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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경협회 40주년 좌담회] “격변의 10년, 위기를 넘어 기회로” 박광윤, 이형주, 김바미 기자 (lapopo21@naver.com)
입력 2020-06-03 07:45 수정 2020-06-03 07:45

한국조경협회는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아, 지난 5월 24일 방배동 소재 그룹한빌딩 2층 세미나실에서 “격변의 10년, 위기를 넘어 기회로”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좌담회는 한국조경이 걸어온 지난 역사를 돌아보며, 특히 대내외적으로 가장 큰 변화를 겪어온 지난 10년의 일들을 집중 점검해 봄으로써 앞으로의 10년을 더욱 힘있게 다짐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에 e-환경과조경에서는 이날 좌담회의 내용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알리고자 특집 기사를 기획했다. 이번 행사가 협회의 40주년을 뜻있게 기념하고, 조경의 변화와 협회의 역할에 대해 조경인들과 함께 진지한 고민을 나누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 편집자주

 

 

◆ 참석자

박명권 환경과조경 발행인(한국조경협회 부회장)

이용훈 그룹21 대표(제13대 한국조경협회 회장)

이유경 성호엔지니어링 대표(제14대 한국조경협회 회장)

이민우 공주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제16대 한국조경협회 회장)

정주현 조경사업자협동조합 봄 대표(제17대 한국조경협회 회장)

황용득 동인조경 마당 대표(제18대 한국조경협회 회장)

최종필 KG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제19대 한국조경협회 회장)

노환기 조경설계 비욘드 대표(제20대 한국조경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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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염원 ‘사단법인’ 설립

조경인들의 염원 ‘조경직제’ 신설

사무실 독립

 

 

◆ 박명권 환경과조경 발행인(좌장) = 조경협회가 40주년을 맞이했다. 사람으로 치면 불혹이다. 더 이상 사회의 현혹됨이 없이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하는데 조경 분야는 여전히 갈등이 많은 것 같다. 이 자리를 통해서 좋은 의견이 모아지기를 바라며, 조경 분야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공통의 분모를 찾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먼저 한 분씩 재임 기간 동안 가장 성공적이었던 과업과 아쉬웠던 점을 이야기하면서 과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가장 먼저 이용훈 13대 회장부터 말씀해주시길 바란다.

 

◆ 이용훈 그룹21 대표(제13대 한국조경협회 회장) = 협회 고문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기는 처음이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배경 설명으로 내 임기 전 협회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1980년 6월 21일이 협회의 공식적인 창립기념일이다. 조경협회는 창립 후 20년 동안 사단법인이 아닌 상태였고, 사단법인 등록은 그 당시 전임 고문들의 숙원 과제였다. 그때만 해도 사단법인 등록이 매우 배타적이고 어려운 문제였다. 특히 건설교통부에서 우리 쪽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당시 오휘영 고문(환경과조경 1대 발행인), 김귀곤 고문(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도움으로 환경부로부터 먼저 사단법인 인가를 받게 됐다. 하지만 환경부가 ‘조경’이라는 명칭을 못 쓰게 해서 ‘환경계획·조성협회’로 이름을 정했고, 이후 협회의 방향이 환경부 쪽으로 대폭 전향됐다. 그해 3월 정기총회에서 김기성 고문(토문엔지니어링)이 협회의 방향성을 자연환경보전이라고 대대적인 선언을 했다. 그리고 2000년 4월 24일 건설부가 뒤늦게 서야 사단법인 허가를 내준 상황이 됐다. 이후 환경계획·조성협회가 환경부와 모든 정책을 협의하면서 건설부와는 4년간 일체 대화가 없는 시기를 보냈다. 내 전임 회장인 유길종 12대 회장 때 환경계획·조성협회와 한국조경사회로 사단법인체를 분리운영하게 됐고, 내 임기인 13대에 들어 새로운 변환점을 맞게 된다.

