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윤 ([email protected])
[환경과조경 박광윤 기자] 권한 남용, 사문서 위조, 횡령 등의 혐의로 해임된 노영일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전이사장이 해임 사유와 절차가 부당하다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며 적극적인 “명예회복”에 나섰다.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지난 5월 25일 임시총회를 열어 노 전이사장 해임안을 가결한 데 대해, 노영일 전이사장은 소명할 기회를 사전에 충분히 주지 않았다며 반발해 왔다.
하지만 비대위는 이달 7일 임시총회를 열어 김선갑 곡천조경 대표를 새 이사장으로 추대하고, 노 전이사장은 감사 결과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에 쟁점 사항들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
조합고문 A씨 위촉장, 이사회 거치지 않은 ‘공문서 위조’인가
비대위에 따르면, 노 전이사장은 지난 2016년 A씨를 조합고문으로 위촉하면서 이사회를 거치치 않았다. 이에 이사장 직위를 남용한 ‘위촉장 공문서 위조’ 혐의가 제기됐다. 이는 A씨의 위촉기간 중 이사회 회의록에서 위촉 관련한 안건을 찾을 수가 없으며, 당시 업무를 총괄하던 전무이사가 “위촉장을 만들어 주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후 A씨에게 정기적으로 지출된 고문료가 총 1000만원에 이르고 있어 조합에 손해를 끼쳤다는 지적이다.
이에 노 전이사장은 조합고문 위촉을 이사장이 직접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조합장 명의의 위촉장은 공문서가 아닌 사문서에 해당하고, 이사장이 작성할 수 있는 것으로 위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무엇보다 A씨가 조합고문으로 위촉된 이후 통합놀이터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우리나라 최초의 통합놀이터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출간하고 이에 대한 저작권을 조합이 보유함으로써 조합자산이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합고문 A씨 고문료 지출 ‘횡령’인가
조합고문 A씨는 당시 노영일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예건의 기술자문 고문으로서, 고문료는 당연히 예건에서 지출을 해야 하는데 이를 조합에서 지출했다며 횡령 의혹도 제기됐다. A씨가 조합에서 받은 고문료는 25만원씩 월 2회(월 50만원 가량) 총 40회에 걸쳐 1000만원에 이르며, 이 중에는 통합놀이터만이 아닌 공동상표추진비 항목에서 28회나 지출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노 전이사장 측은, A씨의 당시 위촉장을 근거로 통합놀이터와 공동상표 위원으로 위촉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A씨의 전문성과 사업의 성과로 보았을 때 월 50만원의 고문료는 과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특히 조합의 사업임에도 상당 부분의 급여를 예건에서 지급했다는 점은 사적 기여한 것으로 고려해 달라는 입장이다. 실제 노 전이사장은 당시 ‘통합놀이터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발간하기 위해 예건에서 지출한 비용을 공개하며, 당시 사업에 참여한 외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층 퍼걸러’에 창호 등을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 ‘방치’
최근 2층 구조의 퍼걸러가 시장에서 새롭게 각광받으면서 퍼걸러에 창호 등을 설치해달라는 발주처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창호를 설치할 경우 건축법 위반이라는 해석이 있다. 이에 2층 퍼걸러를 생산하는 조합원사 10개 업체가 건축법에 위반되지 않고 조달물품에 등록이 가능하도록 조합이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노 전이사장의 회사가 창호 등이 설치된 퍼걸러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방치했다는 주장이다.
