    • 2022-04-07
  • 화마가 휩쓸고 간 울진의 산림은 처참했다. 그곳에 터를 잡고 평생을 살아온 주민들에 어떠한 위로도 해 줄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울진 대형산불 이후 정부와 언론, 환경과 산림관련 전문가들이 이 산불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미국 캘리포니아나 호주와 같이 대형산불의 위험에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더 심해질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이 ‘기후위기’에서 우리 국토를 지켜줄 안전장치로 숲가꾸기를 더 열심히, 임도를 더 많이, 대형 헬기를 더 많이, 첨단 진화시스템을 더 획기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엄청난 세금을 쏟아붓자는 주장이다. 그런데, 아무도 그들에게 묻지 않는다. 과연 그런 장비를 확보하면, 그 사업을 진행하면 우리나라는 산불위험으로부터 안전해지는가를 말이다. 역으로 물어보자. 산불이 점점 잦아지고 대형화되는 동안 숲가꾸기를 안 했는지, 임도를 줄였는지, 아니면 소방헬기를 포함한 진화시스템을 추가로 배치하거나 개발하지 않았는지를 말이다. 그렇지는 않다. 우리나라는 큰 산불이 날 때마다 계속적으로 산에서 숲가꾸기를 진행했고, 임도를 늘려왔으며, 산불진화용 헬기를 더 많이 도입해 운용했다. 그런데도 왜 산불은 점점 더 커질까?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최소한 조금이라도 줄었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나라에 산불이 잦아지고 대형화되는 것은 과연 기후변화 때문인가? 정부가, 언론이 그렇다고 하니 그런 것인가? 기후변화로 겨울 가뭄이 길어지니 숲이 건조해져 예전보다 더 큰불이 난 것이라고들 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의 사례를 들어 우리도 가까운 미래에 더 큰 산불이 날 것이라 목소리를 높인다. 그리고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하지 않으면 재앙을 맞을 것이라 경고한다. 쉽게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나라와 인접한 국가들의 산불 발생 추이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급속히 악화되는 기후위기에 의해 산불이 많아지고 그 피해도 커지니, 일본과 중국도 정도는 다르겠지만 산불피해 증가는 당연해 보인다. 일본 산림청에서 발표한 1947년부터 2019년까지의 연도별 산불발생건수가 아래 그래프다. 산불이 연간 가장 많이 발생한 시기는 1970년대 중반으로 연간 8000건을 넘었다. 이 시기까지는 산불이 빠르게 증가했지만, ‘기후위기’와는 거리가 먼 시절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던 산불이 198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급속도로 줄어들었고, 최근에는 1000건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까지 줄었다. 무려 80%가 넘게 줄어든 것이다. 중국 산불피해면적을 인공위성영상을 활용해 분석한 논문을 살펴보았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4년 동안의 산불피해면적은 급격히 줄었다. 일본과 같은 패턴이다.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이에 있고, 기후변화의 흐름도 가장 유사한 나라가 이들 일본과 중국일 것이다. 그런데 왜 두 나라와는 정반대의 산불발생 추이를 보이고 있을까? 과연 기후변화는 동북아시아에서 우리나라에만 온 것일까? 아니면 일본과 중국은 산불예방을 정말 잘하고 우리만 못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달, 학술지 ‘Nature’에 산불위험도의 현재와 미래를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지구의 기후특성을 면밀히 분석해 작성한 이 연구에 의하면, 분명 지구는 앞으로 다가올 기후위기에 의해 산불위험이 더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불위험도는 현재에도,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60년 후의 먼 미래에도 세계에서 산불에 가장 안전한 지역 중 한 곳으로 분류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기후위기에 의한 산불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안전한 나라이다. 여기에 더해 이웃나라 산불발생 추이를 살펴볼 때,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증가하는 산불 원인은 기후위기보다는 다른 요인이라는 것이 훨씬 합리적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원인은 무엇일까? 일본과 중국은 하면서 우리는 하지 않는 것, 혹은 반대로 일본과 중국은 하지 않는 것을 우리는 하는 어떤 것이 있지 않겠나? 우리나라는 1990년 가까이 돼서야 빠르게 시골로 석유보일러가 도입됐다. 아주 짧은 기간에 보일러가 들어가게 되는데, 그 이전까지는 대부분 나무로 난방을 했다. 주변의 산에서 땔감을 구해와 겨울을 춥지 않게 보낸 것이다. 불과 30여 년 전에 일어난 일이다.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 소나무는 바짝 마르지 않는 이상 때지 않는다. 송진이 많아 구들이나 굴뚝이 막힐 염려가 크기 때문이다. 집안의 벽난로도, 야외에서 사용하는 캠핑장의 작은 화목난로도 마르지 않은 소나무는 사용하지 않는다. 당연히 산에서 소나무만 남기고 활엽수를 땔감으로 수확했다. 우리 산에 소나무가 많이 남은 이유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일본의 에너지전환은 우리보다 10년 정도 앞선, 1980년 즈음에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1990년에 들어서야, 우리나라 산에는 산불에 강한 활엽수가 소나무 아래에서 자라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맞이한 IMF가 산불에 강한 숲으로의 전환을 막았다. 공공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숲가꾸기’로 소나무림 아래에서 힘차게 자라던 어린 활엽수들이 베어졌다. 숲가꾸기는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돼 현재까지 국토 모든 산림 면적을 훌쩍 넘는 규모로 진행됐다. 자연공원과 상대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고지대 산림은 대부분 숲가꾸기사업을 안 했으니, 마을이나 도시 주변 산림은 이 기간동안 최소한 2~3회 정도 숲가꾸기가 진행된 것으로 보면 적정하겠다. 척박한 숲에서 자란 소나무가 토양에 양분을 만들고, 다소 습한 참나무 중심의 활엽수림으로 변화하려던 과정을 막은 것이다. 산불발생 추이의 차이는 여기서 찾아야만 할 것이다. 홍석환 /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증가하는 여성의 부 “사람들은 그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법이지.” 작가 하퍼 리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특별한 상황에 두 눈을 감아버린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인해 변화하는 일들을 받아들이는 것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인다. 익숙했던 일들은 빠르게 사라지고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 마우로 기옌의 ‘2030 축의 전환’은 중장년 여성들에게 익숙하지 않고 미숙한 기술 앞에서 당황스러워 하는 여성들에게 끝이 아닌 시작이며 수많은 기회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2030년 미래 세계에 중장년 여성들의 아름다운 삶은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은 변화하고 있고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더 많은 교육의 기회를 얻고 있고 사회적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또한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여성 백만장자가 더 많아질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코로나블루로 인한 여성의 자살률이 2020년 이후 증가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남성보다 여성의 자살률이 늘고 있다. 코로나 위기가 잠잠해진 뒤 경제·사회적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의 극단적 선택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나 또한 변화하지 않으면 살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변화의 물결을 보며 당황하고 있을 중장년 여성들에게 식물과 함께 내적인 힘을 스스로 길러 내는 치유의 과정, 녹색 처방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수직정원이 미래도시를 살린다 도시의 면적은 전 세계 토지의 1%에 불과하다. 그런데 전 세계 인구의 55%가 도시에 산다. 세계 도시들은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2030년 이후 미래시대에도 도시로 인구가 밀집되는 도시지향적인 생활패턴이 꾸준히 지속될 것이다. 대도시의 탄생은 탄소가스 배출과 기후변화, 물 부족 현상을 심화시킨다. 전체 탄소가스 중 8%는 도시에서 배출되고 있다. 2019년 유엔의 보고서를 담당한 데브라 로버츠의 예측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멈추지 않으면 100만 가지 이상의 식물과 동물이 멸종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평적 사고로 세상을 치유하는 16세 소녀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2019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서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대규모 멸종의 시작을 앞두고 있는데 당신은 돈과 영원한 경제 성장이라는 꾸며낸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당신들은 빈말로 내 어린 시절과 내 꿈을 앗아 갔어요”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MZ 세대에는 툰베리와 같은 환경생태 여성 활동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MZ 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며, 미래 세대를 지키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탄소가스 배출량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 ‘완전한 0%’로 만드는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16세 소녀도 환경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중장년 여성들도 수평적 사고를 통해 식물을 도시로 이끌어 환경친화적 도시로 만들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미세먼지와 온난화로 인한 혼란들의 최대 피해자는 여성과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수직으로 식물을 2층 이상의 건물 벽에 설치하고 정원을 만들어 녹색공간으로 만드는 세상, 공기정화식물로 가득한 실내정원, 공기정화 식물로 가득한 그린스쿨, 녹색의 식물이 가득한 그린오피스로 치유의 도시를 만들면 어떨까? 건물 내부에 정원을 만들고, 외벽에 식물이 자라고 식물이 수직의 벽면에 설치해 디자인된 정원을 ‘수직정원(Vertical Garden)’, ‘그린월(Green Wall)’, ‘리빙월(Living Wall)’이라고 한다. 수직정원은 100개의 화분을, 1000개의 화분을, 1만 개의 화분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 순환방식으로 물주기의 번거로움을 해결하고 간접등으로 빛을 공급하고 여러 질감과 색으로 시각적, 미적 창의로움을 연출한다. 수직정원의 창시자로 불리는 프랑스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Patrick Blanc)은 “수직정원은 도시에서 우연히 만나는 회화”라고 했다. 그의 수직정원은 규모도 크고 디자인적으로도 훌륭한 조성사례를 세계 각국에 선보이고 있다.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수직정원 또한 이와 관련한 도시 일자리들을 중장년 여성들이 선도해 간다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식물이 주는 기회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저감 장치, 신재생 에너지, 친환경 분야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그중 실내와 실외의 수직정원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IoT 기술을 활용해 습도, 온도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수직정원 관리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식물을 이용해 도시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식물을 이용한 경제활동을 위한 여성들의 준비로 다음과 같은 수평적 사고로부터 시작해 보자. 1) 창조적 변화다 하버드 교육대학원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J. 데밍은 2030년 이후 복잡한 도시문제를 해결해 가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많은 일자리는 창의성과 사회적 기술이 중요하다고 했다. 창조적 변화를 이끄는 여성이 미래 세계를 이끄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변화를 받아들이고 수직적 사고에서 수평적 사고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수평적 사고란 주어진 상황에 집착하지 않고 상황 자체를 바꾸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2) 변화의 본질은 일상의 평범함이다 사회학자 대니얼 챔블리스는 ‘평범함의 위력’이란 용어를 만들었다. 스웨덴 출신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손 교수는 탁월한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체계적이고 정밀한 연습 시간이 필요하다는 1만 시간의 법칙(10000-Hour Rule)을 제시했다. 이는 특별한 재능보다 꾸준히 노력하는 능력이 필요함을 말한다. 환경의 변화, 식물에 대한 꾸준한 학습이 새로운 변화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평범함의 위력이 될 것이다. 여성들이 미래를 준비하고 예측하는 데 꾸준한 공부와 교육만큼 좋은 것은 없다. 3) 부드러운 개입으로 식물을 만나자 식물을 만날 때도 노크가 필요하다. 노크란 누군가의 방에 들어갈 때에 상대의 상황을 살피는 배려다. 식물과 만날 때도 강압적인 요구를 하면 식물과 친해질 수가 없다. ‘내가 식물을 기르면 다 죽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식물은 실내에서 살기 힘든 온도, 습도, 통기의 문제가 생기면 시들고 병들고 꽃을 피우기 힘들어 한다. 죽을 힘을 다해 견디지만 물이 더 이상 없으면 살아날 수 없는 지점까지 견디다 시들어 죽게 된다. 이 현실을 바르게 인식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강박적 생각이나 외사랑의 형태로 왜곡하게 되는 것이다. 실내에서 식물이 시들지 않게 하는 부드러운 개입은 물순환 방식의 모터를 설치하거나 IoT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식물에 대한 꾸준한 공부로 상대를 알아가는 것이다. “너는 어떤 걸 좋아해? 너는 어떨 때 기분이 좋아?”라는 질문은 부드러운 다가감의 시작이 된다.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됐다.” 봄에 맞는 색깔과 빛으로 옷을 입고 아름다운 야생화가 있는 곳을 찾아 나서보자. 참살이(authenticity)를 실현할 수 있는 여성들 2030년이 되면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도시가 400개가 될 것이다.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고 도시를 중심으로 경제는 성장해 갈 것이다. 이 도시에서 사회적 고립 현상이라 할 수 있는 비만, 가난, 일자리 부족,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들이 발생할 것이다. 최초의 여성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엘리너 오스트롬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승리를 위한 텃밭’을 일구고 공동으로 소유하는 공유에 대해 연구하며, 사람들이 협력하면 공유지에서의 갈등과 생태계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 적절한 규율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수직정원은 공공기관, 사무실, 학교, 지하철 등 공공기관에 설치되고 있다. 도시환경생태계를 살리고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사업의 일환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인들이 함께 공유하고 함께 관리해 나가야 할 공간이다. 수직정원을 관리하기 위해 협력하며 적절한 규율과 신뢰가 만들어져야 한다. 수직정원과 공기정화 식물을 관리하기 위해 새롭게 육성되고 있는 ‘그린힐링가드너’ 실내식물 전문가들이 중장년 여성을 중심으로 양성되고 있다. 공유·협력·소통하며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거대한 변화에 고정관념이나 고집이 아닌 문제해결을 위한 협력과 점진적인 적응을 위한 변화를 하고 있다. 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작게 시작하고 있지만 도시 생태계를 살리고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가치로 보면 점진적인 수정과 적응을 실천하고 있는 여성들이다. 여성들이 노년층으로 이동하며 많은 여유시간이 생기지만 여행과 여가시간을 즐기기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시간제 임시직 또는 자원봉사자로라도 활동하기를 원한다. 이를 충족할 수 있는 분야로 ‘수직정원을 돌보는 가드닝’과 같은 식물과 함께 하는 활동을 처방해 본다. 중장년 여성에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삶의 질에 관한 것이기에 도시 실내환경을 맑게 해서 의미 있고 생명력 있는 수직정원 식물을 돌보며 자신에게 힐링의 시간을 주는 그린힐링가드너 활동을 추천한다. 국립중앙의료원, 서울도서관, 종로노인복지관, 국학도서관, 송파시설관리공단 등에서 활동한 그린힐링가드너 1기 활동가들의 말을 끝으로 글을 마친다. “수직정원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자연에 대한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힘과 도시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주며 행복감을 이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조경학과에 입학한지 5년, 벌써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나는 졸업 후에도 조경설계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굳히고 초보 조경가로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의 대학생활을 마무리 하면서 경험해왔던 일들을 정리해보게 됐다. 조경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는데, 대학생활 5년 중 절반을 차지한 대학생 녹색나눔봉사단 활동은 나에게 소중한 경험이 됐다. 먼저 조경가를 꿈꿔왔던 때를 생각해봤다. 고등학생 때부터 도시에서 여유를 제공할 녹지공간을 설계하는 조경가를 꿈꾸기 시작했다. ‘건축’과는 다르게 살아있는 식물을 활용해 도시민들에게 이로운 점을 제공하고 각종 사회·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어렸을 때도 꽃과 자연환경을 좋아해 ‘조경’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입 수시원서를 넣었을 때도 모두 조경학과로 지원해,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에 입학했다. 대학교 입학 후 고학년으로 올라 갈수록 조경에 대한 지식이 쌓여가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는 직접 식재를 하거나 흙을 만져보는 일은 없었기에, 몸소 활동을 하고 싶었다. 물론 이론에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몸으로 느끼면서 배우는 것이 더 직접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교내활동과 병행할 대외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타 전공보다 조경과 관련된 대외활동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시간이 날 때마다 관련 사이트를 다 찾아봤다. 그러다 대학생 녹색나눔 봉사단 모집 포스터를 발견했고, 얼마 안남은 마감일에 맞춰 신청서를 작성했다. 2019년 나는 나눔연구원 녹색나눔 봉사단에 처음 입단했으며 그토록 바래왔던 새로운 경험이 시작됐다. 이어 부대표, 대표까지 총 3년에 걸쳐 활동을 이어 나갔다. 원래 하고 싶었던 식재관리나 정원 유지보수 작업부터 어린이 조경학교 보조교사 활동 및 비대면 프로그램 기획, 봉사단 내 공모전, 조경관련 행사 도우미, 기업의 사회공헌사업 mom편한 놀이터 워크샵 교재 디자인 등 많은 활동에 참여했다. 단순하게 꽃을 심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던 봉사단 활동은 개인이나 어린이를 비롯해 공공기관, 기업 등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에서도 조경을 널리 알리고 녹색 나눔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대학생 녹색나눔 봉사단의 큰 장점은 다양한 지역의 조경학과 학생들과의 교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활동할 때마다 구성원이 약간씩 변동돼 이전 활동에서 보지 못했던 학생들을 만나 자연스럽게 본인의 학교에서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공유했다. 각 학교에서 습득한 지식의 공유가 가능하다는 것은 어디서든(특히 교내에서는) 해볼 수 없었던 경험이었다. 각 학교별로 설계, 계획, 식재실습 등 특화 과목이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봉사를 할 때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성장해갈 수 있었다. 이렇게 또 나는 시야가 넓어질 수 있었고, 조경에 대한 생각을 더욱 깊게 가지게 될 수 있었다. 그런데 2020년부터 현재까지 장기간 이어진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격리 등이 시행되고 대면활동이 어려워졌으며, 이는 단체로 움직이는 봉사활동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됐다. 코로나 19 이전에는 인원수 상관없이 대면 활동이 가능했기에, 녹색 나눔이 필요한 곳에 직접 찾아가 정원관리 봉사를 할 수 있었지만 이 활동을 비롯한 대면으로 진행한 봉사단의 주된 활동들이 모두 중단됐다. 직접 땅에 흙을 파서 꽃을 심는 활동은 무조건 대면 활동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호전되지 못하자, 곧바로 봉사단 단원들과 우리의 도움을 받던 곳까지 영향을 끼쳤다. 특히 봉사단의 가장 큰 이점인 다양한 학생들과의 교류가 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급하게 단원들을 위한 온라인 활동을 기획하게 됐다. 온라인 활동을 기획할 때 가장 고려했던 점은 ‘참여도’였다. 모이지 못하는 50여명 단원들의 참여도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할 접근하기 쉬운 주제로 선정해야 했다. 아무래도 처음으로 기획해보는 비대면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비대면 활동이었기 때문에 개인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도록 구상했다. 2021년 활동 대안으로 나왔던 것은 봉사단 내 공모전 형태의 ‘녹화신문고를 울리세요’ 하계미션과 ‘기후변화시대의 탄소중립사회 필요성 대국민홍보 아이디어 UCC공모전’이었다. 온라인 미션이어서 거리 제약이 없어져, 전국에 흩어져있는 봉사단원들의 참여율은 대면 봉사때 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코로나 19상황을 겪고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되면서, 앞으로의 활동들은 온·오프라인활동들 중 꼭 한 가지 형태가 아니더라도 두 가지 모두 병행돼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다채로운 활동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이렇게 졸업을 앞두고 지난 3년 동안의 녹색나눔활동을 돌이켜보면, 단순한 식재봉사 경험을 넘어 정원관리, 어린이 조경교육, 온라인교재 편집, 그리고 세미나 등 각종녹색행사 도우미, 타 학교 조경 전공자와 교류 등의 녹색관련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많은 학생들이 봉사단에 입단한 후, 각자 생각하고 기대했던 활동과는 다를 수 있겠지만, 개인 능력에 맞춰 얻어지는 것 역시 다양할 것이다. 나처럼 생각지 못했던 분야에서 더 많은 점을 배워가고 시각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은 활동하는 본인 스스로가 잘 알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학생들이 사회의 주인공이 됐을 때 건강한 사회 환경을 만들고, 모두가 선한 마음으로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힘을 기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녹색봉사활동 기회가 주어져 사회에 진입하기 전부터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보다 포용적·친환경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갔으면 한다. 이윤주 / 환경조경나눔연구원 대학생녹색나눔봉사단 대표
    • 이윤주 환경조경나눔연구원 대학생녹색나눔봉사단 대표[email protected]
    • 2022-03-14
  •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나고 초목이 싹을 틔우는 경칩이 됐다. 식물을 가까이 하고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가장 바쁘면서도 기대되는 시기다. 곧 남쪽에서는 매화 소식이 들려오겠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섣불리 나설 용기가 나지 않는다. 예전에는 시간만 있으면 볼 수 있고 경험할 수 있었던 사소한 일들이 소중하게 돼버려 삶의 가치가 변하고 있음을 절로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정원과 식물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가고 있다. 얼마 전 올해의 트렌드에 대한 분석과 예측을 담은 책을 우연히 접했다. 책에서는 올해 라이프 트렌드를 주도할 12가지에 대한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 첫 번째가 가드닝과 반려식물이었다. 사회생활에 단절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접하면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원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정원과 식물에는 사람들이 원하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 지난해 국립수목원에서 조현병이나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20회 이상의 가드닝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신체적·정신적 치유의 효과가 있었고 참여자 모두의 삶의 질이 높아졌다.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줄어들고 활력이 증진되는 효과와 코로나 블루에도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이 식물을 곁에 두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사람들이 반려식물이란 개념까지 만들면서 식물에 열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쉬운 생각이 드는 건 위의 결과가 그렇듯 정작 가드닝 활동과 반려식물이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오면 사람들은 매화를 보러, 산수유를 보러 떠날 것이다. 하지만 신체와 정신적인 불편함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것도, 멀리 이동하는 것도,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사회배려계층을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것은 이들 가까이에서 자주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정원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을 찾아보면 그런 공간을 조성해 주는 사업들이 있다. 주로 요양원, 복지관 등의 노인복지시설이나 장애인들이 거주하는 사회복지시설에 조성되는데, 막상 현장을 가면 생각보다 이용률이 높지 않다는 게 확인된다. 왜일까? 이유를 생각해 보면 만드는 사람과 이용하는 사람이 달라서, 즉 이용자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십수년 전 수목원에 근무하던 사람들과 미국 동부지방의 식물원을 견학했다. 뉴욕식물원부터 워싱턴국립수목원까지 다양한 식물원을 보며 우리나라와의 격차, 시민의 문화 등에 대해 고민했다. 당시 방문한 식물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시카고식물원이다. 식물원 내 강이 흐르는 경관과 깔끔하고 아름답게 정리된 정원 중 가장 감동을 줬던 ‘인에이블링 가든(Enabling garden)’에서는 휠체어를 탄 직원과 한쪽 팔에 장애가 있는 직원이 정원을 관리했다. 그 옆 창고에는 장애인들이 불편함 없이 다양한 도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구함이 설치돼 있었다. 현장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이 정원은 일반인부터 신체장애가 있는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고 했다. 화단의 높이는 장애인이 관리가 용이하게 휠체어의 높이를 고려해 계획됐으며, 식물 또한 위험하지 않은 식물들로 식재돼 있다고 했다. 관리하는 사람들이 장애가 있다 보니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정원이다. 그곳에서의 경험이 가장 감동적인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들은 그렇게 잘 운영하고 있는데 비슷한 공간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사회복지시설의 숲과 정원은 왜 이용이 많지 않을까. 어떤 차이가 이런 결과를 불러왔을까. 미국의 경우 치유정원에 대한 연구결과를 반영해 의료시설 등의 기관에서 치료 목적으로 정원을 조성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시설에 조성하는 정원의 체계적 설계를 위해 보건의료 정원설계 자격 인증(Healthcare Garden Design Certificate)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의료기관 경영자나 조경가, 정원 설계사, 인테리어 디자이너, 간호사, 치료사 등 관련 분야의 많은 사람들이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강사는 이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으며, 교육은 정원에 대한 이론부터 조별 설계프로젝트, 사례연구, 현장실습 등으로 진행된다. 보건의료시설 정원의 형태, 건강 개선으로 이어지는 정원에 대한 연구결과 및 경험, 식물의 선정, 정원설계와 시설물, 유지보수 관련 규정 등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정원 설계에 있어 기존의 정원과 다를 게 없을지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를 위한 정원인지, 이들을 위해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결국 설계에 반영돼 이용까지 이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원은 어떨까. 물론 이용자도 고려하고 주위 환경도 반영해 일부 정원은 잘 정리돼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상 이용은 많지 않아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다. 대상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적용을 위한 노력, 보이지 않는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가져온 듯하다. 우리 또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런 제도와 교육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코로나로 인해 정원은 매우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도심 유휴부지에도 크고 작은 정원들이 계속 생겨나고 사회복지시설에도 정원과 숲은 더 확대되고 있다. 다른 정원은 몰라도 대상자가 분명한 정원은 달라야 한다. 화단의 높이 하나만으로도 이용은 달라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원은 문화라고 말한다. 문화는 모든 사람이 누림에 있어 차별이 없어야 한다. 모두를 위한 정원, 약자도 누릴 수 있는 정원, 그것이 정원이 지향해야 할 목표가 아닐까.