 

조경학과 출신의 최초 협회장으로서 13대 임기(2005-2006) 때 내세운 공약의 핵심은 “조경을 다시 회복하겠다”는 것이었다. 창립 당시 가지고 있었던 조경단체로서의 본성을 끄집어내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ASLA(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 미국조경가협회)의 운영방식을 벤치마킹하는 데 역점을 뒀다. 이를 위해 2005년 10월 ASLA, IFLA(International Federation of Landscape Architects, 세계조경가협회) 총회를 직접 참여했고, 당시 이민우 부회장(현 공주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에게 부탁해 ASLA 제도를 반영한 협회 운영방안을 마련했으며, 조경진 국제위원장(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교수)을 영국 에든버러에서 열린 IFLA 총회에 파견했다.

 

또한 임기 때 가장 기억나는 사건은 공무원 조경직제 신설이다. 2005년에 조경직제 신설 문제가 처음으로 대두됐고, 2006년에 지방직 조경공무원이, 2007년에 국가직 조경공무원이 신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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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경 성호엔지니어링 대표(제14대 한국조경협회 회장) = 회장 재임(2007-2008) 동안 이용훈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과 합을 맞춰 많은 일을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독립 사무국이 정착된 것이다. 당시에는 경기가 좋아서 조경인들이 협회에 많이 참여하고 기부금도 많이 냈다. 체육대회 예산이 7000만 원 수준이었고, 자재업체들은 서로 메인 스폰서를 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당시 노영일 사장(예건)으로부터 5억 원의 기부금을 받아서 건물을 구입하고 5000만 원은 세금을 내고 5000만 원은 발전재단에 다시 기부했다. 구입한 건물은 임대를 주고 한국과학기술회관에 사무국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협회의 첫 사무실이다. 독립 사무국이 만들어지면서 조경협회가 다른 협회에 비해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이 좀 더 수월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 협회가 자리를 잘 잡게 된 것은 노영일 사장의 기부 덕분이다. 시간이 지났지만 당시 마련한 건물이 온전히 유지되고 있어서 뿌듯하다.

 

◆ 이민우 공주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제16대 한국조경협회 회장) = 내 임기(2011-2012)부터는 건설 경기가 쇠약해지는 시기였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거니 했는데 상태가 점점 안 좋아졌다. 그래서 조경산업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해서 업계 발전에 도움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고 건설분야 심포지엄을 많이 찾아다녔다. 해외 사례들도 들여다보며 조경산업의 구조를 공부하면서 조경협회가 설계 핵심 단체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무엇보다 젊은 사람들을 협회로 많이 끌어들이고 싶었는데 조경설계사무소 인원이 줄어들다 보니 젊은 회원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대외적으로 조경이라는 전체적인 틀에서만 일을 하다 보니 여기저기 끌려만 다니다가 설계업계를 위한 실질적인 일들을 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좋았던 것은 경기정원문화박람회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사업은 조경협회 회원들이 많은 시간을 들여 정원이라는 아이템으로 팀워크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고생에도 불구하고 지속성을 만들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부 교수들이 산림청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산림청이 정원을 가져가게 하는 데 일조하는 것을 보며 정원은 우리에게 빛과 그림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조경은 사회 속으로”

라오스에 선물한 ‘놀이터’

세월호를 추모한 ‘노란 리본의 정원’

연탄나누기 릴레이 모금운동

 

 

◆ 정주현 조경사업자협동조합 봄 대표(제17대 한국조경협회 회장) = 임기(2013-2014)를 시작하면서 나중에 후배들한테 우리가 뭘 했는지 알려주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전임 2년간의 협회 활동을 백서로 정리하기로 했다. 예전 조세환 한국조경학회장(한양대학교 명예교수) 겸 발전재단 이사장이 재임 당시 두 개의 백서를 낸 것을 보고 마음먹었던 것이다. 그래서 전임 이민우 회장한테 건의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아카이브는 후임 회장이 나서서 전임 회장의 업적을 잘 정리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내 임기까지는 백서로 잘 정리됐는데 이후에는 맥이 끊겨 아쉽다. 단체가 2년 임기로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데 아카이브로 남기는 것이 좋겠다.

