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이미 대규모 살생을 초래했고 수백만 명 이상을 조기 사망케 하겠다고 위협하는 비상 사태다. 그 영향은 점차 확산되어 경제 전체를 불안정하게 하고 자원과 인프라가 부족한 빈곤 국가를 압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기후 위기다.”1 팬데믹(pandemic)의 주요 원인으로 기후 변화가 언급되고 이기후 변화 너머에는 인류세(Anthropocene)가 있다. 인간이 지구에 가하는 압박이 너무나 극심해져 지구가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자연의 복수라고 하는 오래된 레토릭(rhetoric)이 다시 등장하지만,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톨킨(J. R. R. Tolkien)의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에 숨어 있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동명의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터라 절대적인 힘을 지닌 반지를 둘러싼 사건들이 잘 알려져 있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2 우선은 정원사 샘와이즈 갬지가 있다. 순박하고 정직한 그는 이야기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절대반지의 유혹에 휘둘리지 않고 충실하게 프로도를 끝까지 수행한다. 심지어는 반지의 유혹을 받았을 때에도 정복한 곳에 꽃과 수목의 동산을 만드는 환상을 볼 정도로 뼛속까지 정원사인 인물이다. 전쟁이 끝난 후 폐허가 된 고향을 복구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으니, ‘돌보는 이’라는 정원사의 덕목을 그대로 체화한 인물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5호(2020년 5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Owen Jones, “Why don’t we treat the climate crisis with the same urgency as
coronavirus?”, The Guardian 2020년 3월 5일.
2. 『반지의 제왕』은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되었다. 먼저 김번·김보원·이미애의 공역본인 『반지전쟁』(예문, 1991년과 1998년)이 출판되었고, 이후 톨킨의 번역 원칙에 따라 제목을 수정한 『반지의 제왕』(씨앗을뿌리는사람, 2002년)이 출판되었다. 이 연재에서는 2002년 출판본을 참고한다. 이외에 한기찬이 번역한 『반지의 제왕』(황금가지, 2001년), 일본어 중역본인 강영운
번역의 『완역 반지제왕』(동서문화사, 2002년)이 있다. 모두 절판 되었으나 중고 서점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황주영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문학과 영문학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 미술사학과에서 풍경화와 정원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 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박사후 연수를 마쳤다. 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 정원과 공원, 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 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 번역을 한다. 생계를 위한 독서를 하기 전에는 다양한 판타지 소설을 탐독했다.