    •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email protected]
    • 2022-03-13
  • 온실가스, 지구온난화, 기후위기, 이상기후, 탄소중립, RE100, 탄소세, NDC, 그린뉴딜, 탈성장……. 자고 일어나면 새롭게 생겨나는 지구환경문제 관련 용어는 그 개념조차 따라가기도 버거운 세상이 됐다. 정작 우리 사회는 이렇게 쏟아지는 위기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리그로 외면하며 살고 있다. 인류가 처한 가장 뜨거운 문제가 환경임을 부정하지 못하는 지금, 향후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선거에서조차 환경문제의 체계적 대응에 관한 논의가 없는 것이, 국제적 질서와 협력을 이끌어야 하는 소위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이다. 환경문제를 총괄하는 환경부장관은 어느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기후위기 타개를 위한 방법으로 소위 ‘줍깅’을 맨 처음으로 얘기하고, 어느 줍깅 행사에 참여한 후 개인의 변화와 실천을 촉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신에 주어진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를 망각하고, 마치 이 거대한 기후위기가 개인의 부주의로 기인한 것으로 각자 반성해야 한다는 훈계로 들리는 것은 너무 가혹한 평가일까? 기후위기가 우리 미래에, 아니 당장 지구가 맞닥뜨린 최대 위기임을 강조하면서 변화를 외치는 이들도 정작 정부의 외면 속에서 딱히 ‘줍깅’ 외에 실현 가능한 개선의 방법을 만들어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천적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모든 환경문제의 ‘만병통치약’으로 등장하는 나무심기, 특히 도심에 수목을 식재하는 정책이 이번에는 ‘탄소중립’의 해결방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나무를 심어 녹지를 만든다는 행위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데, 시대의 유행에 따라 ‘녹색성장’, ‘미기후 개선’, ‘온난화 방지’, ‘그린뉴딜’, ‘미세먼지 제거’ 등의 수식어를 붙여 마치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쓰였고, ‘탄소중립’에도 당당히 그 이름을 걸고 있다. 나무는 화석에너지에 의해 과도하게 배출된 온실가스를 제거할 거의 유일한 수단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도시의 녹지가 탄소를 흡수한다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나무가 자란다는 것은 공중에 떠도는 이산화탄소를 흡수, 이를 산소와 탄소로 분리한 후 산소를 내보내고 남은 탄소를 체내에 저장함을 의미한다. 결국 나무가 탄소를 흡수한다는 것은 그만큼 나무의 부피가 커지고, 전체 무게가 무거워진다는 의미다. 간단하게, 나무의 무게와 탄소흡수량은 비례한다. 그럼 이제 도시의 녹지를 바라보자. 과연 우리 도시에서 나무의 총량(체적)은 늘어나고 있을까? 도시에 남아있는, 자연이 길러준 잔존 숲은 우리의 노력으로 온전히 만들어졌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수목 식재도 가능하지 않으니 논외로 하자. 결국 탄소흡수 명목으로 포장할 수 있는 녹지는 공원이나, 가로수를 포함하는 가로녹지, 건물 주변에 조성되는 녹지에 한정된다. 우리는 이곳에 탄소중립을 실천한다는 기쁜 마음으로, 탄소배출에 대한 죄의식의 사함과 함께 나무를 심는다. 그런데, 아주 조금만 더 생각하면 이러한 생각이 스스로를 속이는 ‘그린워싱’임을 인식하게 된다. 정부에서는 심은 나무가 탄소흡수를 많이 한다는 포장을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두 가지 수치를 제시한다. 하나는 나무 한 그루당 연간 탄소흡수량이고, 다음이 새롭게 심는 나무의 수량이다. 이렇게 두 수치를 제시하면서 단순 곱하기를 통해 흡수되는 총량을 제시하는 것이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이 간단하고 명료해 보이는 숫자에는 너무나 커다란, ‘그린워싱’을 위한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몇 가지 확인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는 첫째, 한 그루당 탄소흡수량을 제시하는 나무는 어떤 나무인가? 둘째, 도심에 심는 나무와 앞의 나무는 동일한 탄소흡수 역량을 가지는가? 셋째, 흡수한 탄소는 얼마나 오랫동안 저장되는가? 베어지는 나무는 없는가? 이다. 위의 답을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탄소흡수량을 제시하는 나무는 탄소흡수량이 최대치인,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거대한 나무를 기준으로 하며 둘째, 우리가 도심에 심는 나무의 대부분은 최적의 생장 상태에서도 크게 자라지 않는 키작은나무(관목)가 차지한다. 셋째, 도심에서 나무가 흡수한 탄소는 저장되지 못하고 고스란히 다시 방출된다. 마지막 넷째, 도심에 나무를 심을 장소 확보가 더 이상 어렵기에 큰 나무를 베어낸 후 그 자리에 작은 나무를 심는다. 결국, 현재 제시되는 도시녹지의 탄소흡수량은 터무니없는 계산으로 부풀려지고, 더하기만 하고 빼기를 하지 않은 오류덩어리일 뿐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제는 +값을 (터무니없이)과다 산정하긴 했지만 나무의 식재가 탄소를 흡수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셋째와 넷째 문제는 조금 다르다. 앞서 나무의 체적 증가가 탄소흡수량과 비례한다 했으니 도시에 식재된 나무의 체적이 증가하고 있는가를 살펴봐야만 한다. 이 부분에서 현재의 과도한 가지치기와, 수종 갱신이라는 이름의 수목제거 등 관행적 관리방식을 떠올려보자. 키작은나무는 매년 동일한 크기로 모두 절단되니 체적의 증가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키큰나무도 몇 년에 한 번씩 거의 모든 가지를 몽땅 잘라낸다. 과도하게 잘라내다 보니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제 수명의 1/10정도밖에 되지 않는, 한창 어린 나이에 불과한 30~40년이 되면 내부가 썩어간다. 이렇게 되면 도복위험을 이유로 모두 잘리고 새롭게 작은 나무를 식재하는 패턴의 반복이 현실이다. 매년 시달림을 당한 나무들은 내부가 썩어 들어가기 때문에 목재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결국 그간 저장한 탄소를 고스란히 배출하기 때문에 결국, 수십 년 동안 도시의 열악한 환경에서 모진 삶을 견딘 나무가 저장한 탄소는 0으로 수렴하게 된다. 이러한 도심 수목의 관리를 위해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를 사용한다. 결국 관행적으로 행해지는 도시 수목의 식재와 관리는 탄소를 흡수하는 사업이 아니라, 배출하는 사업이 된다. 믿기지 않는다면 당장 집 주변에, 출퇴근하는 길가에 자라고 있는 나무들을 살펴보길 바란다. 그리고 예전에 그 자리에 있던 나무들이 어떻게 됐는지, 현재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나무가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라. 탄소중립을 위해 도심에 나무를 많이 심자는 주장에 앞서, 현재 자행되고 있는 무자비한 도시녹지 관리방식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만 한다. 지금의 방식이라면 도심에 나무를 심는 것은 또 다른 탄소배출사업이 될 뿐이다. 홍석환 /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대선, 하루가 멀다하고 여러 업·단체들의 지지 선언이 이어지고 있지만 조경계는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조용하다. 원자력에너지 관련 기업인들은 현 정부의 원전정책을 비판하며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고, 정보통신인들은 이재명 후보의 디지털 대전환 공약에 지지선언을 보냈다. 화물운송인들이 윤석열 후보 지지선언을 했고, 여가·관광업계 종사자들은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한쪽 후보를 지지하기도 하고, 양쪽으로 나뉘어 지지하기도 하고. 이렇게 다양한 지지선언이 봇물을 이루는 이면에는 정책적 지원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조경은 그 중요성에 비해 사회적 위상이 너무 낮다고 한탄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조경정책이 바뀌려면 조경가 출신의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는 말도 자주 회자된다. 하지만 조경계는 유난히 정치 참여에는 보수적인 면을 보여왔고, 중요한 선거에서 조경계의 목소리를 듣기란 참 어려운 일이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조경단체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박영선 후보의 ‘수직정원도시’ 공약에 대한 범조경계 지지선언식이 진행됐다. 조경단체가 정치 선거의 장에 과감하게 나선 것 자체가 신선했지만, ‘양다리’ 전략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참여였다. 물론 지지선언 전후로 반대 여론도 적지 않았다. ‘수직정원도시’ 공약을 반대해서가 아니라 선거 결과에 따라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문화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자기 소리를 내지 않는 분야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섭섭하다는 말 한마디에 정치적 불이익을 계산해야 할 만큼 대범하지 못한 것이 문제이지, 실제 선거 후 불이익은 실체도 불분명하다. 정치가 오히려 유권자를 무서워해야 하는데, 대놓고 조경가를 무시하는 정치인이 엄연한 것은 우리의 분명한 실수다. 조경계가 눈치만 보고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이익을 볼 것은 더더욱 없으며, 대책 없는 중립으로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일이다. 잠시 국회 출입 기자를 하면서 정치인들의 속마음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그들이 기자들에게 마냥 좋은 기사를 바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참 아이러니하지만, 밋밋한 홍보 기사보다는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 줄 수 있는 비판적인 기사를 원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들은 이슈의 중심에 서길 원하며, 사람이 많이 모인 곳, 정치적 요구가 높은 곳을 찾아다닌다. “정치인들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다음 선거를 준비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 모으기에도 바쁜 정치인들이 반대 편에 지지선언 한번 했다는 이유로 특정 업계를 대상으로 보복을 준비한다는 것은 망상에 가깝다. 지난 1월 26일 한국조경학회 주최로 여야 국회의원이 참가한 가운데 ‘탄소중립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대국민 토론회’가 열렸다. “국가도시공원을 실현하기 위해서 국가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실은 차기정부에 대한 조경계의 바람을 전달한 것이다. 이 행사가 이번 선거기간 정치권에 전달한 조경계의 유일한 목소리였다. 이후 각 선거 캠프에 들어가 조경 정책을 만들고, 이를 통해 조경계의 지지선언을 이끌어내는 좀더 적극적인 참여로 이어지길 바랐지만 그렇지 못했다. 선거는 정치인들이 유권자의 목소리에 가장 귀를 기울이는 때이다. 또한 유권자들에게는 잠시나마 정치인들을 향해 갑질을 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아닌가. 이제 축제는 끝나가고 있다. 다음 축제에서는 조경계의 염원을 담은 정책이 누군가의 공약이 되고, 그 흔한 지지선언의 한 면을 조경계가 장식하길 기대해 본다. “당신이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해서 정치가 당신을 자유롭게 두는 것은 아니다.” - 페리클레스 박광윤 / 환경과조경 국장
  • [환경과조경 박광윤 기자] e-환경과조경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사회 정책 이슈에 대응하고 환경·조경계의 폭넓은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어 나가고자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논설위원 6인을 새롭게 위촉했다. 이번에 구성된 제3기 논설위원은 2022년 3월부터앞으로 2년간 ‘조경논단’ 칼럼을 집필하게 된다. 이번에 위촉한 객원 논설위원은 ▲김진오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교수 ▲박찬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유시범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입법조사관 ▲이해인 HLD 소장 ▲허수경 엔쓰컴퍼니 대표이사 ▲홍석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등이다. 김진오 교수는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월간 환경과조경 잡지사에 재직하며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이후 미국 Arizona State University에서 환경계획 석사, 미국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도시계획학 박사를 취득하고, 미국 University of Minnesota에서 연구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박찬 교수는 2016년부터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서울시립대학교의 도시과학빅데이터‧AI연구소 연구원으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융합환경계획연구실을 중심으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 및 기후적응 전략을 자연기반해법 논의와 연계하여 공간계획으로 구체화해나가고 있으며, 데이터기반 의사결정 지원을 위해 시민과학(citizen science)의 연계, 공간빅데이터의 활용 및 다양한 공간분석 방법론을 개발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하고 동대학 환경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시범 조사관은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을 공부했다. 2016년부터 서울시청 푸른도시국과 공원녹지사업소에서 실무를 경험했고, 현재는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에서 입법조사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환경·조경의 담론과 사람들의 경험 사이에서 더 나은 입법 정책이 실현되도록 고민하며, 서울시의원 의정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해인 소장은 HLD를 이끌고 있는 조경가로, 사회적·공간적 문제를 해결하는 설득과 수행의 수단으로서 설계가 갖는 영향력을 탐구하고 주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서울대학교와 UC 버클리에서는 도시계획을 공부했다. 2018년 환경과조경이 주최하는 ‘제1회 젊은조경가’에 선정됐고, 2022년에는 조경단체가 수여하는 ‘자랑스러운 조경인상’을 수상했다. 허수경 대표는 2015년에 스마트시티 솔루션 기업인 엔쓰컴퍼니를 설립하여, 사물인터넷(IoT)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일상의 다양한 문제와 요구를 생활밀착형 제품과 서비스로 풀어나가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옥외용 공기정화기술 ‘에어돔’ 개발, 5·18공원 5G MEC기반 스마트폴 구축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2005년부터는 10년 동안 조경시설물 업체인 스페이스톡에 근무하며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홍석환 교수는 현재 부산대학교 조경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대학원에서 환경계획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 최대한 자연의 질서를 따를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방법을 모색하는 다양한 연구와 실천적인 집필을 진행하고 있다.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어릴 적 용산 외갓집에 머문 적이 있다. 지금은 철거된 삼각지 원형 로터리 주변으로 기억한다. 동네 아이들과 동네 곳곳을 탐험하는 놀이는 흥미롭고 설레는 일이었다. 아이 시선으로 더 높게 보였던 담장으로 둘러싸인 금단의 땅은 50년여 년 지난 지금도 온전히 우리에게 돌아오지 못한 상태다. 미군기지는 우리나라 질곡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특별한 장소이다. 구한말 임오군란을 계기로 청나라 군대가 이곳에 주둔한 이후 청일전쟁을 계기로 일본군이 주둔하게 됐고, 해방 후 미 군정이 들어오면서 미군이 이 터를 차지하게 된다. 국가의 중심인 수도 한복판에 외국 군대가 주둔하는 것이 적합한 것인가에 대한 여론이 형성돼 가면서 1990년 한미 양국은 ‘용산기지 이전 한미 간 기본합의서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2005년 대한민국 정부는 용산 미군기지를 공원화하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곳 용산은 아픈 역사를 가진 땅”이라고 장소적 의미를 강조하면서 “용산공원은 지금 세대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도 소중한 자산이며, 긴 시야를 가지고 푸르고 넓게 활용하면서 차근차근 완성해가야 한다”고 약속했다. 2007년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공원화 프로젝트는 구체적인 법적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용산공원 공원화에 관한 다양한 정책연구들이 축척 돼 왔다. 중앙정부, 지자체, 시민사회 등 여러 주체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면서 계획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진행했다. 2016년 정부는 각 부처에서 제안받은 구상안을 모아서 성급하게 용산공원 콘텐츠를 발표했다. 경찰박물관, 과학문화관 등의 신축을 발표하면서 부처 간 나눠 먹기와 난개발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필자는 뜻을 함께하신 사람들과 ‘용산공원 시민 포럼’을 출범해 정부 주도의 용산공원 계획을 견제하는 시민사회의 역량을 모으고자 했다. 포럼을 지속하지는 못했지만, 용산공원 시민 포럼의 선언은 현재 시점에도 유효하다고 본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원을 만드는 일은 백년지대계이다. 하나, 용산공원은 온전한 모습으로 회복해야 하고, 둘, 시민과 함께 계획하고, 만들고, 운영해야 하며, 셋, 긴 호흡으로 천천히 추진해야 한다.” 이후에 서울시는 정부 주도 계획 방식의 개선과 온전한 공원 조성을 위한 면적 확대 등을 주장하면서 중앙정부를 압박한 결과 공원 부지는 확대됐다. 전쟁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이 부지에 포함됐고, 옛 방위사업청과 군인아파트 부지도 대상지에 편입되면서 300만㎡가 됐다. 당시 서울시는 임대주택에 대한 논의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임대주택 공급은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은 오늘의 문제고 반면 용산공원을 온전히 하는 것은 내일의 문제고 민족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용산구에서는 드래곤 호텔 부지의 민간 대토 방법으로 이전하는 일까지도 추진했다. 아직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제대로 된 모습의 공원을 만들기 위한 여러 주체의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공원을 만드는 일은 집합적인 창조 과정이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사회의 리더들은 책임 있는 결정을 위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뉴욕 센트럴파크의 경우 공원화 논의 시작에서 조성까지 많은 사람의 노력이 밑거름됐다. 1844년 언론인 브라이언트가 ‘숨 쉴 수 있는 장소’로서 공원의 필요성을 주창했다. 이후 사업가인 로버트 민튼 주도로 사회 리더들의 여론을 형성해 갔다. 1851년 킹스랜드 시장이 공원 조성을 선언하면서 160에이커 부지를 마련했다. 이후 한 청년의 제안에 따라 500에이커 시민공원을 지정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고, 1853년 시의회가 중앙 분야 조성 추진을 공식 결정했다. 1855년 페르난드 우드 시장은 의회의 공원면적을 줄이자는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고, 공공선이라는 명분으로 의회와 협상을 하면서 공원화 면적을 줄이지 않을 수 있었다. 1857년에는 더 확대된 700에이커 부지에 공원 현상공모를 진행해 설계안을 확정했고, 이후 추진과정에서 843에이커로 공원 부지 면적을 확대했다. 더 좋은 공원을 만들기 위한 기나긴 과정 중에 많은 사람의 힘이 수렴됐다. 그 결과로 센트럴파크는 백 년이 지난 오늘에도 가치를 발하고 있다. 공원은 백 년 앞을 내다보는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민주당 일부 국회의원은 청년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용산공원 부지 300만㎡의 20%인 60만㎡를 활용해 8만 가구를 짓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특별법도 개정하겠다는 퇴행적 구상도 가지고 있다. 이는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일관되게 이어온 정책 기조를 뒤바꾸겠다는 것이고, 도시의 미래와 미래 세대에 관한 관심이 추호도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일이다. 오직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임시변통의 태도다. 지금까지 정부와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합의해 온 원칙과 방향을 뒤엎겠다는 일은 결코 옳지 않다. 얼마 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자는 용산공원에 관한 상이한 두 가지 공약을 발표했다. “용산공원을 뉴욕 센트럴파크에 버금가는 자연 속 휴식과 문화의 공간으로 조성하겠습니다”라는 공약을 발표한 다음 날 용산공원 부지 일부와 주변 부지에 10만 호를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어렵게 확보한 부지의 20%에 주택을 지으며 어떻게 센트럴파크 버금가는 좋은 공원을 만들 수 있을까? 서로 배치되는 모순된 약속이다. 