 

기억에 남는 일은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조경문화박람회이다. 원래는 5월에 서울시청광장에서 개최하기로 했으나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11월 광화문광장으로 장소와 날짜가 변경됐다. 대신 서울시청광장에는 황용득 소장(동인조경 마당 대표)의 아이디어로 ‘노란 리본의 정원’을 만들어 시민들의 추모 공간을 운영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꼴로 정부부처를 찾아 다녔던 것도 일이었다. 당시 국토부는 토목에 치우쳐 있어서 조경을 너무 몰랐고, 환경부는 생태복원업, 산림청은 도시숲법 때문에 조경을 견제하고 있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시기인 2013년에는 산림청이 정원법을 만들겠다고 해서 이민우 고문과 함께 산림청을 많이 쫓아다녔다. 지나고 보니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한 것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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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용득 동인조경 마당 대표(제18대 한국조경협회 회장) = 전임 회장들이 잘 해주어서 내 임기(2015-2016) 때는 기존 사업을 충실히 이어가는 것과 조경의 가치를 알리는 것 두 가지에 집중하고자 했다. 이번에 지난 사업들을 회고해 보니 ‘정말 알뜰살뜰 많은 사업들을 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조경을 알리기 위한 사회공헌사업에 보다 공을 들였다. 라오스 놀이터 기부사업이나 서울시청광장에 노란 리본의 정원을 조성했던 사례만큼 조경을 사회에 널리 알린 적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노란 리본의 정원은 사무국에서 100일 넘게 초를 켜러 나가며 고생했고 많은 조경인들이 촛불을 켜는 데 나오도록 참여를 이끈 경험이 있다. 그래서 내부적인 단합은 물론 조경을 널리 알리고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사업으로서 ‘연탄나누기 행사’를 기획했다. 그룹한부터 시작해 대구지회, 부산시회로 연탄나눔 모금통을 내려 보내서 돈을 모금하고, 그해 겨울에는 조경인들이 직접 도봉구의 한 마을을 찾아가 연탄배달 행사를 진행했다.

 

아쉬웠던 일은 조경기사 과목을 축소하지 못한 일이다. 그때 조경기사 시험 합격률이 약 2%대여서 외무고시보다 합격률이 낮아 이슈가 됐다. 관련 세미나를 열어 기사시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과목을 축소하자는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시험과목을 축소하지 못하고 임기를 마친 것이 아쉽다.

 

◆ 최종필 KG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제19대 한국조경협회 회장) = 임기(2017-2018)가 본젹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2016년부터 환경조경단체총연합을 만드는 데 참여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계획으로는 2017년 9월쯤 전국 조경인이 잠실운동장에 모여 단체 행사를 열고, 그때 국회의원들을 초청해 대선 캠프에 반영할 정책집을 만들어 전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7년 12월 예정이던 대선이 5월로 당겨지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5월 대선에서 나는 안철수 캠프의 조경 분야 특별보좌관으로 위촉을 받아서 활동했고, 조경학회는 문재인 캠프에 들어가 활동했으나 준비가 부족해 조경정책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특히 아쉬운 것은 현재 총연합이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2년 뒤 대선을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힘을 모아 준비한다면 조경정책을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조경사회 명칭을 조경협회로 변경한 것도 중요한 사건이다. 외부 사람을 만나면 조경사회가 무슨 단체냐 물어보는 일이 허다했다. 이에 단체 명칭을 바꾸고자 다른 단체장들에게 양해를 구했는데 일부 거부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시공, 설계, 자재 관련 단체가 다 있는데, 대외적으로 조경을 대표할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설득해서 한 달 반 만에 국토부에 가서 명칭을 변경하게 됐다.

 

도시숲법 제정과 산림기술진흥법 하위법령 제정이 추진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김재현 산림청장이 조경계의 의견을 들어 하위법령을 만들라고 관련 부서에 지시하면서 조경 분야가 참여할 수 있었다. 당시 녹지조경기술자가 법령에 추가됐는데, 앞으로 산림청과 함께 일을 할 수밖에 없겠다 싶어서 산림기술인회를 만드는 데에도 참여했다.


