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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새로운 지평
4대 학회 연합 국토경관정책심포지엄 ‘국토경관자원의 가치평가와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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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2007년, ‘경관법’이 제정되었다. 과거에는 지자체별로 조례를 만들어 경관 사업을 시행해 왔으나 관련법이 없어 국가적 지원을 받지 못했고 일부 지자체 위주로 경관 계획을 수립해왔다. ‘경관법’ 제정으로 지역 환경과 도시 미관 정비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며, 실제로 이전에 비해 사회적 관심이 늘고 다양한 부문에서 경관 계획이 수립되며 활성화되는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가 부족하고 관계 당국조차 경관이라는 용어가 생소해 업무가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해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경관법’전부개정안을 발표했고, 국가 차원에서 경관을 관리하기 위해 현재 ‘경관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 분야별, 지자체별로 산발적으로 관리되던 경관을 국가 차원의 ‘국토경관’으로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관련 전문가들의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지난 9월 26일에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토경관자원의 가치평가와 활용’을 주제로 ‘4대 학회 연합 국토경관정책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대한지리학회(회장 손일),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회장 최막중), 한국조경학회(회장 김한배), 한국경관학회(회장 류중석)가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국토교통부, 환경부, 산림청, 한겨레신문사가 후원했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경관을 연구하는 학회와 관계 부처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국가 차원의 경관 계획 수립

심포지엄에서 이희정 교수(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는 지금까지의 ‘경관법’이 “도시 및 인공 환경 조성 위주의 계획에 치중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는 ‘경관법’ 제정이전 경관 계획 및 사업과의 중복을 피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으나 이로 인해 경관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경관을 “자연환경과 인문 환경을 담는 그릇”으로 인식할 것과 법체계를 국가 단위로 수립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관정책기본계획’과 관련해 ‘한국 도시의 경관경쟁력 평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차주영 연구위원(건축도시공간연구소)은 이 교수의 말처럼 기존 ‘경관법’이 농촌과 자연 경관을 배제한 제도라는 사실에 동의했다. ‘경관법’은 여러 경관 요소를 함께 고려한 제도지만 도시에 보다 무게를 두었던 게 사실이다. “도시는 많은 사람이 살고 그에 따른 문제가 더 많이 산재하기 때문”이다. 개정된 ‘경관법’과 현재 수립 중인 ‘경관정책기본계획’은 도시와 농촌의 경관을 통합적인 시각에서 아우른다.

차주영 연구위원은 “경관정책기본계획은 기존 경관법의 문제를 인식하고 국토경관의 미래상을 설정하는 데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동안 국토경관에 대한 논의가 없었고 공통된 미래상이 없기 때문에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경관이라는 용어자체가 일반인에게 낯설다는 점이 난제로 꼽힌다.


경관 자원의 데이터베이스화

주신하 교수(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는 국가 차원에서 경관 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에 따르면 지금까지 경관 계획을 세울 때마다 자원 조사가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연구·조사 결과가 자료로 축적되지 않아 계획을 세울 때마다 재조사를 진행하는 데 시간을 투입하는 등 연구가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국가경관자원 DB를 구축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경관 계획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게 주 교수의 설명이다. 더불어 국가에서 관리하는 경관 지도를 만들어 이를 공유하고, 경관 자원을 국가 경관, 도 경관, 시·군 경관 자원으로 구분해 관리할 것과 경관 자원 승급제 등을 도입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갖출 것을 제안했다. 류제헌 교수(한국교원대학교 지리교육과)는 경관의 관리와 계획에 있어 가장 존중해야 하는 원리와 목표로 경관의 지속가능성과 다기능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여러 갈래로 추진하는 경관 정책과 사업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럽의 사례를 들며 경관 특성 지역을 지도화 하는 작업이 전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경관자원 활용을 위한 과제

경관은 일반적으로 ‘경치’를 뜻하거나 ‘특색 있는 풍경형태를 가진 일정한 지역’을 뜻한다. 사전적으로는 ‘산이나 들, 강, 바다 따위의 자연이나 지역의 풍경’을 뜻한다. 이 정도가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경관의 의미일 것이다. 경관, 자연, 풍경, 환경, 장소가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니고 범위도 다른데, 일반인은 이 용어를 혼용해서 쓰고 있다. 학계에서도 경관의 의미는 광범위 하게 쓰이고 있는데, 심지어 분야와 연구하는 주체별로 그 의미와 범위가 다르다. 류제헌 교수는 “경관의 의미는 토지나 환경의 의미와 구별되어야 한다”면서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화적 자산이기 때문에 자연이나 환경보다 그 범위가 넓다고 주장했다. 경관보다 환경의 범위가 넓은 것으로 보는 이희정 교수와 다른 시각이다. “환경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 경관은 인간 앞에 전개되어 인간에게 지각되는 경치”1라고 구분되기도 하는데, 이희정 교수에 따르면 “경관의 의미, 범위, 대상이 복잡하고 다양해 이해가 어려우며 효율적인 관리가 어렵다.” 학제 간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에 대해 조홍섭 논설위원(한겨레신문사)은 “언론에서 경관이라는 용어가 필요한 경우 ‘경치’로 고쳐 사용한다”면서 경관의 개념이 아직까지 대중과 거리가 멀어 경관 계획 방향의 초점이 어디에 맞추어져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간 다양한 방면에서 경관 관리가 이루어져 왔다. 지자체 중심으로 각 지역별 경관 계획이 세워지고 ‘경관법’은 이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기존 지자체 주도의 경관 계획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관광 자원으로서 경관의 가치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에 ‘경관법’은 그간 외면해온 도시 경관에만 초점이 맞추어지며 경관 관리의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 이제 ‘국토경관’으로서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기 위해 법을 개정하고, ‘경관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정비되고 있다. 자원으로서 경관의 가치도 재조명되고 있는 데, 이를 뒷받침할 학제적 연구가 미진하다. 관계 부처와 관련 학회 간의 긴밀한 협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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