아픈 역사를 가진 터전에 공공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우리 자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땅을 온전히 지켜야 한다. 이 땅의 공간 주권을 회복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일이다. 용산공원은 천천히 만들며 미래를 위해 남기고 아껴야 할 땅이다. 용산공원 특별법 개정을 절대 반대한다. 용산공원 지키기 범국민운동 시작을 제안한다. 마치며 2005년 용산공원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의 말을 되새겨본다. “용산기지 공원화 사업은 착공은 있으나 준공은 없는 장기사업이다. 후손들이 원하는 대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도록 가급적 많이 남겨 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공원 조성 사업과는 다르다. 광복 100주년인 2045년 공원이 완성될 예정이다.” 조경진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 나는 자연인이다 최근 고령화와 함께 호모 헌드레드 시대가(100세 시대) 도래함에 따라 중장년층을 50+세대라고 부르고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에 중장년 남성 애청자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사랑과 존중의 결핍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자연을 어머니의 품으로 상징하듯 자연은 그들을 따스하게 안아 주는 어릴 적 엄마와 할머니의 가슴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억압된 훈육을 받아온 남성들은 정년 후에 더욱 크게 느껴지는 상실감과 자존감 하락을 경험한다. 상실된 남성성과 양육적 본성을 느끼게 하는 자연 속 활동에서 만족감을 찾게 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100세 이상을 살아가야 하는 이 시대에서 남성의 자존감을 높이고 쓸모 있는 존재라는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2021년 보건복지부 자살예방 백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대한민국 자살률은 세계 1위로 OECD 평균보다 2배가량 높다. 성별 자살률을 살펴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2.4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을 사람으로 살 수 있게 하는 그 무엇’은 사랑과 측은지심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자연인들은 생존을 위한 활동을 성공적으로 해내며 스스로 존재감을 확인한다. 자연과 함께하는 일상은 자신을 치유하는 모습과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 즐겁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세상을 치유하는 수단으로 전달되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다 산지기처럼 자연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형편이 되거나 혼자라도 좋다는 용기를 내지는 못할 것이다. 자연인의 삶 속에서 일상에서 따라 할 수 있는 치유적 활동을 살펴보고 그 효과에 대해 알아보는 건 어떨까? 중년 남성의 자존감과 자신의 품위를 찾아가는 길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을 남성들에게 식물과 함께 내적인 힘을 스스로 길러 내는 치유의 과정, 녹색 처방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아낌 없이 주는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기 자연인이 된 남성은 자연과 상호의존적 관계를 맺는다. 매일 아침 하늘을 바라보고 날씨를 살피며, 채소도 심고 먹거리를 찾기 위해 산자락도 걸을 것이다. 과거 원시 시대의 남성들이 채집활동으로 가족의 먹거리를 해결했듯, 자연인들은 원시적 채집활동을 하며 자연의 모든 것들과 상호작용해 자연을 사랑하고 돌보는 관계가 된다.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돼서도 듣지 못했던 ‘잘했어, 수고했어, 사랑해, 살아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등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된다. 애착의 관계가 잘못 형성되면 일방적 외사랑이나 스토커로 변질되듯 자연과 맺는 관계도 그렇다. 나무의 이름을 줄줄 외워야 한다는 강박적인 걷기를 하고 있지 않은지, 자연에서의 삶이 노동과 힘든 일상의 반복이 되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나무는 소년에게 그늘도 되고 열매도 주고 그네도 되고 돈이 필요할 때는 땔감도 제공해 준다. 노인이 돼 다시 나무를 찾은 그 남자에게 밑둥만 남은 나무는 말한다. “이리 와 내게 와서 쉬렴” 정신과 전문병원에는 중독병동이란 곳이 있다. 이곳엔 알코올, 니코틴 등 각종 마약류 등에 중독되는 장애와 도박중독, 게임중독 등 특정한 행위에 중독돼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게 된 남성들이 있다. 중독으로 인한 기능장애가 자신과 타인의 삶을 망치게 돼 폐쇄된 공간에서 입원해 치료받는 남성들에게 원예작업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폐쇄된 병동의 문을 열었다. “이 나무들은 무엇일까요? 오동나무, 은행나무, 때죽나무, 잣나무, 벚나무, 아까시나무입니다. 잘 다듬어서 솟대도 만들고 받침도 만들어 보겠습니다 나무를 잘 다듬어 보세요. 나이테가 보이는 나무토막의 안과 겉을 만져보세요.” 남성들은 나무를 곱게 갈고 나이테를 만지며 “마치 속살을 만지는 느낌입니다”라고 말했다. 나무토막을 사포로 다듬으며 무표정한 남성환자의 얼굴에 엶은 미소가 번졌다. 각자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가족에게 표현하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을 쏟아놓기 시작했다. 완성된 나무작품에 단주 각오나 소망을 담고 사랑한다는 말을 새기고 있었다. 국화 화분를 들고 들어갔을 때는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시를 읊고 국화향기를 맡고 있었다. 문신이 가득한 팔뚝과 손으로 나무와 국화를 기르며, 자신을 괴롭히던 잡념들은 사라지고 집중·몰입이라는 건강한 체험을 하고 있다. 이렇게 식물과 건강한 상호작용의 첫걸음이 시작돼 식물을 가꾸며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해 일 년간 국화를 분재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환우들의 국화 전시회를 열었다. 많은 것을 실패한 남성들이 작은 전시회를 하며 느꼈을 뿌듯함은 아직도 내게 국화 향기처럼 은은하게 남아있다. 혈관건강나이를 젊게 하는 비법 ‘통증불통(通則不痛)’ 온몸의 혈액순환이 조화롭게 소통된다면 아프지 않다. 혈액이 순환돼야 건강한 100세를 살 수 있다.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혈관나이를 젋게 하는 비법을 자연에서 찾아보자. 혈관길이는 약 12만㎞다. 지구를 세 바퀴 돌 수 있는 엄청난 길이의 혈관이 오늘도 우리를 살리고 있다. 자신의 혈관나이는 몇 살일까? 혈관나이란 혈액순환 정도와 혈관의 노화 정도를 동일 연령 평균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값이다. 중년남성의 만성스트레스와 혈관건강 및 건강요인에 대한 연구에서 일반 직장인보다 자연과 더불어 운동하는 그룹의 혈관나이가 점차 젊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확인됐다. 숲이나 정원에서 하는 운동은 헬스장에서 하는 근력 중심의 운동보다 자율신경 균형을 조화롭게 한다. 식물을 보며 시야 가득히 녹색을 보면 편안해진다. 청각, 촉각, 피부에 스치는 바람까지 인간의 모든 감각이 통합돼 뇌로 전달된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나 바람소리는 자율신경계의 부교감을 활성화시켜 마음의 안정감을 주고 분노와 억울함을 가라앉히는 상태를 만든다. 항 스트레스 지수를 의미하는 자연치유력(SDNN)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체가 조화를 이루고, 혈액순환도 활발해진다. 이전의 일상은 급성 스트레스 상태로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상태였다. 이 상태가 만성화되면 병이 생긴다. 중장년 남성들은 전에 비해 몸이 굳고 생각도 굳어진다. 위로가 돼주는 자연, 식물을 만나고 소통하는 정원에서의 운동과 일상이 혈관 나이를 젊게 하고 부드럽게 해준다. 치매를 예방하는 비법 1) 명상 먼 산을 바라보거나 차 한 잔을 마시며 명상의 시간이 주어지는 쉼의 여유로움은 고독을 승화해가는 수련의 단계다. 명상은 뇌의 전두엽을 자극하니 치매예방, 우울과 불안 감소 등 인지와 정서, 자율신경의 균형이 조절된다. 2) 자연광과 함께하는 풍욕 피부에도 호흡이 필요하다. 숲에서 공기가 잘 통하는 옷을 입고 자연의 바람을 느껴고, 자연광을 쬐며 체내시계를 자연의 질서에 따라 맞춰볼 필요가 있다. 3) 심인법 우리는 호흡을 바르게 하고 있을까? 뇌를 위한 휴식법으로 팔과 다리를 동시에 움직이고 산책하며 고르게 깊은 호흡을 반복하는 심인법은 호흡이 깊어지고 에너지가 채워져 컨디션을 좋게 한다. 4) 삼토법 결가부좌나 반가부좌 자세를 하고 코를 통해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후 입을 가볍게 벌려 윗치아 뒤편에 혀를 가볍게 스치게 해 ‘츠’ 소리를 내면서 숨을 내보낸다. 이때 체내의 이산화탄소 등의 탁기가 배출된다. 5) 영정좌관 정, 기, 신의 조화로운 삼매를 구하며 수행하던 17동작으로 선인들이 바위나 폭포 등에서 명상수련을 하던 방법이다. 6) 걷기 건강을 위한 보법은 그냥 걷는 것이 아니다. 상체와 하체의 조화와 고관절을 충분히 플어주면서 근력을 증진하는 걷는 기술을 말한다. 생애주기별 운동법은 노년기는 노르딕 워킹, 중장년은 급보(急步), 20·30대는 파워 워킹, 청소년은 속보로 걷는 것이 효과적이다. 7) 나무와 꽃과 함께 걷기 같은 장소를 산책하기 보다 다른 장소로 변화시키면서 걷은 것이 뇌에 효과적이다. 자연과 친해지는 첫 번째는 경쟁하듯 많이 외우고 기억하는 것이 아닌, 걷는 속도에 맞춰 소나무·잣나무·때죽나무 등의 이름을 부르고 나무의 속 사정을 알아가며 함께 걸어보는 것이다. 참살이(authenticity)를 실현할 수 있는 비법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 아버지께서 할아버지 제사에 쓰시던 지방 글이다. 어릴 때는 그 뜻을 몰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배우는 학생으로 인생을 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신령이시여 나타나서 자리에 임하소서’라는 의미였다. 인간의 마지막 과제는 성숙과 가치 있는 삶의 마무리다.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100세 인생을 위해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산속 은둔지를 찾아간 자연인에게는 사회에서 충족되지 않은 외로움이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열혈 시청하는 이들도 그렇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자신만의 만족, 고집과 굳어가는 생각이 나타나고 호더 증후군, 기억장애, 우울, 불안과 같은 병이 생기게 된다. 사회를 위한 원예적 나눔이 있을 때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젊고 건강하게 사는 방법이다. 자연과 잘 만나는 법, 원예치유적 배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서울시립대학교 시민대학은 서울시민 누구나 학력에 상관없이 학습할 수 있는 곳이다. 시민대학 ‘힐링원예 과정’에서는 원예작업의 기초와 치유적 나눔을 교육하고 있다. 자연을 통해 나눔과 참 삶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처럼 일상에서 자연활동을 통해 나눔과 참 삶을 보여주는 사람을 소개하고자 한다. 정년 후 에너지 절약 활동을 교육하며, ‘피노키오 프로그램’을 창안한 정 선생. 일명 피노키오 선생이다. 나무의 다양한 활용을 알려주고 나무를 만지는 작업을 즐겨 했다. “김 선생, 자연활동은 너무 좋아요. 환자들이 나무를 많이 만질 수 있도록 해주세요. 동화 속 피노키오를 팔, 다리, 머리로 조립해서 만들 수 있도록 세트로 만들었어요. 피노키오를 완성하면서 피노키오와 같은 실수를 후회하기도 하고 다양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어요” 그는 정신장애인들의 원예작업과 정원활동을 위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내게 사랑으로 치유하는 치유센터, 치유정원을 만들어가라면서 나무 현판과 로고를 만들어줬다. 녹내장으로 점점 시력이 불편해지고 있음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갈 곳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음에 즐거이 아픈 사람을 돕는 자연활동가로 살아가고 있다. 김미영 / 렛그린 미래식물산업연구소 부소장
  • 수년 전, 필자가 근무했던 수목원에서 영화를 상영한 기억이 있다. 메리 레이놀즈가 세계 최대의 정원박람회인 첼시 플라워쇼에 도전해 금메달을 획득하는 과정을 담은 ‘플라워 쇼’라는 영화다. 영화를 상영했던 당시에도 산림청 등의 정부기관이나 서울시, 경기도 등 지자체 곳곳에서 정원박람회를 개최하고 있어 사람들의 정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었다. ‘플라워 쇼’의 주인공인 메리 레이놀즈는 어려서부터 식물과 자연을 좋아해 그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유년기가 지나면서 자신이 보고 느꼈던 자연을 정원으로 디자인해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꿈을 키웠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유명한 가든 디자이너 밑에서 인턴 생활을 한다. 하지만 이용만 당하고 해고가 되는 등 많은 고초를 겪는다. 그럼에도 결국 첼시 플라워 쇼에서 최연소로 금메달을 수상한다. 영화가 감동적인 이유는 아일랜드의 가든 디자이너인 메리 레이놀즈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첼시 플라워 쇼는 국내에서도 정원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정원박람회다. 필자 또한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주변 사람 중에는 신혼여행지를 영국으로 계획해 첼시 플라워 쇼를 관람하는 정도였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건 2011년과 2012년 연속으로 금메달을 수상한 황지해 작가 때문이 아닐까 싶다. 황 작가의 수상이 더 감동스러웠던 건 출품작의 소재가 ‘해우소’와 DMZ로 가장 한국적인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정원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는 마음속의 멘토가 된 것 같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나라 또한 정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원박람회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학생 또한 마찬가지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일반인은 취미 등을 위해, 학생들은 경험을 위해 참여하지만,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는 작가 부문에 비해 예산이나 규모가 작은 것이 현실이다. 2019년 산림청에서는 정원 분야로의 진출을 희망하는 청년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34세 미만의 관련 분야 청년(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원 분야 전문가, 소위 정원작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정원을 조성하는 전 과정을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계획했다. 사업의 정식명칭은 ‘정원분야 실습·보육공간 조성사업’이었지만, 홍보 등을 위해 사업 시행기관인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에서 ‘정원드림 프로젝트’라는 보조사업명을 설정해 2020년 참가팀 공모를 시작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2020년에는 울산, 천안·아산, 춘천, 김천, 순천 등 5개 권역 25개 대상지에 120명이, 2021년에는 울산, 천안, 순천, 오산, 구미 등 5개 권역 25개 대상지에 125명이 참여했다. 제안서 심사를 거쳐 확정된 25개 팀은 1팀당 1명의 정원전문가(정원작가)가 정원 설계부터, 식재디자인, 식물 선정 및 식재, 시설물 설치, 관리 등 정원 조성의 전 분야를 멘토링 했다. 정원 조성 대상지는 지자체에서 도심 내 유휴부지를 선정해 제공하며, 조성이 완료되면 시민정원사에 의해 관리된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현재까지 조성된 정원은 도시재생에 크게 기여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2021년에는 정원 조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사전교육과 전년도 참여자가 멘토 역할을 경험하는 ‘새싹멘토’ 제도를 운영하며 프로젝트의 질을 높여 나가고 있다.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아쉬운 점은 코로나19로 인해 참여 작가와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발대식부터 설계와 디자인안을 발표하는 디자인 워크숍, 마지막 행사인 최종보고회와 시상식 모두 지역별로 하거나, 온라인으로 하는 아쉬움이 있다. 2020년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직접 운영했던 천안·아산의 발대식에는 황지해 작가를 강연자로 초청해 정원에 대한 철학과 경험 등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원드림 프로젝트는 올해 3년 차를 맞이한다. 매년 새로운 주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올해의 주제는 ‘지구를 위한 정원’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이슈는 코로나19와 탄소중립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사회·환경적인 이슈는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으며, 정원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대두되고 있다. 정원은 코로나19가 가져온 개인과 사회의 단절을 해소하고, 외로움과 우울증 등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한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 탄소중립을 위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산림청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추진하는 생활정원 조성사업은 탄소중립을 위한 기후대응기금으로 편성돼 운영되고 있다. 이런 큰 문제부터 우리 인식하지 못하는 여러 문제들을 청년들은 정원을 통해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하다. 올해는 여러모로 정원드림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제시된 주제에 대한 학생들과 청년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이를 기반으로 조성한 정원의 모습도 기대되고 있다. 첼시 플라워 쇼의 정원은 기본적으로 철거되지만 ‘정원드림 프로젝트’의 정원은 최소 5년을 유지한다. 유지되는 기간 동안 정원은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다. 지역 시민과 시민정원사의 손길, 머무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정원 속 식물은 성장하고, 무엇보다 참여하는 청년들이 성장하리라 믿는다. ‘될 성 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미 2022년 정원드림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사전 SNS 활동을 시작한 청년들이 있다. 팀명과 풀이가 상식을 뛰어넘는다. 이들의 정원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들이 조성하는 ‘지구를 위한 정원’은 어떤 모습일까. 참여하는 청년들에게는 꿈(Dream)을 현실화하기 위한 정원이지만, 지역주민들을 비롯한 누리는 사람들에게는 드림(獻)의 정원이다. 더 많은 청년들이 참여해서 꿈을 현실화하고 더 많은 드림이 있기를 기대한다. 남수환 /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
    •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email protected]
    • 2022-02-08