◆ 노환기 조경설계 비욘드 대표(제20대 한국조경협회 회장) = 회장에 취임(2019)할 당시 중앙정부의 조경공무원 채용 분위기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자 조경백서를 만들었다. 정부부처에서 직제를 만들려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데이터다. 그런데 이낙연 총리 지시로 국무조정실에서 조사를 하려고 보니 조경계 실체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없었다. 그래서 협회에서 업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고, 학회 교수들이 정리해 책자를 만들었다. 정부부처를 다 돌아보니 조경직이 할 수 있는 자리가 175명이었고, 최종적인 인원은 200명으로 정해졌다.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인사혁신처, 국토부를 자주 드나들게 됐고, 중앙부처와의 접촉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됐다.

 

국토부에서는 당시 직제 문제 등으로 조경이 갑자기 큰 화두로 떠오르면서 나에게 제안을 해왔다. 조경협회장을 중심으로 다른 단체장들과 같이 정기적인 간담회를 열어 애로사항을 듣고자 했다. 그전에는 국토부와 조경협회가 사업적으로 접촉을 한 문서가 없었다. 서로 공문이 오가야 사업이 뭐가 있었는지 기록으로 남을 텐데 구두상으로만 접촉을 하다 보니 2년마다 협회장이 바뀌면 아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번을 기회로 국토부와 관계 회복을 많이 했고, 국토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조경계의 의견을 반영한 법 제·개정에 대해 MOU를 맺게 됐다. 조만간 그린뉴딜을 통해 조경계에 처음으로 중앙정부 관련 예산도 내려오게 될 것 같다.

 

도시숲법 입법도 맞물려 진행됐다. 2017년에 만들어진 산림자원법이 법령이나 시행령, 시행규칙에 문제가 있었으나 조경계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경계의 불이익과 법적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조경단체들이 의견을 내는 과정에서 각자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됐다. 산림청에 산림업계와 조경업계에 똑같은 자격으로 오픈해야 한다고 요청하니 산림업계의 반발이 있다며 장시간을 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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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회장들은 한국조경협회 40년에서 가장 큰 사건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할까? 지난 임기에 대한 회고에 이어 ‘조경협회 빅이슈 TOP 10’을 뽑아 보았다. 역대 회장들은 ▲조경진흥법 신설과 ▲조경직제 신설을 주도적으로 추진 한 점을 가장 큰 사건으로 입을 모았으며, 이외에도 ▲사단법인 설립 ▲‘한국조경협회’ 명칭 변경 ▲독립 사무국 운영 ▲조경박람회 ▲조경인 체육대회 ▲사회공헌사업 ▲전조련 산림법 투쟁 ▲조경사회보 40년 지속 발간 등을 조경을 변화시킨 사건 탑 10에 올렸다.

 

 

 

조경협회 정체성 격론

“조경을 너무 책임지지 마라”

“모든 조경인의 단체여야” vs “조경설계가의 단체여야”

 

 

◆ 박명권 발행인(좌장) = 이전까지 많은 위기가 있었는데 조경계가 잘 극복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전히 풀리지 않은 많은 문제들이 있다. 특히 협회에는 어떤 문제들이 남겨져 있고, 어떻게 풀어야 할까?

 