이는 당시 조합의 전무가 대책 마련과 법적 기준 마련 등 2건의 문건을 만들어 이사장에게 적극 대응할 것을 요청했으나 이를 무시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는 회원사의 이익을 증대해야 하는 조합의 목적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노 전이사장은 “퍼걸러에 창호 등을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은 관련 법령의 기준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증업무를 하는 조합으로서는 법령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고 답변했다. 퍼걸러에 창호나 냉난방 시설이 설치되면 조경시설이 아닌 건축물로 분류돼 물품 납품이 아닌 시설공사 범위에 해당된다며, 이런 경우 퍼걸러가 건축업에서 담당하게 될 여지가 높아 오히려 조합원 이익에 반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사장 소유 건물에 위치한 조합 사무실, 각종 심사 ‘특혜’
조합의 사무실이 노 전이사장이 운영하는 회사와 같은 건물에 위치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조합은 중소기업청을 대신해 제품심사권을 행사하고 단체표준 및 직접생산증명원 검사도 진행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노 전이사장은 자신이 소유한 건물에 조합 사무실을 두고 각종 심사에서 특혜를 받는 등 조합을 사유화했다는 것이다. 이사장이 채용한 심사위원들이 모든 심사를 진행하고 있어서 공정한 심사를 기대할 수 없고, 실제 노 전이사장이 운영하는 예건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 거부권이 행사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이에 노영일 이사장 측은 2010년 서초동에 위치하던 조합의 사무실을 예건의 건물로 옮겨오면서 기존 월 임대료 130만원이던 것을 월 50만원의 낮은 임대료로 전환했다고 해명했다. 이후 2015년 예건의 외부감사에서 임대료가 너무 저렴한 경우 증여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서 임대료를 100만원으로 상향했으며, 같은 지역의 비슷한 규모의 사무실이 최소 200만원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또한 제품심사 및 단체표준, 직접생산증명서 등을 검사하는 심사원들은 조합 사무실에 거의 오지 않으며, 심사원의 선정은 본부장의 책임하에 배정되는 것으로 이사장과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3개 조합원사만을 위한 무리한(?) 변호사비 지출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한 화성 지역의 대형개발에서 대행개발사인 한신공영이 부도 처리를 하면서 하도급 180개 업체가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사건이 지난 2020년에 있었다. 여기에 참여한 조합의 회원사는 예건을 비롯해 3개 업체 밖에 없었으나, 조합 이사장의 직위를 이용해 변호사 자문을 진행하고, 조합의 비용 75만원을 부당지출해 손해를 입혔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노 전이사장 측은 업계에서 큰 이슈가 됐던 사안이며, 해당 조합원 일부의 손해가 있었던 일로 유사한 손해를 입지 않기 위해 조합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예산안에 없는 기부금 지출, 사적 유용 vs 조합 위상 재고
이사장이 애초 조합예산안에 없는 비용을 지출하려면 총회 등의 의결을 거쳐서 추경예산을 편성한 다음 지출항목을 만드는 절차를 가져야 하지만, 이러한 절차 없이 선봉어린이집과 ,중소기업나눔재단에 각 2회씩 총 1150만원의 기부금을 집행했다. 선봉어린이집은 6개 업체가 부담할 용역임에도 조합 차원의 사업인 것처럼 위장했으며, 중소기업나눔재단 기부금은 중앙회 부회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당시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에게 잘보이기 위해 집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 전이사장은 조합의 위상을 높이고, 국가기관이 추진하는 복지 사업에 협력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선봉어린이집은 ‘민관협력 공원조성 업무협약’을 맺고 진행한 사업으로 조합에서 기획을 하고 참여업체가 20여개 공원시설을 기부해 조성한 사업이며, 중소기업나눔재단은 국민들에게 중소기업들의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 각종 복지사업을 진행하는 곳이라며 사적 용도가 아닌 공공을 위한 목적에 지출된 비용인 점을 고려해 달라는 입장이다.
항목 위반한 개인적 비용 지출 논란
사용처를 확인할 수 없는 업무추진비들, 혹은 기자 거마비, 상품권 구매, 타협회 골프대회 후원금, 창립 10주년 참여인사들에 대한 접대비 등 개인적으로 사용되는 비용이 업무추진비에서 사용되지 않고 조직강화비에서 지출된 점, 정기총회 무산으로 오케스트라 악단 및 음향업체에 위약금을 지불한 점 등등을 통해 조합에 재정적인 부담을 안겼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노 전이사장은 회계처리에 미숙했던 점을 일부 인정했지만 지출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며 당시 사용 내역을 찾아 소명자료로 제출했다. 또한 야외 공원에서 개최하려던 정기총회가 공연 직전 취소되면서 위약금을 지불하게 된 것으로, 코로나로 인해 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약금을 집행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노 전이사장 회사에서만 받아간 조합차입금 이자
조합설립 당시 자금 부족으로 8개 회사가 조합에 차입금을 냈다. 예건이 2000만원, 나머지 7개 회사가 각 500만원을 차입하고 이후 2013년까지 모든 차입금이 전액 상환이 됐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오로지 예건만 차입금에 대한 이자 명목으로 198만4000원을 다시 받아간 것이 확인됐으며, 이는 조합을 대표하는 이사장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행동이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노 전이사장은 관련세법에서 법인의 대여금에 관해서는 이자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고, 당시 2000만원 이상을 출금하는 경우 거래 내역이 보고되기 때문에 이자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받아들여질까
노 전이사장의 법률대리인 측은 정관상 “14일 이내 임시총회를 개최”하는 것이 아니라 “14일 이내 임시총회 개최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며, 노 전이사장이 임시총회 개최일자를 공고하는 절차를 밟은 이상 감사는 임시총회 소집권이 없고, 이에 따라 임시총회로 인한 결정은 무효라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김선갑 신임 이사장은 “14일 이내 임시총회를 개최”하는 것이 보편적으로 맞는 해석으로 가처분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이번 해임 과정은 압도적인 회원사들의 여론이 모아진 결과”로 일일이 사견을 내어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므로 추후 추가적인 공식적인 입장을 낼 것인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노 전이사장은 이번에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법적 싸움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각 사안들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사실 관계를 해명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