  • 이 세상에서 살아온 역사를 돌아보면 큰 전환점이 된 사건이나 일들이 많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전기가 발명돼 새로운 사회로 변화된 것, 아니 혁명을 가져온 것이 가장 큰일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전기가 없던 그 이전의 사회와 전기가 도입되면서 급격하게 세상이 변화됐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인류가 처음 불을 사용한 이후로 많은 연구를 하며 더 밝고 지속가능한 불을 찾다가 전기라는 엄청난 자원을 얻게 돼 모든 분야에서 과히 혁명이라 할 만큼의 놀라운 사회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그것이 지금부터 200년도 안되는 시간에 일어난 일이라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전에는 대부분 1차 산업인 농업중심의 수공업의 사회라고 할 수 있는데 이때는 모든 것이 관계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소통되고 협력해 일을 행하던 사회였다고 볼 수 있다. 농사를 지어도 사람들이 함께 모내기부터 추수까지 모든 일들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먹고살 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전기로 인해 세상은 더욱 편리함과 안락함을 추구하게 됐고 고도화된 산업을 통해 사람이 하던 모든 일은 이제 기계화와 산업화로 기계와 컴퓨터로 하는 일로 바뀌고 있다. 컴퓨터의 기능이 좋아질수록 일의 양은 많이 소화되지만 더 늘어나고 바빠져 사람들과의 관계는 맺기 어려워지는 세상이 돼버렸다. 조경분야만 해도 40년 전에는 제도판에 티자와 삼각자, 샤프펜슬로 그리며 서로 아이디어를 내며 많은 관계와 시간을 들여서 작업하던 생각이 난다. 특히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 부스 안에서 반갑게 맞아 주던 분들은 이제 사라진 지 오래됐고, 이제는 기계에서 나오는 소리로만 통과하는 고속도로가 됐다. 이동하면서도 전화를 할 수 있다고 그 큰 전화기를 들고 다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 휴대폰은 모든 기능이 들어가 있어 사람들에게 신체의 일부가 된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휴대폰이 친구고 나의 전부가 돼가고 있다. 23개월 된 손자가 나보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휴대폰을 더 잘 만지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는데, 휴대폰이 얼마나 직관적으로 잘 만들어졌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그 휴대폰으로 다양한 정보 등을 통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으니 더욱 사람과의 관계, 즉 가족과의 관계, 직장 동료와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가 이뤄질 시간은 점점 줄어가고 있는 것이다. 노모포비아(nomophobia)라는 신조어가 있는데 no, mobile, phobia(공포)를 합성한 단어다. 즉 휴대폰이 가까이 없으면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그런데 그런 증상을 휴대폰 사용자 3명 중 1명꼴로 나타난다고 하니 얼마나 심각한 일인가? 이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노모포비아 증상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2년이란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화했다. 사람들의 모임과 만남이 제한되면서 동호회 같은 모임이 사라지고 결혼식·장례식 문화 등이 변화하며, 사람들을 만날 수 없는 시대가 돼버렸다. 이제 혼자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사회는 더욱 관계가 아닌 보이는 것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세상으로 변화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다시 사람과 관계를 맺고 서로 소통하는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 그나마 우리 조경 분야가 다루는 정원이나 공원 등의 녹지 조성 사업은 1차 산업이라고 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관계 맺으며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살아 있는 생명을 가진 식물은 생명이 없는 무생물이 다루기가 불가능하므로 사람이 직접 상태를 보고 햇빛이 필요한지, 수분을 공급해야 하는지 등을 판단해서 사랑으로 관계를 맺어야 그 식물의 본래의 모습으로 아름답게 꽃피우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바쁘게 살아가지만 살아 있는 식물을 볼 때 마음이 동하도록 지어졌기 때문에 식물이 주는 힘은 무엇보다도 크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정원의 열풍이 얼마나 강한지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 정원으로 모든 사람들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도시를 그려 본다. 그 예로 꽃심, 정원도시 전주시를 사례로 살펴볼까 한다. 2019년 1월부터 현재까지 3년간 사람들의 관계로 만들어 가는 도시를 생각하며 전주시 총괄조경건축가를 이끌어 왔다. 전주시장, 공무원, 시민 등과 관계를 맺는 일부터 시작해 정원도시 전주를 꿈꿔 왔다. 관이 주도해 물리적인 정원의 공간을 만들어낸 정원도시가 아닌, 시민이 꽃과 식물을 알고 사랑하게 돼 식물을 존중하며, 식물을 심는 사람끼리 또 새로운 관계를 맺고 그 관계가 새로운 관계를 낳을 때 전주 시민이 정원을 사랑하는 정원도시 전주가 된다고 생각한다. 전주시에 살고 있는 시민 중 정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아내 또 새로운 관계를 맺고, 이 관계를 통해 또 다른 사람과 정원을 알게 되는 그곳에서 아름다운 도시를 꿈꾸게 됐다. 그중에 두 명의 시민을 소개하며 관계 맺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할까 한다. 먼저 첫 번째 시민은 시내 도심에서 요리학원을 운영하면서 도심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작은 집을 마련해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식물을 알아가며 식물을 사랑하고 식물과 관계를 맺으며, 심신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요리학원을 운영하면서 정원에서 나는 재료로 요리도 하는 등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살게 됐다. 이러한 삶을 살게 되면서 주변의 이웃과 관계를 맺고 싶어, 본인 소유 땅인 골목에 먹거리 식물을 심어 소통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등 식물과의 관계를 맺으며 시작한 삶이 이웃과 소통하는 동네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두 번째로 음악 하는 시민은 시내 중심도로변에 작은 건물을 짓고 1층에 음악 강의실을 준비하면서 도로변 작은 땅에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정원을 가꾸면서 내면이 건강해지는 등 정원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정원에 사랑이 담기면서 지나가던 시민도 카페인 줄 알고 찾아 들어오면서 차를 대접하고 그분과 관계를 맺으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시작됐다. 지금은 그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할 정도로 아름다운 장소가 됐다. 이외에도 금암광장이라는 공공 공간이 정원으로 바뀌면서 시민들이 머무르고 관계 맺는 소통의 장소로 자리매김을 하는 것을 보면 정원은 가장 아날로그적 요소지만, 오히려 그 정원이 사람들이 살아가야 할 도시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 것 같다. 이렇듯 우리의 도시는 정원이라는 매개를 통해 따뜻한 이야기와 사랑이 있는 도시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우리가 사는 이 도시는 공동체로 이뤄지고 있다. 공동체는 누구든 상관없이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가 다루는 조경을 통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우리의 일이 모두를 행복하고 아름답게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오늘도 손으로 또 다른 도시 내에서의 정원을 디자인한다. 만들어진 이후에 아름다운 관계 맺는 도시를 상상해 보며, 오늘도 관계를 통해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계시는 모든 분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하며 이 글을 맺는다. 최신현 / 씨토포스 대표
  • 코로나19가 시작되고 두 번째 겨울을 맞았다. 처음은 상상할 수 없는 공포로 시작됐다가 지금은 일상이 된 듯한 느낌이다. 코로나19로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해 도입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백신패스 등은 생활의 변화를 야기했고 사람들은 시나브로 적응해 가고 있다. 식당에서 홀로, 또는 칸막이가 있는 자리에서 밥을 먹는 것이 익숙해졌다. 동료가 있어도 감히 얘기를 나누는 것이 어렵고 부담스럽다. 어쩌면 혼자 있는 것이 편할 수도 있다. 급기야 이런 변화는 감염병보다 더 심각할 수 있는 또 다른 병을 초래했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로 대변되는 불안, 초조, 답답함, 무기력, 분노 등으로 인한 우울감이 대표적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다. 사회란 틀 안에서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동물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과 어울림이 차단됐고, 관계의 유지도 어려워졌다. 그렇다 보니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게 됐다. 언제부터인가 홀로 있는 어르신들에게 개나 고양이가 가족으로 여겨져 반려동물이 됐던 것처럼 새로운 반려가족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지금의 반려동물이 그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무관심하거나 덜 보살펴도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언제부터인가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꽃집을 비롯해 수목원과 식물원에서, 심지어는 백화점에서도 반려식물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서적 측면에서 식물의 효과가 부각되면서 반려식물과 정원이 새로운 트랜드가 됐고, 이는 식물테라피와 플랜테리어라는 새로운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식물은 동물만큼 교감할 수는 없지만 동물과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리 없이 성장하는 것이 그렇고, 꽃이라는 절정을 맛볼 수 있는 것이 그렇다. 비록 식물이 꽃을 피우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로 인한 기쁨은 그 시간을 충분히 보상받고도 남는다. 물론 꽃이 아니더라도 식물을 키우는 것 자체가 즐거운 시간이다. 최근 산림청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에서는 코로나19 대응 의료기관과 산업공단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내정원(스마트가든)에 대한 효과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식물이 있는 공간이 피로나 우울감을 감소시키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기관, 산업공단 종사자 외에도 코로나19 이후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두 기관은 스트레스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사실 그동안은 사회활동 즉, 친구나 동료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통해서 이러한 스트레스가 관리됐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소하게 여긴 시간이 정신건강에 있어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의 측면에서 반려식물의 수요는 계속 증가할 듯하다. 식물을 가까이 두는 한 사람으로서 이런 사회적 현상은 매우 반갑지만, 한편으론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과연 반려라는 용어를 쓸 만큼 우리가 식물을 소중히 여길까 하는 마음에서다. 반려동물은 태어나면서부터 병원을 찾는다. 정기검진을 통해 주기적으로 각종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건강은 물론이고 털을 깎고 염색을 하는 미용도 한다. 물론 주인의 의지에 따라 다르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러한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에 반해 식물은 어떨까. 키우는 식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름조차도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일 듯하다. 하물며 이들 식물에 대한 생육정보를 알고 키우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큰 바람이 아닐까. 반려식물이 진짜 반려식물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먼저 이 식물을 판매하는 분들이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 이름이 무엇인지, 어떤 환경을 좋아하는지, 물은 얼마나 자주 줘야 하는지. 하지만 아직 이러한 정보는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식물이 고사하는 위기에 처하더라도 살리려 애쓰지 않는다. 식물병원이 있지만, 반려식물을 살리려는 생각으로 식물병원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식물병원이 그런 역할을 하는 건 아니지만, 수요가 있다면 진작에 수요를 반영한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것이 아쉽고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수목원이나 식물원, 국가정원 등 식물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셜네트워크만 살펴봐도 이들에 대한 정보를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내용이 많아지고 있다. 반려식물이란 단어는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일부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것이다. 정원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정원을 일반적으로 아름다움을 누리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정원의 진정한 의미는 스스로 가꾸는 활동에서 찾을 수 있다. 반려식물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가꾸는 것. 반려라는 의미가 퇴색되지 않게 되새기며 식물을 키우고 교감하기를 바라본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진정한 반려식물의 의미가 싹트지 않을까 싶다.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
    • 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email protected]
    • 2022-01-11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자연은 임자가 없다. 강 위에 부는 바람과 산간의 밝은 달은 내가 아무리 취해도 금할 사람이 없다. 아무리 써도 바닥날 일도 없다. 나는 그걸 즐긴다. 그렇게 무진 보배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에게는 그런 삶의 선택권이 있다.” -성파- 최근의 기후변화와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지구 생태계 먹이그물에서 최상위에 위치하는 인류의 생활방식과 삶의 가치에 대한 반성이 일고 있으며, 새로운 생활 방식과 가치관 정립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구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 혁신 노력과 협력이 요구되고 있으나, 지구인 입장에서의 친환경 생활방식과 가치관 정립이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라 할 수 있다. 현대의 인간은 더 많은 재화를 소유하기 위해 노력한다. 국가적으로도 매년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생산량을 늘려 국가총생산과 경제성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모든 국가가 공통으로 추구하는 목표다. 동시대 지구적 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이와 같은 물질 성장 중심의 경제활동이다. 지구생태계의 건강보다는 물질 성장을 우선시하는 경제활동이 현재 지구적 재난의 주범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제성장 중심의 국가운영은 결과적으로 지구환경을 오염시키고 기후변화를 초래해, 지구가 더 이상 인류의 보금자리가 될 수 없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 이제 우리 인류는 경제성장 지향적 생산 활동이 아니라 건강한 지구생태계 유지를 위한 적정 생산과 소비를 해야 한다. 즉 지구생태계의 회복 및 유지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생산과 소비수준을 정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경제개발 관행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후속세대는 지구상에서 살기 어려워져 지구 밖 다른 위성으로 이주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생태계에서 종(種)의 개체수는 먹이사슬 관점에서 천적의 존재로 인해 개체수가 적절한 범위 내로 조절된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사람에게는 강력한 천적이 보이지 않아 인구가 무한정 증가하고 있는데, 최근의 코로나 사태를 본다면 바이러스가 천적이 돼 지구상 과다 인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최근의 지구적 재난을 대비함에 있어서는 자연생태계 회복과 보전을 주된 목표로 하고 있는 환경조경분야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으며, 더불어서 환경조경분야 비영리법인의 미래를 내다보는 공익활동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의 월간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뉴스레터 100호 기념 설문’ 조사(2021) 결과는 환경조경 공익 활동의 중요성을 확인해 주고 있으며 앞으로의 공익 활동 방향설정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이 지향해야 할 가치로서 ‘환경조경분야 나눔문화 확산(29%)’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고, 다음으로 ‘환경조경복지(25%)’가 중요하다고 했다. 즉 ‘나눔과 복지’가 환경조경 공익법인이 지향해야 할 중요한 가치라고 함은 혼자만 잘 살기보다는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응답자 의식 바탕에 자리 잡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으며, 이러한 의식은 ‘공생’이라는 더 보편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 조사 결과가 우리나라 환경조경분야 사람들의 의식 가운데 나눔과 복지, 그리고 공생에 대한 의식이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나눔과 복지, 즉 공생은 지구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 개념이며, 지구 재난 극복을 위해 인류가 지녀야 할 기초적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즉 경제성장을 좀 늦추더라도 건강한 지구환경을 위해서는 나 개인 혹은 일정 집단만의 욕심을 차리려 하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필수적 소유를 넘는 재화는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인류를 위해 나누고 공생하자는 것이다.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고 여기서 생기는 재화를 자신의 창고에 쌓아놓는 ‘소유의 삶’보다는 이를 나누는 ‘공존의 삶’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는 선한 노력을 통해 건강한 지구를 누릴 수 있으며, 지구재난을 극복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나눔과 복지가 지구인의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가 된다면 탐욕스러운 경제개발 일변도의 관행에 변화가 올 수 있으며, 건강한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한 적정 개발 강도에 대한 세계인의 공감대 형성이 가능해질 것이다. 적정개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자연스럽게 지구상 적정 인구수, 도시의 적정 건물 및 녹지 밀도, 등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지고 도시녹화가 강조될 것이다. 따라서 개발과 보존의 해묵은 논쟁은 건강한 지구의 관점에서 새로운 담론으로 귀결될 것이다. 더 나아가서 개인의 소비관행에서도 소비절약, 폐품 업사이클링, 채식 식단 등 녹색소비가 정착될 것이다. 이와 같이 나눔과 복지가 범지구적 윤리로 확립되고 실천이 이루어진다면 기후변화와 팬데믹으로 가시화된 지구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자연스럽게 열릴 것이다. 여기서 나눔의 범위는 한 국가를 넘어, 국가 간 나눔으로 확장돼야 지구적 재난의 범세계적 공동해결이 가능해진다. 탄소 감축을 위한 국제회의에서 이미 일정 수준의 경제개발을 이룬 선진국과 경제개발을 위해 탄소배출이 불가피한 개도국 간 이견으로 국가 간 탄소감축 계획에 대한 합의에 어려움이 있음을 볼 때, 선진국이 공생의 차원에서 개발도상국에 어느 정도는 양보를 하는 것이 지구적 윤리와 공생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연이 지닌 무진보배를 영구적으로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국내외에서 뜻있는 기업 소유주들이 자기 재산의 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선한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음은 인류가 지구적 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기부계의 홍길동으로 불리는 익명의 김달봉씨가 매년 억대의 이웃돕기 기부를 하자, 전국에서 김달봉이라는 이름으로 기부하는 나비효과도 생겨나고 있다. 우리 지구인은 소유의 삶이 아닌 공존의 삶을 살아야 하고, 공생을 실천해야만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고 건강한 지구를 후손에게 넘겨줄 수 있다. 암벽 등반 시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손에 잡은 줄을 반복해서 놓아야 정상에 도달할 수 있듯이 손에 잡은 것을 지구를 위해, 후손을 위해 나눈다면 지구상 만물이 모두 행복한 유토피아에 이를 수 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 그리고 지구상 모든 존재가 공존해야 나도 존재할 수 있다는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이 지구적 위기 극복의 필수 요건이다. 지구촌 위기 극복은 나눔과 복지, 그리고 공생의 실천에서 시작돼야 한다! 임승빈 / 환경조경나눔연구원장