◆ 이민우 교수 = 단체의 명칭이 한국조경협회로 바뀌었는데, 나는 ‘한국조경사협회’로 바꾸길 바란다. 우리 협회가 조경의 모든 고민을 짊어지고 가는데, 이제는 계획·설계를 하는 조경가 중심으로 가는 게 필요하다. 이런 제안을 하는 건 우리가 설계하는 사람이 모여 있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설계가의 자격증만 없다고 본다. 엔지니어링에는 기사하고 기술사가 있다. 공학인증을 통해 공학 과목이 없으면 엔지니어링이라는 말을 원래 못 쓴다. 미국의 ASLA 시스템도 완벽하게 독립돼 있다. 법적으로 보호받으려면 엔지니어링을 따야 하는데, 우리는 현재 그렇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기술사를 국제화 기준에 맞추려고 하고 있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기술사를 가지고는 조경설계가가 언제까지 보호받을 수 있을지 장담을 못 한다. 건축 분야도 건축가협회랑 건축사협회가 따로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또한 회원자격이 확실해야 회비를 낸다. 조경협회 구성원의 불분명한 위치 때문에 개인들이 회비를 안 낸다. 젊은 기술사들도 안 나온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의 문제가 모든 어려움의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 황용득 대표 = 조경협회의 개념이 인(人)의 모임으로 객관화되지 않은 게 문제다. 인의 모임과 업(業)의 모임이 혼동되고 있다. 조경협회를 빼고는 다 업의 모임이다. 업이란 본인이 하는 일에 따라 이런 저런 모임을 할 수 있는 이권 단체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교수이든 공기업에 있든 어떤 업을 하든 본질적으로 조경인들은 조경협회에 가입이 되고 조경협회에 모여야 한다. 조경인들의 순수한 포괄적인 모임으로서 기존 단체들과 궤를 달리하는 본질적 조직이라는 걸 설득하지 않으면 협회에는 미래가 없다. 하지만 모두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협회가 법정 사단법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토부로부터 무언가를 위임을 받는다든지 법적으로 조경인들을 소속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춰야 한다.

 

◆ 이유경 대표 = 건설기술인협회의 경우는 국토부로부터 경력관리를 위임받았기 때문에 170억 원의 예산이 매년 쏟아진다. 회원이 80만 명이지만 진성회원은 40만 명뿐이다. 나머지는 왔다갔다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면 2만 원씩 내는 회비를 잊어먹는 사람들도 있다. 회비 납부를 안 하다가 다시 취업을 하면 소급해서 다 내야 하는 불가피한 사안이 있다 보니, 100억 원 정도는 순수 회비로 충당되고 나머지 30억 원은 소급해서 내는 회비이다. 우리도 안정적인 회비 확보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협회가 살려면 협회 재정이 튼튼해야 한다.

 

◆ 정주현 대표 = 해외 건축을 보면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합쳐진 개념이 있다. 그것이 바로 아키텍트다. 동물원 설계는 레저 아키텍트이고, 조경은 랜드스케이프 아키텍트이고, 건축은 빌딩 아키텍트가 된다. 우리도 엔지니어와 디자인을 다 한다면 아키텍트 앞 용어에 대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 개념에서 보면 조경사협회가 아키텍트가 될 것이다. 협회는 지금이라도 아키텍트로 갈 것인지, 엔지니어링으로 갈 것인지, 필요하면 두 개를 분리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조경이 건설산업이다 보니 다른 분야에서는 조경을 못 쓰고 있는데, 조경을 국토부로 한정할 것인지도 논의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조경이 외부공간을 다 한다고 생각했다. 에브리씽(everything)이라고 말은 했지만, 현재 정원, 도시농업, 생태복원 등으로 업역이 나눠지고 있다. 이러다가 낫씽(nothing)이 될 수도 있다. 분화되고 심화되는 게 시대의 흐름인데, 30년, 40년 전부터에 우리가 다 했었다는 주장만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다만 조경 내부적인 논의를 협회가 지고 가는 게 중요하다. 그간 조경은 용어 정리 없이도 쉽게 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협회나 기관, 제도 등에 대한 용어 정리를 치열하게 다룬 적이 없었다.

 

◆ 이용훈 대표 = 2018년에 조경협회로 명칭 변경을 한 지 이제 2년 남짓 됐다. 명칭을 다시 변경할 때는 아직 아니라고 생각한다. 명칭 변경으로 협회 위상이 올라갔고 협회가 안고 있는 과제가 굉장히 많다. 일반인이 볼 때 조경의 전체 구조는 연구 분야인 학회와 산업체를 대표하는 협회로 구분된다. 협회하고 사회하고 차이점은 법률적 의미다. 우리는 법적 용어를 고려한 것이 아니었고, 조경기술사와 기사들을 위한 순수한 목적으로 이름을 만들었다.

