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그룹이작
양태진, 조혜진, 김창한, 허신형, 윤광일, 김정민, 김근우, 황수지, 이지은, 김기욱, 김혜림, 지윤아, 석주원, 김민호, 이지인
소통의 공원을 향해서
도심의 공원 리모델링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 하지만 빈 땅에서 시작하는 프로젝트와 달리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이 많았다. 남겨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 사이에서 고민을 시작했다. 뜻밖에도 대상지는 대대적인 수리를 할 필요가 있는지 의아할 정도로 멀쩡했다. 어느 도시공원보다도 붐비고 활기차고 빈틈없이 이용되는 밀도 있는 공원이었다. 따라서 최대한 적게 손대며 고쳐보기로 했다.
기존 공원의 형태와 재료, 구조에서 발견한 값진 것들을 과감히 수용하고, 몇 가지 단순하고 매력적인 장치를 덧대는 작업을 시작했다. 소통이라는 흔하디흔한, 그러나 가장 어려운 목표를 향해 수선 작업을 진행했다.
테라스, 코트형 포장, 꽃밭이라는 세 가지 장치로 소통의 공원을 완성하고자 했다. 첫째, 언덕 위의 높은 테라스 한 쌍을 도시 위에 걸쳐 공원과 손잡게 한다. 둘째, 용도가 모호한 투수콘크리트 포장 광장을 고리처럼 순환하는 활동 마당으로 탈바꿈시킨다. 셋째, 움푹 꺼진 마당에 낭만적인 꽃밭을 들여 밀도 있는 소통을 유도하는 공원의 매개체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공원은 대지를 비롯해 사람들과 수직적·수평적으로 깊이 있는 관계를 맺게 된다. 높이가 다른 층층에서, 확장되는 원의 둘레와 중심에서 만들어지는 소통의 힘을 상상하며 설계를 완성했다.
콘셉트, 작은 공원의 확장성
오목공원은 3층 빌라다. 윗집은 산책, 등산, 커피, 전망 감상을 좋아한다. 아랫집은 조용한 편이고 꽃 가꾸기와 멍 때리기를 즐긴다. 가운뎃집은 잠시도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이라 늘 움직이고 놀고 운동하느라 정신이 없다. 2m 높이마다 툭 튀어나온 테라스에서 고개만 삐죽 내밀면 이 이웃들의 모습을 속속들이 볼 수 있다. 즉 테라스는 입체적인 소통의 창구인 셈이다.
빌라는 입체적일 뿐 아니라 동시 발생적이기도 하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채운다. 공간의 단면이 시간의 단면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작은 공간은 이렇게 활용해야 한다. 10평의 공간이 1,000평의 공간처럼 풍부하고 넓어진다.
* 환경과조경 403호(2021년 11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