  •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이야기 식물로 치유가 필요한 오늘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힘든 오늘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이다. 삶은 살아내는 것이라고 한다. 어렵고 힘든 고비는 누구에게나 찾아오고 우리는 그것을 극복하며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 삶은 마치 겨울을 지나 단단해진 튤립이 봄에 꽃을 피우는 것과 닮아있다. 아픔을 겪고 이겨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도우려는 측은지심이 생겨 다시 누군가를 돕곤 한다. 이들을 ‘운디드 힐러’라고 부른다. 한국은 1990년 이전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였는데 2021년 현재 OECD 1위를 17년간 유지하고 있다. 2050년 한국은 가장 장수하면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21년 낮은 출산율의 주요 원인은 자살이 차지하고 있다.(신경과학회, 2021) 이는 빨리빨리의 문화로 성장한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와 같다. 이제는 잠시 쉬어가며 물어보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상처를 안고 치유의 길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이들은 편백나무숲과 같은 자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톨스토이는 답하고 있다. 사람을 사람으로 살 수 있게 하는 그 무엇은 사랑이었다고, 측은지심의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었던 오징어게임의 주인공 기훈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까닭도 그 마음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식물을 가꾸는 원예작업은 이 같은 사랑을 나누고 사랑으로 자신을 성숙시켜 인간 최고의 성장 상태로 자존감을 높이는 치유 작업이다. 자존심이 남에게 굽히지 않고 자신의 품위를 지키는 것이라면, 자존감은 타인의 평가와는 관계없이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며 자신의 품위를 찾아가는 길을 말한다. 정원을 가꾸면 어떤 치유가 가능할까? 과거 인류의 최초 작업 중의 하나는 손으로 자연에서 먹을 것을 채취하고 생존을 위해 자연을 다스리는 원예작업이다. 이같이 자연과 더불어 인간은 변화하고 발전해 진화와 생존을 했기 때문에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생태적 진화능력이 있다고 보는 진화심리학적 측면이 있다. 최초의 채집과 농사 활동 모두 생존을 위한 본능적 원예작업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녹색환경에 최적화된 생명체이다. 그 말은 녹색이 가득한 시선처리, 즉 녹시율이 높을 때 가장 안정적이고 건강에도 좋다는 것이다. 농업은 노동 중심의 생산작업이 주가 되고 원예는 관상과 여가중심의 사회작업을 포함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원예(園藝)의 어원은 라틴어 hortus(園)와 cultra(藝, 재배·가꾸기)에서 나왔으며, 둘레를 치고 그 안에 채소, 과일, 화초 등을 심어서 가꾸는 일이나 기술을 말한다. 영어의 horticulture는 ‘정원(庭園)을 관리한다’, gardening(造園術, 조원술)은 ‘경작하는 기술’, paradise는 정원(garden)을 의미하는 원시 이란어 paridayjah가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거쳐 영어에 유입된 단어로 알려져 있다. 원예의 어원에 낙원의 의미와 문화의 의미가 내포돼 있다는 게 신기했다. 원예-가드닝-문화-낙원 꽃과 나무를 곁에 두고 가꾸면 행복감을 갖게 되고 충만한 교감을 통해 엔도르핀이 나오게 된다. 식물을 기르면 양육본능이 충족되니 고독감도 해소될 수 있다. 신체 움직임 특히 손을 많이 쓰게 되니 뇌의 전두엽 기능이 활성화되고, 신체 근력도 늘어난다. 휴식도 취하게 되니 흥분만 되던 자율신경이 안정화되는 부교감의 활성화가 강화돼 조화로움의 정서를 느끼게 된다. 작은 씨앗과 작은 들풀의 생명력을 보며 감동을 받게 되고 다이돌핀 호르몬이 나와 마음과 머리를 건강하게 한다. 작은 과제를 완성하며 나는 가치 있는 일을 했고 존재의 의미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심미적 본능과 욕구가 충족된다. 이렇듯 아픈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Dr. Kim이 식물과 함께 내적인 힘을 스스로 길러 내는 치유의 과정, 녹색 처방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자연에서 나만의 치유의 길을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해 보자 인간작업모델이론(MOHO)은 자연과 함께하는 작업으로 인간의 의지, 습관, 수행능력에 영향을 주며 내재적인 치유 능력을 발휘하게 유도할 수 있다고 보는 치유이론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작업은 나를 치유하고 세상을 치유하는 수단이 된다. 나는 누구인가? 질문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작업을 시작하면서 나의 건강한 의지를 기르고 습관을 만들고 자연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건강한 나를 만들어 보자. 생태중심주의적 자연관은 인간 중심에서 벗어나서 인간의 본래적 가치는 자연의 모든 존재(인간+동물+식물+무생물)이며, 그 자체로 가치 있음을 알게 하는 이론을 말한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자 상호의존적 관계로, 상호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때 자연도 인간도 건강할 수 있다. 인간은 마음과 인지와 몸의 요소가 있다. 부정적인 말은 부정적인 생각과 몸을 만들게 된다. 반면 긍정적인 생각과 마음은 건강한 몸을 만든다. 자연을 바라보면 긍정적인 정서가 자연스럽게 유발되곤 한다. 긍정정서가 어느 정도 차지하고 있는지, 자연과 함께하는 작업에 몰입을 느껴 보았는지, 삶의 의미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행복을 목표로 의미 있는 삶, 참됨을 실현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자연과 함께하는 활동은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누는 활동과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게 한다. 위와 같은 이론 중심으로 자연 활동을 할 때 자존감을 향상시키고 긍정정서와 만족, 다이돌핀과 같은 감동의 호르몬을 흐르게 할 수 있다.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동료들을 밟고 올라가며 미끄러지던 호랑애벌레가 나비로 변화하는 과정 속에 목표를 찾아가듯, 우리도 삶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물으며, 치유의 길을 함께 찾아가는 여정이 되길 바란다. 나만의 정원활동을 시작해 보자 식물을 가꾸며 치유가 가능할까? 식물을 가꾸며 힐링하던 사람들을 찾아보자. 헤르만 헤세는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정원을 가꾸고 정원을 그렸다. 정원일의 즐거움 중 한 그루의 나무 이야기다. 한 그루의 나무가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 안에는 핵심이, 하나의 불꽃이, 하나의 생각이 숨겨져 있다. 나는 영원한 생명을 지니고 있다. 영원한 자연의 어머니는 나와 더불어 전례가 없던 일을 시도한다. 내 모습과 내 피부밑에 흐르는 혈관은 다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일한 것이다. 내 우듬지에 달린 가장 작은 잎사귀가 벌이는 유희, 내 가지에 난 아주 작은 잎사귀가 벌이는 유희, 내 가지에 난 아주 작은 상처조차 유일한 것이다. 내 사명은 바로 그런 일회적인 것 속에서 영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그림 중 유일하게 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자신이 정원을 돌보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그의 글을 통해 정원을 가꾸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내면의 위로와 성찰을 느낄 수 있다. 미국의 타샤 튜터 할머니의 정원은 개인과 가족의 힐링을 보여주었다. 천리포수목원의 설립자인 민병갈 박사는 한국인으로 귀화해 한국 최초의 민간정원이자 목련이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 ‘자연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앞장서 만들어가는 녹색나눔을 실천해 주었다. 놀라운 일이다. 나는 매해 4월이면 천리포수목원의 목련을 보러 간다. 그곳에 설립자의 배려가 담긴 의자에 앉으면 민병갈 박사가 “이곳에 앉아 목련을 바라봐”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곳에 앉아보면 너무 멋진 꽃멍의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따스한 봄 햇살과 바닷바람, 파란 하늘, 눈부신 목련꽃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이것이 녹색이 주는 자연치유임을 알 수 있다. 식물은 분명 인간의 내면을 치유하고 성장시켜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하는 힘이있다. 중세 시대 정원이 있는 수도원은 안정감과 자연이 주는 오감자극을 통해 병의 회복을 돕는 장소로 활용됐다. 정신과 환자들을 묶거나 강박하는 대신 화초, 채소, 과일 등을 재배하거나 가꾸는 원예활동을 하도록 했을 때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있다. 아동들을 위한 정원이 있는 병원, 암 환자를 위한 정원, 재활환자들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정원, 정신과 환우들을 위한 정원 등 치료적 공간으로서의 정원들이 늘어가고 있다. 노인들에게 요양원 대신 치유농장에서 돌봄을 받으며 활동을 할 곳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네델란드에서 치유농장은 국가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노인과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치유농장에서 활동을 하며 신체적, 심리적 재활을 하고 있다. 1800년대 후반 독일에서도 요양원, 병원, 교회 등의 부속 정원을 중심으로 ‘케어팜’이 운영됐다. 치유농장 육성사업이 시작된 후 여주 농업기술센터 치유농장 육성사업으로 여주 야생화 자연 농장 컨설팅을 맡은 적이 있다. 야생화를 보존하고 재배해 판매하고 농촌체험을 하던 농원이 힐링과 치유가 가능한 공간으로 리모델링 돼 경증인지장애 노인들의 인지재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요양원 대신 치유농장을 선택해 사는 노후가 더욱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원에서 치유를 경험한 이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원은 나에게 무한히 많은 것을 준다.” “야생화를 돌보는 나는 행복한 부자예요.” “정원을 해보니까 행복감이 이 속에 담겨있다는 걸 느껴요.” “꽃은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는 메시지나 영감을 얻게 해주는 것 같아요.” “우리가 꽃을 돌보는 게 아니라 꽃이 우리를 가꾸고 있어요.” 김미영 / 렛그린 미래식물산업연구소 부소장
  • 2022년 새해에는 한국조경학회가 탄생 50주년을 맞는다. 1972년 봄꽃이 기지개를 필 무렵, 대대적인 국토 개발을 이끌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청와대에서 조경에 관한 첫 세미나가 개최됐고 7월에는 건설부에 공원녹지과가 신설됐다. 그해 겨울에 서울대와 영남대에서 조경학과가 설치 인가를 받았다. 같은 해 12월 29일, 한국조경학회 창립총회가 개최되면서 한국에 ‘조경’의 탄생을 알렸다. 그로부터 어언 50년 세월이 흘러 2022년에는 사람의 나이로 치면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명을 깨닫는다는 나이에 이르렀다. 반세기 동안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 발전과 함께 조경 산업 또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고, 그 중심에는 늘 조경학회의 헌신적 노력이 있었다. 학회는 본연의 임무인 학술 관련 사업으로 학회지 및 학술지를 발간하고, 한‧중‧일 국제 조경전문가 회의, 세계조경가대회(IFLA) 참여 등 국제 교류를 통한 학문적 정보 교환에도 앞장서 왔다. 학생들을 위한 조경디자인캠프와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을 매년 개최하고 조경 업계의 발전을 위해 대한민국 조경문화대상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산림조합법 개정 반대 투쟁’(1988년)과 ‘건설산업기본법 개정 반대 투쟁’(1997년)처럼 조경 분야가 위기에 직면할 때면 업계와 함께 분야의 권익을 위해 선두에 나섰다. 기후 위기와 포스트 팬데믹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과제 앞에서 조경학회도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있다.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조경학회의 힘찬 발걸음에 응원을 보낸다. 이제 미래의 50년을 목표로 반세기에 접어든 한국 조경의 과거를 차분히 뒤돌아보고 새로운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할 전략을 세우고 발전을 위한 전기를 마련해야 할 때다. 먼저, 조경계에 이렇다 할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단일의 대표 단체인 조경학회에서 파생되어 나간 여러 관련 학회와 협회 등 많은 단체 사이의 협력과 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과거 권위적 형태의 중앙집권적 단일 조직은 지양해야 한다. 분야의 다양한 요구를 하나의 목소리로 대변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중앙 조직의 결정을 모든 단체에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상명하달 방식의 운영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 여러 단체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존중하면서 조경 분야 전체의 단결된 목소리가 필요할 때는 함께 연합해 힘을 모으는, 공감 능력을 극대화한 ‘느슨한 연대’를 추구해야 한다. 지난 2017년 3월 3일, 조경의 날 기념식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가 총재 사퇴 후 결국 해체 수순을 밟은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의 뼈아픈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둘째, 조경 분야에도 이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급변하는 시대에 대응해 미래 성장을 위한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젊은 조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조경 분야의 여러 단체와 조직은 대개 학연, 지연에 얽매여 나이나 학번 순으로 수장을 결정해왔다. 몇몇 단체는 여전히 원로나 고문의 입김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조경 원로 1세대를 존경하고 그 공로에 감사하지만, 보수적인 한국의 정치판에서도 30대 정당 대표가 나오는 현실을 볼 때 조경계는 세대교체가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연공서열보단 능력과 성과주의에 바탕을 둔 세대교체 바람이 변화에 대한 열망과 미래 세대의 역동성을 담아내는 용광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2022년 8월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조경가협회(IFLA) 한국총회를 계기로 모든 조경인이 힘을 모아 분야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는 IFLA가 주관하는 글로벌 조경인들의 대표 행사다. 2022년에는 개최국 한국으로 전 세계 조경가들이 모이게 된다. 세계조경가협회는 전 세계 77개국 2만5천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글로벌 조직으로, 1948년 영국에서 설립된 이후 현재는 유럽, 아시아‧태평양,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5개 지회가 활동하고 있다. 한국은 1981년 협회에 가입해 1992년 IFLA 총회를 서울, 경주, 무주에서 개최한 바 있다. 당시 국내 조경계가 일치단결하여 대회를 잘 준비한 결과 34개국 305명의 외국 정회원 참석자를 포함해 총 1천 3백여 명의 참가자에게 한국의 조경을 알리고 국제적 위상을 드높였으며 한국 조경의 도약의 계기가 되었다. 학회, 협회 등으로 구성된 IFLA 조직위원회가 얼마 남지 않은 대회 준비를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손길이 부족하고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범조경계 차원의 많은 관심과 아낌없는 협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경 분야도 여러 대선 캠프에 조경 정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테스크포스 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최근 여러 난관에 봉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경 단체는 여전히 적절한 대응을 위한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고, 분야 전체 생태계가 침체에 빠질 위기에 처해있다. 유일한 희망인 ‘조경진흥법’조차 실효적 사업을 거의 담지 못한 상태다. 타성에 젖은 조경계가 현실에 안주하면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이제라도 더 적극적으로 정책을 개발하고 조경 분야의 목소리를 제도에 담아내려면 2022년 대선이 좋은 기회일 수 있다. 국토교통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산림청 등으로 분산된 조경 관련 사업을 아우르고, 나아가 통일 한국의 전 국토를 우리 손으로 푸르게 가꿀 수 있는 강력한 녹색 정부 부처를 만들어보자. 백년대계를 바라보고 함께 큰 그림을 그려보자. 이번이 기회다. 열 살 터울인 국내 유일의 조경 전문지 ‘환경과조경’은 2022년 새해에 창간 40돌을 맞는다. 그동안 한국 현대 조경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조경 분야 대표 언론으로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자부하는 본지는, 2014년 1월 대대적 리뉴얼과 함께 조경 언론으로서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기반으로 ‘조경 문화 발전소’를 꿈꿔 왔다. 급변하는 인터넷 정보화 시대의 물결에 발맞추어 ‘e-환경과조경’을 오픈했고, 전국 조경학과 학생들이 참가하는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을 주관했다. 조경 분야 발전에 공헌한 분의 업적을 기리고 미래의 조경을 이끌어갈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올해의 조경인상’과 ‘젊은 조경가상’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서울정원박람회’와 ‘LH가든쇼’를 진행해 정원 문화 확산과 정원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제 창간 40년을 맞이하여 ‘환경과조경’은 한국 조경의 또 다른 50년을 준비하며 미래를 향한 좌표를 설정하고, 변화의 시대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나갈 것이다. 박명권 환경과조경 발행인
  • 다사다난했던 2021년 조경인들의 희노애락을 돌아보고, 2022년 임인년 새해를 맞이하는 조경인들의 꿈과 소망을 들어봤다. 건설업계 ‘공유의 시대’ 오길 박현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 책임매니저 어느덧 건설회사에서 19년 차를 맞게 되었다. 다행히도 본사와 현장을 적절히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속에서 근무를 해왔다. 건설회사 조경직은 계획, 설계, 시공, 하자 및 유지관리 등 조경업 전반에 대한 실질적 참여가 가능한 조경계의 멀티플레이어 역할을 한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경험할 수 있고 산업의 흐름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조경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시장의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있고 다양한 분야와 협업을 하며 새로운 상품으로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 성장에도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에 비해 건설사 조경조직은 통폐합되거나 조직의 규모가 축소되는 등 처우가 안 좋아지는 곳이 더 많아지고 있다. 현장으로 확장해 본다면 선행공사 지연 등 적정공기 미확보로 준공일을 맞추기 위해 일방적인 희생이 강요되고 있고, 짧아진 공기로 현장을 메뚜기처럼 금방 분주하게 옮겨 다녀야 한다. 준공쯤에는 불명확하고 주관적인 외부공간의 장애인 기준으로 뜯었다 고쳤다를 반복하고 녹색건축 및 생태면적률의 제도적 허점으로 비생산적인 일상들이 반복되고 있다. 수주산업 기반인 건설회사는 상대와 경쟁에서 이겨야 일감을 갖게 되므로 ‘2등의 가치’에 의미를 두지 않는 이분법 속에 살고 있다. 그래서 협업보다는 경쟁이 더 익숙하고 폐쇄적인 문화를 갖는다. 심지어 같은 회사 내에서도 현장별로 비슷한 일을 늘 새롭게 반복하고 있기도 하다. 2022년에는 이러한 과거의 인습을 벗어던지고 서로의 머리를 맞대어 공동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공유의 시대’를 기대해 본다. 작게는 회사 내에서 크게는 건설업 전반으로의 수직, 수평적인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면 좋겠다. 만약 직접적인 교류와 공유가 보안상의 이유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 학회나 협회를 구심으로 협력도 가능할 것이다. 빠르게 앞만 보고 성장한 건설업에 내실을 다지는 의미 있는 시간이 다가오길 바라본다. 건축·조경의 ESG 디자인에 대하여 정우식 JLP Project Architect 2020년도에 이어서 장기화된 팬데믹에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여러 어려움과 변화가 있던 2021년이다. 우선 사회적으로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언택트’ 산업이 확장하면서 비대면에 최적화된 업무, 생활환경이 주된 관심을 받은 가운데 주목할 만한 한 가지가 있다. 답답한 상황 속에서 자연, ‘살아있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과 최근 산업 전반에 일던 ‘체험형’ 트렌드가 만나 단순한 구경과 감상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하는 자연을 찾고 있다. 어쩌면 올해 다국적 건축가 그룹인 DRC XJTLU 소속으로 콘셉트 디자인과 디렉팅에 참여했던 SIGS 서울국제정원공모전 ‘The Pink Island’ 수상은 사회적 니즈와 DRC가 의도한 친환경 재료·순환에 대한 이용자들의 체험, 즉 ESG에 대한 DRC의 기획이 잘 맞아서일지도 모른다. 