 

하지만 협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내부적으로 다시 정리가 필요하다. 우리가 모든 분야를 다 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한다. 생태복원은 우리 정관에 있지만 하나의 기본적인 철학일 뿐이다. 환경부 문제를 계속 끌고 갈 일이 아니다. 이미 전문적인 협회가 생겨서 연수가 꽤 됐으니 그런 부분은 놔줘야 한다. 전통조경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산림 관련법은 업역에 있어서 조경의 존재 여부가 걸린 문제로 방관할 수 없다.

 

◆ 이민우 교수 = 10년을 바라보고 한 제안이다. 지금 바로 협회 명칭을 또 바꾸어서는 안된다는 말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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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 참석자들은 오른손은 조경을 뜻하는 'L'을 왼손은 40주년을 뜻하는 '4'를 만들어 보였다.

 

 

 

‘법정단체’ 최대 과제

‘조경지원센터 활성화’ 관건

“구심점은 지키되 역할은 내려놓자”

 

 

◆ 박명권 발행인 = 재정 확보나 법정단체 등 여러 가지 논점들이 조경협회의 위상과 정체성, 그리고 역할에 의해서 앞으로 변해갈 것 같다. 정리해 보면 크게 두 가지 관점이 제시됐다. 하나는 지금처럼 조경인 전체를 아우르는 단체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금까지 해온 방식으로는 구심점이 안 되고 흐트러지는 상황인데, 거기에 계속 힘을 실어간다면 과거의 반복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고민하자는 것이다. 또 하나는 조경설계가의 단체로 다시 재정립을 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어떤 과제가 남아있는지 좀 더 심층적으로 이야기됐다. 이에 대해 좀더 자유 의견을 제시해주면 다음 세대 조경가들이 더 이상의 논쟁을 덮고 의견을 모아가지 않을까 싶다.

 

◆ 노환기 대표 = 조경협회로 명칭이 변경되다 보니 모든 민원사항이 협회로 들어오고 있다. 법원, 경찰서는 물론이고 일반인들이 조그마한 문제가 발생해도 협회로 문의를 해와서 간사가 하루 종일 전화만 받는 상황이다. 이런 업무를 조경지원센터로 이관시키는 것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합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도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데, 교육부의 장애인 인재육성교육 같은 프로그램을 국토부를 통해 받아서 수행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다른 단체의 반대가 예상되지만 조경협회가 조경진흥법에 따른 법정단체로 인정받는 것이다.

 

◆ 이유경 대표 = 우리 협회가 아직도 예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아쉽다. 협회가 어떻게 자생적으로 돌아가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건설기술인협회는 자격증이 없으면 4년 동안 초급이 안 된다. 엔지니어링협회는 자격증이 없으면 평생 초급이다. 건설기술인 역량지수가 자격 40%, 경력 40%, 학력 20% 비율로 인정된다. 자격증이 없으면 지수를 10년으로 봤을 때 4년을 일해야 초급이 된다. 조경뿐만 아니라 건설업종 전체가 다 그렇다. 조경설계사무실에 있는 사람 70%가 자격증이 없다. 자격증 취득을 하지 않으면 자기 사무실을 차릴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조경협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회원 등록을 통해 들을 수 있는 기사 자격증 특강을 기획하는 것이다.

