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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청오의 핀테스트] 설명하고 설명되는 사진 유청오 조경사진가 (soulguitar@naver.com)
입력 2019-12-01 17:09 수정 2019-12-0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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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불식간에 닥친 일들이 있다. 크고작은 공간에서 어떤 대상에게 스스로 사진을 어떻게 찍고 있는지 풀어놓아야 하는 일이 그렇다.

 

강연 제의를 받을 때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지 난감함을 감추기가 쉽지 않다. 우선은 가르치는 일보다는 무엇을 가리키는 일이라 생각되기에 어렵다. 무엇으로 인도해야 하는 선지자가 되라는 것도 아닌 단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말하면 될 일인데도 초롱한 눈망울을 마주하는 데에는 적잖은 용기가 필요하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반응은 그때그때 다르다. 일종의 쇼맨쉽을 발휘하여 그럴듯한 이야기로 포장하는 것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놓을 때 사람들은 더욱 흥미를 느낀다. 포장지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에 대한 궁금증 그것을 향한 마음인가 하고 짐작한다. 기다려 주지 않는 기상상태와 비일비재한 현장의 돌발여건, 멀쩡했던 장비가 갑자기 말을 듣지 않는 등 일종의 에피소드 -정작 본인에게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를 풀어놓는 것이 흥행이 되기도 한다. 


설명하는 일은 때로는 설명한 것을 다시 역으로 설명 된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본 것을 설명하기 위해 담아낸 것이 결과로 설명되는 일이다. 이런 역치환의 일들은 긴장을 동반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누군가 보고있는 듯한 긴장은 자신의 관점과 더불어 한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곤 한다. 물론 어쩌면 다른이의 시선을 신경쓴다는 것은 영 성가신 일이지만 사진은 결국 누군가의 감응으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역시 좋아!’

상업이든 아마추어든 예술이든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 최고의 찬사는 ‘역시’라는 감탄사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반전을 주었다는 쾌감이기도 하다. 혹은 그 전에 가졌던 편견에 대한 오해의 불식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동감의 표현에 대한 감사함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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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유청오

 

설명하는 사진, 해석되는 사진

사진을 찍는 것은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현장을 무덤덤히 담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더 나아가 현장의 의도를 과장한다. 특정 사건이 단서가 된다. 포인트를 잡아내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이때 전제조건이 필요한데 결과에 대한 가상의 결론이 머릿속에 있어야 한다. 준비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어떤사람은 글로 쓰고 어떤사람은 그림을 그리고 어떤사람은 몸으로 표현하고 어떤사람은 그저 생각한다. 또 어떤사람은 수 많은 단서가 될 사진을 찍는다. 모두 몸으로 직접 수행해야하는 육체가 겪어야 하는 단계다. 


두 목적 모두 도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장비들이 좋아서 찍으면 나오는 사진이지만 이것은 복잡한 메커니즘을 통한 산물이다. 그저 ‘자동’인 것이다. 종이위에 그리는 펜 한자루처럼 이리 가라면 이리가고 저리 가라면 저리가지 않는다. 수 많은 변수를 익혀야 결과를 예측하고 알 수 있다. 


그래서 ‘사진 잘찍는 법’은 도구인 사진기에 대한 이해를 전제한다. 간혹 어떻게 찍어야 좋은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받게 되는데 그 질문에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하는가 하고 안절부절하게 된다. ‘어떻게’는 ‘왜’나 ‘무엇’을 동반해야 하는데 오로지 ‘어떻게’가 중요한 듯한 질문인 것이다. 어떤 카메라를 사면 잘나오는가와 다름 아니다. 요즘은 어떤 어플을 사용해야 하느냐는 말로 대신된다. 


모든 이들이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펜이 어떻게 제작되는지 알 필요 없다. 펜의 구조를 굳이 알 필요도 없다. 어떤 영화의 주인공처럼 몽당연필로 애써 글을 써 나가는 비운의 주인공이 될 필요는 없다. 도구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당장 ‘무엇’을 찍고 싶으냐가 중요하다. 그렇게 하고나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도구에 대한 욕구는 필요에 의한 것이 되어야한다. 펜이 종이와 닿을 때 역사는 이루어 진다. 유성인지 수성인지 가늘은지 굵은지 잉크는 어떤 종이와 만나는 것이 좋은지는 알아야 다음 단계를 나간다. 사진도 이와 같다. 그래서 어떻게 찍느냐는 질문은 어렵다.  내게 질문한 사람이 펜을 쥐는 것부터 물어보는지 펜의 종류를 물어보는지 선긋기를 물어보는지 컬러의 조합을 묻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선긋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도구가 말하는 방식을 이해해야한다.

 

이쯤되면 설명되고 설명하는 사진에 관한 이야기는 어디가고 기초 이야기만 하느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어떻게 찍냐고요?’라는 질문 할지도 모른다. 정작 카메라를 잡는 것을 일로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잘 찍은 사진을 원한다면 권하고 싶다. 핸드폰이던 카메라이던 한달동안 찍은 사진을 들여다 보시라. 그 중에서 자신이 찍고 싶은 사진이 담겨 있는지 살펴보시길 바란다. 찍었던 그때를 떠올릴 수 있는지 묻는 것이다. 혹은 좋은 순간을 놓쳤다면 이유를 스스로에게 되묻는 것이다. 수 많은 사진이 본인을 설명하고 있는지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설명하려고 하는 것보다 어떻게 설명되는지 수없이 타자화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모든 순간은 예고없이 찾아온다. 찰나는 능동적이지 않아 단지 누군가 일으키는 기다림으로 잡아낼 뿐이다.

 

유청오 / 조경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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