주변 해외 출신 동료들이 공통적으로 아쉬워하는 부분은 국내 인식이 여전히 환경과 사회적 경험을 별개로 접근하여 결과물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고민이 학생 때나 가능한 콘셉트 수준의 발상이라고 폄하하고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트렌드는 사회적인 니즈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이며 실제로 많은 디자이너들의 입체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이 보여지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의 변화는 건축과 조경의 ESG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과 맞물려 해외 생활을 마무리하고 국내외 디자인 컨설팅 기업인 JLP International로 옮기게 된 가장 큰 동기가 되었다.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을 바탕으로 입체적 디자인과 환경적 요소들의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기획으로 사회에 공헌하고자 한다. 그저 담을 뿐 유청오 조경사진가 사진가로 보낸 21년 한해를 돌아본다. 대상은 공동주택, 정원, 건축·조경, 공원, 전통정원, 도시경관 기록, 호텔, 박람회 등 조경 관련 일에서 각종 행사, 광고, 제품, 모델 등 촬영과 사진교육까지 다른 분야의 일도 병행했다. 그 와중에 공모전 당선(PHOTOGRAPHY MASTERPRIZE AWSRD 2021)도 되고 사진 전시회(The Tulip)를 열 기회를 얻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바쁘지만 알찬 한 해를 보낸 셈이다. 부쩍 조경 관련 분야의 사진기록에 대한 요구가 늘었다는 것을 느낀다. 사진하는 입장이 아니더라도 반가운 변화다. 조경의 대중성이 확대되고 작품성이 견고해지는 증거라고 믿는다. 그런데 내년에도 그럴까? 일시적인 것일까? 지속적인 기록에 대한 욕구가 있기를 바란다. 반드시 사진이 아니더라도 영상 혹은 글을 통해 꾸준한 기록과 출판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기록이 있음으로써 분야가 생존하거나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공간에 공감을 녹여낸 것이 조경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조경공간 안에서 공감하는 사진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진가의 몫이다. 마스크 속 헐떡이며 놀이터 휘젓는 아이들이나 나무 아래 눈 맟춤 할 연인을 바라보며 그저 사진가는 짐작하여 찍으며 행복해할 것이다. 2022년에도 사진가는 그저 열심히 담아낼 것이다. 새해에 바라는 프로젝트 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한해가 끝나면서 마무리되는 프로젝트가 있는가 하면 해를 지나서 지속되는 프로젝트가 있다. 나의 경우 후자가 훨씬 더 많다. 그러다 보면 연말에도 바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나에게 해가 바뀌는 날이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 오히려 프로젝트가 끝나고 시작되는 시점들이 후련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면서 좀 더 특별한 기분이 든다. 3년의 길었던 광화문 프로젝트 설계준공(12월 31일)과 함께 2021년을 마무리하고 있다. 기간도 길었고, 이슈도 많았기에 지난 3년의 온갖 일들이 엇갈려 마음이 어지럽다. 당선으로 기뻤던 기억, 몇 번의 위기 속에서 마음 졸였던 기억, 말도 안 되는 의견들을 수용할 수밖에 없어 화가 치밀었던 기억, 수많은 반복 속에서 몸도 마음도 지쳐갔던 기억, 당선자로서 설계한 내용들이 사라지면서 느꼈던 좌절의 기억, 억지를 부려서라도 설계안을 관철하고 싶었던 미성숙한 나의 모습을 보고 부끄러웠던 기억 등. 여러 기억 속에서 만감이 교차한다. 이 사업이 어떻게 흘러왔고,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어떤 생각과 결정을 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아쉽다. 2022년은 독특하고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특별한 공간 브랜딩을 위한 설계, 공공을 위한 정원, 리노베이션을 통한 공간특화, 핫플레이스 연출, 조경가가 만드는 전시 공간, 고급스러운 호텔의 외부공간 등 새로운 프로젝트로부터 에너지를 받고 싶다. 생활의 위로, 마을을 바꾸는 생활밀착형 조경 윤호준 조경하다 열음 소장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자 7000명(2021년 12월 기준). 2021년에는 종식될 것 같았던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과 더불어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 인식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빠르면 2024년, 어쩌면 코로나19를 예방하며 일상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위드코로나 시대를 계속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도시 구조에 대해서도 이전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생활밀착형 조경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자연을 가까이하려는 욕구가 높아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가드닝(Gardening)이 2022년 주목할 라이프 트렌드 일 순위로 꼽혔다. 하루 대부분 시간을 도시나 콘크리트 건물에서 영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숲과 자연의 필요성을 크게 체감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다수의 ‘공공’을 위한 공간일수록 좋은 품질의 조경 혹은 정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일상에서 마주하는 조경공간의 품질은 더 열약하다. 누구나 집 앞에서 고급 정원을 향유할 수는 없겠지만, 보다 나은 공간에서 쾌적함을 누리는 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돌아갈 수 있는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다가올 2022년에는 생활의 위로, 마을을 바꾸는 생활밀착형 조경에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기를 바란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녹색 복지’로서 꼭 필요한 일이다. 식물의 사회적 가치 주목받는 해 되길 한철구 렛그린 대표 2022년 새해가 밝아오고 있다. 지난 2021년을 돌아보면 2020년에 비해서 상당히 안정적으로 직원들이 성장하고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 2012년부터 중기청 과제를 세 번 연속으로 수행하면서 준비한 수직정원 사업이 정책적으로 보급이 되면서 회사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직원들이 못 따라올까 걱정했던 마음이 많이 덜어졌다. 2012년에 처음 작성했던 사업계획서에서부터 언급했던 수직정원의 보급을 통한 일자리 창출까지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수직정원을 설치한 곳의 주체들도 유지관리를 하기 위해 비용이 발생한다는 데 공감하기 시작했다. 꿈꾸던 일들이 10년 만에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2022년부터는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식물을 활용한 치유교육과 환경교육 등의 시장도 활성화될듯하다. 수직정원 뿐만 아니라 정원 문화가 더욱 발전하여 식물의 사회적 가치 또한 더욱 주목받기를 기대하며 2022년에 희망을 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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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 전시②-전시관] 국립현대미술관 가득 메운 조경가적 삶과 작품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국립현대미술관서울에서는오는9월22일까지약6개월에걸쳐“정영선:이땅에숨쉬는모든것을위하여”를주제로한국1세대조경가정영선의조경활동을총망라하는전시를개최한다. 이전시는그가태어난1941년부터의삶의여정을되짚어보고1970년대대학원생시절부터지금까지반세기동안진행된60여개의크고작은프로젝트에대한조경작품아카이브로마련됐다.대부분최초로공개되는파스텔,연필,수채화그림,청사진,설계도면,모형,사진,영상등각종기록자료500여점을통해조경가로서의삶의궤적을깊이있게들여다볼수있다. 또한주제별로대표작을엄선해선보임으로써도시공간속자연적환경이설계된맥락과고민,예술적노력을드러내고,이러한사유와철학을조경건축의직능을넘어자연과더불 어사는삶을추구하는우리모두의이야기로환원하고자한다. 전시제목‘이땅에숨쉬는모든것을위하여’는정영선이좋아하는신경림의시에서착안했다.정영선에게조경은미생물부터우주까지생동하는모든것을재료로삼는종합과학예술이다.삼천리금수강산의아름다운경관을있는그대로그리고자했던겸재정선의진경산수화처럼,정영선은50여년의조경인생동안우리땅의이야기에귀를기울이고고유자생종의생물다양성을보전하기위한노력을해왔다.전시는정영선의작품세계를국가주도의공공프로젝트와민간기업이의뢰한정원과리조트,역사쓰기의방법론으로서기념비적조경과식물을연구하고보존하는수목원과식물원등작업의주제와성격에따라재구성했다.연대기적서사를지양한이러한접근방식은경제부흥과민주화과정이동시적으로발현된한국현대사의특징과도맥을같이한다.동시에수많은유형의작업들이공통적으로정영선이강조하는“지사(地史)적맥락”에기반을두고있음을나타내기도한다. 7개묶음전시,조경직능넘어서는삶의울림 전시는크게7개의‘묶음’으로나뉜다.정영선의조경이그러하듯경계가느슨한최소한의구획을통해관람객이서있는자리에서각프로젝트의맥락을스스로찾아갈수있도록했다.마치자연주의정원속을거닐듯서로배타적이지않은주제들의우연한마주함과포개어짐을의도했다. 첫번째묶음‘패러다임의전환,지속가능한역사쓰기’에서는‘장소만들기’의현장이된조경의사례를살펴본다.한국최초의근대공원인<탑골공원>개선사업(2002)과‘비움의미’를강조한<광화문광장>재정비(2009),일제강점기철길중유일하게조선인의자체자본으로건설된경춘선을공원화한<경춘선숲길>(2015~2017)등수직에서수평으로,채움에서비움으로인식을전환하고공간의정체성을형성하는주요한방법론으로서조경의역할이드러난프로젝트를확인할수있다. 두번째묶음‘세계화시대,한국의도시경관’은주요국제행사개최와더불어한국을찾는세계인에게선진화된도시경관의인상을주기위해동원된사업을다룬다.<아시아선수촌아파트및아시아공원>(1986),<올림픽선수촌아파트>(1988),<대전엑스포>(1993)등한국의경제,문화,기술적도약의기회였던대형국가주도프로젝트들을통해조경가가어떻게발전된도시모습의비전을제시함과동시에인공적인개발사업에땅의논리를연결했는지살펴볼수있다. 세번째묶음‘자연과예술,그리고여가생활’은경제성장이동반한생활양식의변화로수요가생긴가족단위여가활동의장소들을소개한다.정영선은예술,교육,체육,관광등각문화기관과레저시설의기능과목적에충실하면서도우리고유의지형과땅의맥락을살리는데많은노력을기울였다.종합문화예술단지<예술의전당>(1988)의조경구상도와모형사진,스포츠중심의휴양리조트<휘닉스파크>(1995)의식재계획도와피칭자료등이공개되며이는1980~90년대당시디자이너의소통방식을엿보게한다.또한현재진행중인프로젝트로인문학레지던시<두내원>(2025예정)도소개되는데,마르틴하이데거의『숲길』에서영감을받은산책로의개념스케치가공개된다. 네번째묶음‘정원의재발견’은선조로부터향유되어온우리고유의식재와경관,공간구성방식을적극적으로도입한정원을들여다본다.전통정원요소를자유롭게구사할수있는무대가된호암미술관의<희원>(1997)으로시작해경기도와중국광저우사이의교류정원으로조성된광동성월수공원의<해동경기원>(2005),바다가보이는언덕의개인정원<포항별서정원>(2008)등땅의생김새와성격에부합하면서‘깊은주름’의지형을만들어점진적으로경관을볼수있게만드는“전통정원의내적원리를재현”한사례를만날수있다. 다섯번째묶음‘조경과건축의대화’는건축과의유기적인협업을통해탄생한조경작업을살펴본다.제주오설록(2011,2023)의<티뮤지엄>,<티테라스>,<티스톤>,<이니스프리>건축물사이조성한제주특유의지형을살린개인주택인<모헌>(2011)의중정정원에담긴깊은숲의풍경,남해<사우스케이프>(2013)의건물사이바다를향한시야를가로막던돌언덕을마치원래그러했던것같은형태로깎아연출한방식등땅의조건을읽고이를중심으로경관이조성되는과정속에서조경가와건축가의내밀한상생작용을확인할수있다. 여섯번째묶음‘하천풍경과생태의회복’은강이흐르는곳에자연적으로발생한습지를보호하고도심속물의중요성을환기시키는작업을다룬다.정영선은<여의도샛강생태공원>(1997,2007),<선유도공원>(2001),<파주출판단지>(2012,2014)등콘크리트로뒤덮인도시기반시설에수공간을삽입했다.습지를복원하고하천환경을개선해인간을포함한다양한생명체들의보금자리를제공하기위한그의노력이소개된다. 일곱번째묶음‘식물,삶의토양’은다양한식생을수집하고연구하며교육하는수목원과식물원,자연의치유적속성이강조된명상과사색의장소들을조명한다.식물을가까이하는삶을통해자연과조화롭게사는방식을배울수있는곳들이다.광릉수목원으로불리던한국최초의<국립수목원>(1987)의설계청사진과남해의독특한기후대의식생을담은<완도식물원>(1991)의조감도,미국뉴욕주북부의허드슨강상류에자리한원불교명상원인<원다르마센터>(2011)를구상한수채그림,대지와식생현황도등이공개된다. ‘신작정원공개’기대…연계학술행사‘정영선읽기’ 서울관의야외종친부마당과전시마당에는이번전시를위한새로운정원이조성된다.석산인인왕산의아름다움을미술관내·외부에재현하고계절감을더하는한국고유의자생식물을식재하여관람객에게휴식처를제공함과동시에조경가의작품을오감으로체험할수있는기회가될것이다.또한실내전시에소개되는500여점의조경디자인기록자료의다차원적인연출을위해조경의‘시간성’에주목한정다운감독의영상과사진작가정지현,양해남,김용관,신경섭등의경관사진도함께소개된다. 또한전시기간에는다양한행사들이함께열린다.▲정영선의대표작<선유도공원>(2002)의봄,여름,가을,겨울을기록한영상‘선유도의사계’가이달10일부터28일까지상영되며▲5월17일에는14시영화감독정다운의조경가정영선에대한다큐멘터리‘땅에쓰는시’상영및감독과의대화시간이마련된다.▲7월3일에는‘정영선이만든땅을읽다’를주제로학술행사도개최된다.이날행사는‘조경가정영선을읽다’,‘정영선의작업을읽다’,‘정영선과의대화’로구성되며,조경진서울대학교환경대학원교수,배정한서울대학교교수,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교수,배형민서울시립대학교건축학과교수와박승진디자인스튜디오loci소장,전은정조경포레소장,이호영HLD소장,조용준CA소장,백규리현대엔지니어링조경건축매니저등이참여할예정이다. 한편,이번전시에는배우한예리가오디오가이드에목소리를재능기부했다.차분하면서도울림있는목소리의한예리는작품에담긴의미를부드럽게전달했다.녹음을마친후“반세기에걸친작가의대표작이우리모두의일상속에서아름답게숨쉬고있어놀랐다”며전시에대한기대감을나타냈다. 김성희국립현대미술관장은“이번전시는한국을대표하는조경가정영선이평생일군작품세계중엄선한60여개의작업과서울관에특화된2개의신작정원을선보이는특별한전시”라며,“그의조경작품에서나타나는‘꾸미지않은듯한꾸밈’이있기까지의각고의분투와설득,구현과정의이야기를통해정영선의조경철학을깊이있게만나는계기가될것”이라고밝혔다.
[정영선 전시①-개막식] “땅을 돌보는 방법을 잊어버리는 것은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것”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1세대조경가정영선의삶과작품이종로구소격동에위치한‘국립현대미술관서울’을가득메웠다. 국립현대미술관서울은4일“정영선:이땅에숨쉬는모든것을위하여”전시의개막식을개최했다. 이날행사에서김성희국립현대미술관장은“이번전시가살아있는재료를삼아서평생생물을디자인해온존경받는조경가의예술을감상할수있는기회가될것으로기대한다”며,엄청난국토개발시기속에서도“정영선선생님의조경작업은일찍이자연그대로의모습을놔두자는아주독특한철학이녹아있다”고말했다.“한국현대사의중요한지점에서작가의손길이어떻게담겨져있고또어떤방식으로표현돼있는지방대한양의그림과설계도,사진,영상,모형등다양한매체를통해작품을이해하는데큰도움이될것으로믿는다”며,아울러“전시장을한번방문해서는선생님의작업세계를충분히보시지못할것같다”며“여러차례방문해달라”고부탁했다. 현대사중요한건축조경들,선생님작업이었다니“놀랍다” 전병극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은축사에서“전시회개막행사에외부인들이이렇게많이온경우는제기억으로는없는것같다”며전시를둘러보니“현대사를지나며중요한랜드마크적인건축물들이많았는데,그건축물의관심받는조경들이선생님의작품이었구나라는생각에놀라웠다”며본받아야할분이라고칭송했다.“인문학적인성찰을기반으로담백하면서도아름다운우리의삶과우리들의정체성을살리고역사적공간을현대적으로재구성해낸상상력이집약된전시”라며“우리삶을쾌적하게해주는공간이면에조경설계자의세심한노력이있었다는것을오늘새삼스럽게깨닫게됐다”고말했다. 이날개막식에는오휘영한양대학교도시대학원명예교수의축사도전달됐다.축사는최자호라펜트이사가대독했다. 오휘영교수는축사를통해,불과반세기전에정영선조경가가언론사기자에서조경분야로뛰어들었던당시에는우리나라가조경의불모지였다며,처음에는“대학에서연구와후학양성에몰두하더니어느새조경설계회사를차려굵직한프로젝트들을거침없이수행해왔다.도전을거듭하는자세는작품에도그대로담겨져늘새로운발상으로시대의정신을잘보여주고있다”고도전정신을치하하며“정영선조경가의발자취는하나하나나이테가되어한국조경의깊이를더하고있다.그의손길이깃든공간들은이땅에많은이들에게편안함과새로운힘을줄것이다”라고찬사를보냈다. “땅을돌보는방법을잊어버리는것은스스로를잃어버리는것” 이어진작가인사말에서정영선조경가는오휘영교수의축사에“은사님의노고는멋진열매가되고싹이되어서조국강산이나날이좋아질것”이라고화답했다. 정영선조경가는“원래우리나라는아득한백제시대때부터정원을소중히여겼고,심지어일본에정원을만들어주기위해전문가가나가기도했다”며일제강점기,6.25등나라가심한고통에시달리다가국가를새롭게세우는과정에서‘조경’이새로운학문으로도입돼당시서울대학교환경대학원을통해지도자들이양성되고수많은일을직접하게됐다고지난조경의역사를회고했다.덧붙여“땅을돌보는방법을잊어버리는것은스스로를잃어버리는것과같다”는간디의말로인사를마쳤다. 이번전시는한국1세대조경가정영선의조경활동을총망라하는전시로,4월5일부터오는9월22일까지이어진다.
‘공간·사람·자연 연결사’ 정영선 조경가의 궤적을 담다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공간과사람그리고자연을연결하는조경을바탕으로한정영선조경가의궤적을담은다큐멘터리영화가개봉을앞두고있다. ‘영화사진진’은지난2일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오는17일개봉예정인영화‘땅에쓰는시’시사회및기자간담회를개최했다. ‘땅에쓰는시’는선유도공원,여의도샛강생태공원,경춘선숲길,서울아산병원등모두를위한정원을만들어온정영선조경가의땅을향한철학과내일의숲을위해현재까지도활동하고있는정영선조경가의사계절을담은다큐멘터리다. 정영선조경가는한국1호국토개발기술사(조경)획득한최초의여성기술사다.다채로운작업을통해대통령국민포장,세계조경가협회(IFLA)상,미국조경가협회상(ASLA),한국건축가협회상,김수근문화상등유수의상들을수상했으며,지난해에는한국인최초로세계조경가협회(IFLA)가수여하는조경계의최고영예상인‘제프리젤리코상’수상자로선정되며세계적으로인정을받았다. 한국에서조경에대한사회적위상이낮았던시기에,아시아선수아파트단지(1984),예술의전당(1984),올림픽선수아파트단지(1985),희원정원,호암미술관(1997-1998),인천국제공항(1999),서울올림픽미술관과조각공원(1999),청계천복원(2002-2005),광화문광장(2007),경춘선재생공원(2014),서울식물원(2014)과같은주요프로젝트를통해조경의중요성과가치를알리는역할을했다. 영화는모든생명이싹트는봄과생동하는녹음으로가득찬여름,무르익은색채너머휴식을기다리는가을그리고모든아름다움을준비하는겨울까지‘사계절’을중심테마로구성해다채롭고도풍성한볼거리를전한다.5년간야생화가만개한정영선조경가의양평집앞마당부터남녀노소모두가즐기는대규모공원과신비로움을간직한개인정원등다양한장소를누비며각계절이지닌고유한경치를온전히담아냈다. 언제나사람과자연의관점에서치열하게고민해온‘땅의연결사’정영선조경가의궤적을따라가며,관객들에게일상의위로를건네는공원의아름다움은물론,‘조화’를잃지않는삶의태도로써공원의의미에대해생각하게만든다. 특히미나리아재비,개쑥부쟁이등우리국토의매력을즐길수있는각양각색의야생화와제주를비롯한전국의금수강산을포착하며,한국적경관의현대적완성을빚어낸정영선조경가가그려온자연스럽고도감각적인풍경들을담아냈다.땅이간직한고유의맥락을읽어시를그리듯공간에생명력을불어넣는1세대조경가의진심어린철학을전하며새로운배움으로관객들에게다가간다. 이영화는국내작품으로는최초로제20회EBS국제다큐영화제개막작으로선정됐으며,남도영화제시즌1순천개막작선정및제49회서울독립영화제장편쇼케이스부문에공식초청되는등작품성을인정받았다. 이날기자간담회에는정영선조경가,기린그림의정다운감독과김종신피디가참석해영화에담긴메시지와영화가만들어지기까지의자세한뒷이야기를들려줬다. 정다운감독은간담회에서“건축과도시를자연과의관계성안에서탐구하는과정을거치며그사이를연결하는‘조경’의중요성을자연스레인지하게됐다.선유도공원,양재천,예술의전당등내인생속의수많은중요한공간들이정영선조경가의손길에의해만들어졌다는사실은운명과도같았다.오랫동안품고있던질문인자연복원과치유에대한희망을풀어나가고자결심한후자연과공간의관계성안에서가장중요한역할을하는조경가의이야기를전하고싶었다”며영화제작의도에대해말했다. 정영선조경가는“1세대조경가라는자격은나혼자잘해서가아닌내주변모든사람들의도움이있어가능했다.그감사함에보답하려다보니지금의내가있는것같다”며“정원을만드는것은단순히꽃을심고나무를기르는것이아닌치유와회복의장이자자연을보살피고서로소통하는장으로만드는것이다.우리가간직하고있는기존의것을더욱아름답게번영시켜자손에게물려주는것이조경가의역할”이라고강조했다. 한편기린그림은정다운감독과김종신피디가2012년에함께설립한건축전문영화영상제작사다.정감독은케임브리지대학에서‘건축과영상’을공부했고,김피디는골드스미스대학에서영화연출을공부했다.
배정한 서울대학교 교수, 차기 한국조경학회장 당선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한국조경학회제27대회장에배정한서울대학교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교수가당선됐다. 한국조경학회는지난29일청주대학교비즈니스대학B동에서‘2024년정기총회및춘계학술대회’를개최하고,제27대회장단선거를진행했다. 차기임원선거는투표를통해진행됐으며선거결과▲회장에배정한서울대학교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교수▲수석부회장에안승홍한경국립대학교교수가당선됐다. 배정한차기회장은“당선된만큼책임감을갖고발표한공약을실천하기위해최선을다하겠다”며“회원개개인의다양한목소리에성실히귀기울이고학회를넘어업계,시민사회,언론,정부·자자체,관련분야등다양한주체와연대하겠다.여러분의많은도움과협조,애정어린질책을많이부탁드린다”는당선소감을밝혔다. 안승홍차기수석부회장은“그동안의경험을바탕으로회원교류증진,학술기능강화,조경교육방향정립,관련학회협력등신임회장님잘도와서회원들의권익신장에노력하겠다.많은협조를부탁드린다”고말했다. 이날정기총회는▲2023년도사업및결산보고▲2024년도사업계획및예산심의▲제27대회장및수석부회장등차기회장단선거▲오웅성홍익대학교건축공학부교수의‘월드스킬&조경가드닝:국력,국격,직업의길’특별강연이진행됐다. 김태경한국조경학회장인사말을통해“청주대학교조경학과창립50주년을기념하는날정기총회및학술대회를개최하게돼뜻깊다.얼마전까지만해도코로나팬데믹속에서벗어나기만기다렸는데,이제는인구절벽을마주하고있다.조경을가르치고,후학을양성하는입장에서가만히있을수는없다.학회를통해보다양질의교육그리고시대에특화된교육을준비하겠다”고약속했다. 홍상표청주대학교공과대학장은축사에서“이번행사를청주대학교에서개최하게돼기쁘게생각한다.우리가살고있는현재는전례없는기후위기와환경문제에직면해있다.해수면상승이상기후,대기오염등이러한문제들에대한해결책을모색하는과정에서조경의역할이어느때보다도중요해졌다”며“도시와자연의조화,지속가능한환경조성을위한혁신적인해결책을찾는것이바로조경분야의과제라고생각된다”고말했다. 조경학회는이날▲서주환경희대학교교수▲이민우공주대학교교수▲이경진공주대학교교수▲박재철우석대학교교수▲조동범전남대학교교수▲변무섭전북대학교교수에게정년퇴임공로상을수여했다. 우수논문상은▲하지아본시구도기업부설연구소장·박재민청주대학교교수의‘탄소저감설계지원을위한수목탄소계산기개발및적용’▲곽윤신가천대학교교수의‘융합도시모델링을통한그린인프라수요예측및지오디자인적용’이수상했다. 우수저술상은▲배정한서울대학교교수의‘공원의위로’▲김순기순천대학교교수·김한배서울시립대학교교수·이상우건국대학교교수·이재호서울시립대학교교수·임의제경상국립대학교교수·최정민순천대학교교수의‘조경개념사전’이받았고,우수번역상은▲황주영서울대학교환경계획연구소박사의‘조경’이선정됐다. 우수졸업생은▲김지연강원대학교▲최수민경북대학교▲민세린경희대학교▲김은주계명대학교▲김유겸고려대학교▲임은혜동국대학교▲권미리동아대학교▲이민서배재대학교▲김소담강릉원주대학교▲이주혁건국대학교▲김하림경남정보대학교▲곽동현경상국립대학교▲이지선공주대학교▲윤영두나주대학교▲김소영단국대학교▲김정재대구가톨릭대학교▲황희진대구대학교▲장지웅상명대학교▲백주희서울여자대학교▲정유진영남대학교▲김태영우석대학교▲송해림전북대학교▲양영백청주대학교▲김지수한국전통문화대학교▲김혜리목포대학교▲이종현서울대학교▲윤예진서울시립대학교▲황서현성균관대학교▲임선영순천대학교▲홍규빈신구대학교▲이현주원광대학교▲김혜교전남대학교▲서현진한경국립대학교▲한승희호남대학교등34명이수상했다. 춘계학술대회는4개분과로▲1분과조경설계·조경이론·조경사▲2분과조경계획·조경시공·조경관리▲3분과경관계획·도시결계▲4분과조경수목·생태계관리순으로진행됐다.