 

지금 젊은 조경인들은 조경협회라는 조직을 전혀 모른다. 예전에는 체육대회 등 외부 행사에 업체들이 단체 참가해 만남의 기회를 가지면서 조경사회를 좀 더 가까이 느꼈는데, 외부 활동도 줄어들고 자격제도 자체가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막고 있어서 젊은이들을 떠나게 한다. 이들이 성장해야 설계사무소를 만들고 다른 엔지니어링 회사를 가더라도 차장, 부장으로서 역할을 하는데, 초급, 중급에 다 머물러 있다. 젊은이들의 참여를 높이려면 기사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 줘야 한다. 지금 건설기술인협회에 등록된 조경기술자는 4만4000명이고, 이 중 약 2만 명이 기능사다. 조경 졸업장을 가진 사람은 2만4000명이다. 설계, 시공, 자재 전체를 아우르는 협회가 되려면 이 중 10% 이상은 회원으로 안고 가야 한다. 문제는 결국 돈이다. 1억 원도 안 되는 회비를 가지고 조경업계의 모든 역할을 우리가 해결하는 건 어렵다.

 

◆ 이용훈 대표 = 조경협회가 고생을 하고 있지만 회비 문제는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다. 회비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회비 징수율이 더 떨어지는 이유는 일반 회원들한테 협회가 해주는 게 별로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협회의 가치와 필요성을 인정했을 때 돈을 내는 것이다. 회보를 웹진으로 바꾸니 일회성으로 지나가고 체육대회나 기술세미나도 축소되면서 더욱 받는 게 없다고 느낄 것이다. 조경가들이 협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 40주년을 기점으로 붐을 한 번 일으켜보고자 했는데 코로나로 협회 40주년 행사가 축소된 것 같다. 가을에라도 재도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다시 마련하면 좋겠다.

 

◆ 최종필 부사장 = 협회로 이름을 바꿀 때 고민했던 것이 예산 확보였다. 조경진흥법을 검토하다 보니 법정단체를 만드는 게 가능했지만 당시에는 추진을 못했다. 조경협회로 외형을 갖춰놓고 설계부터 자재 분야까지 국토부에 인지를 시키고, 우리 협회가 역할을 하겠다고 말하려고 했다. 조경계 전체를 끌어가면 다른 곳에서 반대할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행히 지금 우리 역할이 커지고 있고, 지금부터 우리가 힘을 모아 가면 가능할 것 같다. 법정단체로 만드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나도 기업회원일 때 조경사회에서 우리한테 뭘 해주나 생각한 적이 있다. 개인 회원들한테 뭔가 해줄 수 있는 법정단체가 되어야 한다.

 

◆ 노환기 대표 = 협회의 힘이 줄어든 건 돈과 권력의 문제이다. 협회와 학회가 조경단체 양대 축으로 이어오고 있고, 협회 브레인 역할을 했던 사람 대부분은 설계가들이다. 그런데 현재 자재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설계업체가 아니라 대부분 발주처로 넘어가서 LH, 지자체, 건설회사에서 가지고 있다. 협회는 다른 모임과 중복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 같이 설계하는 사람들이 힘을 가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재업체라든가 시공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하지만 다른 단체들도 다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는데, 문제가 터지면 결국 해결해달라는 요청은 조경협회로 들어온다.

 

◆ 이용훈 대표 = 조경협회가 쓰러지면 조경계가 쓰러질 것만 같다. 빨리 조경지원센터를 정상화해서 많은 기능을 넘겨줘야 한다. 학회는 역대 회장 간 지속성이 없었다. 협회에서 많은 부분을 끌어안고 왔다. 지원센터가 본격적으로 가동이 돼서 조경에 대한 기초적인 자료 구축을 담당하고, 중앙부처 대외협력에 지원센터의 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 협회가 숨을 돌릴 것 같다.

 

◆ 황용득 대표 = 조경협회가 이제까지 많은 일들을 했다. 앞으로는 조경을 다 하려고 하지 말고 조경협회다운 일만 해야 한다.

 

◆ 정주현 대표 = 조경지원센터가 재단으로 가든 모든 기관, 단체들이 지원센터 산하 이익단체가 되든 교통정리가 안 되면 각자도생한다. 40주년을 기점으로 어떻게 할지 선언이 필요하다.

 

◆ 박명권 발행인 = 재정 문제라는 게 결국은 우리 단체 위상과 정체성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법정단체나 강력한 단체로서 구심점이 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오늘 많은 토론과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서 의미 있는 자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조경협회가 어디로 가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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