[인사] 이상훈 조경가, 전남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부임
[환경과조경정승환기자]이상훈필드오퍼레이션씨니어어쏘시에이트(FieldOperationsSeniorAssociateDesigner)디자이너가3월부로전남대학교조경학과교수로부임했다. 이상훈교수는서울대학교조경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조경학석사학위를받고,미국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조경디자인석사학위를취득했다.이후미국의필드오퍼레이션에서10년이상재직하면서시애틀센트럴워터프론트,마이애미언더라인,프린스턴대학교캠퍼스조경설계등의프로젝트를주도했다. 이상훈교수는그동안의경험을토대로전남대학교에서조경설계분야과목을담당할예정이며,도시재생,리질리언스조경설계등에대한실천적대안을제시하고자한다. 이상훈교수는“전남대학교조경학과에합류하게돼영광이다”라며“급변하는현대사회에서조경설계의가치와역할에대해고민하고,학생이실천적창의성을가진인재로성장할수있도록노력하겠다”고포부를밝혔다.
조수다, “전국 조경인 청도에 모이다”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조경계최대오픈카카오톡방모임인‘조경을좋아하는사람들의수다방(이하조수다)’이지난23일경북도청도에위치한대영수림원장에서조경인들을위한‘무료전지교육’을실시했다. 조수다의전지교육은조경전지및방제에대해교육을받고싶어하는조경인들을대상으로지난2022년부터매년정기적으로실시되고있다. 이날교육은오전11시부터전국각지에서몰려든70여명의조경인들이참여한가운데▲서광민아름두리조경팀장의‘전지교육’▲조봉균일송농원팀장의‘방제교육’▲유성훈유한조경개발부장의‘입찰노하우’▲대영수림원송동근방장의‘조경인의삶’에대한이야기등다양한주제로진행됐다. 교육에앞서참가자들은자기소개와조경인으로서앞으로의포부에대해서발표하는시간을가졌으며,이어전지교육을맡은서광민팀장이인사말을통해“전국을매년순회하며조경계에서활동하는많은분들과대화를나누고,특히지방권의조경학전공자,취준생,취업취약계층들과소통하기위해이번행사를준비했다”고말했다. 조수다운영진은“청도가접근이쉬운곳이아닌데비행기까지타고온조경취준생,인천에서관리를배우기위해내려오신실무자등전국먼곳에서다양한조경인들이찾아와주셨다”며,이번교육에대해“실무에서는배울수없는내용들이많았고,훌륭한선배들을한자리에서만나볼수있는멋진자리”라고말해줘서보람있었다는뜻을전했다. 또한성공적인행사가되도록찬조해준회원들게도감사의말을빼놓지않았다.송동근방장이교육장소인대영수림원장을제공하고,엄영민이룸건설대표가볼펜을선물했으며,청도한샘조경에서지역먹거리인곶감을제공했다.그외문경삼성종합건설,동산식물원김영민대표,리컴퍼니이철용대표,계림조경자재,천병훈대표,대림원예종묘문현수전무등많은회원들이식사및운영경비에도움을주었다.더불어사전답사를통해70대주차에문제가없도록진행해준유한조경개발과이룸건설에도감사의말을전했다. ‘조경을좋아하는사람들의수다방’은지난2021년5월15일개설된이래입소문으로인기가급상승한모임이다.현재는카톡방최대인원인1500명을모두채우고대기방까지운영하고있을정도로여전히인기를과시하고있다. 송동근조수다방장은앞으로좀더체계적인교육이이뤄질수있도록올해교육일정을미리공개했다. 이에따르면▲4월28일에는시흥농원에서‘수도경기지역전지교육’이▲5월26일에는나린조경에서‘조경사업준비및취업생을위한충청권교육’이▲7월5~7일2박일정으로문경캠핑장모임▲9월28일대규모서울정모▲11월2일일송농원에서호남정모▲12월7일연탄봉사등이진행된다. 송동근방장은“조수다의힘을모아젊은조경인들이사회로나와서겪는현실적인어려움을해결하고조경실무에잘적응할수있도록도움을줄것”이라며“교육행사를준비하는데운영진이힘든점이많았는데,이번에교육시행일을미리공지했으니원활한행사가되도록많은협조를부탁드린다”고말했다. 한편‘조경을좋하는사람들의수다방’에참여하고싶은사람은카카오톡오픈톡방에서‘조경’검색어를통해찾을수있으며,회원수초과로가입이힘든경우가입대기하면추후참여코드를보내주고있다.
‘정원’과 ‘공원’을 나누는 사회적 기준 ‘부재’…역할과 가치 ‘오염’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언론사마저‘정원’과‘공원’에대해애매한정의를사용하면서,이에대한잘못된개념이사회적으로확산될수있다는우려가제기됐다. 울산지역일간지인경상일보가“태화강국가정원은공원이아닙니다”라는고발성영상뉴스를제작하면서‘정원’과‘공원’의차이에대해너무주관적으로정의했다는지적이다. 이언론사는지난18일태화강국가정원에맨발길이나석재벤치등과도한시설물을도입해자연성이훼손되고있는점을안타까워하는내용의고발성영상뉴스를제작해보도했다. 내용의취지는공감하더라도,이러한주장에대한논거로공원과정원을나누는기준이제시됐는데전문분야로서공감하기힘든내용이라는것이다. 영상에서는공원과정원을다음과같이정의하고있다.“정원과공원은개념부터다르다.그중에구성요소로보면정원은식물과꽃,나무등의자연요소와조각품,분수등의예술요소가조화롭게어우러져조성된다고하는반면공원은산책로,운동시설,휴게시설등의시설물과함께자연요소가어우러져조성된다고나와있다” 그러면서태화강국가정원은공원이아니므로과도한시설물을도입하지말라고주장하고있어서자칫시설물도입여부가공원과정원을나누는기준으로해석될여지가크다.공원과정원을가르는공인된기준을통해주장을이어가는신중함이아쉽다는지적이다. 공원과정원을가르는공인된기준 하지만사실공원과정원을가르는명확한기준이없다.우리나라에서공원과정원을학문적으로깊이다루어왔던것은조경학이유일한데,조경학에서전통적으로정의해오던공원과정원에대한구별은산림청이추진한‘정원법’이통과되면서혼란을거듭하고있다. 과거에공원이라고부르던것들이공공정원으로불려지기시작했고,‘공공정원’과‘공원’의차이에대한기준을폭넓게공유하지못한상황이어서“태화강국가정원이공원이아니다”라고단언하는것은논란이있을수있다. 다만법적인정의로보면,“태화강국가정원은공원이아니다”라는말이맞다.공원은법적으로도시계획시설이지만,태화강국가정원은도시계획상공원에해당되지않는다.그렇다고영상뉴스에서제시한공원과정원에대한정의가법적인정의도아니라는점에서문제점은여전히남는다. 울산시담당주문관은“태화강국가정원은도시계획상공원이아닌하천으로지정돼있다”면서도“시설물들을도입하는것은법적인문제는없다”고말했다. 이에대해남수환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정원진흥실실장은“공원과정원의가장큰차이는어떤시설물이나식물에있는게아닌,조성이나관리에참여하는등의행위가중요하다고생각하는데,시설위주로설명을해놓았다”며“완벽하게설명이되지는않더라도법적인개념을갖고설명했으면좋았을걸하는아쉬움이있다”고말했다. 실제법적인개념을비교해보면▲“도시공원이란도시지역에서도시자연경관을보호하고시민의건강․휴양및정서생활을향상시키는데에이바지하기위하여설치또는지정된것”으로정의하고세부항목을정하고있으며▲“정원이란식물,토석,시설물(조형물을포함한다)등을전시·배치하거나재배·가꾸기등을통하여지속적인관리가이루어지는공간(시설과그토지를포함한다)을말한다”고정의하고있다. 태화강,“정원이냐?공원이냐?하천이냐?” 오순환환경조경발전재단본부장은태화강국가정원의성격이다양한측면에서해석될수있다고말하며,우선법적으로는“하천일뿐”이라는점을강조했다.“공원같은경우에는도시계획시설로돼있지만정원은도시계획시설이아니다.이것이산림청에서지정하는국가정원의문제이다.태화강국가정원은하천이지만땅의속성과는상관없이규모가넓게조성되면서도시공원과같은역할을하고있다.그렇다고해서하천에공원까지중복시설로지정된사례는아직없다”며원칙적으로“하천일부를이용하는이수공간일뿐”이라는것이다. 또한오본부장은조경학의전통적인정의를빌어“본래정원은사유의개념이들어간것이고울타리로위요된곳에조성된것을말해왔다”며요즘“공공정원은공원에해당된다”며,법적인정의를벗어나면“태화강국가정원은공원이기도하다”고말했다. 이번사건은조경의정체성을가장잘표현하는단어인‘공원’과‘정원’에대한조경전문가들의최근고민이너무안일하지않은지되돌아보는계기가되었으면한다는제보였다. 아울러“공원”을단순히시설물과식재의형태로정의하는경우,그사회적가치와역할이오염된다는점에서정원법통과이후이어져오는공원과정원에대한혼란스러운정의에대해사회적으로명쾌하게답하고합의해나갈책임이조경학계에던져졌다는지적이다.
[2024 아파트 조경 ③-포스코이앤씨] 심안용·이인효 “백년명원, 백 년을 내다 보는 조경”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자연스럽게만든다고해서진짜자연이될순없지않은가.다만바이오필릭을향한사람의마음을계속적으로불러내서자연에가깝게만들어가고자노력하는것이다” 포스코이앤씨의아파트브랜드더샵에대해사람들에게설문조사를해보면첫번째로꼽는것이‘아파트가튼튼하다’는것이다.그래서인지포스코조경의전략도“백년명원”이다.백년을가는튼튼한조경을말하는것일까. ‘백년명원’에대해백년을내다보고만든조경매뉴얼이라고자평하는포스코이앤씨의심안용,이인효부장은,아파트조경이트렌드에급급하지않고긴호흡을가진전략을가져야한다며“백년명원”은단순히‘튼튼한조경’을말하는것은아니라며인터뷰를시작했다. ‘조경’에서‘정원’으로아파트조경은2000년대초반까지도지상주차장을단순히차폐하는역할을했다.이후신도시를중심으로주차장이지하화하면서각건설사마다‘지상부를어떻게할것인가’가큰화두로떠올랐다. 2010년대초중반에는잔디밭같은넓은녹지를두고큰소나무들을심거나관목을빽빽하게심는것이유행했다.하지만5~6년정도살아보니단지가전체적으로어두워지고유지관리비만많이들어가서아파트단지에큰나무들을심는것이좋지않는다는것을알게됐다. 이후에는지피·초화를활용해아기자기한조경에관심을가지기시작하면서,억새갈대등글라스류를심은지피가든이뜨기시작했다.거기에는지자체중심의정원박람회열풍이한몫했다. “황지해작가가영국첼시플라워쇼에서1등하고지자체마다정원박람회가유행하면서아파트에도정원을조성하는것이큰트렌드가됐다.” 회사마다다르지만보통3년에서5년을주기로트렌드조사를통해조경매뉴얼을만들고있다.새로운매뉴얼이만들어지는것을계기로트렌드가조금씩바뀌는경향을보여왔는데,요즘은해마다달라지는느낌을받는단다.그만큼경쟁이치열해지는것일까. ‘MZ세대’,트렌드를이끌다 최근아파트트렌드가급변하는이유중하나는인구구조변화에있다.집을구매하는소비자층대부분을MZ세대가차지하고있는데,MZ세대들은혼자사는경우도많고,결혼을해도아기를낳지않는경우도많으며,반려동물을키우는등생활트렌드도많이다르다보니공동주택트렌드도달라지고있다.특히1인세대에대한고민이커지고있다. “예전에는결혼해서아이를낳으면집을20평대에서30평대로옮겨가는식의루틴화된것이있었지만요즘은이런공식이깨지고있다.요즘은40~50평대아파트가거의없다.이런추세는2010년대부터나타났는데,최근에는단독거주형의아파트도많이생기고있다.” 하지만MZ세대,독립세대,고령화라는사회적변화속에서포스코만이가진조경콘셉트가무엇인가를생각해보니특별한게없었단다.변화된트렌드에맞는새로운조경전략이필요한시점이었던것이다.하지만모순적이게도최근건설사들이내놓는조경전략변화들이큰의미가없다는데에점점더많은건설사조경인들이공감하고있다. “‘이런시설물이제일이고이런식재방식이유행이야’하면서그동안트렌드를쫓아왔는데지나고보니크게의미가없더라.포스코조경브랜드인‘백년명원’은어떤추세나유행을쫓지않고더먼미래를위해어떤조경을해야하는지를담기위해서론칭됐다.” ‘백년명원’과‘바이오필릭’ 많은건설사들이‘명품조경’을강조했을때,포스코는‘조경’이아닌‘정원’이라는개념을쓰기로했다.정원에서의명품이라고하면명원이아닌가.그래서백년천년된오래된정원들이즐비한유럽,일본,중국을가서사례조사를했다.해외유명정원을찾아보고‘어떤요소와매력들이사람들의관심을끄는것인가’를샘플링을하고시뮬레이션을하여매뉴얼화시키는작업이진행됐다. “지금까지도수백만명의사람들이찾아보는이유를알고싶었다.세계적인명원들을직접찾아가조사를해서사람들이무엇을좋아하는지정리했고,이과정에서트렌드를쫓을필요가없다는확신을했다” ‘백년명원’을구체적으로실현시키는것은바이오필릭디자인(BiophilicDesign)이다.바이오필릭은생명(bio)을사랑(philia)한다는뜻의‘바이오필라’에서확장된말로,인간은본능적으로자연을사랑하게돼있다는의미이다. “본능적이라는것은새소리를들으면좋고,물이흐르는소리를들으면편안해지고,녹색을보면행복감을느끼는데,그이유가다른어딘가에서온것이아니라우리안에내재돼있다는의미이다.” 사실바이오필릭디자인은이미20~30년전미국에서생체모방을의미하는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디자인이나바이오모픽(biomorphic)디자인으로존재한개념이다.수영선수들의수영복을상어의피부처럼만들어물의저항을없앤다든지각종자연이나생물의형태를모방해서만들면형태뿐만아니라기능적으로도적합하게작동할것이라는믿음이다. 지속가능한식재,심플한시설물‘백년명원’이추구하는식재는‘자연과정원본연의모습에집중하는식재’로요약할수있다.기후와토양에맞는식물을적용해지속가능한생육환경을만드는것이다.자연에서자라고있는형태그대로를가지고와서심으면세월이지나면서더자연스럽게성장해갈것이라는생각이고,그것이야말로‘생태적’이라는판단이다.기존에크고조형적가치가높은수목을식재하던것과대비된다. 그래서인지포스코센터에최근심어놓은교목에는다간형이많다.정형적인수목에대한기준을과감하게버리고산나무같은자연적인모습들이오히려호평을받고있다. “자연적인식재가사실은매우어렵다.보통제주도면제주도,강원도면강원도등지역적으로만정립되어있고,실제우리가사는공동주택의환경은너무다양하다.” 아파트와같은인공지반에지속가능성을만든다는것은애초에쉽지않은일이다.포스코는현재많은전문가들가함께다양한실험과실패를거듭하고있다.이를통해‘생태’라는큰지향을내재화시킨고유기술을만들어가고있다. ‘백년명원’이추구하는시설물디자인은단기적으로는단순함과간결함을추구하는것이고,장기적으로는자연형모습을구현하기위해외관과기능,소재에서자연유기체의오가닉바이오미미크리디자인(Organic&BiomimicryDesign)을추구하는것’이다.이를통해단순하지만오래지나도고급스러워보이는시설물을찾아가고있다. 이러한시설물콘셉트를실현하는데에최근주목받고있는것이3D프린팅기술이다.직사각형태의거푸집으로형태를만드는데는디자인적인한계가있고,그렇다고금형을떠서만드는것은비용적으로힘든일이다보니자연의형태를선호하는조경시설물분야에서활용도가더욱높아질것으로보인다. “대형시설물을만들만한3D프린터가보급되지않아서아직은소형구조물제작만가능하다.지금은작은스툴나테이블등에한정해서재활용플라스틱등을활용해서제작하고있다.” 재활용소재를활용한업사이클링․리사이클링은아파트조경에서는최신트렌드이다.폐플라스틱,폐섬유,폐콘크리트를활용한제품들은바닥포장,구조물,시설물등다양한활용이가능하다. “예전같으면‘폐’라는접두사가붙으면입주자들의불만이있을것같아많이걱정을했는데요즘MZ세대들은업사이클링한시설물에대해서거부감이없다.실제적용된현장의입주자들을대상으로설문조사한결과긍정적이었으며,디자인을더발전시키면오히려더좋아할것이라는확신이들었다.” 백년명원,10%의실험 “백년명원”은가까운트렌드가아니라먼미래를내다보고만든조경전략이라니실험적일수밖에없다.나아가선도적인라는느낌도든다.시공을어떻게구현할것인가도궁금하지만입주자들을어떻게설득할것인가가더궁금해지는부분이다.아직도많은입주자들은키큰소나무를원하지않을까.이에대해‘10%의실험’이라는답변을내놓았다. “선도한다는것만큼무섭고정말건방진말이없는것같다.우리가실험적으로할수있는것은많아봤자10%정도이다.” 조경도하나의문화가됐다.국민수준에따라서정치가가고문화가가듯이,조경도입주자라는소비자들에맞춰가야한다.너무빨리가서도안되고너무느리게가서도안되고적절하게템포를가져야한다.약반발자국정도만앞서도성공적이라는생각이다. 다만20대부터40대초반까지의입주자들은어릴때부터교육을많이받아서지구환경에대한관심이윗세대와는남다른면이있다.이들세대는“소나무안심으면조경이아니야”라고말하는세대가아니다.오히려낯설고새로운것이라도좋다고판단되면더열광하는열린세대이다. “조경은사람들의내면욕구를반영하고다시조경이사람들의마음에어떤심상을불러일으킨다.공간과사람이상호선순환하는원리이다.그래서우리는사람들의마음을요구하는것이다.바이오필릭을향한마음을계속적으로불러내서진짜환경을생각하고진짜자연에맞게만들어가자는것이본질이고,이것이포스코조경이가야할방향이라고생각한다.” 변화의세대들을맞아본능적으로좋은조경에대한열망을한껏불어넣을수있는다양한실험들이이어지길기대해본다. <인터뷰> 언제까지흉내내기만할것인가! 최신아파트조경트렌드에있어서포스코조경이관심을가지고있는이슈는무엇인가? 요즘은정원과조경이라는용어를혼용하면서각각정의하기가어려운부분이있다.개인적으로정원은휴먼스케일로지근에서의디테일한경관을만들어내는것으로기술과감각이필요하고,조경은그보다는좀큰스케일로구분하고,그러한구분을서로인정을해주는것같다.플랜테리어산업이커지고있는것도주목하는변화이다.우리가볼때는정원도비전공인자에게열린분야라고생각하는데,플렌테리어는식물전공과전혀상관없는사람들에게도열린영역으로자리잡아가고있다.하지만이모든것이조경의영역이라는점에서업역이넓어지고다양화되고있고,한편으로경계가모호해지기도한다. 조경분야가이런변화를보듬어안을수있어야한다고생각한다.원하든원하지않든시대의변화에따라필요한분야들은새로생기고있고,그런트렌드가고스란히공동주택에도반영되고있다. 최근에는아파트지하주차장이나웰컴존에플랜테리어를적용해달라는요구도있다.그런데그곳에서식물을키우려면빛이나온습도등을제어하는유지관리기법이라든지토양,관수,배수등의문제를해결할줄알아야하는데,그것은플랜테리어의한계를벗어나는일이다.이것이조경이해야될역할이다. 포스코조경이추구하는바이오필릭디자인은실내플랜테리어의기법도적극적으로차용해수용한다.업역이더넓어지고그만큼역량도확장되어야하는데낯설다고배척만할것이아니다.플랜테리어의어떤점이사람들에게매력적으로어필되었으며어떤부분이부족한가를고민하고,관련된모든분야의기술을수용해서실제적용이가능한현장의시공기술로발전시킬필요가있다. 건설사조경인들에게하고싶은이야기는? 사회와기술의변화에따라사람들의요구사항이달라지고있다.하지만조경은새로운것에대해좀배타적이고거부감도많다.기득권적인경향이없지않아있다.좀더넓게수용하며좀더깨어있는생각을가져야오래갈수있다고생각한다. 지난해건설사조경협의회에서여러건설사들이조경정보를공유하는세미나를했는데,예전에는서로공유하는것을다소꺼려했었다.하지만이러한시대적변화와속도도빨라지고젋은직원들의깨어있는생각과다양한의견들이반영되면서예전처럼한번전략을세워서몇년씩우려먹던시대는끝났다.꼭꼭숨기고내것만좋은거야라고고집피우다가는도태되기딱좋은시대가된것이다.정보는교류와오픈을통해보다나은발전된지식자산이된다.그야말로집단지성과풍부한데이터를확보하면저절로좋은결과가도출되는AI시대인것이다.좋은것은공유해서발전시키고안좋은것은빨리배제시켜서같이상생해나가길기대한다. “지금까지흉내내는것은많이해왔지않은가.트렌드를쫓아서급급하게흉내만내는조경이너무지겹고,그과정에서버려지는자원이너무많아서죄스럽다.세상은수준이높아졌는데더이상흉내내기만할것이아니라그안에본질적인걸좀더찾자”
[미래포럼] 잘 짜여진 각본, 선형공원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미래포럼연재 조경인이그리는미래 경의선공원,경춘선공원,서울로7017...나아가프롬나드플랑테(파리),하이라인(뉴욕),벨트라인(애틀란타)...그렇다.모두도심한복판을가로지르는선호도높은긴선형공원들이다.제주도의올레길이나북한산의둘레길과같이트레일을위한길이아니라,도심한복판을관통하는‘~선(라인)’으로명명되는공원들이다.‘길’과달리‘선’이라는명칭에서오는차이는어떠한가?전자는자연적으로만들어진그리고자연속에위치한순환형동선을갖춘산책로의느낌이다.반면후자는인공적으로만들어진그리고도심속에있는일자형동선을지닌공원이다.도심에자리하고있는면적인공원과는어떠한차이가있을까?얼마전까지만해도선형공원은단순한산책로정도의‘길’적인의미였으나,최근에는면적공원을조성할여유가없는좁은도심공간속에서새롭게등장한대안적형태의공원이되고있다.그린네트워크라는현판아래면적공원을연결하는보조적의미로서의선형공원이아니라,이제는대등한대안이된것이다. 면이주는장점은다양하다.선적으로나타나는이용자들의동선을무한대로조합할수있다.그래서각동선의조합에따른다양한공간활동이가능하다.가벼운혼자만의산책부터축구와같은격렬한단체운동까지,넓은잔디밭에서는시민들의모든여가행태를수용할수있다.다만,갈림길은선택에부담이있는낯선이에게는고민의시작이다.이곳을잘알고자주찾는주민이라면매일의공간체험으로무의식적인공간선택이가능하겠지만,낯선이에게는객관식시험지의보기들과같다.그래서선택(체험)하면항상아쉬움이남는중간고사같은곳이면적공원이다. 선은면과는다른측면에서매력이있다.한국계미국배우스티븐연이주연을맡아,미국에미상에서작품상과남녀주연상을포함해무려8관왕을차지한‘성난사람들(원제BEEF)’이란드라마가있다.매순간잘못된선택으로점철된인생속에서많은스트레스를받는현대인의모습을블랙코미디로실감나게그려냈다.현대인들은무의식적으로매순간선택을강요받고머리가복잡해진다.스트레스로좀쉬고싶고,아무생각없이멍하게걷고싶은마음이들수밖에없다.이런순간이찾아온다면가까운주변의선형공원을찾아서걸어보라고귀띔해주고싶다.코로나를계기로일방향의선형공원은중요한공원의형태로등장했다.강요된선택없이,머리를비운채,아무런간섭없이,짜여진각본대로방향과속도를제어해주는곳이선형공원이다.발을내딛는순간부터공원에대한매뉴얼은단순하다.정해진길을따라걷기만하면된다.잘만들어진영화를보면서머리를비우고심신을단순하게정화하는순간이다.다른점은앉는게아니라걷는다는것이다. 선형공원은이곳을처음찾는관광객들에게는아주유용한형태의공원이다.다음목적지를향해한방향으로계속나아가야하는관광객들에게일방통행의선형공원은오히려유용한관광코스가될수있다.서울을보행친화적인21세기형관광도시로만들고싶다면,선형공원을도심속핵심인프라로조성해보길제안한다.서울이가진잠재적랜드마크를찾아서,각점을연결한선형공원을조성한다면훌륭한관광자원이될수있다.시점에어떠한시설을놓고,종점에어떠한시설이있느냐에따라선형공원의효용과가치그리고이용률에차이가난다.잘짜여진각본으로대박흥행을기록할수도있다. 뉴욕의하이라인은뉴요커들뿐만아니라전세계인이사랑하는전형적인선형공원이다.같은선상을왕복해야만하는선형공원은지루하게마련이다.그래서선형상의진행방향과역방향보행시보이는경관에변화를주어야하는데이를잘해결한선형공원이하이라인이다.풍성한나무와초화들을의도적으로활용해시야를적절히닫아주면서선형을되돌아올때는새로운경관이전개되도록조성했다.만약개방감을위해시야를열어주었다면,오히려지겹고단조로운공원이되었을것이다.더불어토머스헤더윅의베슬이라는명확한시점(혹은종점)과리틀아일랜드라는명확한종점(혹은시점)이있어더욱걷고싶은장소가되었다.센트럴파크가보고싶은공원이라면하이라인이걷고싶은공원인이유이다. 비슷하지만다른사례로애틀란타의벨트라인이있다.둘을비교해보면확실히이용객의차이가있다.하이라인은관광객들이많이찾는공원인데반해,벨트라인은관광객보다는지역주민들의이용빈도가높다.조성당시부터바이커들을고려하여개방감있게공간을조성하였다.산책보다는이동통로의역할에좀더주안점을두고조성하여,바닥포장재역시목재나블록보다는콘크리트나아스팔트와같은재료를주로사용하였다. 다소극명하게대비되는두공원의목적에서선형공원의형태를그려보고결과를가늠해볼수있다.복잡한도심에서면적공원도중요하지만,잘짜여진각본처럼의도된선형공원을목적에맞게잘살릴수있다면,걷고싶고보고싶은도시를만들기위한촉매역할을할뿐아니라관광객유치에도성공할수있을것이다.이제선형공원이더이상조연이아닌당당한주인공으로등장할때가왔다. 변재상/신구대학교환경조경과교수
골프코스 설계, 창작성 없다?!…골프장 설계 저작권 소송 패소 ‘논란’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골프코스설계업체들이스크린골프업체를상대로제기한골프코스설계저작권소송에서“골프코스설계는창작성이없다”며저작권보호대상이아니라고판결해논란이다. 지난달1일서울고법민사5부는골프코스설계업체인오렌지엔지니어링등이스크린골프사업자인골프존을상대로제기한소송에서원고일부승소로판결한1심을파기하고패소판결했다. 골프장소유주vs골프존 이번사건은2000년대말경골프존이라는업체에서스크린골프사업을시작하면서국내골프장을그대로재현한시뮬레이션영상을제작해사용하면서저작권비용을지불하지않은데서시작된다. 당시골프존은몇몇골프장으로부터사용동의를받고위성사진,준공도면을받아사업을추진했으며,이후사업이성장하면서골프장들로부터소송이제기됐다. 골프장소유주들은골프장의자료를이용해스크린골프를만들어서상당한이익을취하니일종의이용료를달라고주장했고,2020년3월대법원에서일부승소판결이나와애초동의서를써준골프장들을제외한나머지골프장들에게이용료를지불하도록했다. 하지만당시소송에서골프장소유주들은“골프장이골프코스설계저작권을갖고있다”고주장을했지만,법원에서는“골프코스는골프장이아닌설계자의저작물에해당한다”는점을분명히했다. 골프코스설계업체vs골프존 대법원의판결이후골프코스설계업체들이골프존을상대로저작권소송을제기했으며,오렌지엔지니어링등이제기한소송에서도1심에서“골프존이손해배상을하라”는판결이내려졌다. 하지만지난달1일열린2심에서는기존1심판결을뒤집고원고패소판정이내려졌다. 이번소송을제기한오렌지엔지니어링등골프코스설계업체는법원에서“골프코스구성요소들의구체적인배치,모양,길이,방향및각도,위치,크기등을그대로사용해저작권을침해했다”며“영상을삭제하라”고주장했다. 이에대해스크린골프업체인골프존은“골프코스설계도면에는창조적개성이드러나지않으므로저작물이라할수없다”,“설계도면과스크린골프영상사이에유사성도없다”고주장했다.시공과정에서설계변경이이뤄지기도하고유지관리를통해실제골프장모습이변화된다는것이다. 하지만법원은골프장은티잉그라운드,페어웨이,러프,벙커,워터해저드,그린등의형태,개별홀들의배치,조합에관한인간의사상이표현되어있는‘건축저작물’에해당한다는점을인정했으며,설계업체들이제시한설계도면과골프장의실제모습을비교해본결과거의동일하다는점에서스크린골프영상이설계도면을‘복제’했다는결론을내렸다.골프코스설계업체들이주장한설계저작권을인정한것이다. 하지만법원은설계업체들이제기한각각의골프코스설계에대해창작성을인정할만한요소가없다며저작물로서인정할수없다는결론을냈다.“골프코스가저작권대상이긴하지만창작성이없으니베껴써도된다”는것이다. 창작성의기준,“재미위한것은창작적요소아니다?!” 법원은저작물에대해독창적이지는않더라도창작적이어야한다며,“남의것을모방하지않을것”,“사상과감정에대한창작자자신의독자적인표현을담고있을것”이라는두가지조건을제시했다. 특히골프코스설계는예술이아닌‘기능적저작물’로서,사상을보호하는것이아니라‘창작성있는표현을보호’하는것이므로,설계에창조적개성이드러나있는지를판단했다고밝히고있다. 쟁점은크게두가지였다.하나는“골프코스구성요소들의형태배치조합에있어서창작적인표현이있는가”이고다른하나는“자연물의조작은창작적인가”이다. 결과적으로법원은창조적개성을찾지못했다고판결했다. 법원판결에의하면,“골프코스는경기장”이다.골프코스요소들은골프경기규칙에적합한규격과방식으로설계될수밖에없고,이들의홀배치순서등은골프경기에서난이도,재미,전략등의기능적목적을달성하기위한경기장조성원칙에해당하므로창작성이인정되지않는다는것이다.이에대한근거로미국골프협회(USGA)와전남도청에서발간한골프장사업길잡이에는골프코스설계에대한기준을제시하고있으며,‘난이도,재미,전략’을추구하라는설계지침이포함되어있다는점을들었다. 또한국내골프장은대부분산악지형에조성되고있어서지형적제약을많이받고있으며,클럽하우스등의시설물배치등도이용객들의안전및효율성에따라배치되므로단순히기능적요소로보아야한다고판단했다. 또한‘자연적요소’에대해서는골프장이위치한부지의경관이거나조망대상이어서골프장자체의미적요소에해당한다고보기어려우며,지형,경관,조경요소,설치물등을결합해조성한골프장이라고하더라도자연물의조경관리가저작권법상미적형상으로서의창작적표현으로보기어렵다고판단했다. 실상창작성이없는산악지형이나자연물과경기요소를제거하고나면창작적인것이무엇이남느냐고묻고있는것이다. 골프장이축구장인가?! 이번판결에대해한국골프설계가협회는“수년간,수많은재판을통해인정받았던골프코스의창작성과저작물성을하루아침에모두부정당했다”며반발했다. 협회는이번판결에대해“골프코스는적합한규격이나국제기준이정해져있지않다”“우리나라산악지형처럼지형의변화가많은공간에서골프코스를배치하는것은오히려고도의설계적상상력과창의성이필요하다”,“골프코스는단순히평면적인홀을기능적으로나열하는것이아니다”라며조목조목판결에대해지적했다. 실제골프경기에서난이도,재미,전략등의기능적목적을달성하기위한골크코스요소들을창작적요소에서배제하겠다는결론이얼마나설득력을가질수있을지논란이일고있다. 또한판결에서는독창성과는다른개념으로창작성을이야기하고있는데,골프장의조경공간을자연물에대한관리일뿐이라는이유를들어일괄적으로창작적요소에도해당되지않는다며배제해버리는것은,조경에서‘주변자연과의조화’가매우중요한창작성의한부분이라는점에서배치된다는지적이다. 이현강오렌지엔지니어링대표는“골프장설계는조경설계의광역적인한분야라고생각을하고있다”며조경과별개의사건이아니라고강조했다.또한“우리나라가세계적으로케이컬처의우수성을말하며문화의중요성을강조면서도정작한전문분야의창작성에대해서는반하는결론이난것같다”고깊은유감을표현했다.
“정원, 삶·문화가 되다”… 서울시, ‘매력·동행가든’ 1007곳 조성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서울시가‘정원’이곧삶이자문화가되는도시로거듭나기위해매력가든·동행가든1000여곳을조성한다. 시는이런내용이담긴‘매력가든·동행가든프로젝트’를추진한다고7일발표했다. 시는일상에녹아드는매력가든897곳,사회적약자를위한동행가든110곳등1007개소다.올해부터매년300여곳을조성하고,2026년까지1007곳으로늘린다는계획이다. 지난해내놓은‘정원도시서울’의기본구상에이어오늘발표한‘매력가든·동행가든프로젝트’에서는정원이일상에스며들고시민이체감할수있는정원도시의구체적인모습을담고있다. ‘정원도시서울’이공간구성의관점에서녹색정책·양적확대방향을제시했다면이번발표는시민이일상생활,출퇴근길,나들이에서체감할수있는정원의‘매력’과‘설렘’통해행복감을높이고라이프스타일의혁신을이루기위한구체적정원조성계획이담겨있다. 시는지난해5월오세훈서울시장의‘정원도시서울’선언으로그시작을알렸으며,울산,순천과환경이크게다른서울은그특성에맞춰산,공원,가로등서울곳곳을수준높은정원으로바꿔갈채비를마쳤다. 이를위해조경전문가기획을바탕으로예술적정원조성에새로이적용할매력가든가이드라인을제시하고,각자치구에서도동일적용하여차별화된식재와수준높은예술정원을서울곳곳에조성할계획이다. 먼저매력가든은주거지인근소규모공원167곳에일상매력정원을조성한다.도로·광장·교통섬등유휴부지를활용한자치구매력정원도종로구~종로타워앞광장,도봉구~창동역고가하부,마포구~홍대레드로드,영등포구~문래동공공공지등25곳에구축한다. 아울러도심내유휴부지를활용해꽃을특화시킨거점형꽃정원4곳,걷거나쉴수있는가로변공유정원10곳,자투리공간을활용한마을정원29곳등을선보일예정이다. 출퇴근길힐링이되는도심매력정원을대로변,건물옥상,고가도로등279곳에조성한다.시설녹지내활용도가낮은공간65곳을사계절꽃길정원으로탈바꿈하고,가로변150곳을가로정원으로바꾼다.옥상정원도33곳을만든다. 올해중으로서울을대표하는거점공원9곳에테마가든을조성한다.재미를선사하는해치가든은어린이대공원·뚝섬한강공원·북서울꿈의숲에,예술작품을전시하는조각가든은열린송현광장·뚝섬한강공원·북서울꿈의숲에서만날수있다.강아지와뛰어놀수있는펫가든은노을캠핑장·난지한강공원등3곳에조성한다. 유아·어르신·장애인등사회적약자를위한동행가든도선보인다.올해상반기노인종합복지관과하반기시립병원을시작으로,시산하의료기관12곳과시립노인복지관91곳으로확대해나간다. 장애인학습지원센터·재활자립작업장등장애인시설에도정원을조성한다.가드닝을통해신체활동을유도하고심리적치유를제공하는프로그램을진행한다.삼청공원유아숲체험원등7곳에는어린이와함께가꾸는정원을만든다. 아울러정원도시서울의미래상을만나볼수있는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올5월부터5개월간뚝섬한강공원에서개최한다.이후뚝섬정원의국가지방정원등록을추진할예정이다. 이수연시푸른도시여가국장은“서울곳곳을다채로운정원으로채워시민에겐일상속행복과치유를,도시를찾는방문객에게는서울만이가진매력을전달할것”이라며“서울이세계적인정원도시로발돋움할수있도록수준높은정원을서울전역에조성하고정원문화를확산해나가겠다”고말했다.
정영선 조경가의 사계절 이야기… ‘땅에 쓰는 시’ 4월 개봉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한국인최초로세계조경계에서가장높은권위를인정받고있는세계조경가협회(IFLA)‘제프리젤리코상’을수상한국내1세대정영선조경가의사계절이야기를담은‘땅에쓰는시’가오는4월정식개봉을확정하며눈길을끌고있다. ‘이타미준의바다’,‘위대한계약:파주,책,도시’등웰메이드건축다큐멘터리를배출해온정다운감독의신작‘땅에쓰는시’가오는4월메가박스,CGV,롯데시네마등에서개봉을확정했다. ‘땅에쓰는시’는1984년아시안게임기념공원과아시아선수촌아파트,예술의전당설계를시작으로현재까지도활동하고있는정영선조경가의사계절을담은작품이다. 선유도공원,여의도샛강생태공원,경춘선숲길등랜드마크라불리는공공공원부터오설록티뮤지엄,북촌설화수의집,성수디올등젊은세대를사로잡은핫플레이스까지정원을만들어온정영선조경가의땅을향한철학과내일의숲을위한진심을담은다큐멘터리다. 정영선조경가는공간과사람을연결하고변화무쌍한자연의모습을존중하는철학으로많은이들에게아름답고편안한공간경험을전해왔다. 다채로운작업을통해대통령국민포장,IFLA상,미국조경가협회상(ASLA),한국건축가협회상,김수근문화상등유수의상들을수상했다.지난해에는한국인최초로IFLA가수여하는조경계의최고영예상인‘제프리젤리코상’수상자로선정되며한국적경관의현대적완성을국제적으로증명했다. ‘땅에쓰는시’는이러한정영선조경가의매일매일이담긴사계절정원은물론,그가소망하는미래의숲등다양한이야기를담아내며,사람과자연을연결하는작업을이어오고있는치열한현역이자미래세대를위한오늘을고찰하는한어른의진심과지혜를전할예정이다. 이와관련한자세한내용은영화사진진으로문의하면된다.
  • 환경과조경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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